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6장 - 얼티메이트 원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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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티메이트 세븐 시리즈를 만들어낸 소드 시커의 장인들은 훌륭한 고대 드워프들답게 필요 이상의 장인정신과 작금의 드워프들을 능가하는 괴팍한 기질의 소유자들이었다.
자연 그들의 성향은 그들의 작품 세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고, 덕분에 궁극의 검을 탄생시킨다는 계획 하에 만들어진 일곱 자루의 검들은 다들 하나 이상씩 극단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쿠오오!”
거대한 바위 트롤이 발악하듯 외치며 집채만한 바위를 집어던졌다.
성벽조차 무너트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공격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상대의 방어력은 성벽 이상이었다.
콰강-!
순백의 방벽과 격돌한 바위는 더 단단한 것에 부딪힌 것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산산이 부서졌다.
거대한 순백의 방패를 세워 바위를 막아낸 가모르 칸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돌진하더니 도약하였고, 오른팔에 부착된 거대한 카이트 실드- 그랜드 오더를 바위 트롤의 가슴팍을 향해 휘둘렀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위 트롤의 가슴을 박살냈다.
일반적인 보르그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가모르 칸의 괴력에 성벽보다 단단한 방패검의 역장이 더해진 결과였다.
쿵!
와르르 무너져 내린 바위 트롤의 옆에 안착한 가모르 칸은 거친 숨을 토하며 오른팔을 당겼다.
가모르 칸의 거체를 가리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한 카이트 실드로부터 한 차례 빛이 일더니 순백의 역장이 사라졌다.
방패검 그랜드 오더.
평소에는 평범한 대검처럼 보였지만 이는 소지의 편리함을 위한 방책일 뿐 그랜드 오더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었다.
거대한 카이트 실드와 그 끝에 달려 있는 대검의 칼날.
손목 검이라고도 불리는 리프트 소드와 역삼각형 형태의 카이트 실드를 결합한 지금의 모습이야말로 그랜드 오더의 진정한 형태라 할 수 있었다.
공방일체.
소드 시커의 일곱 길드 가운데 하나인 실버 포트리스는 공격과 방어의 조화를 통해 궁극의 검을 구현하려 했다.
하지만 고대 드워프들답게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공격보다는 방어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결국 누가 보아도 방어 하나에 올인한 것 같은 지금의 방패검이 탄생하였다.
“크하······.”
거친 숨을 토한 가모르 칸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바위 트롤 열댓 마리의 잔해 너머로 수십- 아니, 수백 마리는 족히 될 것 같은 몬스터들의 시체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빌어처먹을.”
사이사이에는 가모르 칸의 수하들인 블랙 핸드 용병단의 보르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싸우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데려온 수하들은 사실상 전멸한 것으로 보였다.
“하, 씨발.”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수하들이야 블랙 핸드 용병단의 본거지인 남부로 돌아가면 수백이 넘게 남아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손실은 손실이었다.
더욱이 가모르 칸 자신만 남아서는 용군주 말레키스의 명을 수행할 수 없었다.
이대로 본거지로 돌아가거나 기별을 넣어 수하들을 불러내야 할 터였다.
‘그냥은 못 간다.’
보라색 보석이 달린 황금 목걸이를 쓰다듬으며 가모르 칸은 산 아래 쪽을 내려다보았다.
몬스터들이 많은 다모스 산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곳에 작은 마을이 하나 보였다.
들이닥쳐서 죽이고 뭐라도 건져본다.
다모스 산에 몬스터 시체가 이렇게 많은 상황이니 몬스터들 짓으로 속일 수 있겠지.
거대 용병단의 수장이자, 남부의 악명 높은 오악 가운데 하나치고는 지나치게 치졸한 발상이었지만 참으로 가모르 칸다운 생각이기도 하였다.
‘자크 놈도 죽은 건가?’
그건 좀 아쉽군.
제법 똘똘한데다 아는 것도 많았는데.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본 가모르 칸은 자크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막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였다.
가모르 칸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정확히는 가모르 칸의 오른팔이- 방패검 그랜드 오더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공명 현상.
단 한 번이지만 이전에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고, 그렇기에 당황했다.
등 뒤.
공명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또 하나의 얼티메이트 시리즈.
가모르 칸은 재빨리 돌아섰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저만치에 홀로 선 검은 머리의 인간 청년이 그로 하여금 인상을 쓰게 만들었다.
보르그의 눈으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청년의 외모가 출중해서가 아니었다.
이번 일의 원흉이 눈앞의 청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도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단순한 이유.
얼티메이트 시리즈의 공명 현상이 느껴지는 와중이기에 절로 떠오른 의문.
“맨손?”
두 팔을 늘어트린 청년의 양 손에는 아무 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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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코델리아가 콕 집어 말해주지 않아도 유더는 알고 있었다.
기습을 하는 쪽이 훨씬 더 나았다.
한창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을 때 뒤통수를 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르고 편한 공략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공명 현상 때문에 애당초 기습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그저 부수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그것 때문이라면 코델리아와 함께 싸운다는 선택지 역시 일단 미뤄둘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얼티메이트 원- 소드 오리진
소드 시커의 일곱 길드 가운데 하나인 블랙 혼이 탄생시킨 궁극의 검.
유더는 천천히 숨을 토했다. 아직 손 끝에서 약간의 이질감과 위화감이 들었지만 이내 사라질 감각들이었다.
‘신검합일,’
블랙 혼의 고대 드워프들이 떠올린 발상.
궁극의 검을 탄생시키기 위해 그들이 추구한 개념.
시작은 다른 얼티메이트 시리즈들이 그러하듯이 제법 정상적이었다.
궁극의 검이 무엇인지 알려면 일단 궁극의 검사와 이야기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블랙 혼의 수장이었던 에이트리는 당대 최강의 검사였던 요정검 벨렌시아를 찾아가 궁극의 검에 대해 물었다.
“궁극의 검은 무엇이오?”
“신검합일. 검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지랍니다.”
에이트리는 무기로서의 검에 대해 물었지만 벨렌시아는 검사답게 검술의 경지로서 설명했고, 여기서부터 오해가 시작되었다.
“검과 내가 하나가 된다.”
내가 검이 된다.
내가 곧 검이고, 검이 곧 나이다.
에이트리는 고대 드워프였고, 그의 동료들과 수하들 역시 고대 드워프였다.
때문에 그들은 너무나 고대 드워프다운 방식으로 벨렌시아의 말을 해석했다.
“그렇다면 사용자를 검으로 만든다!”
검사를 재료로 검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검사를 한 자루 검과 같은 존재로 만들겠다는 소리였다.
인간 대장장이- 아니, 작금의 드워프들만 하더라도 그게 무슨 개소리냐며 고개를 내저을 이야기였지만 애석하게도, 그리고 굉장하게도 고대 드워프들에게는 저 말도 안 되는 일을 실현할 기술과 능력이 있었다.
‘얼티메이트 원- 소드 오리진.’
다른 얼티메이트 시리즈들과 달리 사용자와 하나 되는, 한 번 장착하면 죽을 때까지 해제할 수 없는 궁극의 검.
유더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공명현상으로 인해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모르 칸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기술이란 면에서는 십검호에 비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정도로 조잡했지만, 적어도 육체 능력만큼은 여간한 십검호들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호국공이나 제일검을 마주했을 때처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작하자.”
처음은 언제나처럼 초풍신뢰.
뇌성과 함께 유더의 신영이 사라졌다.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속도였지만 상대는 가모르 칸이었다.
“놈!”
그랜드 오더로 인해 증폭된 가모르 칸의 신체능력이 유더의 속도에 반응했다.
더욱이 얼티메이트 시리즈 간의 공명현상이 유더의 위치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가모르 칸은 방패를 세우지 않았다.
역장을 펼쳐 얼티메이트 시리즈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대신 방패검의 검날 부분으로 돌진해오는 유더의 몸을 가르고자 하였다.
리프트 블레이드의 강점.
팔 그 자체로 휘두르기에 온전히 실을 수 있는 괴력과 보다 빠른 속도.
궤도는 정확했다.
속도도 적절했다.
실린 위력 역시 충분했다.
그렇기에 가모르 칸은 들을 수 있었다.
캉!
방패검을 막아내는 소리.
흘려보내거나, 스쳐 보내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닌, 정면으로 방패검을 막아내는 소리.
유더의 왼팔이 방패검의 칼날을 막아냈다.
유더의 괴력이 가모르 칸의 힘을 견뎌냈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지에 뿌리 내린 듯 굳걷하게 서 있던 유더가 팔을 놀렸다. 방패검의 검날 위로 팔을 눕히는가 싶더니 그대로 방패검을 아래로 밀어냈다. 동시에 오른팔을 크게 휘둘렀다.
스카앗!
가모르 칸의 가슴이 베였다.
순간적으로 가슴에 오라를 집중시켜 방어해낸 가모르 칸이었지만 완벽하지 못 했다. 가슴이 갈라져 피가 흘러내렸다.
신검합일.
사용자의 육신을 검과 같이 한다.
검에 맞설 수 있을 만치 단단하고 예리하게 만든다.
검기가 실린 유더의 수도는 칼날과 같았다.
유더의 사지는 흑룡의 기운 없이도 검병에 맞설 수 있었다.
적수공권을 사용하는 권법가들에게는 그야말로 꿈과 같은 광경이었다.
적의 병장기를 필사적으로 회피하거나 흘려보내는 대신 정면에서 쳐낼 수 있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유더에게는 여기에 한 가지 더 이점이 있었다.
아직 1단계에 불과했지만, 얼티메이트 시리즈에 공통되게 걸려 있는 봉인들이 아직 하나도 해제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렇다 해도 사용할 수 있었다.
검과 같은 육신.
그렇기에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해진 육신의 내구력.
그러니 이제는 견딜 수 있었다.
육신의 붕괴를 걱정하며 주저하지 않아도 되었다.
“제육문.”
불완전하게 열었던 것.
검은 태양의 힘을 육신이 견딜 수 없기에 온전한 경지에 도달할 수 없었던 것.
유더의 가슴 속에서 검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구천구문 육문이 비로소 제대로 된 위력을 발하였다.
쾅! 쾅! 쾅!
유더의 영육 속에서 흑룡의 기운이 날뛰었다. 검은 불꽃이 유더의 전신에서부터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가모르 칸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공명현상과는 별개로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유더는 그런 가모르 칸을 쫓는 대신 검은 태양의 힘을 더욱 활성화시켰다.
흑룡의 기운이 유더의 사지를 휘감았고, 더 이상 주저하지 않게 된 검은 태양이 무지막지한 힘을 유더에게 선사했다.
“구극태양신공.”
란디우스의 무예.
정수를 배웠다. 하지만 란디우스처럼 사용할 수는 없었다.
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육신을 가진 그와 같이 구극태양신공을 펼쳤다가는 공격력이 너무 강해 스스로의 육신조차 파괴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제는 유더 자신도 란디우스처럼 싸울 수 있었다.
저 철인 란디우스와 같이, 그와 같은 방식으로.
미소를 지었다. 발걸음을 내디뎠다.
바람처럼 가벼웠지만 가모르 칸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흡사 거인이 자신을 짓뭉개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는 그는 반사적으로 방패검을 세웠다. 그랜드 오더의 힘을 발해 순백의 방벽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유더가 그것을 보았다.
초풍신뢰로 가모르 칸의 배후를 점하지 않았다. 말아 쥔 주먹을 당기며 검은 태양의 힘을 한 점에 집중시켰다.
떠올리는 것은 란디우스의 주먹.
그가 내질렀던 하늘을 부수는 일권.
‘항상 근육이 함께 하기를.’
미소가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순백의 방벽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구극태양신공 오의- 파천.
유더의 주먹이 순백의 방벽을 강타했다.
검은 태양의 빛이 세상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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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6장 - 얼티메이트 원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