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메이커 440화
SS #36 레지나 바이엘
북부 최고의 대도시 바일룬.
북부12가문 가운데서도 삼강으로 손꼽히는 바이엘, 체이스, 흐레스벨그 중 둘이 자리한 이 도시는 기실 북부를 넘어 대륙 전체에서도 손에 꼽히는 거대한 상업 도시였다.
사람들은 이러한 바일룬을 북부의 심장, 북부의 보석, 북부의 성지 등등 다양한 별칭으로 불렀는데, 각각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일단 북부의 심장.
세일룬 왕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는 왕도가 아니었다.
대륙 최고의 곡창지대라는 실라테스 평원을 끼고 있는 스펜서 공작령의 영도 역시 아니었고, 남부 최고의 무역항인 아르곤항 역시 아니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거하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도시는 십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변경 도시라 불리며 괄시받던 바일룬이었다.
바일룬이 왕도조차 뛰어넘을 정도로 거대해진 이유는 세 가지였다.
하나, 산업의 중심지이다.
왕국을 넘어 대륙을 강타한 히트 상품인 샴프와 린스로 시작한 ‘바이엘 산업’이 자리한 땅이다.
둘, 금융업의 중심지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이는 법이었다.
북부의 금융업을 장악하고 있던 크로스벨 백작가는 바일룬 양대 지배자 가운데 하나인 체이스 백작가와의 결합을 통해 바일룬에 안착하였고, 가업이라 할 수 있을 금융업을 바일룬에서 만개시켰다.
당대 체이스 백작 부인인 동시에 크로스벨 백작인 실비아 크로스벨은 체이스 백작가와 바이엘 백작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북부를 넘어 왕국 전체의 금융업을 장악하였는데, 중앙은행을 크로스벨 백작령도 아니고 왕도도 아닌 바일룬에 설립하였다.
셋, 문자 그대로 성지이다.
바일룬은 대륙에서 가장 세가 강한 종교인 코델리아 교단의 성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여신의 화신이 태어난 땅인 동시에 화신의 반려이자 교단의 교황이 태어난 땅이었기 때문이다.
코델리아 교단은 대륙 전체에 퍼져 있었고, 매년 성지순례를 위해 대륙 곳곳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의 숫자는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사람과 돈을 순환시키는 중심지이기에 심장.
북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도시이기에 보석.
여신의 화신이 태어난 성지.
왕도는 물론이고 제도까지 뛰어넘는, 아니- 그냥 그 둘을 합쳐놓은 것에 필적할 만큼 거대한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당연히 체이스 백작가였다.
여신의 화신이 태어난 성지인 동시에 왕국의 금융업을 쥐락펴락하는 거물 중의 거물- 크로스벨 백작의 거처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유명한 장소.
여신의 화신이 태어난 곳보다는 살짝 끗발이 딸리지만 아무튼 교황이 태어난 땅이자, 역시나 금융업을 지배하는 크로스벨 백작보다는 살짝 부족한 감이 있지만 아무튼 바이엘 산업을 진두지휘하는 게일 바이엘- 바이엘 백작의 거처이자, 바일룬의 마스코트인 동시에 수호신인 거친눈사태의 거처인 그곳.
북부의 심장인 바일룬이 아니라 저 멀리, 제국과의 최전선에 위치해야 할 것 같은 전투 요새를 방불케 하는 바이엘 백작가의 거성에서 한 소녀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흐아아…….”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군청색 머리칼과 은은한 달빛을 연상시키는 황금빛 눈동자.
찰랑거리는 머리칼은 허리에 닿을 만치 길었고, 얼굴 곳곳에 남은 앳된 티 덕분에 청순미가 더욱 부각되는 얼굴은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아름다웠지만 소녀가 입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드레스가 아닌 투박한 셔츠와 바지- 그것도 기사들의 종자들이나 즐겨 입는 운동복에 가까운 복장이었다.
정원의 그늘진 장소에서 기지개를 켜며 일어선 소녀는 늘어지게 하품까지 한 번 한 뒤 졸린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음.”
정원과 인접한 첨탑의 그림자를 보니 대충 정오가 좀 지난 무렵인 것 같았다.
배를 긁으며 일어선 소녀는 다시 한번 기지개를 쭉 켠 뒤 아무렇게나 산발해 있던 머리칼을 솜씨 좋게 하나로 묶어 늘어뜨렸다.
마치 망아지가 꼬리를 흔들 듯 어깨와 목을 흔들어 한데 묶은 머리칼을 흔든 소녀는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완벽해. 이제 체이스 백작가에나 놀러 갈까.”
본래라면 듀란 후작가의 에레나 영애가 주최한 티 파티에 가서 차를 홀짝이며 담소를 나눴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바람은 언제나 자유로운 법이었으니까.
갑갑한 드레스를 입고 앉아서 억지 미소를 지으며 이 드레스가 어떻다느니 요즘 왕도의 유행은 저렇다느니 하는 따분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체이스 백작가에 놀러 가서 용돈도 받고 쿠키도 먹고 조카들이랑 뛰어노는 쪽이 훨씬 더 바람직할 터였다.
“응응, 바람직한 바람.”
아저씨 같은 말장난이었지만 구르는 낙엽만 보아도 웃을 나이라 그런지 혼자서 쿡쿡 웃은 소녀는 그대로 빙글 몸을 돌렸지만 애석하게도 바로 발걸음을 내딛지는 못했다.
돌아서자마자 뚱한 얼굴로 서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하얗고 귀여운 생명체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레지나. 너 또 아프다면서 에레나 영애의 티 파티에 불참했지.”
“윽.”
소녀의 허리에도 오지 않을 정도로 작고 귀여운 생명체인데다가 목소리 역시 귀여웠지만 레지나는 마치 무서운 어른이라도 만난 것처럼 움찔하며 어깨를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나타난 이 귀여운 생명체는 바일룬의 수호신이자 소녀의 여러 스승 가운데 하나이자 모두들 자꾸 잊고 본인도 망각할 때가 많지만 아무튼 한때 야생의 땅을 호령하던 거대한 곰 야생신인 거친눈사태였기 때문이다.
레지나가 움찔움찔하자 거친눈사태는 허리춤에 올린 앙증맞은 손에 힘을 주더니 그대로 탁탁탁 발로 바닥까지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에레나가 한탄을 하더라, 한탄을. 레지나 양 못 보셨나요? 레지나 양은 혹시 절 싫어하시는 걸까요? 눈사태 님, 혹시 저…… 미움받는 것 같나요? 라면서 말이야.”
거친눈사태가 여자 목소리- 정확히는 레지나의 예절 선생님들 가운데 하나이자 거친눈사태 팬클럽의 부회장인 에레나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하자 레지나는 더욱 움찔하며 식은땀을 흘려댔다.
거친눈사태는 귀여운 아기 곰처럼 생겼고, 실제로도 귀여웠지만 아무튼 젊고 예쁘고 착한 아가씨에게 매우매우 약했는데, 에레나는 젊고 예쁜데다 실제로 착하기까지 했다.
“아, 아니. 그…… 에레나 언니, 아니, 에레나 선생님이 미운 건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요오…….”
거친눈사태의 찌릿 하는 눈빛에 바로 ‘요’자를 붙인 레지나는 입술을 삐쭉이다가 다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그…… 바, 바람은 언제나…….”
“자유롭다고 하기만 해봐. 응? 하기만 해봐 아주.”
거친눈사태가 다시 앙증맞은 주먹을 움켜쥐며 으름장을 놓자 레지나는 결국 아버지의 명언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자 거친눈사태는 후후훗 웃더니 레지나의 다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자, 가자. 늦게라도 참가해야지. 오늘은 수놓기 한다더라.”
“흐으으…….”
에레나 영애의 티 파티는 단순한 친목 모임이라기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의미를 가졌는데, 그중에는 듀란 후작가의 영애인 에레나에게 인근 가문의 영애들이 다 같이 모여 예절을 배운다는 교육적인 의미 역시 있었다.
이는 바일룬이 사실상 제2의 왕도라 불릴 정도로 거대한 도시가 됨에 따라 북부의 여러 귀족들이 바일룬에 저택을 가지게 되면서 생긴 일이었다.
귀족들이 모이니 자연 귀족들을 위한 교육기관이 필요하다.
제도와 왕도에는 각각 ‘아카데미’가 존재했지만 바일룬에는 아직 아카데미가 설립되지 않았기에 에레나 같은 일부 귀족들이 아카데미의 역할을 조금씩 대행하고 있는 셈이었다.
어찌 되었든 에레나의 티 파티.
갑갑한 드레스를 몇 시간이나 입고 있어야 하는 것도 고문인데 수까지 놔야 한다니.
살짝이지만 입술을 깨문 레지나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작은 저항을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삼촌.”
“왜.”
“전 일단 야생신이잖아요?”
“일단이 아니라 그냥 야생신이지.”
“아무튼 그럼 굳이 수놓기 같은 건 안 해도 되는 거 아닐까요? 예절 수업도 그렇고요.”
“응, 아니야. 수놓기 수업도 받고 예법 수업도 받고, 댄스 수업도 받아야 해. 그리고 애당초 야생신이라 수놓기랑 예법 수업이 필요 없는 거면 검술 수업도 필요 없는 거 아니니?”
“윽…….”
“말로 날 어찌하려 하다니 백 년은 이르구나. 네가 그 속이 시커먼 녀석도 아니고.”
거친눈사태가 우쭐한 표정으로 쯧쯧쯧 혀를 차자 레지나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유더 오빠 말씀이세요?”
“그래, 속이 시커먼 그 녀석. 너도 속이 시커멓다고 하면 일단 그 녀석부터 떠올리는구나.”
“아닌데, 우리 오빠는 엄청 멋지고 잘생기고 대단한 사람인데.”
“응, 그래. 멋지고 잘생기고 대단한데 속이 시커먼 녀석이지.”
거친눈사태가 거듭 강조하자 레지나는 불만스럽게 입술을 삐쭉였지만 딱히 더 반박하지는 않았다.
거친눈사태는 그런 레지나를 올려다보더니 이내 다독이는 얼굴이 되어 말했다.
“아무튼 레지나, 네 엄마가 여행 나서기 전에 나한테 신신당부를 했단다. 레지나 좀 잘 부탁한다고. 그러니 나는 책임감을 가지고 널 보살필 책임이 있어. 내 말 알겠지?”
“……네.”
“어유, 착하다. 잠깐만 쪼그려 앉아볼래? 머리 쓰다듬어 줄게.”
“싫어요. 삼촌은 내가 애인 줄 아나. 그리고 여자들은 머리 쓰다듬는 거 안 좋아해요. 머리 망가지니까.”
“네가 애지 그럼 어른이냐? 왕국은 물론 야생의 땅에서도 열세 살은 애야, 애. 그리고 머리 망가지는 거 안 좋아하는 녀석이 머리를 그러고 다녀?”
이번에도 반박할 수 없는 거친눈사태의 정론이었다.
그랬기에 레지나는 아이다운 방법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치치치.”
입술을 삐쭉이며 삐진 체를 하자 거친눈사태는 다시 웃더니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왕 예쁘게 태어났으니 꾸미고 다니면 좋잖니. 머릿결도 이렇게 좋은데.”
“삼촌, 가끔은 삼촌이 삼촌이 아니라 이모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흰소리 작작 하고, 늦겠다. 루나에게 먼저 가렴. 딴 길로 새지 말고. 알겠지?”
“네, 삼촌.”
전속 메이드인 루나에게 가라는 말에 여전히 토라진 얼굴이지만 그래도 똑바로 답한 레지나는 본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으휴, 우리 망아지.”
말꼬리처럼 흔들리는 레지나의 푸른 머리칼을 보며 거친눈사태는 웃음을 흘렸다.
* * *
다섯 시간 뒤.
바이엘 백작가로 돌아온 레지나는 침대 위에 널브러진 채 혼이 나간 목소리로 말했다.
“힘들었어…….”
‘레지나 양, 믿고 있었어요’라는 말에 더해진 에레나 영애의 초롱초롱한 그 눈빛.
그 눈빛을 차마 어찌하지 못해 꼼짝없이 앉아 수를 놓은 그 시간들.
힘들었다.
정말로 힘들었다.
레지나 자신에게 꼭 상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런 레지나를- 정확히는 무슨 허물이라도 벗은 것처럼 방문에서 침대에 이르기까지 옷가지를 하나씩 벗어댄 끝에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아가씨의 모습에 참담함과 안타까움과 애석함을 동시에 느낀 전속 메이드 루나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언제나처럼 짧은 꿈이었군요.”
예쁘게 차려입은 아가씨는 정말정말 아름답고 우아하신데.
루나가 한탄하며 옷가지를 줍는 사이 어느새 평소의 남장 차림으로 돌아간 레지나는 침대도 아닌 창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저녁은 체이스 백작가 가서 먹을래.”
“방문 약속 안 잡았는데요?”
“삼촌네 가는 거잖아. 고모가 조카들 보러 가는 거고. 그런 거 없어도 괜찮아.”
문제없다는 듯 손을 흔드는 레지나의 모습에 다시 한번 어깨를 늘어뜨린 루나는 기대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또 먼저 가실 거죠?”
“응, 그러니까 천천히 와.”
해맑게 답한 레지나는 그대로 몸을 눕혀 창문 밖으로 추락- 아니, 몸을 던져 빠른 퇴장을 시전했고, 루나는 한숨을 토했다.
그리고 다시 반 시간 뒤.
“조카들! 고모 왔어!”
“또 왔어?”
“어째 매일 오는 것 같아.”
정문이 아니라 발코니 창문에서 나타난 레지나를 보며 방 안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쌍둥이 남매는 똑같이 미간을 좁히며 똑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시선에- 정확히는 한심하다는 표정에 기가 죽은 레지나는 어깨를 움츠렸지만 이내 입술을 삐쭉이며 말했다.
“뭐야, 이제 고모가 싫어진 거야? 옛날에는 꼬모꼬모 하면서 나 갈 때마다 엉엉 울고 그랬으면서.”
레지나가 애기 목소리를 내자 쌍둥이 남매 중 오빠인 에이든은 바로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저기, 자주 잊는 거 같은데 우리가 더 나이 많거든?”
엠버와 에이든은 레지나보다 두 살이나 더 많은 열다섯 살이었으니까.
하지만 레지나는 고개를 휙휙 가로젓더니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아무튼 그래서 고모님이야 아니야. 응? 고모님이야 아니야.”
“아우, 진짜. 이럴 때만 고모님이래.”
“고모님이니까 고모님이지. 아무튼 진짜 나 와서 싫어? 이제 오지 말까?”
레지나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살짝 겁먹은 목소리로 묻자 에이든은 입술을 꾹 다물었고, 엠버는 까르르 웃더니 창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싫을 리가 없잖아? 에이든도 고모님 기다린다고 저녁 안 먹고 버텼는데. 그냥 요즘 사춘기라서 저래.”
“진짜? 정말로?”
“흥, 그냥 오늘은 배가 별로 안 고팠을 뿐이야. 그리고 사춘기 아니다.”
레지나가 반색을 하며 묻자 에이든은 바로 흥흥거리며 말했고, 레지나는 꺄르르 웃더니 그런 에이든을 꼭 끌어안았다.
“우리 조카 너무 좋아!”
“아오, 진짜.”
에이든은 다시 흥흥거렸지만 발갛게 달아오른 뺨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엠버는 그런 레지나와 에이든을 보며 다시 쿡쿡 웃더니 레지나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어서 와요, 고모님.”
“응, 헤헤헤.”
아델리아의 성격을 닮은 에이든과 게일의 성격을 닮은 엠버.
하지만 외모는 둘 다 아델리아를 꼭 닮아서 인형처럼 예뻤다.
본래라면 바이엘 백작가에서 살아야 할 두 사람이었지만 체이스 백작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체이스 백작가에서 살고 있었는데, 레지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소꿉친구들이었다.
물론 소꿉친구들이라면 더 있기는 했다.
쌍둥이의 사촌인 벨라라든가, 흐레스벨그 백작가의 ‘아이들’이라든가, 유더 오빠 쪽 조카인 유리아라든가 말이다.
“그래도 우리가 제일 좋지?”
“흥, 당연하겠지.”
엠버가 빙긋 웃으며 묻자 에이든이 흥흥거렸고, 레지나는 대답하는 대신 에이든을 한 번 더 안아주었다.
“아무튼 고모님, 잘 왔어. 안 그래도 오늘은 꽤 놀라운 일이 있을 거거든.”
“응? 놀라운 일?”
“응, 놀라운데 무척이나 즐거운 일.”
눈을 깜박이며 묻는 레지나에게 빙긋 웃으며 답한 엠버는 기대하라는 듯 장난스러운 윙크까지 해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 저러는 것일까.
레지나는 엠버 대신 에이든 쪽을 돌아보았고, 에이든은 우쭐한 표정으로 흥흥거릴 뿐 대답해 줄 얼굴이 아니었다.
“뭔데? 응? 무슨 일인데?”
호기심이 폭발한 레지나는 만만한(?) 에이든을 끌어안으며 질문 공세를 퍼부으려 했지만 엠버 쪽이 조금 더 빨랐다.
자기 오빠를 슥 밀어냄과 동시에 옆으로 할 걸음 이동하는 것으로 레지나의 안아줘요 공세를 단번에 저지한 그녀는 어림없다는 듯 검지를 흔들며 말했다.
“두근거리면서 기다려. 그쪽이 더 재밌을 테니까.”
“우으…… 알았어. 그럼 밥 먹자. 배고파.”
“흥, 예의 없기는. 여담이지만 오늘 저녁의 메인요리는 비프 부르고늉이다.”
“와,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거네?”
“에이든이 주방장한테 부탁했어. 고모님 올 거라고.”
“흥, 그런 적 없다. 그냥 우연이다.”
“그렇다고 쳐주자, 고모님.”
“응, 조카님.”
엠버와 마주 웃은 레지나는 다시 에이든을 끌어안았고, 에이든은 그만 좀 안으라며 흥흥거렸지만 레지나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안을 때마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참 귀여우면서도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저녁도 잘 먹은 뒤에 마법 공부하는 쌍둥이 옆에서 꾸벅꾸벅 졸던 레지나는 에이든이 말한 즐거운 일이- 정확히는 ‘즐거운 소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