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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342화 (342/473)

< 제121장 - 폭풍전야 >

제121장 - 폭풍전야

서로 다른 세상으로의 이동은 결코 쉽지 않았다.

대천사들이나 대군주들처럼 하나의 세상을 존재 자체로 지탱하는 신적 존재들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하나의 세상에 가지는 존재감이 클수록 다른 세상으로 이동할 때 필요한 힘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동 대상이 되는 세상의 저항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세상에는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아가 없는 세상이라 하여 보호본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자잘한 존재들이라면 세상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신적 존재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조악한 비유였지만 그물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웠다.

구멍이 커다란 그물.

송사리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그물을 통과할 수 있지만 커다란 물고기들은 그렇지 않다.

자기 몸집보다 훨씬 더 작은 그물의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자기 몸을 강제로 작게 만들든가 그물을 뜯어 구멍을 넓혀야 한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했다.

데몬프린스를 플레이아데스에 불러오는 일조차 일단 지옥의 문을 만들고, 거기에 다시 또 많은 준비가 필요할 지경이니 더 상위의 존재인 대군주는 오죽하겠는가.

굵고 커다란 쇠사슬에 양 팔이 봉인된 라구엘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녀의 뺨을 따라 은루가 흘러내렸다.

대부분의 힘을 봉인당한 채 묶여 있는 자신의 상황이 서글퍼서가 아니었다.

앞으로 플레이아데스에 일어나게 될 일들.

아우리엘이 지금처럼 변해버렸다는 사실이 가져온 슬픔.

새삼 떠오르는 솔라리와 에로스, 가브리엘에 대한 기억들.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라구엘 자신은 알고 있었으니까.

솔라리가 소멸한 이후 아우리엘이 변해버렸다는 사실을.

솔라리가 플레이아데스에 강림하였을 때 아우리엘과 라구엘 자신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솔라리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아우리엘은 플레이아데스에 강림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너무나 많은 신적 존재들에게 휘둘린 플레이아데스가 격렬히 저항했다.

더욱이 마치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플레이아데스와 천계의 움직임이 맞물려 서로 간의 거리가 특히 멀어진 상황이었다.

격노한 아우리엘은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플레이아데스에 강림하려 했지만 그 또한 이룰 수 없었다.

솔라리가 마지막 힘을 다해 그나마 형성된 미미한 연결로들을 모조리 다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솔라리의 의도는 알 수 있었다.

플레이아데스의 인간들을 가엾게 여긴, 아끼고 사랑한 그녀는 천계와 지옥이 더 이상 플레이아데스에 관여하는 것을 원치 않은 것이었다.

솔라리가 소멸했다.

아우리엘은 플레이아데스에 강림하려던 뜻을 꺾었고, 침묵했다.

그 침묵.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아니었다.

아우리엘의 안에서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꺼지지 않는 격노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라구엘 자신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격노의 불길을 어찌하지 못 했다.

아니, 어쩌면 모른 척 한 것일까.

격노의 불꽃을 어찌할 자신이 없어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길 바란 것일까.

작금의 사태는 그 대가일지도 몰랐다.

방관하고 있던 대가.

보다 적극적으로 아우리엘의 상처를 보듬어주지 못 한 자신에게 내려진 벌.

사리엘과 라파엘라는 솔라리 사태와 관련하여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둘이 아우리엘의 의견에 동조한 것은 플레이아데스가 천계의 운명을 희롱했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닐 터였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부채의식이 두 사람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패가 갖추어졌어.’

천계의 운명을 희롱했다는 명분이 만들어졌다.

대소환이라는 이유가 생겨났다.

이계에서 온 신적 존재들이 공멸한 플레이아데스의 저항은 약해졌고, 강림에 필요한 의식을 지옥 측에서 제공했다. 강림 자체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했지만, 난도가 급격히 낮아진 것은 사실이었다.

라구엘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플레이아데스에 경고를 해주었다.

하지만 그 경고가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인가.

라구엘 자신은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는- 그저 하찮은 자기만족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솔라리, 에로스, 가브리엘······.”

잃어버린 세 자매들.

대천사들의 힘은 모두 동일하지 않았다.

솔라리에 비하자면 에로스와 가브리엘의 힘은 미미했다. 대천사들 가운데서도 특히 약한 둘이었다.

하지만 그런 강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라구엘은 자신의 자매들을 사랑했다.

잃어버린 자매들이 보고 싶었다.

“솔라리······.”

왜 그랬어. 왜 플레이아데스에 개입한 거야. 왜 그들을 위해 목숨까지 희생한 거야.

자아를 가지고, 인격을 가지고, 감정을 가지고.

인격신인 대천사들은 불완전한 존재들이었다.

라구엘 자신도 그러했다.

솔라리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원망, 아우리엘에 대한 걱정, 플레이아데스에 대한 연민, 무력한 자신에 대한 절망감-

그 모든 감정들이 뒤섞여 눈물이 되었다.

대천사의 뺨을 따라 끝없이 흘러내렸다.

&

란디우스는 역시 태양과 같은 자였다.

그의 편지는 희망의 불길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스승님이 팔문을 여셨어.”

칠문과 팔문의 차이는 유더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렇기에 란디우스가 팔문을 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를 지경이었다.

물론 지금의 란디우스가 대군주나 대천사급의 존재인 것은 아니었다.

신적 존재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약한 란디우스였다.

하지만 가슴이 든든했다.

마치 단단한 지반 위에 선 것처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쩔어. 아버님 말씀이 맞아.”

유더와 코델리아 자신이 바꾼 것들.

그 사이에 당당히 자리한, 다시 모인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

란디우스의 서신에는 팔문을 열었다는 사실과 그에 대한 자랑, 이번에야말로 스승으로서 길을 이끌어주겠다는 자부심, 설마 너도 팔문을 연 건 아니지? 여전히 육문이나 칠문이지? -하는 소심한 이야기들 외에도 중요한 사실이 하나 실려 있었다.

[제자야, 이 편지를 읽고 있는 지금이라면 너도 아마 볼 수 있을 거다. 악마 추종자 놈들이 제도에 대천사를 강림시키려 하는 것을 말이다. 레나 말로는 이십일 남짓이 걸릴 거라고 하더구나. 이십일 전후. 그래, 그렇게까지 짧은 시간은 아니지. 하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시간 역시 아니다.]

재상군이 건재했다.

동방에서 건너온 악마 추종자들 역시 막강한 세력을 자랑했다.

[통상적인 전쟁의 공식으로 진행한다면 제도 함락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설사 최정예 부대를 꾸린 뒤 일점돌파 형식으로 제도를 향해 맹진한다 해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 이쪽이 일점돌파를 행하면 놈들도 일점방어를 할 터이니 어쩌면 아예 제도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고 말이다.]

타당한 추론이었다.

자주 잊는 일이었지만 란디우스는 본래 파라곤 왕국의 기사였다.

전쟁에 관해서는 다섯 영웅들 가운데서 가장 해박할 터였다.

[그래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소수의 최정예 병력으로 제도를 급습한다. 어떻게든 대천사 강림의 의식을 저지하고, 다시 시도하지 못 하도록 의식의 주체가 될 만한 이들을 제거한다.]

대사교 마누엘라.

파라곤의 멸망을 초래한 악마 추종자들의 우두머리.

[무모한 짓이다. 미친 짓이기도 하지. 하지만 시도해 볼 만한 일이기도 하다.]

유더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전적이 있는 자들이었으니까.

데몬프린스와 그 군세로 점령된 파라곤 왕실에 겨우 다섯이서 돌진한 적이 있는 다섯 영웅들이었다.

‘결국 데몬프린스를 쓰러트리기도 했고.’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이 일으킨 기적.

‘더욱이······.’

지금까지 대사교 마누엘라는 란디우스와 싸우는 시늉만 하다가 도망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대천사 강림의 의식 때문에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는 마누엘라였으니, 란디우스에게는 이번이야말로 마누엘라를 처단할 기회이기도 했다.

[그래서 방법을 모색해봤다. 아무리 소수 병력이라도 제국 내에 잠입한 뒤 제도를 치는 것은 무리한 일이었으니까. 제도까지 무사히 이동한 뒤 급습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고··· 마침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에로스의 유산.”

유더가 말했고, 함께 편지를 읽던 코델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사랑의 신 에로스가 지상에 남긴 유산들 가운데 하나. 소위 말하는 비공정이라는 물건이다. 하늘을 나는 배이지. 프란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더구나. 연속 운행은 무리지만 제도까지 단 한 번의 편도 여행에는 쓸 수 있을 거다.]

맞는 말이었다.

사랑의 대천사 에로스의 유산.

공중유람선 에로티카.

애당초 전투용이 아닌 배였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대천사의 배였다.

방어력 하나는 탁월했으니 제도 급습에 이용할 수 있을 터였다.

‘스승님 말씀처럼 1회용이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애당초 유더와 코델리아가 에로티카를 발굴해서 타고 다니지 않은 것은 운행 횟수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에로스가 소멸한 지금 그 배를 움직일 수 있는 건 앞으로 한 번- 많아야 두 번에서 세 번 정도였다.

[있지, 유더야. 그럼 아델라이데도 만날 수 있을까?]

코델리아의 메시지에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어찌어찌 만나기는 하네.]

영웅전기2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아델라이데.

너무 아름다운 얼굴을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맨얼굴 대신 베일을 쓴 얼굴만 등장했던 초유의 캐릭터.

그녀는 에로티카를 지키는 에로스 교단의 후예였다.

시기를 고려한다면 에로티카의 조종사로 그녀가 올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못 만나본 건 케인즈랑 막시밀리언 정도인가.’

제국측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들.

케인즈야 근본이 악인인데다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들 중에서도 감초 같은 역할이었던 터라 별로 아쉽지 않았지만 막시밀리언은 아니었다.

‘어디서 뭘 하고 있으려나.’

본래라면 로열나이트 일을 하고 있어서 레온과 만날 때 같이 만났어야 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아예 로열나이트 입단 시험 자체를 보지 않은 막시밀리언이었다.

레온조차도 어릴 때부터 죽마고우였다는 영웅전기2의 설정과 달리 어렸을 때 그런 친구가 있었다- 수준의 교우 밖에 없었다.

막시밀리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스칼렛이 왕도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고는 했는데 그는 왜 제국이 아닌 세일룬 왕국에 내려왔던 것일까.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어차피 막시밀리언을 찾아 동료로 맞이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아무리 영웅전기2 공인 치트 캐릭터인 막시밀리언이라도 정상적으로 성장했다면 폭풍 성장을 거듭한 루카스보다 강할 수는 없었고 말이다.

‘정상적인 성장을 거쳤다면······.’

어쩐지 모르게 마음에 걸린 부분이었지만 유더는 이내 생각을 접었다.

다시 편지에 집중하였다.

[제자야,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는 지금 나는 아마 동료들과 함께 에로티카를 찾아 이동 중일 거다. 에로티카를 발굴하면 바로 네게 향하도록 하마. 그때까지 육문- 아니, 어쩌면 칠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련 열심히 하고 있으려무나.]

“죄송합니다, 스승님.”

이미 팔문입니다.

작은 미소로 편지 읽기를 마친 유더는 마찬가지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코델리아에게 충동적으로 키스한 뒤 모두를 돌아보았다.

다소 불편한 표정들.

마뜩찮음과 기꺼움이 공존하는 장인어른의 얼굴.

유더는 흠흠 헛기침을 토한 뒤 모두에게 말했다.

란디우스의 편지 덕분에 머리가 맑아졌고, 바로 다음 방침을 정할 수 있었다.

“일단 스승님께서 에로티카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뭔 카?”

“에로··· 티카.”

카이사의 물음에 살짝 뺨을 붉히며 답한 유더는 연이어 에로티카가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설명했다.

“스승님 말씀이 맞습니다. 21일 밖에 여유가 없는 지금, 제도 강습이 유일한 해결책이겠죠. 그래서 스승님께서 에로티카를 찾아오실 때까지 전력의 증강을 꾀할 생각입니다.”

유더의 목소리에는 활기가 어려 있었다.

덕분에 제도에 꼬라박는다는- 무모한 계획에 아연실색해 있던 이들도 낙담하거나 황당해하는 대신 유더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단기간에 전력을 증강시키려면 역시 템빨이 최고죠. 루카스, 왕도에 다녀와 줘. 성검 클라우솔라스가 필요해.”

란디우스가 사용하는 솔라 블레이드에 버금가는 솔라리의 유산.

본래 왕도를 수호하기 위한 용도였지만 대천사 강림을 막지 못 하면 왕도고 뭐고 없는 상황이었다. 적들도 제도를 지키면 지켰지 왕도를 공격할 리 없었으니 의식을 파괴해서라도 챙기는 것이 맞았다.

“설마 내가 쓰는 건가?”

“어, 네가 써야 해.”

성왕십자검은 성스러운 힘을 사용했다.

솔라리의 검이라면 지금의 루카스에게 있어서는 졸업템이라 해도 좋았다.

“그리고 연락을 해둘 테니 왕도에서 장비를 챙겨. 아마 지금쯤이면 용장비들이 완성되어 있을 거야.”

“용장비? 이미 있지 않나?”

“있지. 하지만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시간을 보다 들여 만든 장비들이 있어.”

카시우스를 괜히 영지에 남겨둔 것이 아니었다.

애당초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버텼던 장비들이 몇 개 있었는데, 지금쯤이면 완성했을 터였다.

“그러니 부탁 좀 드릴게요. 카시우스에게 소식을 전해주세요. 왕도로 빨리 올라오라고도 전해주시고요.”

유더가 자연스럽게 서쪽 숲의 마녀를 돌아보자 그녀는 쓰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는 이런저런 정보 쪽으로 도움을 주려 했는데, 이미 정보 면에서는 딱히 꿀릴 게 없는 유더와 코델리아다 보니 당장은 이런 식으로 밖에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블랙망- 아니, 유더. 그럼 너희는 어디에 가려고? 더 챙길 게 있는 거야?”

왕도에 굳이 루카스를 보낸다는 것은 유더와 코델리아에게는 따로 갈 곳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스칼렛의 날카로운 물음에 유더는 코델리아를 돌아보았고, 코델리아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맞아, 우리는 따로 다녀올 곳이 있어.”

이미 최강 장비로 무장한 두 사람이었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다.

사계와 사성.

춘하추동과 풍수지화 가운데 만나지 못 한 마지막 하나.

최후의 페어리 퀸.

“물의 페어리 퀸을 찾으러 갈 거야.”

그리고 물의 가호를 강탈- 아니, 받아서 완성시킬 거야.

영웅전기2 최강의 가호이자 누구도 손에 넣지 못 했던 환상의 가호를.

“요정왕의 가호.”

그로 말미암아 사용할 수 있게 될 새로운 힘.

[좋은 일을 하려는 건데 왜 두 분 모두 속이 까만 미소를 짓고 계신 걸까요.]

[그야 둘 다 속이 까마니까요.]

멜리사의 한탄 아닌 한탄과 벨렌시아의 해탈 속에서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돌아보았고, 다시 한 번 새카만 미소를 나누었다.

&

< 제121장 - 폭풍전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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