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3장 - 공훈식 #7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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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가 입은 피해는 실로 막대했다.
왕도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비대에서만 사망자가 오백 명 이상 발생했고, 일반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이천여 명에서 최대 삼천여 명까지로 추산되었다.
여기에 죽지는 않았지만 부상을 입었거나 불구가 된 이들의 숫자도 수천을 헤아렸으니, 일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단시간에 이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호국공과 그 휘하 세력에 의해 다수의 악마 추종자들이 너무나 쉽게 왕도에 진입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건국 기념 축제 때문에 왕도의 주민들 대부분이 야외에 밀집해 있었다는 것이다.
‘평소의 왕도였다면 달랐겠지.’
애당초 악마 추종자들 대부분이 성벽을 넘지 못 했을 터였다.
좀비가 된 이들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적었을 테고 말이다.
‘결국엔 호국공인가.’
국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구국의 영웅이 돌아선 결과.
‘그래도 나름 잘 막아낸 셈이군. 역시 왕도라 해야 하나.’
말 위에 앉아 왕도에서의 사건이 실린 소식지를 읽던 제일검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도면 정말 잘 막아낸 셈이었기 때문이다.
‘호국공이 성공했다면 왕도는 궤멸했겠지.’
솔루지아와 코로스는 왕도에 지옥문을 소환할 생각이었으니까.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다면 소식지의 내용 자체가 달라졌을 터였다.
‘한 번쯤 보고 싶긴 했는데 말이야.’
활짝 열린 지옥문과 그로 말미암은 결과가.
인세에 펼쳐진 지옥이란 것이 과연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피식 웃은 제일검은 소식지를 접은 뒤 들고 있던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
사실 호국공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생각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가능성 역시 존재하기는 했다.
왕도의 피해가 ‘겨우 이 정도로’ 마무리 된 진짜 이유가 존재했으니 말이다.
‘파라곤의 다섯 영웅.’
그 중에서도 대군전에 특화되어 있는 사령술사 벨키안.
그가 없었다면 수호진이 있든 없든 왕도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큰 피해를 입었을 터였다.
‘괴물이라 했던가.’
왕도의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막강한 죽음의 마력과 일천이 넘는 죽음의 군세를 제어할 수 있는 초월적인 장악력.
상급 마인의 입에서 괴물이란 말이 나오게 할 정도로 강대한 존재.
‘그런 벨키안과 어깨를 나란히 한 두 사람.’
철인 란디우스와 검귀 카마엘.
둘은 과연 얼마나 강한 것일까.
제국의 검신보다 더 강한 것은 아닐까?
겨루고 싶다.
검을 맞대고 싶다.
자신의 검으로 그들을 꺾고 싶다.
부르르 몸을 떤 제일검은 사과를 한 입 더 베어 문 뒤 왕도가 있는 방향을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멀리서나마 축하하마.”
왕도의 중심.
왕궁의 일부와도 연결되어 있는 대광장.
그곳에서 거행되고 있을 공헌식을 떠올린 제일검은 빙글빙글 웃더니 가볍게 박수를 쳤다.
이번 공헌식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제는 왕국의 영웅이 된 두 사람.
이전보다 더 찬란하게 빛날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을 짓밟는 건 얼마나 즐거울까.
새하얀 눈처럼 맑고 고운 코델리아와 보석처럼 빛나는 유더를 더럽히는 건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다음에 보자꾸나.”
그때까지 두 사람 모두 건강하렴.
바람의 검성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빛의 검성이라는 가면을 벗은 덕분일까, 이전보다 훨씬 더 홀가분해진 기분을 만끽하며 제일검은 돌아섰다.
왕도를 등지고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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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 중앙에 위치한 대광장에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수천, 어쩌면 수만에 달할지 모를 사람들.
그들은 모두 한 곳을 바라보았다. 대광장과 연결되어 있는 높고 커다란 발코니 위에 선 국왕 헨리 2세를 말이다.
국민들 앞에 선 헨리 2세는 무척이나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멀리서 봐도 얼굴이 반쪽이 된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결코 자신의 일을 타인에게 미루지 않았다. 국민들 앞에 서서 해야 할 이야기를 하였다.
호국공과 제일검의 배신.
그들이 노린 왕실 전복.
왕족들의 죽음과 악마 추종자들의 공격, 그로 말미암은 피해까지.
“하지만 우리는 몰락하지 않았다. 이 위기 또한 이겨낼 것이다.”
확성 마법을 통해 헨리 2세의 목소리가 대광장 전체에 퍼져나갔다.
그는 슬픔과 두려움에 빠진 국민들의 용기를 북돋고자 영웅들의 이야기를 하였다.
“큰 공을 세운 이들이 있다.”
남문에서 상급 마인을 막은 칠살검 세류.
서문에서 분전한 게일과 아델리아.
왕궁의 붕괴를 막아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한 체이스 백작과 단신으로 제일검을 막아낸 바이엘 백작.
그리고 그들만이 아니었다.
왕도에서의 싸움에서 공을 세운 왕도 경비대원들과 근위 기사들, 특별한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주변의 사람들을 지키고자 분전한 민간의 영웅들까지.
헨리 2세는 공이 작은이들부터 하나씩 이름을 열거하며 적절한 포상을 약속했고, 큰 피해를 입은 왕도의 주민들에게도 상당한 지원을 약속했다.
[와··· 화통하게 쏘시네.]
발코니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코델리아는 눈을 깜박이며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략적으로 계산한 금액만 해도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대륙양강 가운데 하나를 다스리는 왕가인만큼 세일룬 왕실의 재력이 대단하긴 했지만 저 정도 금액을 때려 박으면 왕실 자체가 흔들리지 않을까?
코델리아의 물음에 유더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호국공의 재산을 몰수할 테니까. 휘하 귀족들 것도 있고.]
[그래도 호쾌하시다.]
[그렇긴 하지. 그냥 왕실 재산으로 꿀꺽해도 되는 돈을 푸는 거니까.]
확실히 저런 면모를 보면 헨리 2세가 좋은 사람이기는 했다.
은근히 추진력도 있고 말이다.
[마음의 상처가 크신 거 같지?]
[이겨내시겠지.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까.]
헨리 2세 곁에 자리한 1왕비 유스티아와 다프네 왕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 유더는 이내 다시 코델리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눈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충동적으로 머리에 입술을 맞추었다.
“어?”
깜짝 놀란 코델리아가 움찔하며 돌아보자 유더는 빙긋 웃더니 이번엔 하얗고 둥근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정말로 가볍게, 마치 스치듯이 빠르게.
[블랙망토 씨? 지금 뭐하시는 거죠?]
하지만 유더는 답하는 대신 다시 한 번 이마에 쪽하고 입술을 맞췄고, 흠칫한 코델리아는 얼른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이들까지 해서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본 건 아닐까?
봤으면 어떡하지?
그리고 얘는 갑자기 왜 이러-
그 순간이었다.
벽가에 멀뚱멀뚱 서 있던 칠살검 세류와 눈이 마주친 코델리아는 급히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냥 우연히 마주친 게 아니라, 이쪽을 쳐다보고 있던 세류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봤겠지? 본 거겠지? 살짝 웃는 것도 같았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다시 쪽.
이번에도 머리. 정확히는 머리칼.
코델리아는 얼른 다시 유더를 돌아보았고, 덕분에 드러난 이마에 유더는 재차 쪽하고 입술을 맞췄다.
‘야! 남들이 보면 어쩌려고 그래!’
아니, 이미 세류가 보고 있거든?
사실 세류만이 아니었다. 코델리아가 경황이 없어 눈치 채지 못 했을 뿐 이쪽을 쳐다보는 이들이 몇 명이나 더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더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다시 코델리아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쪽쪽.
쪽쪽쪽.
쪽쪽쪽쪽.
‘야! 강유더! 화장 망가지거든?!’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코델리아는 발끈해서 유더를 흘겨보았지만 그렇다고 반격(?)을 하지는 못 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유더와 근 20cm 가까이 키 차이가 나다보니 턱이든 뺨이든 아무튼 입술을 맞추려면 까치발을 세우는 정도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그 이상의 동작.
목을 끌어안거나, 코델리아 자신이 매달리듯 몸을 기대거나- 어찌되었든 주변의 이목을 끌 것이 분명한 커다란 동작들.
‘우씨.’
상상 이상으로 약이 올랐다.
이렇게까지 일방적인 딜교라니.
대놓고 프리딜이라니.
그리고 이 와중에 다시 쪽.
결국 참지 못 한 코델리아는 유더를 노려보며 말했다.
[야, 너 돌아가면 두고 봐. 엉? 두고 보자고!]
[어,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이쪽이야 환영하는 바이지.
유더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자 코델리아는 당한 느낌이 들어 다시 미간을 좁혔지만 실랑이를 할 때가 아니었다. 두 사람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가시죠, 공주님.]
[으유, 진짜.]
얄미워 죽겠어.
가슴을 탕탕 두드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유더의 손을 잡은 코델리아는 정면을 보았고,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밖으로 개방되어 있는 발코니.
그리고 그 너머에 자리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절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선을 넘어 발코니에 들어서자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유더 바이엘, 코델리아 체이스.”
헨리 2세의 부름에 코델리아는 흠칫 정신을 차렸다. 얄미워 죽겠지만 의지가 되는 유더의 손길을 따라 헨리 2세 앞에 섰고, 천천히 예를 표하였다.
“그대들이 공이 정말 크다. 그대들이 없었다면 짐뿐만 아니라 짐의 가족들 역시 목숨을 잃었겠지.”
마치 긴장한 코델리아를 달래듯 약간은 격의 없이 말한 헨리 2세는 이내 빙글 돌아서서 다시 왕도의 주민들을 보았다. 이쪽을 올려다보는 수많은 이들에게 유더와 코델리아의 공에 대해 설명했다.
‘하나도 안 들려.’
너무 긴장이 돼서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수만 명의 시선이 수만 개의 화살이 되어 전신을 꿰뚫는 것만 같았다.
코델리아는 계속해서 마른 침을 삼켰다. 자꾸만 거칠어지는 숨을 어찌하지도 못한 채 발을 달달 떨며 경직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헨리 2세의 목소리가 다가왔다.
“그대들에게 백작위와 칭호를 함께 내리니, 이제부터 그대들은 유더 A. 바이엘과 코델리아 A. 체이스이다.”
새로이 추가된 가운데 이름.
정확히는 왕가에서 직접 내린 칭호.
유더 어거스트 바이엘과 코델리아 어거스트 체이스.
아예 새로운 성을 하사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체이스’라는 성에 애착을 가진 코델리아를 위해 다프네 왕녀가 준비한 배려였다.
“어거스트 바이엘 백작, 그리고 어거스트 체이스 백작. 앞으로 나아가 왕국의 백성들을 마주하라.”
헨리 2세의 명에도 불구하고 바로 반응하지 못 한 코델리아였지만 다행히 곁에는 유더가 있었다.
가볍게 이끄니 멍해 있던 코델리아도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몇 걸음.
헨리 2세를 지나 발코니 난간 바로 앞까지 도달한 코델리아는 바짝 긴장한 채로 대광장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런 코델리아의 귓가에 유더가 속삭였다.
“우리가 구한 사람들이야.”
호국공을 막지 못 했다면.
그로 인해 수호진이 파괴되어 악마의 손이 원작과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지킬 수 있었어. 그러니까 자랑스러워해도 돼.”
조금 더 구할 수 있었다며 자책하지만 말고.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우리가 지켜낸 사람들 앞에서 함께 기뻐하자.
유더는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고, 코델리아는 숨을 크게 골랐다. 다시 한 번 대광장의 모두를 마주하였다.
사람들이 기뻐하고 있었다.
크게 손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었다.
헨리 2세의 고무적인 연설 덕분인지, 아니면 유더 말마따나 자신들을 구해준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감사하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 것을 구분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어뜩해. 눈물 날 거 같아.’
처음 왕도가 공격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잘못을 떠올렸다.
괜한 짓을 한 것은 아닌지 두려웠다.
검은 달을 방해하지 않았다면. 그냥 테러를 저지르게 놔뒀다면.
그랬다면 오히려 피해가 작아지지 않았을까?
유더와 코델리아 자신 때문에 오히려 피해가 더 커진 것은 아닐까?
아니었다.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필사적으로 노력했기에 호국공을 저지할 수 있었다.
야생의 땅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역사를 뒤틀었기에 약속된 파국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치 못 했다.
무고한 이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닷새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마치 커다란 돌덩이를 끌어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기분이 나아졌다. 답답했던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기뻐하고 있었다.
이쪽을 보며 환호하고 있었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수천을 넘어 수만을 헤아릴 사람들이.
코델리아 자신과 유더가 지켜낸 사람들이.
코델리아는 울면서 웃었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환호하는 엠마 파이커스와 푸른 달의 사람들을 찾아내 코델리아에게 알려주었다.
‘유더야, 유더야.’
‘어, 코델리아야.’
‘우리 더 열심히 하자.’
원작의 비극이란 비극은 모조리 다 막아 완벽한 해피엔딩을 만들자.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자.
아이처럼 순수한 코델리아의 눈빛에 유더는 빙긋 웃었다. 이쪽을 올려다보는 코델리아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었고, 이번에는 코델리아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까치발을 높이 세워 유더의 뺨에 입술을 맞추었다.
“오오오!”
“오오오오!”
사람들의 환호가 폭발했다. 대광장 전체에 웃음이 번졌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발코니를 바라보던 막시밀리언은 미소를 머금었고, 벨키안은 가면 속에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유더와 코델리아는 다시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빨개진 얼굴로 활짝 웃으며 맞잡은 손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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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렀다.
왕도를 벗어난 제일검은 아르곤 제국과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악마의 손의 본거지에 도달했고, 근 십년 만에 다시 악마의 손의 총수를 마주하였다.
푸른 머리칼을 길게 기른 수수께끼의 여인.
아무리 많이 잡아도 이십대 초입으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제일검은 약간의 전율을 느꼈다.
십년 전에 마주했을 때도 지금과 똑같았던 그녀의 얼굴이었으니 말이다.
‘불로영생.’
제일검의 바람은 호국공의 바람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호국공은 죽음을 두려워했다. 죽고 싶지 않았기에 악마와의 합일을 갈망했다.
하지만 제일검은 달랐다.
죽음보다는 늙는다는 사실 자체를 견디지 못 하였다.
약해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계속해서 강해지고 싶었으니까.
영원히, 영원히 검의 길을 걷고 싶었으니까.
“룬 프라우드.”
총수가 제일검의 이름을 불렀고, 나직한 그 목소리에 제일검은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눈앞의 존재에게 경의를 표했다.
“본래 그대의 운명은 지금과 달랐다.”
제일검이 합류하는 것은 좀 더 나중의 일이었어야 했다.
그는 지금처럼 멀쩡한 상태가 아닌, 영육이 망가진 상태로 자신 앞에 섰어야 했다.
그런데 운명이 달라졌다.
그로 말미암아 대군주 아스모데우스의 예지 역시 뒤틀리고 말았다.
“본래 그대의 운명이었던 것은 악마 카르타고.”
강력한 맹독의 악마.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제일검에게는- 저 빛의 검성 룬 프라우드에게는 새로운 운명이 주어졌다.
“포르티시모.”
검의 악마.
대군주 아스모데우스의 일곱 자루 검들 가운데 하나인 강대한 존재.
과연 이 뒤틀린 운명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총수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저 대군주 아스모데우스의 뜻에 따라 제일검을 일으켜 의식의 방으로 이끌었다.
새로운 상급마인의-
아니, 겨우 그 정도에 그치지 않을 진정한 검마劍魔의 탄생을 위해.
총수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악마의 영혼을 일깨웠다.
< 제73장 - 공훈식 #7 (수정)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