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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347화 (347/473)

< 제123장 - 미티어 스트라이크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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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아데스에는 마법이 존재했고, 그랬기에 비행기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공전투라는 개념이 정립되어 있었다.

하늘을 나는 마법사들과 그리폰이나 페가수스, 와이번과 같은 비행이 가능한 탈것들의 존재.

때문에 유더는 아무리 비공정을 이용한다 할지라도 단순히 ‘날아간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제도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평범하게 제도를 향해 날아가는 것은 제발 격추시켜 달라고 소리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특이하게 날아가는 수밖에.”

유더의 발상은 다음과 같았다.

“적이 관측할 수 없는, 혹은 관측하지 않는 높이까지 올라간 다음에 전진 기동, 제도의 머리 위에서 초고속으로 수직에 가까운 비행궤도를 그리며 강하한다.”

급강하 폭격과 비슷한 발상이었다.

제도의 심장부를 향해 내리꽂히는 유성.

그렇기에 오퍼레이션 미티어 스트라이크.

물론 어려운 동시에 무모한 짓이기도 하였다.

아무리 대천사의 배 에로티카라 해도 이런 무리한 짓을 했다가는 단 한 번의 비행만으로도 폐기처분해야 할 상태가 되고 말 터였다.

하지만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1회용이니까.”

단 한 번뿐인 편도 비행이라면 그 한 번의 비행을 화려하게 불태운다.

유더의 이야기를 들은 란디우스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고, 루카스는 잘 모르겠지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에 가까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에로티카의 조종을 맡은 아델라이데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너무 좋아요! 꼭 제가 하고 싶어요!”

영웅전기2를 대표하는 사차원 캐릭터다운 답변이었다.

애당초 그녀가 거부할 거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던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지금.

태양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에로티카 안에서 모두는 중력을 거스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체감하고 있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아델라이데가 기막힌 미성으로 포효했고, 스칼렛과 카이사는 비명 아닌 비명을 질러댔다. 붉은바람은 거의- 아니, 그냥 울기 시작했고 말이다.

더 높이, 더 빨리.

더 강하게!

순백의 궤적이 하늘을 수놓았다.

섬광 같은 기세로 솟구쳐 일반적인 비행으로는 결코 도달하지 않을 영역에까지 이르렀다.

“꺄아!”

아델라이데 홀로 탄성을 지르는 가운데 에로티카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구름조차 없는, 구름 위의 세계.

잠시 동안 이어진 고요한 비행 덕분에 정신을 수습할 수 있었던 모두는 정면을 보았고, 진심 어린 탄성들을 토했다.

지붕 위를 평지처럼 뛰어다니던 스칼렛도, 하늘을 펑펑 차며 날아다니던 란디우스도, 아예 날개가 달려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는 레나조차도 닿아본 적이 없는 고도.

별의 경계.

하늘과 우주를 구분 짓는 선.

물론 선에 닿은 것은 아니었다.

선까지는 아직 꽤나 먼 거리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아데스에 거했던 모든 이들 가운데 그 누구도 도달한 적 없는 전인미답의 영역에 들어선 것만은 사실이었다.

유더는 코델리아를 돌아보았다.

약속이라도 되어 있던 것처럼 코델리아 역시 유더를 돌아보았다.

지상에서 펼쳐지고 있는 싸움들.

재앙들은 강했다.

하나하나가 자연재해와 같은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까지 걱정이 되지 않았다.

바이엘 백작과 체이스 백작의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몇 번이나 이어진 전생들과 지금의 차이를 실감했다.

[지금의 세계는 약하지 않아요. 재앙에 결코 굴하지 않을 거예요.]

벨렌시아의 속삭임에 고개를 끄덕였다.

별의 검성 무수.

게일과 아델리아.

칠살검 세류와 검호들.

라이카 왕녀.

엘룬.

세이렌들의 여왕 일리아나.

바이엘 백작과 체이스 백작.

그들만이 아니었다.

더 많은 이들이 있었다.

아장아장 걷는 거친눈사태와 붉은질풍이 지휘하는 야생의 땅의 전사들.

성십자 수호단의 단장들.

비록 깊은 인연을 만들지는 못 했지만 마주할 수 있었던 사라와 레온, 지상에서 힘내주고 있을 귀여운 키라라.

각지에서 싸우고 있을 터였다.

재앙에 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야말로 대소환을 막아내기 위해.

유더와 코델리아가 서로의 손을 잡았다. 가볍게 깍지 낀 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음을 흘렸다.

“마지막 싸움이야.”

“다녀오면 결혼하자.”

“내가 플래그 세우지 말랬지? 어?”

유더는 대답대신 키스했고, 코델리아는 웃으며 유더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요 며칠은 물론이고 어젯밤에도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자 몇 번이나 서로를 받아들였지만 그래도 역시 각별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가자.”

“그래, 가자.”

완벽한 해피엔딩을 위해.

작게 속삭인 유더와 코델리아는 정면을 보았다.

아델라이데의 환호성과 함께 에로티카가 그리는 궤적이 다시 한 번 변하였다.

수직에 가까운 강하.

지금까지 거슬렀던 중력의 도움을 받는 기막힌 여정.

“꽉 잡으세요오오오!”

아델라이데가 시원하게 웃으며 조종간을 당겼다.

갑자기 기울기 시작한 선체에 스칼렛과 카이사는 비명을 질렀고, 루카스 역시 숨을 헐떡였다.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 역시 대범하게 받아들이지는 못 하였다. 붉은바람은 이제 반쯤은 졸도한 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다.

“갑니다아아!”

오퍼레이션 미티어 스트라이크.

순백의 유성이 제도를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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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과 아델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바이엘 백작과 체이스 백작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라이카 왕녀가 보았다.

엘룬이 하늘을 보며 소리쳤다.

제도를 향해 쏟아져 내리는 붉은 빛의 기둥.

그 위에 더해진 순백의 궤적.

대사교 마누엘라도 눈치채었다.

제도의 황궁 가장 깊은 곳에서 의식을 주관하던 그는 고개를 쳐들었고, 눈을 부릅 떴다. 천장 너머에서 쏟아져 내리는 에로티카의 존재에 욕지거리를 토했다.

“격추해라!”

명령이 전해졌다.

제도를 지키고 있던 악마 추종자들이 하늘을 노려보았다.

악마들과 마인들이 쏟아지는 유성을 부수기 위해 마법의 포화를 쏘아댔다.

쾅! 쾅! 쾅! 쾅! 쾅!

굉음이 이어졌다.

연이은 폭발에 하늘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에로티카는 멈추지 않았다.

지상에서 쏘아올린 마법에 격추당하기에는 추락- 아니, 강하하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마, 막아!”

“막아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강하를 저지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순백의 유성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제도를 뒤덮기 시작했다.

물론 대사교 마누엘라는 이 와중에도 중요한 사실을 잊지 않았다.

한눈에 순백의 유성이 에로티카임을 알아본 그는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공격이 아니다, 강하다.”

저 안에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과 저 증오해 마지 않는 데몬 슬레이어들이 타고 있을 터였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저 순백의 유성은 자기가 알아서 속도를 죽일 터였다.

그때를 노린다.

충분히 느려졌을 때 격추해 버린다!

대사교의 의념이 제도를 뒤덮었다.

마인들과 악마들은 그의 생각을 이해했다.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 옳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인들과 악마들은 깨달았다.

이성적인 추론 따위를 무시하는 현실에 비명을 질러댔다.

“쏘, 쏟아진다!”

“멈추지 않아!”

감속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도를 점점 더 높여 갔다.

중력 가속도.

에로티카 자체의 추진력.

대사교 마누엘라는 멍한 얼굴이 되었다.

제도에 남아 있던 마인들은 더 이상 에로티카를 격추한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었다. 등을 돌리고 도망치기 바빴다.

“피해!”

“도망쳐!”

폭음을 갈랐다.

굉음을 찢었다.

하늘을 가르며 쏟아진 순백의 유성이 제도의 황궁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늘과 땅이 요동쳤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지축이 뒤흔들렸고, 진짜 유성이 떨어진 것처럼 주변 일대가 갈아엎어졌다.

오퍼레이션 미티어 스트라이크.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 폭발!

쾅! 쾅! 쾅!

에로티카가 폭발했다.

최후의 비행을 끝으로 장렬하게 산화하여 제도를 불태웠다.

미친 짓거리.

아무리 에로티카를 제도에 충돌시켜도, 대폭발을 일으켜도 제도 전체를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강력한 마법으로 보호되는 황궁의 일부를 파괴할 수는 있었지만, 모조리 무너트리거나 깊은 곳에 자리한 대사교를 죽이는 것은 절대로 무리였다.

그런데 왜.

어째서 저런 개죽음을.

쾅!

바로 그 순간 다시 한 번 굉음이 터졌다.

그리고 거대한 마법진이 하늘을 뒤덮었다.

벨라스틴의 마법진.

일회용이었다.

지속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착지를 위한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했다.

마인들은 비로소 볼 수 있었다.

대사교 마누엘라는 저 간악한 무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에로티카가 급강하 비행을 시작하기 직전.

아델라이데는 아쉬움 속에서 버튼을 눌렀다.

조종실을 에로티카와 분리한 뒤 순백의 유성이 된 에로티카의 꽁무니를 따라붙었다.

코델리아와 레나의 마법.

거기에 더해진 불사조의 비행.

모두는 에로티카에만 집중했다.

에로티카에 모든 시선을 빼앗겼다.

그로인한 결과.

제도의 방어진을 붕괴시킨 에로티카와 그 틈바구니 속에 유유히 착지한 조종실.

“오퍼레이션 미티어 스트라이크.”

그냥 강하였으면 이런 이름을 안 붙였지.

“씨발 쾅쾅쾅!”

코델리아가 발랄하게 외치며 전면부가 개방된 에로티카의 조종실을 뛰쳐나갔다.

여기서부터 다시 한 번 각자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일행들이었다.

“무운을 빕니다.”

루카스가 클라우솔라스를 세우며 말했다.

유더 역시 예를 표하였고, 코델리아가 두 손을 모으며 화답했다.

모두가 대사교에게 향하지 않는다.

유더와 코델리아, 란디우스, 레나, 카마엘.

이렇게 다섯 만이 황궁의 중심부로 향한다. 나머지 일행은 이 자리에 남아 마인과 악마들이 마지막 결전을 방해하는 것을 저지한다.

황궁의 특별한 구조와 지금 펼치고 있는 강림 의식 덕분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에로티카를 충돌시켜 오직 하나뿐인 길목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고, 그 길을 가로막는다.

“언니, 믿는다. 오빠도 믿는다.”

붉은바람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벨키안과 프란이 란디우스와 레나, 카마엘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와 같다.”

“이번에도 기적을 보여줘.”

파라곤 왕실에서의 싸움.

란디우스와 레나와 카마엘은 데몬프린스와 대적했고, 벨키안과 프란은 데몬프린스의 군대를 저지했다.

그 때의 싸움과 똑같은 구도였다.

“항상 근육이 함께하기를.”

지금의 인사가 결코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씩 웃으며 인사를 남긴 란디우스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앞장서서 달렸고, 그 뒤를 카마엘과 레나가 주저 없이 따랐다.

유더와 코델리아는 마지막으로 루카스와 스칼렛, 카이사, 붉은바람과 태양노래를 보았다. 무어라 말하는 대신 눈으로 인사한 뒤 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자, 놀아보자꾸나.”

벨키안은 역병의사의 가면을 벗었다.

주름진 얼굴로 미소 지으며 크게 손을 놀렸다.

“오늘로 마지막이다.”

최대이자 최후의 싸움.

그러니 조금도 아끼지 않겠다. 지금 이 순간에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벨키안의 손길을 따라 허공에 수많은 녹색의 원들이 생겨났다.

그 안에서 수많은 언데드들이 포효하며 쏟아져 나왔다.

죽음의 기사들이 노래하며 검을 들었다.

죽음의 마법사들이- 저 리치들이 구름을 불러 하늘을 뒤덮었다.

벨키안과 맹약으로 엮인 흡혈귀들이 저마다의 권속들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하나.

사령술사 벨키안 필생의 역작.

수백 수천의 언데드들조차 들러리로 만들 하늘의 재앙.

“크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거대한 포효가 제도를 진감시켰다.

무지막지한 거체로서 바라보는 이들 모두를 전율케 하였다.

에인션트 본 드래곤.

말레키스를 재료로 하여 탄생한 플레이아데스 사상 최대최강의 언데드.

“미친 영감탱이 같으니.”

프란은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을 터트렸다. 머리 위를 뒤덮은 이백 미터짜리 거체를 올려다보는 대신 정면을 노려보며 손을 놀렸다.

자연이 프란에게 응답했다.

악마 추종자들에게 짓눌린 땅이었지만 벨라스티의 마법진은 아직 그 효력을 발하고 있었다.

땅의 정령들이 일어섰다.

바람의 정령들이 힘을 보태주었다.

물의 정령들이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일어나 프란의 곁을 지켰다.

수백 수천의 언데드들과 수백 수천의 정령들.

어마어마한 광경 속에서 살짝 위축된 붉은바람이었지만 이내 기운을 차렸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피닉스를 날려 보냈다.

스칼렛과 카이사도 웃었다.

적진의 심장부에 겨우 몇명이서 잠입한 거라고는 믿기지 않는 광경에 기쁨과 당황을 동시에 느꼈다.

과연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

하는 일의 스케일이 다르시네요.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스칼렛과 카이사는 이 싸움에 자신들이 필요하지 않을 거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제도에 남아 있던 악마 추종자들이 일시에 몰려들었다.

수많은 마물들이 돌진했고, 강력한 마인들과 악마들이 저마다의 힘을 뽐냈다.

그중에 하나.

검신이 남긴 경고.

그가 이 자리까지 함께 했던 이유.

루카스가 대사교 마누엘라와의 싸움에 참전하는 대신 길목을 지키게 만든 존재.

“막시밀리언 데 아비스.”

대천사 아우리엘의 대행자.

플레이아데스에서 가장 빛나는 재능을 타고난 자.

천계의 무구들로 전신을 감싼 그가 성검 바리사다를 들어올렸다.

루카스가 그에 호응하듯 클라우솔라스를 들었고, 검신 역시 얼티메이트 식스- 최종검 발카자드를 거머쥐었다.

“제자야.”

검신이 나직이 불러보았다.

하지만 막시밀리언은 대답하지 않았다.

역천사의 광익을 펼치며 돌진했다.

루카스가 그런 막시밀리언의 앞을 가로막았다.

성왕의 올곧은 빛으로 그릇된 빛을 저지했다.

세계의 운명을 건 최후의 결전.

제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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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23장 - 미티어 스트라이크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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