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364화 (364/473)

< 엔딩메이커 SS #3 코델리아의 일기 (3) >

엔딩메이커 SS #3 코델리아의 일기 (3)

49.

공훈식을 했다.

제도에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헨리2세··· 그러니까 국왕 폐하께서 나랑 유더의 공을 치하하시는 한편 작위를 내려주셨다.

각자 백작위.

유더도 백작, 나도 백작.

작위는 자식 한 명한테밖에 못 물려주지만 나랑 유더랑 각자 작위가 있으니까 두 명까지는 이제 안심이라 이거지.

아니, 그··· 자, 자식을 두 명 낳겠다는 건 아니고.

홰오행노

아, 몰라.

아무튼 이제 안심이라 이거야.

흥흥.

아무튼.

좋았다.

야생의 땅에서 지옥의 문을 파괴했을 때도 느꼈지만, 이번 일로 다시 한 번 느꼈다.

세상이 좀 더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쪽으로.

이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더 많은 걸 바꿔나가야지.

완벽한 해피엔딩을 위해.

헤헤.

많이 힘들고 무섭고 아픈 싸움이었지만, 공훈식 덕분에 힘이 많이 났다.

내일부터 다시 또 힘내야지.

힘.

50.

유더는 역시 바보다.

지난 번 사건 이후 시도 때도 없이 나한테 쪽쪽 거리는데.

아, 진짜.

시, 싫은 건 아닌데. 어, 솔직히 좀 좋기도 하구··· 나도 종종 하구 싶기도 한데······.

아이씨.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할 거 아냐.

시도 때도 없이 틈만 나면 쪽쪽 거리는데 흐으.

민망하다구.

요즘에는 매일매일 얼굴이 빨간 거 같아.

아무래도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다.

51.

나는 바보다.

바보가 분명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왜 또 유더랑 내기를 한 거야! 그 사기꾼 놈이랑!

흐아아.

또 졌다.

또 졌다구. 이번에도 소원권을 뺏겼다.

으으······.

지난 번 소원권도 아직 남아 있는데.

그, 물론 저번에 유더가 귀 파달라고 했지만 그건 그 뭐랄까, 그때도 말했지만 소원권으로 쓰기에는 좀 그러니까? 나두 양심이란 게 있고 응응.

으으 진짜.

소원권 어따 쓰려나.

이, 이번에야말로 설마?

흠흠.

흠.

음음.

조, 좋아.

뭐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아.

52.

다시 가출을 했다.

이게 대체 몇 번째인지 원.

솔직히 이제 세일룬 왕국 전체가 알고, 왕가에서도 인정하고, 그 나, 나랑 유더도 서로 인정한··· 진짜 찐커플이지만 그래두 이번에도 사랑의 편지를 남기고 가출을 했다.

뭔가 이제 편지를 남기지 않으면 섭섭한 기분? 그런 거?

아무튼 가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국왕 폐하랑 다프네 왕세녀님이 놓아주실 생각을 안 하시니까.

빨리 남부 가서 말레키스 막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하아.

말레키스.

몸길이 200미터짜리 초괴수.

저걸 또 어떻게 잡나 답답하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응응.

그런 기분이 든다.

53.

영지에 도착했다.

우리 영지.

남의 영지가 아니라 나랑 유더의 영지.

물론 제대로 연락하고 공식적으로 방문한 게 아니라 환영받거나 하진 못 했지만, 그래두 영지에 도착했다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

유더가 노린 것처럼 목이 좋은 곳인 거 같다.

전부 둘러보지는 못 했지만 땅도 꽤 넓은 것 같고.

본래 왕실 직할령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건강상태? 재정상태? 그런 것도 꽤 양호해 보였고.

왕실직할령은 세금이 일반 영주들의 영지보다 적은 편이라고 유더가 그랬는데, 그거 때문이겠지. 역시 세계를 지배하는 건 예산이다.

아무튼 본래는 얼티메이트 세븐 시리즈 중에 하나인 소드 오리진을 찾아 온 거였는데 운 좋게(?) 말레키스의 부하인 가모르 칸을 만난 덕분에 얼티메이트 세븐 시리즈를 하나 더 얻을 수 있었다.

가모르 칸이 가지고 다니던 얼티메이트 파이브 그랜드 오더.

소드 오리진 덕분에 유더가 엄청 강해졌다.

흥흥.

맘에 들어.

역시 우리 유더란 말이지?

여기서만 하는 말이지만 우리 유더 참 멋지다.

얼굴도 잘생겼고, 키도 크구, 요리도 잘하구, 싸움도 잘한다. 흐흥. 가끔씩 못된 짓을 해서 그렇지 나한테도 엄청 잘해주구.

약속도 잘 지켜서 스킨십 금지령 내리니까 잘 지켜주고 있다.

흥.

살짝 어겨도 좋을 내가 뭐라는 거야.

아무튼······ 유더가 소드 오리진을 얻었고, 가모르 칸을 쓰러트렸고, 얼티메이트 원을 만든 드워프 집단인 블랙 혼 길드의 본거지도 손에 넣었다.

아, 그 과정에서 멜리사랑도 오랜만에 이야기를 했다.

미안.

정말로 미안.

까먹고 있었어.

그래두 앞으로는 말도 많이 걸어줄게.

약속이야.

응, 약속.

54.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있었다.

영원의 숲을 관통하게 되었는데, 운명인지 필연인지 아무튼 엘프 왕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같이 나중에 7대 재앙 가운데 하나가 될 자바워크도 쓰러트렸고.

응응.

그 사이에 내 활약이 눈부셨다는 사실.

페어리들을 단숨에 휘어잡은 내 교섭력에 유더도 몇 번이나 탄성을 터트렸다.

흥.

흥흥.

그 유더가.

히히.

그런데 그 다음에도 일이 있었다.

엘프들의 궁성에 초대받고 환영도 받았는데, 그 와중에 유더가 검무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찾아낸 것이다.

우리 유더 진짜 대단해.

우리 유더.

아무튼 그래서 유더가 대신 진짜 검무를 추게 되었는데, 와, 정령왕이 나타났다.

거기다 그 정령왕. 그러니까 폭풍과 번개의 정령왕이 날 계약자로 선택했다.

역시 코델리아. 코델리아는 대단해.

아니, 3인칭화가 아니라 코델리아. 내가 좋아하는 그 코델리아.

내가 뭐라는 거야.

아무튼 그래서 다시 한 번 난리가 났다.

그래두 지들이 어쩔 거야.

내가 정령왕의 계약자인데.

유더도 괜찮을 거라고 했다.

55.

안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아!

이 에로프들!

결혼이란 문화가 없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

이 발칙한 에로프들이 유더를 노리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약.혼.녀인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도!

이해는 한다.

우리 유더가 좀 많이 잘났으니까.

잘생겼지, 키 크지, 몸 좋지(특히 복근이 대단하다. 저번에 살짝 만져봤는데 아후), 능력있지.

그래, 탐나는 게 당연해.

너무너무 당연하다.

그래서 안 돼.

빨리 이 숲을 빠져나가야겠어!

에로프들을 제대로 단념시키기 위해 사랑의 편지를 썼다.

엄청 엄청 농도가 진했지만 괘, 괜찮아!

부끄럽지 않아!

이, 이제는 다 사실이니까!

응! 사실!

으······ 아니다. 거짓말이다.

사실 쓰면서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여기다도 못 적는다.

절대로 무리. 무리. 절대 무리.

아무튼 그거 남기고 숲을 빠져나왔다.

유더가 내 속도 모르고 막 능글거리면서 편지 보고 싶어했지만, 그래서 간만에 유더가 참 미웠지만 다 참고 넘어갔다.

일단 숲을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였으니까.

탈출.

탈출이다.

56.

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카이사 찾으러 갔다가 해적섬에 들르고, 거기서 다시 카이사를 구출하는 한편 세뇌된 십검호인 세바스찬을 쓰러트리고.

아니 진짜 이놈의 십검호는 이제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하나?

얼굴 처음 보는 십검호는 지금까지 칠살검 세류 빼고는 다 적이었다.

으으음··· 이제부터는 십검호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봐야겠다.

아무튼 저 다음에 또 문제가 생겼다.

크라켄 때문에 배가 박살이 났는데, 정신 차려 보니 세이렌들의 왕국에서 눈을 떴다.

세이렌.

바다의 에로프들.

첩첩산중이다 진짜.

57.

크라켄을 물리치고 바다의 에로프들과 작별한 뒤 남부 최대의 항구이자, 남부7가문들이 모여 있는 아르곤 항구에 도착했다.

아르곤 제국이랑 이름이 똑같은데, 철자가 다르다.

음, 그래두 이름 바꾸는 게 낫지 않으려나?

아무튼.

아르곤 항구에 도착했더니 스칼렛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

까먹고 있었어.

그래두 오랜만에 보니까 좋다. 헤헤.

카이사랑 서로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은근 사이가 좋아 보여서 안심했다.

영웅전기2에서는 언제나 대립하던 두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58.

한동안 일기 쓸 겨를이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를로스가 남부7가문에 남긴 유산을 모두 모아 얼티메이트 쓰리- 용살검 아스카론을 손에 넣었다.

이걸로 남부7가문의 의지를 통합하는 한편 란디우스 스승님 일행과도 합류했다.

란디우스, 카마엘, 레나.

이렇게 삼인방.

든든하다 든든.

왕도에서 만난 벨키안까지 있으니 원작에서는 카마엘 빼고는 전멸했던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 가운데 넷의 생존을 확보한 것이다.

프란은 어디서 뭘하고 있는 걸까.

아무튼 파라곤의 다섯 영웅들이 함께하니까 든든하다.

원래 게임에서도 전작 주인공들이랑 합류하면 든든하지 않던가.

흐흣.

아르곤 항국에서 싸울 때 말레키스의 삼대장 가운데 하나인 드워프 마두르스도 쓰러트렸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기로 했다.

당하기 전에 이쪽이 친다.

말레키스와의 결전이 눈앞에 다가왔다.

59.

말레키스를 쓰러트렸다.

드래곤 하트도 손에 넣었고, 남부를 멸망의 운명으로부터 구할 수 있었다.

그리구.

그리구.

헤헤헤.

유더랑 키, 키··· 헤헤. 으······. 헤헤, 헤헤헤.

흠흠.

음.

으.

해, 했다.

아니, 그··· 키스. 응, 입맞춤.

입술이랑 입술. 꺄.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겠다.

60.

말레키스를 쓰러트린 뒤 정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유더랑 같이 우리 영지에 간 뒤 이것저것 팍팍팍 해결했는데, 일단 달리아와 마이아를 우리 영지에 불렀다.

달리아는 기사단장, 마이아는 메이드장.

둘 다 저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 어렸지만 아무렴 어때.

나랑 유더가 영주인데.

우리 맘이지 흥흥.

그리구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 능력은 충분한 두 사람이었다.

응, 맞아. 우리 달리아가 얼마나 대단한데. 마이아도 그렇구.

드워프들도 잔뜩 데려오고, 명공이라는 카시우스도 데려와서 열심히 블랙 혼 길드의 유산들을 풀가동시키고 있다.

서쪽 숲의 마녀님도 만나서 반가웠는데 금방 떠나버리셔서 이야기를 길게하지는 못 했다.

음.

좋아.

아무튼 한동안은 드래곤 하트 흡수하면서 요양 좀 해야지.

유더랑 데이트도 하구.

흥흥.

61.

유더 이 키스 중독자.

62.

언니와 게일 아주버님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영웅전기2에서는 서로 맺어진 적이 없던, 어떤 루트로 진행해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두 사람의 결합.

엄청 기쁘고 행복한 일인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조금 더 노력해야지.

정말로 완벽한 해피엔딩을 위해.

63.

제국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

역시 우리가 왕국의 일을 너무 많이 바꾼 바람에 제국 쪽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제국 쪽에도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이 많은데.

다들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걸까.

제국행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64.

제국에 진입해서 키라라를 만났다.

귀여워.

원작에서처럼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려댔지만 이쪽에는 유더가 있다구?

결국 유더의 손바닥에 갇힌 키라라는 얌전히 우리 편이 되었다.

그런데 영웅전기2랑은 좀 느낌이 다르달까?

아니, 애당초 영웅전기2에서도 상처가 많은 아이였으니까.

잘해주고 싶다.

65.

다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원작에서보다 훨씬 일찍 마각을 드러낸 제국 재상으로부터 황제와 황태후를 구출한 뒤 그림자 숲의 엘프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는데, 거기서 다시 전투가 벌어졌다.

엘리오 롬바르디.

영웅전기2에서는 딱히 적이 아니었던 인물이었지만 검호라는 말에 일단 의심부터 해봤는데 예감이 적중했다.

역시 소드마스터는 일단 의심부터 하고 봐야한다니까?

아무튼 유더가 얍얍얍 멋지게 엘리오를 쓰러트렸다.

싸우면서 더 강해진 느낌?

역시 우리 유더 멋져. 대단해. 너무 좋아.

그리구 스칼렛도 다시 만났다.

제국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 알아서 걱정했는데 한시름 놓았다니까?

아무튼 그 다음에도 일이 많았다.

유더가 그랜드 소드마스터··· 그러니까 왕국식으로 따지면 검성인 엘룬과 대결해서 무승부를 이뤘다.

우리 유더 진짜 너무 대단한 거 아냐?

실력이 쑥쑥 늘어. 쑥쑥.

키도 이제 정말 많이 자라서 까치발만 해서는 부족했다. 유더도 나한테 고개를 숙여줘야, 그리고 내 허리를 받쳐줘야······ 내가 뭐라는 거야.

아무튼 애당초 엘리오 롬바르디의 독단적인 범행이었던 터라 엘프들과는 잘 화해를 했고, 이런저런 지원까지 받아서 북부로 향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내전이 시작될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66.

한동안 일기를 쓰지 못 했다.

북부에 들르고, 재앙 중 하나인 용암거인을 쓰러트리고, 이래저래 일이 많았으니까.

아, 그리구 ㅋㅋ

카이사랑 스칼렛이랑 루카스 사이가 묘한 느낌이다.

응, 묘해.

아무 많이 묘해.

누구랑 이어지든 누나는 루카스 편이야. 응원할게.

흐흐.

67.

정말정말 오랜만에 유더와 단 둘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가리우스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의 여정.

단 둘이서 여행하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 가슴이 두근거린다.

68.

미친. 말도 안 돼.

유더가 옆집 오빠였다.

아니, 진짜루.

이게 말이 돼?

와.

거짓말.

그 개초딩 아복이랑 옆집오빠가 동일인물이라니.

내 환상 돌려내!

흐으.

음.

그래두.

음.

뭔가 납득이 되긴 한다.

역시 우리 유더.

멋진 남자였구나.

지금도 멋지구.

우리 유더같은 남자가 또 어디 있담.

응, 맞아.

우리 유더가 최고야.

최고.

제일 멋져.

ㅋㅋㅋ

그리구······

그리구······

음······ 어른의 계단을 올랐다.

응.

여기까지.

더 이상 자세하게는 안 쓸래.

그래두 딱 하나만 쓰자면······

유더는 대단하다.

카이사의 책보다 훨씬훨씬 대단해.

정말로 진짜.

69.

유더는 짐승이다.

아니, 진짜. 와.

살려줘 소리가 절로 나왔다니까?

목욕만 한다더니 은근슬쩍 또······

거짓말쟁이.

그, 그리구.

너무 잘한다.

왜 이렇게 잘하지?

어? 왜 이렇게 잘하는 건데?

70.

유더는 가붕이다.

무한체력 가붕이.

지치질 않아.

71.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혼란스러운 사건들.

솔라리의 신위를 물려받았고, 여러 전투 끝에··· 영원의 숲에서의 싸움으로 완전히 각성하게 되었다.

세계의 진실.

나와 유더가 전생을 기억하는 이유.

약속된 멸망을 피하기 위한 어린 신 아탈리아와 유더의 몸부림.

그간 여행하면서 가끔씩 보았던 기억들은 꿈이 아니었다.

모두 진짜로 있었던 일들이었다.

나- 코델리아 체이스의 전생들.

전생의 내가 직접 경험했던 비극적인 사건들.

전부 다 기억해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정도는 이제 알 수 있었다.

완벽한 해피엔딩을 위해.

가벼운 말이 아니었다.

모두의··· 지난 전생의 코델리아들 모두가 바란 단 하나의 소망이었다.

72.

세계의 진실- 이어 붙이기에 대해 알게 된 아우리엘이 우리의 적이 되었다.

플레이아데스의 사정에 천계와 지옥을 끌어들였다는 것.

천계와 지옥의 운명을 플레이아데스 마음대로 휘저었다는 것.

역사를 순리대로 되돌리겠다는 것.

지옥과의 결판을 위해서는 전장이 필요하다는 것.

여러 가지 명분을 내세웠지만 솔직히 이해하고 싶지 않다.

정작 저 아우리엘이야말로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몇 번이나 플레이아데스를 짓밟지 않았던가.

대소환을 막는다.

기필코 플레이아데스를 지켜낸다.

완벽한 해피 엔딩을 위해.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73.

내일.

제도에서의 결전이 시작된다.

대소환을 저지하고 완벽한 해피엔딩을 이끌기 위한 최후의 싸움.

무섭고 두려웠다.

눈을 감으면 전생의 끔찍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유더가 있었다.

유더가 함께하고 있었다.

전생의 기억들은 분명 힘들고 괴롭고 아픈··· 그런 기억들이 많았다.

하지만 유더와 함께했던 즐겁고 행복한 기억들 역시 있었다.

이번에도 같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욱 길게 이어나갈 터였다.

완벽한 해피엔딩을 위해.

이번에야말로 플레이아데스의 내일을 지켜내기 위하여.

일기를 써내려 가던 코델리아는 잠시 손을 멈추었다.

일기장을 덮고 옆을 돌아보았다.

유더가 잠들어 있었다.

평소 거의 잠들지 않는 유더였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은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내일······.”

결전의 날.

코델리아는 일기장을 덮었다. 두려워 떠는 대신 유더의 옆에 누운 뒤 그 품에 파고들었다.

잠결인지, 아니면 깨어난 것인지 유더 역시 코델리아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내일.

코델리아는 눈을 감았다.

유더의 품안에서 애써 잠을 청했다.

74.

너무 오랜만에 일기장을 편다.

지옥··· 정확히는 아스모데우스가 만든 연결로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다소 다르게 흘렀으니까.

거의 8개월? 9개월 만인가?

지옥에서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던 터라 여기에 다 적지는 못 하겠다.

유더가 지옥의 군주들을 이간질 시키고, 지옥의 군주들이 저들끼리 세력 다툼한답시고 아스모데우스를 우리가 쓰러트릴 수 있도록 오히려 지원을 해주고··· 거기에 더해진 카시우스와 마녀님의 조력.

지옥에서 만든 우리의 영지와 계약 관계이긴 해도 손을 잡은 악마들까지.

지옥에 떨어진 이후에도 혼자서 계속 전쟁을 이어나가고 있던 치천사 마나엘도 빼놓을 수 없고.

아무튼 결론은 우리가 아스모데우스를 무찔렀다는 거다.

천계는 아우리엘을, 지옥은 아스모데우스를 잃었다.

플레이아데스에 가장 관심이 많던 대천사와 대군주가 사라졌고, 그들의 소멸과정에서 일어난 세상의 흔들림 덕분에 플레이아데스는 다시 천계와 지옥 모두와 독립된 장소가 되었다.

그래.

이제 플레이아데스는 안전하다.

대소환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

그러니까.

이제 정말로 완벽한 해피엔딩을 이루 위해 마지막 방점을 찍어야겠다.

결혼식.

내일 유더와 결혼한다.

하나가 된다.

75.

다시 오랜만이다.

유더와 결혼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평화롭지만, 그 와중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건들이라고 할까?

특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 전에 말이다.

얼마 전에.

유더랑 내가 몸이 서로 바뀌었······ 음, 여기까지.

다음에 다시 써야지.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장난스러운 필체로 마무리를 지은 코델리아는 빙긋 웃었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유더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렇게 웃어?”

“아니, 그냥. 누가 보고 있다면 애타지 않을까? 해서?”

저게 무슨 말인 걸까.

유더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일기장을 훔쳐보는 건 도리가 아니었기에 그냥 계속 궁금해 하기로 했다.

“아무튼 준비는 이제 다 된 거지?”

“응, 됐어.”

준비.

지금부터 떠날 새로운 여행을 위한 것들.

“그런데 이건 여행이라기 보다는··· 귀향 같은 게 아닐까?”

어떻게 보면 고향에 돌아가는 거니까?

코델리아의 말에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강진호와 홍유희의 고향.

지금도 그곳에 남아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두 사람의 분신들.

“아, 궁금하다. 둘이 만났을까? 이제 서로 정체도 알고?”

“글쎄. 솔직히 좀 어렵지 않을까?”

“왜?”

“아니, 상상도 못 했거든.”

그 노란폭풍이 그렇게 착하고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옆집 소녀였을 줄이야.

“야, 나도 상상도 못 했거든?”

그 개초딩 아복이가 그렇게 멋지고 분위기 있는 옆집 오빠였을 줄이야.

“내 환상 돌려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킥킥킥 웃으며 잡담을 나눈 두 사람은 새삼 입술을 맞추었다.

코델리아가 까치발을 들고, 유더가 고개를 숙이며 코델리아의 허리를 안고.

“그럼··· 출발할까?”

“응, 출발하자.”

지구로.

강진호와 홍유희를, 두 사람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보기 위해.

유더와 코델리아는 정면을 보았다. 그대로 나란히 의자 위에 앉았고, 세상간 이동을 위해 준비한 아바타들에 자신들의 의식을 옮겼다.

“가자.”

“응, 가자.”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유더와 코델리아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구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fin

< 엔딩메이커 SS #3 코델리아의 일기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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