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394화 (394/473)

엔딩메이커 394화

SS #34 에드워드 체이스(2)

실비아 크로스벨.

21세.

북부의 금융업을 지배하는 크로스벨 백작가의 장녀.

북부 최고의 미녀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이지만 그녀가 빼어난 것은 미모만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사업 감각과 영특하다 수준을 넘어선 산술 재능.

성인이 되기 이전부터 크로스벨 백작가의 사업에 참여했을 정도로 출중한 재능을 타고난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북부 최고의 재녀였다.

“이미 인기가 엄청나지.”

“응? 그렇긴 한데 그걸 유더 네가…… 아니다. 유더니까 아는 거구나.”

영웅전기3는 물론이고 2에서도 한참이나 달라진 세계였지만 다른 곳도 아닌 북부의 정보를 유더가 모른다는 건 이래저래 상상이 안 되는 코델리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더이지 않은가.

“이게 신뢰받는 남자의 기분인 건가.”

“갑자기 신뢰하기 싫어지는 기분이야.”

“후훗, 앙탈은.”

유더는 쿡쿡 웃더니 코델리아의 뺨을 꼬집었고, 코델리아는 지랄한다는 말 대신 결국 웃고 마는 스스로의 모습에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헛웃음을 흘렸다.

코델리아 스스로가 생각해도 콩깍지가 너무 두껍게 씐 탓이었다.

“아무튼 실비아 언니 인기가 엄청나긴 하지만 경쟁력이라면 있어. 우리 오빠 인기도 엄청나니까.”

북부의 결혼 시장에서 실비아 크로스벨이 특급 매물이라면 에드워드 체이스는 초특급 매물인 상황이었다.

더욱이 유델리아를 떼고 보아도 에드워드는 젊고, 잘생기고, 집안과 능력 좋고, 성격에 하자 역시 없는 우량 매물이었으니 꿀릴 것이 없었다.

“문제가 되는 건 역시 계승권인가…….”

“오빠도 장남이고 실비아 언니도 장녀인 거 이야기지?”

“뭐, 사실 큰 문제까지는 안 될 거야.”

유더 자신과 코델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양쪽 각자가 작위를 물려받으면 될 일이니 말이다.

“문제 여지가 되는 건 당대보다는 자식 세대인데…… 이것도 뭐 자식을 둘 이상 낳으면 의외로 깔끔하게 풀릴 수 있으니까. 아니면 조카가 물려받을 수도 있는 거고. 양쪽 모두 일단 형제는 여럿인 상황이니까.”

에드워드에게는 아델리아와 코델리아가 있었고 실비아에게는 나이 차가 다소 나서 그렇지 남동생과 여동생이 각각 하나씩 있었다.

“크로스벨 백작가에서 실비아라는 인재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때문에 보통은 각자 작위를 가진다고 해도 데릴사위를 들이면 들였지 다른 가문과의 결합을 꾀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체이스 백작가라면 이야기가 달라.”

“우리 때문에?”

“그것도 있지만 체이스 백작가는 영지가 없는 마법사 가문이니까. 크로스벨 백작가와는 영역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조금 더 단순히 말하자면 실비아를 이용해 크로스벨 백작가를 집어삼킨다- 같은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소리야. 설사 실행한다 해도 방어하기에 용이하고. 처음 말한 것처럼 분야가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

“어…… 그러니까 크로스벨 백작가 입장에서 체이스 백작가는 제법 안심할 수 있는 상대라는 거지?”

“그런 셈이지. 거기다 체이스 백작가가 크로스벨 백작가에 다소 부족한 무력을 챙겨줄 수 있을 테니 서로 윈윈이 될 수도 있고. 거기다 단순한 무력이 아니라 ‘마법’이니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는 데도 상당히 도움이 될 거야. 여러모로 크로스벨 백작가 입장에서 체이스 백작가는 마음에 드는 상대라 이거지.”

유더의 설명을 들은 코델리아는 잠시 고민하였고,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좋다는 거네.”

“……전에도 말했지만 두뇌 스펙만 놓고 보면 네가 더 좋거든?”

“응응, 그래서 마법 잘 쓰잖아.”

“……그래.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오히려 문제는 실비아가 형님을 마음에 들어 하느냐가 아닐까? 물론 형님이 실비아를 마음에 들어 하느냐도 관건이지만.”

일반적인 귀족들의 결혼이라면 당사자들의 호불호 따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문 간의 거래가 더 중요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에드워드와 실비아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아버지니까.”

“실비아이고.”

일단 체이스 백작부터가 정략혼 같은 것을 허락할 리가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당사자 간의 사랑이지 가문의 이해관계 같은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너랑 나는 왜 태중 혼약이었지?”

“이렇게 될 걸 알고 계셨던 거 아닐까?”

능청스럽게 말한 유더는 코델리아를 안은 팔에 살며시 힘을 주었고, 괜히 부끄러워진 코델리아는 체이스 백작가의 자식답게 흥흥거렸다.

유더는 물론 쿡쿡 웃었고 말이다.

“정말이지 너무 귀여워. 깨물어주고 싶어.”

스칼렛이 옆에 있었다면 비명과 피를 함께 토하며 고통스러워할 것 같은 표정과 목소리와 내용의 조합이었지만 다행히도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코델리아였다.

물론 코델리아라고 해서 무사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 그만.”

얼굴은 물론이고 목까지 새빨개진 코델리아가 부끄러움에 몸부림치자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귓가에 후- 하고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거, 거기까지! 거기까지!”

움찔한 코델리아가 마력의 벽을 세우며 유더를 흘겨보았고, 유더는 더 밀어붙이는 대신 다시 능청스러운 얼굴이 되어 이야기를 이었다.

“크로스벨 백작가 내에서 실비아의 입지는 결코 작지 않아. 실비아가 원하지 않는 결혼이라면 아무리 크로스벨 백작이 원한다 한들 성사되지 않을 거야.”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맞는 말과는 별개로 코델리아는 억울함을 느꼈다.

이쪽은 부끄러움과 민망함과 기타 등등으로 얼굴은 물론이고 목까지 새빨개졌는데 저쪽은 태연한 얼굴로 여유롭게 말을 잇고 있다니.

이런 일방적인 딜교는 용납할 수 없는 그녀였다.

“이따 밤에 두고 봐.”

“밤에? 난 지금도 좋은데.”

“아우, 진짜. 장난 그만해. 알았지? 어?”

여기까지였다.

유더는 바로 고개를 끄덕인 뒤 코델리아의 허리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고, 코델리아는 숨을 크게 골랐다.

“좋아, 아무튼 정리하면 의외로 오빠랑 실비아 언니의 결합에 방해가 될 요소가 없다는 거지?”

“두 사람이 서로를 마음에 들어 한다면 그렇겠지.”

“흐흥, 그거야 문제도 아니지. 응, 문제도 아니야.”

코델리아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팔짱을 끼며 말하자 유더는 오히려 불안하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그…… 설마 지구에서 했던 걸 여기서도 할 생각인 거야?”

강진호와 홍유희를 이어주기 위해 코델리아가 했던 모든 일들.

유더의 물음에 코델리아는 뭘 또 당연할 걸 묻느냐는 표정을 지었고, 유더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럴 것 같긴 했으니까.’

그리고 사실 딱히 말릴 이유도 없는 유더였다.

이러나저러나 코델리아가 즐거우면 그만인 그였으니 말이다.

“그럼 실비아 언니랑 오빠를 이어주기 위한 작전을 짜보자. 일단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야 해.”

“음…… 그건 좀 쉽지 않겠네.”

서로 활동 영역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리적으로도 거리가 상당했고 말이다.

“거기다 오빠는 거의 항상 집이나 연구실에만 있으니까. 뭔가 두 사람이 마주칠 만한 이벤트가 없을까?”

“응, 없어.”

“진짜로?”

“응, 진짜로. 그러니 이벤트를 새로 만들자.”

유더의 말에 코델리아는 활짝 웃었다.

그야말로 우리 집 유더에게 기대한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벤트를 만들 건데?”

“승리 조건에 부합하는 이벤트를 만들어야지. 일단 두 사람 모두가 참석할 만한 이벤트여야 하고, 사건을 만들어야 하니 도심보다는 성 밖이 좋겠지.”

“그런 이벤트가 있을까?”

코델리아의 물음에 유더는 빙긋 웃더니 언제나처럼 손짓을 했다.

가까이 와보라는 손짓이었다.

“또또 귓속말.”

“중요한 이야기니까.”

“네네, 코델리아는 들을 준비가 되었어요.”

다시 유더의 품에 폭하고 안긴 코델리아가 귀를 쫑긋 세우자 유더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고, 코델리아는 늘 그랬던 것처럼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 * *

[샴푸와 린스 상업화 2주년 기념식.]

북부의 심장이라 불리는 도시 랑게스트의 외곽으로부터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한 외딴 성.

커다란 성문 위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본 코델리아는 활짝 하고 웃었다.

“진짜 좋은 핑계야. 우리 유더 유능해.”

“이런 행사면 형님은 물론이고 실비아도 참석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체이스 백작가는 유더가 만든 샴푸와 린스를 생산하는 주체였고, 크로스벨 백작가는 샴푸와 린스 사업의 가장 큰 출자자였다.

즉, 샴푸와 린스 관련 행사를 열면 체이스 백작가의 차기 당주인 에드워드는 물론이고 크로스벨 백작가의 차기 당주인 실비아 역시 참석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란 소리였다.

“외딴 성에서 펼쳐지는 이벤트. 밤까지 이어진 축하 행사 와중에 지친 실비아는 사람들을 피해 정원으로 나오고, 마찬가지로 정원에 나와 홀로 쉬고 있던 에드워드를 만나는데…… 꺄아.”

카이사가 또 이상한 책을 준 것은 아닐까.

코델리아가 뺨을 붉히며 좋아하자 새삼 걱정이 된 유더였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튼 코델리아만 좋다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만나게 한 다음의 계획은 있는 거야?”

“당연히 있지. 완벽한 계획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걱정 말고 나만 믿어.”

가슴을 탕탕 두드린 코델리아가 정말로 자신 있다는 듯 턱을 세우자 유더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

“응응, 렛츠 고!”

그리고 일곱 시간 뒤, 해가 지고 달이 높이 뜬 시간.

정원 쪽을 향해 걸으며 실비아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샴푸와 린스 상업화 2주년 기념식.

있을 법한 행사였고,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 행사였다.

평소 자신의 외모를 영업과 홍보 수단으로 적극 사용하던 실비아였던 터라 이번에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기념식에 참석하였다.

‘그런데 장소가 좀 이상해.’

랑게스트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자리한 외딴 성.

자연과 어우러진 정원이 무척 아름답기는 했지만 굳이 여기까지 나와서 기념식을 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뭐…… 굳이 따지면 근처에 공장이 있기는 하니까.’

공장 견학과 시찰까지 겸한다 생각하면 은근 또 그럴싸한 자리 선정이었다.

‘그리고…….’

실비아 자신이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여러 이유들.

코델리아가 유델리아 신성국으로 떠난 이후 자타공인 북부 최고의 미녀가 된 실비아의 곁에는 언제나 사람이 바글바글하였다.

당연히 이번 기념식에도 그래야 했는데-

‘네 명은 실족, 세 명은 배탈, 다시 두 명은 갑작스러운 졸음.’

실비아에게 다가오던 이들이, 그것도 젊고 잘생긴 남자들이 리타이어 한 이유들이었다.

‘전부 다 그런 건 또 아닌데.’

여자들이나 노인들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정말로 그냥 우연인 것일까?

“그나저나 조금 덥네.”

작게 중얼거린 실비아는 손부채질을 하는 대신 열기를 참으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봄이 다가오고 있긴 했지만 아직 겨울이라 더울 일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아까부터 몸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찬바람을 좀 쐬고 싶다고 해야 하나?

‘정원으로 나가는 길이 이쪽이었지?’

성에 딸려 있는 넓고 아름다운 정원.

그런데 또 신기하게도 정원으로 가는 길에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밤놀이를 하기 위해 짝짝이 흩어진 젊은 남녀들뿐만 아니라 사용인들까지 말이다.

무의식중에 다소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은 실비아였지만 일단은 발걸음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어째 발걸음을 내디딜수록 열기가 올라 얼른 찬바람을 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몇 걸음.

마침내 정원으로 이어진 문에 도달한 실비아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하아.”

가볍게 밀려드는 차가운 밤공기에 낮은 탄성을 토한 실비아는 그대로 다시 발걸음을 내디뎠고, 크게 숨을 골랐다.

‘좀 살 것 같네.’

가슴을 살짝 누르며 재차 심호흡을 한 실비아는 정면을 보았다.

반딧불이들이 춤추는 밤의 정원이 노란 등불 아래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조금 걸을까.’

평소의 실비아였다면 ‘이렇게나 야경이 좋은데 왜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떠올렸을 터였지만 지금은 올라온 열기 때문인지, 정원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그저 발걸음을 내딛고 싶을 뿐인 그녀였다.

그리고 다시 정원의 한가운데쯤 도달했을까, 눈앞에 들어온 새로운 광경에 실비아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에드…… 워드 님?’

정원의 끝자락, 언덕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기다란 의자 위에 앉아 있는 금발의 사내.

그리고 마치 운명이라도 되듯 사내가- 에드워드가 고개를 돌려 실비아를 보았다.

“좋았어! 바로 이거지!”

정원의 구석.

수정구를 통해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코델리아는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소리 죽인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두 사람이 나란히 앉고,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지진이 나는 거야. 균형을 잃은 실비아 언니는 에드워드 오빠 가슴에 폭하고 안기는 거고.”

“그래, 그…… 뭐? 잠깐, 지진?”

“어, 지진. 어스퀘이크 마법. 그다음에는 땅이 막 갈라지고, 당황한 두 사람은 자리를 옮기려고 해.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이번에는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거지. 내가 얼마 전에 컨트롤 웨더 마법 배웠거든.”

“그…… 일단 계속해 봐.”

“응응, 폭우를 맞고 옷이 홀딱 젖은 두 사람은 당황한 상태로 주변을 둘러보고, 마침 아늑해 보이는 집을 발견하는 거야.”

“그건 크리에이트 쉘터 마법으로 만든 거고?”

“바로 그거지. 그리고 두 사람은 좁은 쉘터 안에 들어가고…… 비에 젖어 착 달라붙는 데다가 반쯤 투명해진 옷에, 열이 잔뜩 오른 두 사람은…… 우흐흥.”

흐흐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코델리아의 모습에 유더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하나는 역시 코델리아는 귀엽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코델리아의 서재에 있는 책들을 한번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럼 시작한다! 어스퀘-!”

“잠깐!”

코델리아의 입을 막아 주문 영창을 정지시킨 유더는 나머지 한 손으로 수정구를 가리켰다.

“저것 봐.”

“믐?”

유더의 커다란 손에 입은 물론이고 턱까지 모두 가려진 코델리아는 눈동자를 굴려 수정구 너머의 광경을 보았고,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므마가 므므라 므므마마.”

“그래, 형님이 실비아랑 대화하고 있지. 꽤나 보기 좋은 모양새로 말이야.”

말 그대로였다.

딱히 어스퀘이크와 컨트롤웨더의 지원사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와 실비아가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이다.

“오빠가…… 말을 잘한다? 여자랑? 그것도 실비아 언니 같은 미녀랑?”

“저기,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형님을 평소에 어떻게 생각했던 거니.”

“방구석 연구 오타쿠?”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여기까지면 될 것 같아. 괜히 오버하지 말자고.”

“으으으음…… 그래도 역시 좀 더 등을 밀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XX하지 않으면 나오지 못하는 방이라든지.”

“응, 아냐. 충분해.”

“피.”

코델리아는 아쉽다는 듯 입술을 삐쭉 내밀었지만 잠깐뿐이었다.

이러나저러나 에드워드와 실비아가 생각 이상으로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잘되면 좋겠다.”

“잘될 거야.”

실비아와 에드워드 모두 바보가 아니었다.

애당초 두 사람 모두 서로가 이 자리에 올 것이란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을 터였다.

그리고 코델리아가 몇 번이나 강조했듯이 현재 특급 매물인 것은 실비아만이 아니었다.

유델리아 신성국을 떼어놓고 보아도 에드워드는 현재 북부에서 손에 꼽는 우수 신랑감이었다.

‘즉, 실비아도 형님께 관심이 있었다는 거지 애당초.’

에드워드 역시 실비아에게 관심이 있고.

그런 두 사람이 저렇게 만났으니 하하호호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당연했다.

‘아버님과 코델리아가 꿈꾸는 순수한 사랑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사자들만 좋으면 아무튼 좋은 거겠지.’

생각을 마친 유더는 어느새 수정구에 집중하고 있는 코델리아의 어깨를 안으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다른 장소.

에드워드와 실비아의 밀회를 목격한 또 한 명의 마법사는 깊은 고뇌에 빠져들었다.

“사위가 아니라 며느리에게는…… 대체 뭘 줘야 하는 거지?”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 선 체이스 백작은 고뇌했고, 바이엘 백작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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