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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170화 (170/473)

< 제62장 - 가지 않은 길 >

제62장 - 가지 않은 길

원작에서 거울의 궁전은 제법 인기 있는 던전이었다.

다른 길을 간 자기 자신과의 전투는 여러 가지로 생각할 여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 테크가 맞나? 다른 스킬 트리를 탔어야 하나? 이 직업보다는 다른 직업이 나았던 것은 아닐까?

츠화아!

미친 바람에 불꽃이 더해졌다. 강렬한 열풍이 석실 안을 가득 채웠고, 불의 소용돌이가 유더를 향해 밀려들었다.

강렬하고 빨랐다.

더욱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주변의 공기를 불태웠다. 때문에 유더는 이해했다.

거울의 남자- 마법사 유더의 목적은 불의 바람으로 유더를 직접 불태우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직접 맞추려는 것처럼 눈을 현속시킨 뒤 실제로는 주변 일대를 거대한 불의 소용돌이로 채워 유더의 질식사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교활해.’

아니, 악랄하다고 해야 할까.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하기 짝이 없는 전술에 찬사를 보낸 유더는 바로 황금빛 선풍을 일으켰다. 바람으로 바람을 밀어내었고, 불꽃의 벽을 넘어 마법사 유더에게 돌진했다.

츠콱!

불꽃의 벽이 갈라졌다. 유더의 눈동자에 마법사 유더가 비쳤고, 그 순간 이미 유더는 다시 지면을 박찼다. 마법사 유더와의 거리를 0으로 만듬과 동시에 일권을 내질렀다.

흑룡십자격!

크헝!

흑룡의 기운이 포효하며 뻗어나갔다. 그리고 예상대로의 일이 일어났다. 흑룡십자격에 강타당하기 직전 대기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마법사 유더가 사라졌다.

‘블링크!’

단거리 공간도약 마법.

예측하고 있던 유더이기에 대응도 빨랐다. 뒤로 돌아섬과 동시에 기감을 퍼트려 마법사 유더의 위치를 찾아냈다.

‘역시 뒤!’

블링크 사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약 위치는 상대방의 등 뒤였다.

단번에 배후를 점할 수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이곳은 제법 넓다고는 하나 결국 한정된 공간인 석실 안.

유더 자신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는 반대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빙고!”

마법사 유더가 외쳤고, 그 순간 강력한 저주 마법들이 유더의 전신에 쏟아졌다.

슬로우.

피어 오브 밴시.

위크니스.

마인드 브레이크.

동시에 네 개나 되었고,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주문들이었다.

어떻게.

아무리 유더 자신이라 해도 네 가지 마법을 동시에 고속 영창하는 것은 무리일 텐데.

답은 간단했다.

유더 역시 저주 마법들을 뒤집어 쓰는 순간 마법사 유더가 무슨 짓을 했는지 간파했다.

‘스크롤!’

마법사 유더라 하여 스크롤을 쓰지 못 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마법사가 되었기에 훨씬 더 고급 스크롤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었으니까.

“워터 폴!”

저주 마법에 유더의 무릎이 꺾인 그 순간 마법사 유더가 크게 외쳤고, 유더의 머리 위에서 무지막지한 폭포수가 쏟아져 내렸다.

콰가가가가가가-!

연이어 고속 영창!

“그라비티!”

보이지 않는 힘이 유더를 짓눌렀다. 쏟아진 폭포수로 인해 완전히 젖어버린- 아니, 조금이지만 차오른 수면 위에 유더가 무릎 꿇게 만들었다.

그리고 유더는 예상했다.

워터 폴에 이은 그라비티.

그렇다면 노리는 것은 뻔하였으니 말이다.

“레비테이션.”

바닥을 박차 솟구친 마법사 유더는 부유 마법을 펼침과 동시에 다시 한 번 스크롤을 찢었다.

발동시키는 것은 하늘의 징벌.

강대하기 짝이 없는 순백의 번개!

“라이트닝.”

유더의 말은 금방 현실이 되었다.

순백의 번개가 지면을 강타했고, 수면을 통해 석실 전체로 퍼져나갔다.

&

팟!

거울의 여자가 솟구쳐 올랐고, 코델리아는 멈춰 서는 대신 정면으로 치달렸다. 거울의 여자가- 전사 코델리아가 무슨 짓을 할지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이다.

쾅! 쾅! 쾅!

굉음이 연속해서 터지는가 싶더니 방금까지 코델리아가 서 있던 자리에 단검들이 꽂혔다.

돌로 된 바닥을 부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이었다.

“천사화!”

눈앞의 코델리아는 전사였다.

마법사 루트 따위는 조금도 밟지 않았고, 그렇기에 마녀화 또한 익히지 않았다. 천사화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해.’

천사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였으니까.

단순히 마력만 더 강한 것이 아니었다. 기본적인 육체능력에서부터 현격한 차이가 존재했다.

코델리아도 천사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눈앞의 전사 코델리아와 같은 천사화는 불가능했다.

‘전투천사.’

천사들 가운데서도 백병전을 전문으로 하는 일종의 기사 계급.

무지막지한 육체 능력의 소유자.

전사 코델리아가 웃었다.

화사하고 아름답게 웃더니 재차 단검을 던졌고, 코델리아는 반사적으로 그 공격을 피했다.

쾅!

굉음이 다시 코델리아의 주의를 끌었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돌아보지 않았다.

어쩐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녀의 동물적인 직감은 이번에도 정확했다.

단검을 던진 직후 전사 코델리아는 자유비행이 가능한 광익의 특징을 살려 급강하를 하더니 마치 바닥을 기는 뱀처럼 낮은 자세로 코델리아를 향해 돌진했다.

만약 굉음에 놀라 잠시라도 시선을 돌렸다면 전사 코델리아가 ‘사라졌다’라고 느꼈을 정도로 빠르고 소리 없는 기동이었다.

코델리아는 눈을 부릅떴다.

명확히 보았지만 전사 코델리아는 너무 빨랐다. 그렇기에 코델리아는 생각하는 대신 본능에 모든 것을 맡겼다.

전사 코델리아가 급강하를 한 순간 지면에 그리스를 펼쳤다.

‘넘어져!’

미끄러진다.

마찰계수를 한 없이 낮춘 바닥을 박차는 순간 성대하게 곤두박질 쳐야만 한다.

하지만 코델리아였다.

야생동물을 능가하는, 실로 야수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녀의 전투 감각이었다.

밟고 미끄러진다.

하지만 넘어지지 않는다.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키는가 싶더니 마치 고양잇과 맹수처럼 균형을 잡는다. 그대로 다시 지면을 박차는 대신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몸을 미끄러트리며 돌진한다.

“씨-”

욕지거리를 다 토할 시간도 없었다. 코델리아는 몸을 뒤로 날림과 동시에 도폭선을 휘둘렀다.

그리고 일섬.

츠확-!

도폭선이 갈라졌다.

점화를 시키기도 전에, 그래서 폭발을 일으키기도 전에 전사 코델리아가 휘두른 검이 모든 것을 갈라버렸다.

빠르고 정확했다.

마치 미래를 보는 것처럼 한 발 앞서 움직였다.

이것이 전사가 된 코델리아.

야성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한 마리 고고한 맹수!

“크헝!”

전사 코델리아가 뒤로 몸을 날리는 코델리아를 추적하며 포효했다.

단순한 외침이 아닌, 기사들의 마법이라 불리는 기사도였다.

콰강-!

소리가 폭발했고, 대기에 파문을 일으켰다. 뒤로 도약하던 코델리아를 덮쳐 자세를 무너트렸다.

“꺅?!”

균형을 잃은 코델리아가 바닥에 엉거주춤 착지한 그때.

전사 코델리아는 코델리아의 코앞에 있었다. 코델리아가 고개를 든 순간 검을 내려쳤다.

&

콰가강!

전격이 인다.

순백의 번개가 지면을 뒤덮으며 작은 폭발을 연속해서 일으킨다.

물.

전도체.

석실 안을 가득 채우는 벼락.

저주가 유더의 육신을 좀 먹었다.

중력 마법이 유더의 전신을 억눌렀다.

참으로 유더다운, 퇴로를 미리 다 막아놓은 뒤 꽂아넣는 외통수.

마법사 유더가 웃었다.

그리고 유더는 그 순간 지면을 강하게 밟았다. 구천구문의 힘을 폭발시켰다!

쾅!

땅울림에 지면을 덮고 있던 수면이 뒤집어지듯 밀려났다. 일어난 번개에 밀려오던 순백의 전격이 순간이나마 상쇄되었다.

그리고 발동시키는 것은 초풍신뢰.

억누르는 중력의 힘을 거슬렀다.

그보다 더 강한 힘으로 작금의 함정을 탈출했다.

쾅!

유더가 높이 솟구쳐 올랐다. 중력 마법을 찢어발기고, 거의 20미터 이상을 도약함과 동시에 석실 전체를 시야에 담았다.

마법사 유더가 보였다.

그리고 유더는 생각했다.

‘역시 사기.’

마법의 영창이 너무 빨랐다.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마법을 사용했고, 고급 스크롤들을 사용해 마법의 사각을 지워버렸다.

마법사가 되었을 때의 자신.

비인간적인 계산 능력을 최대한으로 살린 마법사로서의 자신.

강했다.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유더의 얼굴에는 후회 대신 미소가 떠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반쪽.’

마법사 유더는 온전하지 못 했다.

현생의 유더와 전생의 유더- 두 사람 분의 재능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 했다.

사용하는 것은 그저 전생의 유더- 아웃복서009의 재능뿐.

그렇기에 반쪽이었다.

그렇기에 작금의 자신에게 미칠 수 없었다.

‘천무지체.’

하늘이 내린 무의 화신.

마법사 유더는 천무지체를 제대로 살리지 못 했다.

극상의 보석을 손에 쥐고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시궁창에 처박아 버린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니, 천무지체만으로는 부족해.’

현생의 유더.

영웅전기2 원작 속의 유더.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강해질 수 없었다.

원작의 유더가 시작하자마자 구음절맥을 고치고 이제까지 유더 자신이 걸어온 길과 같은 길을 거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의 자신과 동등한 강함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불가능해.’

무리였다.

천무지체 하나만으로는 작금의 수준에 도달할 수 없었다.

유더 자신이 엄청난 속도로 강해진 이유.

코델리아와 몇 번이나 이야기했던 것처럼 빠른 레벨 업 덕분이기도 하였다.

진귀한 영약을 주기적으로 먹은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진 하나.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이유.

‘구천구문의 이해.’

천무지체는 굳이 따지면 몸을 쓰는 재능이었다.

코델리아가 타고난 동물적인 감각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유더의 계산 능력과 높은 지적 능력이 더해졌다.

난해하기 짝이 없는 구천구문을 이해했고, 마치 기계처럼 정확하게 몸에 적용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구천구문의 힘을 온전히 천무지체에 더할 수 있었다.

‘자화자찬.’

하지만 사실이었다.

작금의 유더 자신이 강한 것은, 그리고 코델리아가 강한 것은 단순히 썩은물들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천재와 천재의 조합.

두 사람 분의 재능을 한 몸에 가졌기에 가능한 결과.

천무지체를 타고난 유더에 더해진 것은 아웃복서009의 계산능력과 지성.

마법의 재능을 타고난 코델리아에게 더해진 것은 노란폭풍의 동물적인 감각과 소름끼칠 정도로 뛰어난 전투의 재능.

‘그러니까 보여줄게.’

마법사의 길을 가지 않은 이유를.

지금의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증거를.

마법사 유더가 다시 마법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유더가 허공을 박찼다.

다시 한 번 초풍신뢰를 발동시켰다.

&

전사 코델리아의 검이 코델리아의 정수리를 갈랐다.

머리가 갈라지며 피가 튀어야 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검격이 코델리아의 머리에 닿은 그 순간.

전사 코델리아는 깨달았다.

눈앞의 코델리아는 진짜가 아닌 가짜였다.

대체 언제.

아니, 어떻게?

츠확!

일루젼 마법으로 만들어낸 환영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전사 코델리아는 급히 몸을 돌렸고, 저만치 구석- 처음 단검을 던졌던 위치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미소 짓고 있는 코델리아를 발견하였다.

코델리아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제법 지쳤는지 숨결 또한 거칠었다.

하지만 분명히 웃고 있었다.

살짝 드러난 송곳니를 빛내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 이유.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

‘역시 아니야.’

온니 전사라니.

코델리아의 재능이 아까워.

전사인 코델리아도 멋지지만, 역시 코델리아는 마법사가 더 어울려.

만약에 전사 루트가 더 강하다면- 전사로 키우는 게 더 강해지는 길이었다면-

“코델리아 덕후인 내가 왜 마법사 루트를 탔겠어?”

속삭이듯 말한 코델리아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자신을 주시하는 전사 코델리아의 파란 눈을 그대로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유더를 놀라게 하려고 숨겨두고 있던 건데······.”

생각해보니 지금 일 대 일 중이잖아? 유더는 다른 방에 있고.

아마 이 싸움도 보지 못 하겠지.

그러니까 보여줄게.

마법사 테크를 탄 코델리아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탁.

한 걸음.

하지만 그 한 걸음을 내디딘 순간 석실의 풍경이 변하였다.

거친 바람과 함께 폭발하듯 일어난 연기가 석실 안을 가득 채웠고, 전사 코델리아는 섣불리 움직이는 대신 신경을 곤두세웠다. 코델리아가 무슨 짓을 하든 바로 대응하기 위해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렇기에 코델리아는 웃었다.

어쩐지 그럴 거 같았으니까.

전사 코델리아가 움직이는 대신 경계할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연기가 걷혔다.

드러난 광경에 전사 코델리아는 저도 모르게 창백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환영분신술.”

석실 안을 가득 채운 코델리아들이 동시에 말했다.

서른 명.

아니, 마흔 명.

어쨌듯 수십 명이라고 표현해야 할 숫자.

고속 영창과 주문의 메아리로 탄생시킨 수십 명의 환영들이 동시에 웃었다. 전사 코델리아를 향해 일시에 돌진했다.

“크허헝!”

전사 코델리아가 사자후를 토하며 연속해서 검을 휘둘렀고, 수십 명의 환영들을 베고 또 베었다.

그리고 전사 코델리아는 깨달았다.

돌진해오는 무리 중에는 진짜가 없다는 것을.

덤벼오는 환영들 모두의 기척이 같아 진짜를 구분할 수 없다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애당초 전원이 가짜이기에 진짜의 기척을 감지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크헝!”

전사 코델리아가 다시 한 번 검을 거칠게 휘둘렀다.

아무 힘도 없는 환영들 따위 강렬한 붉은 기파로 단숨에 갈라버렸다.

그리고 직후.

전사 코델리아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수십에 달하는 환영들에 정신이 팔린 사이, 가짜들을 제거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을.

‘시간벌이.’

환영들은 그저 시선을 돌리는 용도에 불과했다.

물론 그 정도 일에 쓰기에는 들어간 마력이나 수고가 작지 않았지만, 그래도 코델리아는 그렇게 하였다.

전사 코델리아의 시선을 완전히 돌려야 했으니까.

완벽한 한 방을 먹여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하늘 위.

천장이 없는 석실의 상공.

전사 코델리아는 식은땀을 흘리며 하늘을 보았고, 코델리아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았지만, 창백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백연 발 매직 미사일.”

자고로 숫자에는 장사 없으니.

전사 코델리아가 비명처럼 외치며 코델리아를 향해 돌진했지만 매직 미사일 쪽이 더 빨랐다.

마치 폭격이라도 하듯 수십 발의 매직 미사일들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쾅! 쾅! 쾅! 콰가가가가강!

고속 영창, 더블 캐스팅, 주문의 메아리를 총 동원하여 만들어낸 매직 미사일의 향연.

하나하나는 약했다.

하지만 숫자가 많았고, 코델리아의- 노란폭풍의 전투 감각과 천재라고 밖에 표현 못 할 공간지각 능력은 매직 미사일 하나하나를 마치 숨쉬듯 자연스럽게 조종한다는- 실로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케 하였다.

쾅! 쾅! 쾅!

그냥 마구잡이 폭격이 아니었다.

때린 곳을 또 때리는, 사각을 집요하게 노리는 유도탄들의 향연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지는 것.

작금의 코델리아가 마녀의 길을 걸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능력!

“움직이지 마!”

마비의 사안이 발동했다.

코델리아와 눈이 마주친 전사 코델리아의 몸이 얼어붙었고, 무방비 상태가 된 그녀의 몸에 매직 미사일들의 세례가 이어졌다.

쾅! 쾅! 쾅!

연속된 폭음.

그리고 이어진 검격!

츠콰쾅!

전사 코델리아가 매직 미사일들을 베었다.

천사화의 힘으로 사안의 마력을 떨쳐낸 뒤 광익을 전개해 공간을 만들었고, 순간이지만 자유로워진 검을 놀려 주변 일대를 베어버렸다.

“씨발.”

과연 코델리아.

전투의 천재!

쾅!

전사 코델리아가 다시 지면을 박찼다. 천사의 광익까지 더해지니 그 속도가 너무나 빨라 눈으로 좇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코델리아는 본능에 모든 것을 맡겼다. 눈으로 보는 대신 느꼈고, 몸을 움직여 전사 코델리아의 검을 피했다.

츠확!

검이 코델리아의 어깨를 스쳤다. 붉은 핏방울이 튀었고, 그 순간 코델리아는 바이엘 가문의 보법인 질풍보를 밟았다.

지금의 코델리아는 단순한 마법사가 아니었으니까.

전생인 노란폭풍의 기억이 더해져 만들어진, 야성의 힘을 갖춘 싸우는 마법사였으니까!

콰쾅!

벼락이 쳤다.

번개가 아니었다.

라이트닝 같은 마법 역시 아니었다.

뇌성박.

벼락같은 칠연격이 전사 코델리아를 덮쳤다.

물론 모두 명중하지는 못 했다. 전사 코델리아 역시 야수와 같은 전투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코델리아는 마지막 일격을 내지른 그 순간 마법을 발동시켰다.

현생의 코델리아가 타고난, 천재적인 마법 감각이 있기에 가능한 영창이었다.

“그라비티 폴!”

중력 마법.

전사 코델리아의 몸이 순간이지만 꺾였다.

광익을 펼치며 천사의 힘을 발하면 급조한 그라비티 폴 따위 금방 떨쳐낼 수 있을 터였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코델리아가 할 수 있는 일들!

콰가강-!

중력 마법의 힘이 순식간에 세 배 이상 강해졌고, 전사 코델리아는 거의 처박히듯 바닥에 쓰러졌다.

코델리아가 감추고 있던 것.

유더를 놀라게 해줄 생각에 아끼고 있던 것.

검게 물든 코델리아의 머리칼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푸른 안광 대신 붉은 안광을 일으키며 지면에 처박힌 전사 코델리아를 도도하게 내려다보았다.

단순한 마녀화가 아니었다.

코델리아의 등 뒤에 펼쳐져 있는 칠흑의 날개가 그것을 증명했다.

천사와 마녀의 조합.

마법사의 길을 걸었기에 선택할 수 있었던 그것.

유더가 지금의 광경을 보았다면 뭐라고 했을까.

그렇지 않아도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애가 섹시해지기까지 하면 어떡하냐고 했을까?

‘뭐라는 거야.’

스스로의 망상에 쓰게 웃은 코델리아는 다시 전사 코델리아를 내려다보았다.

일격으로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가지고 있는 힘을 모조리 끌어 모았다.

타천사화를 통한 마력의 폭발적인 강화.

여기에 더해지는 것은 모든 마법 공격을 강화하는 아케이만의 유산.

물론 대가는 있었다.

마력 소모량이 평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 방이라면.

이 한 방에 모든 것을 건다면.

전사 코델리아가 발악하듯 핏발 섞인 눈으로 코델리아를 노려보았다. 무섭게 강해진 그라비티 폴의 속박 속에서 마치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리고 코델리아는 왼손을 들어올렸다.

검은 번개의 창을 만들어 내며 말하였다.

“코델리아는, 마법사야.”

코델리아 덕후인 내가 보장할게. 응?

코델리아의 얼굴에 매력적인 미소가 번졌고, 검은 번개의 창이 작렬했다.

최강의 일격이 석실 전체를 뒤흔들었다.

&

< 제62장 - 가지 않은 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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