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22장 - 라스트 페어리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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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페어리 퀸은 모범적인 페어리 퀸이었다.
즉, 착하고 귀엽고 선량한 동시에 어린아이처럼 순진했다.
“물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사람으로 치면 열셋에서 열넷 쯤 되었을까.
키라라랑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워터 페어리 퀸이 초콜릿이 잔뜩 묻은 얼굴로 활짝 웃자 푸른 물의 가호가 유더와 코델리아를 휘감았다.
여덟 번째 가호이자 마지막 가호.
두 사람을 휘감던 푸른 물방울들은 그대로 빙글 회전하더니 각자의 팔에 자리한 요정의 결속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오오오?!”
“팔찌에서 빛이 나!”
“예뻐!”
요정의 결속이 색색의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페어리들의 환호와 재촉을 들으며 유더와 코델리아는 각자의 팔을 들어올렸고, 그 순간 요정의 결속으로부터 여덟 개의 빛의 구가 방출되었다.
“맞물리고 있어!”
“빛이야!”
“문장이 만들어지고 있어!”
페어리들의 중계는 정확했다.
네 개의 빛과 또 다른 네 개의 빛.
서로 뭉쳐 회전하니 이내 아름다운 빛의 문장이 허공에 떠올랐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서로 다른 네 개의 계절이 하나 되어 만들어지는 사계의 가호.
땅, 불, 바람, 물.
네 개의 속성력이 하나 모여 탄생하는 사성의 가호.
그것들이 다시 하나가 되었다.
서로 다른 문장 두 개가 겹친 순간 완전히 새로운 문장이 탄생했다.
아름답고 찬란한 그것은 요정의 영광.
여덟 개의 빛으로 휘감긴 요정왕의 상징.
밤하늘을 여덟 개의 빛이 뒤덮었다.
부드럽게 오로라로부터 쏟아진 빛들이 하늘과 땅의 경계를 허물었다.
“우와아.”
페어리들이 환히 웃으며 순박하게 감탄했고, 워터 페어리 퀸 역시 발갛게 물든 뺨을 감싸며 순수한 기쁨을 토했다.
바람이 불었다.
산들바람.
사막의 열기와 계곡의 시원함과 극지의 차가움과 바다의 짠내.
아름답게 휘감기던 그것이 밤하늘에 길을 열었다.
그 길의 끝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내는 이가 있었다.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페어리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오직 하나뿐인 남자.
황금빛 머리칼과 날개, 백옥같은 피부를 가진 요정의 왕.
후광으로 뒤덮인 그가 등장하자 페어리들이 일시에 탄성을 토했다. 마치 비명과 같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꺄아!”
“왕님!”
“너무 좋아!”
사실 다들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슴의 설램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워터 페어리 퀸 역시 마찬가지였다.
워터 페어리 퀸은 두 손을 꼭 모아쥔 채 페어리 킹- 요정왕을 바라보았고, 요정왕은 그런 페어리 퀸의 입술에 묻은 초콜릿을 손수 닦아주었다. 자신의 엄지에 묻은 초콜릿을 가볍게 빨아먹은 뒤 찡긋 눈으로 인사했다.
“아아아.”
워터 페어리 퀸이 그대로 혼절해버렸다.
요정왕은 그런 페어리 퀸의 허리를 부드럽게 안은 뒤 자리에 눕혀주었고, 여왕의 호위이자 워터 페어리들의 유일한 무력인 페어리 나이트는 자신의 여왕을 보살피며 요정왕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분홍색 하트가 떠올라 있었다.
“아··· 뭔가 진짜 페어리들 답다.”
코델리아가 헛웃음을 지으며 그리 말하자 유더는 작게 웃으며 동의했다.
예전이면 이 모든 광경에 넋이 나갔을 유더였지만 온갖 상황을 다 경험하다보니 이제는 제법 견딜만 하였다.
‘항마력이 생긴 건가.’
유더가 키득 웃는 동안 요정왕은 날개를 파닥여 하늘로 날아올랐다. 문에서 따라나온 페어리들이 그런 요정왕의 등 뒤에서 장미의 꽃잎들을 뿌려댔다.
“장미 꽃잎이 너무 커.”
하나하나가 페어리들의 머리만 했으니까.
[넘어가 주자.]
유더의 메시지에 코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요정왕은 마침내 유더와 코델리아 앞에 섰다.
“사계와 사성의 가호를 모두 모은 이들이여. 나의 이름은 오베론. 보다시피 유일무이한 페어리 킹이라오.”
제법 정중한 인사에 유더와 코델리아 역시 예를 표하였다.
“세일룬 왕국의 유더 어거스트 바이엘 백작입니다.”
“마찬가지로 세일룬 왕국의 코델리아 어거스트 체이스 백작입니다.”
두 사람이 우아하게 예를 표하자 오베론의 얼굴이 밝아졌다. 약간이지만 감동까지 한 것 같았다.
“예의를 아는 분들이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요정왕의 가호가 세상에 나타나는 건 거의 천 년 만의 일인데, 가호의 소유자가 여러분이라 다행입니다.”
다시 부드럽게 말한 오베론은 장미 꽃잎이 떨어진 수행 페어리들을 위해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자 땅에 떨어졌던 꽃잎들이 다시 떠올라 주변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여러분의 여정은 모두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페어리 킹. 모든 페어리 퀸들의 오라비이자 동생이자 연인이자 친구인 자. 페어리 퀸들의 눈과 귀를 통해 여러분과 마주할 수 있었죠.”
거기까지 말한 오베론은 다시 씩 웃더니 코델리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와일드 페어리 퀸께 하신 말씀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리가 없으니 이제 다리가 위협받을 일은 없다고 했던가.
코델리아는 얼굴을 확 붉힌 채 어버버 거렸고, 유더는 코델리아의 손을 잡으며 오베론을 슬쩍 노려보았다.
유더 자신이 놀리는 것은 문제없었지만, 다른 사람이 코델리아를 놀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오해였다.
오베론은 진심이었다.
“정말 멋진 발상이라 생각합니다. 우린 때로 그렇게 역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불행을 줄이고 행복을 늘리는 거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 것일까.
어찌되었든 코델리아 칭찬을 하는 것 같았기에 유더는 표정을 풀었고, 코델리아는 어설픈 웃음을 흘렸다.
“자, 아무튼 지켜봐왔기에 여러분들이 어떤 상황이신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페어리들이 비록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존재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플레이아데스의 존재들. 이 세계의 존망을 건 두 분의 발걸음을 지나치게 늦출 수는 없는 것이겠죠.”
똑 부러지게 말한 오베론은 다시 유더를 돌아보았다.
“우리의 만남은 처음이 아닙니다. 요정왕의 가호를 드리는 것은 처음이지만, 만남 자체가 처음은 아니지요.”
전생의 일.
유더 역시 떠올랐다.
코델리아와 함께 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전생 가운데 하나.
“다시 만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면 좋겠군요.”
애달픈 얼굴로 말한 오베론은 다시 표정을 고쳤다.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벌리더니 바로 힘을 발해 요정왕의 가호를 완성했다.
“사계와 사성의 힘이 두 분께 함께하기를.”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요정왕의 문장이 유더와 코델리아의 가슴으로 향했고, 거짓말처럼 두 사람의 가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유더와 코델리아는 이내 현격한 변화를 체감했다.
요정왕의 가호는 단순한 가호가 아니었다.
소유자와 함께 했다.
그 영혼을 성장시키고 그 육체를 재구성하였다.
유더의 육신 그 자체에 사계와 사성의 힘이 깃들었다.
이미 천사로 화하며 일종의 환골탈태를 경험했던 코델리아의 육신이 다시 한 번 변화를 맞이했다.
더 아름답고, 더 강하고, 더 신성하게.
태양의 신위가 반응했다.
에인션트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 또한 변화를 맞이하였다.
“아아아아아!”
찬란한 황금의 빛을 발하며 코델리아가 스스로를 끌어안았다.
드래곤 하트가 코델리아의 심장을 대신하였고, 태양의 신위에 힘입어 광익의 숫자가 늘어났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코델리아가 가지고 있던 드래곤 하트는 온전한 조각이 아니었다.
하지만 황금의 용왕의 문장이 있었다.
강대한 용의 힘이 드래곤 하트의 부족한 부분을 충당하였다.
“아아아······.”
천사의 등급 역시 더 높은 단계를 향해 나아갔다.
신성한 빛이 주변 일대를 단번에 뒤덮고 사라졌다.
그리고 코델리아.
빛이 사라진 자리에 서 있는 그녀.
코델리아의 하얗고 아름다운 나신을 분홍빛 머리칼과 여섯 장의 광익이 감싸 안았다.
태양의 신위를 담은 헤일로가 맹렬한 빛을 발산하였다.
치천사.
대천사의 바로 아래 단계.
지옥의 데몬프린스와 동격을 이루는 천상의 존재.
물론 온전하지 못 했다.
천사의 계보를 이끌 솔라리가 소멸한 상태였기에 그 힘은 진짜 치천사나 데몬프린스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치천사였다.
솔라리의 계보에서 이제 코델리아보다 더 높은 신성을 가진 자는 존재하지 않았고, 드래곤 하트와 요정왕의 가호가 코델리아에게 초월적인 힘을 부여하였다.
“와아······.”
페어리들은 얼굴을 붉힌 채 코델리아를 바라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 모습에 소리치고 환호할 여력조차 잃었다. 그저 바라보며 감탄할 따름이었다.
코델리아는 천천히 눈을 떠 유더를 바라보았다.
유더 역시 달라졌다.
이미 구천구문 제팔문을 열어 초월자의 경계에 들어섰던 유더의 육신이 요정왕의 가호를 얻어 진정한 초인이 되었다.
소드 오리진은 온전히 유더와 하나가 되었다.
유더의 오른 손등 위에는 요정왕의 문장이 빛났고, 왼쪽 손등 위에는 황금의 용왕의 문장이 빛났다.
완벽히 짜인 육체.
란디우스처럼 크고 우람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더는 직감할 수 있었다.
육신의 성능만이라면 란디우스에게 뒤질 것이 없었다.
전생의 그 어떤 유더도 지금과 같은 육신을 손에 넣지는 못 하였다.
문자 그대로 초인.
치천사나 데몬프린스에 비할 수 있는 영육의 소유자.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보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미소를 지었다. 뺨을 살짝 붉힌 채 서로의 몸을 바라보았다.
[후대, 지금은 아닌 거 알죠?]
벨렌시아의 속삭임에 유더는 쓰게 웃었다.
다행히 소드 오리진의 검령인 그녀는 유더의 영혼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빙긋 웃은 유더는 오베론을 바라보았고, 오베론은 마찬가지로 빙긋 웃더니 손가락을 놀렸다.
“이쪽이 어울릴 것 같군요.”
새카만 칠흑의 예복이 유더의 몸을 휘감았다.
순백의 드레스가 코델리아의 나신을 가리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더해주었다.
요정왕의 예복과 페어리 퀸의 드레스.
페어리들이 가진 모든 보물들 중에서도 최고라 할 수 있을, 소위 끝판왕급 아이템들.
하지만 오베론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플레이아데스를 지킬 수호자들을 위해 몇 번이나 더 손가락을 놀렸다.
코델리아의 손가락에 새로운 반지가 더해졌다.
드레스 가슴팍에 새로운 보석이 더해졌고, 가늘고 아름다운 은빛 사슬이 코델리아의 허리를 휘감았다.
이계의 여신이 흘렸다는 눈물을 가공하여 만든 녹색신의 가호, 달빛을 녹여 만든 밤하늘의 사슬, 요정왕의 반지.
하나하나가 신화 각성 용장비와 동급 이상을 이루는 대단한 보물들이었다.
추가적으로 주어진 아이템들에 코델리아는 활짝 웃었고, 유더 역시 기분 좋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두 사람은 조금 묘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오베론님.”
“예, 유더님.”
“저는 뭐··· 없나요?”
아까부터 코델리아에게만 아이템이 더해지고 있었으니까.
유더의 물음에 오베론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얼굴로 답했다.
“잘생긴 남자보다 절세미녀 쪽이 훨씬 더 좋은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폴 페어리 퀸이 비슷한 말을 했던 거 같은데.
오베론이 능청을 떨자 유더는 할 말이 없어 입술을 움츠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자리에는 코델리아가 있었다.
“오베론님, 그러지마시구 유더도 좀 주세요. 네? 세계를 지켜야 하잖아요. 네?”
연속된 네네 공격에 오베론은 흠칫했다.
코델리아가 작정하고 애교를 부리니 정말로 애간장이 녹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구 뛰기 시작한 심장을 달래기 위해 일단 가슴부터 누른 오베론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후우, 정말 몸에 해롭군요. 그리고 유더, 약혼녀를 정말 잘 두었습니다.”
“예, 제 자랑입니다. 제 행운이고, 제 목숨이며 제······.”
“네, 거기까지 하죠.”
유더의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은 이야기를 싹둑 자른 오베론은 익살맞게 웃었고, 코델리아는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유더, 당신에게는 요정왕의 검을 드릴까 했지만··· 당신에게 검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겠죠. 그러니 이걸 드리겠습니다.”
오베론이 손가락을 튕기자 녹색 목걸이가 유더의 목에 걸렸다.
“어떤 공격이든 반드시 한 번은 막아줄 겁니다. 하지만 한 번 뿐이니 잘 생각해서 사용해주세요. 아, 잠깐. 지금 설마 벗어서 코델리아 양께 주려는 겁니까?”
오베론이 당황해서 묻자 유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코델리아는 소중하니까요.”
무조건 한 번은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아이템이라니.
이걸 코델리아에게 안 주면 누구에게 준단 말인가.
유더의 당당한 주장에 코델리아는 얼굴을 붉혔지만 입꼬리를 실룩 거렸고, 오베론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어··· 정말.”
그리고 다시 손가락을 튕기니 코델리아의 목에도 녹색 목걸이가 생겨났다.
“제 목걸이입니다. 전장에 서지 않는 저보다는 두 분께 필요하겠지요.”
여벌이 아닌 오베론 자신의 목걸이.
코델리아는 무척이나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
“오베론 님, 정말 감사해요.”
“미녀는 세상의 보물이니까요.”
능청맞게 씩 웃은 오베론은 날개를 한 번 파닥이더니 표정을 진지하게 고쳤다.
“이제 슬슬 헤어질 시간인 것 같군요. 유더, 코델리아. 플레이아데스의 수호자들이여. 그대들의 건투와 건승을 기원합니다. 두 사람에게 모든 페어리들의 가호와 축복이 함께하기를.”
오베론은 멋지게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고, 등 뒤에 자리하고 있던 페어리들이 다시 한 번 장미 꽃잎들을 사방에 뿌려댔다.
그리고 빛.
다시 한 번 밤하늘을 채우는 여덟 가지 색상들.
녹아내리는 오로라 아래 선 요정왕 오베론은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마지막으로 찡긋 눈으로 인사했다.
아름다운 빛과 함께 밤하늘과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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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는 솔라리의 성검 클라우솔라스를 뽑아들었다.
평범한 이는 결코 뽑을 수 없는 검이었지만, 태양신의 성검은 성왕의 후예를 몰라보지 않았다.
진정한 인간의 용사를 위해 자신의 힘을 개방하였다.
“클라우솔라스.”
루카스가 순백의 성검을 높이 들자 밤하늘을 가르며 쏟아진 아침의 영광이 세일룬 왕국의 왕도를 찬란하게 밝히었다.
“빌트바인.”
루카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영웅.
그와 조금은 비슷한가요?
루카스는 수줍게 웃으며 눈앞의 여인들을 바라보았고, 스칼렛과 카이사는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환히 웃으며 루카스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같은 시각, 다른 장소.
분홍빛이 더해진 새하얀 공간.
란디우스는 긴장된 얼굴로 조종간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를 감추기 위해 베일을 쓴 여인- 아델라이데의 손끝에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사랑의 대천사 에로스의 기함이자 거처였던- 그렇기에 에로스의 신전이라 할 수 있을 공중기함 에로티카.
아델라이데의 떨리는 손끝에서 분홍색 빛이 일었다. 조종간을 뒤덮었고, 이내 조종석 전체에 분홍빛 선이 퍼져나갔다.
“움직인다! 움직여!”
“가동되고 있어!”
프란의 외침에 레나 역시 신이 나서 외쳤고, 란디우스는 안도의 숨을 토했다.
이쪽을 보며 미소 짓는- 베일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그럴 것이 분명한 아델라이데에게 마주 미소를 지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에로티카를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란디우스와 레나 뿐만 아니라 다른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 역시 며칠 동안은 죽어라 힘을 모아야만 했다.
하지만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일쯤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가자.”
유더와 코델리아가 제국 동부를 떠나 란디우스와 에로티카가 있을 제국 북부로 향했다.
루카스 일행 역시 클라우솔라스와 용장비들을 품에 안고 에로티카를 향해 나아갔다.
아델리아가 천사로 화했다.
별의 검성 무수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제국의 검신이 마녀의 인도를 받아 에로티카에 당도했다.
그렇게 며칠.
대천사 강림까지 일주일이 남았을 때.
“진군하라.”
웅크리고 있던 재상군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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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22장 - 라스트 페어리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