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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159화 (159/473)

< 제59장 - 검의 연회 #2 >

제59장 - 검의 연회 #2

커다란 테이블 몇 개에 열댓 명쯤 되어 보이는 인원들이 나눠 앉아 있었는데, 루카스를 선두로 유더와 코델리아가 다가오자 대부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쪽은 저와 같이 북부에서 오신 바이엘 백작가의 유더 바이엘 공자십니다. 옆에 계신 분은 유더 공자의 약혼자이자 체이스 백작가의 영애이신 코델리아 체이스 공녀시고요.”

“유더 바이엘입니다.”

“코델리아 체이스에요.”

유더와 코델리아가 가볍게 예를 표하자 루카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두 분 모두 무척 뛰어난 기량의 소유자십니다. 코델리아 양은 마법 명가 체이스 백작가의 영애답게 훌륭한 마법사시고 유더 공자는······.”

거기까지였다.

생각해보니 유더가 검을 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루카스였으니 말이다.

유더가 검사 맞나?

권사 아니었나?

갈등에 빠져든 루카스가 말을 하다가 말자 티파티에 모여 있던 소년소녀들이 의아한 눈으로 루카스와 유더를 바라보았고, 유더는 부드럽게 웃으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동방무사의 검을 가볍게 두드리며 작게 말했다.

“검사입니다. 란디우스 스승님도 검사시고요.”

“아, 예. 그렇죠.”

란디우스 역시 검사였지만 검을 쓰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까.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아마 비슷한 길을 걷는 모양이었다.

“흠흠, 다시 소개드리겠습니다. 여기 계신 유더 공자는 검장이신 바이엘 백작님의 계보를 잇는 훌륭한 기량의 소유자십니다.”

루카스의 소개에 소년소녀들 사이로 작은 감탄이 일었다.

세일룬 왕국에서 검의 길을 걷는 자 치고 검장 바이엘 백작의 이름을 모르는 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럼 소문의 그분들···이신가요?”

루카스와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소녀가 수줍게 묻자 모두의 얼굴에 다양한 표정들이 떠올랐다.

소문.

소문의 그분들.

북부에서 시작되어 왕도까지 전해진, 심지어 왕녀까지 알고 있는 그 소문의 주인공들.

호기심에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소녀가 있었다.

동경한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소녀도 있었다.

애써 웃음을 참는 소년이 있었고, 약간은 비웃는 것 같은 시선을 보내는 소녀도 있었다.

그야말로 다채로운 표정들.

“하하하··· 그게······.”

네, 맞아요. 소문의 걔들 맞아요.

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던 루카스가 어색하게 웃자 코델리아의 얼굴이 빨갛게 익었고, 언제나처럼 뻔뻔한 표정을 유지한 유더는 슬쩍 앞으로 나서 모두의 시선으로부터 코델리아를 가려주었다.

“흠흠, 저희에 대해 몇 가지 소문이 떠돈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왜곡된 부분들이 좀 있더군요.”

“어떤 부분이요? 두 분이서 너무 사랑해서 주간도주··· 아, 아니, 밀월여행에 나섰다는 건 정말인가요?”

루카스와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아마도 이 중에서 제일 어린 것으로 보이는 갈색 머리칼의 소녀.

다리안 왕녀처럼 눈을 빛내며, 약간이지만 선망의 시선까지 보내는 그녀의 물음에 유더는 언제나처럼 부드럽게 응답했다.

“그건 사실입니다.”

“어머나.”

소녀의 얼굴에 활짝 미소가 번지자 주변에 있던 이들도 다시 다채로운 표정들을 보여주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묘하게 움찔한 검은 머리칼의 소녀.

그 옆에서 어쩐지 모르게 각오를 다지는 표정을 지은 다부진 얼굴의 금발 청년.

유더의 등 뒤에 가려진 코델리아를 조금 더 자세히 보고 싶어 이리저리 몸을 트는 곱슬머리 청년 등등.

유더는 부끄러울 것 하나 없다는 얼굴로 그들 모두의 시선을 받아주었는데, 바로 그때 코델리아가 등 뒤에서 유더의 옷자락을 꾹꾹 잡아당겼다.

허튼 짓 그만하고 빨리 수습하라는 신호였다.

“다만 여행에 나서야만 했던 이유 등에는 몇 가지 감춰진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북부의 안위와 연관된 일들이라 이 자리에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 하는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유더 공자의 말씀이 맞습니다. 두 분께서는 북부에서 무척 큰 공을 세우셨죠.”

“아, 소문의 그?”

“그냥 소문이 아니었나?”

유더에 이어 루카스가 말하자 다시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흐레스벨그 백작과 갈까마귀들이 야생의 땅으로 진군한 소식을 접한 이들 같았다.

“흠흠, 그럼 소개를 마저 하도록 하죠. 유더 공자, 코델리아 양, 이쪽은 저희와 같이 북부에서 오신 카나 글리체 양이십니다.”

“카나 글리체에요. 만나 뵙게 되어서 무척 기뻐요.”

갈색 머리 소녀가 뺨을 살짝 붉히며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예를 표했다.

“이쪽의 두 분은 마찬가지로 북부에서 오신 레이첼 블룸 양과 마커스 첸 공자입니다.”

카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검은 머리칼의 소녀와 금발 머리 청년이었다.

“레이첼 블룸입니다.”

“마커스 첸입니다.”

레이첼은 조용히, 마커스는 다소 흥분한 얼굴로 예를 표했다.

“그리고······.”

루카스가 연이어 경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곱슬머리 청년을 소개하려 할 때였다.

“북부 촌뜨기들끼리 신이 났군.”

작고 낮은, 하지만 애당초 조용한 장소였기에 들릴 수밖에 없는 목소리.

루카스를 비롯한 북부의 유망주들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돌아보았고, 목소리의 주인과 그 주변에 앉아 있던 이들은 당황한 기색도 없이 시선을 마주하였다.

“뭐, 내가 틀린 말 했나? 북부가 촌동네니 북부에서 왔으면 촌뜨기들이지.”

스무살 남짓으로 보이는 화려한 금발 머리 청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주변에 자리하고 무리들이 낄낄 거리며 저마다 웃음을 터트렸다.

“맞네, 북부면 촌동네지.”

“너무 타박하지는 말죠. 불쌍하잖아요.”

“저들끼리 신나서 떠드는 꼴하고는.”

“그런 소문이 도는데 이런 장소까지 나오다니······ 북부 사람들은 얼굴이 참 두꺼운 모양입니다.”

한마디씩 보태는 꼴이 아주 가관이었다.

결국 보다 못 한 루카스가 눈매를 날카로이 하며 말했다.

“루시안 공자.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아니, 뭐··· 하지만 다 사실이지 않나? 그렇지?”

화려한 금발청년- 루시안이 주변을 돌아보며 묻자 패거리로 보이는 왕도의 유망주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루시안의 바로 옆에 앉아있던 고혹적인 외모의 검은 머리 소녀가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루시안 공자님, 너무 그러시지 마세요. 아직 어린애들이잖아요.”

“음, 하긴. 그러니 그런 편지도 남길 수 있었던 거겠지. 내가 좀 너무하긴 했네.”

그런 편지.

검은 머리 소녀는 슬쩍 코델리아 쪽을 돌아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고, 코델리아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애당초 좀 더 놀리기 위해 지금 같은 말을 꺼냈다는 것을 말이다.

‘씨발?’

코델리아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욕지거리를 간신히 억제했을 때, 유더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루시안과 그 패거리들을 바라보았다.

‘루시안 디올.’

디올 백작가의 장자.

스펜서 공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귀족파의 거두 보탄 공작의 총애를 받는, 왕도에서 힘깨나 쓰는 가문의 애송이.

원작에서는 잠깐 나오고 마는 녀석이라 이렇다 할 정보가 없었지만, 유더는 금방 작금의 상황을 파악했다.

‘기 싸움이군.’

일종의 텃세.

이번 기회에 북부에서 올라온 유망주들 기를 눌러주겠다는, 골목대장다운 생각.

‘배후는 없겠고.’

정치적 모략이 아닌 애송이의 패악질이었으니까.

유더는 루시안 같은 녀석들을 몇 알고 있었다.

부모의 후광아래 안하무인으로 자란 놈들이 약간의 재능까지 타고나면 저런 망나니가 되기 쉬웠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우스워 보일 터이니 말이다.

“로레인 양.”

루카스가 다시 목소리를 높이자 검은머리 소녀- 로레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어머, 지금 저한테 화내시는 거예요? 저한테요?”

순식간에 울먹이는 표정이 된 로레인의 되물음에 순진한 루카스는 당황해서 말을 잃었고, 루시안의 패거리는 다시 왁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이지 너무 하세요. 그렇죠? 루시안 님?”

“그러게, 루카스가 너무하는군. 우리 어여쁜 로레인에게 목소리를 높이다니. 남자로서 할 일이 아닌데 말이야.”

루시안이 로레인의 허리를 끌어안자 그녀는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루시안에게 몸을 기대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용서해주세요. 아직 어리잖아요.”

“뭐, 그래야겠지. 연장자의 아량이라는 것이 있으니.”

“멋져요, 루시안 공자님.”

로레인이 속삭이듯 말하자 루시안은 정말 용서라도 한다는 듯 루카스에게 턱짓을 했다.

“로레인에게 화낸 것은 봐 줄 테니 이만 앉지 그래.”

“하.”

결국 루카스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참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으니까.

루카스는 사납게 웃으며 검을 뽑아들으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거기까지.”

아주 낮게 말한 유더는 루카스의 손등 위에 손을 올려 검을 뽑는 것을 만류한 뒤 루시안을 돌아보았다.

단순히 성격만 더러운 놈인줄 알았는데 하는 짓거리가 제법 영악한 구석이 있었다.

루카스가 먼저 검을 뽑게 한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도 검을 뽑아 들어 루카스를 제압하고,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검을 먼저 뽑아든 건 루카스이니 책임 역시 루카스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저 놈팽이 놈이 루카스를 이길 수 있을 때 이야기지만.’

실력은 제법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몸을 보면 성격에 안 맞게 단련을 열심히 한 것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코델리아를 놓고 왈가왈부 떠든 순간 놈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루시안 공자.”

유더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루시안은 살짝이지만 미간을 찌푸렸다.

루카스나 다른 북부의 아이들과 유더가 다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탓이었다.

“검의 연회를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으로 압니다. 아직 검의 연회가 정식으로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만··· 굳이 이렇게 입으로 떠들 필요가 있을까요?”

새삼스러운 이야기였지만 유더는 잘 생겼다.

그것도 앞에 ‘절세’를 붙여야 할 정도로.

유더가 환히 웃으며 그리 말하자 로레인이 저도 모르게 아주 잠깐이지만 넋을 놓았고, 그런 로레인의 반응이, 그리고 유더의 말이 루시안의 감정은 건드렸다.

“그래서, 한 판 해보자고?”

루시안이 코웃음을 치며 말하자 유더는 이번에도 미소를 머금었다.

아주 약간의 텀을 둔 뒤 루시안 같은 애송이들을 움직이기에 딱 좋은 한 마디를 덧 붙였다.

“자신이 있으시다면야.”

쫄리면 뒈지시든가.

유더는 능글맞게 웃었고, 루카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제3자라 할 수 있을 남부에서 올라온 유망주들 사이에도 재미있겠다는 표정들이 떠올랐고 말이다.

“하, 이래서 촌뜨기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은 루시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착실히 단련된, 190cm에 육박하는 장신은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할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자신이 있으시다면야.”

“촌구석 촌놈 주제에 정말 광오하구나. 반년 전까지만 해도 병으로 빌빌거렸다는 놈이.”

“지금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루시안 공자는 작위가 없는 평귀족이십니다. 백작이 아니세요. 공작은 더더욱 아니시고요.”

똑같은 백작이라 해도 급이라는 게 있는 법이었다.

왕도에서 한창 끗발 날리는 백작과 북부의 백작이 같은 선에 있을 수는 없었다.

아마 이런 식으로 타지에서 올라온 귀족가 자제들을 여럿 짓밟아준 적이 있을 터였다.

‘상대가 나나 루카스가 아니었다면 좀 더 노골적으로 나왔겠지.’

그래도 북부12가문이니까.

십검호의 자식들이니까.

나름 조심한다며 먼저 검을 뽑도록 도발을 한 것일 터였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이야기.

유더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조곤조곤 사실을 늘어놓자 루시안은 더 이상 참지 못 했다. 자리를 박차고 나와 검을 뽑아들었다.

“와라.”

루시안이 유더를 노려보며 말하자 왕도의 유망주들 사이에서도 술렁거림이 번졌다.

잔뜩 흥분한 루시안이 진검까지 들었으니, 혹여 유혈사태가 벌어질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북부의 유망주들 역시 저마다 걱정 어린 얼굴로 유더와 루시안을 번갈아 보았다.

딱 한 명, 루카스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루시안.’

홀로 평온한 표정을 지은 루카스는 자리에 앉기까지 하였고, 그 담담한 태도에 다시 한 번 다채로운 반응들이 일어났다.

‘말리지 않아도 되나요?’

‘루카스 공자.’

‘댁이 우리 중에 제일 강하잖아. 어떻게든 해야 하지 않아?’

-하며 걱정하는 것이 북부의 유망주들이었고,

‘도발인가?’

‘자포자기일지도?’

하며 동상이몽을 하는 것이 왕도의 유망주들이었다.

물론 남부의 유방주들 역시 반응을 보였고 말이다.

‘돈 걸면 안 될까.’

‘내기 하자고 하면 좀 그러려나?’

그리고 다시 왕도의 유망주.

로레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루시안에게 다가갔다.

약혼자인 루시안이 얼마나 흥분해있는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살살 하세요. 그래도 같은 세일룬의 귀족이잖아요?”

타이르듯 말한 그녀는 그대로 루시안에게 손을 뻗었고, 루시안은 자연스럽게 로레인의 허리를 안으며 입술을 맞추었다.

“이 결투의 승리를 로레인 그대에게 바치도록 하지.”

“좋아요, 기대할게요.”

루시안이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자 빙긋 웃은 로레인은 다시 자리로 돌아갔고,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은 유더와 코델리아- 정확히는 코델리아에게 향했다.

‘우리는 뭐 없어요?’

가장 어린 카나 글리체의 시선.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차분하지만 어쩐지 뜨거워진 레이첼 불룸의 시선.

‘음음, 강요는 아닙니다만.’

헛기침을 터트리는 마커스 첸과 기대어린 눈으로 코델리아를 바라보는, 아직 이름을 밝히지 못 한 곱슬머리 청년.

그 모든 시선에 움찔한 코델리아는 유더를 돌아보았고, 유더는 차분한 얼굴로 코델리아를 마주했다.

‘괜찮아, 금방 다녀올게.’

유더가 눈빛으로 말한 뒤 앞으로 나서려하자 코델리아가 반사적으로 유더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코델리아?’

‘기, 기다려 봐.’

옷자락을 잡아 유더를 붙잡았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란 코델리아는 그대로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다시 유더를 올려다보았다. 유더의 눈을 보았고, 이내 유더의 입술을 보았다. 마른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코델···리아?’

코델리아는 답하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들어 무척이나 빨개진 얼굴로 유더를 마주하였고, 입술을 깨무는가 싶더니 그대로 까치발을 들었다. 유더의 목을 감싸 자세를 낮추게 한 뒤 눈을 감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부드러운 입맞춤.

뺨에 살짝하고 닿은, 수줍게 도망이라도 치듯 금방 멀어진 코델리아의 입술.

하지만 분명히 닿았고, 그 모습에 잔뜩 달아올랐던 정원의 분위기가 잠깐이지만 변했다.

북부와 남부의 유망주들은 다들 비슷한 미소를 지었고, 왕도의 유망주들마저도 순간이지만 분홍빛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코델리아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휙 하고 돌리는 대신 유더를 보았고, 억지라느니, 싫다느니 툴툴 거리는 대신 아주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히, 힘내.”

알았지? 꼭 이겨야 해?

수줍은 응원에 유더는 행동으로 화답했다. 완전히 방심한 상태인 코델리아의 이마에 스치듯 가볍게 입술을 맞추었다.

“다녀올게.”

유더가 말했고, 그제야 자신의 이마에 일어난 일을 깨달은 코델리아는 눈을 깜박였다.

얼굴은 물론이고 목과 귀까지 빨개져 잠시 동안이지만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 했다.

그리고 유더는 루시안에게 다가섰다.

잔뜩 배알이 꼴린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루시안에게 너무나 화사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야.”

“뭐? 야?”

“그래, 야. 진짜 고맙다.”

정말로 진짜.

정말정말 고맙다.

그러니까.

“살살해줄게.”

본래는 반쯤 죽이려고 했는데, 정말로 살살.

슬쩍 뺨을 어루만진 유더는 다시 행복한 미소와 함께 도발하듯 손짓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루시안이 노성을 터트렸다.

유더를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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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9장 - 검의 연회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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