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165화 (165/473)

< 제60장 - 제일검 #4 >

&

‘승리조건을 명심해라.’

알렉세이는 늘 그렇게 말했다.

죽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전장에 따라 이기기 위한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

‘승리조건에 맞는 전술을 세워라.’

승리조건에 따라 싸우는 방법 자체가 달라질 수 있으니.

알렉세이는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좋은 스승이었고, 전생이나 현생이나 유더는 그를 스승으로 존중했다.

때문에 그가 입에 달고 살았던 그 말 역시 허투루 듣지 않았다.

운 좋게 몸 성히 은퇴할 수 있었던 그날까지도, 게임에 빠져들어 한량 짓을 하던 때에도.

유더는 언제나 승리조건을 잊지 않았다.

그에 맞는 전술을 수립하였다.

쾅!

오문의 여파로 대기가 뒤흔들렸다.

굉음 속에서 황금빛 선풍이 일었고, 유더는 검은질풍이 되어 제일검을 향해 돌진했다.

‘여섯 번째 수를 이끌어낸다.’

승리조건.

때문에 모든 전술 역시 이에 맞게 수립되어야 한다.

‘관찰.’

운이 좋게도 마지막에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덕분에 유더는 스무 번이나 되는 케이스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언제나 패턴은 같다.’

세 번째까지는 가르침의 수를 두다가 네 번째 수로 공격을 무위로 돌린 뒤 다섯 번째 수로 항복을 받아낸다.

때문에 최초의 계획은 세 번째 수까지는 설렁설렁 지도를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일검이 빛의 검식을 취한 순간 상황이 바뀌었다.

때문에 유더는 만약을 대비해 준비해두었던 플랜 B를 꺼내들었다.

‘몰아친다.’

제일검의 성격상 검식을 바꾸었다 하여 시작부터 공격을 들어올 가능성은 낮았다.

이러나저러나 그는 유더 자신을 유망주로 대할 터이니 말이다.

그러니 밀어붙인다.

제일검이 방어에 수를 소모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는 하나.

‘의외성.’

이러나저러나 제일검은 유더 자신을 검사로 생각할 터였다.

앞에 나섰던 스무 명의 유망주들은 모두 제일검과의 대련을 성장의 기회로 삼기 위해 제대로 된 검식들을 펼쳤다.

날카롭고, 정교하며, 아름다운 검의 춤.

그러니 유더 자신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둔탁하고, 조잡하며, 거친- 그렇기에 무지막지한 폭풍으로!

‘흑룡십자격!’

돌진과 동시에 양 주먹을 앞으로 내찌르며 흑룡의 기운을 발산했다.

원거리 타격.

동시에 선이 아닌 면에 해당하는 공격!

‘여기에!’

“연환!”

생각과 동시에 외쳤다. 내찌른 주먹을 당기며 흑룡의 기운을 조종했다. 포효하며 뻗어가던 흑룡의 기운들이 서로 엇갈리며 강대한 힘의 폭발을 일으켰다.

쾅! 쾅! 쾅!

폭발음이 연속해서 들렸다. 거칠게 몸을 비트는 흑룡의 기운들이 바닥을 파헤치고 대기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폭발의 한 가운데서 제일검의 검이 빛을 발했고, 그 순간 선이 면을 갈랐다.

츠확-!

빛의 검.

눈부시게 빠른 쾌검이 폭발을 갈랐다. 굉음을 갈랐고, 충격의 여파까지도 갈라 제일검에게 닿지 못 하게 하였다.

그리고 제일검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망주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강력한 폭발과 그 폭발을 무위로 돌린 제일검의 화려함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때문에 오직 두 사람만이, 코델리아와 루카스만이 제일검과 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머리.’

상공.

전생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초인이기에 택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

제일검의 눈에 유더가 보였다.

흑룡십자격 연환이 일으킨 폭발은 공격인 동시에 다음 수를 위한 밑거름이었다.

검은 폭발로 마치 연막탄을 터트린 것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 유더는 굉음과 충격으로 모두의 시선을 지상에 붙잡아 두었다. 그리고 동시에 지면을 박차 솟구쳐 올랐다.

‘마술사처럼.’

알렉세이의 가르침대로.

‘흑룡십자각!’

하늘에서 땅으로.

마치 제일검의 머리를 찍어차듯 유더가 허공을 내려찼다.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흑룡의 기운이 지상을 향해 수직으로 펼쳐졌다.

크허헝!

굉음이 마치 용의 포효와 같았다. 제일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그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빛의 궤적이 이번에도 단번에 흑룡의 기운을 갈라버렸다.

쾅! 쾅!

둘로 나뉜 흑룡의 기운이 지면을 파헤쳤다. 돌로 된 무대의 파편이 허공으로 튀었고, 그때 이미 유더는 지상에 안착해 있었다. 거의 지면에 달라붙듯이 자세를 바짝 낮춘 유더는 그대로 제일검의 배후를 노리며 도약했고, 제일검이 그 순간 돌아서서 유더를 보았다. 찰나였지만 유더는 눈빛을 통해 제일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아무리 너라도.’

흑룡십자격 연환에서 흑룡십자각까지.

너무 빠른 시간 안에 연속해서 강력한 기술을 사용했다.

유더가 사용하는 기술들에 대해 잘 알지 못 하는 제일검이었지만 그렇다해도 경지에 오른 자답게 알 수 있었다.

이제 딜레이가 생겨야 한다.

기술과 기술 사이의 쿨타임이 생겨야만 한다.

제일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그는 유더를 루카스보다 두 수 쯤 위의 검사로 생각했고, 설사 루카스보다 두 수 쯤 위의 검사라 해도 세 번째 기술을 바로 펼치는 것은 무리여야만 했다.

하지만 유더는 할 수 있었다.

제일검이 알지 못 하는 것들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중단전!’

하단전의 기운은 모두 소모했다. 하지만 아직 중단전의 힘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유더에게는 중단전의 힘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무공 또한 존재했다.

쾅!

왼발로 지면을 찍었다. 하체를 무겁게 하였고, 동시에 움켜쥔 주먹으로 허공을 강타했다.

그리고 발하는 것.

그것은 태양의 힘.

검고 검지만 강대하기 짝이 없는 검은태양의 기운!

“굉천! 폭렬!”

포효하며 힘을 터트렸다.

검은태양의 힘이 작렬하며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순간이지만 모두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그리고 폭발.

그리고 굉음!

츠콰학!

허나 빛은 강건하였다.

다시 한 번 섬광이 폭발과 굉음과 충격을 갈랐다.

그리고 제일검은 느꼈다.

순간적으로 시력을 상실했지만 초인적인 감각으로 인지했다.

유더가 위치한 장소.

유더의 호흡.

유더가 펼치려는 네 번째 수.

제일검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

느꼈기 때문이었다.

유더가 검 위에 손을 올리는 것을.

드디어 검을 뽑아들고자 함을.

“하하!”

아예 시원한 웃음까지 터트린 제일검은 눈을 떴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을 만끽하며 유더를 보았다. 코델리아가 억지로 눈을 떠 흐릿한 시야로나마 보았고, 루카스 역시 유더와 제일검을 시야에 담았다.

뒤늦게 눈을 뜬 콘웰 경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 하였다.

‘검을!’

드디어 검을.

검 없이도 그렇게 강했던 유더가 검을 사용한 기술을!

찰나.

짧은 시간.

하지만 제일검은 가속된 사고 속에서 소리쳤다.

유더를 보며 마음 속으로 외쳤다.

‘보여 봐라.’

너의 기량을.

너의 검을!

촤락!

유더가 동방무사의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제일검은 당황했다. 유더가 대뜸 오문을 열고 돌진했을 때 이상으로 놀라 저도 모르게 반응하고 말았다.

캉!

맑은 소리와 함께 동방무사의 검이 튕겨져 나갔다.

코델리아는 웃었고, 루카스는 눈을 크게 떴다.

유더는 검술을 펼치지 않았다.

동방무사의 검을 뽑는 것과 동시에 제일검에게 던져버렸다. 그렇게 함으로써 제일검은 물론이고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의식까지도 순간이지만 훔치는데 성공했다.

‘의외성.’

고조시킨다.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모든 기대를 시궁창에 처박아 버린다.

‘바람처럼 가볍게.’

소리도 없이, 기척도 없이.

동방무사의 검이 제일검의 본능적인 방어에 튕겨져 나간 그때, 네 번째 수를 써버리게 만든 그때.

유더는 바람이 되었다.

지금까지 돌진할 때마다 일으켰던 굉음마저도 이용했다.

계속해서 같은 패턴을 보이다 다른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아주 조금이나 제일검의 주의를 돌리고자 하였다.

츠화-!

유더가 제일검의 배후를 점했다.

여기서 파고드는 대신 다시 한 번 공격을 가한다면 다섯 번째 수를 끌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제일검은 여섯 번째 수를 둬야만 했다.

즉, 유더 자신의 승리인 셈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다시 한 번 흑룡의 기운을 방출하려 한 그때!

“어림없지.”

제일검의 목소리가 들렸다.

실제로는 너무나 짧은 순간이기에 네 글자를 토할 시간조차 없었지만, 제일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유더는 들었다.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틀리지 않았다. 제일검이 돌아섰다. 유더보다 빠르게 일수를 펼쳤다.

그것은 공격을 위한 수.

방어가 아닌, 이번 한 수도 끝내기 위한 제일검의 공격!

“미안하다.”

많이 아플 거다.

그래도 죽지는 않을 거야.

빛의 검성.

눈부시게 빠른 그의 쾌검!

츠확!

빛이 펼쳐졌다.

날카로운 섬광이 시간과 공간을 베며 돌진했다.

유더는 직감했다.

제일검이 다섯 번째 수를 펼치는 순간 이미 알 수 있었다.

피할 수 없다.

바람은 결코 빛을 앞설 수 없다.

그러니 베인다.

빛에 바람이 갈라지고 만다.

하지만 바람이 아니라면.

바람보다 더 빠른 것이라면.

소리를 앞서는 그것.

천지를 뒤흔드는 뇌성보다 빠르게 번지고 퍼지는 그것이라면!

쾅!

폭발했다.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구천구문이 힘이, 태양의 힘이, 그 모든 것이 한 번에 축약되었고, 폭발하여 무리를 가능케 했다.

아직은 미숙한 것.

완전하지 못 한 것.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

‘코델리아가 바라니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기고 싶으니까.’

콰과광!

벼락이 쳤다.

검 끝에서 일어난 빛은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번개가 일섬을 뛰어넘었다. 제일검의 공격을 무위로 돌려버렸다.

그 순간 코델리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르듯 가슴을 움켜쥐며 환희했다.

코델리아는 알고 있었으니까.

지금 유더가 펼친 것이 무엇인지.

저 기술이 유더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유더어어어!”

코델리아의 외침에 호응하듯, 번개는 계속되었다. 제일검의 검을 회피하는데 그치지 않고 유더와 제일검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좁혀버렸다.

신뢰십이보迅雷十二步.

첫 번째 발걸음.

바람을 앞서는 그것은 초풍신뢰超風迅雷.

뇌기 어린 유더의 진격에 제일검은 진심으로 놀랐다. 그렇기에 그 또한 발을 놀렸다. 자신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힌 유더와 재차 거리를 벌렸고,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공격.

더욱이 이제까지와 달리, 단순히 휘두르는 것에 그치지 않는 진짜 공세.

‘막아봐라.’

조금이지만 진심을 담았다.

검문의 제일검으로서 일수를 펼쳤다.

빛의 검식.

광익천상.

본래라면 직접 검과 함께 나아가는 돌진기.

하지만 제일검은 오직 기운만을 내보냈다.

거대한 빛의 새가- 강대한 빛의 기운이 유더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유더는 마치 예측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거의 동시에 기술을 펼쳤다.

검은태양으로부터 비롯된 기운 전부를 거의 쏟아내듯 방출했다.

마음속으로나마 울부짖듯 외쳤다.

‘울어라! 칠흑의 용이여!’

흑룡파천세!

육성으로 내었다면 코델리아가 수치사 했을지도 모를 대사였지만, 설사 외쳤다한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을 터였다.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이 너무나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크허헝!

흑룡과 빛의 새가 정면에서 충돌했다.

어마어마한 힘이 작렬하였고, 빛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자욱이 인 흙먼지가 무대 위의 모든 것을 가려버렸다.

“미친.”

콘웰 경은 저도 모르게 말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망주들 역시 비슷한 말을 입에 담았다.

유더가 강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나보다 강하다.’

저 무대 위에 선 것이 제일검이 아닌 콘웰 자신이었다면 유더와 거리를 벌릴 수 있었을까?

유더가 연속해서 펼친 기술들을 모두 막아낼 수 있었을까?

더욱이 놀라운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무슨, 무슨 놈의 내력이.’

이제 겨우 열일곱 살이었다.

그런데 저 무지막지한 내력은 무엇인가.

영약을 무슨 밥처럼 처먹기라도 했단 말인가?

콘웰 경은 경탄에 경탄을 거듭했고, 루카스 역시 벌린 입을 다물지 못 했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조금 달랐다.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 소리쳤다.

“유더!”

마지막 충돌.

아직 그 결과를 보지 못했다.

만약 유더가 다쳤다면.

유더가 제일검의 광익천상을 이겨내지 못 했다면.

코델리아의 머리칼이 검게 물들었다. 두 눈에 붉은 귀화가 피어올랐다.

격렬해진 감정이 마녀화를 유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제일검이 휘두른 검풍이 흙먼지를 걷어내었다.

덕분에 무대 위의 모습을- 아니, 무대였던 무언가 위에 자리한 두 사람을 목격한 이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흘렸다.

제일검도, 유더도 서 있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제일검은 옷이 조금 더러워졌을 뿐 멀쩡했다는 것이고, 유더는 피라도 토했는지 입과 가슴팍이 붉은데다가 옷 여기저기가 찢어지고 난리가 났다는 것이었다.

“크헉. 컥.”

유더가 다시 피를 토했다.

하지만 검은 피가 아닌 맑은 피였다.

“흐어.”

유더의 체내에 완전히 자리잡은 생명의 구 덕분이었다.

흑룡파천세와 광익천상의 충돌이 불러온 여파를 그대로 뒤집어 쓴데다가 무리한 힘의 운용으로 내상까지 입었으니,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피를 토하며 쓰러져 죽거나 빈사 상태에 빠졌어야 할 터였다.

하지만 유더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구천구문 오문은 유더를 초인으로 만들어주었고, 생명의 구는 유더에게 재생력을 부여해주었다.

“놀랍군.”

제일검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고, 유더는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그저 어깨만 늘어트렸다.

“유더어!”

코델리아였다.

단숨에 유더에게 달려간 그녀는 옷이 더러워지든 말든 유더를 일단 꽉 끌어안았고, 이내 다시 회복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야, 괜찮아? 어? 괜찮아?”

눈시울이 붉어진 코델리아의 물음에 유더는 잠시 눈을 깜박이더니 이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좀 많이 멋있었지?”

“멋지긴 개뿔! 얻어터져놓고는!”

“아니, 딱히 맞은 적은 없거든?”

그냥 여파 하나를 못 이겨내서 이 꼴이 되긴 했지만.

유더가 어깨를 으쓱이자 코델리아는 일단 유더의 가슴팍을 세게 한 번 때린 뒤 제일검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앙칼진 시선에 제일검은 말했다.

“더 세게 펼칠걸.”

광익천상을.

저도 모르게 흘린 그 말에 코델리아는 아예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를 달래듯 허리를 안으며 제일검을 보았다.

“흠흠, 아무튼 제가 이긴 거겠죠?”

제일검이 여섯 번째 수를 사용했으니까.

더욱이 유더 자신은 아직 서 있었다. 입이 찢어져도 멀쩡하다고는 못 할 상황이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지금의 유더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일곱 번째 수가 필요했다.

유더의 주장에 제일검은 쓰게 웃었고, 여러 가지 의미로 넋이 나가 있던 유망주들이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여전히 놀란 얼굴로 웅얼거릴 뿐, 누구 하나 제대로 된 말을 만들어내지 못 했다.

“괴물같은 놈. 어린 시절의 날 보는 거 같구나.”

제일검의 말에 유더는 어색하게 웃었고, 코델리아는 흥흥거렸다.

누굴 누구에게 대냐는 표정 같았다.

“어이어이, 보통은 대단한 영광이거든?”

다른 누구도 아닌 빛의 검성의 어린 시절과 비교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코델리아는 여전히 흥흥거릴 뿐이었고, 제일검은 결국 쓰게 웃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좋다. 여섯 번째 수를 쓰게 한 첫 번째 유망주는 유더 바이엘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빛의 검성 룬 프라우드의 이름으로 유더 바이엘의 우승을 선언하는 바이다.”

담담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그리 말했고, 그 순간 스펜서 공작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승자에게 축복을.”

“승자에게 축복을!”

따라 외친 다리안 왕녀는 활짝 웃으며 열렬히 박수를 쳤고, 콘웰 경을 비롯한 장미의 기사들이 뒤를 이었다. 유망주들 역시 루카스를 시작으로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흥흥흥.”

한껏 기분이 좋아진 코델리아의 흥흥거림에 마찬가지로 기분이 좋아진 유더는 손을 들어 올렸고, 모두가 환호하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머리를 움직여 코델리아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었다.

‘뭐, 뭐, 뭐야?’

깜짝 놀란 코델리아가 유더를 보았고, 유더는 무어라 말하는 대신 눈짓으로 모두를 가리키더니 이내 슬쩍 오른쪽 뺨을 내밀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

지금 유더가 요구하는 것.

“이, 이번만이야. 알았지?”

얼굴이 빨개진 코델리아가 영혼 없이 말했고,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벼운 입맞춤.

코델리아의 입술이 유더의 뺨에 닿은 순간 다리안 왕녀가 환호했고, 제일검은 썩은 표정을 지었으며, 루카스는 어쩐지 모르게 뿌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어느 정도 열기가 가라앉아 슬슬 유더와 코델리아가 무대였던 잔해에서 내려올 때가 되었을 때.

“그런데 말이야.”

제일검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유더와 코델리아를 붙잡았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제일검을 돌아보았고, 제일검은 팔짱을 낀 채 쓰게 웃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검사 아니지?”

“아뇨, 검사인데요?”

반사적으로 답한 유더는 땅에 떨어져 있던 동방무사의 검을 잘 챙겨든 뒤 제일검에게 예를 표했고, 코델리아 역시 치마를 살짝 들며 정중한 예를 표했다.

“그럼 내상 치료를 위해 잠시 물러가겠습니다.”

“상품은 유더 대신 제가 받을게요.”

하하호호 웃은 두 사람은 도망치듯 무대를 내려가자 제일검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재미있네.”

재미있어.

확실히 이 정도면 왕도에 남을 이유가 될 것 같기도 하네.

“환상의··· 커플인가.”

유망주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는 유더와 코델리아의 뒷모습을 한 차례 더 바라본 제일검은 가볍게 손을 털었다.

어쩐지 모르게 시린 옆구리를 애써 무시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 제60장 - 제일검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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