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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368화 (368/473)

< 엔딩메이커 SS #7 너의 이름은 (2) >

엔딩메이커 SS #7 너의 이름은 (2)

“도련님, 일어나세요.”

부드러운 부름에 코델리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보통 이러면 눈앞이 뿌옇고 막 졸려야 했는데 이상하게 그렇지 않았다.

그냥 눈 뜨자마자 바로 정신이 팍!하고 드는 기분이었다.

“마이아?”

“네, 도련님의 마이아에요.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늦잠을 자신 건 오랜만이네요.”

마이아가 조금은 그립다는 듯 부드럽게 미소짓자 코델리아는 눈을 깜박이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련님의 마이아?’

아니, 그보다 마이아가 저렇게 온화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었나?

바이엘 백작가에서 유더를 만날 때면 으레 마이아도 같이 만났는데, 늘 얼음처럼 차갑고 침착한 표정만 짓고 있던 그녀였으니까.

‘달리아랑 있을 때는 곧잘 웃는다고 듣기는 했는데.’

그래도 뭐랄까.

듣던 거랑 좀 많이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마이아의 미소는 정말 따뜻하고 온화하고 살갑고 아무튼 막 보기 좋았으니까.

‘아무튼 예쁘다는 거지 응.’

유더 앞에서는 저런 미소도 짓는구나.

‘응?’

유더 앞?

과정 없이 결과를 도출하는 코델리아의 직감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여기에 유더의 기막힌 연산력이 더해지자 결과를 본 직후 그 과정이 추론되었다.

‘마이아가 눈앞에 있어. 도련님이라 말했고, 위화감 없이 일어나라 말했어. 늦잠은 오랜만이라 했고.’

그랬다.

즉, 마이아의 눈에는 코델리아 자신이 유더로 보인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왜일까.

가능성은 크게 보아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마이아가 정신계 마법- 구체적으로 말하면 환시 같은 것에 걸려 코델리아 자신을 유더라 착각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코델리아 자신이 유더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폴리모프로 모습이 바뀌거나, 아니면 영혼이 서로 바뀌었거나.’

가능성이 높은 건 전자였지만 후자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만약 전자였다면 누군가가 잠들어 있는 자신과 유더를 바꿔치기 해야 했는데, 이건 물리적으로 힘들었다.

‘그냥 당하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코델리아 자신은 둘째치더라도 유더가 그런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 했을 리 없었다.

더욱이 이곳은 바이엘 백작가.

바이엘 백작과 게일이 원정 등의 이유로 저택을 나간 상태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집에 머물고 있을 때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어려웠다.

‘즉, 나와 유더의 영혼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제일 높아.’

이 모든 과정을 순식간에 추론해낸 코델리아는 약간 당황했지만 이 또한 이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유더와 정말로 몸이 바뀌었다면 두뇌 역시 유더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존재의 본질은 영혼에 있었고, 그렇기에 코델리아 자신의 자아와 기억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육체의 존재 역시 무시할 수는 없었다.

코델리아는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두뇌의 성능 자체라면 코델리아 자신의 본체 쪽이 좀 더 우월했다.

하지만 유더의 두뇌는 훈련이 잘 되어 있었다.

코델리아 자신의 사고를 유더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할 정도로 말이다.

비교하자면 코델리아 자신의 두뇌는 오직 달리는데만 특화되어 있는 몬스터카였다.

반면 유더의 두뇌는 온갖 일에 다 대응할 수 있는 만능 슈퍼카에 가까웠다.

속도는 코델리아 자신이 더 빠르지만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범용성은 유더 쪽이 더 뛰어나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여기에 더해진 하나.

평소에는 유더에게 맡기면 된다는 판단 하에 생각 자체를 별로 하지 않는 코델리아였지만 본바탕은 우수했다.

일단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추리력과 발상력은 무척이나 우수한 편에 속했다.

그래서 코델리아는 비명을 지르거나 깜짝 놀라는 대신 부드럽게 대처했다.

“응, 고마워.”

유더는 마이아에게 평소 반말을 사용했으니까.

무시한다기 보다는 친한 누나와 말을 놓는 것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어찌되었든 코델리아는 당혹감을 내비치는 대신 일단 마이아가 안심할 수 있는 대처를 했고, 마이아는 약간의 위화감에 멈칫하긴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 뒤 방을 나섰다.

“흠, 진짜 유더네.”

침대에서 일어난 코델리아는 일단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구음절맥에 한창 시달리던 시절의 유더는 코델리아 자신보다 작은- 그러니까 160 초반대의 키였는데, 지금은 달랐다.

태양의 목걸이와 태양화초로 구음절맥을 치료하고 구천구문을 배워 몸의 가능성을 폭발시킴에 따라 뒤늦은 성장기를 맞이한 상태였다.

지금 키는 170후반대 쯤 될까.

“오, 몸 좋아.”

곳곳을 만져보니 느낌이 참 신기했다.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

코델리아 자신의 몸과는 전혀 달랐다.

이게 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의 차이일까?

피부가 좋은 건 유더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코델리아 자신과는 달랐으니까.

하지만 역시 다른 것은 몸의 구조였다.

코델리아는 마치 단련된 무인처럼 전신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코델리아는 자기 생각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얼핏 당연한 거 아냐?- 라고 할 법한 이야기였지만 아니었다.

몸을 생각한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달인에게나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생각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 애당초 자기 몸을 제대로 통제하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때문에 무예를 익히는 자들은 일단 자기 몸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기 마련이었다.

유더도 그러했고, 바이엘 백작도 그러했다.

그런데 코델리아는 그런 것을 연습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수 있었다.

그것이 그녀가 타고난 천재성 가운데 하나였다.

“진짜 다르네?”

근육량이 다르고, 신체 구조 자체가 다르고, 그에 따라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역시 다르다.

“와, 이래서 그렇게 유세를 떨었구나.”

만날 몸으로 하는 건 다 잘한다고 잘난척 할만 했다.

이 몸이라면 진짜 별의 별 짓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오오.”

가볍게 허공을 때려본 코델리아는 감탄했다.

실로 섬광 같은 잽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몸도 유연하구.”

다리도 쫙쫙 찢어졌다.

분명 코델리아 자신의 몸보다 딱딱하고 질긴 게 분명한 몸인데도 놀라울 정도의 신축성과 유연성을 보여줬다. 관절의 가동 범위도 엄청났고 말이다.

“그리구 복근.”

코델리아는 베시시 웃으며 자기 배- 그러니까 유더의 배를 만져보았다.

정말로 신기한 기분이었다.

사람의 몸이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하나 더.

아까부터 코델리아 자신에게 엄청난 위화감을 선사하고 있는 곳이 하나.

하지만 코델리아는 바로 호기심을 해결하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코델리아 자신의 방처럼 전신 거울까지는 없었지만 얼굴을 비춰볼 수 있는 제법 큰 거울이 있었다.

“자식, 좀 생겼는데?”

평소에는 유더 얼굴을 이렇게 자세히, 오랫동안 관찰할 수 없었으니까.

‘그야 부끄럽기도 하구······.’

쓸데없이 눈치 좋은 유더가 시선을 바로바로 눈치챘으니까.

“히히, 잘생겼당.”

과연 절세미소년.

영웅전기담에서 유더와 코델리아가 절세커플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다니까?

조금 더 웃으며 유더의 몸을 관찰하던 코델리아는 흠흠 헛기침을 토한 뒤 주변을 돌아보았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는 슬쩍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행동.

“오. 똑같아.”

머리색이랑 똑같네.

그리고.

그리고.

“흠흠흠.”

얼굴이 빨개진 코델리아는 헛기침을 몇 번 터트린 뒤 다시 관찰을 시작했지만 오래 가지는 못 했다.

“음음음.”

유더 몸이라 그런지 얼굴이 빨개졌는데도 이성이 살아 있었다.

그래서 코델리아는 더욱 부끄러움을 느꼈고, 다시 행동하는 대신 도리질을 쳐댔다.

“아무튼 유더가 되었어.”

정황상 아마 유더는 코델리아 자신이 되었으리라.

‘그럼 아마 곧 편지를 보내겠지.’

코델리아 자신을 만나 이것저것 확인해야 했으니까.

‘그럼 일단은 기다려볼까?’

유더가 올 때까지.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은······.

코델리아의 얼굴에 제법 사악한 표정이 떠올랐다.

&

오후 무렵.

바이엘 백작가를 방문한 유더는 뚱한 표정을 지었고, 코델리아는 환한 얼굴로 그런 유더를 맞이했다.

“코델리아 양,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가 오가자 달리아와 마이아는 눈빛을 한 번 교환하더니 슬쩍 방을 나섰고, 이내 방 안에는 유더와 코델리아만이 남게 되었다.

그렇기에 유더는 소리쳤다.

“야! 뭔 짓을 한 거야!”

“응? 뭐가?”

코델리아가 유더의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묻자 유더는 코델리아의 얼굴로- 그러니까 빨개진 얼굴로 다시 소리 죽여 외쳤다.

“집안 메이드들 반응이 이상하잖아! 마이아도 그렇고!”

그랬다.

평소와 달랐다.

메이드들이 유더를 보며 얼굴을 붉히거나 부끄러워했고, 마이아도 평소와 좀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난처하다고 해야 하나, 즐겁다고 해야 하나.

코델리아의 몸에 들어갔어도 유더의 관찰력은 죽지 않았고, 오히려 코델리아 특유의 감각이 더해진 덕분에 이전보다 더 미세한 차이까지 감지할 수 있었다.

“아니, 뭐··· 그냥 평소보다 좀 잘해준 거?”

그냥 유더 몸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고, 이것저것 일들을 도와주고, 작은 선물 같은 것들을 주고, 유더의 얼굴로 느끼한 미소도 좀 지어주고.

“너 잘생기긴 진짜 잘생긴 거 같더라. 다들 엄청 좋아하던데?”

“야!”

한 마디로 바이엘 백작가의 메이드들을 사정없이 유혹해댔다는 소리였다.

“에이 유혹은 무슨. 그냥 좀 꼬셔본 정도? 한 번 해보고 싶었거든.”

사실 평소의 코델리아라면 이런 짓은 절대 하지 못 했을 터였다.

은근히 부끄러움도 많고, 상식인처럼 행동하는 그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남의 몸- 정확히는 유더의 몸이었다.

그러니 약간의 일탈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야, 일단 내가 네 약혼자거든?”

“응, 알아.”

코델리아는 능글맞게 웃었고, 유더는 자신의 얼굴을 때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와, 저렇게 재수 없었구나.’

능청을 떨면서 짓는 미소가 저렇게나 화를 돋을 줄이야.

거기다 잘생겨서 더 화가 났다.

그리고 이 순간 코델리아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했다.

‘이래서 이렇게 약을 올려댔구나.’

분해서 빨개진 코델리아 자신의 얼굴이 너무나 귀여웠으니까.

사랑스럽다고 해야 하나.

“하아. 아무튼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해.”

유더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코델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어?”

“아니, 그러니까 왜.”

코델리아의 말에 유더는 눈을 깜박이더니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야! 그럼 그냥 이대로 살자고?!”

“안 될 거 있나?”

코델리아가 다시 능청을 떨자 유더는 부들부들 떨었고, 코델리아는 까르르- 아니, 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귀여워.”

화나서 부들부들하는 코델리아의 모습.

‘영웅전기2의 유더’에 대해 별반 감정이 없었던 유더와 코델리아는 달랐다.

코델리아에게 있어 ‘영웅전기2의 코델리아’는 소위 말하는 최애캐였으니 말이다.

‘실물 사이즈 코델리아가 눈앞에 있어.’

거기다 막 움직이고, 부끄러워하고, 앙탈 부리다 제풀에 지쳐서 엉엉거리고.

하악하악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뭐, 뭐야. 그 위험한 눈빛은.”

유더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며 두 손으로 가슴께를 감싸자 코델리아는 으흐흐 웃음을 흘렸다.

“야, 지금 진짜 변태 같거든?”

“그야 유더 네가 변태니까.”

코델리아가 남 탓하듯 말하자 다시 머리에 열이 오르기 시작한 유더였지만 일단은 참았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말려드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해. 응? 타개해야 한다고.”

“그럼 아버지들에게 말하자.”

“어? 야! 그게 무슨-”

거기까지였다.

유더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코델리아는 빙긋 웃으며 대신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여긴 플레이아데스야. 마법이 실존하는 세계라구. 현실에서 우리가 서로 몸이 바뀌었네 어쩌네 하면 정신병자 소리를 듣겠지만 여기서는 아니야. 거기다 이렇게 우리 둘을 데려다놓고 검증하는 것 역시 가능할 테니까. 딱히 집안사람들에게 몸이 바뀌었다는 걸 비밀로 할 이유가 없다는 거지.”

맞는 말이었다.

숨길 이유가 조금도 없었다.

“아, 안 돼. 코델리아가 되어가고 있어.”

유더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당연하면서도 간단한 사실을 떠올리지 못 했다는 사실에 새삼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다.

“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내 몸도 성능 엄청 좋거든? 네 몸 차지해봐서 알아. 연산속도 하나는 내가 너보다 더 빠를 걸?”

“대신 겁나 단순하지.”

“야!”

겨우 평소와 같은 대화가 오갔지만 잠깐뿐이었다.

유더는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아버님- 그러니까 체이스 백작님께 말씀드리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아마도? 우리 아버지는 대마법사시니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 규명도 해야 하고······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어도 어떻게든 해결은 되지 않을까?”

체이스 백작은 단순한 마법사가 아니었다.

탑을 소유하고 있는, 세일룬 왕국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마법사였다.

자연 인맥 역시 대단하니,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낼 터였다.

“하아, 그럼 다행이지만.”

한숨을 푹 내쉰 유더는 어깨를 떨구었고, 그 모습에 코델리아는 흠칫하더니 돌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데 유더야.”

“어?”

“아무튼 다시 본래대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단 말이지?”

“그렇겠지?”

“그럼 말이야······.”

말꼬리를 흐리던 코델리아는 므흐흐 웃으며 일어서더니 그대로 유더 곁으로 다가섰다. 유더의- 정확히는 코델리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진짜 코델리아다.”

살아 움직이는 1:1 리얼사이즈 피규어라고 해야 할까.

“조금만 만져도 되지? 아니다, 허락받을 필요도 없겠네. 내 몸이잖아?”

“저, 저기요?”

말했을 때는 이미 코델리아의 손이 유더의 양 뺨 위에 올라간 후였다.

“와, 진짜 부드러워. 말랑말랑해.”

“야 니 모미거드?”

뺨을 쭉 당겨진 터라 발음이 새었지만 뜻은 분명히 전해졌을 터였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멈추지 않고 유더의- 코델리아의 몸 구석구석을 만지기 시작했다.

“야! 야!”

“비싸게 굴지 말구······.”

으흐흥 웃는 게 완전 변태 아저씨였다.

그리고 그 얼굴이 어찌되었든 유더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에 유더는 끔찍한 기분을 느꼈다.

“유더야, 뺨에 키스해도 되지? 우리 약혼자잖아.”

“뭐, 뭐라구요?”

당황해서 존댓말까지 내뱉었지만 애당초 듣지도 않는 코델리아였다.

그대로 유더의 양 팔을 붙잡았고, 얼굴을 가까이 했다.

코델리아와 뺨에라도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은 솔직히 예전부터 좀 하고 있던 유더였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가오는 게 내 얼굴이잖아!’

무슨 거울보고 키스하는 것도 아니고!

“소, 소리 지를 거야?”

“후후후······ 이 몸이 지금 유더 네 몸이라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니겠지?”

“으으윽.”

그랬다.

움직이는 건 코델리아였지만 어찌되었든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유더 자신이 이상한 짓을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터였다.

“화내는 것도 귀여워.”

“으아, 제발.”

유더는 질색했지만 코델리아는 이번에도 듣지 않았다.

그대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헉!”

유더는 눈을 떴다.

거친 숨을 토했고, 마침내 깨달았다.

“꿈?”

그랬다.

꿈이었다.

애당초 지금은 야생의 땅을 막 다녀왔을 무렵에서 1년 넘게 시간이 흐른 뒤였으니까.

제도에서 아우리엘을 쓰러트리고, 지옥까지 쳐들어가서 아스모데우스까지 쓰러트리고, 마침내 플레이아데스에 돌아와 코델리아와 결혼까지 한 상황.

“하아······.”

다시 안도의 숨을 토한 유더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꿈 치고는 정말 엄청나게 진짜 같았다.

기억도 생생했고 말이다.

‘꿈 자체가 오랜만이네.’

구천구문을 본격적으로 익힌 이후에는 잠자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었으니까.

아주 가끔 꿈을 꾸는 것 같긴 했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튼 다행이다.’

다행이야.

새삼 안도의 숨을 토한 유더는 옆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 흠칫하며 물러섰다.

“코델리아?”

한바탕 레슬링을 해도 좋을 정도로 넓은 침대 위.

곤히 자고 있어야 정상인 코델리아가 깨어있었다.

눈을 말똥말똥 뜬 그녀는 그대로 유더 자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꿈을 꿨어.”

“어?”

“꿈. 너랑 나랑 몸이 바뀌는 꿈. 시기는 야생의 땅을 다녀온 직후 정도?”

코델리아의 말에 유더는 당황했다.

그리고 유더 자신의 몸이었기에 이내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둘이 같은 꿈을 꿨다는 거야? 정신동조 같은 건가?”

“아마도? 어쩌면 지옥에서 만났던 꿈 악마의 영향일지도 몰라. 기억하지?”

“잊을 리가.”

지옥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몇 안되는 악마들 가운데 하나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럼 같은 꿈을 꿨다는 거네?”

“어, 같이 온라인 게임에 접속한 것처럼?”

코델리아의 비유에 유더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아-하고 작게 감탄했다.

딱 맞는 비유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야 유더야.”

“응?”

“진짜로 해보고 싶어졌어.”

“어?”

이게 무슨 말일까.

진짜로 해보고 싶다고? 뭘?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코델리아의 얼굴에 악동 같은 미소가 번졌고, 유더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코델리아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

“진짜로 한 번 바꿔보지 않을래?”

코델리아가 상체를 일으키며 그리 말했고, 유더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코델리아에게는 그 정도 일쯤은 얼마든지 해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이니까!’

대천사 코델리아 체이스.

진짜 대천사들에 비해 아직 그 힘과 역량이 부족하여 하루 온종일 신의 힘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하루에 몇 시간 정도는 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유더 자신이 구문을 열어 일시적이나마 플레이아데스의 수호신으로 변신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말이다.

“해보자 유더야. 응?”

“야, 너 이미 하고 있잖아.”

“헤헤헤.”

그랬다.

코델리아는 이미 마법을 발동시킨 상태였다.

유더는 재빨리 구문을 열어 저항하려 했지만 코델리아의 동작이 조금 더 빨랐다.

그리고 충격.

다시 눈을 뜬 유더는 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유더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와와, 꿈에서보다 훨씬 커. 성장했구나, 우리 유더.”

바지를 쭉 당겨서 안쪽을 쳐다보며 말하고 있는 유더 자신. 그러니까 코델리아.

“야!”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지만 역효과였다.

오히려 발동이 걸린 코델리아는 단숨에 유더 자신에게 다가와 손을 뻗었다.

“귀여워.”

“저, 저기요?”

그리고 유더는 당황했다.

‘이, 이렇게 컸어?’

손이 컸다.

체격의 차이가 상상이상이었다.

조금이지만- 아니, 그냥 대놓고 무서울 지경이었다.

넓은 어깨.

완벽한 역삼각형을 완성시키는 표범처럼 날렵한 허리.

꽉 짜인 전신의 근육.

단단하고 거대하다.

손은 또 어찌나 큰지 얼굴을 전부 뒤덮을 정도였다.

“유더 귀여워. 코델리아 귀여워.”

틀렸다.

이미 폭주를 시작한 코델리아였다.

유더가 어찌해볼 틈도 없이 코델리아는 그 커다란 손으로 유더를 단숨에 쓰러트렸다.

“맨날 혼내준다고 했지? 이제 유더가 혼날 시간이에요.”

코델리아가 혀를 살짝 핥으며 그리 말했고, 유더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터질 것처럼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했다.

‘자, 잘생기긴 했네.’

이것도 일종의 나르시시즘일까.

아니면 안에 든 것이 어쨌든 코델리아라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유더는 더 이상 의문을 이어갈 수 없었다.

fin

< 엔딩메이커 SS #7 너의 이름은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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