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3장 - 공훈식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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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다친데는 없구?”
“너희야말로 괜찮아? 아예 혼수상태였다며?”
소파에 나란히 앉자마자 던진 물음에 스칼렛이 오히려 되묻고 나서자 코델리아는 도리질을 하며 답했다.
“아니, 혼수상태니 뭐니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구, 그냥 이틀 정도 내리 잔 거야.”
“저기요, 이틀이나 내리 자는 건 어떻게 봐도 비정상이거든요?”
톡 쏘듯이 말한 스칼렛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코델리아를 이곳저곳 살펴보기 시작했다.
혹여 어디 아픈 곳이 없나 살피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스칼렛의 모습에 코델리아는 우흐흥 웃기 시작했다.
“왜?”
“아니 그냥. 스칼렛이 우리 걱정 많이 했구나 해서.”
다시 킥킥 웃은 코델리아는 스칼렛의 어깨를 살짝 때리며 눈웃음을 지었고, 스칼렛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거든? 별로 걱정 안 했거든? 딱히 신경 쓴 적 없거든?”
“캬, 이 정석적인 반응 참 좋다, 좋아. 스칼렛 너무 커여워.”
“커 뭐?”
스칼렛이 질색을 하든 말든 코델리아는 그녀의 팔을 끌어안으며 우흐흥 웃음을 흘려댔고, 결국 스칼렛은 인상을 찡그리며 유더를 돌아보았다.
“야, 블랙망토. 핑크폭탄 왜 이래. 어디 머리라도 다친 거야?”
[다치긴 무슨. 평소처럼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인데.]
육성 대신 메시지 마법으로 돌아온 대답에 스칼렛은 몸서리를 쳤지만 도리가 없었다.
여기서 말을 더 이어봤자 본인만 민망해질 따름이었다.
“아무튼 무사하면 됐어.”
“응응, 나도 스칼렛이 무사하면 그걸로 됐어.”
코델리아가 어깨에 뺨을 비비며 말하자 순간 움찔한 스칼렛이었지만 이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이쪽을 보는 유더의 표정이 참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놀려볼까?’
하지만 스칼렛이 무언가 시도해보기도 전에 유더가 먼저 움직임을 보였다. 스칼렛의 맞은편에 털썩하고 자리를 잡더니 바로 외면할 수 없는 화두를 꺼내든 것이었다.
“승부.”
“어?”
“로그 마스터를 가리기 위한 승부. 슬슬 논의할 때도 되었잖아?”
유더가 씩 웃으며 말하자 스칼렛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로그 마스터를 가리기 위한 승부 자체는 환영이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유더가 주도하는 게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결국 아쉬운 건 스칼렛 자신 쪽이었으니 말이다.
“좋아, 어디 한 번 이야기 해봐.”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이야기하자면··· 당장은 무리라는 건 너도 동의하지?”
“동의해. 왕도가 개판이니까.”
기대한 그대로의 대답에 유더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역시 스칼렛.’
원작에서도 마검에 현혹되기 이전에는 다정다감한데다 합리적이기까지 한, 그야말로 이상적인 동료였던 스칼렛이었다.
왕도가 막대한 피해를 입은 지금이라면 그녀 스스로가 승부를 미룰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로그 마스터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기도 하니까.’
초대 로그 마스터가 이 땅에 나타난 지 수백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자연 과거와 현재 사이에는 수많은 도둑들이 존재했고, 개중에는 로그 마스터 이상으로 대단한 도둑질을 해낸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 누구도 로그 마스터와 같은 전설이 되지는 못 하였다.
어째서 그러했을까.
왜 로그 마스터만이 전설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낭만이 있으니까.’
예고장을 보내 스스로 도둑질의 난도를 높인다.
악독한 부자들만을 타깃으로 삼는다.
도둑질은 하되 목숨까지 빼앗지는 않는다.
부자들을 털어 번 돈으로 사회의 약자들을 구제한다.
소위 말하는 의적.
정의로운 도둑.
전부 환상이었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도둑은 도둑이었고, 부자들에게 훔쳐낸 것들 가운데 대부분은 가난한 이들이 아닌 로그 마스터의 주머니에 들어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지였다.
‘낭만적인 도둑.’
그런 로그 마스터가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친 왕도를 도둑질의 무대로 삼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승부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잖아? 그러니 장소를 바꾸자.”
“왕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승부를 보자는 말이야?”
“어, 중앙이 아닌 남부에서 승부를 보자.”
유더의 말에 코델리아가 오-하는 작은 감탄과 함께 눈을 빛냈다.
유더가 무엇을 의도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스칼렛도 남부에 데려가려는 거야?’
‘전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블랙 드래곤 말레키스는 호국공과는 다른 의미로 강적이었다. 문자 그대로 거대괴수인 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쓸 만한 카드가 한 장이라도 더 있어야 했다.
“남부면 어디? 남부7가문?”
“노려볼만 하지 않겠어?”
유더가 긍정에 가까운 대답을 하며 빙긋 웃자 스칼렛은 눈매를 날카로이 했다.
유더의 능글맞은 미소를 보자 일단 경각심부터가 들었기 때문이다.
‘뭔가 또 꿍꿍이가 있는 거 아냐?’
왕도가 큰 피해를 입긴 했지만 중앙 전체가 망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중앙을 떠나 하필 남부에서 승부를 보자니.
굳이 저 능글맞은 미소가 아니더라도 이래저래 수상한 냄새가 나는 이야기였다.
‘차라리 제국에서 승부를 보자고 해볼까?’
스칼렛 자신의 홈그라운드.
하지만 스칼렛은 이내 생각을 접었다.
결국 아쉬운 것은 스칼렛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애당초 핑크폭탄의 배려 덕분에 성사된 승부니까.’
이쪽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물론 코델리아는 별 생각이 없는 것 같기는 하지만······.’
어쩌면 제국에서의 승부조차 받아들일지 몰랐다.
하지만 블랙망토가- 저 능구렁이의 화신과도 같은 유더가 허락할 리 만무했다.
아마 스칼렛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남부에서의 승부를 관철시킬 터였다.
‘괜한 기 싸움 할 필요 없지.’
이번 승부를 끝으로 더 안 볼 사이도 아니고.
“좋아, 그럼 남부에서 승부를 보자. 날짜는?”
“조금 넉넉하게 잡았으면 하는데.”
“어느 정도나?”
“적어도 두 달 이상? 왕도가 좀 정리되어야 우리도 남부로 내려갈 수 있을 테니까.”
“흐으음.”
스칼렛은 팔짱을 낀 채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번에도 오래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유더의 말마따나 작금의 왕도에서 발을 빼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터였으니 말이다.
‘두 달은 좀 너무 긴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아예 기다리지 못 할 시간인 것은 또 아니었다.
더욱이 스칼렛 자신에게도 남부에 대해 조사할 시간이 필요했다.
“좋아, 그렇게 하자. 세부적인 날짜 같은 건 나중에 차차 논해도 상관없겠지.”
“역시 스칼렛. 화통해서 좋단 말이지?”
“딱히 너 좋으라고 하는 거 아니거든?”
“그러시겠죠.”
“우흐흥.”
마지막에 더해진 웃음은 코델리아의 것이었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 얼굴에서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야, 아까부터 징그럽게 왜 그러는데?”
“응, 그냥. 스칼렛이 좋아서?”
코델리아가 다시 방긋방긋 웃자 스칼렛도 결국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튕겨내기엔 너무 사랑스러운 코델리아였다.
“좋아, 아무튼 그럼 두 달 뒤 남부에서 승부를 보는 거라 치고-.”
“치고?”
“핑크폭탄은 나랑 잠깐 나가자.”
“응?”
“그냥 바깥 공기 쐬면서 이야기나 좀 할까 해서. 그날 밤 왕도에서 있었던 일들도 좀 듣고 싶고. 안 돼?”
“음··· 안 될 건 없지만.”
거기까지 말한 코델리아는 유더를 돌아보았고, 유더는 코델리아 대신 이쪽을 보며 씩 웃고 있는 스칼렛을 보았다.
‘아주 속이 훤히 보이는구만.’
스칼렛의 속셈.
사실 뭐 대단할 것도 없었다.
그냥 코델리아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유더 자신과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지 못 하게 하겠다는- 참으로 일차원적인 발상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짜증나지? 그치?’
스칼렛의 눈빛에 유더는 썩은 미소로 답해준 뒤 다시 코델리아를 보았다.
‘유더야?’
‘스칼렛 말대로 해도 괜찮아. 애당초 친구랑 수다 떨러 가는 건데 내가 뭐라고 할 만한 일이 아니잖아?’
‘음··· 그렇긴 하지. 알았어, 금방 다녀올게.’
활짝 웃어 보인 코델리아는 쇠뿔도 단김에 뽑는다는 말처럼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스칼렛의 팔을 잡아당겼고, 스칼렛은 유더에게 마지막으로 코웃음을 쳐준 뒤 코델리아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다시 몇 초.
방문이 닫히고 나자 유더는 어깨를 늘어트리며 숨을 길게 토했다.
‘어찌되었든 스칼렛은 완전히 우리 편이 된 거 같네.’
승부의 결과가 어찌되든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래저래 방해를 하는 게 좀 성가시긴 하지만······.’
뭐, 아주 싫은 건 아니었다.
이 정도야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더욱이 당장은 오히려 도움이 된 스칼렛의 방해였다.
‘아무래도 코델리아가 곁에 있으면 집중하기가 좀 어려우니까.’
적어도 당장은 말이다.
‘코델리아 나간 김에 확실히 정리해두자.’
어젯밤에는 아예 생각이라는 걸 할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 하지 못 한 일.
유더는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영육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의식의 수면 아래로 천천히 스스로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이내 깨닫게 되었다.
‘역시 무리였나.’
제대로 육문을 여는 것에 실패했다.
여섯 번째 문을 만들긴 만들었지만, 겨우 형태만 갖춘 것에 가까웠다.
굳이 따지자면- 그릇 자체는 넓혔지만 그 내용물은 거의 채우지 못 한 상태라고 해야 할까?
‘시간이 필요해.’
육문을 제대로 정비할 시간이.
갑자기 커진 그릇에 맞춰 유더 자신의 역량 자체를 성장시킬 시간이.
‘그래도 너무 조급해지지는 말자.’
코델리아에게 이미 말했듯이 악마 추종자들은 당분간 자신들을 공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 할 터였다.
블랙 드래곤 말레키스의 남부 공격 역시 원작 기준이라면 앞으로 몇 달 뒤에 일어날 일인만큼 지금 당장 강해질 필요는 없었다.
‘시간을 활용하자.’
몸을 회복시키고, 역량을 기르자.
구천구문에만 너무 의지하지 말고 다른 힘 역시 함께 키우자.
‘얼티메이트 세븐.’
열쇠 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고대 드워프들이 탄생시킨 궁극의 일곱 자루.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유더는 그 일곱 자루를 모두 알고 있었고, 적어도 한 번 이상씩은 영웅전기2에서 사용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랬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얼티메이트 원이 필요해.’
궁극의 일곱 자루 가운데서도 가장 이질적인 검.
하지만 그렇기에 작금의 유더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검.
다행히 유더 자신이 원하는 그것- ‘얼티메이트 원’과 코델리아가 원하는 ‘얼티메이트 포- 폭령검 매직 블라스터’는 세일룬 왕국에 위치하고 있었다.
‘여기에 대 말레키스 전에서 사용할 얼티메이트 쓰리- 용살검 아스카론까지 확보하면 금상첨화겠는데 말이야.’
머릿속으로 잠시 동선을 그려본 유더는 이내 피식 웃으며 어깨를 늘어트렸다.
아이템 얻을 생각을 하고 있자니 새삼 영웅전기2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지만.’
옅은 미소를 끝으로 유더는 다시 눈을 감고 의식을 집중했다.
구천구문의 구결이 더해진 구극태양신공을- 그로인해 탄생한 검은 태양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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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궁에 딸린 작은 정원.
양지바른 곳에 앉아 바람을 쐬던 스칼렛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호국공? 호국공을 쓰러트렸다고?”
“으응. 아직은 비밀인 거 같으니까 여기저기 떠들지는 말구.”
코델리아가 주변을 살피며 작게 말했지만 스칼렛은 조심하기는커녕 오히려 코델리아의 양 어깨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어떻게?!”
호국공이 배신했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파악해둔 스칼렛이었다.
코델리아 말마따나 다들 쉬쉬하고 있기는 했지만, 왕도에서의 싸움으로부터 벌써 사흘이나 지난 시점인 터라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호국공이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마 유더와 코델리아가 호국공을 쓰러트렸을 줄이야.
“그··· 열과 성을 다해서? 왕세녀님이랑 왕자님도 도와주셨구.”
코델리아가 우물쭈물 말하자 스칼렛은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는 듯 다시 코델리아의 어깨를 흔들어댔다.
겨우 어린애 몇이 더해진다 해서 꺾을 수 있는 호국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무찔렀어. 어떻게 무찔렀는지는 왕국의 비밀과도 연관된 거라 말 못 해.”
왕궁 지하에서 수호진을 유지하고 있는 성검 클라우 솔라스의 존재는 그야말로 극비 중의 극비였다.
바이엘 백작과 체이스 백작이야 이미 성검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그냥 대놓고 이야기를 했지만, 이러나저러나 제국민인 스칼렛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칫, 치사해.”
“미안······.”
코델리아가 진심으로 미안한 듯 우울한 얼굴이 되자 스칼렛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아무튼 단순히 실력만으로 이긴 건 아니구나?”
“응, 이것저것 더해진 것도 있고··· 뭣보다 운이 좋았어.”
“운이 좋았다라······.”
쓰게 웃은 스칼렛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늙고 약해졌다 한들 십검호의 일원인 호국공이었다.
고작 운이 좋은 정도로 쓰러트릴 수 있는 강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호국공을 유더와 코델리아가 쓰러트렸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얘들도 완전 괴물이야.’
이제 겨우 열일곱 살인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강함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신의 실수······.’
막시밀리언 데 아비스를 가리키는 말.
하지만 어쩌면 유더와 코델리아 역시 신의 실수인 것은 아닐까?
“스칼렛?”
“어? 응, 뭐··· 알겠어. 아무튼 무사하면 된 거겠지.”
대충 얼버무린 스칼렛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덕분에 덩달아 일어선 코델리아가 물었다.
“가려구?”
“어, 이제 슬슬 가봐야지.”
왕궁에 잠입한 목적은 거의 다 완수했으니까.
돌아가는 길에 루카스의 상태만 살피면 완벽했다.
“그럼 공훈식 때 보자.”
“응? 공훈식에 오려구?”
“모처럼이니까. 박수 정도는 쳐줄게.”
어깨를 으쓱이며 새침하게 말한 스칼렛은 활짝 웃는 코델리아에게 눈인사를 건넨 뒤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럼 다음에 봐.”
“응, 다음에.”
손까지 크게 흔드는 코델리아와 달리 제법 도도하게 돌아선 스칼렛은 몇 걸음 내딛는가 싶더니 주변 풍경에 녹아들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올.”
역시 로그 마스터.
새삼 작게 감탄한 코델리아는 짝짝짝 박수를 친 뒤 엉덩이를 털고 다시 별궁 쪽을 돌아보았다.
코델리아 자신도 돌아가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발걸음을 내딛기에 앞서 다시 한 번 정원을, 저 너머로 보이는 왕궁의 전경을 돌아보았다.
완벽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부서지고 망가진 흔적들이 보였다.
당장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죽거나 다친 이들 역시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틀리지 않았어.’
코델리아 자신과 유더가 한 일들은.
왕족들과 왕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모든 시간들은.
“가자.”
스스로에게 말한 코델리아는 다시 별궁 쪽으로 돌아섰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유더의 얼굴을 머릿속에 그리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닷새 뒤 오후.
공훈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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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3장 - 공훈식 #6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