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359화 (359/473)

< 에필로그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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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는 두 사람이 있는 곳이 진짜 지옥이 아니라는 거예요. 지옥의 연장선이지만, 그렇다고 정말 지옥인 건 아니죠. 굳이 따지자면 아스모데우스가 플레이아데스 침공을 위해 만들어낸 임시 가교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세일룬 왕궁 중앙정원에 설치된 거대한 의식용 마법진 위에 선 레나 앞에는 대륙 곳곳에서 모인 수십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뭐라는 거지?’

지옥은 지옥인데 지옥이 아니라고? 임시 가교 같은 거라고?

머릿속으로 잠시 임시 가교를 떠올려 본 카이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히더니 옆을 돌아보았다.

예상대로 스칼렛은 다 이해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때문에 카이사는 일단 똑같이 아는 척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 옆에 서 있던 키라라가 손을 들며 말했다.

“그럼 레나 님. 그런 곳이라 우리가 넘어가기 더 편하다는··· 그런 말씀이신가요? 활동하기도 좋고요.”

“네, 바로 그거에요.”

세상간 이동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상의 벽을 넘어 다른 세상으로 진입하는 일이니 쉬울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재미있게도 세상 간 이동의 난도는 개체마다 달라요. 조무래기 악마들이나 최하급 천사들처럼 양쪽 세상 모두에게 있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존재들은 세상 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수단만 준비된다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다른 세상에 갈 수 있죠.”

당장 악마 추종자들만 하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제물로 바쳐 하급 악마들을 곧잘 소환하고는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개체가 세상에 있어 중요한 존재일수록··· 그러니까 ‘존재감’이 강한 존재일수록 세상 간 이동의 난도는 급격히 올라가요. 존재감이 큰 존재일수록 세상 간 이동에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수단을 마련하기도 어렵고, 수단이 마련된다 할지라도 세상의 거부반응을 뚫어야 하기 때문이죠.”

알 듯 모를 듯한 설명에 바이엘 백작이 무척이나 진지한- 그러니까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체이스 백작이 모두에게 말하듯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거물일수록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는 거군. 일반 백성들이야 국경을 넘을 때 간단한 검사만 거치면 되지만 왕족이나 고위 귀족이 국경을 넘으려면 그만큼 더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체이스 백작의 해설에 곳곳에서 작은 탄성이 터졌다.

저런 식으로 말하니 비로소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예, 맞아요. 그래서 작위를 가진 악마들을 불러내는 건 어렵고, 데몬프린스 정도 되면 지옥의 문을 열어도 바로 불러낼 수 없죠.”

야생의 땅에서 열린 두 개의 지옥의 문 모두 마찬가지였다.

마도왕국 마젤란의 수도 엔디미온에서 열린 지옥의 문에서는 아예 그림자조차 보이지 못하였고, 눈꽃바람 평원에 열린 지옥의 문에서도 오른팔만 겨우 내보낸 것이 전부였다.

“아까도 설명드렸던 것처럼 지금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지옥과 플레이아데스 사이에 아스모데우스가 만들어낸 가교··· 혹은 아스모데우스 개인이 만들어낸 하나의 마법적 영지에요. 때문에 이쪽에서 진입하는 것이 진짜 지옥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쉬운 편이죠.”

애당초 저쪽에서 문을 열었다고는 하나 신위를 가진 유더와 코델리아가 제법 쉽게 지옥에 갈 수 있었던 것도 저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진짜 국경이 아닌 임시 국경을 넘는 것이라면 그만큼 입국심사 역시 간소화되기 마련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저 입국심사 자체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자기 자랑이 아니라··· 상급 천사인 절 제외하면 존재감 그 자체가 강력한 분은 이 자리에 별로 안 계시니까요.”

이러나저러나 결국 인간들이었다.

란디우스조차도 구천구문을 열고 닫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조정할 수 있으니, 본인 말마따나 레나 외에는 딱히 이동에 제약이 있을만한 자가 이 자리에는 없었다.

“오히려 문을 열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양쪽에서 소통하여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문을 여는 것이니까요.”

플레이아데스에 열린 지옥의 문들은 대부분 악마 추종자들에 의해서였다.

즉, 플레이아데스에서 지옥으로 신호를 보내고, 그 신호를 수신한 지옥에서 다시 플레이아데스로 힘을 보내 문을 여는 양방향 구조란 뜻이었다.

아우리엘의 강림 역시 대사교 마누엘라가 대천사 강림을 위한 마법진을 준비하고 거기서 발산된 신호를 바탕으로 천계에서 아우리엘이 문을 연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쪽에서 신호를 보내줄 대상이 없었다.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지옥을 향한 문을 만들어야만 했다.

“정말로 힘들었어요. 그냥 지옥도 아니고, 유더와 코델리아 두 사람이 있는 곳에 문을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단서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요정왕의 가호.

지금도 유더와 코델리아와 함께하는, 세상을 뛰어넘는 페어리들의 축복.

레나가 어깨를 늘어트리며 말하자 다프네 왕세녀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레나 님, 결국 성공하셨다는 이야기군요?”

정말로 힘들었다는 건 ‘성공했지만 너무 힘들었어요’의 줄임말이었으니 말이다.

“네, 맞아요. 아탈리아 님과 저는 지옥으로 통하는- 플레이아데스의 문을 여는데 마침내 성공했어요.”

사실 아직 성공한 건 아니었다.

마법과 의식만 완성했을 뿐 진짜로 문을 연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였고, 이제는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레나였다.

“이틀 뒤 정오.”

레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모두를 바라보았다.

왕국뿐만 아니라 제국에서까지- 대륙 전체에서 모인 이들이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었다.

오직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말이다.

“지옥으로의 문을 열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한 원정에 나설 것입니다. 만전을 기해주세요.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민해보세요. 우리는 돌아오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지옥으로의 여정이었다.

수없이 많은 악마들뿐만 아니라 지옥의 환경 자체가 일행을 공격할 터였다.

더욱이 지옥의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진입하자마자 대군주들의 맹공을 받아 전멸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귀환을 장담할 수 없는 원정.

반드시 돌아온다고 약속할 수 없는 땅으로의 여정.

하지만 레나의 이야기에 동요하는 이는 없었다.

새삼 밀려든 두려움에 주먹을 꼭 쥐거나 마른 침을 삼키는 이는 있어도 두려워하며 물러서는 자는 없었다.

유더와 코델리아 역시 그러했으니까.

자신들이 돌아오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플레이아데스와 모두를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지옥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었으니까.

모두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에 레나는 미소지었다.

새삼 숨을 크게 고른 뒤 모두를 보며 말하였다.

“이틀 뒤··· 태양이 가장 높은 곳에 이르는 정오에 이곳에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도착하지 못 한 사람들.

아직 준비가 필요한 사람들.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에 필요한 작별의 시간들.

자리가 파하였고,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시간들을 보냈다.

카이사와 스칼렛은 지난 반년 간 그러했던 것처럼 사이가 좋으면서 나빴고, 루카스는 사이에 껴서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야생의 땅에서 붉은바람이 도착했다.

오자마자 키라라와 서로 눈싸움을 시작한 그녀였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지난 반년 간 교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결국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었다.

양쪽 모두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었기에 친구라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그래도 적인 아닌 이 상황에 아이러니와 즐거움을 함께 느꼈다.

제국에서도 사람들이 도착했다.

난생처음 시도한 가출과 여행 덕분에 엘룬은 잔뜩 흥분해 있었고, 그녀를 아는 모두는 그녀가 혼자서 별 탈 없이 왕도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이내 어찌된 영문인지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빈첸죠 롬바르디가 파견한 그림자 기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과 성을 다해 그녀를 보필했기 때문이다.

검신과 막시밀리언도 도착하였다.

제도에서의 결전 이후 은퇴한 검신이었지만 유더와 코델리아를 위해 마지막으로 검을 손에 들었다.

아우리엘의 세뇌에서 풀려난 막시밀리언 역시 은혜를 갚기 위해 왕도를 방문하였다.

프란과 벨키안이 티격태격하며 도착했고, 카마엘이 아델라이데와 함께 뒤를 이었다.

레온과 사라 역시 원정에 합류하고 싶어했지만 황실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때문에 두 사람은 대신이라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표하고 싶다며 전투에 도움 될 각종 포션들을 왕도에 보냈다.

게일과 아델리아는 왕도에까지는 바이엘 백작과 함께 왔지만 지옥으로의 원정까지는 따라갈 수 없었다.

바이엘 백작이 떠나는 지금 적어도 한 사람은 남아 가문을 계승해야 한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더 큰 이유가 있었다.

“꼭 무사히 다녀오세요. 아이에게는 할아버지들이 필요할 테니까.”

아델리아는 작게 부푼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고, 체이스 백작은 흥하고 코웃음을 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반년 남짓이면 태어날 게일과 아델리아의 아기를 상상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각오를 다지고.

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되었다.

이틀 뒤 정오.

의식을 위해 준비된 단 위에 어린 신 아탈리아가 섰다.

그녀는 차분한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았고, 무어라 말하는 대신 레나와 란디우스에게 시선을 두었다.

무언이었지만 뜻이 통하기에는 충분했다.

“가라, 루카스.”

란디우스가 씩 웃으며 자신 옆에 서 있던 루카스의 등을 탕하고 두드렸고, 얼결에 앞으로 떠밀린 루카스는 눈을 껌벅이며 란디우스를 돌아보았다.

“란디우스 님?”

“가라, 출정식에는 그에 어울리는 출정사가 필요한 법이니까.”

마지막 연설.

모두의 의지를 모으고 사기를 드높인다.

루카스는 란디우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여전히 멍한 얼굴로 란디우스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제가요?”

란디우스 님이나 카마엘 님이 아니라?

다프네 왕세녀님과 국왕 폐하도 이곳에 계신데?

루카스의 의문은 당연했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기도 하였다.

“네가 아니면 누가 서겠느냐.”

왕국을 대표하는 십검호 가운데 최강.

제도 결전의 영웅.

왕국과 제국을 비롯한 대륙 전역에서 모인 모든 이들과 일면식이 있는 자.

유더가 인정한 그의 유일한 호적수.

코델리아에게 접근하는 것이 허락된 유일한 남자.

두 사람과 가장 먼저 만났고, 가장 깊은 우정을 나눈 절친한 사이.

“가라, 루카스. 빌트베인이 되어라.”

루카스는 빌트베인이 아니라 빌트바인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다행히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대로 란디우스와 레나를 바라보았고, 고개를 돌려 스칼렛과 카이사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 모두 루카스에게 미소지었다. 웬일로 사이좋게 루카스의 등을 떠밀었다.

루카스는 앞으로 나아갔다.

처음에는 다소 떨었지만 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호흡이 안정되었다.

아탈리아가 선 단상 바로 아래에서 돌아설 때는 이미 영웅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루카스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모두는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유더와 코델리아를 구하기 위해 모인 모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지옥으로의 여정을 떠나는 사람들.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커다란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전생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몇 번이나 계속된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 세계를 구한 두 사람.

이제는 자신들의 차례였다.

자신들이 두 사람을 구해야 했다.

“우리는 돌아오지 못 할 지도 모릅니다.”

사실이었다.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는 떠날 것입니다.”

헨리 2세가 말한 것처럼 그것이 옳은 일이었으니까.

마땅히 그리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

도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긍지를 품고 나아간다.

루카스는 모두의 시선에서 하나 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았다.

루카스다운 마무리에 모두는 만족했다. 두려움에 떠는 대신 미소를 머금은 채 어린 신 아탈리아를 바라보았다.

“문을 열겠다.”

아탈리아의 나직한 목소리에 루카스는 돌아서서 마법진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스칼렛과 카이사가 그런 루카스의 곁에 자리했고, 원정에 나서는 모든 이들은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떠나는 이들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가슴에 손을 올리며 예를 표하였다.

문이 열린다.

허공에 균열이 생기고 점차 벌어져 거대한 문으로 화한다.

루카스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스칼렛과 카이사 역시 긴장된 얼굴로 균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레나가 돌연 눈을 부릅떴다.

벨키안 역시 눈치 챘다.

체이스 백작은 다급한 얼굴로 아탈리아를 돌아보았다.

항상 냉정하고 침착한 아탈리아였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그녀의 얼굴에 당혹이 번져 있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저 균열은 아탈리아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설마.

레나는 눈을 깜박였다. 저도 모르게 웃었고, 아탈리아를 돌아보았다.

벨키안도 그랬다.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린 체이스 백작 역시도 희망을 담아 아탈리아를 보았다.

아탈리아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어린 신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만개했다.

이쪽이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문이 열리고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

너무나 기적적인 맞물림이었지만, 이해했다.

그럴 수 있었다.

두 사람이라면.

환상의 커플인 두 사람이라면!

“씨발 쾅!”

균열 너머에서부터 밝고 명랑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발랄하게 미소 짓는 반라의 미녀와 그녀를 품에 안고 있는 역시 반라의 남자.

모두는 멍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연이어진 굉음에 청각을 빼앗겼다.

쾅! 쾅! 쾅!

균열 너머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아탈리아는 다급히 손을 놀려 균열을 닫았고, 레나는 방벽을 펼쳐 폭발의 여파가 밀려오는 것을 막았다.

폭발과 굉음.

다 찢어진 옷을 입고 있는 반라의 미남미녀.

너무나 발랄한 감탄사.

“어?”

분홍색 머리칼이 사랑스러운 반라의 미녀가 눈을 깜박였다.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안고 있던 미남 역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정면에서 마주한 모두는, 그들 모두의 대표 격인 루카스는 멍한 얼굴로 두 사람을 보았다.

스칼렛과 카이사도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눈을 깜박이기 바빴다.

기묘한 침묵.

당혹과 당황.

그 사이에서 통쾌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란디우스가 크게 웃었고, 모두는 상황을 파악했다. 누가 먼저랄 것이 미소를 지었다. 키라라와 붉은바람은 너무 기뻐 울음을 터트렸다.

“유더, 코델리아.”

“루카스?”

루카스가 울면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유더와 코델리아가 동시에 당황해서 답했다.

그리고 란디우스가 다시 한 번 상황을 정리했다.

“제자야!”

“예! 스승님!”

우렁찬 포효에 깜짝 놀란 유더가 반사적으로 답했다.

코델리아 역시 움찔하며 란디우스를 바라보았다.

란디우스는 껄껄 거리며 웃었다. 사나이의 미소를 지으며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다.

“해치웠느냐!”

균열 너머에서 들려온 엄청난 폭음들.

작렬하는 빛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던 무너지는 거성.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었고, 고개를 끄덕였다.

울며 달려드는 모두에게 최고의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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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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