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8장 - 성령의 호각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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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 하냐.”
“영역표시.”
코델리아의 대답에 카이사는 손바닥을 짝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묘하기 짝이 없던 코델리아의 행동이 비로소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코델리아는 지금 유더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서 열심히 뺨을 비비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머리를 유더의 몸 여기저기에 비비고 있었다.
목이라든가, 등이라든가, 똑같이 머리라든가.
“근데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기본적으로 엘프들은 오감이 인간보다 민감하니까. 내 냄새가 나면 양심이 있는 것들은 발을 빼겠지.”
나름 논리가 있는 주장에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던 벤담은 살짝 감탄했다.
‘과연 마법사.’
똑같이 짐승이라도 카이사랑은 다르구나.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미 코델리아가 카이사와 동류인 것을 간파한 그였다.
하지만 이런 벤담의 감탄과 달리 진짜 짐승녀인 카이사는 다른 의견을 내었다.
“그거 별로 소용없을 텐데?”
“어? 왜? 세이렌들은 양심이 없어?”
“어, 없어. 그런 쪽으로는. 오히려 네 냄새가 나면 좋아할 걸? 남의 걸 빼앗았다고. 세이렌들은 여자들 밖에 없다보니까 남자를 일종의 자원으로 보거든. 가문의 힘을 불리려면 자식이 많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남자가 필요하니까. 그래서 가문 내에서는 남자를 공유하지만 다른 가문하고는 절대로 공유하지 않아. 오히려 다른 가문의 남자를 빼앗으면 거기서 정복욕과 기쁨을 느끼지.”
카이사의 설명에 코델리아는 상상을 초월하는 에로프들이라며 기겁을 했고, 벤담은 카이사가 저렇게 긴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살짝 감탄했다.
“그래서 세이렌들은 남자 사냥을 할 때도 꼭 가문 단위로 뭉쳐 다녀. 진짜 대규모로 남자 사냥에 나서는 게 아니면 말이야.”
카이사의 말에 코델리아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참으로 기묘한 어휘가 귀에 탁하고 걸렸기 때문이다.
“나, 남자 사냥?”
“어, 세이렌들이 노래로 남자 선원들을 유혹해서 잡아가는 걸 그렇게 말해. 그 뭐냐, 제국에 사는 드라이어드들도 비슷한 짓을 한다며?”
드라이어드들 역시 여자들로만 구성된 종족이었으니까.
숲에 들어선 남자들을 현혹해 정기를 빨아먹는 것으로 유명했다.
“에, 에로프들. 진짜 무슨 몬스터야? 서큐버스들이야?”
“뭐··· 비슷할지도?”
카이사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코델리아는 새삼 위기감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유더를 조금 더 세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 겁먹은 토끼 같은 모습에 카이사는 좀 더 무서운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유더는 잘생긴데다가 몸도 좋고 젊기까지 하니까 인기 만점일걸? 막 가문들끼리 쟁탈전을 벌일지도 몰라. 서로 잡아가겠다며. 아니다, 아예 가문이 아니라 왕국 전체가 공유하려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이쯤되면 이미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코델리아에게는 정말 위협적인 이야기처럼 들린 모양이었다.
유더를 안은 팔에 좀 더 힘을 주며 말했다.
“유, 유더는 내가 지킬 거야.”
사실 아까부터 살짝 패닉 상태에 빠져 있던 코델리아였다.
기억은 제대로 나지 않았지만 꿈에서 느낀 강렬한 감정들이 원인이었다.
마인 코델리아에 대한 두려움.
모든 것을 잃고 복수귀가 되어버린 유더에 대한 안타까움.
홍유희 시절의 자신을 기억하는 유일한 타인이자, 가족에게도 함부로 이야기 못 할 비밀을 공유하는 유더에 대한 애착.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뒤범벅이 된 상태이다 보니 마치 꿈속에서 아이가 되어 유더를 찾아 헤매었던 것처럼 유더에 대한 애정이 강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이런 코델리아의 행동에 유더는 언제나처럼 반응했다.
즉,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아, 뭔가 재수 없는 표정이다.”
카이사가 얼굴을 구기며 악평했지만 유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애당초 귀담아 듣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 그런데 카이사. 그러면 세바스찬이랑 벤담 씨도 위험한 거 아니야?”
아이로 돌아간 것 같은 코델리아의 물음에 카이사는 씩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세바스찬 아저씨는 내가 잘 지키고 있으니까. 그리고 벤담은··· 세이렌들에게도 취향이라는 게 있거든. 남자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야. ”
“그렇구나··· 다행이에요, 벤담.”
코델리아가 납득한 얼굴로 말하자 벤담은 성숙한 드워프답게 주먹을 들고 덤비는 대신 썩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거든? 나도 인기 많거든? 세이렌들이 나도 좋아하거든? 대머리랑 드워프는 세이렌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좋거든?”
“그래, 정신승리도 때로는 필요한 거니까.”
카이사가 다 이해한다는 듯 자애로운 미소를 짓자 코델리아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벤담을 바라보며 말했다.
“힘내요, 벤담. 힘.”
주먹을 살짝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에는 진한 연민의 감정이 어려 있었다.
덕분에 홧병이 도진 벤담은 가슴을 두드리며 답답해 했고, 카이사는 배를 잡고 낄낄 거렸다.
“아무튼···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
늘 그랬던 것처럼 상황을 정리하는 것은 유더의 몫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후 사정을 아직 듣지 못 한 카이사와 벤담이었기에 코델리아와 마찬가지로 유더에게 집중하였다.
“일단 아예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세이렌들이 우릴 구조해서 자기네 왕국으로 데려왔어. 지금 보다시피 카이사랑 벤담은 부상 하나 없이 멀쩡하고, 세바스찬 경도 추가적인 부상은 거의 없어. 세뇌의 여파 때문에 의식을 잃고 있지만 조만간 정신을 차릴 거야. 세이렌들이 치유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거든. 잘하면 세뇌 자체가 풀릴 수도 있고.”
주르륵 나열된 설명에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카이사와 벤담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유더와 코델리아처럼 눈빛으로 장문의 대화를 나눌 수준은 아니었지만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인지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저거 그냥 코델리아한테 말해주는 거지?’
‘우리는 덤이고.’
아니, 말하는 투로 보아 덤도 아닌 느낌이었다.
어찌되었든 유더의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가 이번에 조우한 크라켄은 깊은 바다에서 건너온 녀석이 아냐. 이쪽 바다에 봉인되어 있던 녀석이 깨어난 거지.”
크라켄이 바다의 악마라 불리는 것은 비유가 아니었다.
크라켄은 정말 악마의 일종이었으니 말이다.
지옥의 대군주들 가운데 하나인 폭력의 베헤모스가 지상에 강림했을 때 함께 모습을 드러낸 놈들은 고대 엘프들의 왕국 가운데 하나인 페르지오를 사실상 멸망시키는 위업을 달성했다.
“크라켄의 숫자는 모두 일곱. 그중 넷은 페르지오의 엘프들에게 격살 당했지만 나머지 셋은 아니었어.”
페르지오의 엘프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은 건 나머지 셋도 마찬가지였지만 죽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셋 중 둘은 깊은 바다로 도망쳤고, 나머지 하나는 당시의 세이렌들이 바다 깊은 곳에 봉인했다는 모양이야.”
“잡지는 않구?”
“그럴 여력까지는 없었던 것 같아.”
페르지오의 적은 일곱 마리의 크라켄들만이 아니었다.
육지 쪽에서도 페르지오를 두들기던 악마들과 마물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페르지오는 결국 멸망해 버렸으니까.”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세일룬 왕국 남해에 크라켄 한 마리가 봉인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봉인이 이번에 깨졌다는 거야?”
카이사의 물음에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봉인이 풀렸어. 클로에 말로는 봉인을 유지하고 있던 페르지오의 수정구가 사라진 탓이라고 해.”
“페르지오의 수정구?”
“고대 엘프 왕국의 유산이야. 대충 마력 생성기 정도라 생각하면 돼.”
“흠.”
카이사는 잘 모르겠다는 듯 미간을 좁혔지만 벤담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고대 엘프 왕국이 남긴 마력 발전기라니 흥미가 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둘과 별개로 코델리아는 입술을 움츠리더니 유더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유더야, 그 페르지오의 수정구라는 거······.]
[맞아, 아마 시실리아가 가져갔을 거야.]
영웅전기2 후반부에 카이사는 고향을 탈환하고자 여러 영웅들과 함께 말레키스를 공격하는데, 이때 시실리아가 들고 나오는 마도구들 가운데 하나가 페르지오의 수정구였다.
[다만 시기가 좀 많이 앞당겨진 거 같아. 남부편 진행할 때 크라켄이 튀어나온 적은 없었으니까.]
[우리 때문일까?]
[아마도.]
어떤 식으로 작용했을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시실리아가 원작보다 더 왕성하게 활동하는 가장 큰 원인은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에게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찌되었든 봉인이 깨진 탓에 크라켄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어. 직접 경험해봐서 알겠지만 무지막지한 놈이야.”
일단 덩치가 커도 너무 컸다.
다리 하나만 해도 길이가 수십 미터에 달했는데 그 다리가 또 수십 개나 되었다.
카이사는 인상을 찡그린 채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어깨를 늘어트리며 말했다.
“솔직히 바다에서 배 타고 잡는 건 불가능할 거 같아.”
맞는 말이었다. 다리 몇 번 휘두르면 함대고 뭐고 다 박살이 날 터였으니 말이다.
더욱이 놈에게는 폭풍우를 부리는 재주가 있었다.
배를 타고 싸우는 것은 그냥 죽자고 덤비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새삼 고대 엘프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는군.”
그런 괴물을 바다에서 넷이나 죽였다니.
벤담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카이사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유더를 보며 말했다.
“세이렌들도 뾰족한 수가 없는 거지?”
“지금까지는 그랬다고 해. 크라켄이 자기네 왕국을 공격해 올까봐 노심초사 하며 경계하던 것이 다였으니까.”
바다 속에서 자유로이 헤엄치는 것은 물론이고 호흡도 할 수 있는 세이렌들이었지만 그런 그녀들에게도 수십 미터에 달하는 괴수 크라켄은 무척이나 버거운 상대였다.
‘애당초 크라켄 역시 바다생물이고.’
바다 속에서 싸우면 훨씬 더 강해지는 게 녀석이었다.
“곤란한데.”
팔짱을 낀 카이사는 다시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저런 괴물이 남부 바다를 돌아다니면 각종 해양 산업으로 먹고 사는 남부는 실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더. 방금 지금까지라고 하지 않았나?”
벤담의 물음에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들은 것처럼 ‘지금까지는’이란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뭐야, 뭔가 비책이라도 생긴 거야?”
카이사가 급히 묻자 유더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자기 소매를 붙잡고 서 있는 코델리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코델리아 덕분에 상황이 바뀌었어.”
“어? 나 땜에?”
“어, 우리 천사님 덕분에.”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천사님이라는 말에 카이사와 벤담은 차게 식은 얼굴이 되었고, 두 사람과 마주 서 있던 코델리아는 얼굴을 붉혔지만 유더는 태연했다.
부끄러움은 언제나 코델리아의 몫이었으니 말이다.
‘아니, 잠깐. 왜 내 몫인데?’
퍼뜩 정신을 차린 코델리아가 눈빛으로 물었지만 그때는 이미 다시 카이사와 벤담 쪽으로 시선을 돌린 유더였다.
코델리아가 어떤 활약을 했는지 간략하게 설명한 유더는 깜짝 놀란 얼굴로 코델리아를 돌아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 깊은 만족감을 느꼈고, 코델리아는 언제나처럼 엣헴엣헴 거리며 으스대는 대신 볼을 살짝 긁적이며 부끄러워했다.
아이처럼 촐랑거리며 으스대는 것은 유더 앞에서만이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크라켄이 치명상을 입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랜 세월 봉인된 데다가 페르지오의 엘프들에게 입은 부상 때문에 약해져 있던 녀석이야. 여기에 치명상까지 입었으니 어떻게 했을 거 같아?”
유더의 물음에 카이사는 깊이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씩 웃으며 말했다.
“집으로 도망쳤겠지.”
사람이든 짐승이든 큰 부상을 입었을 때는 보금자리에 숨기 마련이었다.
상처를 치유할 시간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놈은 자기 봉인지를 집처럼 생각한 모양이야. 애당초 크라켄 정도의 덩치를 가진 녀석이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 자체가 드물다기도 하고.”
“아무튼 놈이 제 발로 봉인지에 기어들어갔다 이거군.”
벤담이 클클 웃으며 말하자 카이사 역시 눈을 빛내며 말했디.
“움직임이 제한될 장소에 스스로를 밀어 넣었다 이거네. 설마 다시 봉인하자는 건 아닐 테고, 이번 기회에 놈을 확실히 잡자는 게 세이렌들의 생각인 건가?”
코델리아가 그러하듯이 감이 좋은 카이사였다.
더욱이 이번에는 제법 타당한 논리까지 끼어 있으니 정확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맞아, 세이렌들은 크라켄에게 막대한 타격을 준 우리에게- 정확히는 코델리아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어. 함께 크라켄을 잡자고 말이야.”
카이사 쪽에서는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이야기였다. 남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벤담 역시 그러했고 말이다.
‘그리고 코델리아는······.’
슬쩍 코델리아 쪽을 돌아본 유더는 웃음을 참기 위해 노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딱 예상대로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코델리아였으니 말이다.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한 파란 눈동자와 상기된 뺨, 잔뜩 신이 나서 살짝 벌어진 입술. 거기에 아까부터 콩닥거리기 시작한 가슴까지.
‘크라켄! 레이드 보스! 레이드 보상!’
이미 게임뇌가 돌아가기 시작한 코델리아는 주체 못 한 흥분을 두 손을 마구 떠는 것으로 표출한 뒤 유더에게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유더야, 유더야. 세이렌들도 뭔가 생각이 있는 거겠지? 크라켄을 약화시키거나, 뭔가 결정적 한 방을 날려서 놈을 약화시킬 트리거 같은 걸 준비한 거겠지?]
[맞아, 준비중인 게 있는 모양이야. 그리고······.]
[그리고?]
[나도 하나 생각하고 있는 게 있고.]
[와, 새로운 필살기야?]
코델리아가 흥분해서 묻자 유더는 코델리아의 뺨을 살짝 꼬집으며 답했다.
[아직은 비밀이야.]
[흥, 치사해.]
하지만 말하는 것과 달리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코델리아였다. 뺨을 꼬집히고 있는데도 말이다.
‘코델리아에게만 맡길 수는 없으니까.’
정령왕의 오른팔 소환은 분명 강력한 기술이었지만 코델리아의 마력을 한 번에 전부 소진시키는 무식한 기술이기도 했다. 코델리아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니 남용하게 둘 수 없었다.
그럴 바에는 조금이라도- 아니, 훨씬 더 튼튼한 자신이 무리를 하는 쪽이 나았다.
‘시험해보고 싶기도 하고.’
과연 가능할지.
자신이 그 정도 힘을 다룰 수 있을지.
새삼 각오를 다진 유더는 양손으로 코델리아의 뺨을 꼬집었고, 헤실헤실 웃고 있던 코델리아는 차게 식은 눈이 되더니 두 손을 들어올렸다.
똑같이 유더의 뺨을 꼬집어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카이사와 벤담에게는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때를 맞추기라도 하듯 일행을 찾아온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더, 클로에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무척이나 부드럽고 아름다운 목소리에 흠칫한 코델리아는 급히 유더의 팔을 끌어안더니 털을 곤두세운 고양이처럼 경계 태세를 취했고, 유더는 애써 웃음을 참은 뒤 문 밖을 향해 소리쳤다.
“들어오시죠.”
클로에 갈라스.
일행을 구한 세이렌 왕국의 기사.
일단은 은인임에 분명했지만 그와 별개로 방심할 수 없는 바다의 에로프!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코델리아는 유더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문 틈 사이로 드러나기 시작한 클로에의 모습에 시선을 집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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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8장 - 성령의 호각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