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메이커 431화
제15장 - 메이드와 기사와 #2
“진짜 그때 장난도 아니었어.”
일단 코델리아가 무사히 돌아오기는 했다.
어디 다친 곳도 없었고, 절벽에서 뛰어내린 다음에 외친 ‘유더 공자는 신사니까 괜찮아!’라는 외침 그대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흔적 역시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조용히 넘길 수 있는 문제는 절대로 아니었다.
코델리아가 제발 비밀로 해달라고 매달리며 애원했지만 단호하게 끊어낸 달리아는 가감 없이 진실만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를 썼다고?”
“어, 체이스 백작가에서는 그래. 뭐든 일단 서류를 남긴다고 해야 하나? 바이엘 백작가는 안 그래?”
“응, 아마 다른 귀족 가문들도 그럴걸?”
“저, 정말?”
“응.”
마이아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자 달리아는 잠시 충격에 빠진 표정이 되었다.
체이스 백작가밖에 모르는 달리아에게는 상식이었던 일이 사실 다른 곳에서는 상식이 아니라는 사실에 꽤나 당황한 것 같았다.
“마, 마이아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달리아의 반응에 쿡쿡 웃은 마이아는 옆으로 누운 채 달리아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살짝 조르는 것 같은 눈빛에 달리아는 다시 괴로운 얼굴이 되어 말했다.
“보고서를 받아보신 체이스 백작님께서 날 호출하셨고…… 대면 보고를 하게 되었지.”
체이스 백작과의 일대일 대면 보고.
순간 유더가 체이스 백작가에 찾아갔던, 그래서 체이스 백작과의 단독 면담을 하게 되었을 때를 떠올린 마이아는 제법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당시에 바짝 긴장해 있던 스스로는 물론이고 유더까지 기억이 난 터였다.
“많이 혼났어?”
“3개월 감봉당했어. 그런데 사실 그것보다는 뭔가…… 곤혹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어떤게?”
“백작님 앞에서 재연을 해야 했거든.”
“재연?”
“어, 코델리아 아가씨가 무어라 외치셨는지, 어떤 행동을 하셨는지…… 으, 새삼 창피해.”
정말로 얼굴이 빨개진 달리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고, 마이아는 혼자서 유더를 안은 시늉을 한 채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포즈를 잡는 달리아와 유더 공자는 신사라 괜찮다고 소리치는 달리아를 떠올려 보았다.
“마이아, 지금 웃고 있지?”
달리아의 살짝 토라진 목소리에 마이아는 부정하는 대신 쿡쿡하고 웃었다.
상상 속의 달리아도 달리아였지만, 지금 이렇게 토라진 달리아도 귀여웠기 때문이다.
그러자 달리아는 더더욱 토라졌는지 입술을 삐쭉이다가 말했다.
“지금이야 이렇게 말하지 당시에는 정말…… 생각을 해봐.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 계신 체이스 백작님 앞에서 ‘유, 유더 공자는 신사니까 괜찮아!’ 같은 대사를…… 아윽, 아가씨 왜 그러셨어요. 네?”
“하지만 달리아, 그때도 말했지만 유더 도련님은 정말 신사이신걸?”
“지금 나 놀리려고 그러는 거지?”
“응, 맞아.”
장난기가 가득 어린 대답에 달리아는 얄밉다는 듯 마이아의 뺨을 꼬집었다.
“진짜 다들 속고 있다니까? 얼음여왕은 무슨.”
장난기도 많고 애교도 많고 이렇게 귀여운데.
하지만 그래도 마이아는 마이아였다.
달리아 자신에게 뺨 한쪽을 내준 와중에도 무척이나 우아하고 가련해 보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백작님께서 안고 뛰어내리는 부분을 몇 번이나 물어보셔서 진짜 좀 힘들었어.”
“음…… 조금 상상이 되는 것 같아.”
안은 자세는 어땠는지, 팔의 각도는 어땠는지 등등.
사실 거기에 ‘코델리아가 유더를 안았다고? 유더가 코델리아를 안는 게 아니라?’라는 작은 혼잣말이 더해져서 더더더 묘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달리아는 체이스 백작의 명예를 위해 굳이 말하진 않았다.
“아무튼 이쪽은 그랬어. 그쪽은?”
“우리 쪽은…… 백작님이 출타 중이셨으니까. 큰 도련님도 그렇고. 그래서…… 일단 도련님 외출 금지는 내가 임의로 정했고, 나는 집사장님한테 꾸지람을 들었어.”
담담한 마이아의 말에 달리아는 어째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그러자 마이아는 무척이나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애처로운 목소리를 내었다.
“왜? 많이 안 혼나서 아쉬워? 달리아는 내가 많이 혼나서 엉엉 울었으면 좋겠어?”
“아, 아니, 말이 왜 그렇게 되는데?”
달리아가 당황하자 마이아는 다시 쿡쿡하고 웃었다.
마치 작은 악마처럼 말이다.
“잠시 잊고 있었어…… 유더 도련님이 누구 밑에서 자랐는지.”
“나는 괜찮지만 도련님 흉은 보지 말아줘. 달리아라도 용서 못 하니까.”
찌릿하고 노려보는 것 같은 시선에 달리아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표정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달리아 자신도 코델리아를 무척 아끼는 편이지만 이런 면에서는 역시 마이아 쪽이 좀 더 강한 느낌이었다.
애정의 차이가 아니라 애정을 기울이는 방식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생각해 보니 그때가 처음이었네.”
“어떤 게?”
“우리 둘이 대화를 길게 나눈 게?”
물론 그 전에도 서로의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다.
서로가 애지중지하는 도련님과 아가씨의 최측근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대화를 나눈 것은 주간도주 사건 전후가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책을 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어.”
마이아가 권해준 로맨스 소설인 ‘정략결혼이라도 뜨겁게 사랑하고 싶어’.
“진짜…… 문화 충격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책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응, 기억나. 포교한 보람이 있었거든.”
마이아의 얼굴에 흐뭇함이 번지자 달리아도 쿡쿡하고 웃었다.
그때의 마이아는 지금처럼 자기 표정을 다 보여주던 시절이 아니었으니까.
무표정한 가운데 약간의 몽롱함? 아련함?을 담은 눈빛으로 로맨스 소설을 내밀며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될 책입니다’ 했으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아니, 이 사람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며 당황했던 기억이 나는 달리아였다.
“아무튼 재미있었어. 그다음에 빌려준 책도 재미있었고.”
“포교를 위해 달리아의 취향까지 고려해서 엄선한 책이었으니까. 일부러 2권 완결인데 1권만 빌려주기도 했고.”
“잠깐, 일부러였다고?”
“응, 특히 그때 빌려준 책은 정말 궁금한 부분에서 1권이 끊기거든. 실제로 그래서 성공도 했잖아? 달리아가 2권은 혹시 없냐고 백작가에 혼자 찾아오기도 했고.”
마이아가 까만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달리아는 다시 한번 유더를 키운 게 누구인지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사악해! 생각해 보니 그럼 그것도 일부러였어? 2권 완결인데 빌려줄 때는 말 안 해준 거.”
상황은 막장으로 치닫는데 남은 페이지는 별로 없고, 그래서 ‘대체 어떻게 결말이 나는 거지?’ 하고 더더욱 집중하게 되었었는데.
2권에서 계속이란 글귀에 저도 모르게 육성까지 토할 정도로.
그런데 그게 전부 계획된 거였다고?
달리아의 추궁 아닌 추궁에 마이아는 굳이 답하는 대신 이번에도 속이 까만 미소로 화답했고, 달리아는 몸을 뒤로 빼서 마이아와의 거리를 벌렸다.
“악마. 진짜 악마.”
“후후훗.”
달리아의 비난에 오히려 기껍다는 듯 마이아는 우아하면서도 사악한 미소를 지었고, 달리아는 몹시 분하지만 다시 한번 마이아가 예쁘긴 진짜 예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무슨 소설 속에 나오는 여왕님 같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달리아는 괜히 다시 한번 마이아의 뺨을 꼬집었다.
뺨이 꼬집히는 와중에도 은은한 눈빛을 보내는 마이아 때문에 뺨이 붉어졌지만, 묘한 만족감 역시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마이아에게 이럴 수 있는 건, 그리고 마이아가 저런 표정과 태도를 보이는 건 달리아 자신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달리아, 갑자기 왜 우쭐한 얼굴이 된 거야?”
“있어, 그런 게.”
스스로의 생각에 괜히 창피해진 달리아는 다시 헛기침을 토한 뒤 밤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그 후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
“응, 친목회 일도 있었고…… 흐레스벨그 백작령에서 도련님이랑 아가씨가 돌연 가출하시기도 했고.”
지금이야 다 지난 일이니 이렇게 이야기하지 당시에는 정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달리아도 그때는 다쳐서 왔으니까.”
악마 추종자들과의 전투로 부상을 입은 달리아는 흐레스벨그 백작령까지 따라가는 대신 체이스 백작가로의 귀환을 택해야만 했다.
그랬기에 마이아는 물론이고 달리아 역시도 유더와 코델리아가 흐레스벨그 백작령에서 도망쳐 사랑의 밀월여행을 떠났다는 소식을 멀리서 전해 들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좀 많이 당황스러웠었어.”
태중 혼약한 사이고 주변에서 모두 밀어주는 사이인데 뭔가 그리 급해서 갑자기 밀월여행을 나선 것일까- 하고.
새삼 위가 아프다는 듯 달리아는 아랫배를 움켜쥐었고, 마이아는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그때 일을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거렸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계속 사고만 치시고.”
국경을 넘어 야생의 땅으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아주 잠시지만 혼절까지 했던 마이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이아에게 있어 북부 야생의 땅은 야만인들과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지옥 같은 장소였기 때문이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이야.”
마이아가 눈을 감으며 말하자 달리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아와 달리 달리아는 실전을 경험해 본 기사였고, 그랬기에 유더와 코델리아가 세운 전공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성십자수호단의 영웅.
야생의 땅의 구원자.
듣기 좋은 칭호들이었지만 달리아는 자랑스러움보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코델리아가 저 정도 칭호를 얻었다는 것은 곧 정말로 위험한 일들을 몇 번이나 경험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만약 한 번이라도 일이 잘못되었다면, 그래서 코델리아가 정말로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눈앞이 캄캄해졌기에 달리아는 고개를 내저어 생각들을 떨쳐냈다.
전부 지난 일들이었고, 이미 해결된 일들이었다.
그랬기에 달리아는 무섭고 두려운 생각 대신 즐거운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생각해 보니 그때부터였지? 우리 둘이 본격적으로 친해진 게.”
“응, 도련님이랑 아가씨 걱정하느라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났으니까.”
혹시 새로운 소식은 없는지, 뭐라도 들은 이야기는 없는지 정말로 매일 만남을 가진 두 사람이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정말 위로가 되었어.”
“응, 나도…….”
똑같은 걱정을 하고, 그런 걱정을 털어놓을 대상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무척이나 도움이 되었으니까.
“왕도에 갔을 때도 기억나?”
“기억나. 그때 정말 즐거웠는데.”
“응, 그렇게 멀리까지 여행가는 건 처음이었어. 왕도는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던 곳이기도 하고.”
왕자님과 공주님이 사시는 곳은 어떤 곳일까.
동화 속에 나온 것처럼 예쁘고 아름다운 궁전이 정말로 있는 걸까?
“아가씨랑 도련님 꾸미는 것도 재미있었지?”
“응, 정말 직업 만족도 최상이었어.”
두 사람 모두 옷걸이가 워낙 좋다 보니 꾸미는 맛이 정말 찰졌으니까.
새삼 왕도에서의 유더와 코델리아를 떠올린 마이아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고, 달리아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손을 뻗어 마이아의 머리칼을 만졌다.
“왜?”
“아니, 그냥. 참 예쁜 머리칼 같아서.”
유더가 개발한 샴푸와 린스로 매일 관리한 것도 있지만, 이제는 아예 천사가 되어서 태생부터가 달라진 머리칼이었다.
별빛에 반짝이는 것 같은 은발에 새삼 감탄하자 마이아는 역으로 달리아의 단발 끝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달리아도 머리를 길러보는 건 어때?”
“머리를?”
“응, 길러본 적 있어?”
“아주 어릴 때 그냥 막 기른 거 말고는 없어.”
달리아 자신은 기사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문득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자신이 그날 체이스 백작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기사가 되지 않았다면 달리아 자신도 머리를 기르지 않았을까?
“무슨 생각 해?”
“기사가 되지 않았다면, 나도 머리를 기르지 않았을까 해서. 뭐…… 그대로 자랐다면 술집에서 작부 같은 거 했을 가능성이 높을 테니까.”
그리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내친걸음이었기에 달리아는 작부가 된 스스로를 떠올려 보았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야한 옷을 입은 채 퇴폐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
“안 어울려.”
단호하게 말한 마이아는 그대로 달리아의 손을 살짝 잡으며 말을 이었다.
“달리아는 지금처럼 기사가 제일 어울려. 그리고…… 만약 그랬어도 지금처럼 활발하고 발랄한 모습이었을 거야.”
“그럴까?”
“응, 그럴 거야.”
훈훈하게 말한 마이아는 그대로 다시 후훗 웃더니 이내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아니, 그…… 이왕 생각해 본 김에 야한 옷 입은 달리아 상상해 봤거든.”
“너무해. 야한 옷 입은 내가 웃기다는 거야?”
“그렇게는 말 안 했는데.”
“흥, 나도 상상해 봐야지.”
야한 옷 입은 마이아의 모습을.
그리고 1초, 2초, 3초.
“이건 불공평해.”
많은 것을 함축한 달리아의 말에 마이아는 다시 우아하게 웃었다.
“아무튼…… 머리 길러도 좋을 것 같아. 한번 길러보지 않을래?”
“누구 좋으라고.”
“나 좋으라고. 아가씨도 분명 좋아하실 거야.”
“……생각 좀 해볼게.”
“응, 어울리는 머리끈이나 장식들 미리 좀 찾아둘게.”
“아직 기른다고는 안 했거든?”
“응, 기를 거라고? 잘 알았어.”
“진짜 도련님하고 똑같아.”
“아닌데, 마이아는 맑고 순수한 아이인데.”
“잠깐, 말의 진위성은 둘째 치고 그럼 도련님이 새카맣다는 거야?”
“아닌데, 도련님도 맑고 순수하신데.”
“마이아, 미소가 까만 거 알아?”
“마이아는 잘 모르게써요.”
마이아가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리자 달리아는 결국 크게 웃고 말았다.
이런 마이아는 유더 도련님도 모르시겠지.
세상에서 달리아 자신만 아는 마이아의 모습이겠지.
유쾌하고 우아한 웃음을 나눈 두 사람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왕도에서의 사건 이후에도 속을 계속해서 썩인 도련님과 아가씨의 이야기, 두 사람의 결혼식을 지켜볼 때의 이야기, 유델리아 신성국에서 각자 기사단장과 시종장을 하게 되면서 생긴 여러 가지 사건들.
유더와 코델리아로 시작한 이야기는 마이아와 달리아 두 사람만의 이야기로 이어졌고, 마이아가 달리아를 위해 새로 구한 애플파이 레시피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요 며칠간의 일정으로 인해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마이아가 어느새 곤히 잠들었기 때문이다.
“마이아, 자?”
아주 작게 물어본 달리아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피식하고 웃더니 누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법 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결국 의자였고, 장소도 발코니였다.
달리아는 마이아의 등과 허벅지 쪽에 조심스럽게 손을 넣은 뒤 한 번에 번쩍하고 안아 들었다.
‘진짜 가볍네.’
역시 천사.
아니, 역시 마이아.
자는 모습까지도 아름답고 우아한 마이아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은 달리아는 코델리아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마이아의 이마에 쪽 하고 입술을 맞추었다.
“잘 자, 마이아.”
아주 작게 속삭인 달리아는 발로 발코니 문을 연 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뎠고, 안아 올려질 때 살짝 잠에서 깬 마이아는 눈을 뜨는 대신 계속 자는 체를 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유델리아 신성국에서 북서쪽으로 먼 곳에 자리한 흐레스벨그 백작령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한 청년이 중대한 결심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