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엔딩메이커-402화 (402/473)

“이게 그, 진짜 긴 이야기가 필요하거든? 웹소설로 치면 360화에, 단행본으로 하면 17권은 나올 정도로?”

“……숫자가 묘하게 구체적인데?”

“아무튼. 상당히 긴 이야기라 여기서 이야기하긴 좀 그럴 거 같아.”

코델리아의 주장에 나타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렇게 옥상에 서서 길고 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좀 무리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혹시…… 유히야?”

나타샤의 물음에 코델리아는 아주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에헤헤 웃으며 말했다.

“응, 맞아. 유희야.”

“진짜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네.”

지노에 이어 유히까지.

“잠깐, 생각해 보니.”

“생각해 보니?”

“아니, 아니야.”

고개를 흔들며 말을 끊은 나타샤는 새삼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지노가 둘인데 둘 다 임자가, 그것도 유히가 임자로 있다니.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

“응? 불공평? 뭐가?”

코델리아가 다시 눈을 깜박이며 묻자 나타샤는 괜히 입술을 한 번 삐쭉인 뒤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유더에게 말했다.

“아무튼, 이야기가 길어진다면 우리 집으로 가자.”

“이사…… 온 거야?”

“어, 코델리아의 제안대로 한국 살려고 왔어.”

나타샤의 말에 유더는 대체 무슨 편지를 남겼냐는 뜻을 담아 코델리아를 돌아보았고, 코델리아는 민망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은 뒤 나타샤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아무튼 그럼 갈까? 이 근처지?”

“이 근처지.”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코델리아의 모습에 유히랑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생각을 한 나타샤는 가볍게 앞장을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십여 분 뒤.

“잠깐, 여기라고?”

“어, 여기야.”

강진호와 홍유희가 사는 아파트.

정확히는 강진호의 바로 윗집.

“급매로 구하느라 돈을 좀 쓰긴 했지만…… 코델리아가 주고 간 돈이 워낙 많았으니까.”

키득하고 웃은 나타샤는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며 말을 이었다.

“지노와 유히라면 걱정하지 마. 모텔 데이트인지 뭔지 한다고 아침부터 나갔으니까. 아마 지금쯤 게임하느라 바쁠걸?”

살짝 토라진 목소리에 유더는 괜히 헛기침을 토했고, 코델리아는 모텔 데이트라는 말에 왜인지 얼굴을 붉혔다.

“후, 갑자기 화가 나네.”

“나타샤?”

“아니, 아무것도.”

다시 입술을 삐쭉인 나타샤는 문을 활짝 연 뒤 이번에도 앞장서서 현관 안에 들어섰다.

“거실에 앉아 있어. 대충 차라도 내올-”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파팡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폭죽이 터지더니 거실 쪽에서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나타샤의~ 생일 축-”

그리고 거기까지.

나타샤의 집 거실 안쪽.

폭죽을 터뜨리며 달려 나온, 조금 더 정확히 묘사하자면 머리에 파티용 고깔모자를 쓴 잘생긴 청년과 어여쁜 소녀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멍한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그것은 반대쪽에 자리한- 유더와 코델리아와 나타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니들이 왜 여기서 나와.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강진호는 당황한 얼굴로 유더와 코델리아를 보았고, 나타샤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미간을 좁혔으며, 유더는 한 손으로 이마를 덮었다.

그리고 코델리아와 홍유희는-

“코, 코델리아?!”

“아, 안녕?”

본인과 최애의 만남.

코델리아의 어색한 인사에 홍유희는 몇 번이나 눈을 깜박이더니 코델리아 옆에 자리한 유더를 보았고, 환한 미소와 함께 눈을 감았다.

그대로 졸도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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