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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398화 (398/473)

엔딩메이커 398화

제1장 - 건국의 날 #3

흥겹게 이어지던 음악이 조용히 가라앉음과 동시에 웃고 떠들던 이들 역시 대화를 멈추고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코델리아 교단의 교황.

여신의 화신인 코델리아의 반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지금부터 입장할 사내는 그보다 훨씬 더 큰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었다.

무검의 검성.

플레이아데스의 수호자.

철인 란디우스와 더불어 서방대륙- 아니, 플레이아데스 최강의 무인으로 불리는 이.

하지만 이것도 전부가 아니었다.

재계에 종사하는 자들은 코델리아 교의 교황이자 최강의 무인인 그가 무시무시한 수완을 갖춘 철혈의 상인이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코델리아 교단의 이름을 건 코델리아 상단.

코델리아 상단이 두려운 것은 상단주인 유더가 갖춘 놀라운 상재와 무시무시한 추진력, 성십자 수호단의 연락망으로부터 비롯된 막강한 정보력만이 아니었다.

코델리아 상단에서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상품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한 거지?’

제작 자체야 고대 드워프들의 설비와 드워프 장인들을 보유한 코델리아 교단인 만큼 그러려니 했지만 애당초 상품들의 발상 자체가 놀라웠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하지만 지금까지 왜 이런 물건들이 없었던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편리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말이다.

거기다 놀라운 것은 상품들의 완성도였다.

분명 이제 막 개발된 물건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디에선가 오랫동안 사용되며 개량이라도 된 것처럼 완벽한 상품들이 튀어나왔다.

코델리아 교단은 단순히 솔라리 교단을 계승한 종교 집단 정도가 아니었다.

대륙양강이라 불리는 아르곤 제국과 세일룬 왕국을 긴장시킬 정도의 무력과 서방대륙 전체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동시에 갖춘 막강한 조직이었다.

그런 코델리아 교단을 이끄는 자.

무의 정점인 동시에 재계의 흑막.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억눌린 침묵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음악.

입장에 맞춘 곡이 연주되었고, 코델리아가 들었다면 ‘최종보스 등장 브금이야?’ 할 것 같은 장엄한 음악과 함께 연회장의 문이 개방되었다.

칠흑의 성의.

그렇기에 더욱 눈에 띄는 새하얀 휘장.

금실이 들어간 그것들 사이로 놀라울 만치 잘생긴 사내의 얼굴이 드러났다.

밤을 연상시키는 새카만 머리칼과 신비롭기까지 한 초록빛 눈동자, 맑고 투명한 하얀 피부.

마치 인세에 내려선 신과 같은 그 모습에 연회장에 있던 모든 이들은 남녀를 구분치 않고 탄성을 흘려댔다.

유더 어거스트 바이엘.

플레이아데스의 수호자.

이제 겨우 스물 남짓한 나이였지만 그 누구도 눈앞의 청년을 애송이라 매도할 수- 아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압도적인 외모뿐만 아니라 전신에서 발해지는 은은하면서도 무거운 기운이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휘어잡았기 때문이다.

난잡한 침묵이 이어졌다.

코델리아 교단의 교황- 유더는 그대로 발걸음을 내디뎌 중앙의 단 앞에 섰고, 여전히 자신만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눈으로 가볍게 인사한 뒤 손을 들어 올렸다.

“이어서 아르곤 제국의 특사께서 입장하시겠습니다.”

긴장 때문인지 다소 억눌린 궁내부원의 목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문이 열렸다.

아리안 공작.

반백의 머리칼이 잘 어울리는 멋들어진 중년 신사인 그는 현 황제의 외숙부였기에 사실상 준황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인물이었다.

제도의 난으로 인해 제국의 황족들은 물론이고 귀족들이 떼죽음을 당한 지금 그의 입지는 실로 막강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국에서의 이야기였다.

제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미녀로 이름난 셀리안의 가희 카르린느를 대동한 채 입장한 그를 보며 감탄을 토하는 이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직전에 본 유더의- 아니, 지금도 단 위에서 발해지고 있는 유더의 존재감이 워낙에 막강한 탓이었다.

분위기를 감지한 아리안 공작은 어색한 미소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고, 카트린느 역시 주목받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약간의 당혹감과 단상 위에 선 유더의 위용에 대한 놀라움이 반씩 섞인 얼굴로 어설픈 발걸음을 내디뎠다.

유더는 자신의 자리 왼편에 착석한 그들에게 가볍게 묵례한 뒤 반대쪽 문을 돌아보았다.

“세일룬 왕국의 다프네 왕세녀께서 입장하십니다.”

세일룬 왕국의 특사.

평범한 왕족도 아닌 왕세녀의 등장에 연회장 내부가 다소 술렁거렸지만 잠시뿐이었다.

다름 아닌 유델리아 신성국의 건국 기념행사였으니 다프네 왕세녀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유더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전음을 보내자 다프네 왕세녀 역시 사자의 여왕이란 별칭에 어울리는 시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자의 갈기를 연상케 하는 풍성한 황금빛 머리칼을 강조하듯 새하얀 순백의 드레스를 걸친 그녀는 마치 한 자루 명검과 같은 고고한 아름다움을 뽐내며 자신의 자리에 착석했다.

아르곤 제국과 세일룬 왕국의 특사.

그것도 평범한 귀족들이 아닌 준황족에 해당하는 인물과 왕세녀.

하지만 유더는 이 모든 것이 당연하다는 듯 태연한 모습으로 특사들을 맞이한 뒤 다시 한번 정면을 돌아보았다.

‘벌써 반년인가.’

서류상의 건국이라 해도 좋을 임시 건국으로부터 반년.

솔라리 교단의 계보를 온전히 이어받은 코델리아 교단이 성립되었고, 유델리아 신성국 역시 이제는 제법 나라다운 기틀을 갖추었다.

그래서 선포하게 된 건국의 날.

‘스승님은 역시 못 오셨구나.’

파라곤 왕국을 재건 중인 란디우스와 레나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완전히 무너져 잿더미밖에 남지 않은 나라를 다시 세우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파라곤 왕국 지하에서 지옥의 기운에 오염된 던전이 발견된 터라 쉬이 몸을 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별일 없으시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란디우스였으니까.

항상 근육이 함께하는 스승의 모습을 떠올린 유더는 소리 없이 웃은 뒤 완전히 돌아서서 마지막 남은 문을 바라보았다.

가장 고대하던 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신의 화신께서 입장하십니다.”

음악이 바뀌었다.

궁내부원들이 계단 위에 있는 문을 양옆으로 열었고, 화사한 빛과 함께 신과 같은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코델리아 어거스트 체이스.

지상에 강림한 여신의 화신.

대천사 아우리엘과 대군주 아스모데우스로부터 플레이아데스를 지켜낸 구세의 영웅.

또 하나의 침묵이 연회장을 집어삼켰다.

자연의 경이를 마주하였을 때, 너무나 압도적으로 아름답고 신비한 광경을 보았을 때 넋을 잃고 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침묵이었다.

“그건…… 빛이었습니다.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겠군요.”

제국에서 온 바아난 백작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빛을 마주한 것과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천상의 아름다움.

지고의 미.

구태의연한 미사여구들이었지만 연회장의 모두는 그 외의 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 없었다.

사랑스러운 분홍빛 머리칼 위에 자리한 천사의 고리, 등 뒤로 활짝 펼쳐진 빛의 날개들.

신비로운 빛을 발하는 순백의 드레스는 가냘프면서도 아름다운 코델리아의 육신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애당초 하나였던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하였다.

코델리아가 한 걸음을 내디뎠다.

낮은 곳에 서서 높은 곳에 자리한 그녀를 올려다보던 모든 이들이 생각했다.

태양과 사랑의 여신인 코델리아는 사실 미의 여신이기도 한 것이 아닐까.

눈앞의 여인은 화신이 아니라 여신 그 자체인 것은 아닐까.

코델리아가 계속해서 발걸음을 내디뎠다.

연회장의 모두는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그녀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까지 의식을 집중하였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실로 폭력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아름다움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실시간으로 코델리아 교의 신자들을 늘리는 것만 같은 조용한 광란 속에서 유더는 흐뭇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머금었다.

저 여자가 제 여자입니다.

제가 저 여자 남편이에요.

제가 사랑하는 코델리아랍니다.

팔불출 소리를 들어도 충분한 내용이었지만 이런 유더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이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딱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여간 진짜.’

유더와 눈을 마주친 코델리아는 고고한 표정을 유지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써야만 했다.

유더의 팔불출 같은 생각들이 눈빛을 통해 속속들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

유더는 자신 앞에 당도한 코델리아의 앞에 무릎 꿇더니 그 손등에 입술을 맞추었고, 코델리아는 결국 고고한 미소 대신 청초하며 수줍은 미소를 머금었다.

“아.”

침묵 사이로 탄성이 번졌다.

도저히 억누를 수 없어 새어 나온 목소리들이었다.

유더는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다시 미소 지었고, 과거 왕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 코델리아는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역시 안 되겠어.’

‘어? 뭐가?’

‘한 곡 추자.’

‘어?’

코델리아가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뜬 순간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유더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미리 약속된 신호라도 되듯 음악가들이 새로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가시지요.”

눈을 동그랗게 뜬 코델리아를 이끈 채 유더가 발걸음을 내딛자 연회장에 있던 이들이 자연스럽게 물러나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시작된 두 사람만의 댄스.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한 광경에 연회장의 모두는 다시 탄성들을 토했고, 덕분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코델리아는 눈앞의 유더를 살짝 노려보았다.

‘저기요, 속이 까만 블랙망토 씨, 댄스는 예정에 없지 않았나요?’

과시해야 한다며 3박 4일 동안 미용에 올인한 건 그렇다 치고, 지금 이렇게 모두의 앞에서 댄스를 추는 건 어떻게 된 거죠?

코델리아의 추궁에 유더는 언제나처럼- 즉, 능청스럽고 뻔뻔하게 대처했다.

‘코델리아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래.’

너무나 직설적인 눈빛과 오글거리는 내용에 코델리아는 순간 발을 헛디딜 뻔했지만 몸으로 하는 건 뭐든지 다 잘하는 천무지체의 품 안이었다.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실수조차 댄스의 일부인 것처럼 멋지게 살려낸 뒤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자랑도 자랑이지만, 이렇게 안아주고 싶더라고.’

‘그, 그만.’

코델리아의 목과 귀가 다시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귓가에 육성으로 속삭여주고 싶다는- 그래서 더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지만 애써 억누른 뒤 언제나와 같은 눈빛을 보내보았다.

‘그래서 싫어?’

‘나쁜 놈이야 진짜.’

물음에 답변 아닌 답변을 내놓은 코델리아는 흥 하고 소리를 낸 뒤 댄스에 집중했고, 유더는 그런 코델리아의 이마에 쪽 하고 기습 키스를 하였다.

‘아주 지랄을 해요, 지랄을.’

손발이 오그라든 스칼렛과 거친눈사태가 괴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소수자였다.

유더의 입술이 코델리아의 이마에 닿은 그 순간 소리 죽인 비명과 탄성을 지르는 이들이 주변에서 속출하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사실 스칼렛과 거친눈사태 역시 괴로움과는 별개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무나 어울리는 두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탄성과 감탄.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

멋지게 춤을 마무리한 뒤 단상으로 돌아온 유더와 코델리아에게 제국과 왕국의 특사들이 제각각 예를 표하였다.

준황족과 왕족인 그들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상의 신분이었다.

여신의 화신과 그 반려 앞에서는 그들 모두가 그저 한낱 인간에 불과했다.

다프네 왕세녀와 제국의 특사들에게 반갑게 인사한 코델리아는 - 너무나 살가운 미소에 코델리아를 처음 마주한 셀리안의 가희 카트린느는 황홀한 감정을 이기지 못해 반쯤 실신하였다 - 가볍게 돌아서서 연회장의 모두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델리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연회장을 넘어 유델리아 신성국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은 볼 수 있었다.

신성국의 궁전 위에 빛으로 형성된 코델리아의 모습을.

유더가 코델리아의 아름다움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만들어낸 특대 홀로그램 마법진의 성과였다.

백 미터에 달하는 홀로그램의 등장에 광장에 모여 있던 이들은 탄성을 토하거나 환호성을 지르는 대신 황홀한 얼굴로 두 손 모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신들의 축복을 받은 나라.

여신의 화신께서 거하시는 나라.

코델리아는 마른침을 크게 삼켰다.

열심히 연습했지만 타고난 성향 때문인지 이런 자리는 영 적응이 되지 않는 그녀였다.

그랬기에 코델리아는 괜한 말을 길게 늘이는 대신 짤막하게 필요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참석해 준 모두에 대한 감사.

태양과 사랑의 여신이신 코델리아 님에 대한 감사와 찬양.

‘부,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아.’

자기 입으로 자기를- 그것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찬양하며 감사하는 일은 수치사를 촉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랬기에 코델리아는 어느새 빨개진 얼굴을 수습할 정신도 없이 최대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말을 입 밖에 내놓았다.

“태양과 사랑의 여신 코델리아 님의 가호를 받는, 신성국 유델리아의 건국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바입니다!

바입니다!

바입니다!

창밖에서 메아리치는 목소리에 코델리아가 다시 부끄러움을 느낄 즈음 궁전 안팎에서 동시에 우레와 같은 박수 세례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신들이 거하는 나라.

플레이아데스를 지키는 수호성국.

모두의 축복과 함께 유델리아 신성국이 건국되었다.

* * *

그리고 다시 6개월 뒤.

유델리아 신성국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화신의 방.

서로를 마주하고 선 유더와 코델리아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준비됐어?”

“어, 준비됐어.”

코델리아가 소풍 가기 전날의 아이처럼 활짝 웃으며 답하자 유더는 소풍 가기 전날의 부모처럼 코델리아를 살펴본 뒤 물었다.

“준비물은?”

“여기.”

코델리아가 내민 것은 유델리아 신성국의 인장으로 봉인된 편지 한 통이었다.

“내용은?”

“응, 안 돼. 읽을 생각 하지도 마. 투시 능력 쓰면 알지?”

주먹을 꼭 말아 쥐는 귀여운 협박에 고개를 끄덕인 유더는 침대 위에 편지를 올려놓은 뒤 다시 코델리아를 보았다.

“어디 갈지는 정해뒀고?”

“응응, 일단 란디우스 스승님이랑 레나 언니 본 다음에 다시 지구에 갈 거야.”

강진호와 홍유희, 그리고 나타샤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너무너무 궁금하니까.

엄마 아빠도 보고 싶고.

“알겠습니다. 제가 모시지요.”

연극 풍으로 답한 유더는 그대로 돌아서서 등을 내밀었고, 코델리아는 폴짝 뛰어 그런 유더의 등에 매달리듯 업혔다.

“그럼, 출발하자.”

“응, 가자.”

두근거림이 가득한 코델리아의 대답에 다시 빙긋 웃은 유더는 그대로 선풍을 일으키며 창문 밖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달리아와 함께 나란히 서서 편지를 개봉해 본 마이아는 쓰게 웃거나 한숨을 토하는 대신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는 익숙하지?”

“익숙하지.”

“그런데 달리아, 그거 알아?”

“뭐가?”

달리아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 기울이자 마이아는 이번에야말로 쓰게 웃더니 수첩을 꺼내 한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유더와 코델리아의 도주 기록.

기념비적인 100번째 사랑의 도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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