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153화 (153/473)

< 제57장 - 로그 마스터 #2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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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 경비대에서 일하는 23세 청년 로이드는 멍한 얼굴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할 수밖에 없었다.

밤하늘을 가르며 쏟아진 달빛.

지붕 위로 내린 그것 사이로 천사가 강림했다.

비유가 아닌 진짜 천사.

빛의 날개를 활짝 펼친, 꿈에서나 볼 것 같은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환상의 여인.

때문에 로이드를 비롯한 왕실 경비대 40인과 마칸 백작의 사설 경비 30인, 검은 달에서 파견한 무장인원 30인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넋을 잃고 천사를 바라보았다.

그중 누구도 경보를 울리거나 소리를 지를 생각을 하지 못 했다.

그렇게 몇 초.

마침내 지붕 위에 안착한 천사는 환한 미소를 머금었고, 비록 검은 나비 가면에 얼굴의 반 가까이가 가려진 상황이었지만 로이드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것은 로이드만이 아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 자리에 있던 이들 모두가 아주 잠시라고는 하나 천사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뭐야, 쟤들 왜 저래?’

오히려 당황한 코델리아가 눈을 깜박였지만, 유일하게 대답이 가능한 유더는 코델리아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느라 눈을 마주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코델리아는 오래 고민하는 대신 그냥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룰루피, 룰루팡.”

유더가 가르쳐준 요상한 주문을 외우며 코델리아는 두 팔을 크게 벌렸고, 천사화 대신 마녀화를 감행했다. 염동력을 발휘해 분홍색 다이너마이트 십여 개를 허공에 흩뿌렸다.

비산하는 다이너마이트.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로이드와 경비들.

“어.”

“아?”

“아?!”

뒤늦은 비명이 터졌지만 너무 늦고 말았다. 코델리아는 상큼하게 웃으며 마지막 주문을 입에 담았다.

“룰루~ 얍!”

그리고 튕기는 손가락.

동시에 점화되는 다이너마이트들.

“피해!”

“엎드려!”

첫 번째 피해자인 베누스 자작의 저택 경비를 섰던 왕도 경비대 몇이 벼락처럼 외쳤다. 그리고 진짜 벼락소리가 그 모든 외침을 집어삼켰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강!

연속된 폭발음이 하나로 연결되었다.

분홍색 연기가 마칸 백작의 저택 전체를 집어삼켜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쾅.

이번에는 다이너마이트가 아닌 유더의 손이 만들어낸 굉음!

콰가가가가가각-!

유더의 일장이 지붕을 강타하자 마치 거미줄처럼 수십 가닥에 달하는 균열이 생겨났다.

코델리아는 그대로 폴짝 뛰었고, 유더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균열의 중심을 향해 일권을 내뻗었다!

쾅!

굉음이 터졌다.

균열이 깨지며 직경 3미터에 달하는 구멍이 지붕 위에 생겨났고,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더의 주먹에서 뻗어나간 흑룡의 기운이 4층 바닥을 뚫고 나아갔다.

쾅! 쾅! 쾅!

3층, 2층, 1층!

흑룡의 기운이 바닥을 뚫고 나아가는 그때 유더와 코델리아는 4층 바닥을 지나 3층에 안착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고개를 들며 활짝 미소지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3층에 서 있던 자들.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전형적인 배불뚝이 귀족과 멋들어진 무장을 갖춘 아홉 명의 기사들.

“잡아!”

배불뚝이- 아마도 마칸 백작이 외쳤고, 기사들이 일시에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유더가 황금빛 선풍을 일으켰다.

질풍이십사보.

선풍신각.

쾅!

유더가 사라졌다.

질풍이 되어 기사들 사이로 휘몰아쳤고, 천둥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콰가가강!

뇌성박.

벼락같은 칠연격에 기사 일곱이 쓰러졌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광경에 남은 기사 둘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 했고, 유더가 다시 한 번 사라졌다. 순식간에 기사들의 배후를 점하더니 그대로 연격을 퍼부었다.

“커헉!”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 하고 기사 둘이 무너졌다.

마칸 백작은 너무 놀라 꺽꺽 거리며 뒷걸음질 쳤고, 코델리아는 염동력으로 문을 열었다.

커다란 복도와 그 너머에 자리한 경비병들을 보며 다이너마이트들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룰루 얍.

쾅! 쾅! 쾅!

사실상 연막탄에 가까웠던 기존의 것들과 달리 제대로 폭발력을 가진 다이너마이트들이었다.

무시무시한 폭발력에 복도의 천장과 벽이 무너져 마칸 백작이 있는 방을 저택으로부터 고립시켰다.

“문제 해결.”

이제 복도가 없으니 복도를 통해 증원 병력이 오는 일은 없으리라.

만족한 코델리아는 브이 자를 그리며 일어섰고, 유더는 새삼 코델리아의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하였다.

“진짜 로그네. 시프가 아니라.”

무장 강도.

아니, 이쯤 되면 테러리스트가 아닐까.

“안녕하세요, 마칸 백작님.”

“히익! 힉!”

코델리아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뒷걸음질 치던 마칸 백작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유더가 말했다.

“가짜야.”

“그렇지?”

마칸 백작인 척 하는 연기자.

진짜 마칸 백작은 다른 곳에 있었고, 유더는 그 장소를 알고 있었다.

“유더위키 찬양해.”

코델리아가 예쁘게 말하자 유더는 키득 웃더니 벌벌 떠는 가짜 마칸 백작의 복부를 강타해 기절시켰다.

“이따 보자.”

“몸조심 하구.”

“너야말로.”

씩 웃은 유더는 가짜 마칸 백작을 어깨에 짊어진 뒤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코델리아에게 충분한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백작님이 납치당하셨다!”

“잡아!”

“화살을 쏴라! 화살을!”

창 밖에서 시끄럽게 들리는 소리를 흘려 넘긴 코델리아는 유더가 알려준 대로 책장의 책들을 조작했다.

최상단의 빨간색 책을 당기고 다시 중간쯤에 있는 파란색 책을 당기면-

“빙고.”

어느새 유더의 말버릇을 흉내내게 된 코델리아가 한 걸음 물러서자 콰르르-하는 기계음과 함께 책장이 열리며 비밀 문이 나타났다.

“마칸 백작님! 예고한 대로 물건 받으러 왔어요!”

안쪽을 향해 크게 소리친 코델리아는 그대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어둠 속에 몸을 집어넣자마자 본능에 몸을 맡겼다.

질풍보.

유더에게 배운 바이엘 가의 보법.

코델리아의 몸이 마치 쓰러지듯 옆으로 기우는가 싶더니 그대로 바람처럼 움직였다.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린 칼을 무척이나 가볍게 피함과 동시에 허리춤에서 도폭선을 뽑아 던졌다.

콰르륵!

도폭선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여 칼을 내리친 남자의 목과 가슴을 휘감았다.

아마도 검은 달의 암살자.

검은 암행복을 입은 그는 도폭선을 뜯어내기 위해 손을 놀렸고, 코델리아는 염동력으로 그런 남자를 밀어낸 뒤 고개를 가로저었다. 짧은 도폭선 하나를 꺼낸 뒤 넘어진 남자가 잘 볼 수 있도록 크게 던지며 발화의 주문을 발동시켰다.

츠콰앙!

허공에서 도폭선이 폭발했다.

화력은 그리 세지 않았지만 그렇다 해도 폭발이었다.

코델리아는 남자의 목과 가슴을 휘감은 도폭선에 시선을 두었고, 남자는 이해했다. 얌전히 검을 내려놓더니 스스로 벽에 머리를 박아 기절했다.

“나는 머리 좋은 남자가 좋더라.”

작게 말한 코델리아는 빙글 돌아섬과 동시에 도폭선을 던졌다.

촤라락-!

살아있는 뱀.

허공을 가로지른 도폭선이 위에서 뛰어내리며 기습하려던 남자의 목을 휘감았고, 코델리아는 그대로 도폭선을 당겨 남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다시 눈짓.

쾅!

남자는 바닥에 머리를 박아 기절했고, 코델리아는 검은 달의 암살자 교육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비밀통로 너머에 자리한 마지막 비밀 문이 벌컥 열리며 덩치 큰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오오!”

크게 소리친 사내는 가타부타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코델리아에게 돌진했고, 코델리아는 급히 도폭선을 새로 뽑으려 했지만 남자의 동작이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순식간에 바닥을 기듯 자세를 낮추더니 그대로 코델리아의 가냘픈 허리를 향해 강력한 태클을 시도했다.

쾅!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사내가 벽과 충돌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사내와 벽 사이에 낀 코델리아가 비명과 함께 피를 토해야 마땅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누굴 안으려고!”

요정의 발걸음으로 사내의 태클을 회피한 코델리아는 빙글 돌아서며 주문의 메아리와 더블 캐스팅을 동시에 사용해 마법을 연사했다.

“4연속 프리즈!”

꽝! 꽝! 꽝! 꽝!

다리 한쪽에 두 개씩 프리즈가 작렬해 바닥과 남자의 발을 꽉 달라붙게 만들었다.

이것만으로도 남자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한 셈이었지만 코델리아는 방심하지 않았다.

무척이나 싫은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 사내의 특정 부위에 염동력을 가하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끄아악!”

그 어떤 훈련으로도 방어력을 기를 수 없는 그곳.

사내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기절했고, 코델리아는 무척이나 찝찝한 얼굴로 옷에다 손을 닦아낸 뒤 비밀 문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마칸 백작님. 로그 마스터 핑크폭탄이랍니다.”

코델리아가 살짝 치맛단을 잡으며 예를 표하자 진짜 마칸 백작은 뒷걸음질 치며 욕지거리를 토했다.

“로그 마스터는 개뿔이! 네가 무슨 도적이냐! 폭탄마지!”

“뭐, 사실 그쪽이 더 취향이긴 하죠.”

어깨를 으쓱인 코델리아는 그대로 손을 놀려 도폭선을 던졌다. 이번에도 염동력에 힘입은 도폭선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마칸 백작을 구속했다.

“크윽!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아느냐?! 호국공께서 네년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네네, 그러시겠죠.”

“네 이년! 내 말이 우습게 들리느냐?!”

“음··· 어차피 뭐가 어디 있는지 대충 다 아니까 굳이 깨워둘 필요가 없겠지?”

“뭐라?”

코델리아는 답하는 대신 마칸 백작의 그곳을 걷어찼고, 마칸 백작은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 한 채 기절했다.

“음··· 아무튼 문제해결.”

뭔가 많이 찝찝했지만 그래도 문제해결.

새삼 어깨를 으쓱인 코델리아는 확장 주머니 안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넣기 시작했다.

도난 되어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미술작품들과 위험한 약품들.

그리고 마칸 백작이 손수 작성한 비밀장부까지.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지?’

솔직히 어디에 어떻게 쓸지 의문인 장부였지만, 이런 건 유더가 전문이었으니까.

알아서 잘 해주리라.

“그럼 이만 떠나보실까.”

가볍게 손을 턴 코델리아는 가방을 챙긴 뒤 비밀 방을 나섰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 유더가 잘해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빨리 합류해야겠다.’

혹시라도 유더가 실수해서 다칠 수도 있었으니까.

조금이지만 마음이 급해진 코델리아는 천사의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고, 단숨에 4층 지붕 밖으로 나와 지상을 바라보았다.

가짜 마칸 백작이 담벼락에 빨래처럼 널려 있었고, 경비들 대다수가 담벼락 쪽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등 뒤에서 부는 새카만 바람.

“왔어?”

“어, 왔어.”

괜히 걱정했다는 생각과 더불어 묘한 안도감을 느낀 코델리아는 바로 문 크리스탈을 꺼내들었다.

“마칸 백작의 보물들은 내가 가지고 간다!”

코델리아의 외침에 맞추듯 유더가 가방 안에서 몇 개인가 되는 그림을 꺼내 활짝 펼쳐 보였다.

예고장으로 예고한 보물들이었다.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것을 허락해주신 셀레네께 감사를.”

유더와 코델리아는 동시에 연극풍의 예를 표했고, 하늘에서 스포트라이트처럼 달빛이 내리쬐었다.

이대로 달빛과 함께 사라지면 미션 클리어.

로그 마스터의 두 번째 활동 역시 대성공.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코델리아가 돌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유더 역시 한 발 늦게나마 눈치 챘다. 코델리아와 같은 곳을 바라보았고, 그 순간 마치 뱀과 같은 움직임으로 철편 조각들이 날아들었다.

그 찰나.

코델리아는 직감했다.

유더는 계산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문 크리스탈의 공간 도약에 기대는 대신 행동했다.

츠카학!

코델리아가 염동력을 발휘해 철편의 궤도를 비틀었다.

하지만 철편이 날아드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위력 역시 강했다. 완전히 비틀지는 못 하였다.

하지만 충분했다. 유더가 코델리아의 허리을 휘감아 당김과 동시에 앞으로 나섰다. 흑룡출수로 이미 다소 비틀어진 철편의 궤적을 더욱 흔들어놓았다.

카캉!

철편의 끝이 지붕을 찍었다.

강력한 기운이 어려 있던 터라 붉은 강기가 폭발하며 지붕이 부서졌고, 코델리아는 철편- 무척이나 긴 사복검의 주인을 보았다.

피처럼 붉은 머리칼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코델리아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유더 역시 그러했다.

“스칼렛?!”

미래의 사대검사 가운데 하나.

당대의 로그 마스터를 노리는, 5대 로그 마스터의 증손녀이자 어떤 루트를 타든 결국 대립하고 마는 중후반의 난적!

그녀가 지면을 박찼다.

로그 마스터의 비보인 신속의 날개에 힘입어 마치 쏜살처럼 거리를 좁혀왔다.

그리고 유더가 앞으로 나섰다. 공격을 펼치거나 몸을 날리는 대신 구극태양신공의 한 수를 펼쳤다.

“태양권!”

정식 명칭은 따로 있었지만, 유더는 일단 그렇데 불렀고, 효과는 확실했다.

순간 유더의 이마로부터 엄청난 밝기의 빛이 일었다.

어찌나 강한지 멀리서 쳐다보던 경비들조차 순간 시력을 상실할 지경이었다.

“악!”

아예 정면에서, 그것도 지근거리에서 빛을 마주한 스칼렛은 아예 비명을 지르며 지붕 위를 뒹굴었다.

직후.

유더는 생각했다.

어째서 스칼렛이 지금 이 곳에 있는 것일까.

그녀는 지금 제국에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자신들을 공격한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로그 마스터의 등장이 그녀를 자극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나중의 일이었다.

지금 당장 논할 이야기가 아니었다.

“도망치지 마!”

스칼렛이 크게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언가 마법을 펼쳤는지 바로 눈을 뜨며 정면을 보았다. 유더와 눈을 마주하였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아닌, 유더와 말이다.

“도망 안 쳐.”

눈을 뜬 직후 지근거리에서 들려온 목소리.

흠칫한 스칼렛이 급히 뒤를 돌아보았지만 너무 늦었다.

질풍보를 밟아 스칼렛의 뒤를 점한 코델리아가 도폭선으로 그녀의 목을 휘감으며 다시 한 번 속삭였다.

“도망을 왜 쳐?”

우리가 더 강한데.

미래에 사대검사가 된다는 거지 지금 사대검사인 게 아닌데.

더욱이 로그 마스터의 남은 비보들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인데!

코델리아가 푸른 눈동자로 스칼렛의 붉은 눈동자를 보았고, 미소지었다. 도폭선을 당겨 스칼렛의 몸을 옥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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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7장 - 로그 마스터 #2 (수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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