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295화 (295/473)

< 제104장 - 구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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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부와 협력하는 소드 마스터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정통파 귀족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카이사르는 전투 노예 출신이었다.

투기장에서 수많은 격전 끝에 검리를 깨달아 소드 마스터가 된 그는 용병 출신인 제이 경 이상으로 적의 강함을 파악하는데 능했다.

마트리나도 그랬다.

카이사르처럼 전투 노예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야생의 땅에서 나고 자란 인물이었다.

때문에 약육강식의 논리 속에 길러진 그녀의 야성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날카롭고 예리했다.

‘강하다.’

제국의 세 소드 마스터들이 유더가 본격적으로 힘을 개방하기 전부터 간파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은 이내 사실이 되어 돌아왔다.

콰앙!

힘이 폭발했다.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증폭.

순식간에 10배 가까이 치솟은 것 같은 기운.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저 빠르게 힘을 발한 것이라면 폭발이라 느낄 이유가 없었다.

‘미친?!’

거대하다.

거대해도 너무 거대하다.

복면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알 수 있는 게 있었다.

젊다.

어리다.

그런데 이 정도의 힘이라니.

오라의 양만을 논한다면 일반적인 소드 마스터들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래, 마치 그랜드 마스터- 검성이라 불리는 자들과 같이!

“조심해!”

마트리나가 소리쳤다.

힘의 폭발에 제이 경과 카이사르의 사고가 순간이나마 마비된 그때 유더가 지면을 박찼기 때문이다.

소드 마스터들은 초인이었다.

그들의 인지 능력은 인간을 초월했고, 반사 신경은 빛과 같았다.

적의 공격을 인지한 순간 그들의 몸은 뇌가 무어라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움직였다.

유더가 지면을 박찬다.

보았다.

지면을 박차기도 전에 유더가 보여준 움직임을 자동으로 읽어내고 분석했다.

어깨의 움직임.

허리의 움직임.

그로 인해 예측 가능한 유더의 돌진.

그랬기에 마트리나가 소리친 그때 제이 경은 퍼뜩 놀라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몸은 이미 대응 시퀀스로 넘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면에서 온다. 회피나 방어보다는 공격으로 적의 움직임을 방해해야 할 때이다.

그랬기에 제이 경은 검을 휘둘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검을 휘두르던 중이었다.

제이 경의 각막에 돌진하는 유더가 비친 직후.

그야말로 찰나지경의 그때 제이 경은 사고했다. 그랬기에 당황하고 말았다.

‘이 새끼가?’

실제로는 눈 한 번 깜박이지 못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제이 경은 초인이었다.

소드 마스터의 사고 속도는 일반적인 인간과 궤를 달리했다.

그랬기에 충분히 당황할 수 있었다.

‘뭐지?’

유더는 맨손이었다.

검은 오라로 두 팔을 감싸기는 했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소드 마스터의 검을 받아낼 수 없었다.

이쪽 역시 오라를 사용했으니 말이다.

오라를 씌운 검과 오라를 씌운 팔이 부딪힌다.

결과는 자명했다.

팔이 베인다.

그냥 베이는 것도 아니고 아예 잘려 버린다!

제이 경의 검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렸다.

그리고 유더가 그 궤적에 뛰어들었다.

제이 경의 눈에는 자살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 행동이었다.

합리에 따라 돌아가기 시작한 제이 경의 두뇌는 칼에 베여 팔이 잘리는 유더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동시에 제이 경의 본능은 소리쳤다.

아예 비명을 질러댔다.

‘아니야! 그런 것이 아니야!’

캉!

검과 유더의 팔이 맞물렸다.

충돌했고, 유더의 팔이 검을 막아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충돌한 순간 제이 경이 검신을 통해 느낀 것은 인간의 팔이 아니었다.

검.

마찬가지로 오라를 씌운 오라 블레이드!

‘어떻게?!’

그 순간 검이 미끄러졌다.

아니, 유더의 팔이 검신을 따라 움직였다.

부드럽게, 그리고 빠르게 제이 경의 검 위를 미끄러짐과 동시에 밀어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제이 경의 검을 흘려보낸 뒤 그대로 제이 경의 품에 다가서며 수도를 휘둘렀다.

츠콰학!

오직 한 번.

유더를 모르는 자와 마주했을 때 적어도 한 번은 통하는 기습.

맨손으로 검을 막아낸다는 불합리는 언제나 유용했다.

“크헉!”

제이 경의 가슴이 크게 갈라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유더의 수도가 가슴을 가른 그 때 제이 경은 몸을 뒤로 크게 날렸다. 휘두른 검이 밀려나는 와중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런 동작을 해냈다.

파칭!

피륙이 갈라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피분수 대신 솟구친 것은 빛의 파편이었다.

제이 경이 항시 가슴에 두르고 다니던 빛의 방벽이었다. 일회용인 데다가 오지게 비쌌지만 목숨에 비하면 쌌다.

“우오오!”

마트리나가 돌진했다. 제이 경이 뒤로 물러선 그때 카이사르 역시 유더의 등을 향해 쇄도했다.

마트리나는 사냥을 생각했다.

카이사르는 자신보다 강한 적과 싸웠을 때를 기억했다.

협공으로 무너트린다.

단신으로 싸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콰강!

바로 그 순간 번개가 쳤다.

초풍신뢰.

유더가 사라졌다.

그렇게 밖에 느낄 수 없었다.

초인인 소드 마스터의 감각으로도 유더의 움직임을 순간 놓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오라량.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가장 먼저 눈치 챈 것은 마트리나였다.

‘괴물!’

신체 능력이 궤를 달리했다.

이미 모두가 인간의 한계에 도달했기에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 다른 소드 마스터들과는 달랐다.

눈앞의 괴물은 명백히 더 강한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콰가강!

유더의 연격을 카이사르가 받아냈다.

어떻게 했는지는 카이사르 자신도 잘 알지 못 했다. 반사적으로 막아낸 뒤에야 유더의 존재를 인지했기 때문이다.

‘괴물인가?!’

‘역시 소드 마스터!’

카이사르와 유더가 동시에 생각했다.

오라량과 신체 능력 모두 눈앞의 세 소드 마스터를 압도하는 유더였지만, 그렇다 하여 손쉽게 짓밟을 수는 없었다.

그들 또한 초인이었고,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아!”

마트리나가 처음으로 공격을 펼쳤다. 제이 경은 바로 검을 휘두르지 못 했지만 움직임을 노출시키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였다.

소드 마스터의 존재를 무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카가가가가강!

뇌성 같은 금속음이 연달아 울렸다. 도저히 사람의 팔과 검이 부딪혀 난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지만 현실이었다.

“밀어붙여!”

삼 대 일이다.

분명 자신들보다 더 빨랐지만 그렇다 하여 속도가 세 배, 네 배에 달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1.5배.

물론 말이 1.5배지 일 대 일 상황이었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격차였을 터였다.

하지만 삼 대 일이었다.

저쪽이 한 번 검을 휘두를 때 이쪽은 세 번이나 휘두를 수 있었다.

그것도 거의 동시에 말이다!

츠콰학!

질풍이 일었다.

유더는 세 사람의 가운데에 위치하지 않았다. 한 줄기 검은 바람이 되어 소드 마스터들의 포위를 빠져나갔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마차가!”

임페리얼 나이트 중에 하나가 외쳤다.

거인의 손을 연상시키는 녹색의 염동력이 다시 한 번 마차를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막아라!”

마트리나가 유더에게 달려들며 소리쳤다.

카이사르가 몸을 반전시켰고, 제이 경이 유더에게 검기를 날렸다.

마차가 치솟은 그때 카이사르가 지면을 박찼다.

츠콰학!

제이 경의 검기가 유더에게 닿았다. 유더가 수도를 휘둘러 검기를 부쉈고, 그 직후에 시간차를 노리듯 마트리나의 언월도가 쇄도했다.

위에서 아래로.

벼락과 같이.

하지만 합리였다.

유더에게는 이미 계산된 결과였다.

그랬기에 유더는 벼락을 피했다.

검은 질풍과 함께 겨우 반 걸음 차이로 언월도를 피했고, 공격이 빗나갔음을 직감한 마트리나가 다시 언월도의 궤적을 틀려고 할 때 발목을 돌렸다. 초풍신뢰로 마트리나와 거리를 벌리며 카이사르를 보았다.

검격.

휘두르기 직전이었다. 서슬퍼런 오라가 카이사르의 대검 위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유더가 그런 카이사르에게 손을 뻗었다.

거리가 멀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손에 쥔다.

잡아당긴다!

콰강!

유더의 손끝에서 칠흑의 용이 솟구쳐 올랐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었다. 여럿이었고, 마치 촉수와 같이 카이사르를 옭아맸다. 그대로 잡아당겼다!

“우어어?!”

카이사르가 당황해서 목소리를 토했다.

더욱이 단순한 그랩이 아니었다.

잡아당겨진 그 순간 검은 용들의 전신에서 칠흑의 번개가 일었다.

콰가가가가강!

벼락. 번개.

그로 말미암은 스턴!

움직이지 못 한다.

고작 1초 남짓이라 해도 움직임이 봉쇄되고 만다.

그리고 1초는 소드 마스터들의 싸움에서 목숨을 좌우하기 충분했다!

“안 돼!”

마트리나가 무모하게 돌진했다.

그리하여 그 대가를 치렀다.

너무나 정직하게 휘둘러진 언월도의 궤적은 유더에게 정확히 읽혔고, 유더는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언월도를 피했다. 이번에도 바람과 같이 마트리나의 품에 파고들어 단단한 복근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태양심격.

피할 수 없는 영거리에서의 타격.

콰앙!

검은태양의 힘이 폭발했다.

무지막지한 힘을 정면에서 뒤집어 쓴 마트리나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튕겨나갔다. 공격이 쏟아진 그 순간 오라로 복부를 보호한 덕분에 몸이 폭발하는 것은 막았지만, 그 충격까지 어찌하지는 못 했다.

순간이지만 단 일 격에 의식을 잃고말 정도였다.

그런데 유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시 손을 뻗었다.

저 멀리 튕겨나가야 하는 마트리나를 되돌리고자 하였다.

‘그랩.’

검은 용.

이제는 단순히 기운의 형상화 정도가 아니었다.

칠문을 열 수 없었던 유더는 만렙에 도달한 썩은물들이 곧잘 하는 짓을 답습했다.

파고들기.

그나마 할 수 있는 것들을 파고들고 또 파고든다. 그로 말미암아 통상적으로는 얻을 수 없는 힘을 손에 넣는다.

유더는 검은 용들의 숫자와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정말 손발의 연장인것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마저 가능했다.

유더의 이런 촉수- 아니, 검은 용을 보며 벨렌시아는 징그럽다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유더는 이 능력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콰강!

연이어진 스턴.

검은 용에 붙잡힌 마트리나가 축 늘어졌고, 유더는 고개를 돌렸다. 막타를 넣는 대신 정면에 쇄도한 제이 경을 보았다.

“우오오오오오오오!”

제이 경은 분명 용병이었다.

그리고 용병은 본래 제대로 된 검술을 익히지 못 하는 법이었다.

하지만 제이 경은 평범한 용병이 아니었다.

그는 몰락한 명가의 자손이었고, 애당초 몰락했다는 것은 한 때마나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는 소리였다.

제이 경은 명가의 고급 검술을 익히고 있었다.

검에 대한 이해도만을 논하자면 카이사르나 마트리나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소드 마스터라 하여 모두가 같은 것이 아니다.’

마트리나의 검술은 투박했다.

그녀의 검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야생의 땅에 사는 거대한 괴물들을 대상으로 한 검이었기에 지나치게 동작이 큰데다 기교가 없었고, 그러다보니 상대의 기교 역시 읽어내지 못 했다.

카이사르의 검술은 난폭했다.

죽고 죽이는 투기장에서 소드 마스터로 거듭난 그의 검은 사람을 죽이는데 특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순간적인 폭발력에 의지했다.

홀로 쌓아올린 자기류 검술에는 깊이가 없었다.

제이 경 자신은 달랐다.

순수한 인간이기에 신체 능력은 앞의 둘보다 쳐졌지만 검술은 월등했다.

‘보여주마, 나의 검술을. 카르오니악의 검을!’

제이 경은 노련한 검사였다.

검술의 천재였다.

삼십 년 가까운 세월동안 연마해온 그의 검술은 그랜드 마스터들 바로 아래라 해도 좋았다.

‘이치로 괴물을 다스린다. 신체 능력의 차이는 기술로 무마한다!’

옳은 판단이었다.

틀리지 않은 생각이었다.

실제로 제이 경에게는 검술로 카이사르와 마트리나를 제압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오산이 있었다.

캉! 캉! 캉!

검이 막힌다.

모든 공격이 차단된다.

검로가 읽힌다.

이쪽의 리치가 더 김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이쪽이 휘둘리고 만다.

어째서.

무엇 때문에.

답을 알았다.

그랬기에 경악했다.

‘미친?!’

검술이 뒤지지 않는다.

새파랗게 어린 놈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제이 경 자신에 필적하는 검술이다.

여기에 우월한 신체 능력이 더해졌으니 제이 경 자신이 휘둘리는 것이 당연했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이쯤되니 제이 경도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유더 바이엘.

왕국의 새로운 소드 마스터.

너무 과장된 소문이 많기에 무시했던 존재.

비어버린 십검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왕국이 내세운,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가짜 천재.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유더 바이엘은 본래 약골이었다.

제대로 검을 익힌 지 2년이 되지 않은 애송이였다.

그런데 자신과 동수를 이룬다고?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있을 수 없었다.

불가능했다.

신체 능력이나 오러 양이야 인공적으로 강화하거나 늘릴 수단이 존재했지만 검술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10년 남짓.

유더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외부에 속이고 검을 익혔다 한들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일 터였다.

겨우 그 정도 시간으로는 제이 경 자신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제이 경 자신은 천재였으니까.

소드 마스터라는 것이 그것을 증명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그런데 어떻게!

“천무지체니까.”

유더가 말했다.

공방 중에 그리 말했다.

제이 경의 눈에 비친 감정을 읽어낸 뒤 답을 내주었다.

네가 천재면 나는 천무지체니까.

하늘이 내린 무의 화신이니까!

설화십이검.

일곱 번째 꽃송이.

설화난영.

유더의 양손에서 극한의 검기가 펼쳐졌다. 새하얀 눈꽃으로 사방을 뒤덮으며 제이 경을 몰아붙였다.

천무지체.

무의 화신.

그저 몸으로 하는 일을 잘하는 정도로 그런 이름이 붙을 수는 없었다.

천재가 범인에게 10년 걸릴 일을 한 달 만에 이루는 자라면, 천무지체인 유더는 그 한 달을 다시 일주일로 줄이는 자였다.

그리고 유더에게는 스승이 있었다.

란디우스와 카마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천 년 전, 대륙 최강이라 불리었던 검의 여신.

요정검 벨렌시아.

그녀의 지도와 천무지체가 합을 이루어 꽃을 피웠으니, 일반적인 소드 마스터따위 유더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카카카카카카카캉!

“크악!”

검격 끝에 제이 경의 비명이 터졌다. 제이 경의 왼팔이 허공으로 솟구쳤고, 스턴에서 풀려난 마트리나와 카이사르가 다시 유더를 덮쳤다.

이미 허공 멀리 사라지고 있는 마차 따위 아예 무시해버렸다.

제이 경을 구해야 한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제이 경은 단순히 인성 나쁜 용병 나부랭이가 아니었다.

카이사르와 마트리나에게 있어서는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자였다.

범한다.

물어뜯는다.

완벽한 합을 이뤄 꺾어낸다!

크허어어어엉!

두 수인족의 포효가 하늘을 울렸다. 매섭고 무지막지한 맹공에 유더는 제이 경의 목숨을 탐하는 대신 방어를 택해야했고, 그러자 제이 경 역시 소드 마스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잘린 왼팔을 오라로 지혈함과 동시에 이를 악물어 고통을 견뎌냈다. 오른손에 거머쥔 검을 휘둘러 카이사르와 마트리나를 도우려 했다.

세 사람의 협공.

더욱이 이제는 유더에 대해 알았기에 직전과는 비할 수 없는 그것.

유더는 숨을 멈췄다.

인지하고 계산했다.

세 사람의 검로를 모두 예측한 뒤 그대로 움직였다.

카이사르의 검을 밀어낸다. 제이 경의 검을 흘려낸다. 마트리나의 검이 휘둘러지기 전에 몸을 움직인다. 그녀의 복부를 향해 뒤차기를 내지른다.

쾅!

섬광같은 뒤차기에 마트리나는 비명조차 토하지 못 했다. 줄 끊어진 인형처럼 뒤로 크게 날아갔고, 유더는 다시 지면에 발을 디뎠다. 초풍신뢰로 지면을 박차올랐다!

쾅!

유더가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카이사르와 제이 경은 급히 그런 유더를 따라 고개를 들었고, 마트리나는 복부를 붙잡은 채 힘겹게 고개를 쳐들었다.

뭐냐,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하늘에서 내리 꽂히기라도 하려는 것이냐?!

아니었다.

그 무엇도 아니었다.

오직 유더에게만 집중한 셋과 달리 유더는 주변을 보았으니까.

황족들을 태운 마차는 사라졌다.

임페리얼 나이트들과 싸우던 루카스 일행은 이미 후퇴한 지 오래였다.

그러니 유더 자신도 물러선다.

언제 지원이 올지 모르는 마당에 소드 마스터 셋을 동시에 상대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대신 이 자리를 이탈한다.

하지만 어떻게.

란디우스처럼 허공을 박차는 것으로?

훌륭한 방법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런 식의 도주는 소드 마스터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한 한 수.

“유더야!”

하늘 높은 곳에서 순백의 날개를 활짝 펼친 코델리아가 두 팔을 벌려 유더를 환영했다.

유더는 그런 그녀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고, 코델리아는 아프다고 앙탈을 부리며 유더를 마주 끌어안았다.

[빨리 하시죠.]

그리고 들려온 멜리사의 말에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당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소드 마스터들과 재상부의 병력을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유더와 함께 행복을 찾아 떠날 거랍니다!”

뭐?

뭐라고?

뭘 찾아 떠나?

황당함에 다시 황당함이 더해진 그때 코델리아는 한 손으로 로그 마스터의 비보인 문 크리스탈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눈인사.

하늘에서 쏟아지는 달빛과 그 속에서 흐릿하게 사라지는 두 사람의 모습.

“아, 안 돼!”

제이 경과 카이사르가 뒤늦게 검기를 날렸지만 정말 뒤늦게였다.

두 사람의 검기는 허무하게 밤하늘을 가를 따름이었다.

그리고 수십 미터 너머.

언덕 너머에 안착한 유더와 코델리아는 자세를 바꾸었다.

유더가 코델리아를 품에 안아들었고, 코델리아는 유더의 목을 끌어안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씨발 쾅쾅♥”

그리고 정말로 쾅.

언덕 너머에서 폭발음이 연달아 울렸다. 코델리아가 문 크리스탈을 쓸 때 유더가 떨군, 정확히는 코델리아의 허리춤에서 뽑아 던진 폭탄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난 소리였다.

저 정도로 소드 마스터들이 전투 불능에 빠질 리는 없었지만 발을 묶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황족들과 루카스 일행이 도망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 우리도 갈까?”

“응, 가자.”

[말만 하지 말고 얼른 가죠.]

[여기서도 키스하면 화 낼 거예요.]

멜리사와 벨렌시아의 태클에 유더와 코델리아는 까맣게 웃었고, 유더는 지면을 박찼다.

검은 질풍이 되어 언덕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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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4장 - 구출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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