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389화 (389/473)

< 엔딩메이커 SS #28 재회(2) >

엔딩메이커 SS #28 재회(2)

어머니.

엄마.

모르는 단어가 아니었다.

아니, 모를 수가 없는 단어였다.

하지만 너무나 낯선 단어이기도 하였다.

유더는 평소처럼 생각할 수 없었다.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였고, 게일은 그런 유더를 채근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차를 마시며 유더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떻게.”

간신히 쥐어짜낸 것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게일은 유더를 바라보았고, 유더는 힘겹게 입을 벌린 뒤 다시 한 번 단어를 만들어냈다.

“어떻게.”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유더 자신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돌아가셨다.

거짓이 아니다.

사실이다.

영웅전기2는 물론이고 영웅전기3에서도 유더의 어머니 이야기는 조금도 나오지 않았다.

“유더.”

게일의 부름에 유더는 저도 모르게 거친 숨을 토하며 게일을 돌아보았다.

게일은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 말대로 네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이다. 아버지께서는 체이스 백작님··· 장인어른과 함께 어머니, 그리고 갓 태어난 너를 데리고 북부로 여행을 떠나셨다.”

유더로서는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게일은 괜히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당시의 나는 어렸다. 하지만 아주 어린 아이는 아니었지. 나도 따라가고 싶다고 울며 떼를 쓴 기억이 난다. 아프신 어머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병··· 분명 병으로······.”

“그래, 어머니께서는 몸이 안 좋으셨지. 너를 낳기 전에도 병약한 분이셨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유더가 애써 어머니에 대한 것을 떠올리거나 파헤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어미를 잡아먹고 태어난 자식.

아무도 유더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바이엘 백작이, 마이아가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더는 그렇게 생각했다.

병약하신 어머니.

유더 자신을 낳느라 체력이 다해 돌아가신 어머니.

어렸을 때 몇 번 입에 담은 적이 있었다.

제가 어머니를 죽인 것이라며, 자기 같은 애는, 맨날 아파서 골골거리기만 하는 병신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며 엉엉 운 적이 있었다.

마이아가 처음으로 화를 낸 날이었다.

그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더 자신의 뺨을 때린 날이었다.

그런 소리하지 말라고.

그런 나쁜 생각하지 말라고.

마이아는 분명 유더 자신보다 연상이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여섯에서 일곱 살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유더 자신이 어렸을 때 마이아도 어렸다.

그녀는 어른이 아닌 아이였다.

그렇게 우는 마이아는 처음 보았다.

분명 맞은 것은 자신인데 아프고, 서럽고, 그런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저 마이아가 엉엉 우는 것이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마이아를 꼭 끌어안고 울면서 사과했다.

마이아도 똑같이 울면서 유더 자신을 몇 번이고 꼭 안아주었다.

그래서 그 날 이후 어머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머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마이아가 있었으니까.

어머니 이야기를 하면 마이아가 슬퍼했으니까.

목이 매였다.

그날의 마이아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니, 어쩌면 다른 이유 때문일지도 몰랐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제대로 된 사고를 이어갈 수 없었다.

“유더.”

부름에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엉망진창인 그 얼굴을 보며 게일은 다시 한 번 말을 이어나갔다.

“여행을 떠나시고 두어 달이 지났을 때··· 아버지께서는 장인어른과··· 그리고 너와 함께 돌아오셨다. 어머니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제발 알려달라고 울며 사정했지만 이야기해주시지 않았다.”

스스로 말했듯 그 당시의 게일은 어린아이였다.

갑자기 사라지신 어머니.

어디에 간 것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 조금도 말씀해주지 않는 아버지.

지금은 알 수 있었다.

아니,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날 왜 아버지께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는지.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유더였다.

게일은 숨을 한 차례 고른 뒤 계속해서 말했다.

“아버지께서는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지 않으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몇 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셨고, 사람들은 생각했지. 바이엘 백작 부인께서 돌아가셨다. 상심이 너무 크신 백작께서 장례식을 치르지 않으셨지만, 돌아가신 것이 분명하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게일이 어깨를 늘어트렸다.

“나도 그랬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더.”

유더가 다시 멍청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세상을 구하고, 지옥으로 쳐들어가 대군주조차 박살낸 신화적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했다.

가족의 일이었으니까.

어머니의 일이었으니까.

“어머니는 세일룬 왕국 태생이 아니셨다. 훨씬 더 먼 곳에서 태어나신 분이시지. 이곳의 풍토가 맞지 않아 몸이 약해지셨던 거고.”

“그럼······.”

“그래, 아버지께서는 어머니를 고향에 돌려보내드리기 위해 여행을 나셨던 거다. 너도 함께 데리고 떠난 것은 갓 태어난 너는 어머니 곁에 있는 쪽이 옳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지.”

“그럼 어째서······.”

자신은 다시 돌아온 것일까.

어째서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신 걸까.

어머니께서 떠나신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돌아오지 않으셨던 이유는 무엇일까.

게일은 유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서신을 받았을 때 게일 자신도 똑같은 생각들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게일은 바로 답을 내놓았다.

“유더, 어머니께서는 인간이 아니셨다.”

“어?”

“인간이 아니셨다. 아버지께서도 이번에 명확히 아셨다고 한다. 어머니께서는 야생신이셨다.”

“야···생신?”

“그래, 저 북부 야생의 땅에 거하는 신령한 존재들······ 어머니께서는 야생신이셨다.”

게일 자신도 완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듯 조금은 멍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유더는 눈을 깜박였다.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회전시키며 말을 만들어냈다.

“야생신. 야생신. 인간이 아닌 존재. 성역을 떠나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서? 그래서 돌아간 거야. 어머니의 고향에서 인간인 나를 거부했던 거고. 어머니만 받아들이셨던 거고. 그래, 그 후로 아버지께서도 어머니를 뵙지 못 하신 거야. 그래서 무어라 말을 못 하신 거고. 기약 없이, 언젠가 돌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마음 졸이는 것은 자신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실 분이니까. 그리고 이제 정말로 돌아오신 거야.”

말을 이어나가다보니 점점 더 이성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유더는 일부러 지금의 상태를 유지했다.

계속해서 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어떻게 된 거지. 나는, 게일 형은 분명 인간일 터인데. 아니, 단지 몰랐던 것인가? 영웅전기2는 물론이고 3에서도 유더에게서 특별한 피가 각성하는 이벤트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유더도 이미 특별한 존재였어. 극한지기. 그로 말이암은 구음절맥. 본래구음절맥은 남자에게서는 거의 발견할 수 없어. 사실상 여자들만이 타고나는 특이체질이야. 그런데 나는 구음절맥을 타고났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극한지기를 가지고 있었어. 카마엘과는 경우가 달라. 어린 시절 특별한 일을 겪고 극한지기를 갖게 된 카마엘과는 상황이 달라.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극한지기였어. 그래, 어머니께 물려받은 거였어. 어머니께서는 극한의 힘을 지니신 야생신이셨던 거야. 그리고 형은-.”

“그래, 어쩌면 어머니께서는 늑대의 힘과 연관된 야생신이실지도 모른다.”

게일이 벨키안의 약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

약의 기운을 받아들인 뒤 늑대의 힘을 발현하게 된 이유.

“유더, 야생신에 대해서는 네가 훨씬 더 잘 알고 있겠지.”

게일의 말에 유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유더는 게일은 물론이고 야생신들조차 모르는 그들의 비밀을 하나 알고 있었다.

야생신들의 기원.

그들이 북부 야생의 땅에만 존재하는 이유.

‘인공정령왕 프로젝트.’

고대 마도왕국 마젤란의 하이엘프들이 악마들을 막아내기 위해 준비했던 계획.

그 계획은 실패하였다.

하지만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하이엘프들이 만들어낸 인공정령들은 야생의 땅의 자연령들과 하나 되어 야생신이 되었다.

가장 강대한 힘을 가진 황금의 용왕은 실로 정령왕이라 해도 좋을 강한 힘을 발하는 것도 가능하였다.

유더는 천처히 숨을 골랐다.

야생신의 기원 같은 것은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유더.”

“형.”

“어머니께서 돌아오실 거다. 아버지의 편지대로라면··· 늦어도 사흘 내에 돌아오실 거다.”

어머니께서 돌아오신다.

어머니께서 이곳에 오신다.

어머니께서.

무어라 말을 잇지 못 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시야가 절로 흐릿하게 변했다.

“같이 환대해 드리자꾸나.”

게일의 말에 유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말을 잇는 것은 불가능했다.

&

코델리아는 서둘러 신성궁에 돌아가 마이아를 데리고 왔다.

유더가 부탁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코델리아 자신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유더가 진짜 어머니를 만나는 와중에 마이아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왜 마이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

바이엘 백작가로 향하며 대강의 상황을 마이아에게 전달하였다.

마이아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마이아가 바이엘 백작가에 도달했을 때, 코델리아는 자신이 어째서 마이아를 데려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이아.”

유더는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마이아를 맞이했다.

엉엉 울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알 수 있었다.

유더는 몹시도 불안해하고 있었다.

두려워한다는 표현도 어느 정도는 맞을 것 같았다.

무엇이 그리 두려운 것일까.

왜 저리 불안해하는 것일까.

코델리아는 알 수 있었다.

유더는 플레이아데스의 누구보다도 전생의 일들을 많이, 그리고 상세히 기억하는 자였다.

몇 번이나 반복된 유더의 삶 속에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았다.

강진호도 그랬다.

알렉세이를 만나기 전까지의 기억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그였다.

전생의 기억들까지 모두 더한다면 수백 년은 족히 될 유더의 삶 속에서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았다.

“도련님.”

마이아가 그런 유더의 손을 잡아주었다.

자신보다 훨씬 더 큰 유더를 품에 안아주었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의 어머니세요. 도련님을 몹시 사랑하시는 분이세요.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흔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유더는 안도할 수 있었다.

비로소 어머니의 귀환을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었다.

“마이아.”

“등부터 쭉 펴시고요. 전 도련님을 이렇게 키운 적이 없답니다?”

일부저 짓궂게 웃으며 말하자 유더 역시 작게나마 웃었다. 다시 한 번 마이아를 꼭 끌어안은 뒤 자세를 바로 하였다.

그리고 하루.

다시 이틀이 지났을 때.

백작 부부를 태운 마차가 바이엘 백작가에 도착했다.

&

마차가 오고 있다는 말에 유더는 현관 앞에 대기했다.

그러다 도저히 참지 못 하고 저택의 입구에까지 나가 기다렸다.

게일은 그런 유더를 타박하는 대신 함께 나가주었다. 유더를 배려하느라 티를 내고 있지 않을뿐, 사실은 게일 자신도 몹시도 어머니를 뵙고 싶어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코델리아와 아델리아가 그런 두 사람과 함께 했다.

마이아가 뒤를 따랐고, 그러다보니 백작가의 거의 모든 사용인들이 저택의 입구에서 기다리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유더는 몇 번이나 마른침을 삼켰다.

항상 침착하고 이성적이던 그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래서 코델리아는 유더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지옥의 문을 향해 걸어들어갈 때보다 더 긴장한 자신의 짝을 짓궂게 놀리는 대신 온기를 나누어 주었다.

“오십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리고 저 멀리서 정말로 마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느렸다.

사두마차가 저택을 향해 달려오는 순간들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유더는 다시 몇 번이나 마른침을 삼켰다.

벨렌시아는 그런 유더를 달래기 위해 입을 벌렸지만, 결국 목소리를 토하지는 않았다.

그저 영혼 깊은 곳에서 유더의 영혼을 보듬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차가 도착했다.

유더는 바짝 긴장한 채로 마차의 문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모두 사라졌다.

하얀 백지장처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바보처럼 마차의 문만을 바라보았다.

문이 열렸다.

바이엘 백작이 약간은 놀란, 그러면서도 미안함과 기쁨이 뒤섞인 미소를 지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그대로 안쪽에 타고 있던 여인을 에스코트하였다.

게일을 닮은 푸른 머리칼.

코델리아보다 더 작을 것 같은 작은 체구.

신비한 녹색 눈동자.

“어머니.”

게일이 말했다.

기억 속의 모습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어머니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토했다. 게일의 뺨을 따라 거짓말처럼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어머니!”

게일이 어머니를- 유나를 향해 달려갔다.

유나는 그런 게일을 보았다. 눈을 크게 떴고, 활짝 웃었다. 두 팔을 벌려 장성한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그래, 게일. 우리 게일. 우리 아기.”

게일의 등을 토닥이며 유나 또한 눈물을 보였다.

아델리아는 애써 참으려 했지만 입술을 깨물며 울었고, 백작가의 오래된 사용인들 역시 눈물을 참지 못 했다.

“어머니, 어머니. 유더. 저기 유더가······.”

게일은 몇 번이나 울음을 삼키며 그리 말했다.

나이가 서른이 되었고, 아이를 둘이나 낳았지만, 왕국이 자랑하는 십검호 가운데 하나였지만 유나 앞에서는 그저 한 사람의 자식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형이었다.

자신의 동생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유나를 품에서 놓아주며 유더를 가리켰다. 멀뚱히 서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동생에게 손짓을 하였다.

“유더, 어머니시다. 어서. 어서!”

제대로 말도 잇지 못한 재촉에 유더가 우물쭈물 하였다. 유나의 시선에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움찔하더니 엉거주춤 발걸음을 내디뎠다.

어머니.

확실히 게일을 닮았다.

유더 자신을 닮았다.

하지만 기억이 없었다.

더욱이 유나는 야생신답게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십대 후반.

코델리아와 또래로 밖에 보이지 않는 여인.

어색했다.

낯설었다.

무어라 불러야 할지도 몰랐다.

게일처럼 입을 벌려 어머니라 부르짖을 수 없었다.

유더가 유나 앞에 섰다.

유나가 유더를 올려다보았다.

가만히 손을 뻗어 유더의 뺨을 어루만졌고, 미소지었다.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기.”

유더.

우리 둘째.

유더는 유나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제대로 기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엉엉 울며 자신을 품에서 놓아주는 어머니.

멀어지는 어머니의 모습.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이면서도 마지막에는 웃으며 헤어지기 위해 억지로 미소짓던 그 얼굴.

유더는 입을 벌렸다.

엉망진창인 발음으로 단어를 만들어냈다.

“어, 엄마.”

어머니가 아니었다.

엄마였다.

몇 번이나 생을 거듭하면서, 강진호로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입에 담지 못 했던 말.

너무나 입에 담고 싶었던 말.

“엄마.”

유더가 말했다.

눈앞이 흐려졌다.

유나가 까치발을 하며 그런 유더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20년 전 그날 그러했던 것처럼 울며 웃었다.

하지만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었다.

헤어지는 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해후의 때였다.

“이리오렴.”

유나가 두 팔을 벌렸고, 유더는 그런 유나를 끌어안았다.

결국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 엄마, 엄마.”

“그래, 우리 아기.”

유나는 유더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함께 울며 웃어주었다.

to be continued

< 엔딩메이커 SS #28 재회(2)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