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216화 (216/473)

< 제77장 - 요정검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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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뚱그려 ‘천 년 전’이라 표현하는 일이 잦았지만, 고대 드워프들이 세운 철 왕국과 하이 엘프들이 세운 마도왕국 마젤란의 멸망은 동시에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애당초 일곱 개 도시 국가의 연합이었던 철 왕국이다 보니 지옥의 대군주들에게 일곱 개 도시 국가가 모두 멸망한 것도 아니었고, 마젤란 역시 당시 대륙 최강대국답게 잔존 세력조차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갖추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지옥의 대군주들과의 싸움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고대 드워프들과 하이 엘프들이었지만, 정말로 멸망하게 된 것은-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쇠퇴하여 사라지게 된 것은 대군주들을 격퇴하고도 몇 백 년 뒤의 일이었다.

‘당연히 그 몇 백 년 사이에도 역사는 존재하고.’

요정검 벨렌시아가 대군주들과의 싸움이 끝난 이후의 시대를 대표하는 엘프의 검호였다.

마도왕국 마젤란에서 시작된 하이 엘프 왕가의 피를 잇는 그녀는 적극적으로 세상을 활보하며 어려움에 빠진 이들을 구하였고, 아직 대군주들이 지상에 남긴 상흔이 생생하던 시대인만큼 인간, 엘프, 드워프, 노움 등등 여러 종족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도움을 받았다.

‘강하고 상냥하며 아름다운 대검호.’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여도 될 것 같은 시대의 아이돌.

소드 시커의 장인들이 궁극의 검을 만들기 위해 그녀를 찾아간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요정검 벨렌시아라면 드워프 장인이 아닌 오크 장인이 찾아왔다 해도 진지하게 얼굴을 맞대고 앉아 함께 고민해줄 터였으니 말이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야.’

벨렌시아의 도움을 받아 얼티메이트 원을 탄생시킨 드워프들이 자신들은 사용하지도 못 할 궁극의 검을 다시 당대 최강의 검호인 그녀에게 바쳤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유더의 머릿속에 역사의 한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대에게 우리가 만든 궁극의 검을 바치겠소.”

“정말 제가 받아도 되는 걸까요?”

블랙 혼의 길드 마스터 에이트리의 제안에 벨렌시아는 망설이듯 물었고, 전형적인 드워프 장인이었던 에이트리는 자신의 하얀 수염을 투박하지만 섬세한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호쾌하게 답했다.

“어차피 우리는 쓰지도 못 할 물건이오.”

드워프는 팔 다리가 짧았으니까.

하지만 얼티메이트 원- 소드 오리진의 진실을 모르는 벨렌시아는 그 말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드워프 분들께서 검보다는 도끼를 선호하신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만······.”

“하하하, 그런 뜻이 아니오. 그리고 그대야말로 당대 최강의 검호가 아니오. 궁극의 검을 만들었으니 최강의 검호에게 돌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소?”

“당대 최강이라니··· 부끄러워요.”

벨렌시아가 정말로 부끄럽다는 듯 뺨을 붉히자 종족을 초월한 미모에 에이트리 역시 얼굴을 붉혔다.

“아, 아무튼! 받아주시오! 그대의 조언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의 역작을!”

에이트리가 다시 강권하자 벨렌시아는 분홍빛 입술을 움츠리더니 조심스럽게 소드 오리진의 칼집을 어루만졌다.

이러나저러나 그녀 역시 검사였으니까.

궁극의 검이라는 말에 혹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 염치불구하고······.”

“하하하, 마음 편히 받아주시오. 이제와서 말하는 거지만, 애당초 날 포함한 블랙 혼 길드의 모두가 당신에게 바친다는 전제하에 만든 물건이오. 그대의 전용검이라 해도 좋을 물건이지.”

“어머나······.”

벨렌시아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하지만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당대 최고의 장인들이 자신을 위해 만든 검이라니, 검사로서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그리하시오. 흐흐.”

검을 받고 좋아하는 벨레시아를 보며 에이트리가 살짝 변태 같은 웃음을 흘린 순간 머릿속에 펼쳐지던 영상이 끝났다.

유더는 다시 현실을 보았고,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 받으셨군요.”

앞뒤 다 자른 말이었지만 벨렌시아에게는 통했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의 눈가가 약간이지만 경련했기 때문이다.

“바, 받아야죠.”

궁극의 검인데.

그것도 벨렌시아 자신을 생각하며 만든 검이라는데.

매정하게 시리 그걸 어떻게 쳐낸단 말인가.

그리고 그 순간 유더의 머릿속에 다시 새로운 영상이 펼쳐졌다.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흐르는데도 활짝 웃으며 검을 휘두르는 어린 소녀의 모습이었다.

“검이 좋아.”

너무 좋아.

검이 최고야.

어린 소녀답게 무척이나 생생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이었다.

그리고 유더는 눈앞의 어린 소녀가 벨렌시아의 어린 시절이란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검을 좋아하는 소녀.

검술을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머릿속 영상이 바뀌었다.

얼티메이트 원- 소드 오리진을 처음으로 장비해본 벨렌시아가 멍한 얼굴로 눈을 껌벅이고 있었다.

“시, 신검합일?”

검이 곧 내가 될 것이니.

맞는 말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그녀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더는 이내 그녀의 절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검사였고, 검술을 사랑하는 여인이었으니 말이다.

“에이트리!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흐흐, 당신 말대로 되지 않았소? 신검합일! 검과 몸이 하나이니, 사용자를 검으로 만든다!”

“네?!”

아니, 신검합일이 왜 그렇게 해석되는 건데?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었다.

더욱이 상냥하고 착하고, 아무튼 성격 면에서도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일 수 있는 벨렌시아는 차마 에이트리에게 더 따지고 들지 못 했다.

“호, 혹시 마음에··· 안 드시오?”

“네? 어··· 으··· 아, 아니에요. 참 좋아요. 꾸, 꿈이 이뤄진 거 같아요.”

억지웃음을 지으며 눈물을 삼키는 그녀와 안도의 숨을 토하는 에이트리.

다시 영상이 끝났고, 유더는 영상 속의 그녀처럼 울상이 된 벨레시아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잠깐만요. 설마 그럼 그 이후에 검을 들지 않은 건가요?”

소드 오리진은 분명 사용자를 검과 같은 존재로 만드는 검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용자의 모습 자체를 검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손은 물론이고 손가락도 그대로 달려 있으니 그냥 그 상태로 다른 검을 들면 그만이었다.

‘실제로 나도 그럴 생각이고.’

얼티메이트 쓰리- 용살검 아스카론을 찾으면 말레키스와의 싸움에 써먹을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벨렌시아는 유더와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다른 검을 들지 않았냐는 유더의 물음에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답했다.

“네? 다른 검을요?”

“네, 다른 검을.”

“어, 어떻게 그래요!”

“네?”

“그, 그렇잖아요! 이미 검을 들고 있는데 다른 검을 들면··· 바, 바람을 피우는 거나 다름이 없잖아요! 부, 부, 불륜이라니! 검에게 실례에요!”

이게 무슨 말일까.

유더는 잠시 고민했고, 다시 벨렌시아를 보았다.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울상이 된 그녀를 말이다.

‘진심이다.’

저건 진짜다.

정말로 검 두 자루를 드는 게 바람피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다.

‘검과 검술을 사랑하는 여인.’

유더는 일단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을 두어 그녀가 조금이나마 진정하자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

“그··· 하지만 쌍검술도··· 있잖아요?”

동시에 검 두 자루를 사용하는 검술도 있으니까.

하지만 벨렌시아는 요지부동이었다.

“후대는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할 수 있나요? 쌍검술은 사도에요. 양다리라고요!”

“어··· 네.”

그쪽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그리고 다시 머릿속 영상이 시작되었다.

맨손의 벨렌시아가 아름다운 춤을 추는 모습이었다.

과연 벨렌시아.

코델리아 다음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의 춤에 유더는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고, 이내 깨달았다.

벨렌시아는 지금 정말로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움직임은 무에 기반하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검술을 연마하기 시작했어요.”

머릿속 영상이 사라지고 현실의 벨렌시아가 보였다.

그녀는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계속해서 말했다.

“소드 오리진을 활용한 저만의 검술을요.”

유더의 머릿속에서 다시 영상이 펼쳐졌다.

벨렌시아의 우아하면서도 격정적인 움직임은 참으로 아름다우면서도 강맹했다.

“소드 오리진과 저는 이미 하나. 그렇기에 펼칠 수 있는 신검합일의 검술.”

유더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다.

소드 오리진은 단순히 사지를 단단하게 만드는 검이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가모르 칸에게 날렸던 돌려차기는 타격기라기보다는 참격에 가깝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래도 이거 결국 체술 아니야?

세상 어느 검술에 정권 찌르기 같은 게 있단 말인가.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눈앞의 벨렌시아가 돌연 볼을 부풀리더니 잔뜩 흥분해서 소리쳤다.

“검술이에요! 검술이라고요! 아무튼 검술이란 말이에요! 흐아앙.”

울상을 넘어 아예 울음을 터트려 버린 벨렌시아였다.

보아하니 ‘그래도 결국 체술 아님?’ 같은 소리를 생전에도 잔뜩 들은 모양이었다.

“거, 검술이죠! 검술이에요. 검술이고말고요. 검으로 쓰니까 검술입니다.”

“그, 그쵸? 검술 맞죠? 검술인 거죠?”

“물론입니다. 당신은 틀리지 않았어요.”

“흑흑.”

벨렌시아는 눈물을 훔치며 기뻐했고, 유더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맛이 갔구나······.’

저렇게 예쁘고 착한데 애석하기도 하지.

하지만 어찌되었든 그녀의 고유체술- 아니, 고유검술은 무척 유용해 보였다.

‘소드 오리진의 강점을 살린다.’

생각해보면 가모르 칸과의 싸움은 지나치게 무식한 감이 있었다.

벨렌시아처럼 싸울 수 있다면 소드 오리진의 힘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능할 터였다.

“그래서 제가 나타난 거랍니다.”

“저기, 이거 쓰세요.”

“네? 고, 고마워요. 상냥하시네요.”

유더가 내민 손수건을 받아든 벨렌시아가 살포시 웃었고, 유더는 생각했다.

‘아깝다.’

저렇게 예쁜데도 코델리아가 있어서 2인자 밖에 되지 못 할 테니.

스칼렛이 들었다면 개소리도 작작하라고 할- 아니, 코델리아가 유더를 어떻게 세뇌했는지를 궁금하게 여길 것 같은 생각을 한 유더는 이내 다시 벨렌시아에게 집중했다.

“아무튼 계속 하시죠.”

“네, 흑. 저··· 코 한 번 풀어도 될까요?”

“어··· 네. 그냥 가지세요.”

어차피 현실이 아닌 심상 속의 일이었으니까.

“킁! 고마워요.”

“별말씀을.”

“흠흠, 아무튼 그럼 계속할게요.”

어째 뒤늦은 감이 있었지만 얼굴을 정돈한 벨렌시아는 다시 유더를 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의 싸움을 보았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지도가 필요하겠다고요.”

“고유체술을··· 아니, 고유검술을 가르쳐 주시려는 건가요?”

“네, 하지만 순수한 고유검술을 가르칠 생각은 없어요. 후대에게는 이미 강력한 체술이 있으니까요.”

구천구문과 결합한 구극태양신공.

“그러니 제가 당신의 체술과 저의 검술을 결합해 새로운 검술을 만들려고 해요.”

“그게 가능해요?”

“네, 가능해요.”

과연 대검호.

유더는 저도 모르게 짝짝짝 박수까지 쳐가며 감탄했고, 벨렌시아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무튼 오늘부터 연구에 들어갈 거예요. 그러니 한동안은 제게 당신의 체술에 대해 가르쳐주세요.”

“매일 이렇게 만나는 건가요?”

“매일은 힘들겠지만 종종?”

바로 그때였다.

유더는 갑자기 든 의문에 손을 들고 물었다.

“저기, 벨렌시아님.”

“네, 후대.”

“유더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후대라고 부를래요. 그쪽이 마음에 들어요.”

“그··· 알겠습니다.”

묘한 곳에서 고집이 있는 그녀였지만, 어차피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어떻게 된 거죠?”

“뭐가요?”

“아니, 어째서 지금 이렇게 제 앞에 계신 건가··· 싶어서요.”

“그야 제가 소드 오리진의 검령이니까요.”

“검령? 검의 정령?”

“네, 얼티메이트 시리즈에는 다들 검령이 있어요.”

벨렌시아의 담담한 설명에 유더는 미간을 좁히다 말했다.

“잠깐, 설마 사용자는 전부 검령이 되는 겁니까?”

“아뇨, 그건 아니에요. 전 제가 원해서 검령이 된 거거든요. 다른 시리즈들은 대체로 이미 만들어질 때부터 검령이 있었고요. 소드 오리진은 신검합일이 목표인 검이라 일부러 검령을 넣지 않았다고 에이트리가 그랬어요.”

“흠··· 그렇군요.”

벨렌시아가 검령이 된 이유는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검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여인이니 검 그 자체가 되고 싶었던 거겠지.

어찌되었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저기, 벨렌시아 님.”

“네, 후대. 2대라고 부를까요?”

“원하시는 대로 부르세요. 아무튼 그보다··· 그랜드 오더도 검령이 있겠죠?”

“네, 있어요.”

“남자인가요?”

“아뇨, 귀여운 소녀에요.”

“다행이군요.”

“네?”

벨렌시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홀로 만족한 유더는 흐뭇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럼 코델리아도 지금 자기 검령을 만나고 있겠군요?”

“아마 아닐 거예요. 보통 검령들은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잠들어 있거든요.”

“벨렌시아 님은 예외인가요?”

“음··· 아마도요? 그리고 지금이 꼭 필요한 순간이니까요.”

유더에게 체술을- 아니, 검술을 전수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벨렌시아 님의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그럼 일단 제게 후대의 체술을 가르쳐주세요.”

“예, 기본식부터 시작하죠.”

자세를 잡은 유더는 천천히 구극태양신공과 구천구문의 기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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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았다.

평소 길어야 3시간 남짓을 자던 유더였지만 벨렌시아와의 수련 덕분에 수면 시간이 강제 연장된 터라 코델리아보다도 늦게 일어나고 말았다.

“잠꾸러기 다 됐네?”

“저기요, 님보다 늦게 일어난 건 거의 처음이거든요?”

“아닌데, 왕도 결전 끝난 다음에도 내가 먼저 일어났는데.”

“제가 졌습니다.”

“히히, 이겼당.”

뭐가 그리 좋은지 활짝 웃은 코델리아는 돌연 입술을 움츠리더니 유더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꿈이라도 꾼 거야?”

“어? 어.”

벨렌시아와의 만남은 꿈이라면 꿈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럼 말이야. 내 꿈··· 꿨어?”

고개를 살짝 돌린 코델리아가 뺨을 발갛게 붉히며 물었다.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유더는 저도 모르게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어? 어어. 응.”

당황했기 때문일까. 유더는 저도 모르게 답했고, 코델리아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좋아했다.

“나두 꿨는데.”

작게 중얼거리듯 말한 코델리아는 이내 부끄럽다는 듯 입술을 움츠렸고, 유더는 정체모를 죄악감과 코델리아의 사랑스러움에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시 그 순간이었다.

“그런데 유더야.”

“어, 코델리아야.”

“뭔가··· 잊은 거 같지 않아?”

새삼 느껴진 위화감에 코델리아가 물었고, 유더는 고개를 갸웃했다.

“잊은 거?”

“어, 잊은 거. 뭔가, 뭔가 중요하면서도 사소한 걸 잊은 것 같은 기분이······ 아!”

거기까지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코델리아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을 몰라하더니 이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블랙 타운의 동쪽.

어그로 생성 장치가 있는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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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어차피 전 잊히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 걸요.]

“아니이, 그게 아니라!”

< 제77장 - 요정검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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