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164화 (164/473)

< 제60장 - 제일검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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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아데스의 역사는 길었고, 세일룬 왕국과 아르곤 제국 이전에도 여러 국가들이 존재했다.

고대 엘프들이 세운 마도왕국 마젤란이나 고대 드워프들이 세운 철 왕국처럼 말이다.

그중에서도 철 왕국은 사실상 일곱 개의 도시 국가들의 연합이라 할 수 있었는데, 도시 하나하나가 서로 먼 곳에 자리하고 있다보니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킨 경우가 많았다.

‘소드 시커.’

철 왕국의 일곱 도시 가운데 하나이자 프로스트 앤빌의 쌍둥이 도시.

도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소드 시커의 드워프들은 궁극의 검을 추구했다.

가장 완벽한 검.

검의 이데아.

검 중의 검.

물론 수많은 드워프 장인들이 모인 곳답게 저마다 생각하는 궁극의 검이 달랐고, 결국 소드 시커의 드워프들은 자원과 재능의 집중을 위해 한 가지 결단을 내렸다.

‘일곱 개의 검을 만든다.’

검의 이데아에 해당하는 완벽한 검의 형태에 대한 의견을 모을 수 없다면, 하나가 아니라 일곱 개를 만들자.

이미 일곱 개를 만든 시점부터 그건 궁극의 검이라 할 수 없었지만, 드워프 장인들은 모두 이 제안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며 찬성했다.

‘일단 만들고 나면 우리가 만든 검이 궁극의 검으로 인정받을 테니까!’

그러니 그 전까지는 작업 비용을 타내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자. 아마 저놈들도 같은 생각이겠지만 어림도 없지. 어차피 궁극의 검을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니까!

후일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마도왕국 마젤란의 국왕 엔디미온은 단번에 드워프들의 속셈을 간파하고는 다음과 같은 촌평을 남겼다고 한다.

“오만한 놈들. 하지만 이래야 드워프 장인답지.”

오만하고 독선적이지만 그렇기에 자신의 작품에 무한한 애정과 노력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자들.

마도왕 엔디미온의 평 그대로 드워프들은 자신들다운 이유로 자신들다운 작품을 만들었으니, 이것이 바로 소드 시커의 일곱 검- 소위 말하는 ‘얼티메이트 세븐’ 시리즈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그 얼티메이트 세븐 시리즈를 얻기 위해 필요한 열쇠.’

‘이름하야 열쇠 검.’

소드 시커의 드워프 장인들은 역시나 그들답게 얼티메이트 세븐 시리즈가 봉인된 장소의 열쇠 역시 검으로 만들었는데, 누가 소드 시커의 장인들 아니랄까봐 그 열쇠 검 조차도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덕분에 철 왕국의 멸망 이후 열쇠 검은 열쇠가 아닌 명검으로 여겨졌고, 철 왕국이 멸망한 지 천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정말 극소수의 사람들 외에는 열쇠 검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열쇠 검이 등장했다는 사실!’

코델리아와 유더는 서로를 보았고, 다시 방긋방긋 웃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루카스와 북부의 유망주들은 뜬금없이 서로를 보며 미소 짓는 두 사람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잠깐 뿐이었다.

서로 바라만 봐도 미소가 나오는, 그야말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커플이라는 건 유명한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의심(?)을 피한 유더와 코델리아는 눈빛 대화를 넘어 메시지 마법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열쇠 검이라니 로또다, 로또.]

[얼티메이트 세븐 시리즈라면 인정이지, 인정. 이거 얻기만 하면 거의 졸업템이니까.]

[우훙훙, 조아용. 얼티메이트 세븐 시리즈 중에는 마법사가 쓸 만한 것도 있으니까.]

얼티메이트 세븐 중 하나인 마법검 매직 블라스터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폭령검?]

[어, 폭령검.]

코델리아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황홀함까지 어리기 시작했다.

폭발 마검.

강대한 폭발의 힘을 가진 폭령검 매직 블라스터.

[아아··· 너무 갖구 싶다.]

[그, 그래. 내가 꼭 구해줄게.]

그 갖고 싶다는 게 좀 더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물건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튼 코델리아가 갖고 싶다니 구해줄 수밖에.’

[그런데 유더야. 네가 노리는 건 역시 그거지?]

[어, 그거.]

얼티메이트 세븐 시리즈 중에 하나이자, 작금의 유더에게 가장 어울릴 것 같은 하나.

[오홍홍, 조아용.]

[뭐, 일단 저 열쇠 검부터 손에 넣어야겠지만.]

[응? 저거 이미 우리 거 아니었어? 우리 유더 공자님이 우승 따놓은 거 아니었어요?]

코델리아가 모처럼 애교를 부리며 말하자 유더는 숨을 한 번 길게 토한 뒤 옆자리에 앉은 루카스와 주변의 여러 유망주들을 돌아보았고, 심심한 사과의 말을 마음속으로나마 읊조렸다.

‘미안, 전력으로 갈게.’

정말로 열쇠 검이 꼭 필요했으니까.

더욱이 코델리아까지 이렇게 기대하는 와중에 멋진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토너먼트 상품의 소개를 마친 콘웰이 뒤로 물러서자 이번 연회의 진정한 개최자인 스펜서 공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옆에 다리안 왕녀도 있어.’

코델리아의 눈빛대로였다.

키가 크고 마른 스펜서 공작 옆에는 다리안 왕녀가 다소곳이 서 있었는데, 연회장 곳곳에 눈을 돌리던 그녀는 유더와 코델리아와 눈이 마주치자 꽃처럼 방긋 웃었다.

애당초 두 사람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본 모양이었다.

“스펜서 공작이다. 이쪽에 계신 분은 다리안 왕녀 전하시니, 모두 예를 갖추도록 해라.”

오랜 와병 생활을 청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소 창백한 기색이 남은 얼굴이었지만 그 목소리는 무척이나 카랑카랑한 것이 힘이 넘쳤다.

유망주들은 물론이고 스펜석 공작가의 모두가 예를 표하자 다리안 왕녀도 짧게나마 답례 인사를 하였고, 스펜서 공작이 다시 말을 이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본래 성격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직 오래 연설하기 힘들어서 그런 것인지 스펜서 공작의 연설은 짧고 굵었는데, 이걸 다시 한 번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본래 전통대로 대전 형식의 토너먼트를 열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 건국 기념회에서는 왕국 주최로 무투회가 열릴 예정이다.

검의 연회 와중에 혹여 부상자가 나오면 무투회 일정에 차질이 생기니, 고심 끝에 이번에는 다소 다른 형태의 토너먼트를 개최하기로 했다.

여기까지 말한 스펜서 공작은 옆을 돌아보았고, 신기할 정도로 존재감을 지우고 있던 사내가 단상에 나서 예를 표했다.

“모두 알고 있겠지. 세일룬 왕국의 자랑이자 우리 검문의 제일검인 빛의 검성 룬 프라우드다.”

제일검을 소개하는 스펜서 공작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고, 제일검을 바라보는 눈빛 역시 무척이나 따뜻해 흡사 친자식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다행히 룬이 협조해준 덕분에 부상을 방지함과 동시에 이 자리에 모인 유망주들 모두를 위한 토너먼트를 열 수 있게 되었다. 룬, 나머지는 네가 설명하도록.”

“예, 공작 각하.”

정중히 예를 표한 제일검은 앞으로 나섰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토너먼트는 나와의 대련이다. 물론 날 이기라는 건 아니다. 그건 솔직히 좀 무리일테니까. 그런 걸로 대회를 열면 그건 그냥 사기극에 가깝겠지.”

제일검이 제법 익살맞게 말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제일검의 농담이 웃기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제일검과 대련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유망주들이 흥분했기 때문이다.

제일검.

검문에서 가장 강한 자.

이십대 후반의 나이에 검성의 칭호를 얻은 젊은 천재.

그와 검을 맞댄다.

그의 검을 코앞에서 견식 한다.

애당초 십검호를 부모로 둔 루카스나 유더가 아닌 한 십검호 수준의 검사와 검을 맞대는 일 조차 요원한 것이 전국의 유망주들이었다.

그런데 빛의 검성인 제일검과 검을 맞댈 수 있다니.

피가 끓어오르는 것이 당연했다.

“규칙은 간단한다. 처음으로 내가 여섯 번째 수를 쓰게 한 유망주가 우승자다.”

여섯 수.

손가락 다섯 개를 활짝 펴보인 제일검은 다시 한 번 윙크했고, 이번 윙크의 목적지는 너무나 분명하였다.

유더 바이엘.

십검호 가운데 하나인 검장 바이엘 백작의 차남.

‘사실 너 때문이기도 하고 말이야.’

기존의 토너먼트 대신 지금과 같은 형태의 대련을 하게 된 이유.

무투회 때문만이 아니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너무 강해.’

다른 유망주들보다 너무 강하다.

이 자리에서 그나마 유더에게 비벼볼 수 있는 것은 루카스 하나뿐이지 않을까?

이 정도로 실력 차가 나면 다른 유망주들이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검의 연회는 유망주들을 위한 것.’

전국의 유망주들의 검투를 구경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들의 성장이 목적이었으니, 적자생존이란 식으로 아무렇게나 던져놓을 수 없었다.

“어때? 딱 다섯 수니 해볼 만 할 것 같지 않나?”

제일검이 다시 익살스럽게 묻자 유망주들은 눈을 빛내며 거친 숨을 토했다.

다들 잔뜩 흥분한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음, 마음에 들어. 그렇지 않습니까? 공작 각하?”

“그렇군. 무척 좋은 열기다.”

허허허 교육자다운 미소를 지은 스펜서 공작은 콘웰 경에게 눈짓했고, 콘웰 경이 손을 집어넣을 수 있는 상자 하나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지금부터 제일검과 대련할 순서를 정하도록 하겠다. 중앙의 유망주들부터 앞으로 나오도록.”

루시안을 비롯한 중앙의 유망주들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일어섰고, 연이어 남부, 북부의 순으로 쪽지를 뽑을 기회가 돌아왔다.

‘유더야, 유더야. 몇 번이야?’

‘21번.’

‘마지막이네?’

‘주인공다운 순서지.’

유더가 씩 웃으며 눈빛을 보내자 코델리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주인공다운 활약 보여주시는 거죠?’

‘그래야지요, 여주인공이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흥, 뭐래.’

흥흥거린 코델리아는 기분 좋게 옆을 돌아보았다.

어린애처럼 흥분한 얼굴로 쪽지를 들고 있는 루카스가 보였는데, 힐끔 쪽지를 보니 19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해보실까? 1번부터 앞으로 나와라!”

호쾌하게 외친 제일검은 이미 준비되어 있던 무대 위에 올랐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20미터에 육박하는 커다란 무대였는데, 계단을 다섯 개 정도 밟고 올라가야 할 정도로 높이가 높았다.

“얌전빼지 않아도 된다. 선만 넘지 말도록.”

스펜서 공작의 말에 유망주들은 바로 알아듣지 못 해 눈을 깜박였고, 콘웰 경은 웃으며 무대 주위에 그어진 선을 가리켰다.

즉, 서서 구경해도 된다는 소리였다.

“그, 그럼.”

“저도 그럼.”

“우리도 가죠.”

이러나저러나 기본적으로 귀족 자제들이 대부분인 유망주들인 터라 제법 얌전들을 떨었지만, 그래도 결국 사람은 사람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선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들이 이래저래 귀여웠다.

“관중석도 조금 높으면 좋겠는데.”

코델리아가 까치발을 세워가며 말하자 유더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 공주님, 목마 태워줄까요?”

“야, 나 치마 입었거든?”

아니, 그 전에 여기서 무슨 목마란 말인가. 사람들이 다 쳐다 보겠구만.

때와 장소를 가리라는 듯 끌끌끌 혀를 찬 코델리아는 다시 무대를 돌아보았고, 유더는 피식 웃은 뒤 똑같이 시선을 돌렸다.

“자, 시작하자.”

무대 정 가운데 선 제일검이 두 팔을 늘어트린 채 가볍게 말하자 1번 쪽지를 뽑은 남부의 유망주 청년이 두 눈을 꽉 감은 채 숨을 골랐다.

평생에 몇 번 없을 기회를 허투루 낭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평정심을 되찾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선보인다.

제일검은 그런 유망주를 기특하게 여겼다. 충분히 기다려주었고, 마침내 유망주가 검을 뽑고 달려들었을 때 그를 빛의 검성이라 불리게 해준 쾌검을 선보였다.

츠카하-!

검이 검을 미끄러트렸다.

남부의 유망주가 전력을 다해 휘두른 검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밖으로 흘러버렸다.

“검을 휘두를 때 힘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았다. 다시.”

제일검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하자 남부의 유망주는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고, 그건 무대 밖에서 구경하던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말.

거기에 이어진 다시라는 선언.

‘지도 대련!’

제일검은 여섯 번째 수를 쓰게 한 자가 우승이라 했다.

즉, 다섯 번째 수까지는 상대를 해주겠다는 뜻이었다.

“좀 화려한 기술도 괜찮다. 평소에 잘 안되서 고민이 많은 기술도 좋고.”

제일검의 이어진 말은 쐐기와도 같았다.

남부의 유망주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 되더니 이내 무척이나 감격한 얼굴로 검을 고쳐 잡았다.

존경과 감사와 아무튼 온갖 좋은 감정을 담아 제일검을 보았고, 제일검은 미소로 답해주었다.

“와라.”

“예!”

반사적으로 우렁차게 답한 남부의 유망주가 다시 한 번 제일검에게 돌진했고, 제일검은 이번에도 너무나 간단히 유망주의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그렇게 네 번.

그리고 이어진 다섯 번의 조언.

마지막 다섯 번째 교환으로 검을 놓친 남부의 유망주였지만 그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쁘지 않은 솜씨였다. 다음에 만날 때는 좀 더 발전해 있겠지?”

“예!”

“그래, 기대하마.”

다른 누구도 아닌 제일검의 말이었다.

마치 동경하던 스포츠 선수와 함께 플레이를 한 소년 같은 얼굴이 된 유망주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무대를 내려왔고, 2번 쪽지를 뽑은 북부의 유망주- 레이첼 블룸이 벼락처럼 무대 위에 올라갔다.

“흠, 1번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2번 친구가 더 마음에 드는군. 미인은 세상의 보물인 법이지.”

제일검의 농담에 레이첼은 뺨을 붉혔지만 티가 나지 않았다.

이미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빨갛게 변한 그녀의 얼굴이었으니 말이다.

“가겠습니다.”

“얼마든지.”

그리고 다시 다섯 수가 지났다.

레이첼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무대를 내려섰고, 연이어 유망주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과연 성왕십자검인가. 흐레스벨그 백작님의 검기를 잘 이어받았구나. 다섯 수로는 부족할 뻔 했다.”

루카스의 목에 검을 겨눈 채 제일검이 말했고, 괜한 말이 아니었다.

설렁설렁 상대해도 좋았던 앞의 유망주들과 달리 루카스를 상대할 때는 제일검조차도 제법 진심을 내야 했으니 말이다.

“과찬에··· 감사드립니다.”

루카스의 표정 역시 앞의 유망주들과는 달랐다.

제일검과 검을 맞대었다는 기쁨보다는 다른 감정이, 여섯 번째 수를 이끌어내지 못 했다는 아쉬움과 분함이 두 눈에 묻어났다.

“좋구나.”

그리고 그 점이 제일검을 더욱 기쁘게 하였다.

루카스의 향상심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

20번째 유망주.

중앙의 유망주였던 소년은 이전의 유망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로 다섯 수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되었다.

느긋한 얼굴로 구경하던 콘웰 경의 두 눈에 기대의 빛이 어렸고, 스펜서 공작 역시 눈매를 날카로이 하였다.

“유더 바이엘.”

검장 바이엘 백작의 차남.

차기 십검호라 불리는 게일 바이엘의 동생.

유더가 무대 위에 오르자 루시안과의 대련을 목격했던 유망주들 모두가 마른 침을 삼켰다.

루카스 또한 만감이 섞인 얼굴로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가운데 오직 루카스와 코델리아만 알고 있는 사실 때문이었다.

‘란디우스님의 제자.’

철인 란디우스.

어쩌면 플레이아데스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들 가운데서 최강일지 모를 남자.

유더는 그런 란디우스의 하나뿐인 제자였다.

아니, 란디우스의 제자이기 이전에도 이미 엄청난 기량을 선보인 기린아였다.

‘천무지체.’

하늘이 내린 무의 화신.

루카스는 유더가 제일검의 여섯 번째 수를 끌어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보고 싶지 않았다. 아직 마음속에 조금은 남아 있는 치졸한 질투심 때문이었다.

‘아니, 그런 것도 아닌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더 강했으니까.

자신의 호적수가 멀리멀리 나아가는 모습을, 그래서 더욱 쫓아가고 싶게끔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으니까.

마음을 다잡은 루카스는 주먹을 꽉 쥔 채 유더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코델리아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유더가 이기게 해주세요!’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1등 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제일검.

애당초 이런 형식의 토너먼트를 제안한 장본인.

“때가 되었군.”

자신 앞에 선 유더를 보며 제일검은 미소지었다.

무척이나 장난스러운,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오싹한 느낌이 드는.

‘설마?’

유더가 흠칫한 바로 그 순간 제일검이 움직였다.

지금까지와 달리 검을 뽑아든 채 검식을 취했다.

검문의 수많은 검식들 가운데서도 최속을 자랑하는 빛의 검식.

제일검에게 빛의 검성이란 이름을 갖게 해준 최속의 쾌검.

“너는 좀 특별대우해도 되겠지?”

제일검이 말했고, 그 순간 무대 주위의 모두가 열광했다.

제일검의 목소리를 들어서가 아니었다.

제일검이 검식을 취했다는 사실과, 제일검이 검식을 취하게 한 유더에 대한 열광이었다.

‘씨발.’

유더가 속으로 말했고, 무대 아래에 있던 코델리아도 그러했다.

‘제일검 나쁜놈!’

치사해!

하지만 유더와 코델리아의 항의 따위 들리지도 않는 제일검이었다. 설사 들렸다 한들 무시했겠지만 말이다.

“자, 와라.”

어디 한 번 네 실력을 보여봐라.

제일검의 도발적인 눈빛에 유더는 숨을 한 번 크게 골랐다. 그대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코델리아를 보았고, 눈빛으로 물었다.

‘코델리아야. 확 저질러 버릴까?’

유더의 물음에 코델리아는 눈을 깜박이더니 이내 씩하고 웃었다. 주먹을 허공에 휘두르며 답해주었다.

‘보여줘.’

우리 집 유더가 얼마나 강한지.

천하의 란디우스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게 한 천무지체가 무엇인지.

이기는 것은 무리였다.

제일검을, 검성의 이름을 가진 그를 지금의 유더가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단순히 여섯 번째 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면.

다섯 수 안에 패하지 않는 것이라면.

유더가 숨을 골랐다.

구천구문의 구결을 외웠고, 새로이 개발된 중단전을 자극하였다.

생명의 신전에서 새로운 경지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전력.

구극태양신공이 반응했다.

칠흑의 기운이 유더의 전신에서 피어올랐고, 동시에 구천구문의 문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

일문.

이문.

삼문.

사문.

그리고.

‘오문.’

다섯 번째 문.

앞의 사문과는 완전히 다른 경지에 도달하게 하는 그것!

쾅!

기운이 폭발했다.

순간적으로 대기뿐만 아니라 무대가 요동쳤고, 지켜보던 이들 모두가 갑작스러운 힘의 개방에 놀라 당황했다.

제일검도 다르지 않았다.

여유가 넘치던 그의 눈에 당혹이 번졌다.

그리고 직후.

모두가 아직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 한 그때.

유더가 지면을 박찼다.

검은 질풍이 되어 제일검을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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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0장 - 제일검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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