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293화 (293/473)

< 제103장 - 제도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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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시간 자체가 부족한 일인 터라 카플란의 저택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 수는 없었다.

서로의 실력 파악을 위한 레온과 루카스의 대련이 끝나고 두어 시간 뒤 일행은 바로 짐을 꾸린 뒤 카플란의 저택을 나섰다.

“그럼 저는 따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제도 아카데미에서 뵙도록 하죠.”

카플란이 허허허 웃으며 말하자 카이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카플라의 목적지가 다른 곳이면 모를까, 똑같이 제도로 가는데 굳이 따로 가자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였다.

‘여럿이서 다니면 시선을 끌까봐 그런 건가?’

그나마 가능한 이유를 떠올려보았지만 카이사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그런 이유라면 카플란만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일행을 적어도 둘에서 셋 정도는 쪼갤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다.

이미 많은데 거기서 드워프 한 명 빠진다고 뭐 얼마나 티가 나겠는가.

루카스 역시 카이사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갸웃했지만 유더와 코델리아는 아니었다.

유더는 멋쩍게 웃었고, 코델리아는 미안한 표정이 되어 입술을 움츠렸다.

“가다가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언제 어디서 몬스터를 만날지 알 수 없던 야생의 땅이 아닌 제국이었지만, 그렇다고 카플란의 힘(?)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제도로 가는 길에 자잘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으니 따로 가는 것이 맞기는 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표정이 좋아진 것 같지? 어깨도 더 이상 움츠리지 않고.”

“응. 그런 거 같아.”

야생의 땅에서의 여러 일들이 카플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모양이었다.

유더와 코델리아는 잠시나마 그대로 서서 멀어져 가는 카플란의 등을 바라보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야생의 땅에서의 추억들을 떠올렸다.

그때도 지금처럼 카플란을 앞장세우고 그 등을 따라갔었지.

네임드 몬스터들 낚시도 하고.

세 사람이 함께했던 훈훈한 추억들.

‘음··· 훈훈까지는 아닌가.’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였으니까.

카플란을 먼저 떠나보낸 일행은 다시 제도로의 여정을 준비했다.

황실 내부에서야 사실상 쿠데타가 발생한 상황이었고, 국경 봉쇄령이 내려 어수선한 마당이었지만 그렇다고 제국 전체에 계엄령이 내린 건 또 아니었다.

때문에 아사인 고개에서 이곳 마나플까지 왔던 것처럼 그냥 마차를 타고 달리는 쪽이 최선일 것 같았다.

“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살짝 손을 보기는 할까?”

애당초 외국인인 유더 일행과 달리 로열나이트인 레온과 사라는 대놓고 다니기에 저어한 부분이 있었다.

레온의 경우엔 제국 생활을 1년 정도 밖에 하지 않은 키라라조차도 알 정도로 유명인이기도 했고 말이다.

“완전 변용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고, 살짝만 바꾸자.”

코델리아가 그렇게 말하며 문라이트를 들어 올렸을 때였다.

[저도 동의합니다. 머리색이나 피부색을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도 인상이 크게 변하기 마련이죠. 특히 사람의 경우엔 겨우 mm단위로 이목구비가 완전히 달라 보이기도 하고요.]

약간은 뜬금없는 끼어들기였지만 어쩐지 모르게 필사적인(?) 느낌이 드는 멜리사의 발언이었다.

은근히 긴 설명이기도 했고 말이다.

“어, 그래.”

적당히 답해준 코델리아는 무어라 더 말을 이으려는 것 같던 멜리사를- 정확히는 문라이트를 휘둘러 마법을 발동시켰다.

스스로 공언했듯이 부분 변화 마법.

마녀의 주문으로, 정말 딱 변장용인 마법이었다.

“오오, 좋아.”

본래 검은색 머리였다가 금발 머리가 된 카이사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고, 마찬가지로 금발이 된 루카스 역시 썩 마음에 든 얼굴이었다.

‘흥흥, 커플링이지요.’

그렇게 사심을 채운 코델리아는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하였는데, 코델리아 자신은 적발에서 흑발로, 유더는 흑발에서 화려한 백금발로, 키라라는 흑발에서 은발로 제각기 머리색을 바꾸었다.

‘역시, 역시 어울릴 줄 알았어.’

화려한 금발머리가 된 유더.

기존의 유더가 빛을 빨아들일 것 같은 검은 보석이었다면 지금의 유더는 마치 화려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같았다.

딱 순정 만화 속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같다고 해야 할까? 판타지 계열이면 딱 왕자님 아니면 공작님 포지션인.

점점 코델리아의 사심 채우기가 목적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그래도 일단 필요에 의해 하고 있는 변장이었다.

때문에 유더는 레온과 사라를 돌아보며 물었다.

“두 분께도 마법을 거는 걸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사라?”

“으응.”

일행의 머리색이 변하는 것을 눈앞에서 본 덕인지 레온은 이렇다 할 거부감 없이 동의를 표했다.

사라 역시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꾹 눌러 쓰고 있던 투구를 조심스럽게 벗었는데, 그 순간 카이사가 감탄했다.

“오오오.”

사라의 머리칼은 분홍색이었다.

기사답게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풍성하다는 느낌이 드는 단발머리였던 터라 분홍색이 정말로 눈에 띄었다.

더욱이 플레이어블 캐릭터답게 미인- 그것도 무척이나 청순하게 생긴 사라였다.

분홍색 머리와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니 얼굴만 보면 기사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와아······.”

사라의 얼굴을 본 루카스가 저도 모르게 감탄을 토하자 순간 카이사가 반응했다. 눈매를 살짝 날카롭게 하더니 이내 루카스의 옆구리를 찌르며 일단은 놀리듯이 물었다.

“뭐야, 우리 루카스는 청순한 언니가 좋은 거야?”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루카스가 어버버 거리자 어쩐지 더 심통이 난 카이사는 더더욱 세게 루카스의 옆구리를 찔러댔고, 그 모습에 코델리아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유더야, 유더야. 어때? 가능성 있어 보이지 않아?]

[그러네, 아무튼 빨리 걸자. 사라 민망해한다.]

그렇잖아도 평소에 수줍음이 많아 투구를 쓰고 다니는 그녀였는데, 눈앞에서 자기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니 더더욱 어쩔 줄을 몰랐다.

“음, 그럼 걸겠습니다.”

[갈색이 좋을 것 같군요.]

멜리사가 다시 한 번 끼어들자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사라의 머리색을 갈색으로 바꾸었다.

모처럼의 의견 개진이었던 만큼 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레온은 검푸른 색이니까 적발 쪽이 좋겠네.’

이미지를 확 바꾸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그렇게 일행 모두의 머리색을 바꾸고 약간이지만 이목구비까지 속일 수 있는 마법을 모두 걸었을 때였다.

“와아아······.”

멍하니 서서 일행들의 모습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던 키라라가 새삼 눈을 빛냈다.

‘주인님 진짜 굉장해! 정말 신이야!’

변장 마법 자체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코델리아가 변장 마법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마법사를 만능의 존재로 착각하기 쉬웠지만, 마법사에게도 각자 특기 분야라는 것이 있는 법이었다.

공격 마법 특화, 보조 마법 특화, 회복 마법 특화처럼 말이다.

그런데 요 며칠 여행하면서 보니 코델리아는 사용하지 못 하는 마법이 없는 것 같았다.

카이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완전 공격 전문 마법사였는데, 그 와중에 치료도 할 줄 알았고, 지금처럼 변장도 할 줄 알았다. 심지어는 정령까지 부렸고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각종 보조 마법까지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니 그야말로 광역계- 아니, 만능에 가까운 마법사였다.

“흠흠, 우리 코델리아가 좀.”

키라라의 눈빛을 감지한 유더가 그리 말하자 코델리아는 얼굴을 붉히더니 유더의 소맷자락을 살짝 당기며 말했다.

“부끄럽게 왜 그래. 별 것두 아닌데.”

“그래, 그래. 그러니 이쯤하자. 그러다 또 눈빛 교환하고, 그러다 또 쪽쪽 거리겠다.”

불필요한 스킨십을 사전에 차단한 카이사는 그대로 코델리아의 팔을 쭉 잡아당기더니 바로 일행에게 말했다.

“그럼 출발하자구, 출발!”

[좋은 생각입니다.]

“어서 가죠.”

멜리사와 루카스까지 동의하는 가운데 일행은 서둘러 마나플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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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까지의 여정은 의외일 정도로 평탄했다.

이미 예측한 것처럼 아직 계엄령이 내리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따로 있었다.

‘역시 돈인가.’

그랬다.

돈.

그것도 아주 많은 돈.

국경 봉쇄령이 내린 마당이었지만 이제 겨우 일주일 남짓이 지난 터라 제국 내에서는 아직도 왕국의 금화가 통용되었다.

애당초 중요한 것은 금화에 들어간 사람의 얼굴보다는 금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화폐에 쓰인 재료보다는 사회적인 약속이 중요한 현대의 화폐와 달리 플레이아데스와 같이 금화나 은화를 사용하는 문명권에서는 화폐 자체의 가치가 중요했다.

금화와 은화는 말 그대로 금과 은이었으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유더와 코델리아는 부자였고, 두 사람의 부는 제국에서도 통용이 되었다.

튼튼하고 비싼 마차 두 대.

제도까지 일행을 인도할 솜씨 좋은 마부 두 사람.

가는 길에 지불할 통행료와 적당히 찔러 넣어줄 약간의 뇌물.

이쯤 되니 우려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마차에 몸을 싣고 있다가 때 되면 나와서 밥 먹는 것 정도가 그나마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유더는 모처럼 난 이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다.

코델리아와 함께 느긋이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며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벨렌시아가 던졌던 화두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다.

유더 자신이 싸우는 이유.

유더 자신에게 싸울 의지를 부여하는 것.

생존.

당위.

살아 있으니 계속 살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

주변을 지키고 싶다.

코델리아를 지키고 싶다.

마이아와 아버지, 형, 백작가의 사람들- 가까운 이들을 지키고 싶다.

생각나는 대로 답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뭔가 너무 막연하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깨달음 때문에 던져준 화두인 것 같기는 한데.’

구천구문 제칠문을 열기 위해 필요한 깨달음.

유더 자신이 아예 갈피조차 잡지 못 하니 개입하지 않겠다는 처음 말을 깨고 화두라도 제시해준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확하고 와닿는 것이 없었다.

스스로 떠올린 답 중에 있는 것처럼 애당초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살아 있으니 산다.

계속 살기 위해 노력한다.

이 얼마나 당연한 일이란 말인가.

설마 이 당연함을 통해 무언가 깨달음을 얻으라는 것일까?

정말 그냥 싸우는 이유를 탐구하라는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그러니까 세상의 순리라든가.

‘차라리 수학문제를 줘.’

궁리해도 잘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 무슨 생각을 이어가는지도 모를 기분이었다.

아무 말 대잔치.

무질서하게 뻗어나가는 마인드맵.

“하.”

유더는 결국 눈을 떴다.

어떤 문제든 일단 계산부터 하고 보는 자신에게 있어 깨달음은 너무나 추상적인 개념이었다.

“도라도 닦아야 하나.”

막막한 마음에 작게 중얼거린 유더는 슬쩍 시선을 내렸다. 언제 붙었는지 모를 코델리아가 자신의 가슴에 몸을 기댄 채 새근새근 잘도 자고 있었다. 키라라는 또 그런 코델리아 옆에 찰싹 붙어 노곤노곤 졸고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유더는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코델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길에 반응하듯 자신에게 좀 더 몸을 기대는 코델리아를 가볍게 보듬으며 창밖을 돌아보았다.

학원도시 마나플을 떠나고 나흘 째.

일행은 제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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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곤 제국의 수도 엘라시움- 속칭 제도는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로 이름이 높았지만 아쉽게도 일행에게 제도를 관광할 여유 같은 것은 없었다.

일행은 제도의 관문을 넘자마자 그 웅장함에 감탄하며 중앙이 아닌 외곽로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내 빈민가 인근에 자리한 작은 상가 건물 안에 들어섰다.

“레온! 사라!”

문을 지키고 있던 종자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기사 세 사람이 일행을 반겨주었다.

모두 로열나이트로, 썩은물인 유더와 코델리아에게는 어느 정도 낯이 익은 인물들이었다.

“한스랑 쟝은?”

“정보 수집하러 밖에. 조금 있으면 돌아올 거야.”

덩치가 큰데 인상까지 푸근해서 곰이란 생각이 절로 드는 기사가 레온의 물음에 답했다.

“그보다 이쪽 분들은?”

“아, 운명의 두 사람과 그 일행 분들이시다.”

거기까지 말한 레온은 일단 일행에게 집 안에 있는 기사들을 소개하였다.

남자 둘에 여자 하나로, 각각 이름은 바인, 마인, 제인이었다.

‘뭔가 성의 없군.’

정말 딱 조연이라는 느낌의 작명법이랄까.

하지만 속으로만 생각한 유더는 이내 다른 일행과 함께 스스로를 소개했다.

“황태후님 말씀이 정말이었군요. 다행입니다.”

“난 처음부터 믿고 있었어, 황태후님은 언제나 옳으시니까.”

덩치 큰 기사- 바인의 말에 여기사 제인이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이러나저러나 학원도시 마나플에서 제국도 아닌 왕국의 인물을 만나라는- 참으로 현실성 낮은 일이 실제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천상의 목소리.’

황태후에게 조언을 해준다는 의문의 존재.

그리고 아마 세일룬 왕국의 다프네 왕세녀와도 깊은 연관이 있을지 모를 그 혹은 그녀.

“제가 다녀오는 사이에 뭔가 변화는 없었습니까? 황태후님으로부터 새로운 연락이 왔다든지.”

레온의 물음에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기사- 마인이 답했다.

“그리 큰 변화는 없지만 신경 쓰이는 게 몇 가지 있다. 한스와 쟝이 돌아오면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지.”

레온이 처음 했던 이야기대로라면 황족들이 이동하는 것은 앞으로 이틀 뒤였다.

시일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인지 일 이야기가 나오자 기사들의 얼굴이 다들 어둡게 변하였다.

그리고 한 시간 남짓이 지난 뒤.

한스와 쟝이 돌아오자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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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해?]

[함정?]

유더의 물음에 코델리아가 답했고, 유더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함정.

이번 황족들의 이동은 함정일 가능성이 높았다.

사실 처음 레온에게 들었을 때부터 짐작하던 바이기는 했는데, 한스와 쟝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더욱 그렇다는 확신이 들었다.

‘로열나이트 박멸이 목적인가.’

한스와 쟝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재 숨 죽이고 활동 중인 로열나이트는 이 자리에 있는 다섯 만이 아니었다.

수장인 절대기사 갤러헤드 경을 비롯해 무리를 이끌만한 역량을 지닌 수뇌부들은 모두 감금당한 처지였지만 여기 있는 다섯 사람처럼 황궁을 빠져나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기사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레이아데스- 특히 황실 친위 기사대인 로열나이트 쯤 되면 하나하나가 초인이라 할 수 있으니 고작해야 열 명도 되지 않는 숫자라며 무시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었다.

‘황족 이동을 미끼로 로열나이트들을 낚아챈다.’

물론 단순히 미끼로 쓰기 위해 황족들을 움직이는 것은 아닐 터였다. 지금 당장이야 시국이 어수선한 데다가 국경을 막 봉쇄한 참이었지만 시일이 조금 더 지나면- 정말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카마엘을 필두로 한 왕국의 초강자들이 제국에 잠입하는 일이 생길 수 있었다.

그러니 그 전에 황족들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긴다는 계획일 터였다.

‘로열나이트들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을 테고.’

알면서도 걸려야만 하는 함정.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었다.

‘진짜 로열나이트 용이야.’

함정의 목표가 로열나이트였다. 그것도 갤러헤드 같은 초강자를 제한, 레온 수준의 강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자는 쥐덫에 걸리지 않아.]

바로 그때 코델리아가 말했다.

마치 유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 듯 씩 웃으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로열나이트를 위해 준비한 함정.

하지만 걸려든 것이 로열나이트 이상의 존재라면- 오히려 함정 그 자체가 부서지고 말리라.

[그런데 코델리아야.]

[응, 유더야.]

[사자도 쥐덫에는 걸려. 사람도 걸리는 걸?]

[어? 지, 진짜루?]

[정말로 진짜.]

[그, 그럼··· 아, 그래. 코끼리는 쥐덫에 걸리지 않아.]

얼른 고친 코델리아가 살짝 의기양양해진 얼굴로 말했고, 유더는 픽하고 웃었다.

그리고 이틀 뒤, 밤이 내린 시간.

황족 구출 작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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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3장 - 제도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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