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273화 (273/473)

< 제96장 - 명공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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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 왕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소복이 덮인 정원은 무척이나 맑고 고왔다.

아마도 이번 겨울의 마지막 눈.

바다와 인접해있는 남부만큼은 아니었지만 중앙의 왕도도 슬슬 추위가 가실 때가 되었다.

“그러다 감기 걸려.”

하지만 아직 겨울은 겨울이란 것일까.

디온 왕자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활짝 열린 창문을 닫으며 말했고, 다프네 왕녀는 미소를 머금었다.

“다섯 살 이후로 한 번도 걸리지 않은 걸 잊은 거니?”

“다섯 살 때 걸렸다는 건 누나도 감기에 걸릴 수 있는 몸이란 소리니까. 조심해야 하지 않겠어?”

디온 왕자가 제법 엄한 얼굴로 말하자 다프네 왕녀는 결국 늘 그랬듯이 져주는 쪽을 선택했다.

“그래, 맞아. 언제나처럼 네 말이 맞고말고.”

“그야 당연하지.”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씩 웃는 걸 보니 역시 그냥 져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다프네 왕녀였다.

‘그리고 뭐··· 다 날 위해서 그런 거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디온 왕자 역시도 자신만의 우선순위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했다.

돈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이상을 꿈꾸는 이들이 이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듯이 디온 왕자는 다프네 왕녀를 위해 노력했다.

세상의 중심.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누나로서는 가끔 걱정이 된단 말이지.’

누나를 좋아해도 너무 좋아했으니까.

하지만 다프네 왕녀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디온 왕자에게 있어 다프네 왕녀 자신은 단순한 누나가 아닌, 세일룬 왕국을 이어받을 인물이자 디온 왕자가 충성을 바칠 군주였으니 말이다.

‘거기다 싫을 이유가 없잖아?’

착하고 말 잘 듣는 동생인데.

앞으로도 무슨 일이든 힘을 합쳐 열심히 하자꾸나 동생아.

다프네 왕녀가 빙긋빙긋 웃으며 속말을 삼키자 디온 왕자는 미간을 좁혔다.

“뭐야,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아니, 전혀.”

그리고 다시 후후훗 웃으니 디온 왕자의 표정이 더더욱 볼만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평정을 되찾은 디온 왕자는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

“그보다 누나, 소식은 들었지?”

“소식이라면야 이것저것 매일 같이 수십 개는 듣고 있지만 지금 말하는 거라면 역시 두 사람에 관한 거지?”

“그래, 남부의 소식을 말하는 거야.”

요 며칠 내내 왕도는 남부에서 일어난 일들로 시끌시끌했다.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 말레키스의 부활.

지금은 물론이고 삼백 년 전에도 말레키스는 왕도가 있는 중앙을 직접 타격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남부 전체를 공포로 짓누른 그의 악명은 대륙 전역에 널리 퍼져 있었다.

‘신과 같은 힘을 가진 악룡은 흔치 않으니까.’

그 힘과 위용.

인간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신적인 존재.

놈의 부활이 코앞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왕도 전역에 불안과 공포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평소였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지금의 왕도는 고작 두어 달 전에 왕도 전역이 휩쓸린 대참사를 겪은 마당이었다.

일반 백성들은 물론이고 귀족들 사이에서도 두려움에 떠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남부를 지원해야 하오!”

“놈과의 싸움은 남부에서 끝내야 하오. 절대 놈이 왕도에까지 이르게 하면 안 된단 말이오!”

가장 목소리를 높인 것은 귀족파의 거두인 발로아 공작이었다.

왕당파의 중진이었던 호국공- 이제는 매국노라 불리는 안타리우스 공작과 그 패거리가 반역자가 되어 사라지자 자연 왕도의 정세는 귀족파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비둘기파에 속하는 스펜서 공작 역시 양아들처럼 여겼던 제일검 룬 프라우드가 악마 추종자들과 손을 잡은 배신자라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정계에서 두어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일이 이렇게 진행되니 왕도의 패권을 손에 쥔 것이 귀족파- 그 중에서도 발로아 공작을 필두로 한 매파들이 된 것은 필연적인 흐름이었다.

‘정말로 군대가 파견되기 직전이었단 말이지.’

근위 마법 병단을 필두로 한 원정군이 준비되었다. 거의 준 전시체계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원정군이 출진하기 바로 직전 날.

한 통의 낭보가 왕도에 전해졌다.

“말레키스 격파! 말레키스 사망!”

기쁘기 그지없는 소식이었지만 왕도의 모두는 한동안 낭보를 믿지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갑작스러우면서도 당혹스러운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건국왕께서도 하시지 못 한 일이었으니까.’

건국왕 라이온 D 세일룬과 남부의 대영웅 카를로스.

두 영웅조차도 완전히 격멸하지 못 했던 말레키스였다.

그런데 그 말레키스가 부활하자마자 목숨을 잃었다 하니 모두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될 것도 없지만······ 그래도 놀라운 건 놀라운 거지.’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 가운데 무려 넷이 그날의 싸움에 참전했다고 하니 전력이 부족하지는 않았으리라.

‘천상의 목소리’도 인정한 인류 최강의 전사인 철인 란디우스와 검신에 버금간다는 검귀 카마엘.

여기에 성천사 레나와 사령술사 벨키안이 더해졌으니 사실상 인류 최강의 파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솔직히 가슴이 두근두근해.’

삼백 년 만에 부활한 거대하고 강대한 에인션트 드래곤과 이에 맞서는 인류 최강의 파티.

더욱이 그 싸움은 실로 신화와도 같았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을 두려움에 빠지게 하는 신과 같은 거대한 괴수.

100미터가 넘는 플래시 골렘.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수십 줄기의 번개와 대지를 부수는 지진, 세이렌들조차 헤엄칠 수 없게 만드는 거친 풍랑.

그날의 싸움에 관해서는 수십 개가 넘는 보고가 올라왔고, 자연 조금씩 하는 이야기들이 달랐지만 그래도 한 가지 공통된 사항이 있었다.

말레키스의 드래곤 브레스를 정면에서 파괴한 백여 미터에 달하는 빛의 검.

어둔 하늘을 가르며 쏟아져 내린 태양의 칼날.

보고서를 읽다보면 이게 신화의 일부분인지, 아니면 진짜 있었던 사건의 경과보고서인지 분간이 안 갈 지경이었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고 있었다.

망상이나 꿈이 아니라고.

전부 현실에서 일어난 사실이라고.

‘철인 란디우스.’

천상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진실만을 말해주었다.

인류 최강의 남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 중에서 가장 강한 자.

‘그리고 두 사람.’

보고서의 마지막에 기록된, 말레키스에게 진정한 최후를 선사한 어린 영웅들.

‘처음에는 진짜 놀랐단 말이지.’

정말 뜬금없이 두 사람의 이름이 나왔으니까.

왕도를 떠난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남부에서 말레키스와 싸우고 있었을 줄이야.

더욱이 연이어 도착한 보고들에 따르면 단순히 말레키스와의 싸움에서 막타만 친 것이 아니었다.

‘사실상 무대를 만든 거나 다름이 없어.’

유더와 코델리아.

두 사람이 파라곤의 영웅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아스카론을 찾아내 남부7가문을 하나로 묶었고,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던 말레키스의 수하들을 연달아 색출하고 격파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세이렌들은 대체 무슨 수로 끌어들인 거지?’

방법은 알 수 없었지만 세이렌들의 여왕이 직접 나서 두 사람을 도왔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왕도랑 똑같아.’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왕도 이상의 대활약이었다.

‘벌써 세 번째야.’

운명의 두 사람이 세일룬 왕국을 구한 것이.

야생의 땅에서 한 번.

왕도에서 한 번.

그리고 이번에 남부에서 한 번.

항상 가르침을 주시던 천상의 목소리께서도 두 사람의 활약에는 당황하신- 아니, 놀라신 게 분명했다.

‘목소리에 감정을 내비치신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어린 시절부터 들려온 천상의 목소리.

하나일 때도 있었고 여럿일 때도 있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존재했다.

언제나 자애롭고 다정한 목소리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천상의 목소리께서 눈에 띠게 놀라움을 표하셨으니 말이다.

다정함 이외의 감정.

천상의 목소리께서도 감정을 가지고 계시다는 증거.

‘정말 어떻게 된 걸까.’

천상의 목소리조차도 놀라게 만든 운명의 두 사람.

‘미래라도 보이는 걸까?’

그래서 지금처럼 활약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만약 정말로 그러하다면. 두 사람의 눈에 미래가 보이는 것이라면.

‘위험해.’

다프네 왕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디온 왕자의 생각이었다.

디온 왕자는 통제할 수 없는 모든 것에 늘 불안을 느꼈으니 말이다.

‘그래도 괜찮을 거야.’

너무 막연한 생각일 수도 있었지만 다프네 왕녀는 운명의 두 사람을 위협으로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하늘이 내린 세일룬 왕국의 축복이나 다름이 없었다.

‘디온도 나 이외의 사람을 좀 믿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더욱이 두 사람은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지 않은가.

‘천상의 목소리시여, 디온을 잘 부탁드립니다.’

새삼 천상의 목소리에게 기도한 다프네 왕녀는 미간을 좁힌 채 이쪽을 보는 디온 왕자의 시선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하다 말고 갑자기 기도를 하니 놀란 모양이었다.

“아무튼 남부에서 무슨 일이 또 생긴 건데?”

“그러니까······.”

드워프 공방의 이주에 따른 남부의 상황 변화와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무너진 남부7가문 간의 균형.

“이번에도 두 사람이야?”

“두 사람이 이주를 꾀했고, 두 사람이 아스카론을 오펀드 후작가에 넘겼으니까.”

역시 방심할 수 없다며 눈을 빛내는 디온의 모습에 어색한 미소를 보인 다프네 왕녀는 새삼 다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다 잘된 거겠죠?’

남부가 앞으로 다소 시끄러워질 것 같기는 했지만 왕국 전체가 뒤흔들릴만한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왕국의 존속을 위협할 수 있는 사건들이 이미 세 번이나 연달아 터진 마당이었다. 설마하니 여기서 또 사건이 터지기라도 하겠는가?

“그러니까 두 사람이 앞으로 어디를 갈지, 어떤 일을 하려 할지 알아둘 필요가 있어. 내 말 알겠지?”

디온 왕자의 말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 다프네 왕녀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보고서 한 장을 손에 들었다.

두 사람의 가장 최근 행적이 기록된 보고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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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 왕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천상의 목소리들에게는 감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연달아 일어난 사태에 놀라고 있었다.

말레키스의 존재도 존재였지만, 그런 말레키스를 막아선 파라곤의 영웅들의 힘이 그들의 예상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천상의 목소리들은 평등하지 않았다.

다프네 왕녀에게 목소리를 전하는 이들 사이에도 계급이 존재했으며, 힘과 능력에도 차이가 있었다.

그중 가장 높은 자.

그렇기에 다른 천상의 목소리들보다 훨씬 더 큰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 여인.

그녀는 다시 한 번 지상을 굽어보았다.

머릿속에 자꾸만 이는 위화감의 원인을 찾기 위해 두 사람의 행적을 되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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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으로 귀환 중이던 막시밀리언은 가던 길을 바꿔 영원의 숲으로 향했다.

높은 곳의 목소리께서 그것을 원하셨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들려온 높은 곳의 목소리.

목소리는 언제나 길을 알려주었다.

어디에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누구와 만나고 누구를 베어야 할지.

높은 곳의 목소리께서 세일룬 왕국으로 향하라 하셨다.

그래서 막시밀리언은 그리하였다.

높은 곳의 목소리에 따라 왕국 곳곳에 들러 고대의 유물을 찾고 막실밀리언 본인의 힘을 길러나갔다.

얼티메이트 투- 성검 바리사다.

이번 왕국에서의 여정 가운데 얻은 것들 가운데서 가장 값지고 강력한 고대의 기물.

하지만 그렇기에 막시밀리언은 알지 못 했다.

높은 곳의 목소리의 계획에는 그 이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바리사다 뿐만 아니라 용살검 아스카론 역시 막시밀리언 자신에게 주어질 예정이었다는 것을.

높은 곳의 목소리는 막시밀리언의 눈을 통해 영원의 숲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도 무언가가 바뀌었다.

천상의 목소리를 이끄는 자가 그러한 것처럼 높은 곳의 목소리 역시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어찌된 것일까.

이 위화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운명의 두 사람의 활약은 과연 무엇을 기반으로 한 것일까.

“명을 따르겠습니다.”

높은 곳의 목소리는 막시밀리언에게 숲에 들어가라 하였고, 막시밀리언은 언제나와 같이 그 명에 따랐다.

막시밀리언 데 아비스.

인간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재능과 가장 빛나는 가능성을 품고 태어난 존재.

하지만 왜일까.

의심이 드는 것은.

자꾸만 위화감이 드는 것은 어째서일까.

높은 곳의 목소리는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

막시밀리언의 눈을 통해 두 사람의 흔적이 남은 숲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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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델리아는 꿈을 꾸었다.

쪼그려 앉아 있는 어린 아이와 그 앞에 펼쳐져 있는 넓은 화면.

그리고 화면 속에서 입술을 맞추고 있는 두 사람.

남자는 유더였고 여자는 코델리아였다.

하지만 요 며칠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었다.

유더의 검이 코델리아의 가슴을 꿰뚫고 있었다.

코델리아의 턱을 따라 흐르는 선혈과 유더의 뺨을 따라 흐르는 눈물.

마지막 입맞춤을 나누는 두 사람.

어떻게 된 것일까.

원작에 저런 장면은 없었던 것 같은데.

코델리아가 마인이 되면 유더와는 사실상 연이 없어지지 않았나?

물론 마주칠 수 있었지만, 그래서 싸울 수도 있었지만 저렇게 절절한 관계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비가 내렸다.

성검 바리사다의 힘으로 죽기 직전이나마 마인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코델리아가 다시 한 번 유더의 뺨을 어루만졌다.

거친 숨을 토하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미안해.”

코델리아가 울면서 웃었다.

유더의 품안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였다.

비가 내렸다

빗소리가 유더의 울부짖음을 집어삼켰다.

화면을 보던 어린 코델리아는 마음이 울적해진 나머지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이상한 이야기.

보기 싫은 이야기.

그래서 코델리아는 유더를 떠올렸다.

지금의 유더를.

뻔뻔하고 능글맞고 속이 까맣지만 코델리아 자신과 결코 싸우지 않는, 언제나 함께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정말정말 좋아하는 유더를.

“악몽이라도 꾼 거야?”

다정한 목소리에 눈을 뜨자 유더의 얼굴이 보였다.

영상 속의 유더가 그러했던 것처럼 코델리아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고, 유더 역시 울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웃으며 코델리아 자신의 뺨을 꼬집고 있었다.

“무서운 꿈을 꿨어.”

눈을 뜨고 유더를 보니 기억이 희석되었다.

꿈속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왜 자다가 울음을 터트렸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나 무서운 꿈을, 싫은 꿈을 꾸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기억했다.

무엇일까.

원작에 나오지 않는 그 이야기는 무엇일까.

설마하니 예지몽 같은 건 아니겠지?

과거에 이미 일어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

그렇기에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

순간 확하고 겁이 났다.

너무 무서워서 다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코델리아?”

“안아줘. 꼭 안아줘.”

코델리아는 유더의 목을 끌어안으며 조르듯이 말했고, 유더는 영문을 몰랐지만 일단 코델리아를 품에 안았다.

등을 보듬으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정말 무서운 꿈이었나 보네?”

코델리아는 대답하는 대신 유더의 품에서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예지몽일수는 없다고.

코델리아 자신은 이미 천사가 되었으니까.

더 이상 마인 따위는 되지 않을 테니까.

“낮에 꾸는 꿈은 개꿈이래.”

유더가 어색하게 말하자 코델리아는 억지로라도 웃었다.

어떻게든 자신을 달래주려는 유더가 좋았으니까. 유더의 말마따나 꿈은 그저 꿈일 뿐이었으니까.

“진정됐어?”

“응, 이제 괜찮아.”

헤죽 웃은 코델리아는 유더가 내민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뒤 정면을 보았다.

저만치에 카시우스의 은거지인 바이칼 숲이 보였다.

“조금 늦었지만 아침 먹고 갈까?”

“응, 먹자. 배고파.”

억지로라도 기운차게 답한 코델리아는 코까지 킁킁 거린 뒤 유더가 피워둔 모닥불 근처에 앉아 다시 한 번 유더를 보았다.

얼티메이트 투- 성검 바리사다 대신에 프라이팬을 들고 있는 유더.

속이 까만 우리집 사기꾼.

하지만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영상 속의 유더가 떠올랐다.

코델리아 자신을 죽인 뒤 울부짖던 그 유더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유더에게는 어떤 미래가 펼쳐져 있을까.

그 유더는-

“유더야.”

“어?”

“정말 좋아해.”

“흠흠, 나도.”

생뚱맞은 고백에 유더는 어색하게 웃으며 부끄러워했고, 코델리아는 입술을 움츠렸다.

그저 꿈일 뿐이었지만, 실존하지도 않을 유더였지만,

그래도 꿈속의 유더가 행복해지기를 소망하며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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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6장 - 명공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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