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385화 (385/473)

< 엔딩메이커 SS #25 얼음과 바람과 (2) >

엔딩메이커 SS #25 얼음과 바람과 (2)

바이엘 백작은 잠시 당황했다.

여인이 자신의 말에 응답해준 것은 좋았지만 양손을 동시에 내밀었기 때문이다.

‘뭐, 뭐지?’

설마 돌려서 거절하는 건가?

아니, 그러기에는 좀 너무 돌린 거 아니야?

아주 잠깐이었다.

여인은 두 손을 내민 채 뻘뻘뻘 식은땀을 흘렸고, 최대한 당혹감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던 바이엘 백작은 그 순간 깨달았다.

‘모르는구나.’

손등에 입술을 맞추는 인사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바이엘 백작은 몇 가지 사실을 더 깨달았다.

여인에게 푹 빠지고 만 터라 눈에 들어오지 않던 이질적인 것들.

단순히 인근 주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여인의 이질적인 복장.

끝이 뾰족한 귀.

엘프인가?

엘프들 가운데 정령과의 친화력이 우수한 자들은 날씨의 영향을 잘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들 자체가 날씨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라나.

눈앞의 여인이 엘프라면 저 기묘한 복장도 설명이 가능했다.

‘쳐, 쳐다보면 안 돼. 쳐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눈길이 가는 아름답고 매끈한 다리였지만 빤히 쳐다보는 것은 실례였다.

바이엘 백작은 아래로 향하려는 눈동자를 애써 붙잡으며 다시 여인을 보았다.

그리고 직감했다.

‘엘프가 아냐.’

검신과 만났을 때 그의 곁에 있던 엘프들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의 귀는 뾰족한 것에 그치지 않고 길었다.

그런데 눈앞의 여인의 귀는 그 끝이 뾰족할지언정 길지는 않았다.

그리고 느낌이 달랐다.

세상의 엘프들을 모두 만나본 것도 아니고, 겨우 세 명 만난 게 전부였지만

그래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이 달라.’

제국의 엘프들은 왕국의 엘프들과 달리 인간들과 활발히 교류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일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엘프들을 마주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구나.’였다.

사람.

동화 속의 존재가 아닌 현실에 실존하는 자들.

하지만 눈앞의 여인은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보다 이질적인, 하지만 그렇다고 부자연스럽지는 않은, 마치 정말로 설원에 핀 꽃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감각.

무엇일까.

눈앞의 여인은 대체-

“저, 저기······.”

“아!”

머릿속이 혼란한 가운데 시간을 너무 지체한 것일까.

여전히 두 손을 내밀고 있던 여인이 무척 곤란한 표정을 짓자 퍼뜩 정신을 차린 바이엘 백작은 여인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뒤 여인이 내민 두 손 가운데 하나를 부드럽게 잡은 뒤 자신 쪽으로 당겼다.

여인의 정체야 어찌되었든 먼저 예를 표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바이엘 백작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예를 표하는 것이 옳았다.

바이엘 백작이 여인의 왼손을 가볍게 당긴 뒤 손등에 입술을 맞추자 여인은 움찔하며 당황했다.

하지만 여인은 손을 빼지 않았고, 바이엘 백작의 얼굴에는 절로 미소가 번졌다.

여인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 바람은 자유로운 법이지.’

신분고하는 물론이고 종족조차 초월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바람이지 않을까.

체이스 백작이 들었다면 개소리도 정도껏이라 할 것 같은 생각을 떠올린 바이엘 백작은 다시 한 번 씩 웃어 보인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까보다 한층 가까워진 여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 이름은 알렉스 바이엘입니다.”

반복된 자기소개에 여인은 눈을 깜박이더니 이내 팟하고 몸을 움찔했다.

대강의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제 이름은 푸··· 아, 아니. 유나에요. 유나.”

성이 없었다.

아니, 처음 꺼낸 말이 ‘푸’였다는 걸 감안하면 유나라는 이름조차 가명일지 몰랐다.

하지만 바이엘 백작은 가명을 내세운 여인의 무례를 탓하지도, 여인의 진짜 이름을 캐묻지도 않았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사연이 있기 마련 아닌가.

적으로 만난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을 굳이 따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예뻐서 그런 거겠지.’

체이스 백작의 냉정한 논평이 머릿속에서 아른 거렸지만 바이엘 백작은 애써 무시한 뒤 다시 여인- 유나에게 말을 붙였다.

“그렇군요. 그럼 유나. 이곳에는 어쩐 일이시죠? 저처럼 길을 잃으신 건가요?”

“길이요? 그, 그건 아니고······.”

“이 산에 사시나 보군요.”

“어, 음, 네.”

유나는 우물쭈물 답했다.

마치 사람을 대하는 것 자체가 서툰 것처럼 말이다.

‘정말 요정이라도 되는 것일까?’

엘프가 아니라 산에 사는 신비한 요정 같은.

어쩌면 전설 속의 페어리 같은 존재일지도 몰랐다.

“저, 저기. 길을··· 잃으신 건가요?”

“네, 부끄럽게도 그만··· 초행길이라서요.”

머리를 긁적이며 답한 바이엘 백작이 길을 잃었다는 말은 괜히 했나- 같은 생각을 할 때였다.

“그, 그럼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마을로 내려가는 길.”

여인의 제안은 무척이나 반가운 것이었다.

하지만 바이엘 백작은 서두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미 밤이 되었는데···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것은 어떨까요?”

“내일 아침이요?”

“네, 그 동안은··· 잠시 이야기라도 나누는 건 어떨까요?”

개소리였다.

내일 아침까지는 앞으로 10시간도 족히 넘게 남아있었다.

그때까지 같이 있기라도 하자는 건가?

모닥불 앞에서?

‘역시 자네는 서툴군.’

체이스 백작의 힐난이 다시 머릿속에 울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십대 중반에 집을 나선 바이엘 백작이다 보니 이런 쪽으로는 경험이 적었다.

의욕이 먼저 앞선 경우라고 할까.

어찌되었든 이 무리수에 가까운 제안에 여인은 눈을 깜박였고, 바이엘 백작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초조한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1초, 2초, 3초.

“네, 그래요.”

여인이 활짝 웃으며 답했고, 바이엘 백작은 남몰래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

“오늘도 산에 가십니까?”

“예, 이제는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여관집 아들- 그러니까 미래의 촌장이 던진 물음에 바이엘 백작은 시원하게 웃으며 답했다.

닷새 동안 길잡이 노릇을 하며 용돈을 톡톡히 번 여관집 아들은 못내 아쉬웠지만 이내 마음을 돌렸다.

‘닷새나 벌었으면 됐지.’

거기다 눈앞의 손님은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더 머물 생각인지 이미 여관료를 잔뜩 지불한 상황이었다.

멋들어진 설산을 구경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적잖게 찾아오는 곳이기는 했지만 대부분 하루에서 이틀 정도 머물고 떠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청년은 벌써 열흘이 넘게 이 마을에 머물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 것일까.

‘설산에서 수련이라도 하시는 겁니까?’

목구멍까지 올라온 질문을 여관집 아들은 입밖에내기 직전에 꿀꺽하고 삼켰다.

칼 쓰는 자들- 특히 용병들은 언제 어디서 강도나 강간범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자들이었다.

눈앞의 청년은 그런 무뢰배들과 거리가 멀어보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꼬치꼬치 캐물었다가 곤욕을 치를 수도 있었다.

“다녀오시죠.”

“오늘도 늦게 들어올 것 같습니다.”

다시 시원하게 답한 바이엘 백작은 여관을 나섰고, 여관집 아들은 카운터에 턱을 괴며 생각했다.

‘여자라도 만나나?’

얼굴이 훤한 것이 딱 여자 만나러 가는 얼굴인데.

하지만 여관집 아들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산에 여자는 무슨.

‘이따 제니퍼나 만나러 가야지.’

물레방앗간집 둘째 딸인 제니퍼.

미래의 촌장이 젊은 날의 자신을 보았다면 ‘안 돼! 속지 마! 쌍년이야!’라고 소리칠 것이 분명했지만, 아직 젊은 날의 촌장은 제니퍼의 실체를 몰랐기에 그저 에헤헤 즐거운 미소를 흘릴 따름이었다.

&

바이엘 백작이 마을에 머문지 보름이 지났다.

그 보름동안 바이엘 백작은 매일 산에 올라 유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경치를 구경하고, 같이 도시락을 먹는 등 살아 생전 처음으로 연애 비슷한 활동을 지속하였다.

‘여, 연애까지는 아직 아니니까.’

그런 건 사귀는 사이에 하는 말이니까.

혼자서 흠흠 헛기침을 터트린 바이엘 백작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유나를 만나 같이 산 깊은 곳에 자리한 유나의 비밀장소를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바이엘 백작은 시작부터 뒤틀리고 말았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네가 가출한지 3년이 넘었으니까.”

바이엘 백작의 다소 멍청한 물음에 풍채가 당당하고 키가 큰 청년이 마뜩찮은 얼굴로 답했다.

아더 체이스.

미래의 체이스 백작.

“아버지가 보내신 거야?”

“정확히는 우리 아버지께서 내게 서신을 보내셨고, 그 서신에 따라 근처를 지날 일이 있었던 내가 겸사겸사 네게 방문한 거지.”

“너 제국에 있었어?”

“작년부터 제국 쪽 마탑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제 다시 왕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지만. 단기 유학 같은 것이지.”

체이스 백작의 대답에 바이엘 백작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마법명가인 체이스 백작가였다.

더욱이 친구인 아더 체이스는 어린 시절부터 마법의 영재 소리를 듣고는 했으니 제국까지 유학을 오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일단 마탑의 수준 자체는 제국 쪽이 더 높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제 돌아가자. 집나간 탕아짓은 3년으로 충분할 테니.”

담담히 말한 체이스 백작은 그대로 휙 돌아섰다.

빨리 짐 챙겨서 나오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하지만 바이엘 백작은 짐을 챙기는 대신 제자리에 멈춰서서 말했다.

“나는 안 돌아가.”

“무슨 말이지?”

체이스 백작이 미간을 좁히며 묻자 바이엘 백작은 잠시 고민했고, 이내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바이엘 백작은 더듬더듬 처음 유나를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간출여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 설명을 모두 들은 체이스 백작은 짧게 단평했다.

“미친놈.”

“어이어이.”

“어릴 때부터 네 바보짓이라면 많이 보아왔지만 이번에는 좀 심하군.”

체이스 백작의 거침없는 막말에 성격 좋은 바이엘 백작도 인상을 구겼지만 체이스 백작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너도 이미 알고 있겠지. 그녀는 사람이 아닐 거다.”

“사람 맞아. 엘프나 드워프도 사람이잖아? 페어리도 사람이지.”

“지적 사고가 가능한 존재라는 의미로 보면 그렇겠지. 하지만 알렉스.”

“괜찮아. 그녀는 위험하지 않아. 좋은 사람이라고.”

바이엘 백작이 고집 부리듯이 말하자 체이스 백작은 다시 한 번 미간을 좁혔지만 결국 화를 내는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좋다, 네가 정 그렇다면 그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도록 하지. 대신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조건? 두 가지?”

“그래, 첫째는 네가 온전한 정신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인외의 존재에게 홀린 것일 수도 있으니.”

바이엘 백작이 크게 반발할 것이 뻔하여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체이스 백작은 ‘유나’라는 존재가 마물일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었다.

뱀파이어나 서큐버스 계열의 마물.

마주한 이성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여 자신들의 뜻대로 조종하는 사악한 존재들.

체이스 백작의 말에 바이엘 백작은 순간 얼굴을 굳혔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두 번째는?”

“내가 그녀를 만나보겠다.”

바이엘 백작은 이미 ‘유나’라는 존재에게 푹 빠진 상태라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했다.

그러니 제3자인 자신이 확인해보아야 했다.

하지만 체이스 백작의 이 발언에 바이엘 백작은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

“알렉스.”

“첫 번째 조건은 되지만 두 번째 조건은 안 돼.”

“어째서지?”

체이스 백작이 눈매를 날카로이하며 묻자 바이엘 백작은 슥하고 시선을 피하더니 이내 다시 진지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너도 반할 수 있으니까”

“뭐?”

“너도 유나에게 반할 수 있으니까. 난 친구끼리 싸우고 싶지 않아.”

바이엘 백작의 진지한 대답에 체이스 백작은 미간을 좁혔고, 험한 말을 입에 담는 대신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보였다.

&

결국 바이엘 백작의 고집은 관철되었다.

체이스 백작은 끝내 자신을 유나와 만나지 못하게 하는 바이엘 백작의 행동에 불만이 많았지만 그래도 일단 넘어가기로 하였다.

바이엘 백작의 상태가 온전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 좋아진 느낌이었다.

‘어쩌면 영험한··· 아니 신령한 존재일지도.’

마물이 아니라 신성한, 그 옛날 여러 신들과 함께 지상에 내려온 천사와 같은 존재들.

‘어쩌면 그냥 산에 사는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신나서 산에 오르는 친구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체이스 백작은 가볍게 마을 주변을 산책하며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나 머물렀다 가야하는 거지.’

본래 예정은 바이엘 백작의 뒷목을 붙잡고 함께 왕국으로 향하는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힘들어 보였다.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겠군.’

오늘은 안 된다고 우겨댔지만 내일이나 모레는 허락할 수도 있었으니까.

‘적어도 확인은 하고 떠나야한다.’

바이엘 백작이 끝내 마을에 남겠다고 우기면 체이스 백작 자신 혼자서 왕국으로 귀환해야 했다.

하지만 적어도 유나라는 존재가 정말 위험한 존재가 아닌지 정도는 확인해야만 했다.

그리고-

‘궁금하긴 하군.’

바이엘 백작이 저렇게나 푹 빠진 상대가 누구인지.

미래의 대마법사답게 엄격 근엄 진지를 모토로 삼고 있는 체이스 백작이었지만 그래봐야 결국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청소년이었다.

친구가 푹 빠진 여자가 대체 누구일까.

어떤 사람일까.

자신한테도 언젠가 저런 사람이 생길까?

제법 풋풋한 생각들을 이어가며 체이스 백작은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

사흘 뒤 오후.

내일까지 허락하지 않으면 몰래 뒤를 밟아볼까 생각하던 체이스 백작에게 절로 기회가 찾아왔다.

“마을 축제가 있을 거야.”

“들었다. 해마다 한 번씩 하는 축제라더군.”

풍경이 아름다운 설산과 근처에 자리한 온천 덕분에 여행객이 적잖게 찾아오는 마을이었다.

그런 마을의 여우 축제.

전설에 따르면 촌장의 아버지가 설산에서 하얗고 아름다운 여우의 안내를 받아 온천수가 솟구치는 장소를 발견했다고 한다.

촌장의 아버지는 그 자리에 마을 최초의 온천을 세웠고, 이후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마을에 온천이란 선물을 가져다준 여우를 위한 축제를 열고 있었다.

“촌장의 아버지면 전설 운운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시기이군.”

“아무튼 그래서 여우 축제를 하는데 이번 축제에 유나를 초대할 거야.”

얼굴 가득 미소를 띠운 바이엘 백작의 말에 체이스 백작은 순간 움찔하더니 다시 바이엘 백작에게 물었다.

“그녀가 산에서 내려오겠다고 했나?”

“어. 물론 먼저 제안한 건 나였지만.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거야?”

“아니, 문제는 없다.”

체이스 백작이 잠시 당황한 이유는 단순했다.

산에서 내려온다.

산에서 내려오는 것이 가능하다.

‘진짜 그냥 사람이었나?’

마물이라면 마을 축제에 방문하는 것을 꺼릴 터였고, 신령한 존재라면 산에 묶인 존재일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아더?”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튼 그럼 드디어 유나 씨를 만나볼 수 있겠군.”

“반하지 마라.”

“안 반한다.”

“정말로?”

“정말로 진짜.”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일까.

자괴감이 드는 체이스 백작이었지만 나름 성실하게 답했고, 만족한 바이엘 백작은 시원하게 웃었다.

“그래, 그럼 다 같이 보자. 나도 그녀에게 널 소개시켜주고 싶었다고. 이러나저러나 제일 친한 친구니까. 그렇지 않아?”

“흥, 딱히.”

체이스 백작은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지만 바이엘 백작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친구의 귓불이 발갛게 달아올랐으니 말이다.

“아무튼 기대된다.”

축제.

유나와 함께하는 축제.

그리고 축제 당일이 되었을 때.

체이스 백작은 바이엘 백작의 손을 잡고 내려온 유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니, 체이스 백작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가 넋이 나간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과연 무척이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바이엘 백작이 푹 빠지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체이스 백작이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본 것은 단순히 그녀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었다.

‘인간이 아냐.’

바이엘 백작이 설산에서 만난 여인.

유나.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to be continued

< 엔딩메이커 SS #25 얼음과 바람과 (2)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