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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232화 (232/473)

< 제83장 - 성십자 수호단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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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는 아침.

침대 위에서 몸을 웅그린 채 이불을 뒤집어 쓴 코델리아는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유더는 침대 위에 앉더니 이불 위로 코델리아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정말 아무 것도 못 들었어. 정말로 진짜.”

아까와는 달리 제법 진정성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때문에 한창 현실을 부정하던 코델리아는 저도 모르게 이불 밖으로 빼꼼 얼굴을 내밀고 말았다.

“정말?”

“어, 정말.”

유더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 활짝 웃었고, 그게 뭘 의미하는지 간파한 코델리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유더의 어깨를 마구 때렸다.

“너 미워! 너 싫어!”

맨날 거짓말만 하구!

코델리아의 투닥투닥 맹공을 허허 웃으며 받아주던 유더는 돌연 몸을 반대쪽으로 돌리더니 말했다.

“이쪽도. 은근히 시원한데?”

“으아!”

화가 머리끝까지 난 코델리아는 더더더 열심히 유더를 때렸지만 의미 없는 일이었다.

이미 마법사의 물리- 그것도 앙증맞은 주먹 공격 따위는 솜방망이처럼 느껴질 만치 막강해진 유더의 방어력이었다.

물론 코델리아도 도구를- 이를 테면 도폭선 같은 걸 사용하면 유더에게 데미지를 주는 게 가능했지만 애당초 무리였다.

이전 유더가 코델리아의 분신에게조차 위해를 가해지 못 했던 것처럼 코델리아 역시 이제는 유더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일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니, 예전에도 도폭선은 안 감았을 거거든?’

그건 그냥 좀 때려주는 거랑은 차원이 달랐으니까.

애당초 마법을 쓰지 않는 것도 그래서고.

‘아무튼 미워 죽겠어!’

코델리아는 아쉬운 대로 주먹으로 타격하는 대신 손바닥으로 채찍 치듯 피부를 때리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도 무리였다.

소드 오리진까지 얻음에 따라 이미 방어력 부문에서는 사람이라 하기 어려워진 유더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1분, 2분.

허허 웃던 유더는 제풀에 지쳐 헉헉 거리는 코델리아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코델리아야.”

“왜, 허억. 이, 헉, 나쁜, 헉, 노마.”

어쩜 욕하는 것도 이리 귀여울까.

콩깍지가 씌일대로 씌인 유더는 코델리아의 뺨을 은근슬쩍 꼬집으며 물었다.

“그··· 어젯밤에는 어땠어?”

어젯밤.

새삼 얼굴이 확 달아오른 코델리아는 흥 소리를 내며 받아쳤다.

“몰라, 말 안 해.”

하지만 이미 대답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까 유더가 그러했던 것처럼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코델리아였기 때문이다.

‘좋았구나.’

안도와 만족.

두 가지가 섞인 미소를 지은 유더는 잠시 눈을 감고 어젯밤을 떠올려 보았다.

이것저것 조르던 코델리아의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 그런 유더의 옆모습을 보던 코델리아는 차게 식은 눈으로 말했다.

“변태 같아.”

“저기요?”

어젯밤에 붙잡은 건 그쪽이거든요?

“흥, 몰라.”

아무튼 몰라. 아무튼 유더가 나빴어.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우씨, 야, 그거 내가 하지 말랬지?”

유더는 대답하는 대신 능글맞은 미소를 지은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튼 씻고 준비하자. 아침 식사 때문이든 지부장 때문이든 마누엘이 올 테니까.”

유더의 말에 코델리아는 똑같이 침대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마누엘은 괜찮을까? 어제 의식 잃고 쓰러지는 거까지는 봤는데.”

“오히려 초장에 맛이 갔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성십자 수호단이잖아. 숙취 해소제 같은 거야 잔뜩 있겠지. 그러고 보니 넌 괜찮아?”

“아니, 말하고 나니 아프네.”

계속 얼굴을 붉히다보니 몰랐는데, 안색이 썩 좋지 않은 코델리아였다.

“그럼 마법 쓰자.”

“어, 잠깐만.”

사실 숙취 따위야 리커버리 한 방이면 해결이었으니까.

처음 기억을 각성했던 8~9개월 전에 비해 마법사로서 월등히 성장한 코델리아였다.

“됐다. 머리 맑아졌어.”

“음, 뭔가 사기 같다.”

“그러게.”

되는대로 답한 코델리아는 방 한 쪽에 준비된 욕조에서 샤워까지 한 뒤 성십자 수호단에서 준비해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검정과 흰색으로 이루어진 수호단의 제복이었다.

“제복 좋아.”

마법으로 만든 빛의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보던 코델리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교복이나 군복 등등 전생부터 제복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코델리아였기 때문이다.

단정하면서도 통일감을 느끼게 해주는 제복 특유의 느낌.

더욱이 성십자 수호단의 제복은 디자인이 제법 좋은 편이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인 외투와 흰색인 내의의 조화라고 해야 할까.

‘수녀님들 옷을 개조한 것도 같고.’

다리의 움직임을 위해 치마를 길게 찢은 터라 정숙한 느낌과는 거리가 제법 있었지만, 전체적인 형태 자체는 수녀복을 닮아 있었다.

‘음, 좋아.’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한 코델리아는 유더를 돌아보았고, 더욱 큰 만족감을 느꼈다.

제복 차림의 유더.

콩깍지를 떼고 보아도 유더는 정말 잘생겼으니까.

영웅전기2의 사대 얼짱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더 아니었던가.

“흐흐흐.”

“코델리아?”

“아니, 그냥. 흐흐흐.”

코델리아 본인은 몰랐지만, 영원의 숲에서 카넬리아나 바네사가 보여주던 것들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는 미소였다.

때문에 순간 흠칫한 유더였지만, 어쨌든 코델리아가 웃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한 터라 괜한 말을 붙이는 대신 본론을 꺼내들었다.

“아무튼 코델리아, 마누엘이 오기 전에 이야기해둘 게 있어.”

“뭔데?”

유더가 방 한쪽에 자리한 소파 위에 앉아 바로 옆에 찰싹 붙어 앉은 코델리아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중요한 이야기야?”

“어, 중요해. 우리가 생크루트 수도원에서 꼭 해야 할 일들이야. 뭔지 알겠어?”

유더의 물음에 코델리아는 눈을 한 번 깜박이더니 팔짱을 끼며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음··· 말레키스의 위협을 알리고 카마엘의 위치를 알아낸다.”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었고, 여기까지 오면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이야기한 목적이었다.

즉, 유더가 이제와서 새삼 꺼낼 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뭔가 다른 거.

다른 목적.

“아탈리아?”

어린 신 아탈리아.

일단 설정대로라면 생크루트 수도원 어딘가에서 잠들어 있어야 할 소녀 신.

코델리아의 말에 유더는 고개를 살며시 가로저었다.

“아탈리아는 아냐. 물론 만나면 좋겠지만, 만나지 못 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테니까.”

아직 어린 신인 그녀는 할 수 있는 일이 적었다.

더욱이 잠들어 있는 그녀를 무리해서 깨웠다가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었고 말이다.

‘원작에서야 재앙을 막다가 소멸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테니까.’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가 그녀의 소멸을 간과하지 않을테니까.

“으으음.”

어찌되었든 아탈리아는 아니라는 말에 코델리아는 다시 고뇌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끙끙 앓기만 할 뿐 정답을 내놓지 못 했다.

“흐아, 항복. 모르겠어.”

“그러지 말고 좀만 더 생각해봐. 놓치고 있는 게 없는지, 까먹고 있는 게 없는지.”

유더의 말- 정확히는 ‘까먹었다’는 표현에 코델리아는 반사적으로 이름 하나를 떠올렸다.

“멜리사?”

“멜리사 말고. 그러고보니 멜리사 또 잊어먹은 건 아니지? 주기적으로 말 걸어주고 있지?”

“어? 어, 응. 무, 물론이지.”

시선을 피하는 걸 보니 요 며칠은 또 까먹었던 모양이다.

‘뭐, 당장 중요한 건 멜리사가 아니니까.’

멜리사가 들었다면 피눈물을 쏟았을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한 유더는 다시 코델리아를 보며 말했다.

“정말 모르겠어?”

“으··· 모르겠어. 가르쳐주세요.”

“에휴, 이래서 내가 1등이었구나.”

유더가 끌끌끌 혀를 차자 그에 비례하듯 볼을 크게 부풀린 코델리아는 씩씩 거리며 말했다.

“우씨, 기다려 봐.”

내가 생각해내고 만다.

내가 꼭 기억해내고 만다.

유더 성격상 아예 알 수 없는 걸 가지고 저리 놀려댈 리는 없었으니까.

분명 코델리아 자신도 같이 경험했거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일 터였다.

“으으, 으으으······!”

힘내라 뇌세포.

기억해내라 지금의 나!

끙끙 앓아가며 머리를 쥐어짜매던 코델리아는 어느 순간 고개를 번쩍들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탄성을 토했다.

“아!”

그거!

그거!

생각났다 그거!

“솔라리! 솔라리의 챔피언 가리우스의 무덤!”

단번에 쏟아내듯 소리친 코델리아는 조마조마한 눈으로 유더를 돌아보았고, 유더가 기분 좋게 웃자 자리에서 폴짝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

“얏호!”

솔라리의 챔피언 가리우스의 무덤.

정확히는 그의 무덤을 찾을 수 있는 다섯 가지 단서들.

‘반년쯤 되었나?’

야생의 땅 초입에서 마주했던 성기사 갈레온의 무덤.

가리우스의 제자들 가운데 하나였던 그의 무덤에서 유더와 코델리아는 석판 조각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섯 개를 모두 모으면 가리우스의 무덤 위치를 알 수 있어.’

그리고 그 가리우스의 무덤에는 솔라리 교단의 가장 중요한 보물이 숨겨져 있었다.

“석판 조각. 하나는 야생의 땅에, 원작에서 발견되었던 또 다른 하나는 제국에.”

“맞아. 그리고 갈레온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던 석판 조각에는 또 다른 석판 조각이 어디 있는가에 대한 정보가 있었지.”

“그게 여기야?”

“어, 생크루트 수도원. 본래 여기는 지금처럼 거대한 수도원이 아니라 솔라리의 옛 사원이 있던 장소였거든.”

유더의 설명을 기분 좋게 듣던 코델리아는 순간 헉하고 숨을 삼켰다.

한 가지 사실이 더 떠올랐기 때문이다.

“석판.”

정확히는 갈레온의 무덤에서 찾은 석판.

지금은 없었다.

야생의 땅에서 난리통을 겪는 와중에 분실한 수많은 아이템들 가운데 하나였으니 말이다.

“괜찮아. 여기랑 여기에 있으니까.”

유더는 차례대로 자기 가슴과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머리랑 가슴?”

“어, 기억의 궁전에 넣어뒀고, 샴푸랑 린스 만들던 무렵에 종이에 옮겨두기도 했거든.”

석판 자체는 그냥 평범한 돌이었으니까.

중요한 것은 석판 그 자체가 아니라 내용이었고, 그 내용이라면 이미 예즐녁에 암기한 유더였다.

“유더위키 굉장해.”

“좀 더 찬양해도 좋아.”

“유더위키 정말 굉장해.”

바람대로 한 번 더 강조해준 코델리아는 다시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기 시작했다.

애당초 아이템 얻는 일을 좋아하는 그녀이기도 했지만, 솔라리의 다섯 석판은 좀 더 특별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는 모두 모을 수가 없었으니까!’

원작에는 없는 이벤트.

원작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아이템.

더욱이 다른 누구도 아닌 가리우스의 무덤에 숨겨진 솔라리 교단 최고의 보물이었다.

어떤 아이템일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을 지경이었다.

“저기요, 여기 있는 건 베스파의 무덤이거든요?”

가리우스의 세 제자 가운데 하나인 성기사 베스파.

유더의 지적에 코델리아는 흥흥 거리며 말했다.

“아무튼 여기도 석판이 있다는 거잖아. 그럼 가리우스의 무덤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거지 뭐.”

그리고 베스파의 무덤에도 분명 좋은 것들이 숨겨져 있을 테니까.

갈레온의 무덤에서 찾았던 성창도 유용하게 사용하지 않았던가.

‘그것도 잃어버리긴 했지만.’

사용한 것도 딱 한 번, 거친 눈사태의 돌산을 무너트릴 때 뿐이었다.

‘그래도 좋았지.’

덕분에 이길 수 있었으니까.

잠시 아장아장 걷는 거친눈사태를 추억한 코델리아는 다시 유더를 돌아보았다.

“정확한 위치는 알아? 생크루트 수도원 엄청 크잖아.”

“어, 와보니까 대충 알겠더라.”

“역시 우리집 유더.”

기분이 좋아진 코델리아는 유더의 팔을 끌어안으며 물었다.

“어디 있는데?”

“어, 그러니까.”

“응, 그러니까.”

코델리아가 더 세게 팔을 끌어안자 유더는 상상을 초월한 부드러움에 순간 당황했지만, 여기서 뭐 하나 작은 티라도 내면 코델리아에게 공격할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 되는 터라 애써 냉정을 유지했다.

‘아니, 생각해보니 공격 당하면 좋은 건가?’

아무튼.

헛기침으로 스스로를 진정시킨 유더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이따 마누엘이 오면 부탁해서 가보자. 베스파의 무덤 자체는 생크루트 수도원에 딸린 공동 묘지 구석에 위치한 기도원에 있거든.”

“응, 지부장 만나기 전에 다녀오자는 거지?”

“어, 아마도 지부장이랑은 빨라도 점심 이후에나 만날 테니까.”

그리고 유더의 예상대로 되었다.

아침 식사 초청을 위해 나타난 마누엘- 정확히는 숙취 때문에 힘들어 보이는 마누엘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지부장님과의 면담은 아마 오늘 오후가 될 것 같습니다. 정확한 시간까지는 알려드리지 못 해 죄송합니다.”

“아뇨,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애당초 이쪽도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웃는 얼굴로 마누엘을 달랜 유더는 언제나처럼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마누엘 님.”

“예, 유더 님.”

“아침 식사 후에 잠시 생크루트 수도원을 견학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다만··· 가능하면 기도원에서 잠시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기도요?”

“예, 가능하면 조용한 장소에서요.”

이러나저러나 신을 모시는 교단들로부터 출발한 성십자 수호단이었다.

기도하는 일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때문에 유더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유도해 나갔다.

마누엘이 스스로 베스파의 무덤이 숨겨진 기도원을 추천하도록 말이다.

‘진짜 볼 때마다 놀랍네.’

저런 사기 수법은 대체 어디서 배운 걸까.

저번에 이야기한 그 알렉세이라는 사람한테 배운 거려나?

코델리아는 능수능란한 솜씨로 마누엘을 구워삶는 유더의 모습에 감탄과 더불어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지만 잠시뿐이었다.

어쨌든 유더는 우리집 사기꾼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식사 후에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한 시간 여.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유더와 코델리아는 공동묘지 구석에 위치한 기도원에 도착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예, 감사합니다.”

살짝 어색한 인사말을 건넨 마누엘을 기도원을 떠났고, 그가 완전히 떠날 때까지 기다린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둘러 기도원 안에 들어섰다.

“와, 정말 오래된 장소 같네.”

돌로 만들어진 기도원은 적어도 수백 년 전의 건물처럼 보였다.

“베스파 자체가 수백 년 전 사람이니까.”

“그러네.”

기도원답게 정면의 변에는 솔라리의 상징물이 새겨져 있었다.

밝게 빛나는 태양.

코델리아는 묵념하듯 눈을 감고 짧게나마 기도를 바쳤고, 유더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열평 남짓한,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을 장소.

“기도 끝났어?”

“어, 죄송하다고, 금방 끝날 거라고 말씀드렸어.”

“잘했어.”

솔라리가 설마 지금 이 광경을 보고 있지는 않을 테지만.

그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는데, 소멸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단순히 천계로 돌아간 것 뿐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소멸설이 대세이긴 하지만.’

설사 소멸한 게 아니더라도 부활을 기다리는, 사실상 죽은 거나 다름 없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찌되었든.’

지금 중요한 것은 베스파의 무덤이었다.

유더는 석판에 새겨져 있던 정보를 종합해 기도원의 숨겨진 문을 찾아냈다.

“빙고.”

지하로 이어진 비밀 문.

닫힌 이래 수백 년은 열리지 않은 것 같은 그것을 열자 넓고 깜깜한 지하실이 드러났다. 깊이가 적어도 10미터는 될 것 같았다.

“어쩐지 으스스하다.”

“결국 무덤이긴 하니까.”

어깨를 으쓱이며 답한 유더는 발 밑으로 빛 마법을 던져 넣은 뒤 지하로 뛰어들었다.

‘세로로 긴 방.’

폭은 7미터 남짓에 길이는 20미터 남짓.

갈레온의 무덤이 그러했던 것처럼 방 끝에는 커다란 석관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으니,

[투사의 안식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인가!]

밀폐된 공간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석관 옆에서 빛이 일더니 최하급 천사인 ‘무덤의 수호자’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투사의 안식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인가!]

흑표범처럼 생긴 무덤의 수호자들이 안광을 빛내며 날개를 펼치는 모습이 꽤나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유더는 그저 허허 웃을 뿐이었다.

무덤의 수호자 따위에 쫄기에는 너무 강해진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사실 더 중요한 이유가 하나.

유더는 팔짱을 낀 채 씩 웃더니 턱짓하며 소리쳤다.

“가라! 코델리아몬! 이번엔 너로 정했다!”

“뒤진다?”

바로 욕지거리를 토한 코델리아였지만 역시 착한 그녀답게 앞으로 나섰다. 무덤의 수호자들을 정면으로 마주한 채 천사로 화하였다.

활짝 펼쳐져 어둠을 몰아내는 광익과 머리 위에서 선명히 빛나는 천사의 고리.

더욱이 이제는 9급 천사가 아니었다.

성검 클라우 솔라스의 신성을 흡수한 덕분에 8급을 넘어 단번에 7급 천사로까지 승급한 코델리아였다.

9급이 아닌 7급.

그것이 의미하는 것.

“야, 꿇어.”

코델리아가 도도하게 명하자 무덤의 수호자들은 반사적으로 바닥에 철퍽 엎드렸다.

그리할 수밖에 없었다.

코델리아는 7급이었고, 무덤의 수호자는 9급이었으니까.

“계급 사회 브라보.”

짝짝짝 박수를 친 유더는 활짝 웃었고, 코델리아는 흥 소리를 내며 말했다.

“나는 민주주의가 좋은데.”

역시 코델리아.

오늘도 아무말 대잔치구나.

하지만 귀여우니 괜찮겠지.

코델리아 못잖게 아무말 대잔치를 한 유더는 코델리아 곁에 다가선 뒤 손을 내밀었다.

“그럼 천사님, 가보실까요?”

“네, 공자님.”

나란히 손을 잡은 두 사람은 환상의 커플답게 우아한 발걸음으로 베스파의 석관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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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3장 - 성십자 수호단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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