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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343화 (343/473)

< 제121장 - 폭풍전야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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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방침이 정해지자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룬의 부관은 이 놀라운 사실들을 요약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유더에게 들은 그대로를 엘프들의 대부 빈첸죠 롬바르디에게 전달했고, 빈첸죠는 엘룬의 부관이 미친 것은 아닌지 의심했지만 이내 그의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어찌되었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이거군.”

남은 시간은 약 21일.

그 시간이 지나면 반복된 멸망과 이어 붙이기보다 더 황당한- 그러니까 악마 추종자들의 대천사 강림 시도가 현실이 된다.

빈첸죠는 황태후가 보낸 전보들과 엘룬의 부관이 올린 보고서를 한 눈에 바라본 뒤 두 손으로 주름진 얼굴을 덮었다.

저도 모르게 약한 말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너무 오래 살았어.”

얼굴에 주름을 가진 엘프는 드물었다.

엘리오 롬바르디의 반역.

놈이 반역을 시도한 가당찮은 이유.

그리고 일련의 사태들까지.

‘여기까지인가.’

빈첸죠는 무심코 그렇게 느꼈다.

세계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의 대작전이 시작되었지만 막상 빈첸죠 자신이 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오랜 시간 엘프들을 이끌고 온 늙은 우두머리에게 세월의 흐름을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할 일은 해야겠지.’

평소의 빈첸죠라면 여기서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을 택했을 터였다.

유더 바이엘의 계획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야 했으니까.

그때를 대비해 최대한 물자와 전력을 비축하는 것이 빈첸죠다운 일이었다.

하지만 빈첸죠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슬쩍 물러나 전력을 아끼는 대신 그림자 숲의 엘프들이 가진 각종 비보들을 아낌없이 꺼내들 마음을 품었다.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전생의 기억들 때문인지, 아니면 엘프들이 커다란 부를 움켜쥘 수 있게 해준 특유의 투자 감각이 발현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양쪽 모두가 이유일지 몰랐다.

“세계의 멸망인가.”

허탈한 웃음을 지은 빈첸죠는 부하들을 불렀다.

멸망 이후를 대비하는 대신 멸망 그 자체를 막아내기 위해 몇 가지 명령들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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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두 분이서만 가신다고요?”

올려다보는 커다란 눈망울은 충분히 귀여우면서도 불쌍했지만 코델리아는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시간이 없어서 서둘러야 하거든. 대신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코델리아가 타이르듯 말하자 키라라는 우울한 얼굴로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축 늘어진 꼬리가 몹시도 불쌍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미안! 진짜 미안!’

사실 시간이 없는 것도 없는 것이었지만, 이번이야말로 유더와 마지막으로 함께 여행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이야기했듯이 시간이 없었다.

여행하면서 딴 짓을 할 틈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만은 유더와 단둘이 함께하고 싶었다.

만약 아우리엘의 강림을 막지 못 한다면- 나아가 대소환을 저지하지 못 한다면 남은 것은 약속된 멸망뿐이었으니 말이다.

“주인님, 그럼 몸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우울하게나마 말한 키라라는 돌연 코델리아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고, 코델리아는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 키라라의 등과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응응, 다녀올게. 키라라도 건강히 잘 있어.”

길어봐야 며칠 밖에 걸리지 않을 여행이었지만 코델리아는 최대한 상냥하게 이야기했다.

애당초 그게 품성이기도 했지만, 키라라 역시 전생의 기억들을 회복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버림받는 거야. 그러니까 배신해 버려.’

머릿속에서 울린 목소리에 키라라는 인상을 찡그렸지만 무어라 대꾸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머릿속 목소리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생의 기억.

배신에 배신을 거듭한 키라라 자신의 기억들.

자아를 가진 누군가가 정말로 말을 거는 것이 아니었다.

키라라 자신이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거듭된 전생 속에서 키라라 자신은 언제나 버림받고, 의심받고, 미움 받는 배신자였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주인님을 만났으니까.

망가져 버리기 전에 주인님께서 믿음을 주셨으니까.

키라라는 자신을 잘 알았다.

전생의 기억을 제법 떠올렸지만 제도를 급습하는 일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 할 터였다.

아마 저 최후의 원정대에도 끼지 못 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터였다.

유더와 코델리아- 사랑하는 주인님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정말 좋아해요 주인님.”

“나도 정말 좋아해.”

코델리아의 대답은 달콤하고, 부드럽고, 따스했다.

별 거 아닌 말이었지만 진심이 어려 있었기에 전생의 기억을 각성한 키라라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엉엉 우는 대신 코델리아를 놓아주었다.

“키라라도 힘낼게요.”

“응, 같이 힘내자.”

코델리아의 환한 미소에 키라라도 더 이상 울상을 짓지 않았다.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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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바람은 코델리아에게 자꾸만 엉겨 붙는 키라라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저 도둑고양이 같은 년이 자꾸 누구한테 엉기는 거야.

키라라를 본 지 이제 겨우 몇 시간인 붉은바람이었지만 전생까지 포함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키라라와는 몇 번이나 죽고 죽인 사이였다.

연달아 떠오른 전생의 기억들 대부분이 안개 너머에 있는 것처럼 흐릿했지만 개중에는 제법 선명한 기억들도 있었다.

같은 야생의 땅 출신이라며 접근한 뒤 자신을 배신하던 키라라.

자신의 등에 칼을 꽂아 넣던 키라라.

물론 전생의 일이었다.

현생의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더의 말마따나 플레이아데스에 일어난 일은 회귀가 아니었다.

과거의 일들은 모두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이었다.

“이번에야 말로······.”

붉은바람은 작게 읊조리듯 말했다.

망할 키라라를 보는 대신 코델리아와 유더를 보았고, 마음 깊이 감사했다.

여러 번 반복된 과거 속에서 야생의 땅은 언제나 멸망했다.

단순히 멸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의지를 빼앗긴 채 악마들의 노예가 되었었다.

야생의 땅이 구원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구원을 해낸 것이 바로 유더와 코델리아였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저 둘은 야생의 땅의 구원자이자 수호자가 맞아.”

거친눈사태의 말에 붉은바람은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럼 이전까지는 인정하지 않으셨어요?”

붉은바람의 말에 거친눈사태는 끙끙 앓는 표정을 짓더니 흥흥거리며 답했다.

“아, 아무튼!”

“아무튼 인정하셨다고요?”

“우씨, 그래! 인정했다! 근데 새삼 다시 인정했다고!”

아기곰이 발딱 일어서며 한 말에 붉은바람은 다시 웃었고, 거친눈사태는 툴툴 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놀라운 이야기고, 우리 야생의 땅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황금의 용왕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뭔가 더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를 고민해야겠다.”

지금으로부터 약 천 년 전.

지옥의 대군주들에 의해 지상이 신음할 때 야생신들은 그 싸움에 끼어들지 못 했다.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야생신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야생신들은 플레이아데스의 일원으로서 세계를 수호하고자 하는 노력에 동참할 생각이었다.

“분명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다.”

아기 곰의 얼굴로 비장하게 말한 거친눈사태는 야생의 땅이 있는 서쪽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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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멸망을 저지하고자 모두가 노력하고 있을 때 루카스는 곤란함을 느꼈다.

스칼렛과 카이사.

전생의 연인들.

이제는 제법 기억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유더와 코델리아를 제외한다면 아마 가장 많은 기억을 회복한 것은 루카스 자신일 터였다.

‘그 다음은 스칼렛과 카이사 같고.’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너무나 생생한 전생의 기억들.

스칼렛도 연인이었고, 카이사도 연인이었다.

두 사람과 각기 사랑했던 기억과 감정들이 동시에 떠올라 공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스칼렛과 카이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차이점은 두 사람 모두 전생의 연인은 루카스 자신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서로를 노려보는 스칼렛과 카이사.

때로는 적이었고, 때로는 친구였던 두 사람은 참으로 복잡한 시선들을 주고받았다. 가끔씩은 루카스에게 시선을 주었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누구야?”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성격이 제일 급한 카이사였다.

그녀의 물음이 가지는 의미는 분명했다.

나야 스칼렛이야.

누가 네 연인인 거야.

카이사는 격정과 노여움에 간절함을 섞어 루카스를 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에 루카스는 카이사와 뜨겁게 사랑했던 전생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화통하고 호쾌했지만 사실 무척이나 여린 마음을 가진 여인이었다.

“루카스?”

스칼렛도 루카스를 보았다.

그녀의 시선에는 약간의 표독스러움과 애절함이 담겨 있었다.

루카스는 다시 스칼렛과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우아한 장미.

날카로운 가시로 스스로를 뒤덮고 있지만 그녀는 결코 모질지 않았다. 누구보다 상냥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인이었다.

그녀들과 보냈던 밤.

함께 했던 시간들.

‘으으윽······.’

도저히 누구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동일하게 사랑했다.

아니, 애당초 사랑의 정도를 재는 것이 가능하긴 하단 말인가?

쓰레기 같은 생각이었지만 가능하다면 두 사람 모두와 다시 연인이 되고 싶었다.

‘으윽··· 난 쓰레기야.’

그래서 차마 그런 말은 입에 담지 못 했다.

물론 둘 중 한명을 고르는 것 역시 불가능했고 말이다.

고를 수 없는 것도 없는 것이지만, 남은 한 사람은 대체 어찌한단 말인가.

루카스가 끙끙 앓기만 할 뿐 제대로 답하지 못 하자 카이사와 스칼렛 모두 조금씩 표정이 안 좋아졌다.

하지만 두 사람도 루카스의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

적으로 루카스를 만났을 때의 기억 역시 있었기 때문이다.

스칼렛은 루카스가 카이사와 서로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고 있었다.

카이사 역시 루카스가 스칼렛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려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만들어지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우으으······.’

루카스는 진심으로 괴로워했다.

빌트바인의 어록을 열심히 떠올려보았지만 이 와중에 도움이 되는 것은 별로 없었다.

빌트바인은 모범적인 영웅답게 운명의 짝 하나만을 평생토록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가.’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사실은 스칼렛과 카이사 모두 적이었을 때의 기억보다는 연인이었을 때의 기억을 우선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기는 하였다.

전생에 스칼렛이나 카이사가 적이 되었던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붙잡혀서 마인으로 강제로 타락하거나 마검에게 지배되어 자아를 잃거나 했을 때만 적이 되었으니, 멀쩡한 지금은 연인으로서의 기억을 우선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 어··· 아!”

열심히 고민하던 루카스는 돌연 고개를 번쩍 들더니 짝 소리가 나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일단! 일단 클라우솔라스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요?”

일단은 아우리엘의 강림을 저지하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까놓고 말해 일단 교통정리는 뒤로 미루자는 미적지근한 의견이었지만 스칼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멸망부터 막아야 하니까.”

전생의 기억을 회복한 지금은 알 수 있었다.

유더와 코델리아를 제외한다면 현재 일행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은 루카스였다.

얼마 뒤에 감행될 제도 강습에도 참여할 것이 분명하니 클라우솔라스로 루카스의 전력을 강화해야 했다.

스칼렛이 동의하자 루카스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그 모습을 본 카이사 역시 마뜩찮은 얼굴로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쩔 수 없으니까.”

일단 멸망부터 막아야 했으니까.

루카스는 다시 안도했다. 조금이지만 행복한 미소까지 머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래도 아주 미는 건 안 돼. 그러니까 왕도에 다녀오는 동안 잘 생각해 보자. 그 다음에는 결론을 내리고.”

“카이사?”

루카스의 부름에 카이사는 입술을 한 차례 깨물더니 이내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말했다.

“그치만 망할지도 모르잖아.”

“예?”

“이번에도 멸망할지 모르잖아!”

바이엘 백작의 말대로 최상의 상황이었다.

유더와 코델리아는 물론이고 지상의 모두가 멸망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번에도 막지 못 한다면, 멸망이 찾아온다면.

“이틀··· 아니, 하루라도······.”

사랑을 나누고 싶어.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

겨우 다시 만난 인연이었으니까.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과연.”

스칼렛이 말했다.

그녀는 카이사의 심정을 이해했다. 사실 스칼렛 역시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전생의 기억에 지배받는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그것도 나고, 지금도 나니까. 이 마음은 분명 내 것이니까.”

스스로에게 말하듯 작게 읊조린 스칼렛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선은 왕도로 가자. 가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셋이서 같이 잘 생각해 보자. 내가 아는 루카스라면 분명 정답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제대로 된··· 스스로에게 솔직한 답을 내릴 테니까.”

믿음이 가득한 스칼렛의 말에 루카스는 난처한 표정을 짓는 대신 각오를 굳힌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로 저토록 비장한 각오를 품는 것이 우스울 수도 있었지만, 참으로 루카스다운 모습이기도 하였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루카스.

순수하고 성실한 소년.

스칼렛과 카이사 모두 알고 있었다.

다른 이였다면 유더 때문에 망가졌을 것이 분명했다.

열등감과 질투를 이기지 못 해 썩어문드러졌으리라.

하지만 루카스는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열등감과 질투에 무너지는 대신 언제나 한 발 한 발 앞을 향해 나아갔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오직 루카스이기에 가능했던 일.

“좋아, 그럼 가자. 여기 더 머물러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바로 왕도로 향하자.”

카이사가 짐짓 쾌활하게 말하자 스칼렛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은근슬쩍 루카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가자, 루카스.”

“예, 스칼렛.”

진지하게 답한 루카스는 얼굴을 붉히는 대신 다부진 미소를 머금었고, 스칼렛과 카이사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아까와는 조금 의미가 다른, 하지만 복잡한 건 똑같은 눈빛과 미소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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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디우스를 필두로 한 다섯 영웅들이 에로티카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다섯 영웅들이 집결시킨 성십자수호단은 왕국군과 합류를 위해 남하를 개시했다.

유더와 코델리아는 지도를 펼쳤다.

그간 수집해온 정보에 따라 목적지를 정했고, 출발 준비를 갖추었다.

재상군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주교 마누엘라는 북쪽에서 내려온 대천사의 대행자를 마주하였다.

마인들도 움직였다.

악마의 손의 총수는 아스모데우스의 명을 마인들에게 전파하여 모종의 계획을 수립하였다.

의식이 거행 중인 제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바삐 움직이고 있을 때.

북부에서 일어선 자가 하나 있었다.

그는 전생의 기억을 거의 회복하지 못 했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사랑하는 제자가 의지를 잃고 누군가에게 복속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처가 심했다.

운이었는지, 아니면 복속당한 와중에도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제자의 의지 덕분인지 목숨은 건졌지만 제대로 운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일어섰다.

본능적으로 남쪽을 향해 움직였다.

제자는 분명 강해졌다.

하지만 지평을 향해 조금 더 나아갔기 때문이 아니었다.

육체의 강화, 정신의 강화, 전신에 두른 각종 신물들.

“막시밀리언······.”

검신이라 불리는 남자는 발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다시 하루.

대천사 강림까지는 이제 이십 일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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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21장 - 폭풍전야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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