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150화 (150/473)

< 제56장 - 괴도 #2 >

&

“아니, 씨발. 아니, 씨발!”

핑크폭탄?

핑크포옥탄?“

“너 지금 장난해?”

“아니, 그러니까 말이지. 이야기했듯이 벨키안을 낚아야 하잖아? 그러려면 일단 괴도 핑크폭탄이란 이름이 유명해져야겠지? 벨키안이 어디에 있든 알 수 있을 정도로?”

맞는 말이었다.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였고 말이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바보가 아니었다.

“아니이! 애당초 왜 핑크······읍!”

“쉿! 형수님 깨겠다!”

유더가 얼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자 읍읍 거리던 코델리아는 재빨리 메시지 마법을 펼쳤다.

[야! 씨발, 내가 바보인줄 알아? 애당초 왜 벨키안에게 남기는 편지에 핑크폭탄이란 이름을 쓴 건데? 엉?]

[그때 쓴다고 말하지 않았어? 핑크폭탄?]

[당연히 농담인줄 알았지!]

[에이, 난 거짓말 같은 거 안 해]

[아오, 씨발. 너 자꾸 일부러 성질 긁을래? 누가 거짓말을 안 한다고? 우리 집 사기꾼 유더가?]

[그래도 아직 우리 집이긴 하구나.]

[제대로 설명 못 하면 오늘부터 남의 집 유더야! 알았어?!]

[알았어, 설명할게.]

[뭐야, 진짜 설명한다고?]

코델리아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설마 핑크폭탄이란 괴상한 이름을 사용한 것에 그럴싸한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

[어, 설명할 수 있어.]

[뭐, 뭔데?]

[핑크폭탄은 벨키안에게 각별한 이름이야. 벨키안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거든.]

유더의 말에 코델리아는 미간을 좁혔지만 바로 무어라 하지는 못 했다.

금시초문인 이야기였지만 유더 입에서 나온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뭔가 숨겨진 설정 같은 건가?’

고개를 갸웃하던 코델리아는 다시 물었다.

[그래서 핑크폭탄이란 이름을 쓴 거야?]

[벨키안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야 하고, 호기심을 유발해야 하니까.]

[으으음······.]

역시나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였다.

괴도 핑크폭탄.

확실히 누가 들어도 뇌리에 박힐 것 같은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까지 좋아한다면야 궁금해서라도 왕도까지 찾아오리라.

[우씨, 짜증나. 대체 누구야. 주인공 이름을 핑크폭탄이라고 지은 사람은!]

[진정해, 진정. 노란폭풍이나 핑크폭탄이나 그게 그거잖아?]

[다르거든?! 진짜 정말 완전히 다르거든?!]

[그래, 달라. 많이 달라. 암암, 다르고말고. 많이 달라요.]

유더가 아이 달래듯 말하자 코델리아는 바로 유더의 정강이를 걷어차려 했지만 무리였다. 유더가 반사적으로 황금빛 선풍을 일으킨 탓이었다.

[씨발, 존나 짜증나.]

그걸 또 피하냐? 기술까지 써서?

[아니, 맞으면 아프니까.]

[나쁜 놈, 미운 놈, 못된 놈, 씨발 놈.]

[으음··· 뭔가 씨발도 오랜만에 들으니까 좀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이게 업계포상이라는 건가?]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흐앙.]

너무 화를 내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울음이 나올 것 같은 코델리아였다.

유더는 제풀에 지쳐 주저앉은 코델리아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아무튼 코델리아,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우씨, 야. 누가 잘못할까봐 걱정하는 줄 알아? 안 되겠어. 나 안 해. 네가 해. 네가 하라구 핑크폭탄.]

[으으음··· 뭐··· 네가 그렇게 싫다면야 어쩔 수 없지.]

[어? 진짜? 진짜 네가 하게?]

[뭐··· 옷이 좀 안 맞겠지만 수선하면 되겠지 뭐.]

[잠깐, 무슨 소리야. 옷이 안 맞는다니. 이거 입고 하게?]

[입어야지. 그 옷이 그래보여도 초대 로그 마스터 옷을 그대로 복원하거거든?]

유더의 말에 코델리아는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 보았다.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 가죽 옷과 분홍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토끼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유더의 모습을.

[씨, 씨발··· 그냥 내가 할게. 내가 한다구.]

차마 그 꼴은 보지 못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약혼자이지 않은가.

아니, 약혼자인거 떠나서 그러고 다니는 유더를 보면 진짜 유더가 싫어질지도 모르니까. 그건 좀 곤란했다.

저도 모르게 떠오른 생각의 꼬리 물기에 코델리아가 끙끙 앓는 소리를 낼 때였다.

코델리아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유더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역시 너뿐이야.]

[흥, 그렇게 말해봐야 뭐 나오는 거 없거든?]

반사적으로 흥흥거린 코델리아가 다시 일어서려 하자 유더는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도와주었다.

[좋아, 내가 백번 양보해서 괴도 핑크폭탄 해준다.]

[감사합니다, 공주님. 열과 성을 다해 다이너마이트를 만들겠습니다.]

[하여간.]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단 말이지. 능구렁이 같이.

[그리고 코델리아야, 너무 걱정하지 마. 어차피 ‘돌아온 로그 마스터’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핑크폭탄이라 불릴 일은 거의 없을 거야.]

[그럴까?]

[어, 그렇게 될 거야. 다른 누구도 아닌 로그 마스터잖아?]

[흐음.]

이것도 뭐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였다.

실제로 스칼렛 역시 여러 이명들이 있었지만 결국 항상 로그 마스터라 불렸으니 말이다.

[아무튼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어. 서둘러 일을 진행해야 해.]

[그건 알고 있는데, 그럼 오늘 돌리는 거야? 예고장?]

[맞아, 이 카드가 바로 예고장이고.]

유더가 내민 카드를 새삼 받아든 코델리아는 달빛에 카드를 비춰보았다.

이틀 뒤 보름달이 뜨는 날, 녹색 신의 눈물을 가져가겠다.

- 로그 마스터 핑크폭탄

하얀색 카드에는 무척이나 정갈한 글씨체로 한 줄의 문장이 쓰여 있었고, 마지막 부분에는 분홍색 입술 마크가 박혀 있었다.

[이거 누구 입술이야? 설마?]

[흠흠, 그건 샘플이고··· 진짜에는 우리 공주님 키스 마크를 박도록 하죠.]

유더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헛기침을 토하자 코델리아는 까르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건 내가 가질래. 우리 집 유더도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이란 증거니까.]

히히 웃은 코델리아는 카드를 소중히 갈무리한 뒤 유더가 내민 새로운 카드들을 바라보았다.

[세 장이네?]

[한 장은 피해자가 될 악덕 부호에게, 나머지 두 장은 검은 달과 푸른 달에 보낼 거야.]

[푸른 달이면 그거지? 검은 달이랑 협력하지 않는 길드 중에 제일 큰 길드.]

[맞아, 우리 목적은 로그 마스터의 이름을 알리는 거니까.]

건국 기념회는 앞으로 한 달 뒤였으니, 아무리 길게 잡아도 3주 안에 길드들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명성을 쌓아야만 했다.

[오늘 예고장 돌리고, 이틀 뒤에 턴다.]

[그런데 이번에 털 사람은 누구야?]

[호국공의 자금 지원책 중에 하나인 악덕 부호야. 이왕 털어먹을 거 호국공 쪽 사람을 털어먹는 게 나으니까.]

[녹색 신의 눈물은··· 이거 보석이지?]

[어, 투신의 가호를 얻을 수 있는 보석이야. 이왕 털어먹을 거 쓸모 있는 걸 털어야 할 테니까. 화제성도 있고.]

전부 맞는 말이었다.

코델리아는 가타부타 말을 잇는 대신 화장대로 다가가 입술에 연지를 발랐다.

[카드들 줘봐]

[여기.]

[왜 네 장인데? 예고장은 세 곳에 돌린다며.]

[한 장은 기념품 삼고 싶어서.]

[흥.]

어쩐지 모르게 흥 소리를 낸 코델리아는 네 장 모두에 입술을 맞춘 뒤 유더에게 넘겨주었다.

[그럼 지금부터 돌리러 갈 거야?]

[어, 내가 돌리고 올 테니까 쉬고 있어. 아직 지리 잘 모르잖아?]

[알았어, 푹 쉬고 있을 테니까 다녀와.]

[예, 공주님.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연극풍으로 우아하게 인사한 유더는 바람처럼 창밖으로 몸을 던졌고, 코델리아는 새삼 화장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토끼 귀를 쫑긋 거리는 검은 나비 가면을 쓴 괴도.

‘귀엽긴 하네.’

새삼 토끼 꼬리를 흔들어본 코델리아는 내친 김에 포즈까지 취해보았고, 연이어 대사까지 입에 담아보았다.

“저,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부끄러웠다. 엄청나게 부끄러웠다. 아주 작게 중얼거렸음에도 불구하고 민망해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느껴지는 약간의 희열.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즐거움.

하지만 그것도 잠깐 뿐이었다.

등 뒤에서 느껴진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 두고 간 게 있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은 유더는 아무 말 없이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운 뒤 호다닥 창밖으로 몸을 던졌고, 홀로 남은 코델리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은 채 쪼그려 앉았다.

그대로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

이틀 뒤 밤.

소위 말하는 악덕 부호로 유명한 베누스 자작의 저택.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고리대금업을 전문으로 하는 그녀의 집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3분의 1정도는 왕도 경비대였고, 나머지 3분의 2는 구경꾼들이었다.

“진짜야? 진짜 나타난 거야?”

“진짜라고!”

“봐! 또 터진다!”

콰가강!

굉음과 함께 창문이 깨져나가더니 분홍색 연기가 마구 퍼져나갔다.

그리고 저택 안.

분홍색 다이너마이트가 터트린 문 너머.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검은 전투복 차림의 숙녀인 베누스 자작의 일갈에 코델리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단검을 역수로 쥔 베누스 자작과 칼밥 깨나 먹은 것 같은 용병이 넷.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는 거대하고 단단한, 은행 금고를 연상시키는 베누스의 금고였다.

“하! 이제 알겠나? 방 전체가 금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네가 설사 진짜 로그 마스터라 해도 금고는 열지 못 해!”

일리 있는 말이었다.

자신을 가질만한 금고였다.

저걸 정공법으로 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물론 애당초 열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 하겠지만!”

베누스 자작 자신이 대동한 네 명의 용병들은 평범한 이들이 아니었다.

다른 어디도 아닌 왕도의 암흑가에서 ‘네 개의 검’이란 이명을 얻은, 잔혹하고 강력한 전사들이었으니 말이다.

“잡아!”

베누스 자작의 외침에 네 명의 용병들이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그리고 코델리아 또한 움직였다. 양손으로 다이너마이트를 던짐과 동시에 발화 마법으로 폭발을 유도했다.

콰가강!

소리는 크지만 폭발력 자체는 약한, 하지만 분홍색 연기로 방안을 가득 채우는 일종의 연막탄!

“안 보여!”

“커헉! 컥!”

시야가 가려지면 사람은 일단 멈추게 되어 있었다.

연기를 삼킨 용병들이 켁켁 거리는 사이에 코델리아는 금고 문을 향해 내달렸다.

“미친?”

겨우 실눈을 뜬 베누스 자작은 문에 몸통박치기를 하는 코델리아의 모습에 욕지거리를 토했다.

제법 실력있는 도둑인 줄 알았는데 그냥 미친년이었나?

하지만 아니었다.

충돌하기 직전.

아니, 코델리아와 문이 충돌하는 그 순간!

‘요정의 발걸음!’

요정들의 공간과 현실이 겹쳐졌다. 순간 반투명하게 변한 코델리아가 그대로 금고 벽을 통과해버렸다.

“와우.”

금고 벽을 통과한 코델리아는 작게 감탄하며 새삼 폴 페어리 퀸에게 받은 반지를 쓰다듬었다.

본래 회피용인 요정의 발걸음이었지만 꼭 회피용으로만 쓸 필요가 있겠는가, 다양하게 응용을 해야지.

‘앞으로 한 번.’

거듭된 레벨 업 덕분에 역량이 높아져 요정의 발걸음의 하루 사용횟수도 2회가 되었다.

들어오는 데 한 번 썼으니 나가는 데 한 번 쓰면 딱이었다.

‘여기 있네.’

녹색 신의 눈물.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보석.

손가락 두 개를 합쳐 놓은 크기인, 보석치고는 무척 커다란 그것을 황홀한 얼굴로 바라보던 코델리아는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보석 감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보석 챙기고, 카드 남기고.’

일련의 동작을 한 코델리아는 외벽 쪽으로 몸을 던졌다.

츠화-

다시 한 번 요정의 발걸음.

외벽으로 뛰어든 터라 밖은 허공이었지만 문제 없었다.

‘천사화!’

빛의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른 코델리아는 그대로 저택 지붕으로 향했고, 구경하던 이들 사이에서 다시 탄성이 터졌다.

“진짜야! 진짜!”

“로그 마스터는 하늘을 걷는다더니 진짜였어!”

천사의 날개를 펼치면 허공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었으니까.

코델리아가 지붕 위에 오르자 구경꾼들은 물론이고 베누스 자작의 경비들까지도 모두 같은 곳을 보았다.

그 시선.

하나로 집중된 모두의 시선.

‘어, 어떡해. 중독될 거 같아.’

뭘까 이 묘하면서도 즐거운 기분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흘린 코델리아는 가타부타 말하는 대신 녹색 신의 눈물을 잘 보이게 꺼내들었고, 그 순간 다시 한 번 구경꾼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진짜야! 진짜!”

“녹색 신의 눈물이다!”

물론 녹색 신의 눈물을 제대로 본 적도 없는 이들이었지만, 어쨌든 커다란 녹색 보석이었으니 말이다.

“뭐하고 있어! 잡아! 아니! 쏴버려!”

“지붕으로!”

베누스 자작의 외침에 반응한 경비들이 서둘러 움직였고, 몇몇은 정말 석궁으로 코델리아를 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돌연 일어난 검은 바람이 코델리아를 향해 쏘아진 화살들을 전부 휩쓸어버렸다.

사각에 숨어 있던 유더가 발길질로 일으킨 바람이었다.

[어서!]

[알았어!]

메시지 마법으로 소통한 코델리아는 녹색 신의 눈물을 챙겨 넣은 뒤 새로 커다란 보석을 꺼내들었다.

문 크리스탈.

로그 마스터의 마지막 비보!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것을 허락해주신 셀레네께 감사를.”

빙긋 웃으며 말한 코델리아는 마치 관객들에게 예를 표하는 마술사처럼 우아하게 인사를 한 뒤 문 크리스탈을 높이 들어올렸다.

“셀레네의 이름으로.”

달의 여신께서 지켜보시니.

코델리아가 문 크리스탈에 마력을 주입한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강한 달빛이 내려와 코델리아를 비추었다. 마치 스포트라이트 같은 달빛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인상적이던 코델리아의 모습이 모두의 눈에 더욱 각인되었다.

무척이나 선명한 분홍색 머리칼과 예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검은 가죽옷. 귀여운 토끼귀와 꼬리.

그리고 몇 초가 지났다.

스포트라이트 같던 달빛은 점점 더 가늘어지다 사라졌고, 코델리아 역시 그러했다.

달빛과 함께 사라졌다.

“로그 마스터!”

“오오오!”

이것이야말로 로그 마스터 최후의 비보인 문 크리스탈의 힘이었다.

‘달빛이 비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하루에 세 번 공간을 도약할 수 있다.’

심플하지만 강력한 효과.

로그 마스터가 그 수많은 도둑질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현장에서 붙잡히지 않은 이유.

“어때? 잘 된 거 같아?”

“최고야, 최고. 엄청 잘 됐어.”

아델리아의 저택 2층.

격무에 시달린 아델리아가 곤히 잠든 덕분에 들키지 않고 빠져나갔다 들어온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마주한 채 소리 죽인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너무 예쁘다.”

녹색 신의 눈물.

아름답고 상냥한 여신의 눈물이 모여 만들어진 보석이라는 전설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소지하고 있으면 투신의 가호라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진정한 전사가 소지하면 그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는 좋은 아이템이지.’

그것도 절대치 상승이 아니라 퍼센트지로 상승하는.

“하, 신난다.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폭탄 마구 던져대서 신난 건 아니고?”

“그것도 있고.”

헤헤헤 웃은 코델리아는 가면을 벗은 뒤 하나로 묶었던 머리칼을 풀었다.

분홍색이던 머리칼이 단숨에 다시 붉은 머리로 변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뭘 그렇게 봐?”

“너무 예뻐서.”

“뭐, 뭐래.”

유더의 직설적인 칭찬에 당황한 코델리아는 허둥거리다 말했다.

“아무튼 이제 내일이면 왕도 전체에 소문이 쫙 퍼지겠지?”

“돌아온 로그 마스터. 로그 마스터의 귀환.”

“히히, 신난다.”

해맑게 웃은 코델리아는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보았다.

아름답고 강한 로그 마스터.

신출귀몰한 정의의 도둑.

‘사실 도둑이 정의 운운하는 게 좀 웃기긴 하지만.’

그래도 아무렴 어떠랴.

다시 눈을 뜬 코델리아는 기분 좋은 얼굴로 내일을 기대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야!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음··· 역시 머리칼을 분홍색으로 한 게 문제였나? 아니면 다이너마이트 색을 분홍색으로 한 게······.”

“우씨, 짜증나!”

아침에 거리로 나가 사온 신문 1면에는 예상대로 로그 마스터의 기사가 실려 있었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기대한 그대로 로그 마스터의 귀환을 왕도 전체에 알리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었으니.

괴도 핑크폭탄, 나타나다.

괴도 핑크폭탄, 그녀는 정말 로그 마스터인 것일까?

괴도 핑크폭탄, 화려한 데뷔.

어딜 어떻게 봐도 로그 마스터보다 훨씬 더 자주 언급되는 그 이름.

‘음, 계획대로.’

솔직히 핑크폭탄과 로그 마스터가 나란히 쓰여 있으면 전자 쪽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제 곧 벨키안도 알게 되겠지.’

괴도 핑크폭탄의 이름을.

유더는 빙긋 웃었고, 코델리아는 오랜만에 욕지거리를 쏟아내며 짜증을 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열심히 가위질을 해 기사를 스크랩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틀 뒤 밤.

유더와 코델리아는 다음 움직임을 개시했다.

&

< 제56장 - 괴도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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