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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262화 (262/473)

< 제93장 - 플래그 >

제93장 - 플래그

지금으로부터 삼백하고 수십 년 전.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 말레키스는 휘하의 용군단을 이끌고 정복 전쟁을 시작했다.

고대에 강력한 문명을 이룩했던 고대 엘프들과 고대 드워프들이 사라진 대륙에서 말레키스의 용군단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남부는 순식간에 초토화되었고, 말레키스 휘하에는 이제 용군단뿐만이 아니라 오크와 고블린, 타락한 라이칸 슬로프 등등 수만을 우습게 헤아리는 대병력이 갖추어졌다.

일반적인 정복전쟁이라면 그 땅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다스리는 것이 목적이기에 살인과 방화, 약탈을 어느 정도 자제하기 마련이었지만 말레키스의 군단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말레키스의 정복전쟁은 일반적인 정복전쟁과는 그 궤를 달리했기 때문이다.

“애당초 인간이 너무 많다.”

말레키스는 인간들로 바글거리는 대륙을 점령할 마음이 없었다.

아니, 비단 인간만이 아니었다.

그가 보기에는 벌레같이 하등한 종족들이 너무나 많았다.

대륙 전체가 벌레소굴로 보일만치 말이다.

“그러니 정리한다.”

자신이 살 집을 깨끗이 한다.

오크와 고블린들을 부리는 것도 그래서였다.

이이제이.

벌레를 벌레로 없애는 것.

전쟁터에서 오크들과 고블린들이 인간들과 서로 엉켜 죽고 죽이면 그만큼 대륙이 깨끗해질 터였다.

때문에 말레키스의 군대는 무자비했다.

그들은 거리낌 없이 점령지의 인간들을 몰살했고, 마을들과 도시들을 거침없이 파괴했다.

말레키스는 공포의 상징이 되었다.

그와 용군단은 수많은 공포와 두려움을 야기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남부는 하나가 되었다. 말레키스와 용군단에 대한 공포가 단결의 촉매가 된 셈이었다.

대영웅 카를로스와 일곱 기사들이 남부에서 일어섰다.

대륙 중앙에서 용맹을 떨치던 신혈자 라이온 D 세일룬이 휘하의 기사들을 이끌고 합류했으며, 인류를 악마로부터 지켜오던 성십자 수호단이 말레키스와 휘하 용군단을 악마의 무리로 선포하며 힘을 보태왔다.

인간, 엘프, 드워프.

서로 다른 종족들이 카를로스와 라이온이라는 걸출한 영웅들 아래 하나가 되었고, 그간 무적을 자랑하던 말레키스와 용군단에게 처참한 패배를 안겨주었다.

“나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대영웅 카를로스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말레키스는 그 한 마디를 남긴 뒤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반파된 용군단은 무방비 상태가 된 자신들의 왕을 지키기 위해 인간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먼 바다로 도망쳤다.

그로부터 삼백여 년.

말레키스의 부활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말레키스의 애첩이자 삼기사 가운데 하나인 사령술사 시실리아는 신경질적으로 북쪽을 노려보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함대가 사라졌어.”

아르곤 항구에 집결해 있던 남부의 군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변 항구로 흩어진 것도 아니었고, 바다로 나온 것도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진정해라 시실리아.”

당황한 것은 용장군 오르가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놈들이 어디로 사라졌든 간에 결국 목표로 하는 곳은 이곳이다. 아니, 애당초 이곳의 위치를 안다는 보장도 없지.”

오르가는 거기서 잠시 말을 끊고 숨을 골랐다.

마치 스스로에게 들려주듯 말을 이어나갔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아버지께서 깨어나실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해상을 봉쇄한다. 섬 주위의 해역을 철저하게 감시하면 되는 것이다.”

놈들의 출발지가 어찌되었든 목적지가 분명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괜히 놈들의 수작에 말려들 것 없이 이쪽의 수비만 단단히 하면 될 일이었다.

“그렇겠지요?”

어느 정도 침착함을 되찾은 시실리아가 어색하게나마 웃으며 묻자 오르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다. 놈들이 이용할 것은 결국 뱃길뿐이니까. 하늘을 날아올 수도 있겠지만 대규모 병력을 운송하는 것은 무리겠지. 더욱이 제공권은 우리가 꽉 쥐고 있는 상황이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놀란 마음이 안정되었다.

정말로 섬 주변의 해역만 잘 감시하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용군단의 전력들을 주변 해역 감시에 포함시켜라. 혹여 인간들이 환상 마법으로 모습을 숨기고 있다 한들 마법을 꿰뚫어 보는 우리 드래곤들의 눈앞에는 무력할 터이니.”

“그리하겠습니다.”

비로소 마음이 놓인 시실리아가 환히 웃자 오르가는 어찌하여 아버지께서 눈앞의 엘프를 애첩으로 삼으셨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갖고 싶다.’

말레키스의 피를 가장 강하게 이은 오르가였다.

용군단에서 그보다 더 탐욕스러운 이는 없었다.

하지만 오르가는 스스로를 자제했다. 가장 탐욕스러운 것은 아버지라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섣불리 아버지의 것에 손을 대었다가는 가장 강한 피를 이은 자식이든 용군단의 수장이든 아버지의 손에 죽는 미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오르가 님?”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화제를 돌리는 오르가의 물음에 시실리아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길어야 사흘 남짓이면 말레키스 님께서 깨어나실 겁니다.”

말레키스가 다시 깨어나기를 자그마치 삼백 년이나 기다려온 시실리아였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영원의 숲과 하이엘프 왕가의 완전한 멸망.

이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오직 말레키스 뿐이었다.

“그래, 얼마 남지 않았구나.”

고작해야 사흘 남짓.

이 작은 섬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도 끝이었다.

돌아온 말레키스와 함께 대륙을 정벌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

다시 이틀.

인간들의 함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룡들을 이끈 용군단의 드래곤들이 교대로 해역 전체를 감시했지만 작은 고깃배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르가는 방심하지 않았다.

말레키스의 부활 시점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더 철저하게 해상을 감시하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하루.

말레키스의 부활을 겨우 하루 남겨놓은 그날 아침.

용군단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자신의 누이들과 밤새도록 몸을 섞은 오르가는 창가에 서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았다.

고블린 노예들을 부려 지은 섬의 건물들은 대체로 낮아 가장 높은 것이 3층에 불과했다.

애당초 말레키스가 잠들어 있는 곳은 섬의 지하였기에 높고 거대한 건축물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이제 하루인가.”

아침 해를 마주하던 오르가는 그대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인간의 모습에서 다시 용으로 화해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 위함이었다.

높은 곳에서 지상을 굽어보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지면을 박차 허공에 몸을 던지려던 그 순간.

콰가강!

요란한 폭발음이 울렸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섬 전체가 진동했고, 폭발음이 연달아 터졌다.

쾅! 쾅! 쾅!

지진 따위가 아니었다. 인위적인 폭발이 분명했다.

“시실리아!”

단순한 육성을 넘어 마력을 담아 소리친 오르가는 그대로 지면을 박찼다. 허공에서 본체로 화한 뒤 날갯짓을 해 날아올랐다. 섬 전체를 눈에 담기 위함이었다.

쾅! 쾅! 쾅!

그 와중에도 폭발이 이어졌다.

오르가는 지상을 굽어보았다.

노예들이 거하는 건물들에서 폭발이 이어졌다. 사방에서 불길이 일었고, 혼비백산한 아룡들과 노예들이 불을 끄기 위해 허둥거리고 있었다.

“잡아라! 이쪽이다!”

“잡아! 잡으라고!”

곳곳에서 목소리가 터졌다.

난리통이 난 지면 위로 검은 옷을 입은 붉은 머리의 여인들이 달리고 있었다.

못해도 그 숫자가 수십은 될 것 같았다.

‘아니! 환영이다!’

드래곤의 눈은 마법을 꿰뚫는 법이었다.

저 여자들은 모두 환상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진짜는 어디인가.

“오르가 님! 용군단을!”

시실리아의 수하인 엘프 몇이 지상에서 소리쳤다.

오르가처럼 한 눈에 환영를 꿰뚫어 볼 수 없는 그들의 눈에는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적의 강습 정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아니, 강습이 맞다.’

그 숫자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지금도 폭발이 사방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인간들이 소수 정예를 투입시킨 모양이었다.

“오르가 님!”

오르가는 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감히 자신을 재촉하는 엘프들을 짓밟아 뭉개는 대신 조금 더 주의를 집중했다.

섬의 가장자리에 서서 자신을 노려보는 시선을 감지해냈다.

인간.

아니, 거인?

인간치고는 지나치게 커다란 사내가 오르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있던 그는 씩 웃더니 오른 손을 들어 올렸다. 그대로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덤벼, 검정 도마뱀.’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무어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르가는 웃음을 터트렸다.

“건방진 것들.”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으면 웃음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사납게 웃은 오르가는 노여움을 감추지 않았다. 동시에 섬 곳곳에서 날뛰고 있는 인간들을 모조리 감지해냈다.

기껏해야 열명 남짓.

그리 많지 않은 숫자.

하지만 하나하나가 인간들 중에서는 상당한 강자임에 분명했다. 노예들이 제대로 된 저항조차 못 하고 쓸려나가는 와중이었으니 말이다.

“용군단! 집결하라!”

오르가가 포효하자 섬 전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요동쳤다.

하늘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룡들이 지상으로 몸을 날렸고, 인간이나 엘프, 오크 따위로 변해있던 드래곤들이 본체를 드러냈다. 이미 본체 상태였던 자들은 몸을 일으키거나 하늘에서 지상으로 모여들었다.

섬에 잠입한 인간들을 압도적인 힘으로 쓸어버린다.

짓밟아 버린다!

“사멸하라!”

다시 한 번 명령하니 용군단이 포효로 응답했다.

모두가 고개를 높이 쳐들고 소리쳐 다시 한 번 섬 전체를 진감시켰다.

그리고 그랬기에 오히려 놓치고 말았다.

용군단의 포효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기에 변화를 바로 눈치 챌 수 없었다.

“아씨, 존나 무서워!”

고블린들 사이를 누비던 카이사는 그리 말하더니 돌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스칼렛 역시 드래곤들의 포효에 몸을 떨며 미리 봐둔 장소에 몸을 웅크렸다.

두려움에 전의를 잃어서가 아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도망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레나가 쉴드 마법을 펼쳤다.

카마엘이 얼음의 장막을 펼쳤고, 란디우스는 껄껄껄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의 손을 잡았다.

커다란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채 쉴드 마법을 발동시켰다.

“하나.”

그리고 둘.

셋을 헤아린 그때.

콰가가가가가강!

수면이 부서졌다.

용군단의 포효 속에서도 그 존재감을 명확히 하였다.

용군단의 일부가 포효를 멈추었다.

사방에서 일어나는 폭발에 정신이 팔려 있던 오크들과 고블린들 중에서도 일부가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섬의 남쪽에 위치한 해안가를 바라보았다.

오르가가 눈을 크게 떴다.

시실리아가 경악을 토했다.

바다 위.

수면을 부수고 솟구쳐 오른 거대한 전함들.

그리고 그 선두에 선 오펀드 후작이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전율하며 소리쳤다.

“전 포문! 일제 발사!”

명령과 동시에 깃발이 휘둘러졌다.

열다섯 척의 전함에 설치된 600개가 넘는 포문들이 일시에 불을 뿜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포탄의 비는 지상을 노리지 않았다.

그보다 약간 높은 곳.

저공.

본체로 화한 드래곤들과 지상에 내려서고 있던 아룡들을 휩쓸 수 있는 높이.

“날아올라!”

“엎드려!”

두 가지 상반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대포알에 명중당한 아룡들의 몸이 폭발하듯 터졌고, 미처 쉴드를 펼치지 못 한 드래곤들이 머리나 몸통을 맞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삼십 미터에 육박하는 드래곤들의 거체는 아무렇게나 쏴도 맞출 수 있는 커다락 과녁이나 다름이 없었다.

“날아! 날아올라라! 공중에서 강습해라!”

오르가가 명령한 그때였다.

포화를 뚫고 드래곤들 가운데 일부가 날아오른 그 순간.

모두가 남쪽 해안의 전함들에게 정신이 팔린 그때.

“크하하하하! 쏴라! 전부 쓸어버려!”

섬의 동쪽에서도 전함들이 솟구쳐 올랐다. 카게하마 백작의 명령에 맞춰 남은 전함 전체가 불을 내뿜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

아까보다 조금 더 높은 상공이었다.

허공에서 포화에 노출된 드래곤들과 아룡들은 다시 한 번 쓸려나갔고, 오펀드 후작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재장전을 하는 대신 장전한 상태로 미리 옮겨놓았던 반대편의 대포들로 2차 사격을 가했다 애당초 조준 따위 하지 않는 마구잡이 포격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찌되었든 효과 자체는 발군이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가-!

십자 포화.

화망에 노출된 드래곤들과 아룡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상상도 하지 못 했던, 그야말로 예상치 못 한 기습이었던 터라 마법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성체들 사이에서도 치명상을 입는 자들이 속출했다.

날개가 찢어지고 머리가 터진 드래곤들이 지상에 추락했고, 아룡들의 피와 육편이 하늘과 땅을 뒤덮었다.

“공격해라! 재장전할 시간을 주지 마라!”

오르가는 몸소 날아오르며 그리 외쳤다.

아직 남은 드래곤들이 그를 따라 솟구쳐 올랐고, 시실리아는 급히 남은 아룡들을 조종하였다.

오펀드 후작과 카게하마 백작은 그것을 보았다.

그렇기에 미리 약조한 대로 두 번째 수를 펼쳤다.

“전군! 진격하라!”

“상륙하라!”

해안가에 정박한 전함들이 아니었다.

상륙하기 위해서는 작은 배를 내리고 이동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가주들의 명령 사이로 세이렌들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남부의 정예들은 배를 내리는 대신 수면 위를 달려 돌진했다.

“우오오오오오오!”

“진군하라!”

칼릭스 오펀드와 리카르도 오펀드가 선두에서 앞장섰다.

재차 포격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한 나머지- 그렇다해도 수천에 달하는 병력이 섬을 뒤덮을 기세로 돌진했다.

“이, 이 무슨!”

순간 말문이 막힌 오르가는 각개전투를 명했다.

그리고 동시에 아버지 말레키스가 잠들어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놈들의 목적은 아버지임이 분명하니, 가장 강한 자신은 여기서 싸우는 대신 아버지께 향해야만 했다.

옳은 판단이었다.

오르가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무척이나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랬기에 유더는 오르가가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할 수 있었다.

포격과 상륙에 놀란 그가 향하는 곳에 말레키스가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찾았다! 저기야! 저기가 분명해!”

시선만으로도 방향과 대강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특정 지점에 의식을 집중한 코델리아는 말레키스의 사이한 기운을 읽어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돌진뿐.

아직 잠들어 있는 말레키스의 가슴에 칼을 박아 넣어 그대로 영면을 선사하는 것이 유더와 코델리아의 임무였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르가를 비롯한 적의 최정예 전력들이 말레키스를 지킬 터이니 말이다.

“그것이 합리니까.”

논리적으로 그리해야만 했으니까.

때문에 유더는 오르가를 방해할 준비 또한 해둘 수 있었다.

하늘 높은 곳.

오르가를 향해 돌진하는 자가 있었다.

쉴드 마법 따위 주먹 한방에 박살내고 오르가의 머리를 걷어차는 자가 있었다.

“항상 근육이 함께하기를.”

기도하듯 읊조린 유더는 빙긋 웃었다.

신나서 폴짝 뛰어오른 코델리아를 단단히 업은 뒤 초풍신뢰를 펼쳐 한 줄기 번개가 되었다.

향하는 곳은 말레키스가 있는 곳.

아스카론의 칼끝에서 푸른 빛이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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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3장 - 플래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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