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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318화 (318/473)

< 제111장 - 자이난 협곡 #3 (스칼렛 일러스트 포함) >

318화

제111장 - 자이난 협곡 #3

&

상급마인 카라칼은 고개를 돌렸다.

자이난 협곡을 에워싼 우림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

용암 거인을 탄생시키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림을 빠져나왔던 그녀는 찡그린 얼굴로 자이난 협곡 쪽을 바라보았다.

‘역시 막힌 건가.’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용암 거인이 용맥과 하나 되어 진정한 재앙- 불의 거인 카르트로 거듭나는 것을 거의 완벽히 막아낸 것 같았다.

‘데몬 슬레이어······.’

유더 어거스트 바이엘과 코델리아 어거스트 체이스.

요 1~2년 사이에 갑자기 부각된 인물들이었지만 그 활약은 여간한 성십자 수호단의 단장 이상이었다.

악마의 손과 악마의 눈을 가릴 것 없이 양쪽 모두 두 사람 때문에 입은 피해가 실로 막대했다.

‘하라갈.’

악마의 눈의 상급마인.

야만족들을 지배해 세일룬 왕국과의 전쟁을 일으키고자 야생의 땅으로 떠났던 그는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을 뿐만 아니라 임무까지 실패하고 말았다.

야만족들을 완벽히 제압하지 못 했고, 악마의 눈에도 몇 없는 지옥의 문을 허비했다.

서로 으르렁 거리기 바쁘던 야만족들과 왕국 사이에는 오히려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니 실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리고 인적 피해.

하라갈의 지휘 아래 싸우다 죽은 마인들의 숫자만 수십이었다.

대부분 하급 마인이었지만 그래서 더 심각한 것도 있었다. 조직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행동요원들 가운데 반 수 이상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하라갈은 무능한 자가 아니었다.

애당초 공을 많이 세운 유능한 인물이었기에 야생의 땅을 지배하는 큰 임무를 맡은 것이었다.

그런데 실패했다.

당시에는 여러 가지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확언할 수 있었다.

‘데몬 슬레이어.’

유더 바이엘과 코델리아 체이스.

두 사람이 모든 일의 원흉이었다.

“하.”

사람은 너무 어이없는 상황을 마주하면 웃음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카라칼은 마인이었지만 절반은 사람이었고,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도망치길 잘했어.’

어줍잖게 용암 거인을 앞세워 놈들과 싸웠다면 카라칼 자신도 하라갈과 똑같은 최후를 맞이했으리라.

‘어쩌면··· 정말 천계에서 파견한 비밀병기들일지도.’

악마 추종자들 사이에서 은근히 돌고 있는 소문이었다.

데몬 슬레이어들의 성장 속도가 너무나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강해진 것이 아니라 애당초 강했다.’

지금까지는 그저 힘을 숨기고 있었을 뿐이다.

유더와 코델리아를 예전부터 관찰하고 있던 악마의 손이라면 당장에 부정할 이야기였지만 악마의 눈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 법한 생각이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이쯤 되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산책조차 제대로 나가지 못 할 정도로 빌빌 거리던 소년이 2년 만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

영웅소설에서도 이런 전개는 안 나왔다.

악마의 눈이 괜히 천계의 비밀 병기 운운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목숨은 건졌지만 냉정히 말해 카라칼 자신은 실패했다.

돌아가면 문책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하지만 카라칼은 최대한 긍정적인 면을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성십자 수호단과의 싸움으로 마인들의 숫자가 줄어든 마당에 상급 마인인 자신을 쉽사리 손절하지는 못 할 터였다.

‘더욱이 상대는 데몬 슬레이어,’

놈들에게 당한 이들이 워낙 많다보니 정상참작의 여지가 얼마든지 있었다.

‘놈들이 서부- 그것도 오지에 있다는 거에 집중해야겠어.’

데몬 슬레이어는 악마의 눈에게 있어 요주의 대상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서쪽에 있다는 사실을 확보하면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놈들이 없는 곳을 치거나, 놈들이 있는 곳에 강력한 전력들을 파견하거나.

‘최상급 마인이나 완전한 재앙이라면······.’

놈들을 처단할 수 있다.

아무리 강하다 한들 한계가 있을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카라칼은 악마의 눈이 데몬 슬레이어들을 잡기 위해 전력을 투자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대사교 마누엘라 아래 힘을 모은 악마 추종자 집단은 현재 제국 서부보다는 동부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동방을 제압한 악마의 입.

애증의 대군주 릴리스를 모시는 그들이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제국 동부에 침투했다.

재상부의 도움을 받아 제국 깊은 곳까지 무혈 입성한 그들은 성십자 수호단을 찍어 누르는 동시에 동부에 자리한 황제파의 핵심 인물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있었다.

악마의 뿔의 최상급 마인이자 일인군단이라 불리는 마인 자바워크 또한 합류했으니, 설사 철인 란디우스나 검귀 카마엘이 나타난다 해도 쉬이 패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

동부를 제압한다.

비록 서부에서는 실패했다고 하나 동부에 진정한 재앙을 강림시킨다.

‘돌아가자.’

마음을 정한 카라칼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

자이난 협곡의 패왕이자 과거 수많은 인간들을 학살한 뱀의 왕 나가로스에 대한 기대 따위는 조금도 하지 않았다.

용암 거인이 막힌 마당에 나가로스처럼 덩치만 큰 괴물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한숨을 토한 카라칼은 나방의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서둘러 제국의 중앙- 제도를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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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

“호에에.”

코델리아와 키라라가 동시에 감탄사를 토했다.

석실 문이 열리자마자 하얀 빛이 쏟아지더니 이내 척 봐도 보물창고 냄새 풀풀 나는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와, 우와, 와.”

특히 코델리아는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는데, 단순한 이유였다.

‘최초발견!’

영웅전기2의 유저들 가운데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 했던 장소였으니까.

때문에 석실 안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정보들이 들어 있는지는 영웅전기2의 썩은물인 유더와 코델리아도 알지 못 했다.

미지에 대한 두근거림.

대박이 아닐까 하는 설렘.

코델리아는 쿵쿵 거리는 가슴을 짓누르며 유더를 돌아보았고, 다시 예쁘게 웃었다.

유더 역시 코델리아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기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야, 너두?’

‘어, 나두.’

유더에게도 처음.

유더조차도 발견하지 못 했던 장소.

“주인님, 빨리 들어가 봐요. 네?”

키라라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코델리아의 팔을 당겼다.

빨리 들어가고 싶은데 그래도 코델리아 다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응응, 알았어. 유더야, 내가 먼저 들어가도 돼?”

“얼마든지.”

“히히, 1등이다. 1등.”

오랜만에 1등에 대한 집착을 보인 코델리아는 조심스럽게 석실 안으로 발을 집어넣었고, 이내 부르르 몸을 떨며 좋아했다.

“으, 짜릿해. 너무 좋아. 이래서 1등이 최고야.”

저렇게 좋을까.

진즉에 1등 좀 시켜줄 걸 그랬나.

그래도 1등 못해서 방방 뛰는 모습이 귀여웠으니까.

그거 보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후대, 변태 같아요.]

속마음이 조금 새어나간 모양이었다.

벨렌시아의 차게 식은 눈빛을 받으며 흠흠 헛기침을 터트린 유더는 뒤늦게나마 석실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책이 엄청 많아요.”

겉에서 보면 끽해야 5~6평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은 석실이었지만 안에 들어가자 상상 이상으로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끝에서 끝까지의 거리가 50미터는 족히 되었는데, 마치 대형 도서관에 온 것처럼 책장이 가득했다.

어린 시절 보물이었던, 지금은 잃어버린 낡은 동화책을 떠올린 키라라는 까치발을 세워가며 책장의 책들을 살펴보았는데, 코델리아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책들을 살폈다.

“와, 세상에.”

마력이 느껴지는 책들.

코델리아는 책장 한 쪽에 가득 찬 책들을 보더니 다시 한 번 감탄을 토했다.

“유더야, 유더야, 유더야! 이거 전부 던전 북이야!”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운 채들이 모두 던전 북이었다. 어림잡아도 백 권이 훌쩍 넘었는데, 이제는 추억이 된 바일룬 교회의 던전 북 같은 기초 던전 북부터 난도가 제법 높은 상급 던전 북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교단에서 훈련용으로 만든 건가?”

유더가 몇 권을 꺼내 살펴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하이 엘프들이 만든 것도 좀 섞여 있어. 교단이 모은 것들인가 봐.”

솔라리 교단은 악마 추종자들과의 격전 끝에 멸망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유산은 아직 세계 곳곳에 남아 있었으니, 이 석실 또한 그 유산 가운데 하나가 분명했다.

“루카스 키우기에 좋겠다. 카이사랑 스칼렛한테두.”

이제와서 유더와 코델리아가 쓸 만한 던전 북은 보이지 않았지만 루카스와 카이사, 스칼렛 삼인방을 훈련시키는 용도로는 충분했다.

“다 같이 강해지는 거야.”

세 사람을 육성시킬 생각에 신이 난 코델리아가 책들을 고르는 것을 지켜보던 유더는 다시 발걸음을 내디뎠다.

던전북과 각종 고서들도 분명 큰 소득이었지만 애당초 석실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챔피언 가리우스의 무덤.”

인간의 몸으로 데몬 프린스 라이제강을 쓰러트린 솔라리의 성기사.

석실의 끝에 도달한 유더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천계의 일곱 대천사들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답고 상냥했다 전해지는 솔라리의 성화가 벽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붉은 머리의 대천사.

태양의 여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여신을 위해 짧게나마 기도를 바친 유더는 다시 정면을 보았다.

성화 속에 숨겨진 암호를 하나하나 해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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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교 마누엘라는 옥좌 위에 앉아 미간을 찌푸렸다.

황제의 도주와 어렵게 회유한 엘프 왕세손 엘리오의 실패까지.

이제 제국 내에서 내전이 일어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좋지 않아.’

마누엘라가 바란 것은 제국과 왕국의 전쟁이었다.

겨우 제국만의 내전으로는 대소환에 필요한 환란을 일으킬 수 없었다.

‘더 큰 환란.’

악마의 입의 무리들이 제국 동부를 통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었다.

본래 각자의 지역을 정해놓고 서로 견제하던 악마 추종자들이 자신의 지휘 아래 협력하기 시작하니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족했다.

악마 추종자들이 집결한 것과 같이 그 반대 세력 역시 힘을 모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거슬리는 것은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

아직 드루이드 프란이 합류하진 않았지만 넷이 뭉친 것만으로도 성가시기 짝이 없었다.

본래는 죽었어야 할 자들.

지금처럼 집결하면 안 되었을 이들.

어디서부터 뒤틀린 것인지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데몬 슬레이어.

유더 어거스트 바이엘과 코델리아 어거스트 체이스.

레나를 구한 것도, 란디우스의 생각을 바꾼 것도, 벨키안의 목숨을 구한 것도 전부 두 사람의 짓이었다.

하지만 대사교 마누엘라는 섣불리 두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았다.

이미 판이 커진 상황이었다.

개인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판도를 시야에 두어야 했다.

서부를 내주고 동부를 장악한다.

동부에서 탄생시킨 재앙들을 왕국으로 보내 대환란을 야기한다.

황제와의 내전을 끝내는 즉시 혼란에 빠진 왕국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더 이상 전력을 아낄 때가 아니었다. 상급 마인들은 물론이고 최상급 마인들과 봉인해둔 악마들까지 총동원해야 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전력이 있다면.

대사교 마누엘라는 어둠을 노려보았다.

손가락을 놀리며 계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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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사 라구엘은 왕세녀 다프네와 제국의 황태후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였다.

천상의 목소리를 전해들은 두 여인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하였다.

왕세녀의 부름을 받은 왕국의 귀족들이 중앙에 모여들었다.

황제에게 충성하는 제국의 충신들이 제국 북부에 집결하였다.

세일룬 국왕 헨리 3세는 딸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천상의 목소리를 직접 전해들은 그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다시 한 번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행동했다.

황제는 황태후의 말을 따랐다.

믿고 의지하는 어머니와 함께 제국의 충신들 앞에 나섰다.

헨리 3세는 숨을 가다듬었다.

어린 황제는 주먹을 꼭 쥐고 입을 열었다.

서로 다른 장소.

하지만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일.

헨리 3세가 말했다.

어린 황제가 선포했다.

“전쟁을.”

“시작한다.”

세일룬 왕국력 301년.

아르곤 제국력 517년.

대륙과 두 국가는 물론이고 플레이아데스 전체의 운명을 건 전쟁이 선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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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수행자 님이 그리신 스칼렛 바이퍼입니다.

다음 일러스트는 카이사 오펀드가 될 예정입니다 :D

- 아이폰의 경우 현재 여러 장을 올리면 마지막 한 장만 표시가 된다고 합니다. 첫 번째 그림은 전신샷이고, 두 번째 그림은 상반신 확대샷입니다. 아이폰 유저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ㅠ

< 제111장 - 자이난 협곡 #3 (스칼렛 일러스트 포함)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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