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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224화 (224/473)

< 제80장 - 검무 >

제80장 - 검무

라이카 왕녀가 철수 명령을 내린 그때 유더와 코델리아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던 거 같긴 해.”

“물증은 없고?”

“어, 하지만··· 대충 누군지는 짐작이 가.”

지금 자리한 영원의 숲처럼 원작에서 제대로 묘사되지 않은 부분까지는 아무리 썩은물인 유더와 코델리아라도 알 도리가 없었지만, 대신 다른 부분들을 이용해 이야기를 끼워 맞추는 것은 가능했다.

“만변의 자바워크는 영혼이 주식이야. 정확히는 영혼을 먹고 성장해.”

“영원의 숲에서 엘프들의 영혼을 포식해서 강해진 자바워크가 베헤모스의 화신인 마인 자바워크와 합신해서 7대 재앙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이거지?”

“아마도.”

영웅전기2에서 영원의 숲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세일룬 왕국이 멸망한 이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2년 정도 후의 이야기였다.

“그때 이미 영원의 숲의 엘프 왕국은 멸망한 상태였어. 국왕을 비롯해 백성들은 대부분 언데드가 되어 있었고.”

“그 언데드들 대부분이 영혼이 먹힌 상태였다 이거구나. 알 것 같아. 데스나이트인 켈투르조차도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했으니까. 다들 영혼이 뜯긴 상태에서 육신만 움직이는 상태였거나··· 영혼이 남았어도 일부만 남은 상태였다 이거네.”

플레이아데스에서 언데드를 만드는 방법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장 좀비만 하여도 여러 종류가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 사태의 원인이 자바워크라 치고, 자바워크가 재앙이 되었을 때 영혼 포식을 한 것까지 고려하면··· 이번에는 누군가가 자바워크에게 영혼을 먹여 강화시킨 게 아닐까?”

만약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가 없었다면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자바워크는 라이카 왕녀 일행의 영혼을 포식해 더더욱 강해졌을 터였다.

“그래서 외부의 개입이라 보는 거구나? 영혼 한두 개 먹인 정도로는 자바워크가 지금처럼 강해질 리는 없으니까.”

“맞아. 그냥 우연히 영혼 몇 개 포식한 정도로는 지금처럼 강해질 수 없었겠지. 애당초 엘프들은 이 근처를 오가지도 않고, 자바워크는 이제 막 부활하던 상태였으니까. 누군가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대량의 영혼을 자바워크에게 주입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

여기까지 말한 유더는 자리에서 일어선 뒤 코델리아를 보며 말을 이었다.

“영원의 숲의 엘프들이 초토화되었을 때 이득을 보는 건 누구일까?”

“악마 추종자들 아니면 말레키스겠지.”

둘 다 세일룬 왕국을 멸망시키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니까.

특히 말레키스는 남부는 물론이고 세일룬 왕국 전체를 차지하고 싶어했다.

남부7가문의 시초인 드래곤 슬레이어 카를로스와 세일룬 왕국의 건국왕 라이온 D 세일룬에게 해묵은 원한을 가진 탓이었다.

“거기에 대량의 영혼을 부릴 수 있는 자를 추가한다면······.”

“남부 쪽의 네임드라면 역시 말레키스 쪽이 가능성이 높아.”

말레키스의 수하 중에는 엘프들에게 원한을 가진 강력한 사령술사가 있었으니까.

“시실리아.”

블랙 드래곤 말레키스의 애첩이자 영원의 숲의 엘프들을 증오하는 다크 엘프.

이야기가 착착 맞물리는 기분이었지만 유더와 코델이아는 마지막에 가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물증이 없네.”

“성십자 수호단의 정보 운운으로 넘어가기에는 일이 좀 그러니까.”

“그래도 이야기는 해주는 게 좋겠지?”

“추론이라는 식으로 귀뜸 정도는 해주는 게 좋겠지.”

다크엘프인 시실리아는 인간인 유더와 코델리아와는 경우가 달랐다.

영원의 숲 자체가 그녀의 존재를 거부할 터인데도 남몰래 저주의 땅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는 건 두 가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나는 시실리아가 무언가 강력한 마법으로 자신을 숨겼을 가능성.’

가장 일반적이고 무난한 경우였다.

시실리아는 본래 프라임 왕가의 일원이었으니 말이다.

‘다른 하나는 내통자가 있을 가능성.’

누군가가 시실리아를 영원의 숲으로 초대했다. 그녀가 모습을 감출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아.’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던 영원의 숲의 엘프들이 뜬금없이 시실리아와 소통할 가능성도 낮았고, 자바워크를 강화시켜 볼 수 있는 이득 역시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정치적인 이유를 갖다 붙이기 시작하면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지만······.’

예를 들어 라이카 왕녀와 토벌대를 제거하기 위해 자바워크를 이용한다-같은 가설 말이다.

‘이건 뭐 엘프 왕국에 가보면 알겠지.’

원작에서 엘프들의 왕이었던 켈투르와 현재 왕위계승서열 1위인 라이카 왕녀의 사이가 어떤지, 왕족들을 둘러싼 정치관계가 어떠한지 등등.

“흠.”

유더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하는 사이 코델리아는 팔짱을 끼고 서서 가만히 유더를 쳐다보고 있었다.

‘평소에도 저러면 참 좋을 텐데.’

무언가 골똘히 생각할 때의 유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뭐랄까, 어른의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진지하면서도 멋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유더의 이런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았다.

하루 온종일 능글능글 능청스러운 얼굴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뭐··· 그것도 싫은 건 아니지만.’

묘하게 귀엽기도 하구.

특히 뺨에 뽀뽀라도 한 번 해주면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좋아하는 것이 뭐랄까, 정말 행복해 보여서 더 해주고 싶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참아야지.’

응응, 참아야지.

자꾸 해주면 버릇 되어서 안 돼.

‘그런데······.’

생각해보니 버릇되면 안 될 이유라도 있을까?

어차피 약혼한 사이인데.

응응, 약혼한 사이이고 말고.

‘흠.’

코델리아가 새삼 스킨십 금지령의 유효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할 때였다.

“유더 경! 코델리아 경!”

엘프 기사의 부름에 유더와 코델리아는 각자의 생각을 끊고 퍼뜩 고개를 들었다.

“이제 돌아갈 것이오!”

“예! 갑니다!”

마주 소리친 유더는 코델리아에게 손을 내밀었고, 코델리아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손을 붙잡았다.

&

“이 자세 싫어.”

영원의 숲 중심에 자리한 프라임 왕가의 궁정으로 향하는 길.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엘븐스티드의 등 위.

코델리아가 볼멘 소리로 작게 중얼거리자 유더는 코델리아에게만 귀엽게 보이는 능청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나는 좋은데? 이렇게 턱도 받칠 수 있고.”

평소에는 유더가 앞에 타고 코델리아가 뒤에 탔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코델리아가 앞이고 유더가 뒤인 상황이었다.

유더가 떡하니 코델리아의 머리 위에 자기 턱을 올리자 코델리아는 머리를 흔들어댔다.

“워워, 그러다 떨어질라.”

유더는 코델리아의 허리를 단단히 안았고, 유더의 품 안에 쏙 들어간 꼴이 된 코델리아는 입술을 움츠리더니 이내 자세를 조금 바꾸었다.

“등 기대야지.”

“얼마든지요.”

코델리아가 몸을 한껏 뒤로 밀어보았지만 그래봐야 단단한 유더의 가슴만 느껴질 뿐이었다.

유더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코델리아가 좀 더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허리까지 세우는가 싶더니 몸을 살짝 뒤로 눕히는 재주까지 보였다.

“어어?”

절로 몸이 뒤로 젖혀진 코델리아는 깜짝 놀라 눈을 깜박였다.

“어떻게?”

이러면 안 떨어지나?

“내 허벅지랑 허리힘이 좀 좋거든.”

엘프들이 타는 엘븐스티드에는 안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유더는 허벅지로 말 허리를 조여 자세를 고정하는 한편 허리힘 만으로 반쯤 누운 자세를 유지했다.

“짐승 같아.”

“아니, 여기서 왜 짐승이 나와.”

“몰라, 아무튼 짐승이야.”

피식피식 웃은 코델리아는 유더의 가슴에 좀 더 몸을 기댔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런데 코델리아야, 그거 알아?”

“뭐?”

“나 아직 소원 안 정했다?”

무투회에서 50킬을 하면 들어주기로 한 소원.

코델리아가 순간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몸을 경직시켰고, 유더는 다시 속삭이듯 말했다.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려나. 무슨 소원 빌어야 잘 빌었다고 소문이 나려나.”

유더는 코델리아의 머리 위에 턱을 올리며 작게 웃었고, 코델리아는 아까처럼 머리를 흔드는 대신 얼굴을 붉힌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을 차게 식은 눈으로 지켜보던 라이카 왕녀는 작은 목소리로 곁에 있던 바네사를 불렀다.

“바네사.”

“네, 왕녀님”

“왜 쟤들 하는 거 보고 있으면 화가 나는 걸까.”

“저도 그래요. 정상이세요.”

“그렇지?”

다른 엘프들도 다들 차게 식은 눈들을 하고 있는 거 같고.

“아무튼 무시하고 빨리 가도록 하죠.”

“그래.”

도착하면 저 짓도 당장은 못 할 테니까.

“로이드, 조금 빨리 부탁할게.”

“히히힝.”

유니콘의 눈으로 봐도 눈꼴시렵기는 마찬가지였는지 로이드는 아예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나절.

일행은 영원의 숲의 중심에 엘프들의 수도- 에렌디아에 도착했다.

&

하얀 도시.

에렌디아를 마주한 순간 유더와 코델리아가 떠올린 단어였다.

원작과 달리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에렌디아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도시였다.

“예뻐.”

코델리아의 담백하지만 정확한 감상에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순백의 도시와 녹색의 자연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조화를 이루었다.

사이사이에 내리쬐는 햇살과 불어오는 바람까지도 도시의 일부라는 느낌이었다.

커다란 나무들과 하나 된 하얀 집들.

그리고 그런 에렌디아의 중심에 자리한 하얀 궁전.

전체적으로 동그란 느낌을 주는 유선형의 궁전은 엘프들의 건축물답게 무척이나 화려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인간의 궁전처럼 직접적으로 여러 색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곳곳에 설치한 유리창에 반사된 햇살들이 하얀 캔버스 같은 궁전의 벽을 물들이며 시간에 맞는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정면.

화려한 깃발을 높이 든 기수들을 필두로 한 환영대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님!”

색색의 옷을 입은 환영대 사이에서 어린 소년 하나가 도도도 달려나왔다.

이제 십대 초중반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이었는데, 라이카 왕녀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백금발의 소유자였다.

“누님!”

“우리 켈투르!”

소년이 다시 외치자 로이드 위에서 단숨에 뛰어내린 라이카 왕녀는 자세를 낮추는가 싶더니 소년을 와락 끌어안았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누님!”

“승리부터 축하하지 않고?”

“무사하신 게 더 좋습니다.”

소년- 왕위계승서열2위인 남동생 켈투르의 말에 라이카 왕녀는 기분 좋게 웃었다.

“이래서 우리 동생이 좋다니까?”

“저도 누님이 좋습니다.”

켈투르는 라이카 왕녀를 꼭 끌어안았고, 라이카 왕녀는 그런 켈투르의 이마와 뺨에 몇 번이나 입술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더는 약간이지만 당황하고 말았다.

‘사이가 완전 좋은데?’

아니, 그보다 켈투르 저거 왜 저렇게 어려.

분명 원작에서는 청년왕이었는데?

‘1, 2년 사이에 폭풍 성장이라도 한 건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무리였지만, 유더 자신 같은 경우도 있었으니까.

지난 8~9개월 사이에 키가 30cm 가까이 자라 160전후에서 180중후반이 되었으니, 소년이 청년이 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진 않았다.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뭔가 다른 이유라도 있었던 걸까? 아니면 켈투르가 동명이인이 있다든가.

아무튼 그런 잡다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토벌대를 환영하러 나온 엘프들에게 유더와 코델리아를 간략히 소개한 라이카 왕녀는 켈투르를 안은 채 로이드 위에 올랐다.

“일단 왕궁으로 가자. 자세한 이야기는 축하 연회에서 하도록 하고.”

무려 오백 년 만에 맞이한 인간 손님이었지만 엘프들은 힐끔힐끔 쳐다볼 지언정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직접 말을 걸지는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왕녀의 명령이었으니 말이다.

[유더야, 유더야.]

[왜, 코델리아야.]

[켈투르가 우리 쳐다봐. 아, 웃었다.]

[너는 웃어주지 마.]

[엉?]

이쪽을 보며 해맑게 웃는 켈투르를 한 번 노려봐준 유더는 코델리아의 허리를 끌어안았고, 코델리아는 눈을 깜박이다 까르르 웃었다.

그리고 해질녘.

왕궁에 도착하자마자 목욕탕으로 안내받은 유더와 코델리아는 몸을 씻은 뒤 새 옷을 지급받았다.

엘프들의 연회복이었다.

“오올, 좀 멋진데? 약간 로키 같다.”

전체적으로 녹색에 검은색과 노란색이 간간이 들어간 연미복.

하지만 호리호리한 엘프들이 입었을 때와는 느낌이 꽤 달랐다.

전체적으로 장신인 엘프들 사이에서도 눈에 띌 만큼 키가 큰 유더였는데, 여기에 조각상 같은 몸매까지 더해졌으니 말이다.

“우리 공주님도 언제나처럼 아름다우십니다.”

코델리아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등이 좀 많이 파인데다가 가슴골까지 드러나는 게 신경 쓰이는 유더였지만, 정작 코델리아는 치맛단을 이리저리 흔들며 좋아했다.

“엄청 가벼워. 요정의 드레스랑 비슷한 느낌이야.”

“음··· 스카프를 더하면 어떨까?”

“엉?”

유더는 이리저리 말을 덧붙이는 대신 코델리아가 목에 차고 있는 붉은 보석- 주문의 메아리에 하얀 스카프를 달아 코델리아의 가슴께를 가렸다.

“음, 좋아. 훨씬 좋아.”

유더가 만족한 얼굴로 짝짝 손뼉을 치자 코델리아는 눈을 깜박이더니 피식피식 웃었다.

“질투쟁이.”

“네, 전 질투가 아주 많답니다.”

“이제는 숨기지도 않아?”

코델리아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유더는 코델리아처럼 흥흥거리더니 팔을 내밀었다.

“아무튼 가시지요.”

“네, 속이 까만데다가 질투도 많은 블랙망토 씨.”

킥킥 웃은 코델리아는 유더의 팔을 살짝 끌어안았다.

그리고 몇 분.

차게 식은 눈을 한 엘프들의 안내를 받아 연회장으로 이동한 유더와 코델리아는 다시 한 번 감탄을 토했다.

“우왕. 예뻐.”

“화려하네.”

새하얀 홀은 세일룬 왕국 왕도의 대연회장에 결코 뒤지지 않는 규모와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유리 천장을 이용한 빛의 가감으로 연회장 전체를 꾸미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왔구나.”

“라이카 왕녀님.”

하얀 드레스를 입고 황금으로 몸 곳곳을 치장한 라이카 왕녀는 유더와 코델리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피식하고 웃었다.

“둘 다 예쁘네. 역시 인간들 중에 최고의 미모라 이건가?”

“그, 그건 유더가 장난한 거예요.”

코델리아가 작게 말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었다.

라이카 왕녀는 호쾌하게 웃더니 유더와 코델리아를 자신의 바로 옆 자리로 안내했다.

‘그러고 보니 연회인데 뭔가··· 무대를 지켜보는 관람석 같은 게 있네.’

넓은 홀 중심을 비워두고 그 테두리에 의자들이 쫙 나열되어 있었으니까.

다행히 자리에 앉자마자 라이카 왕녀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우리 엘프들은 기념할 일이 있으면 일단 정령들과의 소통을 되새기는 단체 연무를 추거든.”

“어··· 직접 추는 게 아니라 관람하는 거죠?”

“어, 아무나 출 수 없는 거거든.”

코델리아의 말에 바로 답한 라이카 왕녀는 몇 가지 설명을 덧붙였다.

“춤··· 정확히는 검무를 추는 무용가는 저마다 일인전승으로 이어져 오고 있어. 무척이나 아름다운 검무니까 재미있을 거야.”

“와······.”

코델리아는 기대된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라이카 왕녀의 맞은편 자리에는 켈투르와 무척 화려한 복장을 한 여인이 앉아 있었는데, 아마 켈투르의 어머니인 것 같았다.

‘국왕은 없나? 라이카 왕녀의 어머니나.’

바네사랑 미다스는 라이카 왕녀 뒤에 있는데.

그대로 주변을 둘러보던 코델리아는 어느 순간 다시 정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검무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린 탓이었다.

“시작한다.”

라이카 왕녀의 작은 목소리가 신호라도 된 것처럼 하얀 홀 중앙에 여섯 명의 무용수들이 나와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저마다 색색의 옷을 입은 엘프들이 큰 동작으로 춤을 추는데, 저마다 동작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가 조화롭게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와.”

화려하고 아름답고 장엄하고.

코델리아가 연신 감탄을 토하자 라이카 왕녀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지만 잠깐 뿐이었다.

코델리아와 달리 유더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지? 맘에 안 드는 거라도 있나?’

아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저렇게 인상을 쓰다니. 예의를 모르는 거 같진 않던데.

저도 모르게 살짝 화가 난 라이카 왕녀는 호탕하다 쓰고 막나간다 읽어야 하는 성격답게 바로 행동에 나섰다.

“유더, 뭔가 이상한 거라도 있는 건가?”

라이카 왕녀의 물음에 코델리아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유더를 돌아보았다.

‘유더야?’

코델리아가 보기에도 유더의 표정이 좀 이상했으니까.

어째서일까.

코델리아 자신이 처음보는 검무라면 유더도 처음 보는 것일 텐데.

거기다 저렇게 화려하고 멋지고 아름다운데.

라이카 왕녀에 이어 코델리아까지 의문에 찬 시선을 보내자 유더는 다시 미간을 좁히더니 이내 결심한 얼굴로 말했다.

“왕세녀 전하.”

“그래, 유더.”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 검무에는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이라니?”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더욱이 유더는 이방인. 그것도 인간이었다.

엘프들의 검무에 대해 무얼 안다고 저런 말을-

거기까지였다.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린 라이카 왕녀는 노여움을 억누르고 진지한 눈으로 유더를 보았다.

눈앞의 유더는 요정검 벨린시아의 검기를 잇는 인간이었으니 말이다.

“무언가 아는 것이라도 있는 건가?”

직전보다 온건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찌르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덕분에 두근두근 뛰기 시작한 가슴을 손으로 누른 코델리아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유더를 돌아보았다.

‘뭔데, 뭐가 문제인데. 어떻게 아는 건데?’

벨렌시아에 대해서는 코델리아에게도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내디딘 걸음이었다.

엘프들의 검무를 본 순간 유더는 본능적으로 잘못된 점을 느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체화되고 있는 벨렌시아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눈앞의 검무에서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한 명이 부족합니다.”

순간 라이카 왕녀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그렇기에 유더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저 검무는, 여섯 명이 아닌 일곱 명이 추어야 하는 검무입니다.”

&

< 제80장 - 검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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