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3장 - 공훈식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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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울 정도의 일은 아닐지도 몰랐다.
이틀하고도 조금 더, 날로만 새면 사흘이나 깨어나지 못 한 유더였지만 막상 코델리아 자신도 이틀 가까이 의식을 잃은 상태였으니까.
둘 다 아팠으니 그게 그거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마이아가 지난 이틀 동안 유더가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마음을 졸였던 것과 달리 코델리아 자신은 기껏해야 몇 시간 남짓- 그나마도 잠들어 버린 시간을 빼면 채 한 시간도 못 되는 시간동안 걱정한 것이 다였으니까.
‘깨어날 거란 이야기도 들었고.’
어떤 상태인지 확진도 끝난 채 그저 기다리던 상황이었으니, 마이아와는 정말 경우가 다르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일까.
그냥 유더 얼굴을 보니까, 끌어안고 나니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자기도 모르게 엉엉 울고 말았다.
‘미안해서 그런가?’
유더에게 육문을 열게 한 게 자신이라서?
그래서 책임감이라도 느끼는 것일까?
‘그치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기지 못 했을 터였다.
어쩌면 정말 호국공 손에 다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고 말이다.
‘아니, 애당초 이런 건 이유가 아니야.’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유더가 아프니까 슬펐고, 유더가 깨어나니까 기뻤다.
단순한 문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사건.
“흐윽, 흑.”
한참을 울던 코델리아는 조금씩 울음을 삼켰고,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자연스럽게 유더의 얼굴을 보았다.
이쪽을 보고 있는 초록색 눈동자와 능글맞은 미소를 그리고 있는 입술.
코델리아 자신의 허리를 안고 있는 단단한 왼팔과, 등을 토닥이고 있는 오른손.
어느새 넉넉해진, 마치 성벽처럼 든든해서 언제든 기댈 수 있는 가슴.
“우리 공주님, 다 울었어요?”
유더가 능청스럽게 말했고, 코델리아는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속이 까만 유더였지만 지금은 순수한 상태라는 것을.
능청스러운 미소로 가리고 있지만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는 것을.
초록색 눈동자에 약간의 당혹감과 기쁨과 열심히 참고 있는 것 같은-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왜일까.
얼굴이 가까워서일까?
그래서 평소에는 보지 못 하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된 걸까?
한차례 입술을 움츠린 코델리아는 눈물 때문에 코를 킁킁거렸고,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유더 냄새.’
오감이 모두 뛰어난 코델리아였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후각이 뛰어난 편이었다.
때문에 코델리아는 유더에게서 나는 냄새가 여러 가지 것들이 섞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약간은 달콤한 유더의 살내음.
거기에 더해진 것은 마이아가 선정한 비누의 향.
그리고 다시 유더가 개발한 샴프와 린스의 향기.
귀족이라면 누구나 많든 적든 뿌리는 게 보통인 향수.
기본적으로는 장미향이었다.
여기에 상큼한 느낌이 나는 향이 더해져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약간의 땀 냄새.
살짝 무거워진 향기.
그로 말미암아 평소보다 조금 더 진해진 유더의 향.
코델리아는 파란 눈동자를 굴려 유더를 올려다보았고, 유더는 초록색 눈동자로 그런 코델리아를 마주하였다.
은은한 촛불 때문인지 유더의 초록색 눈동자가 평소보다 조금 더 어둡게 보였지만, 그래서 더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코델리아는 고개를 좀 더 들었다. 저도 모르게 유더의 뺨에 입술을 맞추었다.
쪽.
작지만 너무나 고요했기에 크게 들리는 소리.
유더의 눈동자에 다시 당혹과 놀라움이 살짝 번졌고, 그 반응에 코델리아는 부끄러움보다는 묘한 즐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속내를 눈빛으로 읽어냈다. 그랬기에 코델리아를 안은 왼팔에 조금 힘을 주며 머리를 움직였고, 코델리아의 이마에 똑같이 입술을 맞추었다.
무척이나 부드럽게.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이번에는 코델리아의 파랗고 큰 눈동자에 당혹감이 번졌고, 유더는 평소의 뻔뻔함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어색한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그 미소가 코델리아의 스위치를 작동시켰다.
코델리아는 유더에게 조금 더 몸을 밀착시켰다. 목을 좀 더 위로 빼기 위함이었다.
상체에 무게를 실어, 유더를 누르듯이 하며 다시 뺨에 입술을 맞췄다.
그리고 마치 이번에는 어떠냐는 듯, 조금은 요망한 눈으로 유더를 올려다보았다.
‘뺨이 빨개.’
유더는 눈빛으로 엉뚱한 답을 내놓은 뒤 이번에는 코델리아의 이마가 아닌 뺨에 입술을 맞췄다.
아까와는 달리 쪽하고 소리가 나는 입맞춤이었다.
‘너도 빨갛거든?’
묘한 승부욕이 발동한 코델리아는 다시 고개를 들었고, 이번에는 뺨이 아닌 유더의 귀에 입술을 맞추었다.
하필 귀에 입술을 맞춘 이유는 코델리아 자신도 알지 못 했다.
그냥 눈에 들어왔으니까.
귀에도 한 번 입술을 맞춰보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입술을 맞춘 직후였다.
지금까지와 반응이 달랐다.
몸을 밀착하고 있었기에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유더가 움찔했다.
코델리아 자신의 허리를 안고 있던 왼팔도- 단단하니 꼼짝도 안 할 것 같던 그 왼팔도 미세하게 떨렸다.
왜일까.
코델리아는 눈동자를 굴려 유더를 보았다.
평소보다 더 붉게 달아오른 뺨이 보였고, 항상 능구렁이 같던 밉살맞은 미소가 살짝 무너진 것이 보였다.
그리고 눈동자.
부끄러움으로 가득 차서 어쩔 줄 몰라하는 녹색 눈동자.
순간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델리아는 다시 한 번 유더의 귀에 입술을 맞추었고, 유더는 이번에도 움찔하고 반응했다.
자연스럽게 코델리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재밌어.’
뭔가, 뭔가 공략하는 기분이 드는데?
보스몹의 약점을 찾아 쿡쿡 찔러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이 와중에 게임뇌가 돌아가기 시작한 코델리아는 므흐흣 미소를 흘렸고, 그 미소가 이번에는 유더를 자극했다.
승부욕.
질 수 없다는 감정.
유더가 다시 코델리아의 허리를 강하게 안았다. 그대로 목을 쭉 빼더니 코델리아의 하얗고 긴 목덜미에 입술을 맞추었다.
“꺅?”
코델리아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었고, 유더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주 밉살스러운 미소가 말이다.
‘너어어.’
파란 눈동자로 한 번 쏘아준 코델리아는 유더의 귀에 입술을 맞추는 대신 귓불을 아주 살짝 깨물었다.
“읏?”
이번엔 유더가 소리를 냈다.
제대로 크리티컬 히트를 날린 모양이었다.
“흐흐흥.”
코델리아는 추가타를 가하듯 다시 유더의 귓가에 입술을 맞추었고, 살짝이지만 숨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느껴진 진동.
부르르 몸을 떤 유더의 얼굴이 전에 없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겼당?’
코델리아가 므흐흥 웃으며 눈빛으로 말했고, 유더는 순간 울컥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코델리아의 목에 입술을 맞추었다. 움찔하는 코델리아를 움직이지 못 하게 왼팔로 단단히 붙든 뒤 그대로 가늘고 긴 목을 훑듯이 얼굴을 내려 쇄골의 도드라진 부분에 입술을 맞추었다.
“읏.”
이번에는 코델리아가 몸을 떨었다. 파란 눈동자에 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해보자 이거지?’
그럼 이번에는 내 차례다?
코델리아는 파란색 눈동자를 굴렸다. 다시 한 번 귀를 공략하는 대신 새로운 약점을 찾기 위해 유더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빨갛게 달아오른 뺨과 평소보다 더 뜨거운 숨을 토하고 있는 입술.
순간 코델리아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유더의 입술을 가만히 바라보았고, 약간이지만 거친 숨을 토했다.
그리고 유더 역시 코델리아를 보았다.
마찬가지로 마른 침을 삼키며 꼼짝도 하지 못 했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달뜬 숨을 토했다.
서로의 숨결이 서로의 입술에 닿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가씨!”
“도련님?!”
문이 벌컥 열리며 달리아와 마이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덤으로 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 준까지 말이다.
“응앗?!”
코델리아는 당황해서 허둥거렸고, 유더 역시 그랬다.
흡사 12시의 마법이 깨진 것처럼 버둥거린 두 사람은 얼른 서로를 밀쳐냈고, 덕분에 코델리아는 아예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기까지 하였다.
“아가씨!”
“어, 응. 어. 괘, 괜찮아!”
코델리아는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를 보았다.
지금의 광경을 무엇이라 해야 할까.
차마 필설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부끄러움으로 뒤덮인 코델리아의 얼굴에 유더는 마찬가지로- 그러니까 필설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심장의 두근거림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달리아와 마이아가 방안에 들어섰고, 마이아의 눈물이 유더의 정신을 단번에 잡아당겼다.
“도련님!”
마이아가 엉엉 울며 유더의 가슴에 매달렸다.
평소의 그녀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랗게- 마치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마이아.”
많이 걱정했구나.
미안.
정말 미안.
유더는 마이아를 꼭 안아주며 괜찮다 말했지만 마이아의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요 반 년 사이 폭발적으로 강해진 유더였지만, 막상 마이아는 그렇게 강해진 유더의 모습을 거의 보지 못 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건 크고 강건한 유더가 아닌, 바깥출입도 힘겨운 병약한 유더였다.
마이아 탄탈롯.
바이엘 가의 사용인이자 유더의 전속 메이드.
하지만 유더에게는 단순한 사용인이 아닌, 친누나나 다름없는 사람.
마이아의 울음이 쉬이 그칠 것 같지 않자 코델리아는 우물쭈물하다가 유더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 일단 내일 볼까?’
‘그래, 내일 보자.’
‘으응, 잘 자구.’
‘어, 내 꿈꾸고.’
‘너두.’
어설프게 눈인사를 마친 코델리아는 달리아와 함께 방을 나섰고, 유더는 여전히 엉엉 우는 마이아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삼십 분 남짓.
달리아의 집요한 질문 공세를 너무 피곤해서 자야한다는 핑계로 방어해낸 코델리아는 적당히 씻은 뒤 침대 위에 누웠다.
그리고 누구나 그러하듯 이불킥을 날리기 시작했다.
‘으아앙! 내가 미쳤지!’
불과 30여분 전.
대체 뭘 한 것일까.
뭘 한 거지?
왜 그런 거지?
‘그··· 막······ 아아악’
쪽쪽.
쪽쪽쪽.
쪽쪽쪽쪽.
문밖에 있던 달리아와 준이 들을 정도로 쪽쪽쪽.
‘으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코델리아는 침대 위에서 몸부림을 쳤다.
좌로 굴렀다, 우로 굴렀다, 다시 가운데로 돌아와서 팡팡팡팡 이불킥.
‘어뜩해, 어뜩해.’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죽은 걸지도 몰랐다.
수치사한 뒤에 영혼 혼자 발버둥치는 걸지도.
코델리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고, 깜짝 놀라 손을 떼었다. 뺨이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다.
‘아, 진짜. 아 진짜!’
유더 얼굴 어떻게 보지?
내일 유더 얼굴 보면 뭐라고 해야 하지?
“으으··· 으으으으······.”
눈물까지 살짝 흘린 코델리아는 애써 심호흡을 하였다.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몇 번이나 반복한 끝에 겨우 숨을 안정시킨 코델리아는 연이어 몸을 편히 눕힌 뒤 마음을 다스렸다.
‘괜찮아.’
응, 괜찮아.
나만 한 게 아니니까.
유더도 했으니까.
서로 약점 찌르기 놀이를 한 거니까.
응응, 맞아.
그냥 약점 찌르고 논 거야.
게임을 한 거라구?
그러니까 괜찮아.
그리구 뭐 약혼자니까?
그래, 이 정도야 할 수 있지 뭐.
응응, 노 프로블럼.
문제 없음이징.
그러니 자자.
코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아질 테니까.
코델리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1, 2, 3.
“으아앙!”
괜찮기는 뭔가 괜찮아!
다시 발버둥을 친 코델리아는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만 뒤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이게 다 유더 때문이야.
아무튼 유더 때문이야.
무조건 유더 때문이라구!
“하아.”
싫다.
진짜진짜 싫다.
거기다 만약에 마이아랑 달리아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때 들어오지 않았다면······.
코델리아는 눈을 꽉 감은 뒤 마찬가지로 꽉 쥔 주먹을 마구 흔들었고, 이내 헉헉거렸다.
침대 위에서 너무 날뛰어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겨우 진정시켰던 호흡이 다시 거칠어져 있었다.
‘우씨.’
왜 나만 이래야 하지?
유더 그 자식은 지금쯤 잘 자고 있겠지?
막 코까지 골면서 세상모르게 자고 있겠지?
‘그래, 그러니까 나도 자자.’
일단 자자.
이 모든 사태에 대한 고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자는 거야!
코델리아는 다시 자세를 바로 한 뒤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감탄사와 함께 말했다.
“못 자겠어어.”
오늘밤은 다 잤다.
다 자고 말았다.
그리고 바로 건너 방.
벽 너머에 자리한 유더의 침실.
코델리아의 예상처럼 유더는 침대 위에서 난동을 부리지 않았다.
똑바로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예상했던 것처럼 코까지 골며 쿨쿨 자는 것은 아니었다.
다리를 꼬고 누운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뒤 반야심경을 외운다.
자꾸만 떠오르는 코델리아의 얼굴을 애써 지우며 불경에 몰입한다.
“제길.”
못 자겠다.
못 자겠어.
어떻게 자라고? 어?
어떻게!
“흐아아.”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매며 신음하던 유더는 결국 눈을 뜨고 천장을 보았다. 그대로 옆으로 돌아누워 코델리아의 방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자자, 자자 유더야. 자자.”
다시 돌아누운 유더는 억지로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얼굴을 붉힌 채 살포시 웃는 코델리아의 얼굴이 떠오를 따름이었다.
“하아, 젠장.”
결국 유더는 자는 것을 포기했다.
아예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뒤 크게 숨을 골랐고, 수도하는 마음으로 반야심경을 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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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코델리아는 피곤에 찌든 얼굴로 소파에 앉아 유더를 기다렸다.
둘이 함께 아버지와 아버님- 그러니까 체이스 백작과 바이엘 백작을 만나기로 약속이 되었기 때문이다.
‘으으으.’
만나면 뭐라고 하지?
그냥 아무 말도 안 할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코델리아는 손가락뿐만 아니라 구두 속의 발가락까지 꼼지락 거렸고, 그런 코델리아를 보며 쿡쿡 웃던 달리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시네요.”
유더가.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한 코델리아는 허리를 곧이 세운 뒤 눈동자를 굴렸고, 저도 모르게 풋 하고 웃었다.
눈 밑이 까맣게 변한 유더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야, 너두?’
‘야, 나두.’
똑같이 날밤을 샌 두 사람.
코델리아가 킥킥거리며 웃자 똑같이 미소 지은 유더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늘 그랬던 것처럼 손을 내밀었다. 에스코트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바로 손을 잡지 않았다. 그대로 슬쩍 눈동자를 굴려 유더를 올려다보더니 새침한 미소를 그렸다.
유더는 나름 평소처럼 행동한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내밀었지만 코델리아에게는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좀 귀엽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우리 속이 까만 블랙망토 씨도 이렇게 귀여울 때가 다 있었구나?
다시 킥킥킥 웃은 코델리아는 유더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살짝 포개듯 올렸고, 자리에서 일어나 유더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바이엘 백작과 체이스 백작이 기다리고 있는 방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얼마 되지 않을 터였다.
기껏해야 몇 분 남짓이겠지.
어쩌면 그조차도 되지 않던가.
그렇기 때문일까.
유더가 손을 살짝 움직였다. 코델리아의 손 아래에서 손목의 방향을 바꾸었다.
조금은 노골적인 그 움직임.
코델리아는 고개를 돌려 유더를 보았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를 보는 대신 정면만 보았다.
어울리지 않게 뺨을 붉히며 코델리아의 손가락 사이에 자신의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깍지 끼기.
코델리아는 손가락을 살짝 벌려 유더에게 응해주었다. 꽉 맞물린 손을 한 번 보더니 다시 유더의 옆얼굴을 보았다.
‘유더야, 유더야.’
유더는 대답이 없었다. 정면만 보느라 눈빛을 보지 못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개의치 않고 계속 눈빛을 보냈다.
‘이러면 에스코트가 아니지 않아?’
그냥 손잡기지.
응?
유더는 이번에도 답하지 않았고, 코델리아는 입술을 움츠렸다. 나름 새침하게-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풀어진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손을 아래로 내렸다. 유더와 맞잡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등 뒤에서 마이아와 달리아가 참지 못한 웃음을 흘렸지만, 유더와 코델리아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거의 듣지 못 했다. 두 사람 모두 뺨을 붉힌 채 앞만 보고 걷기 바빴으니까.
그리고 정말로 몇 분.
너무나 짧게 느껴진 시간을 흘려보낸 두 사람은 누가 봐도 미련 가득한 손짓으로 서로를 멀리했다. 몇 번이나 다시 맞물리려는 손을 억지로 떼어낸 뒤 심호흡을 하였다.
‘가자.’
‘응.’
바이엘 백작과 체이스 백작을 만나고, 좀 더 자세한 정황을 들은 뒤 둘이서 이야기를 정리한다.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한 뒤 진행한다.
문 앞을 지키던 바이엘 백작가의 기사가 문을 열었고, 유더와 코델리아는 방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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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3장 - 공훈식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