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2장 - 가지 않은 길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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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거친 숨을 토한 코델리아는 그대로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더니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
“하아······.”
눈이 절로 감겼고, 거짓말처럼 피로가 몰려왔다. 차오른 숨만 아니라면 바로 잠들 것만 같았다.
“후아.”
하지만 잠들 수 없었다.
5분 남짓.
어쩌면 그보다 더 긴 시간.
가까스로 숨을 가다듬은 코델리아는 두 손을 들어 얼굴을 덮은 뒤 다시 숨을 크게 토했고, 연이어 두 손으로 이마를 쓸어 올렸다. 흘러내린 머리칼들을 정리함과 동시에 억지로라도 눈을 떴다.
“씨발.”
욕이라기보다는 감탄사.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코델리아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날카로운 송곳니가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이겼당.”
이겼어. 이겼다구. 내가 이겼어!
두 팔을 쭉 뻗어 만세를 한 코델리아는 누운 상태 그대로 격한 즐거움을 표현했다. 즉, 팔 다리를 마구 바둥거렸다는 이야기였다.
“헤헤헤. 힘들다.”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지친 상태였는데 팔 다리까지 바둥거렸더니 그야말로 녹초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기분 좋은 만족감이 전신에 충만했기 때문이다.
“이겼어.”
나는 틀리지 않았어. 코델리아는 역시 마법사야. 마법사라구.
‘원작하고는 좀··· 달라지긴 했지만.’
사실 좀이 아니라 많이려나.
원작의 코델리아는 순수 마법사인 터라 이번 전투에서 코델리아 자신이 보인 것과 같은 ‘고속기동전투’ 같은 건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뭐, 그때도 나름 헤이스트 걸고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무식하게 삼중첩 상태까지는 간 적이 없었다.
마법사는 결국 마법사였으니 말이다.
“흥흥흥.”
하지만 지금의 코델리아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
‘음, 뭔가 부끄럽네.’
스스로를 3인칭화하는 기분이라.
아무도 없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괜히 주변을 한 차례 살핀 코델리아는 흥분과 기쁨, 격렬한 전투로 인해 빨개진 뺨을 두 손으로 덮은 뒤 허리에 힘을 주었다. 읏-하는 소리와 함께 상체를 일으켜 세운 뒤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존나 세.”
스스로가 만들어낸 광경이었지만, 그래도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방금 내뱉은 말처럼, 정말 엄청난 위력이었기 때문이다.
‘타천사화에 더해진 아케이만의 비보······.’
마력 소모량을 극대화시키는 대신 위력 역시 극대화시키는, 등가교환의 비기.
코델리아의 눈앞에는 검고 깊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직경은 10미터 남짓.
코델리아가 던진 검은 번개의 창이 만들어낸 파괴의 흔적.
하지만 진짜 대단한 것은 바닥을 파괴한 것이 아니었다.
‘거의··· 소멸이었지?’
그라비티 폴에 붙잡혀 있던 전사 코델리아.
천사화를 통해 전투천사로 각성한 그녀의 항마력은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매직 미사일을 백 발이나 얻어 맞아놓고도 운신에 문제가 없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전사 코델리아가 단 일격에 소멸하였다.
물론 무지막지한 항마력으로 잠시 저항하기는 했지만, 결국 이겨내지 못 하고 소멸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었다.
‘한 방.’
마지막 한 방으로 남은 마력을 전부 소모해 버렸다.
물론 직전에 이미 환영 마법이나 백연 발 매직 미사일 등 마력을 잔뜩 소모할 만한 일을 벌이긴 했지만, 코델리아는 기본적으로 마력이 많은 캐릭터였다.
더욱이 마녀화와 천사화의 결합인 타천사화를 통해 확보한 마력의 총량- 소위 말하는 마나통만 따진다면 근위마법병단의 일곱 단장 가운데 하나인 아델리아를 상회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많은 마력을 단 일격에 모조리 소모해 버렸다.
‘가성비 미쳐.’
좋은 쪽이 아니라 나쁜 쪽으로.
하지만 단순히 나쁘다고만 할 수 없었다.
위력 역시 미쳤기 때문이다.
‘완전 죽창이네.’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적어도 이 한 방의 위력만큼은 자신 있었다.
설사 십검호 급의 강자라 할지라도 검은 번개의 창을 무시할 수는 없을 터였다.
‘아니, 그냥 한 방이겠지.’
제대로 적중만 시킨다면 십검호조차 쓰러트릴 자신이 있는 최강의 일격.
‘마력을 몽땅 써야하긴 하지만.’
그리고 과연 십검호 급 강자가 호락호락 맞아줄지도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한 방에 십검호 급 강자를 쓰러트릴 수 있는 기술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컸다.
때문에 코델리아는 크게 만족할 수 있었다.
“헤헤헤.”
다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것도 풀 파워는 아니니까.’
마력이 모자랐다.
검은 번개의 창의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기에는 아직 코델리아의 마력량이 너무 적었다.
‘진짜 미친 거지.’
근위마법병단의 단장급인 아델리아를 상회하는 마력량인데 아직도 부족하다니.
하지만 이번에도 코델리아는 실망하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유더에게만 게임 뇌가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나통 자체는 늘리기 쉬워.’
제일 흔한 것이 마나통을 늘리는 아이템들이었으니 말이다.
‘마력을 늘리면.’
마나통을 마구 불려서 검은 번개의 창의 진정한 위력을 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난사까지 가능해진다면.
“히히히.”
상상만 해도 좋았기에 다시 바보처럼 웃고 말았다.
마나통을 늘리고, 마력 회복 속도를 높인다면, 그것만 할 수 있다면.
‘좋아, 좋아. 테크 트리가 보인다, 보여.’
앞으로 어떤 식으로 육성을 해야 할지. 어떤 장비들을 구해야 할지.
‘다른 것들도 좋았어.’
환영분신술과 타천사화.
전자의 경우는 사실 환영 마법의 응용일 뿐 딱히 닌자 기술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족도가 높았다.
‘코델리아의 재능.’
현생 코델리아의, 노란폭풍이 환생하며 얻게 된 새로운 힘.
코델리아는 무척이나 뛰어난 마력 감응도를 타고 났는데, 덕분에 거의 모든 종류의 마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마녀화랑 천사화 덕분에 일반적인 인간들은 사용하기 어려운 악마 계열이나 천사 계열 마법도 사용할 수 있으니까.’
마법의 영역에서 보자면 올라운더.
말 그대로 대마법사.
‘그리고 타천사화.’
원작에서도 나왔던, 그야말로 코델리아만의 특수기라 할 수 있을 변신기.
‘유더가 보면 뭐라고 하려나.’
생각해보면 꽤 전부터 타천사 모드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것 같은데.
‘막 얼굴 빨개지고 그러는 거 아냐?’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유더라니.
보구 싶다.
그런 유더 보고 싶다.
‘유더도 이겼겠지?’
아마 정황상 유더에게는 마법사 유더가 나타났겠지만- 유더가 질 거란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겼겠지.’
온갖 사악하고 비열하며 음험한 계략을 총동원하여.
그렇지 않으면 우리 집 유더가 아니었으니까.
“하아.”
새삼 다시 숨을 토한 코델리아는 다시 바닥에 드러누운 뒤 하늘을 보았다.
여전히 노란 하늘 너머에 반짝반짝이는 스킬 북이 둥둥 떠 있었다.
‘레벨도 올랐구, 잠재능력 개방으로 스텟도 올랐고, 거기에 스킬 북까지 획득인가?’
마력이 몽땅 소진된 상태인 터라 코델리아는 염동력을 발휘하는 대신 다시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운 뒤 스킬 북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A랭크 스킬인 배틀 메디테이션- 소위 말하는 전투 명상이었다.
‘오호, 좋은데?’
이름 그대로 전투 중에도 명상을 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물론 싸우던 와중에 눈 감고 명상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 진짜 명상이라기보다는 명상을 통한 마력회복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소리였다.
‘동공 같은 거겠지.’
움직이면서 하는 운기조식처럼 말이다.
‘음, 좋아. 나쁘지 않아.’
스킬 북을 얻자마자 배틀 메디테이션을 발동시킨 코델리아는 쥐꼬리만큼이나마 회복된 마력으로 어깨의 상처를 치료했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이것저것 많이 만족하긴 했지만, 동시에 갈증 또한 느꼈으니까.
코델리아 자신이 바라는 것.
유더를 이기기 위해 생명의 신전에서부터 남몰래 연마하고 있는 것.
타천사화가 아니었다.
검은 번개의 창 역시 아니었다.
다른 것들.
원작에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전생과 현생이 합쳐진 지금의 코델리아 자신이기에 시도할 수 있는 일들.
‘너무 서두르지는 말자.’
한 발짝, 한 발짝씩 나아가자.
그래도 이왕이면 유더보다 앞서가고 싶기는 하지만.
‘빨리 보여주고 싶네.’
타천사 모드.
끝나고 숙소에 돌아가면 바로 보여줄까?
얼굴 진짜 막 빨개질 거 같은데.
‘보고 싶다.’
얼굴 빨개진 유더가.
아니, 그냥 유더가.
“흠흠, 뭐라는 거야.”
어쩐지 모를 민망함을 떨치기 위해 헛기침을 토한 코델리아는 허리춤에서 포션을 하나 꺼내 마신 뒤 크게 심호흡을 했다.
“좋아, 가보실까?”
문 너머에 있을 대합실로.
코델리아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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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가 아니라 코델리아.”
“코델리아 양.”
돌로 된 긴 의지가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대합실 안에는 스칼렛과 루카스 두 사람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오, 두 사람 모두 이긴 거야?”
“당연하지.”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코델리아의 물음에 스칼렛은 도도하게 답했고, 루카스는 해맑게 웃으며 답했는데, 그런 두 사람의 대답에 코델리아는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고양이랑 대형견 같아.’
스칼렛은 러시안 블루고 루카스는 골든 리트리버?
가볍게 망상을 떠올린 코델리아는 흐뭇한 눈으로 스칼렛과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쫑긋쫑긋 거리는 귀와 파닥파닥 거리는 꼬리가 보이는 것 같았다.
“뭔가 엄청 무례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코델···리아 양?”
스칼렛이 팔짱을 끼며 낮게 말하자 루카스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미간을 좁혔고, 코델리아는 흠흠 헛기침을 토한 뒤 말했다.
“유더는?”
“딱 오네.”
스칼렛의 대답에 코델리아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과연 네 방위에 달린 문들 가운데 하나에서 엉망진창이 된 유더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오, 다들 이긴 거야?”
“이겼어. 그런데 옷이 왜 그래?”
“음··· 좀 빡셌거든.”
코델리아의 물음에 스스로를 돌아본 유더는 쓴웃음을 지었다.
옷이 넝마나 다름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거울의 궁전은 이미지 트레이닝에 가까우니까. 밖에 나가면 옷은 멀쩡할 거야.”
“다행이네. 어디 다친 곳은 없구?”
“어, 괜찮아.”
‘재생력이 있으니까.’
앞은 육성이었고 뒤는 눈빛이었는데, 코델리아가 돌연 눈을 크게 뜨며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뭐야, 그럼 다쳤어?]
[어? 어··· 근데 괜찮아. 재생력 있으니까.]
실제로 지금은 상처 하나 없고.
유더는 보란 듯이 찢어진 옷 틈을 벌려 속살을 보여주었고, 코델리아는 얼굴을 가까이 해 정말 상처가 없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알 턱이 없는 스칼렛과 루카스는 저마다 묘한 표정을 지은 채 유더와 코델리아를 바라보았다.
‘뭐냐, 저건 지금 무슨 플레이인 거냐.’
“흠흠. 흠흠흠.”
차게 식은 눈으로 코델리아를 바라보던 스칼렛은 헛기침 소리에 반응하듯 루카스를 돌아보았고, 루카스는 유더와 코델리아 덕분에 빨개진 얼굴로 그런 스칼렛을 마주하였다.
그리고 용케 그 순간을 포착한 코델리아는 생각했다.
‘오오오, 뭔가 뭔가 진행되는 건가?’
도도하지만 사실 허당에 다정한 미녀와 순진무구하지만 그렇기에 천연으로 밀어 붙이는 연하의 조합이라든가!
[어, 그런 거 아니야.]
[맨날 아니래.]
코델리아의 항변에 굳이 답하지 않은 유더는 루카스를 돌아보며 물었다.
“루카스 공자. 성과는 있었습니까?”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은 다른 길을 간 자신과 싸워 승리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싸움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레벨 업이나 스텟 상승, 스킬 북 같은 것들만이 아니었다.
‘자신감과 확신.’
올바른 길을 택해 똑바로 나아가고 있다는 자신감.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
유더의 물음에 루카스는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유더 공자. 덕분에 무척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쁘군요."
유더의 대답에 루카스는 쑥스럽게 웃었고, 스칼렛의 눈은 다시 차게 식었다.
청춘 소설에 나올 것 같은 광경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뭐야, 너도 저런 대화 나누고 싶어? 내가 해줄까?”
“됐거든요?”
코델리아의 제안을 흥하고 튕겨낸 스칼렛은 입술을 몇 번 삐쭉이다가 말했다.
“아무튼 그럼 다 모였으니까 이제 나가면 되는 거지?”
“어.”
짧게 답한 유더는 코델리아에게 손을 내밀었고, 코델리아는 무의식 중에 유더의 손을 잡았다.
에스코트는 이제 국룰과 같았으니 말이다.
“그럼 가실까요, 공녀님?”
“네, 공자님.”
물 흐르듯 주고받은 유더와 코델리아는 앞장서서 던전을 나섰고, 저도 모르게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스칼렛과 루카스는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오가는 눈빛.
어쩐지 모를 공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어깨를 으쓱인 두 사람은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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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더에게는 애석하게도, 코델리아는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타천사 모드를 시연하는 대신 씻고 자는 쪽을 택했다.
막상 숙소에 도착하니 쓰러져 자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 탓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
야밤의 탐험을 한 대가로 평소보다 절반 이하의 시간 밖에 잠들지 못 한 코델리아는 피곤에 쩌든 얼굴로 유더의 어깨를 때렸다.
“왜 너만 안 피곤한데.”
“재생력이 있으니까.”
생명의 구를 괜히 취한 것이 아니니까.
느긋하게 답한 유더는 코델리아와 함께 검의 연회에 참석했고, 집중되는 질문들에 무난한 답변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얼추 목적 달성은 다 했으니까.’
스펜서 공작과도 만났고, 제일검을 만나 친분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건국기념 무도회에 참석한다는 확답까지 들었다.
여기에 덤으로 검의 연회에서 우승까지 하였고, 거울의 궁전에 들러 스텟 업을 했을뿐만 아니라 루카스에게 성장의 기회까지 주었으니, 그야말로 대성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스펜서 공작가 방문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어?”
공작가를 나서는 마차 안.
맞은편에 앉은 코델리아의 부름에 유더는 고개를 들었고, 코델리아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말했다.
“이번에 검의 연회에서 딱히 실력 안 숨겼잖아?”
“그랬지.”
딱히 숨길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데 저번에는 숨겨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저번.
아케이만의 던전에서 키메라를 쓰러트렸을 때.
그때 분명 유더는 실력을 숨겨야 한다며 부상을 가장했었다.
코델리아 자신도 눈이 안 보이는 척을 하기 위해 붕대를 눈에 감았었고 말이다.
“그랬었나?”
“그랬었거든?”
“음,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제일검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우승이 필요하기도 했고.”
“흐으응.”
코델리아가 미심쩍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자 유더는 언제나처럼 태연한 얼굴로 다른 말을 꺼냈다.
“그런데 코델리아야, 거울의 궁전에서 싸웠던 코델리아는 어땠어? 전사가 나왔지?”
누가 봐도 말 돌리기였지만 거부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소재였다.
때문에 코델리아는 바로 유더의 말을 받아주었다.
“응응, 전사 코델리아였어. 막 크헝크헝 하면서 사자후도 썼고.”
코델리아가 손으로 사자 흉내를 내며 짖는 시늉을 하자 유더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크헝크헝? 사자후를 쓰는데 진짜 사자처럼 포효한 거야?”
“어? 응. 그랬는데? 이상해?”
“아니, 뭐··· 코델리아답기는 하네.”
본래 사자후는 기합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니까.
‘하지만······.’
크헝크헝 우는 짐승녀 코델리아를 떠올린 유더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이내 크헝크헝은 어흥어흥을 거쳐 갸르릉갸르릉이 되었다.
“뭐야, 또 무슨 생각하는 거야.”
“바르고 고운 생각.”
“아닌데, 얼굴이 딱 봐도 아닌데.”
“아무튼 어떤 식으로 싸웠는데? 어떻게 이겼고.”
유더는 이번에도 태연을 가장하며 다시 말을 돌렸고, 코델리아는 이번에도 유더의 말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이틀 뒤 오후.
왕도의 보석이라 불리는 다프네 왕녀의 다과회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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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2장 - 가지 않은 길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