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딩메이커 SS #16 지구로 (9) >
엔딩메이커 SS #16 지구로 (9)
알렉세이.
별명은 소령.
소비에트 연방 출신이라는 것과, 군에서 다년간 복무했다는 것 외에는 딱히 알려진 것이 없는 남자.
그는 상당한 수준의 체스마스터였고, 여행기 작가였으며, 사설 PMC의 사장이자 무기밀매업자였다.
강진호와 그의 관계는 참으로 복잡하고 오묘했지만, 굳이 객관화하여 정의하자면 ‘스승과 제자’ 관계라 할 수 있었다.
스승.
강진호에게 많은 것들을- 아니, 사실상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가르친 남자.
강진호는 늘 그의 가르침에 감사했고, 언제나 그의 가르침으로부터 나아갈 길을 찾고는 했다.
그리고 그건 그가 죽은 지 6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알렉세이! 알렉세이!’
어떻게 해야 하죠?
네?
어떻게!
어떻게!
알렉세이는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그는 총을 쏘는 법, 총을 조립하는 법, 총을 정비하는 법, 나이프를 쓰는 법, 나이프를 정비하는 법, 맨손격투, 서바이벌 기술 등등 정말로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그 중에는 여자와 춤추는 법까지 있었다.
비록 나타샤랑 몇 번 춰본 게 전부였지만.
아무튼 그는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고, 이날 이때까지 강진호는 알렉세이의 가르침에서 부족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강진호는 절감했다.
알렉세이의 가르침 가운데서 지금같은 상황에 써먹을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알렉세이!’
옆집 소녀와 한 지붕 아래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오후, 옆집 소녀를 집 밖으로 배웅하던 중 옆집 소녀의 부모님들을 마주한 건에 관하여-
코와붕가였다면 올바른 라노베 제목이라며 좋아했겠지만 강진호에게는 현실이었다.
‘치, 침착하자 강진호.’
일단 어폐가 있는 어휘부터 스스로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한 지붕 아래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는 했다.
하지만 저 문장은 문장 그대로 해석해야만 했다.
은유적인 표현 같은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그냥 한 지붕 아래에서 잠만 잤으니까!
남에게 들켜서 부끄러운 짓 따위는 조금도 하지 않아- 않아-
‘아니잖아!’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홍유희를 품에 안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잠에서 깼는데도 민망하다는 이유로 계속 끌어안고 있었으니까.
그 향기와 체온을 만끽했으니까!
강진호의 고뇌는 깊어졌고, 그건 머릿속의 강진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장! 대장! 상황이 좋지 못 합니다! 방어선이 순식간에 돌파당하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적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너무 강합니다!”
강진호들의 보고에 대장 강진호는 신음을 흘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전장지도를 아무리 노려보아도 마땅한 타개책이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대장!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바로 그때였다.
소년병 시절의 강진호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고, 대장 강진호와 강진호들은 희망을 담아 그를 돌아보았다.
“무슨 방법이지?!”
“모조리 폭발시키는 겁-”
“끌어내!”
“읍?! 으으읍?!”
대장 강진호의 명령에 강진호들이 소년병 강진호를 막사 밖으로 추방했다.
죽이라니.
이런 미친.
대체 뭘 폭발시키란 말인가.
역시 저 시절의 강진호는 문제가 많아도 너무나 많았다.
“침착해라! 침착해! 상대는 민간인이다! 적이 아니야! 대화로 해결이 가능할 거다!”
“하지만 대장! 저 눈빛을 보십시오! 저건 야수의 눈빛입니다!”
그랬다.
강진호 자신을 노려보는 홍유원의 눈빛은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사납기 그지없었다.
그야말로 적을 바라보는 눈빛이라 할만 했다.
하지만 대장 강진호는 호흡을 가다듬은 뒤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괘, 괜찮다! 괜찮아! 이사 올 때 이미 조사하지 않았나! 평범한 남자다! 피와 총, 전쟁과는 조금도 관련이 없어!”
하지만 말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사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사실 민간인의 탈을 쓴 프로페셔널 한 암살자 같은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저 살벌한 눈빛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대장!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 뭐라도 대응을!”
병사 강진호의 말이 맞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가만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할 터였다.
뭐라도 변명을- 아니, 해명을-
“오, 오빠 집에서 있었어. 어, 응. 집에 못 들어가니까 응응. 옆집 오빠가 그거 보고, 어, 응, 그래. 좀 쉬었다 가라고······.”
홍유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고, 강진호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마지막 문장 때문이었다.
“쉬었다··· 가라고?”
홍유희의 어머니 김은정이 미간을 좁히며 강진호를 돌아보았고, 강진호는 헉하고 숨을 삼킨 뒤 억지로 입을 열었다.
“그, 그게. 그러니까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거기다 식은땀까지 뻘뻘 흘리고 있으니 옆에서 보면 참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터였다.
“그··· 문이, 잠겨서. 곤란해, 하는··· 어, 예. 그런 것 같아서요.”
강진호는 연기를 잘했다.
알렉세이의 연인으로 추정되는 레이첼에게서 첩보원 훈련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연기력은 조금도 발휘되지 못 하고 있었다.
레이첼이 보았다면 한탄을 토했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딱딱한, 그야말로 국어책 읽기.
김은정의 눈이 가늘어졌고, 홍유원의 눈빛이 더더욱 사나워졌다.
그리고 홍유희가 다시 소리치듯 말했다.
“P, PC방이나 찜질방 가는 것보다는 옆집 오빠 집이 나으니까! 응응! 밥도 잘 챙겨 먹었구!”
PC방이나 찜질방에서 밤을 보내는 것보다는 옆집 오빠네 집이 낫다.
이 말을 한 직후, 홍유희의 머릿속에서는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저 년 끌어내! 끌어내라고!”
“아아악!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여중생 홍유희가 애원했지만 공대장 홍유희는 단호했다.
여중생 홍유희를 내쫓은 뒤 그나마 남아 있던 홍유희들을 돌아보며 물어보았다.
“저거, 아무리 봐도 이상한 말이지?”
PC방이나 찜질방보다 옆집 오빠 집이 낫다니!
다시 한 번 방금 대사를 읊어본 공대장 홍유희는 부끄러움에 몸부림쳤고, 그건 머릿속 홍유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중 하나, 안경을 쓴 홍유희가 손을 들며 말했다.
“하지만 공대장! 객관적으로 보면 정말로 낫습니다! 돈도 안 들고! 위험하지도 않고요!”
“위험하지 않다고?!”
“그렇습니다! PC방과 찜질방은 결국 불특정다수가 오가는 곳! 오히려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옆집 오빠는 괜찮습니다! 불특정다수도 아니고, 생판 남도 아니니까··· 아! 그겁니다! 그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안경 쓴 홍유희가 순간 짝! 소리가 나게 박수를 치더니 모두를 돌아보며 열변을 토했다.
“낯선 사람이 아니다! 위험한 사람이 아니다! 옆집 소녀를 음흉한 눈으로 노리고 있던 짐승새끼가 아니다!”
“어, 어떻게?!”
공대장 홍유희는 물었고, 안경 쓴 홍유희는 씩 웃으며 답했다.
하나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게, 게임 같이 했어. 어, 영웅전기2. 낯선 사람 아니야. 벌써 6년 가까이 봤는걸. 어. 응. 나랑 같은 길드야.”
홍유희가 떠듬떠듬 단어들을 나열하자 홍유원은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는 듯 인상을 썼지만 김은정은 아니었다.
하나 밖에 없는 딸이 인생을 갈아 넣고 있던 게임이 뭔지 정도는 잘 알고 있는 그녀였으니 말이다.
“영웅전기2? 그거 같이 했다고? 옆집 총각이? 그것도 몇 년이나?”
“으응. 우리 친해. 그, 그쵸 오빠?”
홍유희가 필사적으로 돌아보자 강진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으, 예. 친···합니다. 네, 많이 친하죠.”
그러니까 남이 아니에요.
아니, 남은 남인데 막 완전 낯선 사람이 아니에요.
잘 아는 사이에요.
“헤헤헤.”
홍유희가 어설프게 웃었고, 강진호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필사적인 변명에도 불구하고 홍유원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본래 성범죄는 아예 타인보다는 얼굴을 아는 지인 사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성범죄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 상황이기는 했다.
차라리 그냥 둘이 눈이 맞았다고 보는 쪽이 맞겠지.
하지만 어느 쪽이든 딸 가진 아버지 입장에서는-
‘으으음.’
홍유원은 미간을 좁히며 고민했다.
전자라면야 당연히 눈앞의 놈을 때려 죽여야 했지만, 후자라면, 그러니까 이제 성인이 된 딸이 옆집 오빠와 친해져서 연애를 하는 상황이라면- 그건 뭐라 하기 좀 어려운 상황이었으니까.
‘나이 차가 좀··· 있나?’
옆집 청년.
나이는 모른다.
겉모습만 보면 이십대 중반쯤일 거 같은데. 그럼 한 4~5살 정도 차이가 나려나?
‘뭐하는 놈인지 모른다는 게 좀 걸리지만.’
아무튼 이 자리에서 당장 무어라 다그치는 것은 무리였다.
이러나저러나 홍유희가 어젯밤 꽤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만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여행 팽개치고 온 이유도 그래서고.’
성인이라고 하지만 이제 막 성인이 된 아이였다.
아내는 PC방이나 찜질방 가면 된다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어디 그게 될 말인가?
더욱이 유희는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은가!
밖에서 나도는 건 너무너무 위험했다.
“으으음.”
결국 홍유원씨는 한 발 물러서기로 했고, 김은정은 그런 홍유원을 돌아보다가 다시 정면- 그러니까 강진호와 홍유희를 보며 말했다.
“딸아이가 신세를 졌습니다. 일단 문도 고쳐야 하고, 상황을 수습한 다음에 다시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강진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홍유희는 안도의 숨을 토했다.
“그, 그럼 오빠. 저 갈게요.”
“어, 그래. 어, 조심해서 가고.”
“네.”
애매한 대화를 마친 강진호는 홍유원과 김은정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초.
다시 한 번 숨을 가다듬은 강진호는 대문에 귀를 가져다 대고 밖의 대화를 염탐하는 대신 서둘러 자기 방에 돌아가 항시 작동 중인 CCTV를 통해 문 밖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열쇠 아저씨가 대문을 열고 있었고, 김은정이 홍유희의 볼을 마구 잡아당기고 있었다.
“으으음.”
나도 당겨보고 싶다.
아, 아니지. 이게 아니라.
도리질을 해 정신을 수습한 강진호는 오가는 대화에도 집중해보았지만 다행히 딱히 문제가 될 만한 이야기는 더 없는 것 같았다.
“하아.”
약 이십여 분 뒤.
열쇠 아저씨를 보내고 홍유희 일가가 집에 들어가자 강진호는 한숨을 길게 토하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적진에 홀로 고립되었다가 간신히 빠져나왔을 때와 비슷한 느낌.
긴장이 쫙 풀려서 아무 것도 하지 못 할 것만 같은 기분.
“하아, 씨발.”
홍유희가 입에 달고 다니는 감탄사를 토한 강진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난처하고, 힘들고, 아무튼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웃음이.
&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다시 저녁.
어제와 달리, 언제나와 같이 홀로 하는 저녁 식사.
영웅전기2에는 접속하지 않았다.
단톡방은 물론이고 개인 톡까지 채팅방 멤버들이 보낸 문자가 가득했지만 읽씹으로 보이기도 뭐해서 아예 읽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아마 홍유희 역시 마찬가지일 터였다.
“하아··· 정말로 진짜.”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인 걸까.
노란폭풍의 정체.
옆집 소녀.
노란폭풍이 사실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였다니.
“아, 진짜.”
기분이 이상했다.
이상하고 또 이상했다.
그리고 향기.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홍유희의 살내음과 따뜻한 온기.
그러고 보니 누군가와 포옹해본 것이 몇 년만이었던가.
은퇴할 때 동료들과 한 번씩 끌어안은 이후 처음이 아니었을까?
‘앞으로 어떡하지.’
게임에서 노란폭풍을 만나면.
아니, 길가다가 홍유희를 만나면.
사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다.
정모에 나가고, 노란폭풍의 실제 모습을 보고 나면 무언가 상황이 변할 것이라는 각오말이다.
하지만 이건 상상을 초월했다.
이런 상황까지는 고려해본 적이 없었다.
“아··· 그냥 게임 접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나갈 때.
휴대폰이 진동했고, 강진호는 힐끔 휴대폰을 보았다.
대부분의 단톡방과 개인톡은 알림을 해제한 상태였기에, 지금 알림이 온다면 아예 새로 추가된 사람이거나, 일부러 알림을 해제하지 않은 한 사람뿐이었다.
[오빠, 자요?]
홍유희의 톡.
단톡이 아닌 개인톡이었고, 강진호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휴대폰을 붙잡고 반사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아직. 너는?]
[ㅋㅋㅋ 자면 카톡을 어케 해요.]
타당한 말이었다.
노폭이가 이렇게 합리적인 말을 할 줄이야.
그런데 이제 뭐라고 대답하지?
[그러네.]
‘어케 해요’에 대한 답이 ‘그러네’ 라니.
강진호 스스로가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대답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으, 뭐지.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거지?’
두근두근이 아니라 쿵쾅쿵쾅.
요란하기 짝이 없는 심장의 고동.
[오빠.]
[어.]
[오빠.]
[어.]
[오빠.]
[어.]
[ㅋㅋㅋ 어 밖에 안 해.]
그러는 너는 오빠만 하고 있잖아!
-라는 외침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실제로 입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민 쪽이 더 급했다.
‘뭐, 뭐라고 해야 하지?’
그리고 얘는 지금 나한테 왜 이러는데?
평소였다면.
그러니까 노폭이에게 카톡이 왔다고 생각한다면-
[약 먹을 시간 지났냐?]
-라며 대답을 했겠지만 지금은 무리였다.
홍유희에게, 옆집 소녀에게 어떻게 그런 문자를 보낸단 말인가.
[오빠.]
[응.]
[ㅋㅋㅋ 바뀌긴 했네. 응이래.]
이게 지금 사람 놀리나.
발끈한 강진호였지만 이상하게 자꾸 웃음이 나왔다.
홍유희도 반대편에서 자신처럼 웃고 있을까?
[오빠. 어제 재밌었어요. 우리 다음에 또 같이 게임해요.]
[그래.]
사실 어차피 매일 영웅전기2 같이 하는 사이기는 했지만.
[그리구··· 우리 만난 거 채팅방 멤버들한테는 뭐라구 할 거예요?]
중요한 문제였다.
정말정말 중요한 문제.
[글쎄··· 그, 너만 싫지 않다면 일단은 비밀로 하는 게 어떨까.]
[그쵸? 오빠도 그게 좋을 것 같죠?]
AAA고 코와붕가고 진실(?)을 알면 놀리기 바쁠 테니까.
[아주 그냥 영웅전기담에까지 소문낼게 뻔하다니까?]
홍유희가 빠르게 톡을 보내기 시작하자 강진호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PC용 카톡으로 홍유희와 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아빠가 엄청 꼬치꼬치 캐물어서 완전 고생해다니까요? 그냥 게임만 했는데 ㅋㅋ]
홍유희는 계속해서 빠르게 톡을 보냈다.
그야말로 재잘재잘.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냥 문자일 뿐인데도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생생한 표정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래도 혼나지 않았다니 다행이네.]
[흥, 혼날 일을 뭐 했나? 조, 조금 한 것두 같지만?]
왜 문장에서 부끄러움이 느껴지는 걸까.
아침의 일을 떠올린 강진호는 조금이지만 얼굴을 붉혔고, 흠흠 헛기침을 토한 뒤 다시 홍유희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10분, 20분, 한 시간.
두 사람은 밤늦게까지 잠들지 못 했다.
&
다음날 아침.
새벽까지 카톡 삼매경이었던 홍유희가 공강 믿고 늦잠을 자고 있을 때.
강진호가 습관적으로 일어나 아침 운동을 시작했을 때.
거대한 위기가 한국에 도착했다.
강진호와 홍유희 뿐만 아니라 유더와 코델리아에게조차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말이다.
“여기가··· 지노의 나라인가?”
지나가던 이들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볼 수밖에 없는, 그 정도로 눈에 확 띄는 미녀.
백금발을 길게 기른 푸른 눈의 여인은 선글라스를 벗고 공항의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지노.
강진호.
알렉세이의 수제자이자 모든 것을 물려받은 남자의 이름.
“지노.”
다시 한 번 이름을 읊조려 본 여인은 빙긋이 미소지었다.
나타샤 몰로토프.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소유자인 그녀는 강진호의 얼굴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to be continued
< 엔딩메이커 SS #16 지구로 (9)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