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6장 - 섬머 페스티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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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리를 취하는 게 무조건 능사는 아니야.’
옛 동료 가운데 하나가 한 말이었고, 유더는 그 말에 동의했다.
코델리아가 들었다가는 ‘뭐라고? 그런데 지금까지는 왜?’라고 반문했을 터였지만 말이다.
‘한 번으로 끝날 거래라면 폭리도 좋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계속해서 이어질 거래라면 양쪽 모두 이득을 얻어야 해.’
일방적으로 갈취하는 관계가 되면 거래는 금방 끝나기 마련이었다.
계속해서 거래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가 거래에 충분한 매력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그래도 명심해야 해.’
받아낼 수 있는 곳에서 받아낼 수 있는 만큼 받아낸다.
희소성을 잊지 않는다.
산 정상에서 파는 컵라면이나 생수는 동네 편의점에서 파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비싸기 마련이었다.
‘그런데도 팔린단 말이지.’
산 정상에서는 컵라면과 생수가 희소했으니까.
그 가격에 밖에 팔지 않았으니까.
‘마찬가지야.’
페어리들은 초콜릿을 원한다.
하지만 아무데서나 초콜릿을 얻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페어리들은 눈이 아주아주 높았으니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커트라인이 루카스일 정도로 눈이 높은 종족이었으니까.
그러니 초콜릿 가격을 높게 잡는 것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페어리들이 부당하게 빼앗긴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
아무리 비싼 가격이라 해도 사는 사람이 납득한다면 그건 갈취가 아닌 정당한 거래였으니 말이다.
‘아닌 거 같은데, 그것도 그냥 사기인 거 같은데.’
코델리아가 잠시 비난의 눈빛을 보내자 유더는 언제나처럼 뻔뻔한 얼굴로 답했다.
‘그래서 싫어?’
‘아니, 너무 좋아.’
지금의 코델리아는 유더 때문에 새카매진 코델리아였으니까.
어찌되었든 정령왕의 가호를 얻기 위해서라도 페어리 퀸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야 하는 유더였다.
여기서 지나치게 갈취하는 모양새가 되면 다른 페어리 퀸들과 만났을 때 이래저래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적당히 이득을 취한다.
적당히 말이다.
“좋아! 콜! 요정의 구두를 줄게!”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초콜릿 상자 네 개에 요정의 구두를.
초콜릿 상자 두 개에 여름의 가호를.
그리고 거래 튼 기념이라며 무상으로 초콜릿 상자 하나를.
‘후, 다프네 왕녀만 아니었다면. 상자 세 개로도 가능했을 터인데.’
왕실에서 가져온 과자들 덕분에 초콜릿의 가치가 다소 하락했으니까.
경쟁 상품의 등장은 수요 곡선을 이동시키기 마련이었고, 이는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정도면 만족이지.’
다른 무엇도 아닌 요정의 구두를 손에 넣었으니까.
자고로 드레스와 구두는 한 쌍인 법이니, 이로써 코델리아는 한층 더 완전무결한 존재에 가까워질 터였다.
‘효과도 좋고.’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요정의 드레스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힘이 담긴 마법의 기물이었다.
‘기대된다.’
요정의 드레스와 구두로 무장한 코델리아가 건국 기념 무도회에 서는 순간이.
세일룬 왕국의 모든 귀족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라는 광경이.
‘유더야, 유더야. 눈빛이 이상해.’
‘프린세스 메이커 하는 중이라 그래.’
아무 말처럼 들리지만 은근 정답인 답변을 내놓은 유더는 이내 표정을 정돈했다.
아직 제일 중요한 거래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페어리 퀸이시여.”
“그래, 아직 거래할 물건이 남은 것이냐?”
“그러합니다.”
오늘을 위해 준비해둔 비장의 물건이.
“폴 페어리 퀸께서도 아직 접해보신 적이 없는, 정말 특별한 물건입니다.”
“흐으응?”
페어리 퀸이 관심 없는 척 관심을 보였고, 유더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반지함 정도 크기의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바로 이것입니다.”
“그게 뭔데? 또 초콜릿?”
“직접 보시지요.”
페어리 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유더는 천천히 상자를 열었고, 그 순간 나름대로 도도함을 유지하고 있던 페어리 퀸의 표정이 무너졌다.
“이건?”
“페어리 초콜릿입니다.”
요정들의 크기에 딱 맞게 만든 아주 작은 초콜릿.
기본적으로 페어리들은 손바닥만한 크기였고, 인간과의 덩치 차이는 수십 배에 달했다.
자연 인간들 기준으로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초콜릿이라 한든, 페어리들에게는 그야말로 거대한, 두 팔로도 안을 수 없는 엄청난 크기였다.
물론 그래서 좋은 것도 있겠지만, 그러다보니 즐길 수 없는 맛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 안에는 크림이 들어 있습니다.”
“크림이?”
“예, 입안에 넣고 깨물면 안에서 새하얀 크림이 흘러나오는데··· 초콜릿과 함께 씹으면 그 맛이 천하일품입니다.”
한입에 넣고 씹어야만 느낄 수 있는 맛.
밥 따로, 고기 따로, 상추 따로 먹었을 때와 저것들 모두를 하나로 모아 쌈을 해먹었을 때의 맛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였다.
“오직 여왕님만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물건입니다. 로렐라이 님은 물론이시고··· 다른 페어리 퀸들께서도 접해보시지 못 한, 정말 특별한 물건이죠.”
“우와앙······.”
이러나저러나 결국엔 페어리.
폴 페어리 퀸 로렐라이가 그러했던 것처럼 섬머 페어리 퀸 역시 페어리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갖고 싶어! 갖고 싶다구!”
“예, 하지만 정말 특별한 물건이라서요.”
“뭘 주면 되는데?! 응?!”
원하는 게 대체 뭐야?!
페어리 퀸의 재촉에 유더는 바로 답하는 대신 충분히 시간을 끌었다.
더욱 안달이 나도록.
더더더 갖고 싶어지도록.
그리고 어느 순간.
딱 적당한 정도로 페어리 퀸이 달아올랐다는 판단이 섰을 때.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뭔데? 빨리 말해봐. 응?”
페어리 퀸이 안달이 나 소리쳤고, 유더는 코델리아를 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시선을 교환한 뒤 입을 열었다.
“제 부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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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가 끝났다.
페어리 퀸과 페어리들은 무척이나 만족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왕족들 역시 만족하였다.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샴푸와 린스라는 것도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하마.”
“황송할 따름입니다.”
다프네 왕녀에게 예를 표한 유더와 코델리아는 방실방실 웃으며 손을 흔드는 다리안 왕녀와 무게를 잡고 서 있는 디온 왕자에게도 예를 표한 뒤 옥외 온천을 나섰다.
그리고 1분 남짓.
궁내부원을 따라 기다란 계단을 내려가던 코델리아가 돌연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대성공! 완전 성공!]
섬머 페어리 퀸을 만났고, 요정의 가호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요정의 구두까지 손에 넣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진 하나.
유더가 비장의 무기였던 페어리 초콜릿으로 얻어낸, 어떤 의미로는 여름의 가호나 요정의 구두보다 훨씬 더 중요할지 모를 그것.
[다프네 왕녀도 만족한 것 같지?]
[어, 계속 웃고 있었으니까.]
어린 시절부터 왕세녀로 교육 받은 인물답게 표정을 감추는데 능숙한 그녀였지만, 반복된 훈련으로도 속일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눈빛이었다.
‘페어리들을 만나 신난 건 다리안 왕녀만이 아니었으니까.’
다프네 왕녀 역시도 크게 티를 내지 않았을 뿐, 요정의 나라에 간다는- 실로 동화적인 경험에 크게 만족한 것 같았다.
[샴푸랑 린스도 맘에 들어한 거 같지?]
[물론이지. 몇 번이나 감탄했으니까.]
샴푸와 린스를 직접 체험해본 뒤 그녀가 보인 눈빛.
어째서 페어리들이 코델리아에게만 반응한 것인지 이제야 알았다는 그 눈빛.
‘착각입니다, 왕녀님.’
하지만 좋은 착각이지요.
새삼 씩하고 웃은 유더는 다시 코델리아에게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왕녀에게 소개했으니 이제 왕도의 귀족들에게도 흘릴 수 있을 거야. 상품화가 잘 되면 특산품이 될 수도 있어.]
[응응, 그러면 좋겠다.]
고개를 끄덕인 코델리아는 새삼 다시 활짝 웃었다.
[왜?]
[아니, 그냥. 너무 좋아서.]
준비한 일들이 다 잘되었으니까.
다프네 왕녀와 친분을 다지는 것도 성공했고, 섬머 페어리들과의 거래도 잘 끝났다. 샴푸와 린스의 홍보도 잘 했고 말이다.
[사계의 가호까지는 이제 한 걸음이네?]
가을과 겨울, 그리고 이번에 여름의 가호를 얻었으니 이제 봄의 가호만 얻으면 사계의 가호가 완성될 터였다.
[사원소 쪽은 아직 대지의 가호뿐이라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여덟 가운데 넷을 모았으니 요정왕의 가호도 슬슬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봐야겠지.]
사계절 페어리들의 가호를 모두 모으면 얻을 수 있는 사계의 대가호.
여기에 풍수지화 사원소 페어리들의 가호까지 모두 모으면 영웅전기2의 최상위 클레스 가호인 ‘요정왕의 가호’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흐흐, 신난다.]
가호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게임 뇌가 돌아가기 시작한 코델리아가 헤실헤실 웃었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모습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코델리아는 새삼 앞을 보았고, 계단이 이제 몇 개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 내려가면 이제 탈의실에 갈 거고, 다시 평상복으로 갈아입을 터였다.
‘평상복.’
평소에 늘 입던 옷들.
지금처럼 수영복이 아닌, 노출도가 거의 없는 옷들.
코델리아는 눈을 한 번 깜박였고, 저도 모르게 유더를 돌아보았다.
언제나처럼 잘생긴 유더의 얼굴과 그 아래 자리한 탄탄한 가슴과 선명하기 짝이 없는 복근까지.
‘복근.’
스펜서 공작가의 숙소에서 스칼렛이 그렇게나 강조하던 곳.
‘신기해.’
똑같은 사람의 몸인데 어쩜 저럴 수가 있을까.
‘단단하려나? 단단하겠지?’
막 조각상처럼.
그렇지 않아도 조각상 같은 유더의 몸이니까.
단단할 게 분명했다.
그 정도는 만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궁금하기는 했다.
진짜는 어떨까.
진짜로 만져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손은 잡아봤는데.’
똑같이 하얗고 티 없는 피부니까 그게 그거가 아닐까?
아니, 그래도 근육인데 다르겠지?
‘만져보고 싶다.’
꾹꾹 눌러도 보고 싶다.
고양이 육구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눌러 보고 싶다.
‘무, 물어볼까?’
조금만 만져 봐도 돼?
눌러봐도 돼?
생각했고, 얼굴을 붉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니, 씨발! 이상하잖아!’
조금만 만지긴 뭘 만진단 말인가!
누르긴 뭘 또 누르고!
‘그, 그래두.’
물어보고 싶기는 했다.
만져보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유더라면 아마 허락해줄 테니까.
조금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미친척하고 한 번 해볼까?’
물어볼까?
‘자, 잠깐. 아니지. 아니야. 유더잖아. 유더라구.’
그냥 들어줄 리가 없었다.
막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조건을 붙일 게 분명했다.
‘맞아, 그럴 거야. 유더니까.’
맞교환이라면서 자기도 만지겠다고 나설 수도 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복부에는 복부.
코델리아는 잠시 상상해보았고, 더 이상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을 붉혔다.
‘착한 생각, 착한 생각, 착한 생각.’
음란마귀 아웃! 마구니 아웃!
코델리아는 열심히 심호흡을 했고, 겨우겨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 참자. 참아. 그깟 복근 좀 만져서 뭐하겠다고.’
응응, 굳이 만질 필요 없어.
그냥 단단하겠지 뭐.
응, 그런 거겠지.
‘좋아, 완전 회복.’
마음 다스리기 완료.
만족한 코델리아는 빙긋 웃으며 정면을 보았고, 그때서야 깨달았다. 유더의 얼굴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응앗?!”
당황한 코델리아는 뒷걸음질 치며 기묘한 소리를 내었고, 이내 다시 빨개진 얼굴로 유더를 마주하였다.
단순히 얼굴을 가까이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순간 떠오른 것이 있어서였다.
‘언제부터 본 거지?’
정확히는 언제부터 눈이 마주쳤던 거지?
그도 그럴 것이 눈빛만으로 거의 텔레파시에 가까운 대화가 가능한 코델리아 자신과 유더였으니까.
생각보다 일찍 눈이 마주쳤다면.
그러니까 한창 망상을 이어가던 그때 코델리아 자신의 눈빛을 본 것이라면······.
‘아,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렇게 일찌감치 쳐다보고 있었다면 코델리아 자신이 진즉에 눈치 챘으리라.
그리고 진짜 텔레파시는 아니었으니까.
무슨 독심술도 아니고 혼자서 상상하는 걸 눈 좀 봤다고 어떻게 알겠는가.
‘응응, 괜찮아. 괜찮고말고.’
스스로에게 말한 코델리아는 계속 유더를 마주하는 대신 헛기침을 토했고, 그대로 휙휙 발걸음을 내디뎌 탈의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랬기에 유더의 얼굴과 눈빛을 보지 못 했다.
유더 바이엘.
17세.
약혼녀에게 푹 빠져 있는 청년은 자신의 배를 돌아보았고, 슬쩍 손을 들어 만져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복근 운동··· 늘려야 하나?’
한 세트씩만 더할까?
아니, 두 세트씩만······.
잠시 번민하던 유더는 헛기침을 토한 뒤 탈의실로 향했다. 일단 옷을 갈아입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한 사람.
갑자기 서로를 쳐다보다 얼굴을 붉히고 배를 만지고 그러다 헛기침을 토하는- 그런 기묘한 광경을 목격한 궁내부원은 끌끌끌 혀를 찬 뒤 돌아섰다. 그대로 다시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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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던 별빛은 어느새 어둠에 묻혀 빛을 잃었고, 셀레네와 헬레네 역시 구름 뒤에 모습을 감춰 밤하늘엔 검고 깊은 적막만이 가득하였다.
칠흑.
아무 것도 없기에 두려운 그것.
언젠가는 마주해야만 하는 결말.
호국공은 이를 악물었다.
밤하늘을 노려보던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왔나.”
“왔다.”
말장난하듯 답한 남자- 마인 코로스는 빙긋 웃으며 다가섰고, 호국공은 그를 마주하였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했으니 말이다.
“욕망에 솔직한 건 좋은 거지.”
호국공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코로스가 히죽 웃었고, 호국공은 마주 웃는 대신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본래라면 이렇게 마주해서는 안 되는 자.
10년 전의 자신이었다면 단칼에 베었을 왕국의 적.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버리고 말았다.
시간이 흘렀으니까.
더 이상 10년 전의 자신이 아니었으니까.
호국공 자신은 왕국의 적이 되는 길을 선택하였으니까.
그렇게 한 이유.
호국공 자신이 평생 모셔온 왕가를 배신하고 악마와 손을 잡은 이유.
호국공은 결국 쓰게 웃었다.
눈앞의 마인이 말하는 것처럼 그저 욕망에 솔직했던 것이니까.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까지 소중히 여겨왔던 것들을 저버린다.
신의를 버리고 충성을 버리고 악마와 손을 잡는다.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아니, 돌이킬 수 있다 한들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호국공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았다. 괜한 감정을 소비하는 대신 악마와의 거래를 이어나갔다.
논하는 것은 이제 보름 남짓 남은 건국 기념회와 그 날에 있을 비극에 관한 것.
“약간의 변경이 있다.”
“이쪽 역시.”
그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양쪽 모두에게 생겼으니까.
호국공과 코로스는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만들어지고 말았다.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흐름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전개가.
“그럼 그 날 보자구.”
씩 웃으며 말한 코로스는 어둠 속에 녹아들 듯 사라졌고, 혼자가 된 호국공은 왕도를 향해 돌아섰다.
앞으로 보름 남짓.
그 후에 일어날 모든 일들.
호국공 자신이 평생을 바쳐 지켜온 저 땅에 일어날 참극.
‘이미 결정했다.’
그렇다면 그저 실행에 옮길 뿐.
호국공은 발걸음을 내디뎠다.
왕도를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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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6장 - 섬머 페스티발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