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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197화 (197/473)

< 제72장 - 왕도 #2 (수정) >

&

“하하하하하!”

제일검이 광소를 터트렸다. 그저 미소 짓는 정도로는 지금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즐겁다.

즐겁다.

너무 즐거워 미칠 것만 같다.

제일검은 검이 좋았다.

검술이 좋았다.

검의 재능을 타고난 자신도 좋았고, 검을 휘두를 때의 자신 역시 좋았다.

검술.

즐거운 검술.

재미있는 검술.

아름다운 여인도 좋고 맛있는 요리도 좋지만 역시 검이 제일이었다.

검보다 좋은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하하!”

마음껏 검술을 펼쳤다.

목각 인형 따위를 상대로 기술을 연마하는 것과는 달랐다.

존재하지도 않는 가공의 적을 상상하며 검을 휘두르는 것과도 달랐다.

상대가 있다.

그것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가.

이쪽 역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대가!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참격에 참격이 더해졌다.

날카로운 빛의 궤적이 허공을 가르고 또 갈랐다.

너무나 빨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마치 동시에 펼친 것처럼 합쳐진 검격들이 빛의 그물이 되어 전방을 뒤덮었다.

츠화아-!

거친 바람이 일었다.

검격과 함께 일어난 강력한 바람이 대기를 뒤틀었고, 빛의 그물을 왜곡했다. 연이어 펼쳐진 난폭한 검기가 빛을 파하였다.

츠팍!

하지만 모두 떨쳐내지 못 했다.

아니, 정확히는 떨쳐내지는 그 순간 새로운 빛이 더해졌다.

빛의 검성.

눈부시게 빠른 쾌검의 소유자!

콰가가가가가-!

눈앞에서 번쩍였다.

날카로운 검기가, 가속하고 또 가속한 그것이.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바이엘 백작은 바람이 되었다.

밀려오는 검기와 그에 따라 갈라지는 대기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츠팍!

피가 튀었다. 옆구리를 크게 베였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바이엘 백작은 기를 운용해 상처를 막음과 동시에 지면을 박찼다.

강한 발구름으로 질풍보의 진수를 선보였다.

맹진하며 바람의 검을 펼쳤다.

풍아격진세風牙激進勢.

가로 막는 모든 것을 부수고 나아가는 바람의 이빨!

콰가가가가!

부서지고 부서졌다.

소용돌이치는 검기가 바닥와 천장을 파괴했다. 미쳐 날뛰는 바람이 대기를 찢어발겼다.

맹렬한 돌진.

제일검은 쉬이 막을 수 없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피하겠다는 생각 역시 들지 않았다.

부딪힌다.

정면으로 부딪혀 자웅을 겨룬다.

“우오오!”

검문제일검劍門第一劍.

펼치는 것은 빛의 날개일지니.

광익천상光翼天翔!

제일검의 전신에서 순백의 빛이 작렬했다. 돌진하며 내뻗은 검기의 끝이 갈라져 흩어지니, 마치 빛의 날개를 펼치는 것과 같았다.

풍아격진세와 광익천상.

바람의 검과 빛의 검.

푸른 바람과 순백의 빛이 충돌했다. 서로 엉켜 폭발하니, 그 충격파만으로 근방에 있던 모든 것들이 부서질 지경이었다.

콰가강-!

기둥이 무너졌다. 벽이 부서졌다. 근방에 있던 유리창들이 모조리 깨져나갔고, 충돌이 일어난 곳을 중심으로 천장과 바닥이 깊게 파였다. 아니, 사실상 소멸하였다.

그리고 그 엄청난 격돌 속에서 다시 한 번 검과 검이 맞물렸다.

제일검이 검 너머로 바이엘 백작을 보았다.

바이엘 백작 역시 그런 제일검을 보았다.

제일검이 웃었다.

지고의 쾌락을 맛보기라도 한 것처럼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굉장하잖아!”

검장.

바람의 검성.

“왜 반납한 거지? 당신이야말로 검성이란 이름에 어울리는데!”

세일룬 왕국에는 네 명의 검성이 존재했다.

그들 가운데 하나인 제일검의 눈으로 보았을 때 바이엘 백작의 실력은 상당했다. 결코 검성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못 할 자가 아니었다.

“검신에게 패한 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검신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제국제일검.

검의 신이라 불리는 대륙 최강의 검사.

비공식적인 대결이었고, 아예 대결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낭설이라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제일검은 알고 있었다.

바람의 검성이라 불리던 시절의 바이엘 백작이 검신과 직접 검을 겨루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바이엘 백작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애석한 일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일검은 천재였다.

놈의 검술 재능은 하늘에 닿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밀린다.’

제일검의 검이 더 빨랐다. 위력도 더 강했고, 이미 전력을 다하고 있는 자신과 달리 제일검은 마치 지금부터라는 듯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바이엘 백작의 검이 다시 한 번 요동쳤다. 후퇴를 모르는 거친 질풍이 되었다.

굴복하여 꺾이기는커녕 더욱더 거칠게 날뛰었다.

‘검신.’

벌써 십년 가까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똑똑히 기억할 수 있었다.

그의 검.

그가 펼친 하늘의 검.

닿을 수 없었다.

거친 질풍은 결코 하늘을 넘지 못 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적어도 단 한 수만이라면!

콰가가가가가가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바이엘 백작의 연격을 맞상대하던 제일검은 순간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온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 수가.

가슴이 두근거렸다. 호흡이 절로 거칠어질 것만 같았다.

보고 싶다.

겨루고 싶다.

그리고 깨트리고 싶다.

바이엘 백작의 한 수.

바람의 검성이 펼치는, 하늘에 닿기 위해 쌓아온 최강의 한 수!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눈앞의 희열과 별개로 제일검은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감각을 느꼈다.

바람의 검성에게만 집중되어 있던 그의 사고가 확장되었고, 그의 얼굴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놀랍군.’

어째서 이런 결과가 만들어진 것일까.

호국공이 죽었다.

항상 왕도를 뒤덮고 있는 기분 나쁜- 수호진의 기운이 순간적으로 약해진 터라 제법 일을 잘 처리하고 있나 했더니 전혀 아니었다.

‘어차피 물러날 때인가.’

바이엘 백작에게만 집중했기에 느끼지 못 했던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느껴졌다.

오고 있다.

또 한 명의 강자가.

하지만 그는 검사가 아니었다.

체이스 백작.

붉은폭풍이라 불리는 강대한 마법사.

바람의 검성을 상대하는 와중에 그까지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아쉬웠지만, 정말 아까워 미칠 것 같았지만 이제 물러나야 할 때였다.

콰가강!

벽이 허물어졌다.

흙먼지가 일었고, 동시에 강대한 마력의 파문이 공간을 뒤덮었다.

체이스 백작.

그리고 눈앞의 바이엘 백작.

바이엘 백작은 최상의 한 수를 펼치기 직전이었다. 그렇기에 제일검은 한발 앞섰다.

빛의 검성으로서, 세일룬 왕국 최속의 검을 펼쳐보였다.

일섬.

이름 없는 그 공격을 바이엘 백작이 간신히 흘려보냈다. 제일검은 그 순간 몸을 뒤로 크게 물리며 재차 검기를 발했다.

천광편린참天光片鱗斬.

수백, 수천의 빛이 세상을 뒤덮을지어니.

제일검의 검신에서 일어난 순백의 검기가 수백 조각으로 갈라져 비산했다.

순식간에 퍼져나가 방 전체를 뒤덮다시피 하더니 무지막지한 빛을 발해 제일검은 물론이고 방안의 모든 것들을 빛으로 지워버렸다.

일격필살의 비기가 아닌, 다수의 적을 공격하기 위한 기술.

하지만 지금의 용도는 따로 있었다.

바이엘 백작과 체이스 백작의 눈을 속인다.

제일검 자신이 물러설 수 있는 틈을 만든다!

콰강!

순간 굉음이 터졌다. 그리고 이내 몰아쳤다.

질풍마영참疾風魔影斬.

푸른 바람의 검기가 비산하는 빛의 검기들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방 안을 가득 채운 빛을 지워버렸다.

“알렉스!”

연달아 터지는 굉음 속에서 들려온 부름에 바이엘 백작은 숨을 토했다.

빛의 검기들은 사라졌다. 그리고 제일검 역시 더 이상은 눈앞에 존재하지 않았다.

“설마 제일검이었나?!”

서둘러 달려온 체이스 백작을 돌아본 바이엘 백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호국공과 제일검이 배신했네.”

“뭐라?!”

경악은 잠깐이었다. 체이스 백작의 얼굴에 격노가 번졌다.

“찢어죽일 놈들.”

오늘밤의 사고로 대무도회장에서만 수십 명이 넘게 죽었다.

왕도 전체로까지 범위를 확대한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아더.”

그렇기에 바이엘 백작은 체이스 백작을 진정시켰다. 검을 거두며, 거친 숨을 토하며 말을 이었다.

“아이들에게 가야하네.”

아직 호국공이 남아 있었다.

정황상 그는 지금 왕족들을 공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유더와 코델리아.

아마 두 사람이 호국공을 막고 있을 터였다.

그러니 서둘러야 했다.

비록 과거보다 약해졌다 하나 여전히 십검호의 일원인 호국공이었다.

아이들이 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가야만 했다.

“알겠네.”

함께 전장에서 몇 번이나 손발을 맞춘 사이였다.

바이엘 백작의 말을 바로 알아들은 체이스 백작은 노여움을 억누른 뒤 유더에게 받았던 마법기를 새삼 들어올렸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뒤 바로 이동을 개시했다.

“하아.”

바이엘 백작은 잠시 숨을 골랐다. 무리에 무리를 거듭한 결과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쉬고 있을 틈이 없었다.

심호흡으로 급한 불만 끈 뒤 바로 다시 지면을 박찼다.

왕궁최중심.

수호진의 방을 향해 몸을 날렸다.

&

“하아··· 하······.”

스칼렛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깨는 물론이고 검을 쥔 손이 덜덜 떨렸다.

내력을 너무 소모한 부작용이었다.

“하으······.”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때문에 스칼렛은 더 이상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운 뒤 아예 검까지 놓아버렸다.

“하아······.”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눈을 감고 헉헉거릴 뿐이었다.

완전한 무방비 상태.

하지만 스칼렛은 개의치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스칼렛 자신만이 아니었으니까.

땀으로 목욕을 하다시피 한 상태로 헐떡이는 자신과 달리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서 있는 검의 괴물이 있었으니까.

막시밀리언 데 어비스.

신의 실수라 불리는 남자.

‘진짜였네.’

이제까지 소문만 듣고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신의 실수.’

똑같은 인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온갖 재능을 넘치도록 타고난 괴물.

그가 스칼렛을 향해 다가섰다.

젖은 머리를 늘어트린 채 멍하니 숨을 토하던 스칼렛은 억지로 눈을 떠 그런 막시밀리언을 보았다.

숨이 차 죽을 것 같았지만 폐를 쥐어짜다시피 하여 말을 만들어냈다.

“고마··· 워.”

일단 막시밀리언과는 동갑이었으니까.

존댓말 하기에는 숨이 부족하기도 하고.

스칼렛의 감사에 막시밀리언은 그저 고개만 한 번 끄덕이더니 주변을 돌아보았다.

백여 구에 달하는 좀비들의 시신과 막다른 골목에서 몸을 웅크린 채 두려워 떠는 사람들을 모두 확인한 뒤 다시 스칼렛을 보았다.

“너, 좋은 사람이구나.”

“어?”

“좋은 사람이라고.”

막시밀리언은 옅은 미소를 머금었고, 스칼렛은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신의 실수.

쓸데없이 잘생겼다.

거기다 기본적으로 무표정인 녀석이 미소를 짓자 그 갭에서 오는 매력이 상당했다.

‘얼굴에 속지 말자. 유더 그 자식도 생긴 건 잘생겼지만 능구렁이잖아?’

루카스처럼 겉과 속이 똑같은 녀석은 정말 드물었으니까.

그러고보니 루카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핑크폭탄은 괜찮은 걸까?

스칼렛의 얼굴에 시름이 번졌지만 막시밀리언은 그것을 보지 못 했다.

고개를 돌려 녹색으로 물드는 서쪽 하늘을 보았기 때문이다.

‘죽음의 마력.’

저 정도로 강력한 죽음의 마력을 발할 수 있는 자는 작금 대륙에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때문에 막시밀리언은 검을 갈무리했다. 더 머무는 대신 발걸음을 서두르고자 스칼렛을 돌아보았다.

“이미 아는 것 같지만, 내 이름은 막시밀리언 데 어비스다. 그쪽 이름도 알 수 있을까?”

“스칼···렛.”

“예쁜 이름이네. 어울려.”

꾸며낸 말 따위가 아니었다. 때문에 스칼렛은 막시밀리언이 지어보인 옅은 미소에 헐떡이는 와중에도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스칼렛, 나는 이만 가봐야 해. 주변의 좀비들은 일소되었고··· 이제 곧 사태가 종결될 것 같으니 큰 위험은 없을 거야.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만나자.”

“자, 잠깐······.”

딱히 더 할 말은 없었지만 그냥 이대로 보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 스칼렛이 무어라 말을 붙였지만 이미 몸을 돌린 막시밀리언이었다.

그는 서쪽으로 향했고, 스칼렛은 억지로 상체를 일으키는 대신 그냥 눈을 감는 것을 택했다.

‘핑크폭탄.’

다치지 말고 무사하렴.

코델리아의 얼굴을 떠올린 스칼렛은 그대로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

왕도의 혼란이 점차 잦아들었다.

불길은 여전했지만 들불처럼 번지던 죽음의 행렬이 끝이 났다.

지휘체계를 정비한 왕도 경비대는 좀비들과 악마 추종자들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왕성 역시 근위 기사단의 활약으로 질서를 되찾았다.

“과연 왕도인가.”

대륙양강 가운데 하나인 세일룬 왕국의 수도.

제법 세게 흔들었지만, 역시 무너트리는 것은 무리였던 모양이다.

검에 손을 얹은 채 왕도를 바라보던 제일검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바닥에 주저앉은 코로스와 그런 그를 치료하고 있는 솔루지아가 보였다.

“실패했군.”

호국공은 수호진을 파괴하지 못 했다.

자연 수호진이 파괴된 왕도에 지옥문을 열려 했던 코로스와 솔루지아의 계획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제일검의 지적에 솔루지아는 이를 악물었다.

닥치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이내 관두었다.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니 말이다.

‘끝이야.’

왕도에 꽤 큰 타격을 주긴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오히려 악마의 손 쪽이 입은 피해가 더 컸다.

솔루지아 자신과 코로스는 가지고 있던 전투 병력을 거의 모두 잃었고, 호국공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잃었다.

“내 정체도 드러났고 말이야.”

검문제일검.

빛의 검성 룬 프라우드.

그 역시 정체가 탄로나 더 이상 검문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그야말로 대실패.

그나마 솔루지아 자신과 코로스가 목숨을 건진 것이 다행일 지경이었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빙긋 미소 지은 제일검은 솔루지아와 코로스에게 다가섰다.

솔루지아는 순간 경계하듯 눈매를 날카로이 했지만 잠깐뿐이었다.

제일검이 솔루지아 자신과 코로스를 그대로 지나쳤기 때문이다.

“솔루지아.”

등을 보인 채 제일검이 낮게 불렀고, 솔루지아는 고개를 들어 그런 제일검을 보았다.

제일검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더니 여전히 등만 보인 채 말을 이었다.

“이미 말했지만 정체가 드러났다. 더 이상은 제일검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겠지. 그러니··· 앞으로는 진짜 이름으로 활동할까 하는데 말이야.”

솔루지아는 제일검의 말을 이해했다.

그의 말마따나 그는 이제 더 이상 제일검으로서 살아갈 수 없었다.

악마의 손에 들어와 마인의 삶을 살아가야만 했다.

그런 그의 이름.

오래전부터 내정되어 있던, 총수께서 그에게 내리신 이름.

“듀크.”

솔루지아의 부름에 제일검은 작게 웃었다.

그대로 돌아서서 다시 한 번 왕도를 바라보았다.

저곳에 바람의 검성이 있었다.

너무나 좋아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호국공이 죽었다는 건 너희가 살았다는 이야기겠지.’

늙고 쇠약해졌다 하나 십검호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 호국공을 대체 어떻게 쓰러트린 것일까.

호국공을 쓰러트린 두 사람은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해지는 것일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새삼 바이엘 백작과의 대결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나쁘지 않아.’

이제는 적이었으니까.

얼마든지 죽고 죽일 수 있는 사이였으니까.

바람의 검성만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꼭 한 번 칼을 박고 싶었던 칠살검 세류.

검성 가운데 최강이라 불리는 황금의 검성.

여기에 제국의 강자들까지.

그리고 두 사람.

유더와 코델리아.

너무나 마음에 들어 직접 망가트리고 싶은 두 사람.

제일검은- 듀크는 소리내어 웃었다.

모두와의 재회를 기대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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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2장 - 왕도 #2 (수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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