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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229화 (229/473)

< 제83장 - 성십자 수호단 >

제83장 - 성십자 수호단

코델리아는 꿈을 꾸었다.

플레이아데스에서 다시 태어나기 이전에, 아직 노란폭풍 홍유희로 살아가던 시절의 기억들.

“아.”

대부분의 꿈들이 그러하듯이 뜬금없이 시작되었지만 코델리아는 이렇다 할 이질감을 느끼지 못 했다.

꿈이었으니 말이다.

홍유희의 방.

벽지와 커튼 등등 분홍색이 많이 들어간 방 한가운데 서 있던 코델리아는 책장을 보았다.

제일 윗칸에는 캐드를 비롯해 각종 자격증 관련 책들이 빽빽이 꽂혀 있었고, 그 아래 칸부터는 만화책들이나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동화책 같은 것들이 듬성듬성 꽂혀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칸.

피규어나 프라모델 같은 것들이 늘어서 있는 칸을 가만히 보던 코델리아는 개중 제일 눈이 가는 것에 시선을 두었다.

영웅전기2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출시된 코델리아 피규어였다.

‘구하기 힘들었는데.’

수량이 부족한 건 아니었고, 가격이 비싸서였다.

용돈 모으는 정도로는 부족해서 결국 아이템 현거래까지 했어야 했으니까.

‘그래두 이쁘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책장을 보면 코델리아가 보인 터라 한동안은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났다.

‘코델리아.’

새삼 손을 뻗어 코델리아 피규어를 꺼내든 코델리아는 가만히 쳐다보다가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지?’

꽉 닫힌 방문까지 한 번 확인한 코델리아는 입술을 몇 번 움츠리더니 코델리아 피규어를 뒤집어 치마 속을 보았다.

이상하게 치마 입은 피규어를 보면 꼭 뒤집어 보고 싶어지는 코델리아였다.

‘흰색이네.’

저도 모르게 므흐흐 웃은 코델리아는 코델리아 피규어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비단 코델리아 자신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기심 때문에 치마 속을 확인해본다는 실험 결과를 떠올리며 책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책상.’

아기자기한 방과는 달리 딱 봐도 사무실에서 쓸 것 같은 딱딱한 디자인의 책상이었지만 이것저것 올려놓은 소품들 덕분에 방안의 분위기를 그리 해치지는 않았다.

코델리아는 책상 위에 늘어서 있는 작은 곰 인형들의 머리를 톡톡 건드린 뒤 책상 앞에 앉았다.

삼촌이 사무실 철거 작업 중에 챙긴 거라며 준 바보같이 비싸지만 편한 의자에 작은 몸을 묻은 채 책상 위에 손을 올렸다.

코델리아는 기계식 키보드- 정확히는 레오폴드 사에서 만든 청축 키보드 옆에 놓여 있는 VR기기와 전용 컨트롤러들을 어루만졌다.

영웅전기3편이 출시 된 이후 2편에도 추가된 기기였는데, 본래 키보드와 마우스로 하는 게임인 영웅전기2편을 VR기기와 항공기 시뮬레이터를 방불케 하는- 거의 무슨 로봇 만화 콕피트에나 있을 것 같은 조종간으로 플레이 할 수 있게 해주는 물건들이었다.

‘복잡한 만큼 성능도 좋지만.’

코델리아가 인간재해라 불릴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이 조종간에 있었다.

완벽히 다룰 수 있는 사람은 고인물이 넘쳐나는 영웅전기담 내에서도 드물었지만, 일단 완벽하게 다룰 수만 있다면 캐릭터 컨트롤의 수준이- 아니, 아예 차원이 달라졌으니 말이다.

‘유더 밖에 없겠지?’

이걸 나 정도로 완벽히 쓸 수 있는 사람은.

새삼 피식 웃은 코델리아는 VR기기를 뒤집어쓰는 대신 게이밍 마우스를 잡고 영웅전기2를 실행했다.

접속하자마자 익숙한 이름이 눈에 보였다.

코와붕가 : 오, 왔어?

채팅방 죽돌이 중에 하나인 코와붕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음성 플레이를 자주하는 녀석이다 보니 글자만 봐도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노란폭풍 : 어, 왔어.

적당히 답한 뒤 채팅방 리스트를 보니 지금 접속해 있는 건 코와붕가와 아웃복서009- 유더 뿐이었다.

코와붕가 : 야, 그런데 넌 디코 안 해?

디스코드. 속칭 디코. 음성채팅할 때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코델리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노란폭풍 : 어, 안 해.

코와붕가 : 왜 안 해?

노란폭풍 : 집에 마이크 없어. 마이크 사주면 생각해볼게.

사실 핑계에 불과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말이다.

‘껄떡이는 애들이 너무 많아.’

스스로 말하기 좀 민망한 이야기였지만, 코델리아 자신은 목소리가 무척 좋은 편에 속했다.

나중에 성우해볼 생각 없냐는 이야기를 초등학교 때부터 줄기차게 들었을 정도로 말이다.

더욱이 여자였고, 귀하디귀한 하드 플레이어였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 켜고 게임하면 껄떡거리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시비 터는 애들도 많고.’

아무래도 영웅전기 자체가 남성향 게임이다보니 전체 플레이어의 80% 가량이 남자였고, 영웅전기담에 서식할 정도의 놈들 중에는 소위 말하는 겜덕들이 많았다.

그 왜 그런 말도 있지 않던가.

겜 잘하는 예쁜 여자친구가 겜덕들의 이상형이라고.

코델리아 자신은 딱 거기에 부합하는 인재였다.

“흠흠.”

민망함에 붉어진 뺨을 두 손으로 살짝 누른 코델리아는 다시 모니터에 집중했다.

‘그러고 보니 아복이도 음성채팅하는 걸 본 적이 없네.’

벌써 게임에서만 그럭저럭 5년은 본 거 같은데 서로 얼굴을 보기는커녕 목소리를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설마 남만고양이 언니처럼 여자 아냐?’

유더가 여자들에게 인기 많은 캐릭터이기도 하고.

‘흐음··· 이거 딱 킹리적 갓심각인데.’

코델리아는 잠시 눈을 감고 아웃복서009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코델리아 자신을 놀릴 때는 그야말로 개초딩이 따로 없었지만 평소에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는 제법 진중한 편이었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차갑다고 해야 하나, 말수도 그리 많지 않았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빡치네.’

왜 나한테만 유독 지랄이지?

처음 만났을 때도 게임 개못한다고 시비나 털고.

순각 욱한 코델리아였지만 이상하게도 상상 속의 아웃복서009는 예뻤다.

만약 정말 여자라면 뭔가- 키도 크고 몸매도 좋고 능력도 짱짱한··· 그런 왕언니 스타일이 떠올랐다.

그 왜 정장이 잘 어울리는 사나워 보이지만 멋진 언니들 있잖은가.

‘막 레이싱 슈트 입고서 크고 새카만 오토바이 타고 다니고.’

눈매는 좀 사나울 것 같은?

고양이상?

그러고보니 코델리아 자신도- 홍유희도 고양이상이었는데.

체구도 작아서 인형처럼 예쁘장하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지만 동시에 사나운 새끼 고양이 같다는 소리도 듣는.

‘에이, 설마 진짜 여자겠어.’

거기다 자기한테 개초딩 짓 하는 걸 보면 그렇게 멋진 언니일 리가 없었다.

‘거기다······.’

문득 아웃복서009의 약점 가운데 하나가 떠오른 코델리아는 킥킥 웃더니 키보드를 두드렸다.

노란폭풍 : 아복아, 아복아. 접속해 있으면 대답 좀 해봐.

노란폭풍 : 있는 거 다 알거든?

노란폭풍 : 아

노란폭풍 : 웃

노란폭풍 : 복

노란폭풍 : 서

노란폭풍 : 대머리.

노란폭풍 : 발기부전. 대머리. 아무튼 대머리.

아웃복서009 : 뒤진다?

노란폭풍 : 오, 역시. 너 진짜 대머리지? 그러니까 대머리라고 하면 맨날 씹다가도 말하는 거지?

아웃복서009 : 지랄 노.

아웃복서009 : 아무튼 무슨 일인데?

아웃복서009의 물음에 코델리아는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생각해보았다.

역시 멋진 언니를 떠올린 이유가 있었다.

매달 순위 발표할 때는 초딩에서 개초딩으로 초진화를 하는 유더였지만 평소에는 대답도 잘 해주고 친절한 편이었으니까.

아웃복서009 : 노폭?

노란폭풍 : 섹스

아웃복서009 : 미쳤냐?

노란폭풍 : 파워섹스

아웃복서009 : 씨X 이 게임은 다른 건 다 잡는데 저건 대체 왜 안 잡는 거야.

노란폭풍 : 섹스 아 섹스

노란폭풍 : 파워섹스!

다다닥 두드리니 랜선 너머에서 아웃복서009가 어쩔 줄 몰라하는 게 느껴졌다.

노란폭풍 : 병1신 ㅋㅋㅋ

평소에는 별의 별 소리 다 하다가도 야한 말 좀 하면 급 당황하는 게 아웃복서009의 약점 가운데 하나였으니까.

‘가끔 보면 완전 선비 같다니까?’

혹시 막 요조숙녀 같은 건 아닐까?

그래서 막 야한 말 보면 어쩔 줄 모르는.

아웃복서009 : 초딩같은 놈. 너 진짜 초딩이지? 중딩조차 아니지?

노란폭풍 : 섹스

아웃복서009 : 야

노란폭풍 : 파워섹스

아웃복서009 : 씨X

랜선 너머에서 빡쳐하는 아웃복서009- 유더를 떠올린 코델리아는 까르르 웃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

“파워··· 섹··· 스.”

작게 웅얼거리던 코델리아는 눈을 떴다.

햇살.

풀냄새.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에 수목이 흔들리는 소리.

코델리아는 다시 눈을 깜박였고, 그제야 꿈에서 깨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아.”

플레이아데스.

코델리아.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자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있던 꿈이 단번에 흩어져 엉망진창이 되었다.

“흠냐.”

다시 눈을 깜박인 뒤 상체를 일으켜 세운 코델리아는 낯익은 등을 보았다.

“깼어?”

“응.”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 유더의 뒷모습.

음, 뭔가 잠결에 이상한 소리를 한 것 같지만 듣진 않았겠지?

어깨를 한 번 으쓱인 코델리아는 다시 유더와 그 주변에 집중했다.

모닥불 위에는 이런저런 조리기구들이 올라가 있었는데, 맛좋은 냄새가 풍겨왔다.

베이컨이랑 계란이랑··· 당근인가?

“당근 싫은데.”

일부러 들으라는 듯 소리내어 말했지만 유더는 어림도 없다는 듯 반찬 이야기 대신 다른 이야기를 했다.

“물 떠놨으니까 세수부터 해.”

“네, 엄마.”

코델리아는 머리맡에 놓여 있던 대야의 뚜껑을 연 뒤 맑은 물에 손을 담갔다.

무려 따뜻한 물이었다.

‘상냥해.’

아니, 자상하다고 해야 하나.

세숫물 준비해주는 것만으로도 솔직히 고마워 죽겠는데 그걸 또 뜨겁게 덥히기까지 했다.

물론 이제는 유더도 기초 마법 정도는 자유롭게 사용하는 터라 예전보다 뜨거운 물 준비하기가 훨씬 쉬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귀찮은 건 귀찮은 거였으니까.

“헤헤헤.”

저도 모르게 미소를 흘린 코델리아는 세수를 마친 뒤 유더 옆에 쪼그리고 앉아 프라이팬을 바라보았다.

예상대로 베이컨과 계란이 구워지고 있었다.

“가방에서 빵이랑 치즈 좀 꺼내줄래?”

“응.”

유더가 시킨대로 빵과 치즈를 꺼낸 코델리아는 나무 접시 위에 담은 뒤 다시 유더를 쳐다보았다.

이상하게 자꾸 미소가 흘러나왔다.

“왜?”

“그냥. 그냥 좋아서.”

주변에 엘프는 하나도 없고 유더만 있었으니까.

발랑까진 에로 엘프들 같으니라고.

감히 누굴 넘보고 지랄이야.

“흥흥흥.”

야반도주하길 잘했지, 잘했어.

코델리아가 배시시 웃자 유더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따라 웃었다.

영원의 숲을 나서고 이틀.

완전히 평화를 되찾은 아침의 풍경.

턱을 받친 채 유더가 조리한 음식들을 그릇에 담는 걸 구경하던 코델리아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벨렌시아도 엘프잖아?’

그것도 영원의 숲에 뿌리내린 하이엘프 왕가의 엘프.

‘혹시?’

순간 코델리아의 눈에 강한 의심이 어렸지만 그렇다고 무어라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나도 빨리 검령이랑 이야기해서 상황 파악 좀 해야겠다.’

검령과 만난다고 했지만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는 말로만 들어서는 알 수가 없었으니까.

정말 바람 피는 것이(?) 가능할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코델리아 자신도 검령과 만나볼 필요가 있었다.

“그랜드 오더랑 이야기가 잘 안 돼?”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넓적한 바위 위에 그릇을 올리며 유더가 묻자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막 불러도 대답이 없네.”

“명상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맨날 하다 조는 거 같던데.”

“야, 나 본업이 마법사거든? 명상 완전 잘하거든?”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야, 진짜거든?”

“네네, 알겠습니다.”

자상하다는 거 취소.

유더가 얄밉게 말하자 약이 오른 코델리아는 꿈에서처럼 유더의 입을 막기 위해 입술을 벌렸지만 이내 다시 꾹 닫고 말았다.

채팅과 육성은 달랐으니 말이다.

‘그, 그러고 보니.’

아까 진짜 못 들었겠지?

잠결에 내뱉은 말.

“코델리아?”

“응? 어, 아니. 아무튼 이제 다 왔네?”

“어, 오늘 점심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성십자 수호단의 남부 지부.

세일룬 왕국에 있는 지부들 가운데서는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일단 검귀 카마엘이 머무는 곳으로 알려진 장소였다.

“거기 가면 카마엘한테 연락할 수 있을까?”

“아마도. 스승님과 달리 카마엘은 성십자 수호단의 간부니까. 은근 성실한 성격이라 연락책 정도는 남겨두고 다닐 거야.”

“하긴.”

고개를 끄덕인 코델리아는 잠시 눈을 감고 남부 지부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교역도시 생크루트.

그 옆에 자리한 성십자 수호단의 수도원.

사실 수도원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규모가 컸다.

상주하는 인원도 수백 명에 달했고 말이다.

‘사실 성지니까.’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을 뿐, ‘생크루트 수도원’은 성십자 수호단의 성지 가운데 하나였다.

그것도 유일무이한 최상위급 성지인 대륙 중앙의 성십자 수호단 본부 바로 다음가는, 대륙에 오직 셋 밖에 없는 상위급 성지 가운데 하나 말이다.

하지만 성십자 수호단 내에서도 제법 지위가 있는 자들 외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생크루트 수도원 자체만 보면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름 있는 성인이 난 것도 아니었고, 역사에 남을 성전의 무대가 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규모가 좀 있는 수도원.

하지만 코델리아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신이 내린 땅. 신의 집.’

생크루트 수도원에는 신이 살고 있었다.

자칭 신이 아닌, 진짜 이 세계의 신이 말이다.

‘원작에서는 만날 수가 없었지만.’

존재 자체야 어떤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하든 알아낼 수 있었지만 직접 대면할 수는 없었다.그 정도로 성십자 수호단에 깊게 개입하는 캐릭터가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고, 깊은 관계가 구축되는 후반부에는 문제의 신이 이미 소멸한 후였기 때문이다.

‘어린 신 아탈리아.’

예전 유더가 한 번 길게 설명했던 것처럼. 이 세계의 신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었다.

하나, 천계에서 온 고위 천사들.

둘,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흘러들어온 신적 존재들.

셋, 이 세계에 뿌리를 둔, 진정한 이 세계의 신들.

첫 번째에 속하는 것은 태양신 솔라리였고, 두 번째에 속하는 것은 7대 재앙 가운데 하나인 앙신 슈텐도지, 세 번째에 속하는 것은 황금의 용왕 같은 야생신들이었다.

‘야생신들이 실존하는 건 여기 와서야 안 거지만.’

어찌되었든 생크루트 수도원에 살고 있는 어린 신 아탈리아는 세 번째 부류에 속했다.

이 세상에 근본을 둔, 진정 이 세계를 지키고자 하는 수호신.

하지만 아직 어린 신이었기에 그 힘은 태양신 솔라리는커녕 데몬프린스보다도 못 했다.

‘그래도 신은 신이라 이거지.’

앞으로 쭉 성장하면 솔라리 이상으로 강한 존재로 거듭날 수도 있는.

‘어쩌면··· 이번에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크루트 수도원에 찾아가는 건 카마엘과 연락할 방법을 얻기 위해서였지만 아탈리아와의 만남도 살짝 기대가 되는 코델리아였다.

“아무튼 슬슬 갈까?”

“응, 가자.”

기분 좋게 답한 코델리아는 배낭을 짊어진 뒤 유더의 등에 올라탔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를 고쳐 업은 뒤 말했다.

“그런데 코델리아야.”

“어, 유더야.”

“그··· 채팅이 아니니까 좀 조심하는 게 어떨까?”

“엉?”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이게 무슨 말일까.

눈을 깜박이던 코델리아는 이내 이해했다. 그랬기에 얼굴을 확 붉히고 말았다.

“흠흠, 그럼 가보지요.”

신이 사는 땅 생크루트를 향해.

유더는 지면을 박찼고, 코델리아는 대답하는 대신 끙끙 앓는 소리를 내었다.

&

< 제83장 - 성십자 수호단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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