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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288화 (288/473)

< 제101장 - 밀입국 (코델리아 일러스트 포함) >

제101장 - 밀입국

그날 밤 유더와 코델리아는 나머지 일행과 함께 바이엘 백작가를 빠져나갔다.

자기도 데려가라는 달리아를 떼어놓는 것이 조금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설득을 해낼 코델리아였다.

[슬립 마법은 설득이 아닌 것 같은데요.]

멜리사의 지적은 타당했고, 사실 코델리아도 달리아에게는 강제로 마법을 거는 일 따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별 다른 수가 없었다. 달리아를 데리고 제국으로 가는 것은 너무 위험했으니 말이다.

‘미안, 미안. 달리아.’

잠든 달리아의 머리맡에 영지를 잘 부탁한다는 편지를 남긴 코델리아는 새삼 다시 마음속으로나마 달리아에게 사과를 했다.

[괜찮을 거예요.]

사실 멜리사가 보기에는 달리아도 어느 정도 자각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코델리아와 자신 사이에 막대한 실력 차이가 생겨났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단순히 전투력만을 이야기했을 때였다.

달리아가 실력 차를 알면서도 동행하려 한 것은 코델리아의 마음을 비롯해 여러 가지 것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어찌되었든 달리아를 떼어놓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유더와 코델리아, 루카스와 카이사는 각기 짝을 이뤄 팬텀 스티드에 올랐고, 붉은바람과 태양노래는 애당초 올 때 그러했던 것처럼 함께 피닉스에 탑승했다.

“가자.”

북쪽으로.

국경 봉쇄가 나오기 전부터 유더는 제국으로 갈 루트를 몇 개나 만들어두었다.

단순 여행객으로 대놓고 들어가기에는 악마 추종자들이 신경 쓰인 탓이었다.

신분을 속이고 몰래 들어간다.

즉, 밀입국이 유더의 계획이었다.

“야생의 땅을 경유해서 제국으로 들어갈 겁니다.”

실라테스 평원이 있는 중앙 쪽은 감시가 삼엄해서 평소에도 밀입국이 어려운 곳이었다.

북부 역시 국경이 봉쇄된 지금은 일반적인 밀입국 루트를 사용할 수 없으니, 아예 왕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밀입국을 시도하기로 한 것이었다.

야생의 땅과 제국의 접경지.

카플란이 야생의 땅으로 들어왔던 경로를 따라 제국으로 넘어간다.

“일단 넘어가면 사용할 가짜 신분도 성십자 수호단을 통해 준비해뒀고요. 우린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으로 위장할 겁니다.”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으로요?”

“예, 교복이나 학생증 같은 것도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와, 재주도 좋다. 그걸 어떻게 구했대?”

카이사가 감탄하자 코델리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흥흥 거렸다.

“우리 유더가 좀.”

[근데 진짜 어떻게 구했어? 언제부터 준비한 거야?]

말끝에서 이어진 메시지 마법에 웃으며 답했다.

[카플란의 도움이 컸어. 제국 아카데미 교수니까. 그리고 준비는 대충 우리가 왕도 가기 전부터 해두었고.]

언젠가는 반드시 제국에 가야할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 사람 기억해? 파비안.]

[어? 어··· 아! 생각났다! 베르드폴니르의 운송업자!]

[맞아, 애당초 이런 밀입국 같은 게 파비안의 전문 분야니까. 미리 좀 준비하게 해뒀거든. 카플란하고 편지도 파비안을 통해 주고 받았고.]

언제봐도 대단한 유더의 수완이었다.

야생의 땅에서 돌아오고 왕도로 향하기 전까지 있었던 두 달 사이에 이런 준비를 해두었을 줄이야.

[그때 다 한 건 아니고.]

이후에도 틈틈이 진행시켰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어찌되었든 대단한 것은 대단한 것이었고, 코델리아는 조금 더 뽐내듯이 가슴을 폈다.

‘우리 유더에요. 우리 유더가 이 정도랍니다?’

하지만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한 루카스와 카이사와 붉은바람, 거기에 태양노래는 적절히 코델리아의 자랑을 외면했다.

그리고 사흘 남짓.

통상적으로 여행하면 일주일은 족히 걸릴 거리를 빠르게 주파한 일행은 갈까마귀들이 지키는 북부 국경을 넘어 야생의 땅에 진입했다.

“하, 옛날 생각난다.”

아무리 체력과 마력이 강해진 일행이라지만 하루 온종일 팬텀 스티드나 피닉스를 운용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하루에 절반 정도는 그냥 푹 쉬었는데, 야생의 땅에서 모닥불 피우며 야영 준비를 하다 보니 옛날 생각이 난 코델리아였다.

‘그때는 진짜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살짝, 아주 살짝 기미는 있었지만.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전생은 물론이고 미래에 닥쳐올 위협까지 온전히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서로뿐이었으니까.

지금도 선명한 홍유희로서의 자신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것은 이 세상에 오직 유더뿐이었다.

강진호라는 사람을 그 편린이나마 기억하고 이해하는 것 역시 코델리아 자신뿐이었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는 게 너무 적네.’

일부러 그러는 건지 전생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 유더였다.

그나마 알게 된 것은 강진호라는 이름 세 글자랑 알렉세이라는 외국인 스승이 있었다는 정도?

‘우리 유더는 대체 뭐하던 사람일까.’

역시 스파이나 군인 같은 거였으려나.

폭탄도 만들 줄 알고 세계 곳곳도 돌아다녔으니까.

‘무슨 만화 캐릭터 같아.’

애당초 게임 속 세상에서 환생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지만.

“그래서 언니야, 묻고 싶은 건 무슨 이야기?”

혼자서 실실 웃고 있자 어느새 다가온 붉은바람이 말을 붙였다. 아까 야영 준비 대강 끝나면 만나자고 미리 이야기를 해둔 덕분이었다.

“어? 어··· 그게······.”

살짝 말꼬리를 흐리며 주변을 둘러본 코델리아는 새삼 붉은바람의 손을 잡아끌고 좀 더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했다.

저만치서 이쪽 눈치를 슬슬 살피던 카이사가 따라오긴 했지만, 애당초 유더랑 루카스, 태양노래만 피하면 되는 일이었던 터라 내버려 둔 카이사였다.

‘아니, 오히려 카이사가 없으면 더 부끄러울 것 같구.’

살짝 뺨을 붉힌 코델리아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갸웃하는 붉은바람을 미리 봐둔 곳으로 안내한 뒤 자리를 잡고 앉았다.

“흠흠.”

그런 두 사람 곁에 은근히 다가와 엉덩이를 붙이는 카이사를 못본 체 한 코델리아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다 말했다.

“그, 붉은바람아 있잖아.”

“응, 언니야.”

붉은바람이 천진하게 웃자 더더욱 부끄러워진 코델리아는 결국 소리내어 말하는 대신 귓속말을 택하였다.

왱알왱알 쑥덕쑥덕.

하지만 육체 능력만 놓고 보면 코델리아 이상의 짐승인 카이사는 그 속삼임을 들었기에 얼굴을 붉히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고, 붉은바람은 까르르 웃었다.

“언니 야해.”

“그, 그치만.”

물어볼 사람이 너밖에 없단 말이야.

그거.

언젠가는 유더와 함께 하게 될 그거.

아델리아 언니와 달리아는 당연히 패스.

마이아도 난감하니 패스.

그럼 남는 건 카이사 정도였는데-

“카이사는 해본 적도 없으면서 취향만 이상해.”

“야! 야야! 누가 해본 적이 없어! 어? 누가 그래?”

“그럼 해봤어?”

코델리아가 뚱한 얼굴로 묻자 카이사는 알아서 쭈그러드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취향 안 이상한데··· 포박은 좋은 건데······.”

카이사의 작은 중얼거림은 가볍게 무시한 코델리아는 이 상황이 그저 웃긴 지 실실 쪼개는 붉은바람에게 다시 물었다.

“그냥, 그··· 그냥 어, 응. 그냥. 이야기 조금만 해주면 좋구?”

경험담이라든가.

어찌되었든 일행 중에 유일한 기혼자였으니까.

“알았다. 이야기해주겠다.”

하지만 막상 말하려니 부끄럽기는 붉은바람도 마찬가지였던 터라 입술을 달싹이며 뜸을 들였고, 코델리아와 카이사는 안달이 난 얼굴로 마른침들을 꿀꺽꿀꺽 삼켜댔다.

“그러니까······.”

붉은바람의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코델리아와 카이사는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였다.

&

“지, 짐승.”

“음?”

모닥불을 살피던 태양노래는 갑작스러운, 그리고 평소와 꽤 달라진 여성진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했다.

“으으으, 맙소사.”

“완전 짐승이다.”

“루카스는 어떠려나?”

“보나마나다. 시원찮을 거다.”

“그걸 어떻게 알아? 응?”

“그냥 보면 안다.”

붉은바람과 카이사가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코델리아는 유더 쪽을 보았고, 진지한 얼굴로 앉아 지도를 살피고 있는 모습에 새삼 다시 뺨을 붉혔다.

꿀꺽.

붉은바람의 이야기.

붉은바람이 묘사한 갖가지 것들.

“멜리사, 멜리사.”

[오, 드디어 말을 걸어주셨어.]

하도 오랜만이라 슬쩍 비꼰 멜리사였지만 코델리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얼굴이 빨개진 채로 문 라이트를 꼭 움켜쥔 코델리아는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 유더면 태양노래보다 뭐든 더 낫겠지?”

[근거 없는 믿음이군요.]

“왜애애. 유더잖아.”

[그럼 초음파 마법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투시 마법이라든가.]

“응?”

멜리사의 제안에 코델리아는 다시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투시 마법은 너무 부끄러웠으니 초음파 마법으로 살짝.

몸의 형태라든가, 이것저것 크기라든가.

“거, 거짓말.”

초음파 마법을 사용한 직후. 흠칫한 유더가 이쪽을 돌아보자 얼른 돌아선 코델리아는 두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심호흡을 했다.

콩닥콩닥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 탓이었다.

초음파 마법의 결과에 붉은바람의 이야기를 더해보면······.

저도 모르게 문라이트를 돌아본 코델리아는 그대로 쪼그려 앉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폭주하기 시작한 망상을 어찌하지 못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붉은바람과 태양노래는 일행을 나와 야생의 땅의 중심에 자리한 대도시- 황금의 용왕의 땅으로 향했다.

여차하면 야생의 땅의 전력을 이끌고 제국으로 진입하여 일행을 돕기 위함이었다.

“조심해 언니!”

“으응! 조심할게! 꼭!”

카이사에게는 살짝 다르게 들리는 인사를 주고받은 일행은 그대로 야생의 땅을 가로질러 제국으로 향했다.

그리도 다시 며칠 뒤.

‘벨렌시아.’

[예, 후대.]

‘며칠 전부터 절 보는 코델리아랑 카이사 시선이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그런 거 같네요. 그보다 후대, 제가 이야기한 것들은 생각 좀 해보았나요?]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했던 것.

코델리아와 카이사가 붉은바람과 더불어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유더는 벨렌시아와 제법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벨렌시아가 던진 화두는 싸움의 목적. 싸우는 이유.

사실 답변 자체는 바로 나왔다.

세계가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하지만 벨렌시아는 그 정도 답에 만족하지 않았다. 조금 더 생각해 보라고 했다. 제국에 들어가고 나면 진득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을 거라며 말이다.

[천천히 돌이켜 봐요. 후대에게 싸움이란 무엇인지. 무엇이 후대의 목적과 바람인지.]

벨렌시아는 유더의 전생에 대해서까지는 알지 못 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에는 가슴을 찌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유더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강진호이던 시절까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소년병- 정확히는 총알받이로 시작한 파란만장한 강진호의 이야기.

알렉세이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떠나보낸 사이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

가슴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5년 가까이 코델리아와 게임을 하며 잊었다 생각한- 사실은 그저 덮어놓은 것에 불과했던 과거의 기억들.

그래서 유더는 쉽게 답을 내놓지 못 했다.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는 그 당연한 사실이 무척이나 막연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서두르지 않는 게 오히려 좋아요.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스스로 납득할 답을 찾아봐요, 후대.]

벨렌시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유더는 다시 생각을 전환했다. 어느새 야생의 땅과 제국 사이의 접경지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역시 북부랑은 다르구나.’

세일룬 왕국과 잊을만 하면 박터지게 싸워댄 야생의 땅이었지만 의외로 제국과는 이렇다 할 전쟁을 벌인 일이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는데, 야생의 땅과 인접한 제국의 땅은 야생의 땅의 야만족들이 보기에도 썩 탐이 나지 않는다는 불모지였기 때문이다.

‘길이 험하기도 하고.’

애당초 체력이 좋은 드워프인데다가 악운에 강한 카플란이니 용케 야생의 땅까지 들어왔지 평범한 인간들은 십중팔구 비명횡사할 정도로 험악한 곳이 바로 제국와 야생의 땅의 접경지였다.

물론 각종 마법과 아이템들로 떡칠을 한 유더 일행에게는 무난함 그 자체인 지대였지만 말이다.

“일단 육로로 제국에 들어간 다음에는 아사인 고개를 넘어 제국 아카데미 쪽으로 향할 거야.”

“응? 어, 응. 응응응.”

등 뒤에서 들려온 코델리아의 대답에 유더는 새삼 다시 미간을 좁혔다.

며칠 전부터 정말로 수상한 코델리아였기 때문이다.

‘수상해.’

은근히 유더 자신을 피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눈도 잘 안 마주치고 평소보다 얼굴도 더 자주 붉히고.

‘붉은바람 때문일 것 같기는 한데.’

대체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저런 것일까.

뭔가 망상 스위치가 켜진 것 같기는 한데 말이다.

어찌되었든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쉽게 제국으로 진입한 일행은 팬텀 스티드들을 돌려보낸 뒤 두 발로 걸어 고갯길에 접어들었다.

“여기가 제국이라니, 실감이 잘 안납니다.”

루카스가 싱숭생숭하다는 얼굴로 말하자 카이사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만 뭐, 사람 사는 게 원래 거기서 거기니까? 그나저나 여기 길 참 산적 나오기 좋게 생겼다. 산적은 한 번도 못 만나봤는데 나와 주지 않으려나?”

카이사가 속 편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을 때였다.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고갯길 위쪽에서 작은 소녀 하나가 엉엉 울며 도망치듯 달리고 있었다.

제법 좋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구르기라도 했는지 곳곳이 더러운데다 찢어져 있었다.

“레이디! 이쪽입니다!”

루카스가 본능적으로 외치자 소녀는 이쪽을 돌아보았고, 겨우 살았다는 듯 헐레벌떡 달려왔다.

“도,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가까이서 보니 무척이나 예쁘게 생긴 소녀였다.

고양이 수인족 특유의 커다란 귀가 검은 머리칼 사이로 쫑긋 솟아 있었고, 엉덩이 쪽에는 빨간 리본이 묶인 기다란 꼬리까지 달려 있었다.

“일행이, 일행이 산적들에게. 저만 겨우 도망··· 흐윽. 구해, 주세요. 일행 흑. 언니.”

소녀가 엉엉 울며 겨우겨우 이야기를 잇자 루카스가 단숨에 노기를 표출하며 고갯길 위쪽을 돌아보았고, 카이사 역시 화가 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저희가 구해드리겠습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저기, 저쪽. 제가 안내. 흑.”

소녀가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도 안내를 자처하자 루카스는 크게 감동했다. 카이사 역시 무척이나 기특하다는 눈으로 소녀를 보았고 말이다.

그리고 두 사람.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돌아본 뒤 눈빛으로 말했다.

‘와, 연기 쩔어.’

‘역시 키라라.’

시기상 이 근처에서 볼 가능성이 높긴 했지만 워낙 나비효과가 많이 작용한 터라 설마 했는데 이렇게 등장할 줄이야.

그것도 딱 키라라답게.

‘저거 함정이겠지?’

‘가면 산적들이 매복해 있겠지.’

‘가는 길에 우리 무기에도 슬쩍 손을 대고?’

‘저주 마법도 걸겠지. 아, 루카스한테 방금 독침 찌르려다가 말았다.’

키라라가 대장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미끼 역할을 하는 걸 보면 산왕 휘하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려나.

“유더 공자! 서두릅시다!”

“가자구!”

순진한 루카스와 카이사가 그리 외치자 고양이 수인족 소녀- 키라라는 눈물이 가득한 파란 눈으로 유더와 코델리아를 보았다.

도와주실거죠?

네?

영웅전기2에서도 심심하면 배신을 때리는 배신의 귀재 키라라.

때문에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보며 씩 웃더니 게임에서 늘 하고 싶었던 일을 현실에서 행해보았다.

“키라라! 잘했어! 산왕에게 잠입한다더니 잘 해냈구나!”

“역시 키라라야! 미리 준비해둔 함정에 산적들이 매복하게 한 거지? 작전대로네!”

유더와 코델리아가 각기 소리치자 루카스와 카이사는 눈을 껌벅였고, 키라라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에?

아니, 지금 뭐라고?

“이야! 역시 키라라!”

“잠복하느라 수고했어!”

유더와 코델리아가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재차 소리치자 루카스가 당황해서 물었다.

“어, 그··· 아는 사이···인가요?”

“물론입니다. 산왕을 잡으려고 잠복해 있던 우리 쪽 요원입니다.”

“예?”

우리 쪽 요원?

뜬금없는 이야기에 당황한 것은 루카스만이 아니었다.

키라라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등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미끼 역할을 잘 하나 감시하고 있는 산왕의 부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 저기. 지금 뭔가 오해를······.”

누가 너희 요원이라는 거야!

거기다 내 본명은 어떻게 아는데?!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매직 미사일!”

수색 마법으로 주변을 스캔한 코델리아가 수풀을 향해 매직 미사일 두 발을 동시에 발사했다.

“허억?!”

“칫!”

저만치 수풀에 숨어 있던 사내 둘이 급히 마법을 피해 모습을 드러냈다.

둘 다 개 수인이었는데, 허리에 찬 언월도를 보니 역시 산왕의 부하들인 모양이었다.

“키라라! 배신했구나!”

개 수인이 노성을 토하자 기겁한 키라라는 급히 두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아, 아니에요! 아직 배신 안 했어요!”

“아직?”

“히에에!”

언젠가는 산왕 쪽을 배신할 생각이긴 했으니까.

배신의 귀재이면서도 마무리가 야물지 못 한 것이 역시 키라라다웠다.

“아무튼 조져!”

이러나저러나 산적은 산적이었으니까.

카이사는 순간 성난 범처럼 뛰어오르더니 가까이에 있던 개 수인에게 쇠사슬을 던졌다.

“크억!?”

쇠사슬이 마치 살아있는 뱀이라도 된 것처럼 순식간에 개 수인의 몸을 옥죄자 카이사는 다시 괴력을 발해 쇠사슬을 휘둘렀다. 개 수인을 바닥에 패대기쳐 묵사발을 만든 직후 나머지 한 놈- 어느새 몸을 돌리고 도망치는 놈을 치려하였다.

“잠깐! 스톱!”

하지만 바로 그때 코델리아가 크게 외쳐 카이사를 제지했다.

“왜!”

[계획이 있어!]

일단 메시지 마법으로 답한 코델리아는 다시 키라라를 돌아보았고, 키라라는 안절부절 못하며 소리쳤다.

“왜 안 잡아요! 다 잡아야지!”

큰소리 칠 상황이 아니었지만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키라라에게 코델리아는 어림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은 뒤 메시지 마법을 사용했다.

[에이, 다 잡으면 안 되지. 그래야 도망가서 키라라가 배신했다고 산왕한테 이를 거 아냐.]

“히에에?!”

악마에요?!

“어쨌든 잡았다.”

키라라 겟.

떠드는 와중에도 도망칠 각을 재고 있던 키라라의 목 뒤를 꽉 붙잡은 유더가 씩 웃으며 말했다.

“운이 좋군.”

“그러게”

루카스와 카이사가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을 짓는 가운데 유더와 코델리아는 망연자실한 키라라를 보았고, 다시 서로를 보며 까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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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쏘님이 그려주신 코델리아 팬아트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ㅁ;b

< 제101장 - 밀입국 (코델리아 일러스트 포함)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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