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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248화 (248/473)

< 제89장 - 남부7가문 >

제89장 - 남부7가문

새벽녘.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세바스찬 곁에 잠들어 있는 카이사를 보며 유더가 말했다.

“닮았네.”

“응? 뭐가?”

“모르면 됐고.”

“???”

역시 짐승녀끼리 통하는 게 있는지 몸을 웅크리고 자는 게 코델리아와 판박이였다.

하지만 유더는 굳이 입에 담지 않았고, 연신 고개를 갸웃하던 코델리아는 카이사를 보며 말했다.

“너무 곤히 자서 깨우기 미안하네.”

맛있게 잔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잘 자고 있는 카이사였다. 하지만 유더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카이사의 어깨를 흔들어댔다.

“야, 카이사.”

“어? 어어어?”

“일어나.”

과연 원조 짐승녀.

자고 있을 때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가 되는 코델리아와 달리 건들자마자 눈을 번쩍 뜬 카이사였다.

잠이 덜 깨서 어버버 거리는 그녀에게 냉수를 건넨 유더는 여전히 축 늘어져 있는 세바스찬을 들쳐 업은 뒤 카이사의 방을 나섰다.

“아저씨? 어? 자, 잠깐! 아저씨 데리고 어디 가는데!”

“집에 가야지.”

“응?”

“가자, 너희 집에.”

유더의 말에 카이사는 순간 흠칫했다. 이제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돌아왔나 싶었기 때문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지!’

눈 뜨고 코 베어 갈 녀석들이었으니까.

아무튼 그와 별개로 코델리아는 바닥에 대자로 누운 채 배를 내놓고 자고 있던 벤담을 깨운 뒤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세이렌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출발할 거야. 이대로 잡혀 있다보면 언제 출발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하긴, 엘렉트라랑 클로에가 쉽게 놔줄 거 같지는 않더라.”

카이사의 말에 코델리아는 쓰게 웃었고, 유더는 빙긋 웃었다.

“자, 아무튼 출발하자.”

“오잇!”

슬슬 육지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카이사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바로 호응했다.

생각해보면 카이사의 가문- 그러니까 오펀드 후작가에서는 카이사가 해적들에게 납치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이니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는 것이 맞기는 했다.

‘해적섬에서 나오고 대충 3일은 지났으니까.’

그 3일 동안 해적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으니 카이사를 납치당한 오펀드 가문은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미 텅 빈 해적섬을 점령했을지도 모르고.’

어디에도 없는 카이사를 보며 절규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투회에서 게일과 맞붙었던 칼릭스 오펀드는 카이사를 끔찍이도 아끼는 인물이었으니까.

원작에서도 둘의 사이가 어찌나 끈끈한지 2차 창작에서 카이사와 커플로 제일 자주 엮이는 인물은 세바스찬도, 볼프도 아닌 칼릭스였다.

‘애당초 셋 중에서 초반에 안 죽고 나중에도 나오는 건 칼릭스 뿐이지만.’

어찌되었든 카이사와 칼릭스 사이가 끈끈하니, 오펀드 후작가에 돌아가면 이런저런 보상은 물론이고 지원까지 받아낼 수 있을 터였다.

남부7가문을 털기 위한 지원을 말이다.

‘전후 사정을 다 알고 나면 아마 좋다고 도와주겠지.’

다른 7가문들의 가보를 터는 일이었으니까.

어쩌면 상상 이상으로 열심히 도와줄 수도 있었다.

“아무튼 서두르자.”

다시 한 번 일행을 재촉한 유더는 서둘러 저택을 빠져나갔다.

연회 덕분에 다들 거나하게 취해 있다 보니 이동 중에 딱히 마주치는 이도 없었다.

“좋아, 가자.”

“응!”

해마 위에 나란히 오른 유더와 코델리아를 필두로 일행은 갈라스 가문의 저택을- 세이렌 왕국을 빠져나왔다.

&

“흐아! 후! 이제 좀 살겠네.”

해안가.

며칠 만에 맞이하는 바깥 공기에 카이사는 연신 심호흡을 해댔고, 벤담 역시 옆에서 계속 헉헉거렸다.

그리고 유더는 그런 두 사람 대신 코델리아를 돌아보며 물었다.

“춥진 않아?”

“응, 괜찮아.”

계속 물속에 있었던 터라 머리칼은 물론이고 옷까지 흠뻑 젖은 일행이었지만 지난번에 물에 빠졌을 때처럼 얼굴이 창백하거나 입술이 파리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세이렌들에게 받은 물속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마도구 덕분이었다.

“그래도 물 밖에 나왔으니까 얼른 몸을 말리자. 감기 걸릴라.”

“응.”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아주 꿀이 뚝뚝 떨어지는 두 사람이었다.

덕분에 본능적으로 훼방을 놓고 싶어진 카이사는 얼른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여기 피아레스 해안 맞지? 그럼 아르곤이 바로 근처에··· 있구나!”

저만치 보이는 커다란 도시의 모습에 카이사가 크게 외치자 벤담 역시 헉헉 거리며 좋아했다.

“오! 아르곤! 길드 본부가 있는 곳이니 마침 잘 됐군! 아니지, 애당초 일부러 여길 목적지로 잡은 건가?”

벤담의 물음에 카이사 역시 궁금하다는 듯 유더를 돌아보았고, 유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남부7가문이 모여 있는 곳이니까.”

아르곤 항.

남부 최대의 도시인 동시에 마치 육지의 섬처럼 남부7가문들의 영지 사이에 존재하는 왕가의 직할령.

때문에 아르곤 항은 하루가 멀다하고 싸워대는 남부7가문에게는 중립지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애당초 그래서 최대항으로 성장한 거기도 하지만.’

만나면 일단 패싸움부터 해대는 남부7가문이었지만 그래도 왕실의 직할령인 아르곤 항에서까지 주먹다짐을 하지는 않았다.

남부7가문은 대신 아르곤 항을 무대로 치열한 세력전을 펼쳤고, 그 결과 아르곤 항은 남부 최고의 도시로까지 성장하게 되었다.

돈과 사람이 넘쳐났으니 말이다.

“다람도 좋지만 일단 후작가로 바로 향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어, 맞아. 잘했어.”

중요한 땅인 만큼 남부7가문은 아르곤 항에 저마다 저택을 세운 뒤 가문의 유력한 인재들을 배치해두었다.

아예 가주들이 거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고 말이다.

‘오펀드 후작가와 카게하마 백작가의 경우엔 아예 본가가 있는 수준이고.’

즉, 적어도 오펀드 후작가와 카게하마 백작가 각자의 가보인 ‘카를로스의 유산’은 아르곤 항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좋았어, 여기서부터는 내가 앞장설게. 따라와.”

신이 난 카이사는 자기보다 덩치가 두 배는 됨직한 세바스찬을 번쩍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앞장서기 시작했다.

유더는 일부러 벤담을 앞서 보낸 뒤 코델리아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아르곤 항에 도착하면 스칼렛하고 합류하자.”

남부7가문을 털자고 했으니 아마 스칼렛도 아르곤 항 근처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대충 두 달 뒤에 승부하자고 했으니까.’

도둑질에는 사전 조사가 필수인 법이었다.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으니, 아르곤 항이 아니더라도 남부를 누비며 7가문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코델리아의 반응이 살짝 기묘했다.

“아?”

약간은 멍한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유더는 코델리아가 언제 이런 표정을 짓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뭐야, 설마 너 스칼렛을 잊은 거야?”

지난번에 잊었다고 했던 게 설마 스칼렛이었어?

유더가 깜짝 놀라서 묻자 코델리아는 흠칫하더니 눈동자를 열심히 굴리기 시작했다.

“아, 아니. 그러니까아······.”

눈을 피하는 것을 보니 확실했다.

정말 잊고 있던 모양이었다.

“와, 세상에. 너무한 거 아냐?”

승부하기로 했잖아, 승부.

“깜박한 거야. 깜박. 아주 잊어먹은 게 아니라 깜박.”

코델리아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변명한 때였다.

[깜박하고 누군가를 잊는다. 자주 있는 일이죠.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문라이트에서 차게 식은, 맺힌 게 맞은 것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지은 죄가 많은 코델리아는 더더욱 움츠러들었다.

“우우우···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잊힌 건 스칼렛인데 왜 멜리사에게 용서를 빌고 있는 것일까.

어찌되었든 움츠러든 채 용서를 구하는 코델리아의 모습이 귀여웠던 터라 일단 방치하기로 마음먹은 유더는 마법으로 사진까지 몇 장 찍은 뒤에야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아무튼 스칼렛하고 합류한 다음에 바로 승부에 들어가자.”

“남부7가문의 가보는 터는 거 말이지? 카를로스의 유산들.”

화제전환에 목말라 있던 코델리아가 얼른 달려들자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뺨을 꼬집어주며 말했다.

“맞아, 7가문의 가보를 더 많이 터는 쪽이 이기는 승부를 하거나··· 아니면 어느 한 가문의 가보를 먼저 터는 쪽이 승리하는 걸로 해도 좋겠지. 패자는 승자의 일을 돕는다는 조건 같은 걸 붙이면 더 수월할 테고.”

언제나처럼 시원시원한 유더의 말이었지만 코델리아는 바로 수긍하는 대신 입술을 살짝 움츠렸다. 그대로 유더의 소매를 당기며 물었다.

“그런데 유더야. 너무 자신하는 거 아냐?”

단순히 싸우는 게 아니라 도둑질로 승부하는 것이었다.

이러나저러나 도둑질에는 초짜인 자신이나 유더와 달리 스칼렛은 도둑 가문에서 태어나 이날 이때까지 도둑질을 갈고 닦은 도둑질의 프로였으니, 이쪽이 이긴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자신을 가질만 하니까 가지는 거야. 내가 지는 싸움 하는 거 봤어?”

“없어. 그런데 왜 이렇게 얄밉지?”

“워워, 진정하시고. 아무튼 도둑질 승부라도 이쪽이 낙승할 가능성이 높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 정도로까지 말하는 걸 보면 진짜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왜지?’

뭘까. 저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던 코델리아는 어느 순간 눈을 번쩍하고 떴다. 벼락처럼 떠오른 것이 있어서였다.

“헉! 너 설마 도둑이었어? 사기꾼이 아니라 프로 도둑놈?”

말하고 보니 그럴싸했다.

변장이나 위조를 하는 건 사기꾼만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도둑의 특기라고도 할 수 있었으니까!

“가능성이··· 있어!”

코델리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하얗고 동그란 이마에 딱콩을 먹였다.

“아얏.”

“전에도 말했지만 범죄자 아니었거든요? 납세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모범시민이었거든요?”

“우씨. 그럼 대체 뭐였는데?”

“스스로의 힘으로 알아내 봐. 아무튼 승부에서 이길 거라 자신하는 이유는 따로 있어.”

“뭔데? 그것도 안 가르쳐 줄 거야?”

코델리아가 이마를 매만지며 말하자 유더는 다시 코델리아의 뺨을 꼬집더니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하며 말했다.

“카이사네 집을 털 거야.”

“어?”

“카이사네 집을 터는 승부를 할 거라고.”

유더의 말에 코델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할 수밖에 없었다.

“카이사네 집을?”

“어, 물론 카이사에게도 협력을 구할 거고. 그럼 당연히 저택에 침입하는 일부터- 아니, 사전조사부터 해야 하는 스칼렛보다 우리가 훨씬 앞서지 않겠어?”

막말로 그냥 카이사에게 건네받기만 해도 되었으니까.

속된 말처럼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승부였다.

“어때, 좋지?”

응, 너무 좋아!-같은 대답을 기대한 유더는 씩하고 웃었지만 이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코델리아가 활짝 웃는 대신 마뜩찮은 얼굴로 이쪽을 노려보았기 때문이다.

“너무해.”

“어?”

“너무하다고. 진짜진짜 너무해. 사람도 아냐. 짐승. 악마. 사기꾼. 나쁜 놈.”

“코, 코델리아?”

“어떻게 스칼렛한테 그럴 수가 있어? 내 친구잖아. 아니, 우리 친구. 그런데 그렇게 사기를 쳐야겠어? 응?”

코델리아의 정론 공격에 유더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비록 후천적이긴 해도 코델리아가 천사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그리고 효율도 안 좋잖아.”

“어?”

“효율. 카이사 꺼야 어차피 그냥 말하면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그걸로 승부하는 건 자원 낭비 아니겠어? 차라리 다른 걸 놓고 승부하는 게 낫지.”

이번에도 정론이었지만 아까와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코델리아, 역시 너도 까매졌구나.”

“아닌데, 누구보다는 아주 깨끗한데. 하얀 휴지 같은데.”

그리고 애당초 까매진 게 누구 잘못이더라?

코델리아가 잔망스럽게 쳐다보자 유더는 결국 다시 웃음을 터트린 뒤 말했다.

“좋아, 아무튼 내가 나쁜 놈이야.”

“응, 맞아. 네가 나쁜 놈이야.”

코델리아가 활짝 웃으며 나쁜 놈이라 매도하자 의외로 심적 데미지가 상당했다.

덕분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린 유더는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

“아무튼··· 스칼렛이랑 정면으로 승부했다가 지면?”

“지면 지는 거지 뭐. 스칼렛이 핑크폭탄에 이어 새로운 로그마스터로 등극하면 되는 거잖아?”

“그래도 괜찮아?”

“응, 우리 목표는 로그 마스터가 되는 게 아니니까. 그리구 스칼렛이라면 승부에 이긴 뒤에도 우릴 도와줄 거야. 착하잖아, 걔.”

“착하지.”

누구에게나 착한지는 의문이지만 일단 코델리아에게는 착하게 굴었으니까.

“하긴, 스칼렛이면 말이 통할 것도 같네.”

“맞아, 통할 거야. 그러니까 괜히 꼼수 부리지 말자. 나도 스칼렛하고는 제대로 승부하고 싶어.”

“그래, 그렇게 하자.”

유더가 수긍하자 코델리아는 다시 활짝 웃었다.

“응, 좋아. 착하다 우리 유더.”

“아까는 나쁜 놈이라며.”

“응, 맞아. 나쁜 놈이기도 하구.”

“아무튼 나 좋다는 거지?”

“그건 몰라.”

까르르 웃으며 답한 코델리아는 슬쩍 유더의 등 뒤로 숨듯이 이동하더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유더의 등에 올라탔다.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를 또 자연스럽게 고쳐 업었고 말이다.

“가자. 카이사가 저기서 막 짜증난다는 얼굴로 노려보고 있어.”

“그러게. 벤담도 비슷하네.”

세바스찬도 의식이 있었다면 비슷한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작게 웃은 유더는 한 번 더 코델리아를 고쳐 업은 뒤 발걸음을 내디뎠다.

&

몇 시간 뒤.

오펀드 후작가는 좋은 의미로 발칵 뒤집혔다.

해적들에게 구금된 뒤 소식이 없던 카이사가 어디 하나 다친 곳 없이 무사히 돌아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냥 돌아온 것도 아니었다.

해적섬을 완전히 박살냈을 뿐만 아니라 이전에 유괴되었던 드워프 장인 벤담을 구출까지 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진 두 가지.

남부의 검호 세바스찬과 왕도의 떠오르는 별인 환상의 커플.

이쯤 되니 발칵 뒤집히는 것을 넘어 아르곤 항 전체에 온갖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

‘바다의 늑대’가 돌아왔다.

세바스찬이 귀환했다.

일곱 번째 가출 중인 환상의 커플이 이번엔 아르곤 항에 나타났다 등등.

코델리아는 가출이나 사랑의 도피라는 말에 어쩔줄을 몰라했지만 유더는 기껍기 짝이 없었다.

기정사실화나 귀여운 코델리아의 모습도 좋았지만 덕분에 수고 하나를 덜 수 있어서였다.

“언제나 화려하네.”

“스칼렛!”

오펀드 후작가에 도착한 바로 그날 밤.

유더와 코델리아가 머무는 방의 창문을 열고 나타난 스칼렛의 모습에 코델리아는 활짝 웃었고, 유더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 보이네.”

“퍽이나.”

유더의 인사를 대충 튕겨낸 스칼렛은 와-하고 달려드는 코델리아를 꼭 한 번 안아준 뒤 말했다.

“아무튼 핑크폭탄, 너도 알지?”

“응? 뭐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코델리아가 정말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박이자 스칼렛은 미간을 좁히더니 유더를 돌아보았다.

“블랙망토, 너도 몰라?”

“적어도 전제라도 좀 깔아줘야 하는 거 아냐? 대뜸 모르냐고 하면 어떻게 알아.”

“말하는 거 보니 진짜 모르나 보네.”

머리가 아프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스칼렛은 그대로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갸웃갸웃 거리는 코델리아의 뺨을 괜히 꼬집으며 말했다.

“큰일이 났어.”

“큰일?”

어째 요즘들어 뺨을 꼬집히는 일에 익숙해진 것 같은 코델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스칼렛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금 꼬집었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남부7가문을 털고 다니는 놈이 있어.”

“뭐?”

“남부7가문의 가보를 털고 다니는 놈이 있다고. 당연히 나도 아니고, 이제 보니 너희도 아닌 제3자가.”

남부7가문의 가보.

카를로스의 유산.

유더와 코델리아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그것.

그런데 그걸 이미 모으고 있는 자가 있다?

스칼렛의 말에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

< 제89장 - 남부7가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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