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338화 (338/473)

< 제119장 - 준비하는 자들 #2 (카이사 일러스트 포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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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더와 코델리아의 활약 덕분에 야생의 땅과 북부- 정확히는 세일룬 왕국 간의 관계는 이전에 비하면 무척이나 양호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선뜻 서로를 믿고 함께 행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은 아니었다.

눈꽃바람 평원에서의 전투는 어디까지나 예외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북부와 야생의 땅이 오랜 세월동안 싸워온 사이인 것은 분명했지만, 작금의 상황은 이제까지와 달랐다.

양쪽 모두 좌시할 수 없는 공공의 적이 존재했다.

대소환제.

플레이아데스 전체를 파멸로 몰고갈 악마의 의식.

각자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힘을 합쳐 재상군과 싸우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바로 손을 잡는 것은 무리였다.

누누이 언급했듯이 서로 피를 흘린 역사가 결코 짧지 않았으니 말이다.

중재자가 필요했다.

서로 손을 내밀고 싶지만, 먼저 내밀 수는 없는 두 사람 사이에 서서 모두의 손을 이어줄 사람이.

“그게 우리란 말이지?”

“양쪽 모두와 관계가 있으니까. 왕국의 대귀족인 동시에 야생의 땅의 구원자. 중재자로는 딱이지 않아?”

유더의 이야기답게 제법 그럴싸했다.

“그리고··· 북부군 입장에서는 야생의 땅의 도움이 정말 필요한 상황이니까.”

실라테스 평원에서 밀고 올라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륙 제일의 곡창이라 불리는 실라테스 평원은 문자 그대로 평평하고 넓은 땅이었지만 그 주변은 아니었다.

왕국과 제국의 국경 사이에는 마치 일부러 세워놓은 것 같은 험준한 산맥들이 존재하였다.

물론 국경 전체가 산맥인 것은 아니었지만, 평지라 할 수 있을 지역은 전체 국경에 비하면 너무 적고 또 좁았다.

때문에 세일룬 왕국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그 좁은 틈에 병력을 주둔시켜 제국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곧 왕국에서 제국으로 치고 들어갈 때 역시 그 좁은 틈을 통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되었다.

“지키기 쉬운 땅이지만 그건 상대에게도 마찬가지란 소리지.”

왕국군이- 특히 북부의 군세가 제국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우회로가 필요했다.

“그래서 야생의 땅?”

“맞아, 우리가 사용했던 루트가 최적의 우회로니까.”

북부에서 그대로 야생의 땅을 경유해 제국 서부로 침투한다.

“야생의 땅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야.”

만약 야생의 땅의 야만인들이 적으로 돌아선다면 보급로는 물론이고 후방 자체가 막히는 셈이었으니 말이다.

유더의 설명에 코델리아는 씩하고 웃었다.

“하지만 반대로 야생의 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든든해진다 이거지?”

“맞아, 후방이 안정되는 것은 물론이고 보급 역시 원활해지겠지.”

유더가 마이아에게 남긴 주머니에는 지금과 같은 일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몇 가지 자료들과 편지들이 들어 있었다.

물론 붉은바람과 태양노래를 야생의 땅으로 돌려보낼 때도 미리 귀띔을 해두었고 말이다.

“가슴이 웅장해져.”

“나도.”

유더와 코델리아는 씩 웃으며 돌진해오는 갈까마귀들을 바라보았다.

제국을 질타하는 칠천의 갈까마귀들 뒤에는 야생의 땅의 전사들이 있었다.

말에 탄 자들도 있었지만 거대한 전투 멧돼지 위에 올라탄 자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멀리서도 금방 구분이 되었다.

“언니이이이!”

야생의 땅의 군세들을 이끄는 붉은바람이 보였다.

사실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불러낸 피닉스 덕분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갈까마귀! 적을 분쇄하라아!”

“오오오오오오!”

선두에 자리한 흐레스벨그 백작이 검을 높이 들며 명령하자 갈까마귀들 전체가 일시에 포효했다.

마물들로 구성된 재상군을 향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돌진했다.

호쾌하기 짝이 없는 랜스 차징.

천지를 요동케하는 말발굽 소리!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갈까마귀들과 야생의 땅의 연합군의 선두에는 코델리아를 깜짝 놀라게 할 자가 함께하고 있었다.

바람의 검성 바이엘 백작.

아니었다.

그의 등장에 놀라기는 했지만, 깜짝 놀라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갈까마귀들의 랜스 차징을 앞서는 자.

대지를 질타하는 그들에 앞서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 자.

“아버지!”

코델리아의 외침에 호응하듯 하늘로 솟구쳐 오른 체이스 백작이 두 팔을 벌렸다. 한쌍의 광익을 펼치며 거대한 마력을 폭발시켰다.

“나, 날개?!”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광익이 분명했다.

그리고 더해지는 하나.

체이스 백작의 머리 위에서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천사의 고리!

“어, 어떻게?!”

코델리아의 당혹에 유더는 씩하고 웃었다.

선조회귀는 꼭 코델리아에게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코델리아에게 천사의 피가 흐른다는 것은 곧 그 아버지인 체이스 백작에게도 천사의 피가 흐른다는 뜻이었다.

물론 코델리아는 격세유전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천사의 피를 이어받은 특별한 개체였다.

아버지라 한들 체이스 백작의 몸에 흐르는 천사의 피가 코델리아와 동급일 가능성은 한 없이 낮았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잖아?”

따면 대박이고!

그러니 시도해본다.

어차피 재료는 충분했으니까.

망설임 없이 지르고 본다!

“우오오오오오오!”

붉은 로브를 휘날리며 거대한 광익을 펼친 체이스 백작은 불꽃의 천사 그 자체였다.

천사화를 통해 증폭된 마력을 단숨에 쏟아내니 마력의 흐름만으로 대기가 비명을 질러댔다.

“레인 오브 파이어!”

체이스 백작의 명령에 세상이 순응했다.

재상군의 선두를 향해 하늘에서 불꽃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쾅! 쾅! 쾅! 쾅! 쾅!

불소나기에 마물들의 전열이 무너졌다. 대지가 불타올랐고, 치솟은 불길 사이로 갈까마귀들의 맹진이 이어졌다.

“우오오오오!”

콰가가가가가가-!

노도와 같은 진격에 마물들의 전열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갈까마귀들은 그대로 멈춰서서 마물들과 싸우는 대신 계속해서 기동했고, 그렇게 빈틈을 야생의 땅의 전사들이 파고들었다.

“아라라라라이!”

“아라라라라이!”

“쿠라하!”

여러 부족들의 연합이었다.

그들 모두가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붉은질풍의 명령에 따라 거친 야성을 폭발시켰다.

“우리도 가자!”

흥분한 코델리아의 외침에 유더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잘 싸우고 있었지만, 이쪽이 도와준다면 더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을뿐만 아니라 피해까지 줄일 수 있었다.

“아버지!”

광익을 펼친 코델리아가 높이 날아오르며 황금빛 폭풍을 일으켰다.

유더는 엘룬 대신 지휘권을 잡은 엘프 기사에게 눈짓을 보냈고, 엘프 기사는 주저하지 않고 명령했다.

“돌진하라!”

숫자는 적지만 막강하기 그지없는 엘프 기사들이었다.

레드 게이트를 나온 그들은 엘프스티드의 막강한 기동력을 살려 단숨에 재상군의 측방을 요격하기 시작했다.

“완승이군.”

아직 전투 중이었지만 유더는 그렇게 말했고, 오래지 않아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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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승리!”

“우오오오오!”

갈까마귀들과 야생의 땅의 전사들이 함께 포효하며 기뻐했다. 엘프 기사들 역시 검을 높이 들며 승리를 자축했다.

전투는 생각 이상으로 빨리 끝났다.

적의 본대가 선발대인 마물들의 군대가 박살이 난 순간 급히 회군하여 도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리하였을까.

승산이 없다고 보았던 것일까?

아니면 역시 총지휘자였던 제일검의 부재에 부담을 느낀 것일까?

다양한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었지만 일단 재상군이 물러난 것은 사실이었다.

흐레스벨그 백작과 붉은질풍은 섣불리 재상군을 추적하는 대신 병사들을 멈추어 승리를 만끽하게끔 했다.

승세를 타 적의 뒤를 치는 것도 좋았지만 애당초 먼 길을 경유해온 원정군이었기에 무리를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언니이이이!”

“붉은바라아아암!”

도도도 달려와 안기는 붉은바람을 코델리아가 꼭 안아주자 주변에 있던 이들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딱 한 명만 빼고 말이다.

“우으으······.”

오랜만에 코델리아를 본 터라 잔뜩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던 키라라였다.

만나자마자 전투가 벌어지는 바람에 아직 제대로 된 포옹도 못 해봤는데 갑자기 나타난 도둑고양이가 주인님을 끌어안다니, 거기다 주인님께서 저렇게 기뻐하시다니.

“우으응······.”

끙끙 앓는 소리를 내었지만 안타깝게도 코델리아에게는 닿지 않았다.

붉은바람에 이어 너무나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와! 세상에!”

전투 중에는 뒤에 빠져있다가 승리가 확실해지니 아장아장 나타난 하얗고 작은 아기곰.

“거친눈사태 님!”

“흠흠, 오랜만이다.”

헛기침하며 젠채했지만 그래봐야 작은 아기곰.

코델리아는 거친눈사태를 단번에 안아든 뒤 뺨을 비벼댔다.

“꺄! 너무 반가워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으휴, 나는 아니었다. 안 봐서 얼마나 좋았는데.”

거치눈사태가 흥흥거리며 말하자 코델리아는 시무룩해지는 대신 유더처럼 능글맞은 미소를 짓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에이··· 정말요? 정말로 진짜?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코델리아는 문자 그대로 천사였다.

더욱이 야생의 땅에 있었을 때와는 달리 애교라는 스킬을 습득한 상태였다.

“으으음··· 조, 조금은 보고 싶었을지도.”

거듭된 애교에 거친눈사태가 뺨을 붉히며 말하자 코델리아는 까르르 웃더니 거친눈사태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었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와주셔서 고마워요.”

“흥. 따, 딱히 너희 때문은 아니다. 황금의 용왕께서 가보라 하셔서 온 거지.”

“흐으응, 그러셨구나. 그래서 오신 거구나.”

코델리아가 빙글빙글 웃으며 말하자 거친눈사태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못 본 사이에 요망함만 늘어난 것 같은 코델리아였다.

“흠흠! 아무튼 그만 내려놓고 너희 아버지께나 인사드리러 가라.”

“네, 그럴게요. 신경써 주셔서 감사해요.”

예쁘게 답한 코델리아는 바로 시선을 돌렸다.

체이스 백작과 바이엘 백작에게 이미 붙잡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유더를 향해 서둘러 발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다른 장소.

또 하나의 가족상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루카스? 루카스가 맞는 거냐?”

“예, 아버지. 루카스입니다.”

흐레스벨그 백작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겉모습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알맹이는 완전히 달라진 루카스였으니 말이다.

흐레스벨그 백작이 루카스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게일과 아델리아의 결혼식이 있기 전이었다.

즉, 라이제강 레이드조차 뛰기 전의 루카스가 흐레스벨그 백작이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이었다는 소리였다.

겨우 몇 달이었다.

그런데 그 몇 달 사이에 루카스가 어마어마하게 강해졌다.

“검호··· 검호의 경지에 올랐구나. 아니, 어쩌면······.”

이미 오래 전에 검호의 경지에 오른 흐레스벨그 백작이기에 알 수 있었다.

검을 쓰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간파할 수 있을 정도로 루카스의 기도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검호.

어쩌면 검성에 도달했을지도 모를 경지.

“예, 아버지. 지평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지평을 바라보는 것은 검호의 경지, 지평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검성의 경지.

“정말 믿기지 않는구나. 하지만··· 정말 기쁘기 그지 없구나.”

평소의 흐레스벨그 백작과 달리 무척이나 흥분한 상태였다.

루카스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했다.

자신도 유더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때마다 몹시 놀랐으니 말이다.

‘아니, 조금 다른가.’

흐레스벨그 백작에게 있어 루카스 자신은 하나뿐인 자식이었으니까.

흐레스벨그 백작에게는 지금 순수한 기쁨만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아직 기뻐할 일들이 남아 있었다.

“아버님, 인사드려요. 스칼렛 바이퍼라고 합니다.”

부자 사이에 슬쩍 끼어든 스칼렛이 우아하게 예를 표했다.

눈에 확 띄는 미녀의 등장에 흐레스벨그 백작은 눈을 껌벅였다.

“아버님?”

“예, 아버님. 편하게 스칼렛이라 불러주세요.”

요염하면서도 우아한 스칼렛의 모습에 흐레스벨그 백작은 급히 루카스를 돌아보았고, 빨갛게 변한 루카스의 얼굴에서 한 가지 사실을 간파하였다.

“오오, 그래. 반갑구나.”

갑자기 나타난 며느리 후보였지만 척 봐도 부족함이 없었다.

외모도 출중한데다 행동에 기품이 있었고, 일신에 갖춘 무력 역시 범상치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아, 아버님! 저도 인사드려요! 오펀드 후작가의 카이사 오펀드입니다!”

급히 달려온 카이사가 어설프게나마 예를 표했다.

잘려나갔던 팔을 급히 붙인 터라 뒤에 빠져 있었는데, 그 틈을 타고 스칼렛이 여우짓을 할 줄이야!

“오펀드 후작가?”

“예, 오펀드 후작가입니다.”

카이사가 살짝 애교를 부리며 말하자 흐레스벨그 백작은 다시 루카스를 돌아보았고, 미간을 좁혔다.

루카스가 이번에도 얼굴을 붉혔기 때문이다.

‘아들아,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서, 설마 양다리인 것이냐?’

누구보다 착실하고 순수했던 네가?

흐레스벨그 백작의 눈빛에 루카스는 당황해서 어버버 거렸다.

전생의 기억들을 일부나마 회복함에 따라 상황 자체가 엉킨 탓이었다.

스칼렛과 카이사.

두 사람 모두 전생에는 연인이었다.

물론 동시에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셋 모두가 한 편인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어, 음··· 그, 그러니까.”

루카스가 일단 해명 아닌 해명이라도 위해 떠듬떠듬 입을 열 때였다.

흐레스벨그 부자의 뒤쪽.

카이사의 날카로운 눈빛이 스칼렛에게 향했다.

‘야! 이게 어디서 선수를 쳐! 루카스 가슴에 칼도 박으려고 했으면서!’

‘흥, 그러는 너는 루카스 뒤통수를 치려고 했잖아?’

‘야, 나는 루카스랑 갈 데까지 간 사이였거든?’

‘누구는 안 그랬나?’

서로 뜻이 통하는지도 의문이었지만 두 사람은 날카로운 눈빛들을 주고받았다.

“음, 잘 모르겠지만 저기도 개판이군.”

저도 모르게 차게 식은 눈을 한 거친눈사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별의 바다 저 너머에서부터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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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정리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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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수행자 님이 그리신 카이사 오펀드입니다.

다음 일러스트는 벨렌시아가 될 예정이고,

그 다음은 개그림 님이 그리신 전생 코델리아와 현생 코델리아의 합동 일러스트가 될 예정입니다 :D

< 제119장 - 준비하는 자들 #2 (카이사 일러스트 포함)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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