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300화 (300/473)

< 제105장 - 존버엘프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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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동부로 향한 것은 란디우스 때문이다.]

카마엘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유더와 코델리아 모두 부끄러운 기색을 지우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귓불이 빨간 편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란디우스는 레나와 함께 대사교 마누엘라··· 그 악마의 사도를 잡기 위해 제국 동부에 잠입해 있었다.]

“그럼 합류를 위해?”

[그런 셈이지.]

얼핏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았다.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을 뭉쳐 다니게 하는 것은 지나친 전력 낭비였으니 말이다.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은 강했다.

하나하나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인 전력들인 만큼 차라리 개별활동을 시키는 쪽이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마엘은 제국 서부가 아닌 동부로의 여정을 택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성십자 수호단의 지부는 제국 서부보다는 동부 쪽에 더 많다. 둘째, 동방 대륙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애당초 카마엘이 제국에 가는 것은 연락이 끊긴 성십자 수호단의 제국 지부들을 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저 두 가지 이유는 크게 보면 하나의 이유로 맞물릴 수 있었다.

‘성십자 수호단의 지부가 동부에 더 많은 이유는 애당초 동방 대륙 때문이니까.’

악마 추종자들의 다섯 집단 중 하나인 악마의 입.

놈들은 동방의 대국인 아누트 제국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때문에 제국 동부는 언제나 동방에서 건너온 악마 추종자들과 마인들의 위협을 받았고, 성십자 수호단은 그런 제국 동부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지부들을 설립하였다.

[동부에 위치한 지부들 가운데 많은 숫자들이 기습으로 인해 무너진 상태다. 일단 나를 중심으로 생존자들을 수습하는 한편 동방에서 건너온 악마 추종자들의 숫자와 규모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썩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때문에 코델리아는 손을 번쩍 들며 물었다.

“카마엘 님. 질문이 있어요.”

[말해라.]

“스승님들이 제도에 잠입하셔서 재상부를 초토화 시키시는 건 어때요?”

말이 질문이지 그냥 제안이었다.

그리고 코델리아는 썩 좋은 제안이라 생각했다.

‘그냥 재상부 조지면 되는 거 아냐?’

그럼 재상부를 중심으로 허튼 짓도 못 할 텐데.

하지만 코델리아의 말을 듣자마자 카마엘은 일단 한숨부터 쉬었다.

[하아.]

“왜, 왜요.”

민망해진 코델리아가 뺨을 붉히자 까마귀는 끌끌끌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고, 유더는 괜히 빨개진 코델리아의 뺨을 잡아당겼다.

[이것도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증거가 없다는 거다.]

“네?”

[너와 유더는 아까부터 재상이 악마 추종자이고 재상부 전체가 악마 추종자들에게 장악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명확한 증거가 있나?]

카마엘의 물음에 코델리아는 눈을 깜박이다 유더를 돌아보았고, 유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카마엘의 말대로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상부를 공격한다는 것은 제국과의 전쟁을 의미한다. 악마 추종자들이 아닌 평범한 인간들과의 싸움이 되겠지. 이는 성십자 수호단의 일이 아니다.]

“그, 그치만.”

말문이 막힌 코델리아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다 유더의 소매를 잡아당겼고, 유더는 미간을 좁혔다. 그대로 잠시 고민하다 카마엘과 시선을 마주했다.

“확신이 있다면, 그리고 제국 전체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면··· 성십자 수호단도 참전할 수 있다는 거군요?”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다.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수호단의 총수님이시다.]

성십자 수호단의 여섯 단장들 가운데서 최강이자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그였지만 그렇다 하여 성십자 수호단 전체를 이끄는 것은 아니었다.

제국과의 전쟁이라는, 성십자 수호단의 사활을 건 일을 결정하는 것은 그의 말마따나 수호단을 이끄는 총수의 역할이었다.

카마엘의 대답에 코델리아는 답답하다는 얼굴이 되었지만 유더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래, 이쪽의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다시 연락을 취하겠다.]

거기까지 말한 까마귀는 날개를 한 번 크게 홰쳤지만 그대로 날아오르는 대신 몇 마디 말을 더하였다.

[그리고 유더, 코델리아. 엘프들은 대대로 악마들의 유혹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장생하는 그들은 해묵은 원한을 잊지 않고 있다. 우리에게는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지만, 그들에게 있어 지옥의 대군주들이 강림한 사건은 그렇게까지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그들은 지금도 그때의 일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니 엘프들과 협력해라.

그들은 너희와 황제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니.

“알겠습니다.”

“항상 근육이 함께하기를.”

척 봐도 이제는 정말 떠날 기세였기에 코델리아가 두 손을 모아 인사하자 카마엘의 까마귀가 쓰게 웃었다. 아주 작게 근육이 함께하라 속삭인 뒤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그렇게 몇 초.

가만히 까마귀가 하늘 너머로 날아가는 광경을 바라보던 코델리아는 다시 유더의 소매를 당기며 물었다.

“해석해줘.”

아까 카마엘이랑 나눈 대화.

단순히 재상부를 칠 수 없는 이유들을 나열한 건 아니지?

코델리아의 요구에 유더는 쓰게 웃었다.

정치적인 감각은 살짝 부족했지만 이러나저러나 감 하나는 정말 좋은 코델리아였기 때문이다.

“맞아. 최대한 간략하게 말하면 카마엘의 이야기는 이거야.”

황제가 재상을 적으로 선포하게 만들어라.

최소한 황제가 재상과 재상부를 악마의 무리들이라 천명하게 하라.

“명분··· 싸움 같은 거야?”

“비슷해. 더욱이 저런 상황이면 제국과 성십자 수호단의 싸움이 아닌, 제국과 힘을 합친 성십자 수호단이 악마 추종자들에 의해 타락해버린 반역의 무리들과 싸우는 게 되니까. 아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거나 다름이 없어.”

“음···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확하고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강은 알 것 같았다.

코델리아가 적당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유더는 새삼 다시 뺨을 당기며 말했다.

“어차피 우리는 지금 서북부 귀족들의 맹주인 버킹엄 후작을 만나러 가는 거잖아? 그냥 무사히 황제를 거기까지만 데려가면 카마엘이 말한 일들이 이루어질 거야.”

“아라써. 근데 뺘믄 왜 단기는데?”

유더는 무어라 답하는 대신 그저 빙긋 웃었고, 코델리아는 똑같이 유더의 뺨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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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행은 서둘러 산왕의 산채를 떠났다.

산왕의 수하들은 그대로 지하 감옥에 가둬둔 상태였는데, 지금 당장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며칠 굶겨서 힘 뺀 다음에 근처 영주한테 알려주라고 했어.”

“음, 역시 우리 유더. 똑똑해.”

코델리아가 흐뭇해하는 가운데 일행은 계속해서 나아갔고, 다시 다음날 정오 즈음에 사라와 합류할 수 있었다.

“엘프들의 왕세손인 엘리오 롬바르디를 만났습니다. 이미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빈첸죠 롬바르디가 언질을 해두었는지 바로 폐하의 요청을 모두 수락하였습니다.”

“오오오.”

사라의 말에 크게 기뻐한 황제는 바로 옆에 앉은 황태후를 돌아보며 활짝 웃었다.

“어마마마, 잘 된 일이겠지요?”

“예, 폐하. 참으로 잘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돈 가지고 유세를 떠는 꼴 보기 싫은 엘프들이었지만, 지금은 믿음직한 천군만마나 다름이 없었다.

“바이엘 백작, 체이스 백작. 두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나?”

“저희도 무척 잘 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유더가 답해주자 황제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산왕의 산채를 무너트린 이후 알게 모르게 유더와 코델리아를 의지하기 시작한 황제였다. 가끔 보면 로열나이트보다 더 믿고 따르는 것 같았다.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도록 하자. 그렇죠, 어마마마?”

“예, 그게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까요. 명안이십니다.”

“헤헤헤.”

황태후의 칭찬에 황제가 배시시 웃자 지켜보던 코델리아도 빙긋이 웃었다. 제국의 황제라고 하기에는 위엄이 부족한 모습이었지만, 아이답고 귀여웠기 때문이다.

“사라 경, 수고했다. 오늘의 공을 결코 잊지 않겠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황태후의 말에 사라가 예를 표하자 저만치에 서 있던 레온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음, 뭔가 훈훈하군.’

재상부에게 제도를 빼앗이고 나름 필사적인 도주를 하는 중이었지만 분위기가 꽤 좋은 편이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절망에 빠져 울상 짓고 있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지.

적당히 결론을 지은 유더는 북쪽- 엘프들의 땅이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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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엘프들은 제국의 서부에 위치한 그림자 숲에 터를 잡고 살았다.

규모만 따지면 영원의 숲보다도 더 거대한 숲으로, 사실상 제국 안에 존재하는 작은 독립국이나 다름이 없는 곳이었다.

‘엘프들의 숲을 지키는 일곱 개의 게이트.’

난공불락이라 불리는 일곱 관문은 철옹성 그 자체였지만 일곱 개 모두가 숲 외부를 향해 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외곽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레드 게이트와 블루 게이트 둘뿐이었고, 나머지 다섯 게이트들은 그림자 숲 안쪽을 향해 하나씩 설치되어 있었다.

“레드 게이트를 지키는 엘리오 롬바르디는 엘프들의 왕세손인 동시에 소드 마스터입니다.”

레온의 설명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고 강하고 멋진 것을 좋아하는 황제는 소드 마스터들의 이야기 역시 좋아했다.

“예전부터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엘리오 롬바르디.

카마엘이나 레온이나 왕세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 틀린 표현이었다.

엘프들에게는 왕이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엘리오 롬바르디는 그림자 숲의 엘프들의 결정기관인 추밀원에서도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롬바르디 가문의 후계자였다.

더욱이 엘프들의 대부 빈첸죠 롬바르디의 신임 또한 받고 있으니, 훗날 빈첸죠 롬바르디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그가 추밀원의 수장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왕세손 맞네.”

“그런 셈이긴 하지.”

왕의 손자나 다름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유더는 잠시 원작에서의 엘리오 롬바르디를 떠올려 보았다.

영웅전기2에서 그의 역할은 선역이었다. 7대 재앙 가운데 하나를 막기 위한 싸움에서 함께 싸우는 믿음직한 NPC였으니 말이다.

‘인기가 좋았지.’

잘생겼으니까.

사실 엘프 NPC들 중에 미남미녀 아닌 사람이 없기는 했지만 엘리오는 왕세손답게 특히나 더 잘생긴 외모를 자랑했다.

‘음.’

저도 모르게 경각심이 든 유더는 괜히 안고 있던 코델리아의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고, 영문을 모른 코델리아는 유더를 돌아보았다.

“왜?”

“그냥.”

그리고 다시 이틀.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를 피해 산과 숲을 따라 이동하던 일행은 레드 게이트 입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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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

그림자 숲과 영원의 숲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했다.

바로 엄청나게 커다란 나무들이 마치 성벽처럼 빽빽이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

적어도 20미터 이상은 될 것 같은 거대한 나무들 아래 하얗고 짙은 안개가 깔려 있으니 그 위용이 굉장했다.

감히 들어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 땅이었다.

하지만 어린 황제는 두려워하는 대신 어린 동생들과 함께 거듭 감탄을 토했다.

안개와 나무들 사이에 자리한 거대하고 아름다운 문의 존재 때문이었다.

레드 게이트.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관문은 이름 그대로 붉은 색이었다.

하지만 피처럼 붉지 않았다.

코델리아의 머리색처럼 분홍빛이 어린 부드러운 붉은 색이라 오히려 마음이 포근해지는 느낌이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던 레드 게이트가 활짝 열리자 잘 차려입은 엘프 기사들과 병사들이 나와 관문 앞에 도열하였다.

특히 무리를 이끌고 나온 엘리오 롬바르디는 말에서 내려 무릎을 굽히는 예까지 표하였다.

“이야기는 모두 들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이 엘리오 롬바르디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오오, 그래. 잘 부탁한다.”

공손하면서도 기품 있는 엘리오의 모습에 황제는 크게 기뻐했고, 황태후 역시 미소를 머금었다.

정사를 돌보다 보면 곧잘 기 싸움을 펼치게 되는 엘프들이었지만 오늘의 태도를 보니 그래도 자신들이 제국의 가신들이라는 점은 잊지 않은 모양이었다.

‘유더 다음으로 잘생겼어.’

코델리아는 활짝 웃으며 생각했고, 유더는 새삼 다시 코델리아의 허리를 슬쩍 안으며 자신 쪽으로 당겼다. 멜리사는 미적지근한 눈이 되었고 말이다.

“모시겠습니다.”

재차 예를 표한 엘리오는 돌아서서 앞장서기 시작하자 황태후와 함께 말 위에 탄 황제는 활짝 웃으며 그 뒤를 따랐다.

그 다음은 정해진 수순대로였다.

유더 일행이 황제의 뒤를 따랐고, 다시 엘프 기사들과 병사들이 일행의 뒤를 따랐다.

“우와아.”

게이트 안쪽을 본 황제는 다시 감탄을 토했다.

아직은 관문이라 군사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동화책에서 본 것 같은 광경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나무 안에 지어진 집들과 큰 버섯으로 만들어진 휴게소, 말처럼 커다란 사슴들과 곳곳을 날아다니는 작은 페어리들.

‘페어리?’

코델리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난 그때였다.

“오늘은 늦었으니 안으로 모시고, 내일 아침에 오렌지 게이트로 모시겠습니다.”

앞장서서 걷던 엘리오가 황제를 돌아보며 말하자 황제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몇 걸음.

유더 일행은 물론이고 뒤따르던 기사들과 병사들 역시 관문을 지나 마침내 커다랗고 아름다운 붉은 문이 굳게 닫혔을 때.

엘리오가 돌아섰다.

검을 휘둘렀고, 날카로운 검기로 황제와 황태후의 목을 갈랐다.

그야말로 소리는 물론이고 기척도 없이.

그저 한 순간.

잘린 목에서부터 피 한 방울이 튀지 않을 정도의 쾌검으로.

엘리오의 검격은 완벽했다.

그리고 그랬기에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에, 엘리오 경?!”

황제가 말했다.

목이 잘리지 않았다. 검기는 허공만을 가르고 지났다.

어째서.

요정의 발걸음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엘리오는 이유를 구하는 대신 두 번째 검격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벽하게 펼쳐지지 못 했다.

황제를 와락 끌어안은 황태후가 소리쳤기 때문이다.

“브, 블링크!”

이제는 스크롤 장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유더조차도 한 달에 한 장 겨우 만들까 말까인 단거리 공간도약의 술.

사용한 순간 황제와 황태후는 황제의 동생들을 안고 있던 키라라와 사라의 곁으로 이동했고, 키라라는 바로 문 크리스탈을 뽑아들며 외쳤다.

“달빛이여!”

로그 마스터의 비보가 발동했다.

엘리오가 급히 공격 방향을 바꾸고자 시선을 돌렸지만 그때는 이미 키라라와 황제 일행이 사라진 뒤였다.

그랬기에 엘리오는 이해했다.

애당초 눈치 채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보일 수 없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구!”

코델리아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고, 유더는 미간을 좁혔다.

맞춘 것은 다행이었지만, 그렇다고 원하던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엘리오 롬바르디.

원작의 선역.

더욱이 엘프들은 이미 유더 자신은 물론이고 많은 이들이 언급한 것처럼 악마들에 대한 내성이 강했다.

이미 불로장생 하는데다가 막대한 부를 틀어쥐고 있는 엘프들에게 악마 추종자들이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코델리아는 엘리오를 의심했다.

아니, 엘리오가 배신할 거라 믿고 있었다.

어째서.

무엇 때문에.

“소드 마스터니까.”

다른 이유는 없었다.

정말로 저게 전부였다.

하지만 코델리아에게는 나름의 근거가 존재했다.

‘70%!’

유더와 코델리아가 지금까지 만난 기존의 소드 마스터들은 총 열 명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세뇌가 되었든 배신을 하였든 유더와 코델리아의 적이 된 것은 무려 일곱 명이었고 말이다.

그러니 새로 만날 소드 마스터도 아군보다는 적일 가능성이 높았다.

‘가능성이··· 있어!’

물론 엉터리 계산이었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이런 것은 확률과 통계가 아니었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강하게 주장했고, 코델리아에 약한 동시에 특유의 감을 믿는 유더는 밑져야 본전이라며 대비책을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그 결과.

“저 새끼 저거 내가 배신할 줄 알았어! 알았다구!”

소드 마스터잖아! 검호잖아!

거기다 자꾸 엘프는 배신 안 한다고 할 때 알아봤지.

플래그라니까?

묘하게 신이 난 코델리아의 외침이 울려 퍼진 순간 엘리오는 결단을 내렸다. 아니, 이미 검을 뽑아들었을 때 결정된 일이었다.

“쳐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관문에 숨겨두었던 병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엘리오가 명령한 그 순간 일백이 넘는 엘프들이 공격을 개시했다.

“씨발.”

유더는 말했고, 육문을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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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5장 - 존버엘프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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