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8장 - 건국 기념 무도회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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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지아는 오도카니 서서 왕도를 바라보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하늘을 뒤덮었고, 붉고 노란 그 빛 너머로 짙은 보라가 서서히 번져나갔다.
밤이 온다.
어둠이 온다.
망연히 바라보다보니 어느 순간 낮과 밤이 바뀌었다.
검푸른 하늘에 달과 별이 빛났고, 다시 그 아래에는 밤을 잊은 왕도가 아름다운 빛을 발했다.
“빛의 도시.”
“응?”
솔루지아의 말에 코로스가 반응했다.
왕도의 결계 때문에 인간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는 그는 마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2미터를 넘어 거의 3미터에 육박할 것 같은 키와 머리에 우뚝 솟은 두 개의 뿔.
덩치만 따지자면 솔루지아의 몇 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모습이었다.
머리에 사슴뿔이 돋아난 솔루지아는 그런 코로스를 돌아보았다.
그럭저럭 30년은 되었나.
기억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눈앞에 있었던, 그렇기에 솔루지아 자신의 온갖 감추고 싶은 과거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소꿉친구 앞에서 솔루지아는 옛날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기억 나? 어렸을 때 왕도 앞을 지나갔던 일?”
“원장 놈이 우리 노예로 팔아먹었을 때 이야기지? 노예 마차에 실려서 덜컹덜컹 실려 가던 때.”
“맞아, 그때.”
솔루지아 자신이 여덟 살, 코로스가 아홉 살이던 시절.
빼빼마른 소년과 소녀는 발목에 커다란 족쇄를 찬 채 더러운 짚단으로 뒤덮인 마차에 쪼그려 앉아 배고픔에 허덕였다.
“참 예쁘다고 생각했어.”
멀리 보이는 크고 화려한 도시.
저렇게 예쁜 도시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까.
다들 엄마랑 아빠가 있겠지?
예쁜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매일 같이 맞거나 괴로운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되고.
“언젠가··· 어른이 되면. 꼭 한 번 가보겠다고 다짐했었어.”
막연한 기대.
어른이 되면 무언가 달라지겠지.
어른이 되면 이 괴로운 생활도 끝이 나겠지. 행복해지겠지.
“하지만 어른이 되어도 가볼 수 없었어.”
왕도에는 결계가 있었으니까.
솔루지아 자신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마인이 되었으니까.
“코니.”
“어, 소니.”
“내 상상이랑은 다른 곳이겠지?”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지. 저기도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좆같은 동네일 거야.”
코로스의 말에 솔루지아는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아니, 아예 소리내어 까르르 웃었다.
“소니?”
“그냥, 그냥 웃겨서.”
어린 시절 선망하던 도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지만, 갈수 없었던 도시.
‘그런데 이제는 그 도시를 불태우러 가네.’
새삼 마음 아플 것은 없었다.
솔루지아 자신은 마인이었고, 이 모든 것은 경애하는 총수님을 위해서였으니까.
“가자, 코니.”
“그래, 소니.”
밤을 잊기라도 한 것처럼 색색의 빛으로 가득한 저 도시를 파괴하러.
솔루지아는 눈을 감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차가운 밤공기를 삼키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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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소리.
창가에 서서 잠시 해가 지는 광경을 바라보던 유더는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건국 기념 무도회가 열리는 대연회장은 그야말로 빛이 가득하였다.
웅장하기 짝이 없는 천장화 아래 자리한 샹들리에들이 아름답게 빛났고, 벽면에 자리한 마법의 광구들이 어둠을 빠짐없이 몰아내었다.
얼굴이 비칠 정도로 반짝이는 바닥과 사람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
그리고 저 멀리서부터 발랄하게 들려오는 음유시인의 밝고 경쾌한 노랫소리.
유더는 한 걸음 물러나 시야를 넓혀 보았지만 그래도 연회장을 한 눈에 담는 것은 무리였다.
그야말로 드넓은 연회장 안에는 삼백 명- 아니, 사오백 명은 족히 되는 인원들이 모여 있었다.
전국 곳곳에서 모인 귀족들과 외국에서 온 여러 손님들.
여기에 연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활약하고 있는 궁내부원들만 수십 명에 달했으니,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이 당연했다.
‘헨리 2세.’
유더는 시선을 저만치 끝에 자리한 상석 쪽으로 돌렸다.
유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능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무난한 왕인 헨리 2세가 껄껄 웃으며 1왕비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그 옆에는 다시 2왕비와 3왕비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진짜 많네.’
왕비들 옆에 자리한 다프네 왕세녀와 디온 왕자 외에도 열댓 명은 족히 되는 왕의 아이들.
앞의 세 명을 제하고는 전부 후궁들의 소생인 터라 왕위 계승권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성왕의 피를 진하게 이은 왕족들이기는 하였다.
사정이 있어 잠시 자리를 비운 다리안 왕녀를 제외한 왕족의 아이들 모두를 한 차례씩 바라본 유더는 다시 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호국공 안타리우스.’
왕족들 근처에 선 그는 자신의 제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무도회 중인 터라 검을 차고 있지 않았지만, 하나 같이 뛰어난 기량을 갖춘 검사들이었다.
‘그나마 근위기사단장이 호국공 쪽 사람이 아닌 게 다행인가.’
의심받지 않도록 호국공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린 유더는 연회장 곳곳에 다시 시선을 주었다.
드문드문 아는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엠마 파이커스.’
예의 그 약혼자와 함께 온 그녀는 평소와 달리 다소 의기소침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북부가 아닌 왕도였으니까.
북부에서야 한창 잘 나가는, 어딜 가도 떠받들어 주는 파이커스 백작가의 영애였지만, 왕도에서는 그냥 흔한 귀족가 영애1에 불과했다.
‘물론 북부12가문이 흔한 귀족가는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주변의 대우가 그렇다는 뜻이었다.
왕도의 귀족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지방 귀족들보다야 어찌되었든 한 수 위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레이첼도 있네.’
레이첼 블룸이었나.
검의 연회에서 만난 루카스의 친구들 역시 저들끼리 모여 웃고 떠들고 있었다.
‘실비아도 있고.’
코델리아보다 조금 못 해서 그렇지, 역시 북부에서도 손에 꼽는 미인인 실비아다웠다. 왕도의 영애들 사이에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과시했으니 말이다.
코델리아의 오빠인 에드워드와 무어라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딱 봐도 뭔가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형도 여기 있었어야 하는데.’
바이엘 백작가를 이을 차기 바이엘 백작으로서 차기 체이스 백작과, 차기 크로스벨 백작과 이야기를 나눴어야 하거늘.
하지만 게일은 건국 기념 무도회에 아예 참석 자체를 하지 않았다.
북부와 야생의 땅에서 코델리아를 쫓아 다니는데 너무 많은 휴가를 쓴 나머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휴가에 휴자도 내뱉을 수 없게 된 아델리아와- 정확히는 당직 근무를 서고 있는 아델리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근위마법병단 초소에 찾아갔으니 말이다.
‘언제 이렇게 사랑꾼이 된 거지?’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게일이 딱 그런 경우였다.
물론 마이아가 들었다면 형제가 아주 똑같다고 말했겠지만, 어찌되었든 유더는 게일의 이탈을 딱히 말리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더 강한 아군이 있어준다면 든든하긴 하겠지만······ 아델리아 역시 걱정이 되니까.’
호국공과 악마의 손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델리아 정도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알아서 제 한몸 간수 정도는 할 수 있는 실력자였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것이 있었으니까.
아델리아와 게일 서로를 위해서도 함께 있는 편이 안심이 되었다.
‘아버지랑 아버님은 저쪽에 계시고.’
가능한 왕족들 곁에 있어달라고 넌지시 부탁을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 수 없는 두 사람인 터라 어느새 저 멀리까지 이동해 있었다.
‘세류는 역시 없구나.’
칠살검 세류.
하기야 그녀는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참석하기보다는 성벽 위에서 홀로 술잔을 들어올리며 미소 짓는 모습이 더 어울리기는 했다.
‘그리고 루카스.’
저만치 벽에 혼자 서서 기죽은 골드리트리버처럼 어깨를 늘어트리고 있는 소년.
저런 얼굴을 하고 있으면 말을 걸지 않을 수 없었다.
“루카스 공자.”
“아, 유더 공자. 아니, 바이엘 남작님.”
“그냥 유더 공자면 됩니다. 우리 사이인 걸요.”
유더의 말에 루카스는 무척 기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그런데··· 혹시 우울한 일이라도 있으셨는지······.”
유더가 대놓고 묻자 루카스는 다시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답했다.
“사실··· 스칼렛 양에게 무도회에 함께 참석해주셨으면 한다고 권유를 했습니다. 거절당했지만요.”
말을 마친 루카스는 고개까지 조금 떨구었고, 유더는 저도 모르게 루카스의 엉덩이 쪽에 시선을 주었다. 어쩐지 축 늘어진 꼬리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아니, 그보다.’
스칼렛에게 파트너 권유를 했다고?
‘설마 진짜 코델리아 말대로?’
유더가 놀란 얼굴로 바라보자 루카스는 우물쭈물 다시 입을 열었다.
“작위 수여식 후에 한 번···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우연히요?”
“예, 마치 빌트바인 영웅전에서 빌트바인이 엘레나를 약속 없이 만난 것처럼요.”
루카스의 눈빛과 목소리에 살짝 열기가 어렸고, 유더는 확신했다.
‘반했네.’
뭐, 스칼렛이 미녀이기는 하지.
당찬데다가 은근히 착하기도 하고.
‘코델리아가 알면 좋아하겠구만.’
진짜로 이뤄지든 말든. 이런 커플링에 열광하는 코델리아였으니 말이다.
“루카스 공자.”
“예, 유더 공자.”
“스칼렛은 장미꽃을 좋아합니다.”
“네? 아, 네!”
응원해서 안 될 것은 없으니까.
진짜로 루카스랑 잘 되면 더 확고부동한 ‘우리 편’이 될 것도 같고.
“그, 그리고 또··· 뭔가 없을까요?”
루카스가 다시 소심하게 묻자 유더는 가만히 스칼렛의 설정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열~ 여기 있었구만.”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은 제일검이었다.
유더와 루카스 모두에게 인사한 그는 실실 웃으며 다가오더니 유더의 어깨에 척하고 손을 올렸다.
“반갑다.”
“저도 반갑습니다.”
붙어다녀야 할 양반이 알아서 붙어주니 반가울 수밖에.
빙긋 미소 짓는 유더에 이어 루카스와도 다시 인사를 나눈 제일검은 주변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네 어여쁜 약혼자는?”
“코델리아라면 지금 다리안 왕녀님과 준비 중입니다.”
“왕녀님과? 왜?”
“조금··· 특별한 드레스를 준비해서요.”
요정의 드레스와 구두.
입는 과정에서 신비한 일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다리안 왕녀가 그 모습을 너무나 보고 싶어 했기에 코델리아는 결국 본궁에서 옷을 갈아입는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보고 싶은데.’
요정의 드레스는 착용자를 요정으로 바꿔주는 일종의 폴리모프 아이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입는 과정에 일어나는 신비한 빛과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빛의 날개 등등, 이래저래 볼거리가 참 많은 광경이었다.
‘물론 다리안 왕녀가 없었더라도 볼 수 없었겠지만.’
보고 싶다고 했다가는 등짝이 남아나질 않았겠지.
“야, 쟤 실실 웃는 거 봐라. 지금 약혼자 생각하면서 웃고 있는 거 맞지?”
“아마 그렇···겠죠?”
“아, 진짜 행복해 보이네. 막 찔러 죽이고 싶다.”
“제, 제일검 님?”
“그냥 비유야, 비유. 진짜가 아니라.”
제일검의 말에 루카스는 진심으로 안도했는지 숨을 길게 토했고, 제일검은 그런 루카스의 순박한 모습에 흥미를 보였다. 이래저래 데리고 놀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유더의 망상과 제일검의 궁시렁거림이 이어지려던 순간이었다.
작은 소리.
대연회장의 열 개도 넘는 문들 가운데 하나가 열리는 소리.
너무나 작은 소리였다.
음악소리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재잘거림에조차 묻힐 작은 소음에 불과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뒤늦게 무도회에 참석한 소녀가 발걸음을 내디딘 그때.
문 쪽에 서 있던 이들이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들은 문을 열어준 궁내부원이 그 자세로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 것을, 넋이 나간 얼굴로 하염없이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을 목격하였다.
무슨 일일까
대체 왜 저런 것일까.
의문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궁내부원의 시선을 좇아 눈동자를 굴린 순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탄성은 없었다.
경탄도 없었다.
오로지 침묵만이 자리했다.
보는 순간 말을 잊고 말았으니까.
마주한 순간 넋을 놓고 말았으니까.
소녀가 발걸음을 내디뎠다.
여전히 작고 가냘픈 음색이었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 소리가 존재감을 발하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커진 것이 아니었다.
주변이 고요해진 탓이었다.
침묵이 번져나갔다.
고요가 퍼져나갔다.
점점 존재감을 발하는 발소리.
소녀가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마치 불길처럼 빠르게 번져나가는 고요.
재잘거림이 끊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유더도 들을 수 있었다.
발소리.
등을 돌리고 있음에도 알 수 있는 수많은 이들의 변화.
연회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음색이 늘어졌다.
궁중악사들의 손이 느려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멎어버렸고, 노래하던 음유시인은 가사를 잊고 말았다.
담소를 나누던 헨리 2세와 1왕비 유스티아 역시 연회장의 변화를 감지했다. 무슨 일인지 몰라 고개를 들었고, 다른 이들과 똑같은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한 걸음.
완전한 침묵을 고하는 마지막 발걸음 소리.
유더를 제외한 모두가,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같은 곳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만든 힘.
압도적이다 못해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름다움.
절대적인 고요 속에서 유더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마침내 돌아서서 마주하였다.
“코데······.”
멍하니 입을 벌렸다.
제대로 이름을 부르지 못 했다.
마주한 순간 넋을 잃고 말았으니까. 다시 한 번 반하고 말았으니까.
그저 빛.
수많은 이들 사이에서 홀로 빛나는 소녀.
요정의 드레스는 화려하지 않았다.
허리를 굳이 조이지도 않았고, 무겁고 둔중한 장식들이 잔뜩 달리지도 않았다.
하얗고 하늘하늘한 천이 코델리아의 매끄러운 어깨선을 따라 흘러내렸고, 부드러운 치맛단이 자연스러운 선을 그렸다.
그리고 소녀를 감싸고 있는 은은한 천상의 아우라.
수줍게 서 있던 소녀는 입술을 삐쭉이는가 싶더니 송곳니를 빛내며 씩하고 웃었다. 다시 발걸음을 내디뎌 유더에게 다가서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계속··· 기다리게 할 거야?”
사람들의 시선 때문인지 빨개진 얼굴로 말했고, 유더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아니, 여전히 넋이 나간 와중에 코델리아의 손을 붙잡았다.
‘보정··· 효과.’
요정의 드레스와 구두에는 각각 미모 수치와 매력 수치를 크게 높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여기에 천사화를 통한 천상의 보정 효과까지 더하였으니 실로 초월적인 미모가 탄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결국 유더는 인정했다.
게임뇌고 나발이고 지금은 무리라는 것을.
아무리 수치를 대입해서 이해해보려 한들, 결국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춤추자, 코델리아.”
“어?”
코델리아는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침묵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노래는커녕 작은 음악소리조차 없었고, 거기에 모두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지금 춤을 추자고?
무리였다.
절대로 무리였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더의 눈을 마주한 순간 그러고 말았다.
그리고 그 뒤로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유더가 코델리아의 허리를 안았고, 코델리아는 그대로 살며시 유더에게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한 걸음.
두 사람의 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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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8장 - 건국 기념 무도회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