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234화 (234/473)

< 제84장 - 생크루트 수도원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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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생크루트 수도원답게 무기고에는 양질의 신성기들과 아티펙트들이 많았다.

아니, 많았었다.

“갑자기 옛날 생각난다.”

“나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성기들과 아티펙트로 도배를 한 유더의 말에 마찬가지로 도배를 한 코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

영웅전기2를 플레이하던 전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는 아이템 착용 슬롯 제한 때문에 지금처럼 전신 도배를 한다는 건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몇 달 전.

야생의 땅에서 마주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니, 아낌없이 주는 페어리였던 와일드 페어리 퀸과 그녀의 백성들.

“잘 지내겠지?”

“잘 지낼 거야. 이제 엔디미온이 위험할 일이 없잖아?”

“아니, 그건 좀 아니지.”

아무리 내가 콩깍지가 쓰였다지만 그건 좀.

유더는 기회는 이때라는 듯 코델리아의 뺨을 잡아당겼고, 잘못한 게 있는 코델리아는 반항하는 대신 흑흑 거리며 징벌을 받아들였다.

“흑흑 잘모해써요.”

“그래, 알긴 아는구나.”

사실 덕분에 지옥의 문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악마들을 몰살시킬 수 있었지만.

만약 코델리아가 엔디미온 붕괴 대신 다른 길을 택했다면 설사 지옥의 문을 닫았더라도 악마들에 의해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아니면 우리가 죽거나 다쳤을 수도 있지.’

레나나 카플란이 위험했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카플란은 잘 지내려나?’

야생신 푸른수염이 지키는 성지에서 연구를 하겠다며 남았던 카플란.

다행히 레나가 깨어나자마자 야생의 땅은 위험하다며 제국으로 돌려보낸 덕분에 용맥 연쇄 폭발에 휘말리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그 후의 사정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뭐, 잘 지내고 있겠지.’

악운에는 워낙 강한 사람이니까.

“그마해.”

제국에 가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남부에서의 일이 끝나면 제국에 한 번 가기는 해야 했으니까.

“아바, 아프하. 그마해.”

제국 쪽 플레이어블 캐릭터들도 만나야했고 말이다.

특히 막시밀리언과 레온을 말이다.

“그마하라구!”

“아이쿠.”

유더가 깜박했다는 듯 손을 놓자 코델리아는 빨개진 양 뺨을 두 손으로 감싸며 씩씩거렸다.

“너두 볼 딱 대! 어?”

하지만 애석하게도 코델리아에게 복수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을 열고 성십자 수호단의 사람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더 님, 코델리아 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뇨, 별로 기다리지도 않았는걸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더는 얼른 카르멘의 말을 받아 이야기를 시작시켜버렸고, 코델리아는 가슴을 두드리며 답답함을 호소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우씨, 나중에 봐?]

나중에. 그러니까 둘만 있게 되었을 때.

유더는 굳이 답하는 대신 어깨만 으쓱인 뒤 다시 카르멘에게 말했다.

“카르멘 님과 마누엘 님이 함께 가시는 건가요?”

“예, 저희가 이번 여정에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카르멘과 마누엘이 무척이나 기쁘다는 듯 활짝 웃었고, 뒤에 줄줄이 따라왔던 일곱 명의 수호단원들 역시 기쁜 표정들을 지었다.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희야 말로 영광입니다. 수호단에서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상황이 상황인걸요. 당연한 일입니다.”

카르멘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자 마누엘을 비롯한 나머지 수호단원들 역시 동의한다는 듯 열렬히 고개를 끄덕여댔다.

남부에서 부활한다는 거대하고 강력한 블랙 드래곤.

놈을 저지해 남부를 지키는 일이었으니 솔직히 말해 피가 끓어오르는 마누엘과 수호단원들이었다.

마치 신화나 전설 속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얘네도 루카스과인가?’

어찌되었든 나쁠 것은 없었다.

눈앞의 이들은 물론이고 지부장 하이네까지도 이번 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준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잘 풀렸으니 말이다.

‘아이템 챙긴 것도 잘 넘어갔고.’

솔직히 좀 미안할 정도로 챙긴 느낌이었는데, 하이네는 오히려 이런 것 밖에 챙겨줄 수 없어 미안하다는 식으로 나온 터라 참으로 기분이 묘한 유더였다.

‘확실히 막 엄청 대단한 건 없긴 했지만.’

그래도 제법 양질의 신성기들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당장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가 쓸 일이 없다 하더라도 남부에서 합류할 스칼렛이나 앞으로 함께 싸우게 될 카이사 등을 무장시키는 데는 충분할 터였다.

“지부장님께서 수호단 본부에도 상황을 전파하겠다 하셨습니다. 저희도 남부에 내려가자마자 카마엘 님과 최대한 빨리 접촉할 생각입니다.”

카르멘과 마누엘이 굳이 동행을 선택한 이유였다.

유더가 예상한 대로 수호단에는 카마엘과 연락할 수단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거리가 멀리 떨어진 와중에는 귀환 명령 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이미 남부에 있는데 괜히 잘못 불렀다가 길이 엇갈리면 안 되니까.’

더욱이 카마엘에게 귀환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긴급 상황이 아닌 한 수호단 수장의 허가가 필요했기에 지부장인 하이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근거리에서 연락할 수단을 갖춘 수호단원들을 직접 남부에 파견하는 것이었다.

“추후 벌어질 악룡과의 싸움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누엘이 눈을 빛내며 말하자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 준 유더는 더 시간을 끌지 않고 말했다.

“그럼 바로 출발하도록 하죠.”

이미 여행 준비 자체는 마친 상태였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말을 준비해뒀습니다.”

코델리아에게는 아쉽게도(?) 생크루트 수도원에서 사람 당 한 마리씩 말을 준비해준 터라 홀로 말 위에 올라야만 했다.

‘뭐, 뭔가 되게 어색하네.’

생각해보면 언제부턴가 이동할 때면 늘 유더랑 꼭 붙어 있었으니까.

등에 업히든, 품에 안기든, 같이 말이나 마차를 타든 말이다.

‘거기다······.’

남부7가문의 영역에 도착할 때까지는 수호단원들과 동행을 해야만 했다.

즉, 다 같이 여행을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 그래두 둘만의 시간을 만들 수 있겠지?’

달리아나 마이아와 여행할 때도 어찌어찌 시간을 만들었으니까.

‘맞아, 응. 가능해. 가능할 거야.’

악룡을 막기 위한 여정은 여정이었고, 진도(?) 나가는 건 나가는 거였으니까.

‘지, 진도······.’

이마랑 뺨이랑 턱이랑 목이랑 쇄골이랑 아무튼 기타 등등 다 했으니 이제 최종보스격인 입술을 클리어 해야 했다.

‘그, 그리구 막 언니랑 아주버님처럼······.’

거기까지.

상상만 해도 막 열이 오르고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지만, 또 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코델리아였다.

물론 머릿속 어딘가에서는 ‘님아, 님아, 스킨십 금지령 상태거든요? 님이 금지했거든요?’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지만, 본래 마음의 소리는 취사선택이 가능한 법이었다.

코델리아는 다시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아델리아의 시청각 교육과 달리아의 인문학적 교육 덕분에 이미 상당한 데이터를 쌓고 있던 코델리아는 무척이나 디테일한 상상을 할 수 있었다.

‘그, 그건 아직 안 돼. 안돼요. 안된단 말이에요.’

양 뺨에 두 손을 올린 채 므흐흐 미소를 흘린 코델리아가 고개를 가로저은 순간이었다.

“코델리아?”

“꺅?!”

하마터면 말에서 떨어질 뻔 한 코델리아는- 물론 짐승녀답게 바로 균형을 되찾기는 했지만, 어찌되었든 헉헉 거리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어느새 바로 옆까지 다가온 유더를 돌아보았다.

“어?”

“아니, 얼굴이 빨개서. 혹시 열 있는 거 아냐?”

둘 다 말을 타고 있다 보니 가까이 붙어도 제법 거리가 있기는 했다.

때문에 코델리아는 괜히 눈을 마주치는 대신 정면을 보며 말했다.

“아, 아냐. 그냥 날씨가 더워서 그래. 아이, 덥다.”

코델리아는 옷깃을 잡아당기며 열심히 손부채질을 하였지만 유더는 넘어가주는 대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저기, 우리 사계의 가호 얻었거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힘이 담긴 사계의 가호.

덕분에 이제 무협지에 흔히 나오는 한서불침처럼 더위도 추위도 타지 않게 된 유더와 코델리아였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지는 결정타가 하나.

“그리고 지금 겨울이거든요?”

남부라 그렇지 북부였으면 지금 눈도 내렸을 거거든요?

“그러네? 그런데 왜 더울까. 왜 더운지 코델리아도 모르겠어요.”

되는대로 말한 코델리아는 슬쩍 말의 박차를 가해 앞서나갔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가 수상하다는 듯 계속 눈을 가늘게 떴지만 잠깐뿐이었다.

허리를 바로 세운 뒤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블랙 드래곤 말레키스의 침공.’

세일룬 왕국을 멸망으로 몰고 간 세 가지 사건 가운데 마지막 하나.

‘난도만 따지면 제일 높아.’

야생의 땅에서 맞서 싸워야 했던 마인들은 물론이고 왕도에서 직접 대결을 펼친 호국공 역시 유더와 코델리아보다 훨씬 강한 상대들이었지만 말레키스는 아예 격을 달리하는 존재였다.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

인간과 비교하자면 그야말로 신과 같은 존재.

하지만 이번에는 이쪽도 만만치가 않았다.

영웅전기1편의 주역들 가운데 넷이 이번 전투에서 함께할 터였으니 말이다.

‘진짜 막 두근거리네.’

란디우스와 카마엘.

여기에 레나와 벨키안까지.

잠시 머릿속으로 블랙 드래곤의 거대한 가슴을 주먹으로 후려치는 란디우스의 모습을 떠올린 유더는 여러 가지 의미로 감탄했다.

‘일해라 위화감.’

왜 사람이 블랙 드래곤의 가슴을 후려쳐 날려버리는 상상을 하는데 위화감이 없는 걸까.

‘좋아, 이번에도 잘해보자.’

란디우스와 카마엘에게만 모든 것을 의존할 수는 없었다.

야생의 땅과 왕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최선의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야만 했다.

“완벽한 해피엔딩을 위해.”

다짐하듯 작게 말한 유더는 다시 생크루트 수도원을 돌아보았다.

어린 신 아탈리아를 만나지 못 한 것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다음 기회라는 것이 있었으니까.

‘아니, 다음 기회를 만들면 되는 것이니까.’

블랙 드래곤 말레키스를 저지해 세일룬 왕국의 멸망을 완벽히 막아낸다.

결의를 다진 유더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코델리아의 뒷모습을 따라잡기 위해 말의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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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다른 장소.

바이엘 백작은 차게 식은 눈으로 체이스 백작을 바라보았다.

그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정말 그렇게 효력이 좋나?”

“그렇습니다. 제 친구가 이걸 먹고 아주 그냥 자식을 파파팍 낳아서 아주 자식들만으로 일개소대를 꾸릴 정도가 되었지 뭡니까.”

“오.”

열심히 약을 팔고 있는 약장수와 진지한 얼굴로 약장수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체이스 백작.

아니, 본래 저 친구가 좀 호구스러운 면이 있기는 했지만, 묘하게 건강식품 같은 것에 자주 혹하기는 했지만 저 정도였단 말인가.

“하나만 주게. 아니, 두 개 주게나.”

“아이고 감사합니다. 정말 잘 생각하신 겁니다. 흐흐.”

혹여 마음이 바뀔까 두렵다는 듯 약장수가 얼른 포장된 물건들을 내밀자 체이스 백작은 흐뭇한 얼굴로 값을 지불하였다.

“후훗.”

물건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잠시 게일과 유더를 떠올린 체이스 백작은 공간 확장 가방에 물건들을 챙겨 넣은 뒤 새삼 다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델리아와 코델리아의 아이들이 체이스 백작가의 정원에서 공을 차며 노는 모습이 절로 떠오른 탓이었다.

하나, 둘, 셋, 넷···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팀당 열 한 명씩해서······.

체이스 백작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조금씩 진해졌고, 계속해서 지켜보던 바이엘 백작은 턱을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저 친구 중증이군.’

유더와 코델리아처럼 눈빛만 봐도 뜻이 통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우정을 쌓은 덕분에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도는 간파가 가능한 체이스 백작과 바이엘 백작이었다.

‘그리고 북부에서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도 알겠어.’

가출한 아이들을 따라잡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나 했더니 이것 때문이었군.

하루에도 몇 번씩- 심할 때는 열 번도 넘게 멈춰 서서 이것저것 물건들을 골라댔으니 말이다.

‘진짜로 혹할 친구는 아닌데.’

사위 사랑에 눈이 먼 것일까?

바이엘 백작이 그렇게 의문을 표할 때였다.

“나도 안다네. 약장수의 말처럼 효과가 그렇게까지 굉장하지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이쪽을 돌아본 체이스 백작이 불쑥 말했고, 바이엘 백작은 당황하는 대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알면서 왜 그러나.”

“효과가 미미하긴 해도 없지는 않으니까. 100이 101이 된다 하더라도 성장은 성장 아니겠는가.”

체이스 백작이 훗 웃으며 말하자 바이엘 백작은 더욱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얼핏 들으면 멋진 말이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참으로 호구스러운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서두르세나.”

“그래야지.”

다시 평소의 냉철한 얼굴로 돌아간 체이스 백작은 유더와 코델리아의 행적을 좇는 추적마법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영원의 숲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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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곳곳에서 각자의 시간이 흘러갔다.

야생의 땅의 중심.

황금의 용왕이 가호하는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한 쌍의 남녀가 맹렬한 기세로 맞붙었다.

고작 몇 달 사이에 훌쩍 자란 붉은바람과 수염을 길렀기 때문인지 이전보다 훨씬 위엄 있는 얼굴이 된 태양노래였다.

어딘가의 누구들처럼 하루 온 종일 붙어 다니는 두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격렬했다.

“이것도 막아봐!”

“얼마든지!”

분명 대련인데 왜 핑크빛 기류가 감도는 것일까.

아니, 그걸 떠나서 둘이 저렇게 대련할 건데 자기는 대체 왜 부른 거란 말인가.

뚱한 얼굴로 두 사람의 격돌을 지켜보던 거친눈사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쪽을 돌아보았다.

새삼 원조 격인 두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밥은 먹고 다니니?”

거친눈사태의 목소리가 바람에 섞였다.

남쪽을 향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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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는 고개를 들었다.

왕도에서 흐레스벨그 백작령으로 귀환한 그는 매일 같이 수련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틈틈이 펜을 들어 편지를 써내려갔다.

왕도의 소란이 끝나자 어느새 훌쩍 사라진 스칼렛.

하지만 그녀는 그냥 사라지지 않았다. 연락처가 담긴 짧은 서신을 자신에게 남기고 사라졌으니 말이다.

‘혹시라도 일 있으면 연락해.’

짧지만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말.

때문에 루카스는 이것저것 고민하는 대신 그냥 연락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

그리고 그렇게 편지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두 사람이 있었다.

사랑의 도피를 가장한 신혼여행을 유행시킨 장본인들.

저도 모르게 미소지은 루카스는 다시 편지지를 돌아보았다.

한 자, 한 자 정성을 담아 편지를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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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아! 목 따러 가자!”

“우오오오오!”

상선과 해적선이 격렬히 충돌하는 가운데 검은 머리칼과 건강하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가진 소녀가 거대한 헬버드를 들고 앞장섰다.

카이사 오펀드.

남부7가문 가운데 하나인 오펀드 백작가의 차녀.

플레이어블 캐릭터들 가운데 최강의 신체능력을 자랑하는 그녀는 아직 유더와 코델리아에 대해 알지 못 했다.

그랬기에 다른 이들처럼 두 사람을 떠올리는 대신 눈앞의 적에 집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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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을 향해 바람이 불었다.

세일룬 왕국의 운명을 결정할 거대한 흐름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바꾼 결과였다.

막시밀리언은 그 같은 운명의 흐름을 명확히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귓가를 맴돌던 ‘높은 곳의 목소리’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있었군요. 찾았습니다.”

막시밀리언이 굳이 제국을 떠나 세일룬 왕국에 들어온 이유.

멸망한 고대 드워프들의 도시에서 얼티메이트 투- 성검 바리사다를 눈앞에 둔 막시밀리언은 미소를 머금었다. 열쇠 검은 없었지만, 높은 곳의 목소리에 따라 봉인을 풀어 성검을 손에 넣었다.

“이번에는 남쪽인가요. 네, 알겠습니다.”

높은 곳의 목소리에 응답한 막시밀리언은 성검을 회수한 뒤 남쪽을 향해 돌아섰다.

운명의 바람이 모이는 곳.

그 모든 바람을 이끄는 운명의 두 사람.

막시밀리언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높은 곳의 목소리에 따라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 곳에 모이기 시작한 운명의 흐름에 자신의 바람을 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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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4장 - 생크루트 수도원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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