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6장 - 명공 #5 (코델리아 이모티콘#2 포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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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숲의 마녀는 굉장한 인물이었다.
노예로 나고 자라 무엇 하나 배우지 못 한 상태에서 악마들의 먹잇감이 되었지만 그녀는 허무하게 죽지 않았다.
오직 강한 영혼의 힘만으로 악마들과의 계약을 성사시켰고, 상식을 초월한 재능으로 무시무시한 힘을 쌓아올려 악마들과의 관계를 역전시켰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한낱 제물에 불과하던 소녀가 수많은 악마들을 부리는 대마녀로 거듭난 것은 기나긴 지옥의 역사 속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사건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서쪽 숲의 마녀는 어설프게 강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정한 강자였다.
수많은 비의를 터득하고 세상의 비밀을 간파하기 시작한 그녀의 영혼은 성장을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는 지옥의 대귀족들인 데몬프린스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힘을 손에 넣었다.
이쯤 되니 지옥의 대군주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서쪽 숲의 마녀는 지옥에 있어 지나치게 위험한 불순물이 되었으니 말이다.
선수를 친 것은 타락의 대군주 벨리알이었다.
그는 마녀의 영혼을 집어삼켜 자신의 것으로 삼기 위해 몸소 전장에 나섰다.
지옥의 군단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머릿수를 자랑하는 검은 벌레 군단이 일시에 일어나니 하늘과 땅 모두가 황충을 비롯한 재앙들로 뒤덮일 지경이었다.
현명한 서쪽 숲의 마녀는 검은 벌레 군단이 일어선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길은 오직 둘 뿐이라는 것을 무척이나 잘 알았다.
하나는 굴복하는 것.
다시 한 번 목줄과 족쇄를 차고 벨리알의 발치에 엎드려 노예로서 살아가는 것.
서쪽 숲의 마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서쪽 숲의 마녀는 군세를 일으켰다.
약속된 패배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대군주 벨리알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길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하였다.
마녀의 영지였던 서쪽 숲은 모조리 불타 사라졌고, 그녀와 계약하고 있던 수많은 악마들 가운데 대다수가 벨리알의 분노 앞에 소멸하였다.
마녀의 영혼은 불타올랐다.
그녀의 육신은 벨리알에 의해 수백, 수천 번이나 재생과 파괴를 반복하였고, 끝없이 이어지는 죽음의 고통 속에서 마녀의 영혼은 나날이 마모되었다.
만약 음욕의 대군주 아스모데우스가 직접 나서서 그녀의 영혼을 빼돌리지 않았다면 마녀의 존재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으리라.
서쪽 숲의 마녀.
입지전적인 존재.
비록 패배했다고는 하나 지옥의 대군주들을 둘이나 직접 움직이게 한 신화의 주인공.
‘그래, 대단한 건 알겠어. 그런데 마녀가 왜 여기서 나와!’
어? 왜 여기서 나오는데!
유더의 당혹은 타당했다.
원작에서는 코델리아에게 마녀화를 가르쳐준 뒤 승천- 아니, 말이 좋아 승천이지 사실상 뒤늦은 소멸을 맞이하는 것이 마녀의 운명이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영웅전기2편은 물론이고 2.5편이라 할 수 있을 멀티 플레이에서도, 아예 나중 이야기인 3편에서도 등장하지 않는 서쪽 숲의 마녀였다.
‘그런데 왜!’
사실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가 역사를 바꾸었으니까.
원작에서는 코델리아의 몸에 강신해 아스모데우스의 마수와 싸운 대가로 힘이 다해 소멸한 마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는 아스모데우스의 마수와 직접 싸우지 않았고, 그 결과 소멸의 운명을 피할 수 있었다.
[유, 유더야. 어뜩하지?]
코델리아가 소맷자락을 살짝 당기며 땀을 삐질삐질 흘렸고, 유더는 대답하는 대신 최대한 자연스러운- 하지만 어딘가 어색한 티가 나는 미소를 머금었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강유더.’
전혀 침착하지 못 하다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호칭에서 드러났지만 유더는 일단 심호흡을 하였다.
이런 경우라면 전생에서도 몇 번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위장신분이 들통 났을 때.
코델리아 식으로 말하자면 사기 치다 걸렸을 때.
‘어떻게 했었지?’
대부분은 일단 옆이나 앞에 있는 놈을 쓰러트린 뒤 냅다 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여기서 튀면 카시우스와는 그대로 안녕이었으니 말이다.
이쪽을 보며 미소 짓고 있는 서쪽 숲의 마녀.
못 본 사이에 힘을 꽤 회복했는지 영혼뿐임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사람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분명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어떡해야 한단 말인가.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한단 말인가!
“헬레나, 진짜 아는 사이인 거야?”
바로 그 순간 카시우스가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려대는 코델리아의 모습이 무척이나 수상쩍었기 때문이다.
‘꿀꺽.’
코델리아가 마른 침을 삼켰다.
그간 유더와 어울린 덕분에 근묵자흑의 이치에 따라 많이 까매지는 동시에 뻔뻔해진 그녀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
즉, 국어책 읽기 하던 시절처럼 얼굴 한 가득 당혹과 두려움을 드러냈다는 소리였다.
‘어뜩해, 어뜩해.’
사기 치다 딱 걸렸어!
코델리아는 꼭 움켜쥔 유더의 소맷자락에 힘을 주었지만 유더 역시 진퇴양난인 상황이었다.
‘진정해, 진정해 코델리아.’
일단은 저쪽의 반응을 보아야 했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것은 이쪽이 아닌 저쪽- 즉, 서쪽 숲의 마녀였다.
그녀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카시우스의 물음에 무어라 답할 것인가.
유더는 마녀의 입술에 주목하였다.
코델리아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지만 아름답고 매력적인 입술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래, 맞아. 내가 알려줬어.”
“진짜로?”
“어, 진짜.”
가볍게 말한 마녀는 이쪽을 보며 눈웃음을 쳤고, 코델리아는 다시 한 번 움찔했다.
유더는 쓰게 웃었고 말이다.
“언젠가··· 이렇게 될 거라 생각했거든.”
마녀의 녹색 눈동자가 마찬가지로 녹색인 유더의 눈동자를 주시하였다.
검은 심연에서 피어오른 녹색의 불꽃.
신비롭기 짝이 없는 그 빛.
“야, 그래도 이러는 게 어디 있어. 내가 너라서 알려줬던 거거든?”
카시우스가 투덜거리자 마녀는 유더와 눈빛을 교환하는 와중에도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 하지만 만난 순간 알았거든.”
“뭘?”
“얘들이 얼마나 착하고 정직한 아이들인지.”
말을 마친 마녀는 다시 요망한 눈웃음을 쳤고, 코델리아는 윽 하는 소리와 함께 양심의 고통을 호소했다.
딱 봐도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코델리아와 달리 제대로 검고 뻔뻔한 유더는 어찌어찌 견뎌내었다.
‘일단 눈감아 줄 생각이야.’
정황상 그러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계속 움츠리기 보다는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편이 나았다.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슬쩍 말문을 열자 카시우스는 얼굴을 구겼지만 마녀는 아니었다. 이번에도 까르르 웃더니 한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야 카시우스는 악마니까.”
“네?”
“야!”
당혹은 유더였고 노여움은 카시우스였다.
“그걸 말하면 어떡해!”
“뭐 대단한 비밀인가? 어차피 딱히 너도 숨기는 건 아니잖아.”
“그렇다고 대놓고 말한 적도 없거든?”
카시우스의 반발에 유더는 다시 한 번 당황했다.
‘뭐야, 진짜 악마였어? 마녀가 아니라?’
“그래, 맞아. 카시우스는 마녀가 아니라 악마란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렴. 악마들 기준에서는 이단자인, 착한 악마니 말이야.”
유더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마녀가 다시 말을 보탰다.
그리고 그 순간 유더는 많은 것들을 이해했다.
‘말이 안 될 것도 없어. 아니, 오히려 악마라고 하면 이것저것 해결되는 것들이 많아.’
카시우스가 목표로 한 적.
어쩌면 지옥의 존재가 아니었을까?
똑같은 악마.
그리고 그 악마가 혹여 지옥의 대군주라면.
서쪽 숲의 마녀를 몰락시킨 타락의 대군주 벨리알이라면.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카시우스.
초월적인 존재에 맞서기 위해 그녀가 준비하던 무구.
“야, 죽을래? 차, 착한 악마가 뭐야!”
“왜? 내가 틀린 말 했나? 너 착하잖아.”
마녀가 놀리듯 말하자 카시우스는 얼굴을 붉힌 채 씩씩 거렸지만 노여움보다는 부끄러움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때문에 마녀는 다시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괜찮아, 정말 착하고 좋은 아이들이니까. 거짓말이나 사기하고는 담을 쌓은 아이들인걸.”
“으윽.”
일부러 들으라고 하는 말에 코델리아가 다시 비틀거렸지만 유더는 오히려 표정을 정돈하였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서쪽 숲의 마녀는 지금 이쪽 편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호의에 올라타는 것 역시 방법 중에 하나이리라.
“카시우스 님, 지금 서쪽 숲의 마녀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카시우스 님을 찾아뵙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흥, 무구 만들어 달라고?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방금까지도 민망함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던 카시우스였지만 돌연 팔짱을 끼며 도도하게 답했다.
하지만 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일단 이쪽이 말을 하면 들어는 줄 요량으로 보였다.
‘그렇다면야.’
유더는 다시 심호흡을 하였다.
카시우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것이냐고 눈으로 물으며 즐거워하는 마녀에게 마찬가지로 눈빛으로 답한 뒤 카시우스에게 다시 말하였다.
“그야 카시우스 님이 원하시는 물건을 제가 가지고 있으니까요.”
“뭐야?”
“에인션트 드래곤의 전 부위.”
유더의 말이 카시우스의 분노를 억눌렀다.
당장 꺼지라고 말하려던 카시우스는 순간 멈칫하였고, 유더는 기세를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에인션트 드래곤의 시체가 있습니다. 발톱과 가죽, 비늘은 물론이고 드래곤 하트까지 보유 중입니다.”
“거, 거짓말.”
“아뇨, 전부 진실입니다. 마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는 무척 정직하답니다. 그렇죠? 마녀님?”
유더가 마녀를 돌아보며 묻자 코델리아는 다시 한 번 양심의 고통을 호소하듯 유더의 소매를 잡아당겼지만 괜히 우리집 사기꾼이 아니었다.
능구렁이 같은 얼굴로 마녀를 마주할 뿐이었다.
‘도와주세요!’
정말이지 뻔뻔하기 짝이 없는 요청이었지만 마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무척이나 즐겁다는 듯 까르르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맞아. 저 아이의 말대로야. 무척이나 정직하고 착한 아이들인걸.”
“끄으윽.”
공격 아닌 공격에 양심이 너덜너덜해진 코델리아는 결국 비틀거리고 말았다.
하지만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손을 꼭 붙잡더니 그대로 카시우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전부 정말입니다. 더욱이 양 또한 적지 않지요. 이만큼의 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유더는 당황한 카시우스에게 미리 준비해온 서류를 내밀었다.
“검토해보시죠.”
“그, 그래.”
얼결에 고개를 끄덕인 카시우스는 서류를 살피기 시작했고, 이내 깜작 놀라 눈을 부릅떴다.
“뭐, 뭐야. 이거 진짜야? 여기 있는 걸 다 가지고 있다고?”
“예, 전부 진짜입니다.”
“말도 안 돼! 에인션트 드래곤을 잡기라도 한 거야?”
“네, 잡았습니다.”
“그래, 잡았을 리가 없··· 뭐라고? 잡았다고?!”
“예,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 말레키스를 잡았습니다.”
사기가 아닌 진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유더의 목소리에 이전보다 더 강한 자신감이 어리지는 않았다.
둘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어느 한쪽은 진짜고 다른 한쪽은 거짓이란 소리였으니 말이다.
둘 다 진실.
아무튼 진실.
“헤, 헬레나. 진짜야? 얘네 말하는 거 진짜냐고.”
“진짜네. 진짜 말레키스를 잡았어. 이건 나도 좀 놀라운데?”
놀랐다는 말은 정말인지 방금까지 요망하게 웃고 있던 마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에인션트 드래곤은 진정 신과 같은 존재였으니 말이다.
“너, 너희가- 아니, 그쪽 분들께서는 대체 어찌······.”
카시우스가 극한 혼란 속에서 헤매기 시작하자 유더는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야기하면 조금 깁니다. 어찌되었든 그 서류에 나와 있는 내용은 모두 사실이고, 저희는 카시우스 님에게 신화급 용장비의 제작을 의뢰드리고자 이곳에 온 것입니다. 보수는 물론 에인션트 드래곤의 각종 부위들로 계산될 것이고요.”
일사천리로 흘러간 말에 카시우스는 마른침을 꿀꺽꿀꺽 삼켰다.
이 정도 재료라면 그토록 염원하던 무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넘어왔구만.’
유더는 씩 웃었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중인 코델리아는 어렵사리 웃었다.
하지만 뒤이어진 말에는 유더와 코델리아가 모두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신화급은 안 돼.”
“네?”
저도 모르게 되물은 코델리아는 유더를 보았고, 유더 역시 코델리아를 보았다.
원작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뭐야,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응?’
재료라면 충분하잖아.
아니, 오히려 원작보다 남아도는 상황이잖아!
코델리아는 틀리지 않았다.
원작에서는 이것보다 훨씬 적은 재료로도 신화급 용장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카시우스의 저 반응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다시 말하지만 신화급은 안 돼. 어, 안 되고말고 겨우 그 정도에 그칠 수 없지. 각성 신화 용장비로 간다.”
“네?”
각성 뭐?
각성 신화 용장비?
[그게 뭐야? 유더 넌 알아?]
[나도 몰라.]
생전 처음 들어보는 등급의 무구였다.
하지만 각성 신화.
아무튼 각성 신화!
[단어 하나가 더 붙었으니 분명히 더 좋은 걸 거야.]
유더의 메시지에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저것보다 상위 템이 나오면 이번엔 진 각성 신화라고 하겠지.
[어, 잠깐. 그럼 신화급 보다 더 좋은 걸 만들어 준다고? 지금 그런 말을 한 거야?]
더 좋은 장비.
그것도 원작에서는 아예 등장도 하지 않은, 이미 원작에서 끝판왕이었던 무구보다 더 좋은 장비.
코델리아의 두 눈이 황홀함으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고, 그건 유더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들어 있던 게임 뇌가 다시 활동을 개시한 두 사람이었다.
“감사합니다. 꼭 좀 부탁드립니다.”
“저도 감사드려요. 카시우스 님은 해내실 수 있을 거예요!”
두 사람이 흥분하자 카시우스도 덩달아 흥분했고, 그렇게 셋이 흥분하자 멜리사도 따라서 흥분했다.
하지만 딱 한 사람, 오히려 이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가 있었다.
[후대여, 설마 검을 만들지는 않겠죠?]
양다리는 그때 한 번으로 족한데 말이죠.
얼티메이트 원.
소드 오리진 벨렌시아가 그렇게 말한 순간이었다.
“검령? 그것도 벨렌시아의?”
서쪽 숲의 마녀는 놀란 얼굴로 그리 말하더니 바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유더의 옆에 아름다운 엘프 여인의 형상이- 벨렌시아의 모습이 구현되었다.
[어? 어어어?]
유더의 몸 밖으로 나오게 된- 정확히는 형상이 밖으로 투영된 벨렌시아가 당황으로 눈을 깜박이며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평소에는 유더에게만 들리던 그 목소리가 서쪽 숲의 마녀는 물론이고 코델리아에게까지 들렸다.
“진짜 벨렌시아네.”
서쪽 숲의 마녀는 신기하다는 듯 새삼 다시 감탄하였고, 벨렌시아를 본 코델리아는 다른 의미로 깜작 놀랐다.
‘저런 언니가 유더 안에 있다고?’
저렇게 예쁘고 멋진 언니가?
코델리아의 눈매가 절로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그런 표정 변화에 유더가 대응하기도 전에 카시우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오오! 벨렌시아! 소드 오리진! 너! 얼티메이트 원의 주인이었구나!”
크게 소리친 카시우스는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 유더 앞에 서더니 벨렌시아와 코델리아가 쳐다보든 말든 돌연 유더의 몸 이곳저곳을 조물딱 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기 카시우스 님?”
벨렌시아는 둘째치고 코델리아의 눈매가 점점 사나워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카시우스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아니, 유더의 몸을 만지는 것에 완전히 몰입해서 감탄을 토할 뿐이었다.
“와, 미쳤어. 직접 만져보니 이건 진짜 대박인데? 거의- 아니, 그냥 완벽한 몸이야. 여기에 소드 오리진까지 가지고 있단 말이지?”
카시우스가 유더의 단단한 가슴과 날렵한 허리를 연신 더듬자 코델리아는 콧김을 내뿜었고, 벨렌시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유더가 초풍신뢰를 써서라도 일단 빠져나가야 하나 고민한 그 순간이었다.
“좋아, 이거 정말 좋아. 너는 다르게 가자. 새로 만드는 것보다 소드 오리진에 각성 신화 용장비의 힘을 더하는 게 낫겠어.”
“힘을··· 더한다고요?”
“그래, 소드 오리진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하게 만들어주마.”
장인으로서 도전 의식이 불타올랐는지 카시우스가 씩 웃으며 말했다.
벨렌시아도 일단은 기뻐했고 말이다.
[이제 후대가 양다리를 걸칠 일이 없겠어요.]
‘아니, 애당초 그런 적이 없습니다만······.’
어찌되었든 카시우스도 좋고 벨렌시아도 좋고 유더도 좋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한 사람.
지금의 흐름에서 묘하게 유리되어 있던 코델리아에게도 좋은 일이 하나 생겼다.
“소드 오리진과 네 낭군님은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앉으나 서나 네 생각뿐인 아이라는 걸 잘 알잖니.”
바로 옆에서 들려온 마녀의 목소리에 흠칫한 코델리아는 다시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까지 유더 옆에 서 있었는데 지금은 마녀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귀여워라.”
그대로 등 뒤에서 코델리아를 꼭 끌어안은 마녀는 움찔하는 그녀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카시우스가 저 정도로 신이 났으니··· 아마 한동안은 소드 오리진을 강화하는데만 매진할 거란다. 그런데 유더가 곧 소드 오리진인 상황이니 결국 둘 다 바쁘겠지. 그러니 아기 토끼는 나랑 놀자꾸나.”
“아, 아기 토끼요?”
“토끼 맞지 않니?”
“아니, 그······ 맞긴 한데······.”
토끼 귀와 꼬리가 이제는 익숙한 코델리아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그래, 그럼 아기토끼야. 나한테 배우고 싶은 게 있지 않니?”
사실 그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다시 만나게 될 거란 말이 정말 오늘을 이야기한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하지만 코델리아는 일단 마녀의 물음에만 집중하였다.
마녀의 말마따나 그녀에게 배우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주문이나 주술은 아냐. 그건 내가 남긴 주술서만으로도 충분히 터득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
마녀의 말이 옳았다.
코델리아가 배우고 싶은 것은 보다 근원적인 것이었다.
천사인 레나에게서는 배울 수 없는 것.
수많은 악마들을 수족처럼 부렸던 서쪽 숲의 마녀에게만 배울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이루고자 하는 것.
“재미있는 생각이야. 나라면 도울 수 있을 것도 같고.”
생명의 신전부터 쭉 연습해오고 있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 한 비장의 한 수.
코델리아는 더 숨기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마녀 앞에서 활짝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드려요.”
“그래, 나도 잘 부탁한단다.”
각성 신화 용장비와 마녀의 가르침.
예기치 않았던 두 사람의 파워 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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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슈님이 만드신 엔딩메이커 이모티콘 추가분입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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