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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167화 (167/473)

< 제61장 - 입궁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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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세일룬 국왕 헨리 2세에게는 자식이 많았다.

당장 왕비만 하여도 셋이나 되었는데, 여기에 후궁이 다시 일곱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식으로 왕위를 잇는 것은 왕비 소생의 자식들뿐이었고, 그 중에서도 계승 서열이 가장 높은 것은 1왕비의 아이들이었다.

‘왕위계승서열 1위.’

당대 국왕의 직계 자손은 국왕의 형제들보다 계승 서열이 높았다.

세일룬 왕국에서는 작위를 계승함에 있어 남녀를 구분 짓는 일 역시 없었으니, 1왕비의 장녀인 다프네 왕녀는 자연스럽게 태어나자마자 왕위계승서열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다프네 왕세녀.’

세일룬 왕국에서 귀족가 아이들이 한 사람의 성인으로 인정받는 것은 스무 살이 되었을 때부터였다.

평민들이 사실상 열다섯만 되어도 성인과 똑같이 대우받으며 일하는 것에 비하면 무척 늦은 시기였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귀족은 평민과 다르다.’

그러니 더 많은 책임을 져야했고,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야 했다.

물론 설렁설렁 그냥 나이만 채우고 성인이 되는 자들 역시 많았지만, 제대로 된 귀족이라면, 그것도 장자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정말 귀족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으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다프네 왕녀.’

정확히는 왕세녀.

그녀는 문무 양쪽으로 모두 뛰어난, 소위 말하는 만능초인에 가까운 여인이었다.

물론 그렇게 된 것에는 타고난 재능 역시 크게 작용을 하였겠지만, 사실 그녀는 천재라기보다는 노력하는 수재에 가까웠다.

‘다음 왕은 왕세녀님이세요.’

어린 시절부터 다프네 왕녀가 매일같이 들은 말이었다.

보통 이런 말을 들으면 ‘어차피 다음 왕은 나니까!’라며 늘어지거나 게으름을 피우기 마련인데, 다프네 왕녀는 달랐다.

성실한 성격의 그녀는 국왕에 어울리는 인물이 되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 누나에 그 동생이고.’

똑같이 1왕비 소생인 디온 왕자.

다프네 왕녀보다 두 살 어린 그는 미친 듯이 노력하는 누나를 보고 생각했다.

‘누나가 없어지면 내가 왕이 되어야 해. 그러니 나도 누나만큼 노력해야 해!’

‘누나만 없으면 내가 다음 왕이니 누나를 제거해야 해!’가 아니었다.

누나가 없어졌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였고, 그 와중에 누나의 엄청난 노력을 알게 된 디온 왕자는 다프네 왕녀를 거의 숭배하다시피 하게 되었다.

‘나는 2인자니까. 누나를 완벽하게 보조하겠어!’

그래서 디온 왕자는 마법에 손을 대었다.

제왕학과 정치, 검술, 외국어 등등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다프네 왕녀가 손대지 않은 영역은 오직 마법 하나뿐이었으니 말이다.

다프네 왕녀는 이런 디온 왕자의 노력을 무척이나 기특히- 아니, 귀엽게 여겼다.

누이를 숭배하는 동생과 그런 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누이.

더욱이 왕위계승권 서열 1위와 2위였으니, 세일룬 왕국에서는 왕위 계승과 관련한 문제가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리안 왕녀도 다프네 왕녀나 디온 왕자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던 거고.’

다프네 왕녀의 자리가 너무나 확고하니 2왕비 소생인 다리안 왕녀는 계승권을 위협하는 경쟁자가 아닌, 그저 귀엽고 예쁜 동생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다리안 왕녀는 다프네 왕녀와 디온 왕자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었고, 디온 왕자만큼은 아니지만 다프네 왕녀의 충실한 추종자가 되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언니의 다과회는 몇 달만이라 막 두근두근 거려요.”

다리안 왕녀가 방긋방긋 웃었고, 귀족파의 거두이지만 온건파인 스펜서 공작 역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정작 유더와 코델리아는 기쁜 와중에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

‘원작에서의 운명.’

원작에서 호국공이 실행한 왕족 절멸 계획은 성공한다.

눈앞의 다리안 왕녀는 물론이고 다프네 왕녀와 디온 왕세자, 원작에서 이름이 제대로 언급되지 않은 후궁의 자식들까지.

사실상 당대 국왕의 피가 이어진 자식들은 모조리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그 중에서도 다프네 왕녀와 디온 왕자의 죽음은 처절했다.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또 싸운 두 사람의 시신은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고, 강력한 저항에 분노한 악마추종자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긴 뒤 거리에 버려져 떠돌이 개들의 먹이가 되었다.

‘이번엔 다를 거야.’

선한 이에게 행복한 결말을.

케케묵은 권선징악이라 해도 좋았다.

선한 이가 복을 받고, 악한 이가 벌을 받는 것은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보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작게 웃었다.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착해.’

‘속이 까매도 우리 집 유더가 나쁜 애는 아니지.’

다시 미소 지은 두 사람은 정면을 보았고, 잔뜩 흥분한 다리안 왕녀와의 담소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제법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슬슬 마무리를 지을 때가 다가왔다.

다리안 왕녀는 둘째치고 이제 막 병석에서 일어난 스펜서 공작에게는 이래저래 소화해야 하는 일정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그럼, 검의 연회를 마저 즐기도록. 왕국에서 만날 날도 기대하도록 하지.”

“여러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유더와 코델리아가 차례로 예를 표하자 스펜서 공작은 이 자리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다리안 왕녀에게 예를 표하는 것으로 자리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다시 십여 분 후.

겨우 저택 본관을 나오게 된 코델리아는 기지개를 펴고 싶은 스스로를 억누르기 위해 끙끙 앓는 소리를 내었다.

아직 별관까지의 안내를 맡은 스펜서 공작가의 사용인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빨리 들어가서 기지개 펴고 싶어. 옷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답답한 마음에 메시지 마법까지 써서 푸념을 늘어놓자 유더는 아주 작게지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게. 야생의 땅이었으면 그냥 내가 업은 다음에 휙 하고 숙소로 돌아갔을 텐데.]

[으··· 불편해. 검의 연회는 내일까지지?]

[어, 내일은 이것저것 좀 자유롭게 유망주들끼리 노는 자리라는 모양이야.]

[하아··· 귀찮아. 그냥 유더 뒤에 숨어서 앉아있다 와야지.]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는 코델리아였지만, 아무래도 검사들만 모인 검의 연회다보니 마법사인 코델리아는 물에 뜬 기름처럼 겉돌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오늘도 소득이 제법 있었어.]

[스펜서 공작 좋은 사람 같아. 씀씀이도 크고. 우훙훙. 우리 이제 부자다, 부자.]

[확실히··· 스케일이 다르다는 걸 느꼈으니까.]

바이엘 백작가의 1년 수입이 막 대단한 수준인 것은 아니었다. 북부12가문의 말석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백작가였고, 북부12가문이었다.

그런 바이엘 백작가의 1년 수입과 비등한 금액을 쾌척하다니, 과연 스펜서 공작. 세일룬 왕국 굴지의 재력가다운 씀씀이였다.

[그리고 우리 작위 이야기도 있었잖아? 일단 기사 작위는 확정이랬지?]

[어, 이번 달만 지나면 코델리아 경과 유더 경이 되는 거야.]

[남작 위도 받고 싶다······ 스펜서 공작 할아버지가 힘써주신다고 했으니 받을 수 있겠지?]

[아마도?]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인 유더는 다시 정면을 보았다. 어느새 별관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미 해가 지기 시작한 시간이라 별관 주위는 무척이나 고요했다.

아마 별관에서 묵는 유망주 대부분이 자기 방에 있거나 응접실 같은 곳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랬기에 느낄 수 있었다.

돌연 느껴진 찌르는 것 같은 시선을 말이다.

[아, 제발. 좀 쉬나 했더니.]

똑같이 시선을 느낀 코델리아가 푸념처럼 메시지 마법을 보냈고, 유더 역시 쓰게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저만치 나무 아래.

웃으며 서 있는 검푸른 머리칼의 청년이 하나.

[그래도 만나야겠지? 친해져야 하니까?]

[친해져야 하니까. 나 혼자 만날까?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을래?]

[아니, 같이 만나자. 어쩐지 방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누구처럼 능글맞기도 하고.]

거기까지 말한 코델리아는 메시지 마법을 끊은 뒤 새삼 자세를 정돈하였고, 유더는 사용인을 보낸 뒤 나무 아래 서서 이쪽을 기다리는 청년을 향해 완전히 돌아섰다.

“제일검 님.”

“기다리고 있었다고? 좀 걷지 않겠어?”

제일검의 목소리가 마치 메시지 마법처럼 유더와 코델리아의 귀에 꽂히듯 들어왔다.

‘전음이네.’

‘너도 할 수 있어?’

‘어, 이제 가능할걸?’

짧은 눈빛을 나눈 유더와 코델리아는 더 질질 끌지 않고 제일검을 향해 걸어갔다.

“일부러 기다려주신 겁니까?”

“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거든. 잠깐 이야기 나눠도 되는 거지?”

제일검의 물음에 유더와 코델리아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고, 제일검은 다시 낮게 웃었다.

“사내놈들끼리 칙칙한 대화가 될 뻔 했는데 코델리아 양이 함께해서 다행이군.”

“저도 제일검 님의 이야기에는 흥미가 있어서요.”

코델리아가 다부지게 답하자 제일검은 새삼 작게 웃더니 이내 빙글 돌아서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이야기하자고. 질질 끄는 건 성미가 아니라서 말이야.”

제일검은 저만치 보이는 정원의 벤치를 향해 걸으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오늘 좀 많이 놀랐단 말이지. 설마 진짜로 여섯 번째 수를 쓰게 될 줄은 몰랐거든.”

제일검이 자연스럽게 꺼낸 말에 유더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코델리아는 아니었다.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진짜야!’

제일검은 유더를 제외한 유망주 전원을 다섯 수 안에 제압했다.

네 번째까지는 지도를 하다가 다섯 번째 수로 승리를 따낸다.

즉, 다섯 번째 수는 제법 진심에 가까운 수를 썼다는 이야기가 되었다.

‘거기다,’

유더를 상대할 때는 아예 검식을 바꾸기까지 했다.

절대로 여섯 번째 수는 내줄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이거 아예 우승자 뽑을 생각이 없었던 거 아냐?’

설마 우승자는 없으니 이 검은 내가 갖겠다! 같은 소리를 하고 싶었던 걸까?

코델리아가 의심에 찬 눈으로 제일검을 바라보자 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뭔가 굉장한 오해를 사고 있는 것 같아서 직접 말하자면, 전부 다섯 수로 끝낼 생각이기는 했단 말이지.”

혹시가 역시였다.

코델리아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하지만 제일검 님, 그럼 우승자가 없잖아요.”

“아니, 우승자야 내가 정하면 그만이니까. 똑같이 다섯 수를 써야했지만 이 친구가 제일 잘했다. 내 생각에는 이 친구가 우승자다.”

그리 말하며 유더의 어깨를 두드린 걸 보면 애당초 유더를 우승자로 점찍은 모양이었다.

“이 친구 상대로는 검식까지 바꿨으니··· 설사 다섯 수로 끝났어도 누구 하나 이견을 달지 않았겠지. 안 그래?”

마지막 물음은 유더에게 던진 것이었고, 유더는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뒤 코델리아에게 말했다.

“그리고··· 애당초 제일검 님이 일부러 지실 수도 없으니까. 억지로 여섯 번째 수를 쓰시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고.”

“우웅··· 그렇긴 하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기는 했다.

“그래도 뭐, 내가 좀 너무하긴 했지. 특히 여섯 번째 수는.”

제일검이 펼친 여섯 번째 수.

광익천상.

본래 돌진기인 것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기파만 날려 보냈다고는 하나 십검호- 그 중에서도 검성이라 불리는 자의 기술이었다.

유더가 아닌 다른 이였다면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혹시 그 일이 마음에 걸리셔서······.”

“어, 맞아. 좀 걸리더라고. 약간 쪽팔리기도 하고.”

사실 여섯 번째 수는 필요하지 않은 수였다.

다섯 수로도 유더를 제압하지 못 하였으니, 어차피 우승자는 유더였으니 말이다.

거기서 굳이 광익천상을 사용한 것은 제일검 스스로가 달아올랐기 때문이었는데, 이는 곧 제일검이 스스로를 제어하는데 실패했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도 아마··· 똑같은 상황이 오면 또 광익천상을 쓰겠지. 이번에는 아예 돌진기로다가.”

“···절 죽이시려고요?”

“그럴 리가. 그저 엄청난 유망주의 등장에 달아올라서겠지.”

장난스럽게 웃은 제일검은 그대로 숨을 길게 토하더니 자세를 바로했다. 그리고 다시 유더에게 물었다.

“낮에도 물었던 거의 확장형인데··· 너, 설마 란디우스 님의 제자냐?”

제일검의 물음에 코델리아가 눈을 크게 떴다.

“란디우스 님을 아세요?”

“검의 길을 걷는 이치고 란디우스 님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제일검이 오히려 되묻자 코델리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끼리끼리 논다고 하였으니, 십검호 쯤 되면 란디우스를 모르는 게 더 이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란디우스를 아는 것과 유더가 란디우스의 제자라 추정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했다.

코델리아가 놀란 것도 그것 때문이었고 말이다.

‘일단 유더는 란디우스처럼 근육쟁이가 아니잖아!’

물론 유더 몸에 근육이 없다는 건 아니었다.

그리스 조각상 뺨칠 정도로 훌륭한 몸을 가진 유더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더의 근육과 란디우스의 근육은 달랐다. 그것도 아주 많이.

‘유더 몸은 막 멋지고 예쁘고 그··· 아름답다? 뭐 그런데 란디우스 몸은 무서워.’

그야말로 솔직한 감상이었다.

란디우스의 몸은 정말 무서웠으니 말이다.

키는 2.3미터에 달했고, 팔뚝은 코델리아 자신의 허리보다도 두꺼웠다. 덩치는 과장 조금 보태서 거의 열 배쯤 되었으니, 무섭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얼굴 보니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근육 보고 알아차린 건 아냐. 검을 쓰지 않는데 검사라고 주장하는 걸 보고 팍하고 느낌이 온 거지.”

검을 쓰지 않는 검사.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

“아무튼 정황상 란디우스 님의 제자가 맞는 모양이구나.”

“예, 란디우스 님의 제자입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숨기는 것도 무의미했다.

더욱이 제일검을 어떻게든 아군으로 만들어야 하는 유더의 입장상, 그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그나마 다행이네. 여섯 번째 수를 쓰게 한 것이 저 철인 란디우스의 제자라. 이러면 좀 덜 쪽팔릴 것 같군.”

다시 장난스러운 얼굴이 된 제일검은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뒤 말을 이었다.

“본래는 이번 검의 연회도 참석할 예정이 아니었어. 콘웰 녀석이 널 한 번쯤 봐야한다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면 말이야. 보고 난 뒤에도 그냥 바로 검문에 돌아갈 예정이었지.”

제일검의 말에 코델리아는 마른 침을 삼켰다.

애당초 원작에서도 건국기념회 당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제일검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생각이 좀 바뀌었단 말이지. 아무래도 이번에는 건국기념회에 참석을 해야겠어.”

“저··· 때문입니까?”

“뭐··· 이것저것? 무투회에서 네가 어떻게 활약할지도 보고 싶고, 그쪽 아가씨 활약도 보고 싶거든. 다른 누구도 아닌 붉은폭풍 체이스 백작의 딸이자 최연소 단장 아델리아 체이스의 여동생이니 말이야.”

제일검의 말에 코델리아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폈다.

아버지와 언니 이야기에 자부심이 들어서였다.

“물론 제일 기대되는 건 무도회지만.”

제일검은 코델리아에게 찡긋 윙크했고, 코델리아는 입술을 움츠렸다.

유더는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얼굴이 되었고 말이다.

“기대하셔도 될 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을 보실 테니까요.”

‘야!’

코델리아는 순간 유더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싶었지만- 아니, 찼지만 재빠른 동작으로 공격을 피한 유더는 제일검을 주시한 채 말을 이었다.

“꼭 참가하셔야 합니다. 꼭.”

“크큭, 그래. 기대하도록 하지. 코델리아 양만이 아니라 너한테도 말이야.”

다시 찡긋 윙크한 제일검은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돌아서더니 인사차 손을 한 번 흔들고는 그대로 본관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뭐야, 저러고 그냥 가는 거야?”

“할 말은 다 한 셈이니까.”

나름 오늘 일에 대한 사과도 했고, 이번에는 건국 기념회에 참여할 거란 이야기도 했고.

“뭔가 마음에 들면서도 안 든단 말이지.”

“어찌되었든 잘 되지 않았어? 크게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원하는 바를 이룬 셈이잖아.”

“그렇긴 해.”

제일검이 건국 기념회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호국공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겠지.”

“제일검의 존재 자체가 압박이 된다는 거지?”

“어, 거기다 제일검이 아무리 귀족파에 속한다 해도··· 눈앞에서 왕족들이 죽어나가는 걸 방치할 성격은 아니니까. 아마 호국공에 맞서 싸우겠지.”

“후후후, 제일 큰 골칫덩이를 치운 셈이네?”

“좀 더 정밀한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하지만 큰 짐을 던 것은 사실이었다.

제일검을 건국 기념회에 나오게 할 방법을 모색하던 중이었는데, 그 문제가 절로 풀린 셈이었으니 말이다.

“흐아아··· 더 피곤해졌어.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어.”

“그래, 오늘은 돌아가서 푹 쉬자. 내일부터는 다시 빡세게 준비해야 하니까.”

“준비? 무슨 준비? 설마 다프네 왕녀의 다과회?”

“고작 사흘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더욱이 왕도에서 잘나가는 아가씨들은 다 모인 다과회잖아. 그러니 준비를 단단히 할 수밖에.”

어찌 보면 건국 기념 무도회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었다.

“후후후··· 보여주겠어. 우리 코델리아가 얼마나 천사같이 아름다운 소녀인지를······.”

유더가 음험한 미소를 보이자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한 코델리아가 유더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저기요, 지금 좀 많이 변태 같거든요?”

“샴푸와 린스 홍보도 해야 하잖아. 그래, 맞아. 오늘부터 제대로 관리를 들어가야 해. 코델리아 네 미모로 다프네 왕녀의 정신을 홀딱 빼놓는 거야.”

유더가 주먹을 불끈 쥐자 코델리아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다프네 왕녀도 여자거든?”

“그게 무슨 문제라도?”

유더가 고개를 갸웃하자 코델리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뒤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자꾸 날 꾸밀 생각만 하는데, 나도 너 꾸밀 거거든? 프린스 메이커 해볼 거거든?”

“얼마든지요. 서로 절차탁마하도록 합시다.”

싱긋 웃은 유더는 새삼 코델리아에게 손을 내밀었고, 코델리아는 반사적으로 그 손을 붙잡았다.

“그럼 일단 방까지 모시도록 하죠, 아름다운 레이디.”

정중히 말한 유더의 에스코트에 결국 다시 웃고만 코델리아는 어깨를 으쓱인 뒤 유더와 함께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 밤.

달과 별이 무척이나 밝은 밤하늘 아래.

코델리아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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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1장 - 입궁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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