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1장 - 밀입국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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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라.
보통 붉은바람이나 태양노래처럼 직관적인 단어들의 조합으로 이름을 짓는 야생의 땅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이질적인 이름을 가진 소녀.
이는 그녀의 태생이 수인족인 것에 있었다.
야생의 땅에 거하는 이들 가운데 순수한 인간의 후손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엘프나 드워프, 오크와의 혼혈들이었는데 개중에는 제국 서부의 수인들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들도 극소수지만 존재했다.
제국 서부에 수인들이 꽤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수인과의 혼혈이 오히려 소수파인 이유는 야생의 땅의 야만족들의 기원이 지옥의 대군주들의 침공을 피해 북부로 피신한 고대 종족들과 애당초 야생의 땅에 넓게 자리 잡고 있던 엘프들의 마도왕국 마젤란이었기 때문이다.
수인 혼혈들의 경우엔 이미 저들 고대 종족들의 후예들이 야생의 땅에 자리 잡은 이후 제국 쪽을 통해 유입된 이들로 인해 생겨난 이들이었으니, 소수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제국을 떠나 굳이 야생의 땅으로 이주한 수인들은 대부분 범죄자들이었다.
덕분에 수인들은 야생의 땅 내에서도 따돌림을 받는 편이었는데, 키라라는 그런 수인들 사이에서도 따돌림을 받는 처지였다.
고아- 그것도 부모 양쪽 모두가 도둑질을 하다 죽은 집안의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눈칫밥을 무던히도 먹고 자라긴 했겠지.’
실제로 다른 루트들로 플레이 할 경우 얄밉기 그지없는 키라라였지만 막상 키라라 루트로 플레이하면 안구에 습기가 차는 걸로 유명한 게 또 키라라였다.
‘물론 그것도 잠깐 뿐이고 다른 루트로 하면 다시 빡칠 뿐이지만.’
그야말로 배신을 밥 먹듯이 하였으니까.
그것도 뭔가 감동적인, 정말 친구가 되었다거나, 제대로 된 주종관계를 맺은 것 같은 이벤트 직후에 바로 통수를 치고 도망치니 충격이 더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웅전기2 공식 악인인 케인즈와 달리 진짜 결정적인 순간에 통수 치고 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한 이벤트에서 저 혼자 살겠다고 슬쩍 튀거나, 값비싼 보물을 들고 튀는 이벤트가 대부분이었다.
‘애당초 본인 시나리오의 시작부터가 야반도주니 말 다했지 뭐.’
평소에도 키라라를 마구 학대하며 노예처럼 부리던 촌장의 집을 털어서 도망치는 것이 키라라 루트의 첫 번째 대형 이벤트였다.
‘그 이후에는 제국으로 건너가서 좀도둑질과 배신을 반복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던 와중에 세상이 혼란에 빠지지.’
여기까지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키라라는 애당초 메인 시나리오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인물이었다.
고향을 수복하기 위해 싸우는 붉은바람과 카이사, 악마 추종자들에 의해 모든 것을 잃고 복수귀가 된 유더와 루카스, 황실을 지키며 다시 평화를 되찾고자 싸우는 막시밀리언과 레온 등등 대부분 대의를 가지고 싸워나가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들 사이에서 오직 생존 하나만을 목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히에에······.”
유더에게 목을 붙잡힌 키라라가 귀와 꼬리를 축 늘어트린 채 우는 소리를 내자 그 모습이 참으로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보호 본능을 마구 샘솟게 한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유더와 코델리아는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아픈 척 하기, 불쌍한 척 하기를 아예 스킬로까지 가지고 있는 게 키라라였으니 말이다.
“유더 공자, 어떻게 된 거죠?”
산왕을 잡기 위해 투입해둔 요원이라니 무슨 말일까.
애당초 산왕은 또 누구고?
“산적들의 왕 같은 거야? 그래서 산왕이고? 흠, 뭔가 그럴싸한데?”
자문자답한 카이사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내자 코델리아가 말했다.
“산왕은 산적왕이 맞아. 제국 극서부 지역에서 깽판치고 다니는 호랑이 수인인데, 제법 강력한 녀석이야.”
세일룬 왕국으로 치면 대충 블랙 핸드 용병단을 이끌던 가모르 칸이랑 비슷한 위치의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왜? 성십자 수호단과 관련된 일인가요?”
루카스의 물음에 이번에도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산왕과 악마 추종자들이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제국의 상황을 정탐하기 위해 파견된 요원입니다. 정확히는 현지에서 고용한 쪽에 가깝겠지만요.”
유더가 진지하게 말하자 루카스와 카이사는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아예 고개를 끄덕이며 ‘과연, 그렇게 된 거군요.’ 같은 말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키라라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머라고요?’
누가 누구한테 고용되었다고요?
혹시 제가 자는 사이에 제2의 인격이 깨어나 비밀리에 계약이라도 한 건가요?
이래저래 할 말이 많았지만 목을 붙잡고 있는 유더의 손이 너무 무서워 아무 말도 못 하는 키라라였다.
“그런데 아까는 왜 그런 거야? 잠입시켰다면서 너무 대놓고 정체를 드러나게 한 거 아냐?”
실제로 산왕의 부하들이란 놈들이 모두 다 보았으니까.
카이사의 물음에 유더는 키라라를 슥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이쪽을 배신했다는 의혹이 있어서요.”
유더의 말에 키라라는 흠칫했다.
배신은커녕 애당초 연을 맺은 적 자체가 없었지만, 워낙 통수를 치고 다니다 보니 ‘배신’이란 단어에 저도 모르게 반응한 것이었다.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며 움찔 떠는 모습에 카이사가 턱을 만지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 뭐더라··· 맞아, 이중첩자. 이중첩자 그 비슷한 게 되어버렸다는 거야?”
“예, 바로 그렇습니다.”
산왕 쪽에 잠입시켰는데 오히려 산왕 쪽의 개가 되어 이쪽을 염탐한다.
키라라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누명이었지만 유더의 말이라면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말도 일단 고려는 해볼 일행이었다.
루카스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과연. 그렇다면 방금 대화로 배신의 퇴로를 막아버린 셈이군요.”
“오, 그러네. 우리 루카스 똑똑한데?”
카이사가 어깨를 안으며 칭찬하자 루카스는 쑥맥답게 얼굴을 붉히며 흠흠 거렸다.
“부끄러워하는 거 봐.”
다시 킥킥 웃은 카이사는 루카스를 조금 더 세게 끌어안더니 내친 김에 뺨에 쪽하고 키스까지 한 뒤에야 루카스를 놓아주었다.
나이 차도 세 살이나 나서 그런지 루카스를 많이 귀여워하는 카이사였다.
“아무튼 배신자라 이거지?”
카이사의 눈초리가 무척이나 사나웠다.
실질적인 배신을 아직 경험해본 적이 없는 루카스와 달리 가문 간의 항쟁이 치열한 남부에서 자란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숱한 배신자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아닌데요, 배신자 아닌데요. 아직 아무도 배신 안 했거든요?!’
언젠가는 배신할 생각이었지만 아직은 안 했다구요!
키라라가 어깨를 움츠리며 오들오들 떨자 그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뭔가 더 괴롭히고 싶다고 해야 할까?
‘아니지, 이게 아니지.’
휘휘 고개를 내저어 정신을 차린 유더는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애당초 유더가 조금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키라라를 붙잡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산왕 밑에서는 키라라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키라라하기 나름이었지만 목에 본인도 모르는 폭발 마법을 달고 다니는 걸로 보아 이미 사망 플래그 쪽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제국 쪽의 나비효과 때문인가?’
원작에서는 어지간하지 않으면 이 시점에 이런 취급까지 받지는 않았는데.
유더가 하필 키라라의 목을, 그것도 지금처럼 세게 붙잡은 것은 감시하던 자들이 혹시라도 마법을 발동시켜 키라라를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흑룡의 기를 통한 마력의 차단.’
새삼스럽지만 유더 자신이 강해지긴 한 모양이었다.
“흠흠.”
살짝 헛기침을 토한 유더는 다시 키라라의 머리를 내려다보았다.
키라라를 구한 이유 두 번째.
키라라는 유능했다.
작고 사랑스러워서 누구에게나 쉽게 빌붙을 수 있는 능력이나 사람 홀리기 딱 좋은 연기력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생각해?’
‘응, 개화한 거 같아.’
코델리아의 눈빛에 유더는 작게나마 씩하고 미소를 지었다.
영웅전기2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11인 가운데 오직 키라라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
키라라에게는 몬스터 테이머의 자질이 있었다.
어린 시절 촌장의 명령으로 산에 나물 캐러 갔다가 맹수를 만나 죽을 뻔한 키라라는 어느 이름 모를 남자에게 구해졌는데,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몬스터 테이머로서의 재능에 눈을 뜨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본인 스스로도 그런 재능이 있는 줄을 몰라서 동물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정도로만 자기 재능을 쓰고 있었지만, 키우기에 따라 다른 플레이어블 캐릭터들과는 다른 의미로 일인군단을 꾸릴 수 있는 것이 키라라였다.
‘키라라도 자기가 테이밍한 몬스터들만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았으니까.’
이런 걸 보면 또 근본부터 악한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괜히 혼돈 선이 아니었으니까.
어찌되었든 굳이 몬스터 군단을 만들지 않더라도 키라라는 유틸적으로 무척 유용한 인물이었다.
일단 동물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니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일에 투입이 가능했고, 몬스터 테이밍 쪽도 소위 말하는 사기 루트라는 것이 하나 준비되어 있었다.
‘고스트 계열의 테이밍.’
몬스터 테이머들의 최대 약점은 몬스터들을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었는데, 크고 강한 몬스터들의 경우에는 데리고 다니는 일부터가 난감하기 마련이었다.
어떤 도시고 몬스터들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고스트 계열은 달랐다.
모습을 숨기기에도 좋았고, 다수를 한 번에 데리고 다녀도 식비나 주거 문제 같은 것이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키라라가 귀신을 죽도록 무서워한다는 거지만.’
그래서 숨겨진 사기 루트인 것이었고.
‘뭐, 귀신 무서워하는 거야 이쪽에서 어르고 달래면 어떻게든 되겠지.’
문제는 오히려 배신.
키라라의 배신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산왕처럼 목에 폭탄을 박아 넣은 다음에 협박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건 유더의 취향이 아니었다.
아니, 취향 이상의 문제였다.
유더는 실제로 폭탄 목걸이를 걸어본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음, 역시 이럴 때 방법은 하나뿐이지.’
이미 코델리아와도 짧게나마 의논을 해둔 방법.
“루카스 공자, 그리고 카이사. 잠시만 저희끼리 이야기를 하고 오겠습니다.”
유더가 그리 말하자 코델리아 역시 슬쩍 유더의 곁에 붙었다.
“알겠습니다.”
“뭐, 성십자 수호단 사이의 일일테니까.”
루카스와 카이사가 순순히 납득하자 유더는 코델리아와 함께 키라라를 붙잡고 수풀 너머로 이동했다.
“흐윽, 흑.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으슥한 곳에 들어오자 겁이 났는지 키라라가 바로 울며불며 빌기 시작했다.
목에서 손을 놓으면 당장이라도 엎드려서 발이라도 핥을 기세였다.
정이 많은 코델리아는 키라라가 배신의 귀재, 영웅전기2의 여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애처로운 얼굴이 되었지만 유더는 달랐다.
키라라의 가느다란 목을 쥔 채로 몸만 살살 돌리게 해 목 뒤가 아닌 목 앞을 붙잡은 채로 키라라와 얼굴을 가까이했다.
“흐윽. 흑.”
잘못했어요. 무조건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시면 뭐든지 다 할게요.
눈물이 고인 파란 눈동자에 애원의 감정이 가득했다.
유더는 그런 키라라의 눈앞에서 공간확장 주머니를 열며 말했다.
“키라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보수를 줄 테니 이제부터는 우리 밑에서 일해.”
“······네?
“널 고용하겠다는 이야기야.”
유더의 말에 키라라는 훌쩍이던 눈물을 멈추고 눈을 깜박였다.
“절 고용하신다고요?”
“그래, 이제부터 우리 밑에서 일 해줬으면 해.”
유더의 말에 키라라는 바로 감동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 도움이 필요한 거구나!’
그렇다면 당연히 고용되어야지.
적당히 벌다가 쓱하고 튀면 되니까.
배신할 생각부터 한 키라라가 목이 붙잡힌 채로나마 고개를 끄덕이려 할 때였다.
“이건 일단 계약금이야.”
그리 말하며 유더가 공간확장 주머니 안에서 돈 주머니 하나를 불쑥 꺼내들었다.
제법 빵빵한 주머니.
저 안에 동화라도 잔뜩 들었으려나?
설마 은화는 아니겠지?
은화면 좋겠는데.
키라라가 슬슬 눈치를 보자 유더는 계획대로라는 듯 까맣게 웃으며 주머니를 벌렸다.
“허억.”
그 순간 키라라는 너무 놀라 숨을 멈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안에 무려 금화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지, 진짜루요?”
“그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다하게 해주세요!”
아싸! 저거 들고 바로 튀어야지!
키라라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여기 주머니 하나 더.”
유더가 주머니를 하나 더 꺼냈다.
이번에도 금화 주머니였다.
“호에에.”
완전 좋아! 인생 종치는 줄 알았는데 대박치는 날이었네!
저거 들고 튀면 아주 그냥~
“그리고 한 주머니 더.”
“히에에?!”
자, 잠깐만요.
금화 주머니가 세 개라고요?
세 개나 준다고요?
배, 배신, 배신해야 하는데.
저거 들고 튀, 튀어야 하는데.
“그리고 하나 더.”
“허윽, 흑.”
정신적인 충격에 그로기 상태가 된 키라라는 비틀거렸다.
그리고 유더는 그런 키라라의 커다란 귀에 작은 속삭임을 더하는 것으로 최후의 한 방을 날렸다.
“다음 달에 또 줄게.”
“흐아앙.”
키라라는 완전히 녹아내렸다.
머릿속에서 배신이라는 두 글자를 지워버렸다.
“저는 이제부터 주인님 거랍니다. 주인님 마음대로 하셔도 좋아요. 열과 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키라라의 두 눈에 충성의 빛이 빛났다.
배신.
그래, 배신.
짧은 삶을 잇게 해준 유일한 삶의 수단.
키라라 자신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돈으로 제 신념을 꺾으려는 건가요?!
그럴 수 없어요! 배신은 제 삶의 신조인 걸요! 절 어떻게 보고 하시는 말씀인가요!
-라고 거절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돈이었다.
“키라라는 주인님의 충실한 종이랍니다!”
제 눈을 보세요. 충의라는 두 글자가 보이지 않나요?
소위 말하는 개냥이 모드가 되어 꼬리를 살랑이는 키라라의 모습에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돌아보았고, 세상의 진리 하나를 새삼 다시 깨달았다.
돈으로 무언가를 하려 했을 때 잘 되지 않는다면, 그 돈이 부족한 건 아니었는지를 생각해라.
돈이라면 철철 넘치는 유더와 코델리아였으니까.
더욱이 키라라를 그렇게까지 장기 고용할 일도 없을 터였고 말이다.
[그리고 준 만큼 뽑아내야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었으니까.
유더가 속이 까만 미소를 짓자 코델리아는 활짝 웃으며 좋아했다.
[역시 우리 유더. 생활력 좋은 남자 너무 좋아!]
어찌되었든 그렇게 유더도, 코델리아도, 키라라도 모두 만족한 협상이 끝나자 키라라는 무척이나 순종적인 얼굴로 말했다.
“그럼 주인님, 이제부터 산왕을 잡으러 가는 건가요?”
이야기의 맥락상 그럴 거 같은데.
더욱이 유더와 코델리아에게서는 진한 강자의 냄새가 났다.
키라라가 이날 이때까지 배신을 하며 잘 살아온 것은 강자의 냄새를 무척이나 잘 맡았기 때문인데, 두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는 산왕 이상이었다.
‘그러니까 잡아줘요. 산왕 무섭단 말이에요.’
새로운 주인님들 덕분에 산왕에게 배신자로 찍힌 상황이었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산왕을 제거해서 후환을 없애고 싶은 키라라였다.
하지만 유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럴 때가 아니니까.”
제국이 국경을 봉쇄한지 벌써 일주일 가까운 시간이 흐른 마당이었다.
느긋하게 산적이나 때려잡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서 빨리 카플란과 합류해 다음 일- 그러니까 제국의 정황을 파악하는 일에 착수해야만 했다.
“그, 그럼 산왕은요? 방금 일로 싸울 준비 잔뜩 하고 있을 텐데.”
“그러니까 오히려 편하지. 성십자 수호단의 이름도 들었으니 본진에서 수비태세 갖추고 있지 않을까?”
“맞아, 맞아. 그러니까 지금이 바로 그냥 지나갈 기회야.”
근묵자흑이라 했던가.
이미 유더에게 물든 코델리아는 자연스럽게 산왕을 엿 먹일 이야기를 한 뒤에 키라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아무튼 반가워. 난 코델리아 어거스트 체이스야. 그냥 코델리아 언니라고 불러도 돼.”
키라라는 이제 겨우 열다섯 살이었으니까.
“자, 잘 부탁드려요.”
키라라는 주저하다가 코델리아의 손을 붙잡았고, 코델리아는 까르르 웃더니 아예 그런 키라라를 꼭 끌어안았다.
‘훈훈하구나.’
역시 코델리아. 그대로 키라라를 감화시켜주렴.
씩 웃은 유더는 다시 북동쪽을 돌아보았다.
운이 좋게 한 건 했지만 아직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잔뜩이었으니까.
‘일단은 제국 아카데미로.’
레온과 막시밀리언이 머물고 있을 황도를 향해.
유더와 코델리아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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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1장 - 밀입국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