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5장 - 존버엘프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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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자자자자자자자작-!
엘프들답게 일단 화살부터 쏴재꼈는지 화살의 비가 하늘을 뒤덮었다.
육문을 개방함에 따라 일어난 기파로 화살들을 밀어내며 유더는 생각했다.
미리 준비해둔 대비책 덕분에 황제의 목숨을 구하고 어찌어찌 탈출까지 시켰지만 상황이 좋지 못 했다.
황제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 즉,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 여기에 루카스, 카이사, 레온 등등 로열나이트들은 레드 게이트 안에 갇혀 있었고, 적은 많았다. 특히 유더는 지금이 황제를 구출한 이후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알고 있어.’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에 대해 알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 셋을 동시에 상대한 자신과 지진을 일으키는 등 이미 대마법사의 반열에 올랐음이 증명된 코델리아가 황제의 곁에 붙어있다.
그걸 알면서도 함정을 팠다는 건 저쪽도 어느 정도 대비책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를 상대할 대비책이 말이다.
“쉴드! 거스트!”
코델리아가 방어막 마법과 질풍 마법을 동시에 사용해 화살들을 방어했다.
루카스는 오라 블레이드로 검막을 펼쳤고, 카이사는 쇠사들을 붕붕 휘둘러 자신은 물론이고 로열나이트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화살들을 쳐냈다.
[와요!]
멜리사가 외친 그때, 화살의 비가 멈춤과 동시에 엘프들이 공격해 왔다.
선두에 선 것은 엘프 기사들.
그리고 그들 뒤에서 다수의 엘프들이 그물을 던졌다.
마법사인 코델리아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더욱이 코델리아는 알 수 있었다.
사방에서 마법의 밀려들고 있었다.
마법을 방해하는 각종 주문들.
엘프들은 장수했고, 장수하는 그들은 무엇이든 익히고 수련할 시간이 길었다. 오래 사는 만큼 게으른 경우가 많긴 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엘프들은 최소 달인의 기량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랬다.
적게 잡아도 다섯 명 이상의 마법사들이 일시에 방해 마법을 사용하니 아무리 코델리아라 해도 마법을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코델리아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사방에서 엘프 기사들이 사납게 포효하며 돌진해오는 와중임에도 불구하고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촘촘하게 짜인 그물들이 머리 위를 뒤덮은 그때에도 빠르게 판단했다.
마치 짐승과 같이.
본능적인 감각으로.
“정령왕 펀치!”
코델리아는 불끈 쥔 주먹을 하늘로 뻗었다. 마법을 쓰는 대신 마력을 집중해 불렀고, 수백 년만에 생긴 어여쁜 계약자를 귀여워하던 정령왕은 바로 힘을 빌려주었다.
거대한 황금빛 주먹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물들을 쳐냈고, 기파를 일으켜 돌진해오던 엘프들의 기세를 순간이지만 죽였다.
그리고 더 큰 효과.
코델리아가 정령왕의 주먹을 소환한 가장 큰 이유!
“카이사!”
코델리아가 크게 외치자 카이사는 반사적으로 코델리아를 보았다.
그리고 카이사는 읽어냈다.
야생의 본능만 따진다면 코델리아보다 한수 위인 그녀는 코델리아가 무엇을 바라는지 반사적으로 이해했고, 되묻거나 의문을 갖는 대신 바로 행동했다.
“뭉쳐!”
카이사가 코델리아의 손을 잡았다. 쇠사슬을 크게 휘둘러 자신을 비롯한 로열나이트들 모두를 크게 휘감았다.
“악!”
급히 휘둘렀기에 강했다. 더욱이 그렇게 휩쓸린 일행 모두가 코델리아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니 코델리아로서는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코델리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였다.
정령왕의 주먹이 소환된 여파에 따라 방해 마법들이 흩어진 틈을 파고들었다.
“타워!”
땅파기 마법인 디그의 정반대라 할 수 있을 그것.
코델리아가 외친 직후 반경 2미터 안에 있던 땅이 기운차게 솟구쳐 올랐다. 흙더미의 높이는 거의 20미터에 육박했고, 일행과 엘프들 사이에는 물리적인 거리가 생겼다.
당장은 공격할 수 없다.
이쪽보다 높은 곳에 있으니 그물을 던지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것.
그보다 더 큰 변화.
코델리아는 숨을 토했다.
등 뒤에서 터진 굉음에- 유더 쪽에서 난 소리에 뒤를 돌아보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레드 게이트 쪽을 보았다.
얼추 높이가 맞았다. 거리가 제법 되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 초인 아닌 이들은 드물었으니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뛰어!”
이번에도 제일 먼저 이해한 것은 카이사였다. 흙더미와 레드 게이트까지의 거리는 30미터가 넘었지만 그녀는 뛰어올랐다. 루카스와 레온을 비롯한 로열나이트들 역시 그러했다.
무모함 그 자체.
실제로 그러했다.
영웅전기2 최강의 신체 능력을 자랑하는 카이사는 어찌어찌 레드 게이트에 닿을 수 있었지만 나머지 일행은 무리였다. 루카스와 레온조차도 아슬아슬하게나마 거리가 부족했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코델리아가 있었다.
함께 뛰는 대신 흙더미에 남았던 그녀는 염동력을 발휘해 거리가 모자란 이들을 모조리 레드 게이트 쪽으로 밀어버렸다.
쾅! 쾅! 쾅!
등 뒤에서 다시 굉음이 터졌다. 가장 먼저 성벽 위에 안착한 카이사가 당황한 엘프들에게 쇠사슬을 휘둘렀고, 바닥을 뒹굴 구른 뒤 일어선 루카스와 레온이 그녀를 도왔다.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에 당황하고 있던 엘프들이 노성을 토하며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까지였다.
성벽 아래로 도망치는 것은 카이사와 로열나이트들의 몫이었다. 코델리아는 돌아섰다. 예상했던 광경에 이를 악물었다. 마음속으로나마 소리쳤다.
‘상급 마인들!’
하나나 둘이 아니었다.
무려 셋이나 되는 상급 마인들이 유더를 협공하고 있었다.
악마의 눈의 마인들인지 죄다 몸 어딘가가 곤충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비르고, 카이렌, 바울.’
순간적으로 놈들의 이름을 떠올린 코델리아는 매직 블라스터 대신 천상의 검과 문라이트를 들었다.
흙더미가 흔들렸다.
엘프 기사들이 흙더미를 무너트리기 위해 무식한 공격들을 퍼부어대고 있었다.
코델리아는 숨을 멈췄다. 흔들리는 흙더미 위에서 무릎을 꿇어 자세를 낮춘 뒤 다시 유더와 그 너머에 자리한 엘리오 롬바르디를 보았다.
엘프들의 왕세손.
원작의 선역.
그와의 이벤트.
그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그의 성격.
분석하고 추론하는 것은 유더의 방식이었다.
코델리아는 그저 느꼈다.
엘리오를 볼 때마다 막연히 떠올린 ‘아, 얘는 이런 사람이구나.’에 기반하여 본능적인 행동을 취했다.
“배신자! 왜 배신한 거야! 대체 왜! 뭐가 부족해서!”
천사의 날개를 펼친 코델리아가 있는 힘껏 외쳤다.
그리고 그 외침에 다시 한 번 모두가 정지했다.
천사로 화한 지금의 코델리아에게는 그 정도의 호소력이 있었다.
그리고 엘리오가 고개를 들어 코델리아를 보았다.
검을 길게 늘어트린 그의 눈은 마치 불길과 같았다. 코델리아를 시선만으로도 찔러 죽일 것 같았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도발하듯 그를 보며 다시 한 번 소리쳤다.
“모든 걸 가져놓고 대체 왜!”
“모든 걸 가졌다고?”
엘리오의 입에서 노여움이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낮고 작았지만 근방에 있던 이들 모두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노여움에 몸을 떨었다.
“네깟 놈들이 무엇을 안단 말이냐.”
엘리오 자신이 악마 추종자들과 손을 잡은 이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
모두가 엘리오에게 집중했다.
엘리오가 배신한 이유를 듣지 못 했던 마인들 가운데 하나는- 특히 좀 경박한 편인 바울은 아예 고개를 돌려 엘리오를 보기까지 하였다.
일시적인 정전.
유더와 코델리아는 비롯한 모두가 엘리오의 입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
엘리오는 입을 열었다.
왕세손으로 나고 자라 모두에게 주목과 관심을 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던 그는 자신의 괴로움과 애타는 심정을 입에 담고자 하였다.
“나는-”
모두가 더욱 집중했다. 엘리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유더와 코델리아를 뺀 모두가.
“씨발 쾅!”
코델리아가 허공을 터트렸다.
굉음과 빛이 엘리오에 집중하고 있던 모두의 눈과 귀를 멀게 하였고, 그 순간 유더가 도약했다. 단숨에 흙더미까지 치솟아 코델리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튀자!”
배신한 이유 따위 알게 뭐야! 어차피 배신자인데!
유더에게 안긴 채로 코델리아는 가운데 손가락을 세웠고, 유더는 다시 레드 게이트 쪽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엘프들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레드 게이트!’
성벽 위로 붉은 장벽이 솟구쳐 올랐다.
카이사 일행이 성벽에서 난동을 부린 그때 이미 발동 준비에 들어갔던 엘븐 게이트 특유의 방어막이었다.
“쳐라!”
엘프들이 어렵사리 눈을 뜨며 소리쳤다.
유더는 코델리아를 안지 않은 왼손에 흑룡의 기운을 집중시켰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 이 순간 일격으로 방어막을 완벽히 분쇄하는 것은 무리였다. 더욱이 마인들이라는 변수 역시 있었다.
유더는 생각을 고쳤다.
등 뒤로 흑룡의 기운을 뿌려 추적하듯 날아오른 마인들을 저지함과 동시에 방어막 위를 달렸다. 몇 번인가 박차 허공에 몸을 날렸고, 그 뒤에는 란디우스와 같이 행동했다.
콰강!
허공을 박차 돌진한다.
코델리아를 꽉 끌어안은 유더가 순식간에 가속했다. 레드 게이트 밖이 아닌 안쪽으로의 이동이었다.
“잡아라!”
“놓치지 마!”
엘프들이 소리쳤고, 지면에 안착한 마인들은 유더가 날아간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레드 게이트 안쪽이니 저대로 가면 오렌지 게이트였다. 그렇다면 아직 붙잡을 수 있었다. 오렌지 게이트까지는 엘리오의 소관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에 엘리오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트렸다.
감히 자신을 능멸하다니.
모든 엘프들의 지존이 될 자신을 농락하다니!
“잡아라! 반드시 잡아야 한다!”
다시 한 번 명령한 엘리오는 수하가 끌고 온 엘븐 스티드 위에 올라타자마자 박차를 가했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날아간 방향을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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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 롬바르디가 배신한 이유.
유더는 대강 알 것 같았다.
본래는 낮은 가능성으로 치부했지만, 이미 배신을 한 마당이니 그 낮은 가능성이 정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존버엘프.’
버티고 인내하는 엘프.
하지만 인내심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었다.
특히 엘리오 롬바르디처럼 혈기왕성한 엘프라면-
[유더야! 전부 배신한 건 아니지?!]
바로 그때 코델리아가 메시지 마법으로 말했다. 바짝 붙어 있는 마당이었지만 유더가 워낙 고속으로 이동하고 있는 터라 육성은 제대로 들리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였다.
유더 역시 메시지로 답했다.
[아마도. 오렌지 게이트까지 관통하면 오히려 안전해질 가능성이 있어.]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했지만 유더는 도박을 했다.
레드 게이트가 막힌 상황에서 오히려 안쪽으로 파고든 것은 그래서였다.
그리고 이 모든 행동은 엘리오 롬바르디가 배신한 이유가 유더 자신이 생각한 이유에서일 때 성립이 되었다.
그가 배신한 이유.
단순했다.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 한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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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 롬바르디는 엘프들의 왕세손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어리지 않았다.
그의 나이는 벌써 삼백 살에 달했으니, 일반적인 엘프들로 보자면 이미 경험까지 두루 쌓은 완숙한 성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왕세손이었고, 그의 아버지는 자그마치 육백 년이 지나도록 왕세자였다.
엘프들은 장수했다.
그들은 오랜 시간을 살아갔다.
그리고 롬바르디 일족은- 그중에서도 특히 하이 엘프 왕가의 피가 진한 빈첸죠 롬바르디는 참으로 오랜 시간을 약속받았다.
그의 나이가 이미 천 살이 넘었다.
하지만 그는 늙었을지언정 약해지지 않았다.
정말로 장수의 축복이라도 받았는지 이제는 노년기에 접어든 엘리오 자신의 아버지보다도 더 정정해 보였다.
아버지께서는 과연 왕이 되실 수 있을까.
아버지께서 왕위를 물려받는 것이 가능은 한 것일까.
설사 물려받는다 할지라도 앞으로 백 년, 아니- 이백 년은 지난 후일 터였다.
그리고 그 때면 엘리오 자신의 나이는 오백 살이 넘었다.
평범한 엘프들이 유명을 달리할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왕세손에서 왕세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왕이 될 수 있을까?’
언제가 되긴 될 터였다.
하지만 만약 아버지께서 할아버지처럼 장수하신다면.
그럼 자신은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아버지처럼 육백 년이나 왕세자의 자리에 머무는 것은 사양이었다.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왕이 되는 것은 원치 않았다.
엘프들은 분명 오랜 시간을 살아갔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그들의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하루는 엘프에게도 하루였다.
인간의 일년은 엘프에게도 일 년이었다.
기다릴 수 없다.
버틸 수 없다.
조금 더 빨리.
칠백 년, 팔백 년이 아닌 지금 당장이라도.
패륜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정권 교체.
그조차 무리라면 세일룬 왕국과의 전쟁.
그로 인해 새로이 생기는 영토.
엘리오 자신이 왕으로서 군림할 수 있는 땅.
“잡아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유더와 코델리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도망친 황제 역시 붙잡아야만 했다.
엘리오는 오렌지 게이트 쪽을 노려보았다. 박차를 가해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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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5장 - 존버엘프 #5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