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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장 - 비보
붉은 피가 번졌다.
메마른 대지는 게걸스레 피를 집어삼켰고, 유더는 발걸음을 떼었다. 검고 어둔 하늘에서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피가 번졌다.
빗물과 섞였다.
함께 대지에 흡수되며 사라져갔다.
유더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떼었다. 손에 쥔 검이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지만 줍지 않았다.
성검 바리사다.
이름 그대로 성스러운 검. 유더 자신의 애검이자 수많은 악마들을 벤 끝에 검 그 자체가 신화의 영역에 도달한 인계 최강의 검.
하지만 유더에게 있어서는 저주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코델리아를 죽인 검.
사랑했던 많은 이들의 피로 물든 저주의 총체.
바닥에 떨어졌다.
유더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쏟아내고 있는, 죽음에 임박한 이에게 다가가 털썩하지 주저앉았다.
마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코델리아가 그러했던 것처럼 최후에 이르러서는 인간성을 회복한 이였다.
그가 어설프게 웃었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텅 빈 눈으로나마 유더를 찾기 위해 눈동자를 굴리더니 어느 순간 말했다.
“역시 넌 최고의 호적수야. 너밖에 없어.”
목소리는 가늘고 힘이 없었다.
하지만 특유의 청량감이 조금은 남아 있었다.
영웅소설을 좋아하던 아이.
언젠가 영웅소설 속 주인공 같은 활약을 하고 싶어하던, 순수하고 선량한 소년.
루카스는 피를 토했다.
유더의 마지막 남은 동료였던, 그리고 끝내 코델리아가 그러했던 것처럼 적이 되고 만 그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울기 시작했다.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절망뿐인 세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서, 더 이상 고통 받지 않아도 되어서 시원하다는 감각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보인 것은 유더 때문이었다.
영혼의 반쪽 같던 반려에 이어 가장 친한 친구이자 평생의 호적수였던 이를 참하게 된 유더의 마음이 걱정되어서였다.
루카스는 다시 피를 토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바리사다에 의해 잠시나마 회복되었던 인간성이 다시 사라지고 있었다.
영육 깊은 곳에 자리한 마성이 다시 한 번 일어나 루카스 자신의 전신을 지배하려 들고 있었다.
루카스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마치 껍데기만 남은 사람처럼 주저앉아 아무 것도 하지 못 하는 유더에게 손을 뻗었다.
“유더.”
유더가 이쪽을 보았다.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루카스는 이를 악물었다. 가장 잔인한 말을 입에 담았다.
“죽여줘.”
내가 인간으로 남아 있을 때.
다시 마성에 뒤덮여 네게 온갖 저주를 퍼붓기 전에.
빌트바인 영웅전에서도 이런 장면이 있었다.
그렇기에 루카스는 엉엉 울었다. 영웅소설의 주인공들처럼 비장하고 멋진 모습을 보이기에는 너무나 착하고 순수한 그였다.
미안해.
미안해.
너만 남기게 되어서, 네게 이런 일을 하게 만들어서.
루카스는 스칼렛을 베던 순간을 기억했다.
자신의 품안에서 죽어가던 카이사를 잊지 않았다.
유더는 루카스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어야 했지만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랬기에 루카스가 먼저 입을 열어 말했다.
“개 같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너와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좋았어. 좋았던 것 같아.”
점점이 흐려지는 의식 때문인지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유더는 울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나도 좋았어. 넌, 넌··· 최고의 호적수였어.”
막시밀리언이 아니야.
레온도 아니야.
루카스 너야말로 최고의 호적수야.
최고의 친구였어.
“당연···하지.”
루카스가 울면서 웃었다.
자신의 가슴 위에 올라간 유더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을 맞이할 때였다.
유더가 기운을 발했다. 루카스의 심장을 파괴했다. 마지막 남았던 전우의 목숨을 스스로의 손으로 빼앗았다.
비가 내렸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집어삼켰다.
그랬기에 유더의 절규에는 소리가 없었다. 루카스의 가슴 위에 무너져 흐느끼는 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 했다.
비가 그쳤다.
소리가 돌아왔다.
젖은 땅을 밟으며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녀는 땅에 떨어진 성검 바리사다를 집어든 뒤 유더에게 다가섰다.
“유더 바이엘.”
안타까움이 가득한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그녀는 루카스의 시신 위에 엎드려 우는 유더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어린아이처럼 우는 그를 품에 안아주었다.
대천사 라구엘.
대소환의 날 인계에 강림한 대천사들 가운데 하나.
심판의 대천사 아우리엘은 말했다.
유더 바이엘에게 다시 검을 쥐어주라고.
그에게 다시 한 번 싸울 의지를 불어넣으라고.
아우리엘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유더는 대천사들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인류 최강의 검사였다.
검리에 도달한 그가 휘두르는 바람의 검은 분명 지옥의 대군주들에게도 닿을 터였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지금의 유더에게 계속 싸움을 강요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제 막 친우를 벤 그에게 검을 쥐어주고 다시 일어나 싸우라 말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일 것인가.
“코델리아······.”
유더가 울며 속삭였다.
대소환이 일어나기 전에, 많은 이들이 강제로 마인이 되기 전에, 힘들지만 행복했던 나나들.
코델리아가 함께하던 시절들.
라구엘은 유더의 기억을 읽었다. 그랬기에 코델리아가 그러했던 것처럼 유더를 보듬어주었다.
다시 일어나 싸우라 말하는 대신 코델리아가 그러했던 것처럼 유더를 품에 안아주었다.
비가 그쳤다.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은 여전히 검고 어둡기만 하였다.
&
“유더?”
오렌지 게이트를 향해 저공비행을 하던 코델리아는 깜짝 놀라 멈춰 섰다. 혼절한 유더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기 때문이다.
“유더야?”
다시 조심스럽게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여전히 깊이 잠든 채인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우는 것일까.
혹시 슬픈 꿈이라도 꾼 것일까?
무서운 꿈이라든지.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지만 코델리아는 바로 다시 달릴 수 없었다.
눈물 흘리는 유더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끊어진 것처럼 아파왔기 때문이다.
왜일까.
어째서 이토록 서글픈 기분이 드는 것일까.
코델리아는 유더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잠깐이나마 유더의 머리를 가슴에 안고 등을 보듬어 주었다.
“코델···리아······.”
“응응, 나 여기 있어. 여기 있어 유더야.”
다정하게 말해주자 유더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어렸다. 여전히 잠든 채인 것 같았지만, 마치 코델리아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안심한 것처럼 편한 표정이 되었다.
‘다행이야.’
지금은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눈물을 닦아줄 수 있어서.
‘어?’
저도 모르게 떠올린 생각에 눈을 깜박인 코델리아였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유더의 뺨을 괜히 한 번 꼬집은 뒤 다시 오렌지 게이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코델리아 님.]
“나도 알아.”
멜리사의 낮은 경고에 코델리아는 아주 작게 답했다.
엘리오의 수하인 엘프 레인져들.
엘리오가 일으킨 반란 아닌 반란에 동조한 이들이었다.
엘리오에 대한 충성심이 없을 리가 없었다.
적의 손에 붙잡힌 엘리오를 그대로 방치한다?
무리였다. 애당초 엘프 기사들이 그냥 물러난 것 역시 반쯤은 코델리아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거지.’
오렌지 게이트는 일단 엘리오의 소관이었다.
어쩌면 이미 엘리오가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파되었을 수도 있었다.
오렌지 게이트에서 코델리아 자신을 급습한다.
엘리오를 구출하고 자신들을 죽여 입막음을 한다.
‘물론 이쪽도 생각이 있지만.’
무턱대고 오렌지 게이트로 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코델리아 자신에게도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코델리아는 의식을 집중했다.
폭풍과 번개의 정령왕과 계약한 이후 코델리아는 바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바람에 묻어난 모든 것들.
바람이 알고 있는 사실들.
수풀 속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는 엘프 레인져들의 숫자를 파악했다.
열아홉.
생각보다 많았다.
때문에 코델리아는 잠시 갈등했다.
‘플랜B로 가야하나?’
어째 계획을 세우면 항상 플랜B로 이행하는 기분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멜리사.”
[네, 코델리아 님. 맡겨 주세요.]
멜리사가 답한 직후였다.
문라이트에서 거친 바람이 일어 주변을 휩쓸었다. 그리고 이내 바람을 찢고 솟구쳐 오른 코델리아가 사방으로 마탄을 내쏘았다. 수풀에 자리한 엘프 레인져들을 공격하더니 그대로 반전해서 오렌지 게이트를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촤자작!
바로 그 순간이었다.
수풀에 숨어 있던 엘프 레인져들이 일시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전속력으로 코델리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숨는 것을 포기하고 달리니 그 속도가 실로 굉장했다.
그렇게 몇 초.
저 멀리 떠나버린 엘프 레인져들의 뒷모습을 확인한 코델리아는 투명화 마법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법 큰 마석을 사용했으니, 오렌지 게이트에 도착할 때까지는 환상 마법이 버텨줄 터였다.
“음, 좋아. 작전 성공.”
코델리아가 씩하고 웃자 멜리사가 작게 말했다.
[코델리아 님, 이건 아부가 아닙니다만··· 정말 대단하세요.]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정말로 많았으니까.
과거 멜리사의 주인이었던 마젤란의 엘프 마법사들 중에서도 코델리아 만큼 다양한 마법을 쓸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
멜리사의 진심어린 칭찬에 코델리아는 어림없다는 듯 흥 소리를 내었지만 몸은 정직했다. 으쓱으쓱 저도 모르게 어깨춤을 추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빨리 가자. 눈치까고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네, 서두르죠.]
유더와 함께 세운 플랜B.
대소환으로 인해 파괴된 그림자 숲은 마물들의 천국이었고, 자연 영웅전기2의 썩은물이었던 유더와 코델리아는 그림자 숲에 대해 잘 알았다.
‘대소환 전에도 퀘스트가 하나 있었으니까.’
그림자 숲의 숨겨진 장소.
레드 게이트와 오렌지 게이트 사이에 자리한, 엘프들이 아닌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그곳.
유더처럼 머릿속에 정확한 지도를 넣어둔 것은 아니었지만 코델리아는 길을 잃는 일이 거의 없었다.
길눈이 밝은데다 감 역시 좋았기 때문이다.
“저쪽이야.”
목표로 한 장소.
유더가 깨어날 때까지 잠시 몸을 숨기기에는 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그곳.
거침없이 날아가던 코델리아는 어느 순간 멈춰섰다.
무척이나 커다란 바위 아래 멈춰서더니 주변의 작은 바위들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머리의 기억보다는 몸의 기억에 의존해 바위들의 배치를 바꿔보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열리더니 지하통로가 드러났다.
[기관이군요. 과연, 마법보다는 이쪽이 엘프들 눈에 띄지 않겠죠.]
멜리사의 말대로였다.
환상 마법 같은 것으로 숨겨진 장소였다면 마력에 민감한 엘프들에 의해 진즉에 발견되었을 터였다.
[그런데 어떤 장소인 거죠?]
누가 만든 거고요.
멜리사의 물음에 코델리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로그 마스터의 비보가 잠들어 있는 곳이야.”
로그 마스터의 다섯 가지 비보 가운데 셋은 제국에 자리하고 있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이곳 그림자 숲에 위치했다.
‘겸사겸사니까 비보도 있으면 챙겨야지.’
씩 웃은 코델리아는 서둘러 지하통로 안으로 들어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할 수밖에 없었다.
“스칼렛?”
“핑크폭탄?”
지하통로 안.
신전같이 꾸며진 장소에는 스칼렛이 서 있었다.
&
“어떻게 된 거야?”
“아니, 갑자기 지하 통로가 열려서 싸우려고 했지.”
스칼렛이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늘어트리자 코델리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보다 왜 여기 있는 건데?”
네가 왜 여기서 나와?
하지만 황당한 것은 스칼렛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넌 왜 있는 건데.”
“사정이 있어.”
당연하다면 당연한 대답에 스칼렛은 어이가 없다는 듯 쓰게 웃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 같긴 하네. 블랙망토가 저렇게 뻗어 있는 걸 보니. 잠깐, 저거 엘리오 롬바르디 아냐? 롬바르디 가문의 왕세손?”
스칼렛이 깜짝 놀라서 묻자 코델리아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어, 맞아. 쟤도 사정이 있어. 간단히 말하면 배신자야.”
“뭔가 생략된 게 너무 많아서 사정을 들어야 할 것 같지만··· 아무튼 일단 통로부터 다시 닫자.”
그리 말한 스칼렛이 기관을 작동시키자 코델리아는 돕는 대신 반대쪽- 정확히는 굳게 닫힌 석문 쪽을 살피며 물었다.
“퍼즐 풀고 있던 거야?”
“단서가 조금 부족한 것 같지만···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시간 좀 쓰고 있었어.”
말하는 것만 보면 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구석에 자리한 쓰레기들의 양을 보니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끙끙 앓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보다 너희는?”
쓰레기 쪽을 살피는 코델리아가 신경 쓰였는지 스칼렛이 빠르게 물었다.
코델리아는 일단 유더와 엘리오를 바닥에 눕힌 뒤 뺨을 긁적이며 답했다.
“이야기하면 너무 긴데, 이번에도 축약하자면 제국을 구하기 위해 왔다가 재상부를 피해 도망친 황제를 데리고 로열나이트들과 함께 그림자 숲을 통과하던 중에 배신자 엘리오에게 공격을 받았어. 여긴 추적도 피할 겸 잠시 쉬러 들어온 거고.”
코델리아의 이야기에 스칼렛은 황당하다는 얼굴이 되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였지만, 뭔가 또 코델리아다운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 너희가 제국에 왔는데 황제 정도는 나와줘야지.”
왕도에서는 호국공과 국왕이 나왔고 남부에서는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이 나왔으니까.
황제 정도는 나와야 말이 되리라.
“스칼렛은?”
“보다시피 비보 찾으러 왔지. 로그 마스터가 되어야 하니까.”
코델리아의 이야기보다 훨씬 간단하면서도 타당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핑크폭탄. 블랙망토랑 둘이서만 온 거야?”
“어? 아니. 루카스랑 카이사도 같이 왔어.”
“그래?”
코델리아의 말에 스칼렛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 넘기며 지나가듯 물었다.
“루카스 공자는 요즘 어때? 건강해?”
정말로 별 거 아닌 물음이었다.
하지만 야생의 감을 지닌 코델리아는 순간 간파할 수 있었다.
딴청하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집중하고 있는 저 모습. 살짝 초조해 보이는, 그러면서도 기대어린 눈동자. 아주 조금이지만 달아오른 뺨.
“흐으응.”
능글능글한 표정을 지은 코델리아는 흐흐흐 웃었고, 스칼렛은 미간을 좁혔다.
“핑크폭탄?”
“잘 있어. 그냥 잘 있는 게 아니라 엄청 멋지고 강해졌어. 너도 보면 놀랄걸?”
“그래?”
스칼렛은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답했지만 코델리아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스칼렛의 심박수가 빨라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기, 사람 맞죠?]
멜리사가 소소한 의문을 표하는 가운데 코델리아는 속으로 까만 생각을 이어보았다.
루카스와 마주한 스칼렛.
루카스와 스칼렛의 커플링.
‘어, 잠깐.’
지금 카이사도 같이 있는데.
루카이사도 한창 빌드 업 하는 중인데.
코델리아는 다시 생각해 보았다.
루카스를 사이에 둔 카이사와 스칼렛의 대립.
사랑과 우정 사이의 갈등.
‘오.’
재미있겠다.
“핑크폭탄?”
“어? 아냐. 아무 것도 아냐. 헤헤.”
수상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지만 스칼렛은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더 궁금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럼 루카스 공자는 지금 어디 있는데? 너희가 도망치고 있는 상황이면 루카스 공자도 위험한 거 아냐?”
“어··· 아마도?”
코델리아의 대답에 스칼렛은 다시 한 번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야, 그게 무슨 말이야. 그리고 왜 그렇게 태연한데.”
살짝 노기까기 어린 발언에 코델리아는 뺨을 긁적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루카스는 강해졌으니까.”
“어?”
“정말로 강해졌으니까.”
더욱이 지금은 카이사와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근거 없는 믿음이 아니었다.
같은 시각, 그림자 숲 아래.
루카스는 코델리아의 믿음이 사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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