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3장 - 제도 >
제103장 - 제도
사라는 투구 속에서 멍한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레온이··· 졌어?!’
레온이 누구던가.
전국에서 가려 뽑은 인재들로 구성된 로열나이트 중에서도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히는 천재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레온이 졌다.
비록 목숨을 건 실전이 아니었지만, 그저 대련에 불과했지만 완벽히 패하고 말았다.
물론 레온이 천재라하여 무적인 것은 아니었다.
로열나이트의 단장이자 제국의 자랑인 절대기사 갤러헤드까지 갈 필요도 없이, 부단장을 비롯한 고참 기사들에게는 아직 다소 밀리는 감인 있는 레온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레온보다 나이도 많고 경험 역시 풍부했다.
로열나이트 내에서도 손에 꼽는 베테랑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레온이 패한다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레온의 패배는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레온이, 천하의 레온이 왕국의 기사에게 패했다. 그것도 무려 여섯 살이나 더 어린 청년- 아니, 소년에게 말이다!
“져, 졌습니다.”
검을 놓친 채 지면에 주저앉은 레온이 거친 숨을 토하며 말했다.
레온 본인부터가 작금의 상황에 무척이나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인지 얼굴에는 노여움이나 분통함보다는 당혹감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그런 레온의 정면.
검을 겨눈 채 긴장을 늦추지 않던 소년은 레온의 졌다는 말에 숨을 길게 토했다. 천천히 검을 회수한 뒤 약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승부였습니다.”
소년.
루카스 흐레스벨그.
얼마 전 생일이 지나 열일곱 살이 된 그의 말에 레온은 이를 악물었다.
새삼 자신이 패했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온 탓이었다.
‘자만했구나.’
막시밀리언 외에는 또래에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과연 눈앞의 소년을- 루카스 흐레스벨그를 또래라 볼 수 있을까? 자신보다 무려 여섯 살이나 어린 저 소년을?
“크윽.”
레온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대련으로 인해 입은 부상 따위 조금도 없었지만, 정신적으로 난도질을 당한 기분이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상대에게 패했다.
더욱이 상대는 제국이 아닌 왕국의 기사이지 않은가.
황실을 수호하는 로열나이트의 몸으로 왕국의- 그것도 아직 제대로 된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은 기사에게 패하다니.
물론 변명거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루카스 흐레스벨그는 소드마스터- 아니, 왕국의 십검호 가운데 하나인 흐레스벨그 백작의 외아들로서 그 검기를 이어받았으니 말이다.
“큭.”
아니었다. 그런 것은 변명이 되지 않았다. 레온 자신도 소드마스터의 핏줄인 것은 아니었지만 소드마스터인 절대기사 갤러헤드 경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았던가.
‘추해지지 말자, 레온.’
졌다.
진 건 진 것이다.
그러니 인정하자.
더욱이 이들은 앞으로 황족 분들을 구하기 위한 구출 작전에 함께 나설 이들이 아니었던가.
자신보다 강하면 강할수록 오히려 좋은 상황이었다.
“후으으.”
애써 마음을 다스려 보았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때문에 레온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부끄러움과 분함으로 인해 빨개진 얼굴색과 거친 호흡, 마음을 다스리지 못 했기에 절로 어지러워진 시선까지.
처음보는 레온의 모습에 사라의 당황은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그런 제국의 기사 둘을 마주한 루카스는 표정관리에 전력을 다하였다.
‘웃으면 안 돼, 웃으면 안 돼.’
예의가 아니야.
멋도 없어.
빌트바인은 대련에서 이겼다고 방방뛰며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입꼬리가 자꾸 살살 올라가려 했다.
애써 근엄한 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미소를 참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이겼다.’
이겼어.
이겼다고.
내가 제국의 기사를, 황실의 친위대를, 저 제일검이 극찬한 제국의 천재를 이겼다고!
주먹을 불끈 쥔 루카스는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는 것을 막기 위해 두 다리에 잔뜩 힘을 주었다. 덕분에 아주 살짝이지만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강해.’
아니, 나도 강해.
한때는 북부 최고의 유망주로 불리던 자신이었다.
실제로 북부의 또래 중에서는 루카스 자신보다 강한 자를- 아니, 비슷한 수준에 이른 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유더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호적수.’
이제는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말이었다.
유더가 너무 강해졌으니까.
어쩌면 이제는 아버지보다 더 강할지 모를 유더였으니까.
솔직히 힘들었다.
너무너무 힘들었다.
호적수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그런 말을 했던 자신을 떠올릴 때마다 침대 위에서 팡팡 이불을 차게 된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것.
너무나 자연스럽기에 억누르기 어려운 것.
유더가 부러웠다.
유더에게 추한 질투심을 갖지 않고자 얼마나 노력했단 말인가.
더욱이 유더는 그냥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동경해마지 않는 란디우스 님의 제자였다.
루카스 자신이 아무리 간청해도 제자로는 받아주지 않으셨던 란디우스 님이 유더는 보자마자 제자로 삼겠다고 나서셨다.
어디 그뿐이던가.
유더에게는 코델리아가 있었다.
예쁘고 착하고 능력까지 좋은 약혼녀가!
‘요즘엔 시도 때도 없이 쪽쪽거리고······.’
루카스도 사람이었다.
그것도 이제 열일곱 살인, 한창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폭주할 시기의 청소년이었다.
그런데 그런 청소년 앞에서 시도 때도 없이 쪽쪽거리다니!
지들 딴에는 숨어서 한다고 하는 거겠지만, 솔직히 너무 잘 보였다.
‘나도, 나도 하고 싶다고!’
나도 예쁜 약혼녀랑!
막 이것도하고 저것도 하고! 어!
‘아, 아니. 진정하자. 진정하자 루카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니, 물론 그렇고 그런 것 역시 무척 중요하기는 했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흠흠.”
헛기침을 토한 루카스는 다시 레온을 보았다.
레온은 노여움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닌 루카스 자신이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호승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루카스를 다시 한 번 기쁘게 하였다.
제국의 천재가 루카스 자신을 보며 분해하고 있다.
호승심을 느끼고 있다.
‘크으······.’
도대체 얼마 만에 이런 감정을 느껴보는 것일까.
마치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이 기분.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나 달콤했구나. 이렇게나 좋은 것이었구나.
나는 강해.
나도 강해.
나도 나름 천재야.
나도 늘 열심히 해왔다고.
“후우.”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루카스는 이러나저러나 선하고 순한 성품을 타고난 인물이었다.
타인의 패배에 기뻐하는 대신 감사하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유더 공자.’
이렇게나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은 루카스 자신이 열심히 노력한 것도 있었지만 역시 유더의 도움이 컸다.
유더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열심히 했을까?
북부 최고의 유망주라는 허명에 취해 수련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을까?
더욱이 최근에 겪은 기연.
유더 덕분에 상대할 수 있었던 데몬프린스.
그 전투 이후 몰라보게 강해진 루카스 자신이었다.
그 날의 일이 없었다면 지금 승리한 것은 루카스 자신이 아니라 눈앞의 레온이었을 터였다.
‘그래, 그러니 겸손해지자.’
마음을 다잡은 루카스는 레온에게 괜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대신 그저 예를 표한 뒤 돌아섰다.
그리고 그런 루카스의 눈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카이사와 코델리아가 보였다.
‘으유, 우리 루카스. 좋았어요? 응? 신났어요?’
‘루카스 멋져, 착해, 장해, 최고야.’
표정들이 워낙 생생해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흠흠.”
루카스는 다시 헛기침을 토했지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으유.”
카이사는 다시 낄낄낄 웃더니 손을 쭉 뻗어 자기보다 10cm는 더 클 루카스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목을 끌어안더니 뺨에 키스까지 퍼부어댔다.
“잘했어, 역시 우리 루카스. 누나가 많이 칭찬해.”
카이사가 아무렇지 않게 스킨십을 해대자 루카스는 쑥맥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그리고 그런 루카스의 모습에 더 신이 난 카이사는 놀리듯 루카스에게 몸을 좀 더 밀착시켰다.
“으으음.”
루카스가 그렇게 신음하며 허리를 살짝 숙일 때였다.
흐뭇한 눈으로 루카스와 카이사의 커플링을 상상하고 있던 코델리아는 문득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150cm도 되지 않는, 작고 귀여운 키라라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감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놀랐어?”
코델리아가 말을 걸자 흠칫 놀란 키라라는 이내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놀랐어요.”
루카스 공자가 이렇게 강할 거라고는 진짜 상상도 못 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덩치도 크고 잘생겼지만 어쩐지 모르게 일행 내에서 딱히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던 그였으니까.
그냥 병풍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늘 카이사에게 놀림이나 당하고 있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레온을 이겼어!’
다른 누구도 아닌 저 레온 가드리엘을!
제국에서 활동한 지 이제 겨우 1년이 조금 넘은 키라라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알고 있는 이름이 바로 레온 가드리엘이었다.
제도의 검술 천재.
검의 명가가 낳은 다음 세대의 소드마스터!
그런데 루카스가 이겼다.
루카스는 그냥 병풍이 아니라 엄청 강한 병풍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있잖아, 키라라.”
“네, 주인님.”
“우리 유더는 루카스보다 훨씬 더 강해.”
“히에에?”
저것보다 더 강하다고요? 그것도 훨씬?
“훨씬. 진짜진짜 훨씬. 훠어어어어어얼씬.”
코델리아가 뽐내듯 말하자 키라라는 다시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아양과 아부 떨기가 몸에 밴 만큼 애당초 리액션이 좋은 키라라였지만, 지금은 정말로 감탄했기 때문이다.
“있잖아, 우리 유더는 말이야. 드래곤도 잡았다? 그것도 에인션트 드래곤을. 막 몸길이가 150미터는 되는 괴수를.”
“히에에?!”
그러고 보니 왕국 남부에서 드래곤을 잡았네 마네하는 풍문을 들었던 것도 같았다.
그런데 그 드래곤을 잡은 게 주인님 남편- 아니, 유더였단 말인가?
“흥흥, 우리 유더 대단하지?”
“대단해요. 정말정말 대단해요.”
“맞아, 우리 유더는 대단해.”
코델리아가 다시 흥흥 거리자 한창 루카스 놀리기에 빠져 있던 카이사가 다시 까르르 웃었다.
“야, 키라라.”
“네?”
“쟤도 같이 잡았어.”
카이사의 말에 키라라는 눈을 깜박였다.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카이사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코델리아 쟤도 유더랑 같이 말레키스- 아니,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 잡았다고. 둘이 같이 드래곤 슬레이어야. 정령왕의 주먹을 소환해서 막타치는 걸 내가 이 두 눈으로 봤거든.”
아까보다 훨씬 더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었지만 키라라는 이번에도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못 했다.
너무나 상상 밖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
드래곤 슬레이어?
정령왕?
이거 지금 영웅소설 이야기인가요?
키라라는 저도 모르게 코델리아를 돌아보았고,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애써 입꼬리를 억누르고 있던 코델리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의 표시.
카이사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이야기.
“와, 와와와!”
키라라는 제자리에서 폴짝 뛰며 경악했다. 어찌나 놀랐는지 꼬리가 빳빳이 설 지경이었다.
키라라는 본래 의심이 많았다.
남의 말을 들으면 일단 절반은 날리고 남은 절반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이 키라라였다.
하지만 코델리아의 말은 그대로 믿었다.
만난지 이제 겨우 며칠이었지만 코델리아의 말만큼은 100% 신뢰했다.
그렇기에 키라라는 계속해서 폴짝폴짝 뛸 수밖에 없었다.
착하고 예쁘고 부자인데다 신분까지 좋은 주인님.
그런데 사실은 엄청 강하기까지 하다?
‘시, 신이야!’
주인님은 신이야!
키라라의 두 눈에 기어코 숭배의 빛이 번지자 카이사는 코델리아에게 얼른 천사로 변신하라고 재촉하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여기서 정말 천사로 변신하면 키라라가 광신도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두 사람.
운명의 두 사람을 만나라는 지명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그 두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던 로열나이트의 젊은 기사들.
레온과 사라는 당혹 속에 눈을 깜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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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실력 테스트를 겸한 레온과 루카스의 대련이 펼쳐지고 있을 때.
홀로 저택 2층에 남은 유더는 카마엘과의 접선을 시도했지만 역시 아직은 무리인 모양이었다.
애당초 카마엘과의 접촉은 쌍방향 적이라기보다는 일방향적인- 카마엘이 유더 자신에게 찾아오는 형태로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신호를 보내는 게 한계인가.’
하지만 그나마도 계속 이동하는 처지였던 터라 카마엘과 접선하기가 쉽지 않았다.
‘성십자 수호단이 어떤 상황이냐가 관건일 것 같은데.’
제국에 자리한 성십자 수호단이 궤멸했을 가능성은 낮았다.
왕국에 있을 때 카마엘이 추측한 것처럼 연락망만 붕괴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안심할 수는 없었다.
악마 추종자들이 하나로 집결한 마당이니,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성십자 수호단을 각개격파하는 와중일 수 있었다.
‘스승님.’
란디우스와 레나.
두 사람은 카마엘과는 다른 루트로 한 발 앞서 제국으로 떠났었다.
대사교 마누엘라를 추적하기 위함이었는데, 이제 악마 추종자 집단 모두가 적이 된 마당이니 란디우스와도 따로 행동하기보다는 합류하는 쪽이 나을 것 같았다.
‘합류할 수 있을 때 이야기지만.’
정확히는 합류 시점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
“후우.”
생각을 끊음과 동시에 숨을 토한 유더는 다시 제국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레온과 사라는 황족들을 구출한 뒤 엘프들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이라 하였고, 유더가 보았을 때도 당장은 그것이 최선 같았다.
황족들과 엘프들을 연합시켜 재상부의 폭주를 막는다.
‘왕국과 제국 사이의 전쟁.’
악마 추종자들이 바라는 대륙의 대환란.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일어날 대소환제.
반대로 이야기하면 전쟁을 막아 대환란이 일어나는 것을 저지하면 대소환제를 시도하는 것조차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하면 남은 것은 7대 재앙뿐.’
이미 둘을 처리했으니 남은 것은 다섯.
만만찮은 숫자였지만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왕국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하나하나 막아낸다.
완벽한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간다.
‘일단은 황족 구출.’
악마 추종자들이라 하여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가 제국에 잠입했을 가능성 정도는 생각할 수 있겠지만, 벌써 로열나이트들과 접선해 황족 구출을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터였다.
그러니 그 틈을 찌른다.
소드마스터와 임페리얼 나이트까지 낀, 객관적으로 보면 단단하기 그지없는 호위를 깨부수고 황족들을 구출해낸다.
유더는 시선을 돌렸다.
제도가 있는 동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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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3장 - 제도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